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경이 차를 몰고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원래 윤수철 혼자만 나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테이블에는 여러 명이 앉아 있었다. 윤수철과 임수연뿐만 아니라, 이설 주얼리의 대표 부인 이태임과 그녀의 아들 이석훈까지 있었다. 순간, 윤하경의 가슴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며들었다. 이태임과 그녀의 아들을 개인적으로 깊이 알진 못했지만 여러 행사에서 스쳐 지나가듯 얼굴을 본 적은 있었다. 눈빛이 차가워지려던 찰나, 임수연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하경아, 드디어 왔구나!” 평소와는 다르게, 그녀의 태도는 마치 친모처럼 다정했다. 이태임은 윤하경을 가볍게 훑어보며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고 그저 잔잔하게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러나 그녀의 아들, 이석훈은 대놓고 윤하경을 훑어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 시선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마치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였다. 윤하경은 그런 시선을 느끼자마자 속이 불편해졌다. 하지만 외부인이 있는 자리에서 함부로 표정을 드러낼 수 없어, 조용히 손을 빼내고는 윤수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이렇게 많은 분이 계실 줄 몰랐어요. 전 아버지와 단둘이 만나는 자리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러자 윤수철이 대답하기도 전에, 임수연이 먼저 나섰다. “아, 그러게. 정말 우연이었어! 우리가 여기 오니까 마침 이태임 사모님과 이석훈 도련님이 계시더라고. 그래서 함께 식사하기로 했지.” 그녀는 마치 이 상황이 정말 자연스럽게 벌어진 일인 것처럼 태연하게 미소를 지었다. “하경아, 어서 인사해야지. 이쪽이 이태임 사모님이고 이쪽이 이석훈 도련님이야.” 그리고 이태임을 향해 싱긋 웃으며 덧붙였다. “사모님, 이 아이가 저희 큰딸 윤하경이에요.” 그 태도는 정말 한없이 다정하고 친근해서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진짜 친모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경성에서 그들 집안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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