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281 - Chapter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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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윤하경은 입술을 오므렸다.휴대전화를 쥐고 있던 손가락에 살짝 힘이 들어갔고 관절이 하얗게 변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소지연은 그녀가 계속 답장을 안 하자 또 메시지를 보냈다.[너와 강현우는 끝났어?]윤하경은 미간을 찌푸리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휴대폰 화면을 두드렸다.[각자 필요에 의해 엮인 관계니 끝났다고 할 것도 없어.][그럼 다행이야. 강현우 같은 바람둥이와는 그냥 잠자리만 가지면 돼.]그녀는 갑자기 자신이 한 가지 요점을 소홀히 한 것을 발견했다.[근데 넌 어쩌다 강현우를 만났어?]소지연과 강현우는 절대 어울릴 수 있는 교점이 없으니 같은 공간에 있을 리가 없었다.그런데 이 사진을 보면 소지연도 이 방에 있는 것 같았다.소지연은 그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말했다.[시간 나면 다시 얘기해. 너 일단 쉬어.]윤하경은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다시 소식을 보내도 소지연은 답장을 하지 않았다.윤하경은 신경 쓰기가 귀찮아서 다시 강현우의 사진을 클릭해 보았다.그녀는 자신과 강현우의 관계가 침대 위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두 사람은 침대 위의 사이일 뿐 감정적인 문제는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런 광경을 보면 마음이 다소 답답했다.한참 후에야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그래. 실컷 놀아 강현우. 놀다가 큰 코 다치지.”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가 씻었다.나와서 잘 준비를 하는데 뜻밖에도 휴대폰에 메시지가 하나 더 있는 것을 보았다.확인해보니 강현우의 메시지였다.그의 메시지는 언제나 간단명료했는데 두 글자밖에 없었다.“어디?”윤하경은 입술을 오므리고 화가 난 듯 답장하지 않았다.그러나 침대에 누워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머릿속은 아까 소지연이 보낸 사진이 아니라 강현우와 함께 한 순간들이 가득했다.족히 한 시간이 지나서야 그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얼굴을 두드렸다.“윤하경!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너와 그 사람은 절대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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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깜짝 놀란 윤하경은 황급히 그를 밀어내려 했다.하지만 남자의 힘이 더 컸다. 상처를 입었다고 해도 윤하경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그녀는 화가 나서 고개를 돌려 별장 쪽을 돌아보았다.이제 겨우 분풀이를 한 셈인데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약점을 잡혀 전쟁의 불길이 자신에게로 옮겨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왜? 무서워?”강현우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려 퍼졌다.윤하경이 말을 하기도 전에 강현우는 그녀의 허리를 잡은 손을 끌어당겼다.거리가 가까워지자 윤하경은 강현우에게서 약간 코를 찌르는 와인 냄새를 맡았다.그리고 어렴풋한 향수 냄새도 났다.강현우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그녀는 이 향기가 강현우의 것도 아니고 자신의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갑자기 머릿속에서 아까 강현우의 품에 엎드린 여자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리고 말했다.“바쁘신 강 대표님께서 저는 왜 찾아오셨죠? 시간이 이미 늦었어요. 대표님 몸에 상처도 다 안 나았으니 얼른 돌아가 쉬세요.”그녀가 울적하게 말하자 강현우는 코웃음을 쳤다.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차 문을 열고 윤하경을 차에 밀어 넣은 다음 몸을 숙여 들어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지금 나 쫓아내는 거야? 내 허리가 고장 났어? 아니면 네가 겁이 없어진 거야?”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영리한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윤하경은 그를 올려다보면서 강현우가 정말 무엇을 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난 좋은 맘으로 한 말이니 대표님께서 듣기 싫으면 그냥 못 들은 거로 하세요.”이곳은 윤씨 저택이라 그녀는 감히 강현우에게 맞서지 못했다.강현우 같은 미치광이가 무슨 일을 할지 전혀 통제할 수 없으니 절대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말투가 바로 누그러졌다.강현우는 그녀의 가슴에 있는 잔머리를 쓸어넘기고 손을 들어 차 문을 두드렸다.