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는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따라 질문이 많네.” 말을 끝내자마자, 그녀가 반응할 틈도 없이 먼저 별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윤하경은 문 앞에 멈춰 선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별장 입구 위로 커다랗게 걸린 두 글자 ‘헤븐’, 이곳이 어떤 곳인지, 그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경성 상류층 사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 겉으로는 고급 개인 클럽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말하기 어려운 ‘회색 산업’ 이 운영되는 곳이었다. 여기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세상의 평범한 도덕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향락을 즐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가격 또한 천문학적이었다. 하룻밤에 2억 원은 기본이었고 때때로 몇백억의 거래도 이루어진다고 했다. 게다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헤븐’에 입장하려면 특별한 초대장 또는 멤버십이 필요했다. 이곳에서 노는 사람들은 경성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최상류층 인사들이었다. 더군다나 소문에 따르면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법조차 넘볼 수 없다고 했다. 즉, 여기에 들어온 순간, 세상의 법칙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강현우가 왜 자신을 여기에 데려온 걸까? 불안한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오를 때, 검은 정장을 입은 건장한 남자가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하경 씨, 대표님께서 바로 들어오시라고 하셨습니다.” 그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아무리 강현우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 해도, 설마 자신을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지는 않겠지.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며 결국 발걸음을 옮겼다. 별장 안으로 들어서자, 눈에 들어오는 내부 인테리어는 절제된 고급스러움이 가득했다. 화려한 치장이 없는 대신, 곳곳에 놓인 가구와 장식품들이 모두 최고급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윤하경은 내부를 감상할 틈도 없이, 곧장 한 여성이 다가왔다. 연한 베이비핑크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부드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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