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221 - Chapter 230

325 Chapters

제221화

윤하경은 순간 들킨 듯한 기분에 살짝 당황했지만 금세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요? 혹시라도 제대로 검진을 못 받아서 치료 시기를 놓칠까 봐 그런 거죠.” 사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챙긴 이유는 반반이었다. 정말로 배경빈이 크게 다친 건 아닌지 걱정된 것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가 언제 또 전화를 걸어 자신을 불러낼지 몰라서였다. 그리고 문제는, 그가 부르면 자신이 거절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배경빈은 배씨 가문의 사람이었다. 강현우와 엮이는 것도 버거운데 이제 배씨 가문까지 엮이면 골치가 아플 게 분명했다. 괜한 오해를 살 필요도, 불필요한 관계를 만들 필요도 없었다. 다행히 검사가 끝난 뒤 확인해 보니 배경빈의 부상은 입술에 난 작은 상처 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다행이네요.” 윤하경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소 지었다. 그런데 배경빈은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시계를 흘끗 보며 말했다. “점심시간이 딱 됐네요. 같이 식사할까요?” 윤하경은 순간 거절하려 했지만 그가 덧붙였다. “어제 말한 디자인 세부 사항도 아직 다 정리 못 했잖아요.” 그렇게 말하니 마냥 거절하기도 애매했다. 결국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식당에 도착해 마주 앉았을 때, 윤하경은 문득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그저 조용하고 성실한 디자이너 같았지만 지금 보면 어쩐지 그런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주문을 마친 뒤, 윤하경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계속 전에 만난 적이 있다고 하셨는데 정확히 언제죠?” 배경빈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걸 내가 말해 버리면 재미없죠.” 그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렇게 하죠. 만약 이 식사 시간이 끝날 때까지 기억해 내면 제가 밥을 살게요. 하지만 끝까지 기억 못 하면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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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그의 말투는 어딘가 모르게 서늘하고 위압적이었다. 아침에 그렇게 단호하게 거절하더니 이제 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함께 밥을 먹겠다고 했기에 윤하경은 도저히 강현우의 속마음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배경빈과 배지훈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굳이 거절하기도 애매했고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죠.” 배지훈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배경빈을 노려보며 자리에 앉았다. 배경빈은 그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의자에 느긋하게 기대앉았고 두 형제 사이에 흐르는 싸늘한 기류가 뚜렷했다. 그리고 문제는 좌석이었다. 이미 자리는 거의 다 찼고 남은 공간은 윤하경 옆자리뿐이어서 강현우는 별다른 말 없이 자연스럽게 그녀 옆에 앉았고 앉자마자 익숙한 우디향이 퍼졌다. 아침에 그와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헤어진 탓일까. 그리고 지금 옆에서는 배 형제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결국, 식탁 분위기는 어색하고도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때, 강현우가 담배를 꺼내 들었다. 불을 붙인 후,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윤하경이랑 꽤 친한 사이인가 본데?” 윤하경은 반사적으로 입을 열려 했지만 배경빈이 먼저 대답했다. “친해.”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표정도 한없이 진지했다. 강현우는 연기를 뿜어내며 그녀를 곁눈질했다. “그래?” 그는 살짝 웃으며 물었다. “언제부터?” 배경빈은 잠시 생각하더니 태연하게 답했다. “음... 한 10년쯤 됐을까?” “...” 윤하경은 순간적으로 굳었고 무의식적으로 강현우의 얼굴을 살폈다. 역시나 그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방금까지도 무심한 듯 보였던 그의 시선이 깊어졌다. 윤하경도 아침에 그녀가 강현우에게 했던 말과 지금 배경빈의 말이 완전히 상반된다는 것을 알았다.자신이 분명 ‘일하면서 알게 된 사이’라고 했는데 이제 와서 10년 지기라니. 강현우가 불쾌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저기, 사실은...” 강현우의 눈빛이 너무 날카롭고 차가웠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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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저기, 음식이 나왔네요. 얼른 드세요.” 윤하경은 어색하게 웃으며 강현우에게 고기 한 점을 집어 주었다. 그를 달래 보려는 작은 시도였지만 강현우는 담배를 피우며 연기만 내뿜을 뿐, 손을 뻗어 음식을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담배 연기 너머에서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하경이는 참 배려심이 깊네.” 그의 말투는 여유로웠지만 어딘가 날카로운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그러나 그의 손길은 점점 대담해졌고 그녀의 뜨거워진 귓가를 유심히 바라보며 낮게 웃었다. “경빈이에게도 한 점 집어 줘.” 잠시 침묵이 흘렀고 윤하경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경빈 씨는 알아서 잘 먹을 거예요.”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손을 내리고 슬쩍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살며시 그의 손바닥을 간지럽히듯 손가락 끝을 스쳤고 그 의미는 명확했다. ‘제발 이쯤에서 멈춰 줘.’강현우는 그녀의 작은 저항이 재미있다는 듯 하얀 치아를 드러나며 피식 웃었다.만약 지금 그의 손이 저지른 일이 아니었다면 그는 그저 무해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배지훈은 한숨을 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생각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가야겠다.” 그러고는 배경빈을 향해 말했다. “너도 같이 가자.” 