밖에 서 있던 민진혁이 즉시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떠났다.윤하경은 어리둥절했다.“나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강현우는 아예 온몸으로 그녀의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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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다음 날 아침, 그녀는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눈을 떴을 때, 강현우가 아직 깨어나지 않은 것을 보고 약간 의아해했다.강현우의 뒤로 민진혁의 얼굴이 초조해 보였다.“대표님, 아가씨, 사모님께서 오셨습니다.”“네?”윤하경은 어리둥절했고 서둘러 강현우의 얼굴을 툭툭 쳤다.“대표님, 일어나세요.”강현우의 얼굴을 만지자마자 그가 열이 심하게 난다는 것을 발견했다.“이 사람 열나고 있어요. 어떻게 좀 해봐요.”민진혁은 움찔 놀랐다. 강현우의 곁을 지키면서 그는 작은 질병도 겪지 않는 아주 건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민진혁은 급히 차 문을 열어 강현우를 윤하경에게서 일으켜 세웠다.“아마 상처 감염으로 인한 발열일 거예요. 어서 의사를 부르세요.”“하지만 사모님께서 이미 별장까지 거의 다 오셨어요. 만약 대표님께서 여기 계신 걸 알면 따져 물으실 거예요.”민진혁은 윤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도움이 필요하다는 의사가 확실했다.윤하경은 떨떠름하다가 강현우의 한쪽 팔을 부축했다.두 사람이 강현우를 침대에 눕히자마자 누군가 문을 열었다.“현우야, 왜 아직도 안 일어났어?”윤하경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한선아가 들어오는 순간 바로 강현우의 침대 밑으로 도망갔다.민진혁이 넋을 잃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그리고 민진혁은 한선아를 보며 답했다.“대표님께서 열이 있는 것 같습니다.”한선아는 그제야 주절주절하던 입을 다물고 미간을 찌푸렸다.“어떻게 된 일이야?”민진혁은 입술을 오므리고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며칠 전에 대표님께서 부상을 입으셨어요. 아마 상처 감염 때문인 것 같습니다.”한선아는 깜짝 놀라더니 서둘러 말했다.“그럼 빨리 의사를 불러야지 뭐 하고 있어?”“네.”민진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침대 밑의 위치를 보았다.윤하경에게 행운을 빈다는 눈빛을 보내고 돌아섰다.침대 밑에 숨어 있는 윤하경은 감히 숨도 쉬지 못하고 한선아가 절대 자신을 발견하지 않기를 빌었다.강씨 가문은 엄격하기로 소문이 났다. 윤하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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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윤하경이 기어 나오자 의사가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민진혁은 의사를 돌아보고 조용히 말했다.“아무것도 못 보신 겁니다.”의사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네. 저는 아무것도 못 봤어요.”강씨 가문의 가정의사 일을 하며 그도 많은 일을 겪었다.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떤 말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민진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서 윤하경에게 말했다.“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윤하경은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있는 강현우를 힐끗 보고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표님은 괜찮은 거죠?”그녀의 관심 어린 말에 민진혁은 그녀를 올려다보았다.깊은 뜻을 담은 눈빛이었다.똑똑한 윤하경이 그의 눈빛이 무슨 뜻인지 모를 리 없었다.그녀는 웃으며 말했다.“난 그냥 내 돈줄을 관심하는 것뿐이에요. 강 대표님처럼 씀씀이가 큰 돈줄은 드무니까요.”민진혁은 눈썹을 치켜 올리고 기타부타 말이 없었다.그녀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툭하면 한빛 그룹에 주식을 선물하는 돈줄은 정말 찾기 어려웠다.의사는 그녀의 뒷말을 못 들은 듯 대답했다.“열만 내리면 대표님은 괜찮으시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윤하경은 그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민진혁에게 말했다.“그럼 저 좀 데려다주세요.”가는 길에 그녀는 민진혁에게 자신이 사는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윤씨 저택으로 향했다.그녀가 잠옷 차림으로 외박하고 돌아온 걸 본 윤수철이 화구를 그녀에게 향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윤하경이 집에 돌아온 시간은 이미 아침 10시였고 별로 이른 편이 아니었다.윤수철과 윤하연은 아직 출근 전이었다. 그녀가 집에 들어가자 윤하연이 윤수철의 옆에 앉아서 나지막이 애교를 부리는 걸 보았다.“아빠, 내가 엄마한테 물어봤는데 정말 사실이었어요.”“아빠를 그렇게 사랑하는 엄마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요?”“내일은 제 생일이잖아요. 엄마가 와서 제 생일을 함께 보내게 하면 안 돼요?”윤하연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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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윤하경!”윤하연이 그 말을 듣고 윤하경을 가리켰다.아마 자리에 윤수철이 없었더라면 그녀는 윤하경에게 손을 썼을지도 모른다.“그만해!”윤수철은 고함을 지르고 윤하경을 힐끗 쳐다보고 입을 벌렸지만 뭐라고 꾸짖어야 할지 몰랐다.그래서 다시 고개를 돌려 윤하연을 바라보았다.“하경이 말이 맞아. 이 일이 명확히 밝혀지기 전에 네 엄마는 집에 돌아올 수 없어.”“아빠!”윤하연은 발을 동동 굴렀다.그녀가 이렇게 애교를 부리면 윤수철은 평소 같으면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번 일은 그의 체면과 관련이 있어서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이건 남자의 자존심이었다.그는 일어나서 윤하연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내일은 네 생일이니 가서 엄마와 같이 보내도 돼.”윤하연은 멍해졌다.생일을 이 집안에서 보내지 말라는 뜻이었다.“회사에 일이 있어서 난 먼저 가보마.”윤하연이 멍해 있는 틈을 타 윤수철은 이미 일어나 떠났다.윤수철의 차가 멀어지고 나서야 윤하연은 이를 악물고 윤하경을 바라봤다.“이제 만족해?”윤하경은 눈을 희번덕거렸다.“그 말은 어제도 물었었어.”“난 아주 만족해.”윤하경은 웃으며 대답하고는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갔고 윤하연 혼자 거실에 앉아 화를 냈다.계단을 오르던 윤하경은 갑자기 뭔가 떠올라 계단 난간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채 아래층에 있는 윤하연에게 소리쳤다.“모녀 사이 정이 깊은 것 같으니 너도 아예 엄마 집에 가서 같이 살아.”“날 쫓아내려고? 꿈도 꾸지 마!”윤하연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노려보더니 갑자기 웃었다.“그리고 아빠도 내가 나가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거야.”“그래?”윤하경은 어깨를 으쓱했다.“그럼 네 맘대로 해.”“하지만 네 엄마가 다시 집에 돌아올 가능성은 아주 희박해 보여.”“그게 무슨 말이야?”윤하연은 일어나서 그녀에게 다가갔다.윤하연이 궁금해하는 모습에 윤하경은 일부러 뒷말을 잇지 않고 신비롭게 웃었다.“맞춰봐.”그리고 윤하연을 신경 쓰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의 손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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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다음날은 주말이었다.윤하경은 점심까지 자고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으로 몇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모든 게 계획대로 되고 있다는 온지우의 메시지였다.임수연이 점심에 만나자고 했지만 윤하경은 오후로 약속을 변경했다.그녀는 임수연이 그런 것들을 보면 불안해할 것이고, 시간이 늦어질수록 그녀의 불안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집에서 점심을 먹고 나갈 준비를 했다.문을 나서려 할 때 윤하연이 그녀를 불렀다.“어디 가?”분명 어제는 물과 불처럼 행동했는데 오늘 윤하연은 그녀에게 이토록 온화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니.역시 이 모녀는 연기에 소질이 있었다.윤하경은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했다.“하고 싶은 말이 뭐야?”그녀의 목소리는 듣기 좋았지만 내뱉은 말은 듣기 흉했다.윤하연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뭔가 생각난 듯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오늘 내 생일이야. 지난번에 내 생일 파티에 가기로 한 약속 잊었어?”윤하경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쯧, 내 동생은 왜 이렇게 속도 없을까? 내가 네 뺨을 두 대나 때린 일은 벌써 잊은 거야?”그녀는 일부러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윤하연의 상처를 찔렀다.역시, 이 말을 들은 윤하연은 하마터면 표정이 일그러질 뻔했다.“난... 좋은 맘으로 내 생일 파티에 널 초대하는데 넌 왜 자꾸 날 모욕하는 거야?”윤하연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억울한 듯 윤하경을 바라보았다.“난 단지 우리 사이에 오해가 많은 것 같아서 얘기를 많이 나눠 보고 싶을 뿐이야. 언니, 그래도 우리는 자매잖아.”“그만!”윤하경은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이것이 결코 윤하연의 진정한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기어코 생일파티에 오라고 하니 윤하연이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분명 좋은 일은 아닐 테지만.윤하경은 웃으며 말했다.“좋아. 위치 보내줘. 시간 나면 갈게.”