배경빈은 식은땀을 흘리며 억지로 웃었다. “형이나 먼저 가. 난 배고파서 밥 좀 더 먹을래.” 그러자 배지훈은 더 이상 듣고 있을 필요도 없다는 듯, 강제로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됐고 나 도와줄 일 있어. 빨리 나와.” 윤하경은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안도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강현우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이제 됐죠?’ 라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뭐야? 아쉬워하는 거야?” “아니요.” 윤하경은 즉각 고개를 저었다. “저랑 경빈 씨는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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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윤하경은 강현우와 내일 아침 뉴스의 헤드라인에 오르기 싫었다.[몰락한 재벌 딸이 강씨 가문 후계자와 레스토랑에서 하룻밤!]이런 기사가 나올 걸 상상만 해도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윤하경은 원래 강한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강현우 앞에서는 늘 반박할 틈도 없이 휘둘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는 언제나 그녀의 약점을 손쉽게 쥐고 있었다.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서 하고 싶어?“ 강현우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가벼운 어조로 물었고 냉정하고 절제된 그답지 않은 분위기였다. 윤하경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디든 좋아요. 여기만 아니면 돼요. 제발.”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들고 있었고 몇몇은 소곤거리며 손가락질까지 하고 있었다. 평소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곳에서 공개적으로 이상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강현우의 얼굴은 너무나도 눈에 띄었다. 누군가 사진이라도 찍으면 내일 아침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할 게 뻔했다. 강현우는 미묘한 흥미가 깃든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좋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을 거둬들였고 윤하경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안심할 틈도 없이, 강현우가 몇 걸음 걸어가더니 뒤돌아 그녀를 바라봤다. “뭐해? 안 따라오고.” 그가 짙은 눈동자로 그녀를 압박하며 말했다. “내가 안아다 옮겨줘야 해?“ 그의 크고 날렵한 체격이 주는 위압감에 윤하경은 순간 몸을 굳혔다. “어디로 가는데요?“ 강현우는 뒤돌아서서 테이블 위의 담배를 눌러 끄고 다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네가 여기만 아니면 된다며.” 그가 낮게 속삭였다. “아니면... 여기서 해볼까?“ “아니! 절대 안 돼요!“ 윤하경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겼다. 그녀는 순순히 그의 팔을 붙잡고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가시죠, 현우 씨.” 주변의 시선이 점점 더 느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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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강현우는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따라 질문이 많네.” 말을 끝내자마자, 그녀가 반응할 틈도 없이 먼저 별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윤하경은 문 앞에 멈춰 선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별장 입구 위로 커다랗게 걸린 두 글자 ‘헤븐’, 이곳이 어떤 곳인지, 그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경성 상류층 사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 겉으로는 고급 개인 클럽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말하기 어려운 ‘회색 산업’ 이 운영되는 곳이었다. 여기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세상의 평범한 도덕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향락을 즐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가격 또한 천문학적이었다. 하룻밤에 2억 원은 기본이었고 때때로 몇백억의 거래도 이루어진다고 했다. 게다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헤븐’에 입장하려면 특별한 초대장 또는 멤버십이 필요했다. 이곳에서 노는 사람들은 경성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최상류층 인사들이었다. 더군다나 소문에 따르면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법조차 넘볼 수 없다고 했다. 즉, 여기에 들어온 순간, 세상의 법칙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강현우가 왜 자신을 여기에 데려온 걸까? 불안한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오를 때, 검은 정장을 입은 건장한 남자가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하경 씨, 대표님께서 바로 들어오시라고 하셨습니다.” 그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아무리 강현우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 해도, 설마 자신을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지는 않겠지.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며 결국 발걸음을 옮겼다. 별장 안으로 들어서자, 눈에 들어오는 내부 인테리어는 절제된 고급스러움이 가득했다. 화려한 치장이 없는 대신, 곳곳에 놓인 가구와 장식품들이 모두 최고급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윤하경은 내부를 감상할 틈도 없이, 곧장 한 여성이 다가왔다. 연한 베이비핑크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부드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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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강현우는 전면 유리창 앞에 여유롭게 서 있었고 그때 그의 휴대전화가 짧게 진동했다. 화면을 확인하자, 윤하경이 보낸 메시지였다. [이걸 왜 입어야 하죠?]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빠르게 답장을 입력했다. [입지 않아도 돼.]윤하경은 이 메시지를 보고 천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다시 진동이 울렸다. [대신, 문 앞에 있는 사람이 도와줄 거야.]이 짧은 문장에서 그녀는 어떤 선택도 허락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강현우가 어떤 사람인지, 그동안의 경험으로 충분히 알게 되었다. 그의 말을 거스르면 어떤 결과가 기다릴지 장담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헤븐’의 직원들이 그의 말을 이렇게까지 따르는 걸 보면 그는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이곳과 깊은 관계 가 있는 사람이라 어쩌면 이곳의 주인일 수도 있다. ‘도망칠까?’그 생각이 스쳤지만 그녀는 곧바로 포기했다. 강현우는 본래 잔혹한 성격이었고 변덕스럽기까지 했다. 그가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그녀 따위는 손쉽게 짓밟힐 뿐이었다. 윤하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천천히 상자 속의 옷을 꺼냈다. 얇디얇은 검은 레이스. 몸의 중요 부위만 간신히 가려주는 천. 이건 옷이라기보다는, 유혹을 위한 도구에 가까웠다. 몸의 곡선을 더욱 강조하는 실루엣에 어깨부터 허리까지 아슬아슬하게 드러나는 디자인까지.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니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하지만 더 당황스러운 건, 이 정도가 이곳에서는 ‘평범한’ 수준이라는 사실이었다. 조금 전 복도를 지나오며 본 광경들을 떠올리자, 그녀는 절로 몸을 움츠렸다. 거기 있던 여자들은 더 노골적인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녀보다 훨씬 더 대담한 옷을 입고 심지어는 중요 부위조차 제대로 가리지 않은 모습도 보였다. 윤하경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억누르며 마지막으로 거울 속 자신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드디어 문을 열고 나오자, 아까 그녀를 안내했던 여성 직원이 여전히 미소를 띤 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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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강현우,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윤하경은 필사적으로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지만 귀를 찢을 듯한 음악 소리에 그녀의 외침은 완전히 묻혀버렸다. 마치 이곳에선 그녀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듯이 말이다.그녀가 필사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을 때, 어느새 한 남자가 다가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을 걸었다. “아가씨, 혼자 왔어?” 윤하경은 단숨에 고개를 돌려, 그를 단호하게 노려보았다. “꺼져.” 남자는 마스크 뒤에서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 “하하, 여기 온 이유가 뻔한데 왜 그런 척이야?” 그 말에 윤하경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이 파티가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는 걸 확신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대꾸하지 않았지만 남자는 오히려 그런 반응을 흥미로워하며 더 다가왔다. “겁낼 거 없어. 여기서 벌어지는 일들은 절대 밖으로 나가지 않으니까.” 그가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윤하경은 긴장 속에서 침을 삼켰다. 코끝을 스치는 공기에는 기묘한 향이 감돌았다. 강렬한 향수 냄새 같기도 했지만 그 속에 묘하게 나른한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성분이 섞여 있는 듯했다. “여기가... 대체 뭐 하는 곳이야?” 그녀는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묻자 남자는 비웃으며 대꾸했다. “어이쿠, 순진한 척하네? 몰랐어?” 그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파티의 이름은 '욕망'이야.” 그 말에 윤하경의 등줄기를 타고 차가운 소름이 돋았다. 이제는 굳이 더 설명을 듣지 않아도,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한 걸음 더 물러나며 단호하게 말했다. “오지 마.” 그러자 남자는 그녀를 흥미를 잃은 듯이 바라보다가 비웃듯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흥. 재미없네.” 그는 윤하경에게서 관심을 거두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한편 강현우는 모니터 속에서 윤하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표정은 태연해 보였지만 눈동자 속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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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강현우가 네가 여기 온 걸 알면 널 가만두겠냐?” 이석훈의 눈빛이 흥분으로 번쩍였다. 설마 이곳에서 윤하경을 보게 될 줄이야. 지난번 윤하경을 봤을 때부터 계속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강현우의 여자였고 그래서 감히 손을 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윤하경이 이곳에 온 걸 본 순간, 그는 심장이 터질 듯한 쾌감을 느꼈다. 특히나 지금 그녀의 차림을 보니 그의 몸은 저절로 반응하고 있었다. 이석훈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떠올랐다. “걱정하지 마. 침대에서는 나도 강현우 못지않아.” 그의 더러운 말에 윤하경은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혐오감이 치솟았고 이를 악물고 저항했다. “꺼져.” 그녀는 당장이라도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숨고 싶었지만 이석훈은 윤하경을 놔둘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그는 비웃으며 그녀를 벽 쪽으로 몰아붙였다. 가까워진 거리에서 이석훈의 역겨운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뭘 그렇게 착한 척해? 여기가 어떤 곳인지 몰라? 아니면 너한테는 강현우만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냐?” 윤하경은 온몸이 굳어졌다. 