윤하연은 그녀가 동의하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알겠어.”윤하경은 몸을 돌리는 순간 눈을 희번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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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남자는 서류봉투에서 사진 두 장을 꺼내 임수연에게 건넸다.“이거 당신 맞죠?”임수연은 받아보더니 영리한 눈을 희미하게 떴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네요.”“모르겠다고요?”남자가 냉소를 지었다.“당신이 모르겠다면 우리는 이걸 윤 회장님께 보내서 사진 속의 여자가 당신인지 확인시킬 수밖에 없어요.”임수연은 그 말을 듣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테이블을 탁 치며 소리쳤다.“대체 원하는 게 뭐죠?”“우리 요구는 간단해요. 이거면 돼요.”남자는 임수연을 향해 차갑게 웃고는 검지를 들어 보였다.“10억?”임수연이 떠보듯 물었다. 만약 10억이라면 쉽게 마련할 수 있는 숫자였고 그녀에게 큰 금액도 아니었다.그러나 남자의 이어진 말에 그녀는 심연 속으로 빠졌다.“우리를 너무 무시하시네. 내가 원하는 금액은 그 열 배예요.”“윤 회장 사모님의 신분이 10억 가치만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임수연은 상대방이 요구한 거액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멍해졌다.“뭐? 차라리 은행을 털어!”임수연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 무턱대고 1000억을 내놓으라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남자는 그녀의 말을 듣고 하하 웃기 시작했다.“우리는 문명한 시민이에요. 은행을 터는 건 체면이 서지 않죠.”그녀는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눈앞의 두 남자와 억지로 부딪히는 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그녀는 눈을 감고 마음속의 화를 억눌렀다.잠시 생각하다가 두 사람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두 분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우리 차근차근 얘기를 나눠봐요.”그녀는 일어나 두 사람에게 차를 한 잔 따라주고 웃으며 말했다.“말씀하신 금액은 제가 도저히 준비할 수 없어요. 현실적인 금액을 제시하세요. 그럼 최대한 빨리 마련해드리죠.”한편 윤하경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임수연이 만만치 않은 여자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전에 그녀를 과소평가한 것 같았다.상황을 이렇게까지 수습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했다.그녀는 속으로 임수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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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임수연은 움찔하더니 윤수철 앞에서 하던 불쌍한 모습을 취했다.그녀는 순간 눈물을 흘렸다.“두 어르신, 전 그냥 연약한 여자일 뿐이에요. 1000억이 작은 돈도 아니고 제가 어디 가서 그 큰돈을 마련하겠어요?”“그건 우리와 상관없어. 이틀 시간을 줄 테니 그 안에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끝장인 줄 알아.”남자는 차갑게 말하고는 일어나 자리를 떴다.임수연의 가엾게 우는 모습을 전혀 쳐다보지 않았다.그녀의 이 방법은 윤수철에게 통할지는 모르지만 다른 남자에게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임수연은 이를 악물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지금 그녀는 윤수철 앞에서 증인이 될 사람을 매수하고 있었다.만약 이 사진들과 그 영상들이 다시 유포되고 윤수철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 그녀의 인생은 끝이었다.빛나는 사모님 자리는 말할 것도 없고 다시 돌아가 꼬치를 팔아도 무시당할 것 같았다.그녀는 두 손을 꼭 잡고 무슨 결심이 선 듯 몸을 일으켜 떠났다.옆방 손님이 떠났다는 말을 들은 윤하경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자기 앞에 서 있는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그녀는 가방에서 두툼한 현금 뭉치를 꺼내고 웃으며 말했다.“두 분 잘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이걸로 술이라도 드세요.”“아니에요. 괜찮습니다.”방금 임수연과 대치한 남자가 황급히 거절했다.“지우 도련님 친구면 저희 친구이기도 합니다. 친구 사이에 이정도 작은 일을 도와주는데 뭘 그렇게 예의를 차리세요.”윤하경은 웃더니 현금을 다시 앞으로 밀며 일어섰다.“오늘은 이정도로 끝내시고 앞으로 며칠간은 매일 임수연에게 사진 한 장씩 보내세요.”“네. 알겠습니다.”남자는 헤헤 웃으며 꽤 두꺼워 보이는 현금 뭉치를 보았다.온지우는 손을 들어 휙 흔들었다. “됐어. 하경이가 준 돈으로 가서 차나 마셔.”남자와 일행은 서로를 쳐다보고 나서야 손을 뻗어 돈을 가져갔다.그리고 윤하경과 온지우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온지우는 윤하경을 돌아보며 말했다.“네가 이렇게 독한 마음을 품을 줄은 몰랐어. 천억이면 꽤 오랫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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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한 온지우는 조금 실망했지만 고개를 숙였다.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고 화면에 뜬 이름을 보자 온지우는 조금까지 축 처져 있던 얼굴이 확 펴졌다.그는 젓가락을 놓고 윤하경에게 말했다.“내가 오랫동안 공을 들인 여신이 드디어 오늘 밤 만나자고 해. 나 간다.”그는 손을 내저으며 쏜살같이 가버렸고 윤하경은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이것이 온지우의 성격이었다. 방탕한 그의 성격에 이미 익숙해진 윤하경이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젓가락을 놓고 일단 쇼핑몰에 들렀다가 윤하연이 보내준 주소로 향했다.이곳은 개인 회관이었다.규격은 헤븐만큼 크지 않았지만 이곳도 젊은 재벌 2세들의 집결지였다.윤하경은 회관 입구에 서서 고개를 들고 눈썹을 찡그렸다.“통은 크네.”이곳의 소비는 헤븐만큼 높지 않지만 파티를 열려면 적어도 2억은 들 것이다.‘윤하연 진짜 사치스러워졌어.’그녀는 잠시 머뭇거린 후에야 대문에 들어섰다.들어가자 종업원 한 명이 다가와 물었다.“안녕하세요, 예약하셨나요?”“사람 찾으러 왔어요. 606룸에 있는 윤하연 씨요.”“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종업원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윤하경이 룸 문을 열고 들어가자 파티는 이미 시작되었다. 남녀가 삼삼오오 모여 노래하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하지만 모두 윤하경이 모르는 사람들이었다.그녀와 윤하연은 결이 다른 사람이었기에 겹치는 친구가 없었지만 익숙한 얼굴이 있기는 했다.예를 들어 고등학교 여동창 두 명.윤하경이 들어오는 것을 본 두 사람은 넋을 잃고 윤하연을 돌아보며 왜 윤하경을 초대했는지 눈빛으로 묻는 듯했다.윤하경은 그들의 작은 행동을 모두 눈여겨보고 저도 모르게 고등학교 시절 일을 떠올렸다.그때 윤하경의 어머니는 임하연이라고 부르는 윤하연을 불쌍하게 여겨 그녀와 같은 학교로 전학 가는 걸 도와줬다.그때의 윤하경도 어리석고 선량했다. 윤하연이 막 전학 왔을 때 그녀가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 시시각각 그녀와 함께 다녔다.그러나 윤하연은 은혜를 원수로 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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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윤하경은 입꼬리를 씩 올리고 비꼬듯 그녀를 힐끗 훑어보았다.고개를 돌려 윤하연을 보며 말했다.“윤하연, 이 두 사람을 불러 내 성질을 긁을 생각이었어? 너무 저급한 수법이네.”윤하연은 학교 다닐 때처럼 윤하경에게 잘 보이려고 설설 기며 일어섰다.“언니, 그런 거 아니야. 오늘 마침 내 생일이잖아. 청하도 해외에서 돌아왔고 해서 같이 한번 모이려고 부른 거야.”“그래도 그때는 우리 사이가 좋았잖아.”그녀는 웃으며 진다은과 임청하를 쳐다본 다음 윤하경을 향해 고개를 돌려 말했다.“학교 때 우정이 가장 순수하다고 다들 그렇게 말하잖아?”윤하경은 코웃음을 쳤다.“난 그때 우정이 순수하다고 생각하지 않아.”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임청하와 진다은을 쓸어보더니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역겨울 뿐이지.”“윤하경, 너 그게 무슨 말이야?”윤하경은 임청하를 멍하니 쳐다보고는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역시 국어를 낙제하던 애들이야. 그 이해 능력으로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것도 당연하지.”임청하는 이를 악물었다. 이건 그녀의 흑역사였다.윤하경이 이렇게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거론하니 너무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옆에 있던 진다은이 이를 보고 급히 임청하를 잡아당기고 웃으며 말했다.“옛 동창들끼리 왜 그렇게 흥분해.”그리고 고개를 돌려 윤하경을 보며 말했다.“하경아, 오랜만이다. 어서 앉아.”윤하경은 오히려 약간 의아한 듯 진다은을 쳐다보았다.이렇게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진다은은 오히려 철이 든 것 같았다.“그래 언니. 어서 앉아.”윤하연은 급히 다가가서 윤하경을 끌어 앉히고 직접 술을 따라 주었다.“언니, 그때는 내가 잘못했어. 화내지 마.”“오늘 이 술을 마시고 과거는 없던 일로 하면 안 될까? 응?”그녀는 조심스럽게 윤하경을 바라보았다.겉으로 보기에는 사과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그 말투는 분명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 자신이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윤하경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웃었다.“좋아. 기왕 사과하겠다면 태도를 보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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