이석훈은 그녀가 반응이 없는 걸 보고 그녀가 받아들이고 있다고 착각하며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걱정하지 마. 여기서 일어난 일은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아. 침대에서 네가 얼마나 요란하게 소리쳐도, 아침이 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해줄 테니까. 물론, 나한테 잘해줘야겠지?” 그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고 뜨겁고 축축한 숨결이 피부에 닿았다. 그 순간, 전신에 닭살이 돋았다. “꺼져!” 그녀는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이석훈을 밀어냈다. “이 미친...!” 예상치 못한 힘에 중심을 잃은 이석훈이 뒤로 휘청거리며 벽에 부딪혔다. 그는 순간적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이를 갈았고 화가 난 이석훈은 윤하경의 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이년이!” 그녀는 질식할 듯한 고통에 몸부림쳤지만 체격 차이 때문에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었다. “이렇게 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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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윤하경은 순간 움찔하며 고개를 저었고 조심스럽게 강현우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강현우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고 그녀의 커다란 눈이 벽에 쓰러져 있는 이석훈을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걸 보았다. 그는 별다른 감정 없이 뒤에 서 있던 우지원에게 지시했다. “여긴 네가 정리해.” 우지원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은 위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방은 이미 준비됐어요.” 강현우는 그를 흘끗 보더니 더는 말없이 자리를 떠났다. 몇 걸음 가다가 다시 뒤돌아보며 바닥에 쓰러진 이석훈을 내려다봤다. “아까 네가 썼던 그 손, 필요 없겠네. 부숴 버려.” 그의 말은 가벼웠지만 그 안에 담긴 냉혹함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서 나가버렸다. 윤하경은 그의 냉정함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이렇게까지 가혹한 사람일 줄은 몰랐다. 그녀는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강현우가 가장 위험한 존재라는 걸 알지만 이곳에서는 그를 따라가는 게 오히려 더 안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를 따라갔다. 뒤에서 이석훈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갑자기 그의 가슴 위에 거대한 발이 내려앉았다. 우지원이 내려다보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오호, 이거 이석훈 씨 아니야?” 그의 목소리는 친근해 보였지만 발에 실린 힘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파티는 즐거웠어?” 이석훈은 이를 악물었다. “여기의 규칙을 네가 잊었나 보군, 우지원.” 우지원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설마. 너야말로 이곳의 규칙을 깡그리 무시한 것 같군. 여긴 상호 합의가 원칙이거든. 강요는 금지야. 그런데 아까 그 짓은 뭐지?” 이석훈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나 이곳에서만 1년에 20억은 쓰는 단골이야. 감히 날 이렇게 대해?” 우지원은 어깨를 으쓱이며 비꼬듯이 웃었다. “20억이라, 꽤 큰 돈이네.” 그러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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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윤하경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요. 전혀요.” 강현우는 냉소를 머금은 채 낮게 웃었다. “그래? 그럼 아직도 정신을 덜 차린 모양이네.” 윤하경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가 원하는 답이 뭔지 몰랐고 괜히 말실수라도 하면 더 곤란해질 것 같았다. 강현우는 그녀가 침묵하자, 손끝을 그녀의 턱에서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거친 손가락이 그녀의 목선을 따라 미끄러지자, 윤하경은 온몸이 저릿하게 굳어졌다. 그녀는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한 채 긴장했다. 마치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그가 망설임 없이 자신을 조일 것만 같았다. 그의 손은 잠시 그녀의 목덜미에 머물렀다가, 이내 아래로 미끄러졌다. 강현우는 능숙하게 그녀의 몸을 움켜쥐고 짙은 눈빛을 내리깔며 낮게 속삭였다. “아까 했던 말, 아직 기억하지?” 윤하경은 온몸이 얼어붙은 듯 굳어졌고 머릿속이 텅 빈 듯 멍해졌다. 그녀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윤하경은 그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윤하경은 순간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곧바로 그의 목을 가볍게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그의 목덜미에 가볍게 입술을 대며 살짝 비위를 맞추듯 웃어 보였다. “기억하죠, 당연하죠. 현우 씨가 원하는 대로 하시면 돼요.” 이 순간, 그녀에게 저항할 수 있는 선택지는 없었다. 오늘 강현우의 다른 면을 너무 적나라하게 본 터라, 감히 그의 인내심을 시험해 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윤하경은 강현우를 다독이듯 속삭였다. “그래서 현우 씨는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강현우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녀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도, 필사적으로 태연한 척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심지어 키스할 때조차 그녀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너 지금 눈가도 빨개졌어.”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윤하경은 그가 움직이지 않는 걸 보고 조심스럽게 그의 입술에 다시 한번 키스를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강현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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