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301 - Chapter 310

325 Chapters

제301화

윤하경의 손이 잠시 멈추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런 거 없어요.” “그래?” 강현우는 전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이 여자가 자기한테 이렇게까지 친절할 때는 항상 뭔가 속셈이 있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일부러 음식을 챙겨서 찾아왔다? 그런데 아무 이유 없이 온 거라고?’윤하경도 그제야 깨달았는지 얼굴이 붉어졌다.“혹시... 변명하러 온 거야?”“뭘요?”강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손등에 묻은 핏자국을 문질렀다. “이 피가 누구 건지 맞혀볼래?” 윤하경은 그의 손을 흘끗 보았지만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모르겠는데요.” “그럼 직접 가서 확인할래?” 강현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의 목덜미를 가볍게 잡아끌었다. 그의 거친 손끝이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에 닿자, 윤하경은 간지러운 듯 몸을 움찔하며 반사적으로 피하려 했다.하지만 강현우는 오히려 더 힘을 주어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고 그녀는 이끌려 복도 끝 방으로 끌려갔다. 그곳에는 단방향 거울이 설치되어 있어, 바깥에서는 안이 훤히 보였지만 안에서는 바깥을 볼 수 없는 구조였다. 바닥에는 몇몇 남자들이 손발이 묶인 채 널브러져 있었고 그중 한 명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익숙한 실루엣을 본 순간 윤하경의 눈이 본능적으로 흔들렸다. 그 미세한 변화를 강현우가 놓칠 리 없었고 그는 비웃듯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무서워?” 윤하경은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리고 억지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 전혀요.” 입술을 힘줘 올렸지만 마음은 복잡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아침에 민진혁이 말했던 게... 이거였구나.’ 천장에 매달린 사람은 바로 구지호였다. 강현우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옛 남자 친구가 이렇게 당하는 걸 보니까 마음이 좀 안 좋지?” 그의 말투는 가벼웠지만 눈빛은 차가웠다. 이 자리에서 그녀가 단 한 마디라도 구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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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강현우는 손가락으로 윤하경의 코끝을 가볍게 건드리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윤하경은 그가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강현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그녀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조용히 방 안을 바라보며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강현우는 들어가자마자 소파에 앉아 천천히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그는 천장에 묶인 채 매달려 있는 구지호를 올려다보았다. “구지호, 아직도 어젯밤 일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아?” 구지호는 맞아서 부은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밤새 끌려와 지독하게 당했을 텐데도 여전히 눈빛에는 반항기가 서려 있었다.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강현우, 난 어제 하경이랑 약속 잡고 만난 거야.”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릿하게 웃더니 한마디를 덧붙였다. “내가 하경이랑 몇 번이나 잤는지 알아? 네가 그렇게 귀하게 떠받드는 여자가 사실은 내가 질려서 버린 여자야.” 윤하경은 벽 너머에서 그 말을 듣고 온몸이 싸늘해졌다. 그녀는 구지호가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는 걸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역겨울 줄은 몰랐다. 그는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그녀를 더럽히는 말을 하며 강현우를 도발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강현우가 연기를 뿜으며 슬쩍 고개를 돌려 그녀가 서 있는 유리창 쪽을 바라봤다. 윤하경은 그 시선을 읽으며 속으로 조용히 이를 악물었다. “그래?” 강현우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당연하지.” 구지호는 여전히 여유롭게 웃었다. “강현우, 너 같은 놈이랑 엮일 만큼 하경이가 순진한 줄 알아? 그 애 원래 그런 애야. 너야말로 웃음거리가 된 거라고.” 강현우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어두운 구석에서 거구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의 손에는 가죽 채찍이 들려 있었고 곧이어 매서운 채찍 소리와 함께 구지호의 몸이 뒤틀렸다. 윤하경은 유리창 너머로도 채찍이 살을 찢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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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윤하경은 속이 터질 것 같았다.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뛰어 들어가서 구지호의 입을 꿰매버리고 싶었다. 분명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인데 왜 굳이 거짓말을 해서 자신까지 끌어들이는 걸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강현우가 구지호를 잡아 온 이유가 꼭 자신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보다는, 강현우 특유의 자존심과 소유욕 때문이었다. 자신의 것을 절대 다른 사람이 건드리게 놔두지 않는 성격 말이다.그가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다른 남자가 널 건드리는 거, 난 싫어.” 그리고 어젯밤 강현우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본 광경은 구지호가 윤하경 위에 올라타 있었고 윤하경은 반항할 힘조차 없었다. 그 장면을 강현우의 시선에서 보면 마치 서로 원해서 그렇게 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을 터였다. 생각할수록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아무 소용 없지만 진작에 민진혁의 말을 듣고 움직였어야 했다. 그녀는 코끝이 시큰해지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과 이렇게 오래 지냈는데 저보다 구지호 말을 더 믿으시는 거예요?” 하지만 이런 연기는 강현우에게 통하지 않았고 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네 말을 믿어야 할 이유라도 있나?” 윤하경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 저는 정말 강제로 끌려갔어요! 약도 구지호가 제게 먹인 거고요!” 그녀는 진심을 담아 손을 들었다. “제가 거짓말하면 하늘에서 벼락을 맞을 거예요!” 정말로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 같아 필사적으로 맹세했다. 하지만 강현우는 태연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볼을 손가락으로 살짝 눌렀다. “너도 알잖아. 난 그런 미신 안 믿어.” 그는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네가 진짜라면 그만한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그 말을 남기고 강현우는 여유롭게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윤하경은 다급히 따라가며 속으로 절규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지? 이렇게 가다간 정말 목숨이 위험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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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윤하경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강한 의지가 남아 있었다. 강현우는 그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입가를 천천히 올렸다. 마치 고양이가 쥐를 잡아놓고 장난치듯, 그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느릿하게 손을 풀었다. “네가 아니라니 일단 목숨은 남겨두지.” 그는 여유롭게 소파에 기대며 윤하경을 힐끔 바라봤다. “네가 아직 쓸모가 있으니까.” 윤하경은 속으로 몰래 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겨우 위기를 넘긴 듯했지만 그녀의 등은 이미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긴장이 풀리는 순간, 뒤늦게 온몸에 힘이 빠졌다. “그럼, 저는 이제 가볼게요.” 머릿속이 복잡해서 다른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저 이 자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가 막 일어서려는 순간, 강현우가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아당겼다. 순간적인 힘에 중심을 잃고 그에게 기대듯 쓰러졌고 뜨거운 체온이 피부에 닿는 순간, 그녀는 재빨리 몸을 떼어내려 했다. 그러나 강현우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놓아주지 않았다. “왜 그렇게 급하게 가려고 해?” 윤하경은 본능적으로 경계하며 물었다. “다른 일이라도 있으세요?” 평소에는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는데 유독 강현우 앞에서는 항상 긴장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남자를 두려워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감히 구씨 집안의 사람을 잡아다 매달고 감히 이석훈의 팔 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도, 서울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강현우밖에 없을 것이다. “설마, 나 무서워?” 강현우는 무심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웃자 윤하경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하지만 그런 대답을 한 그녀 자신도 믿지 못했다. 강현우는 별로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듯 몸을 뒤로 젖히며 여유로운 자세를 취했다. 방금 전까지 사람을 죽일 듯한 표정을 짓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태도가 달랐다. “구지호를 변호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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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상처가 더 심해진 것 같네요.”“그렇지. 그래서 네가 책임져야지.”강현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어젯밤에 네가 너무 날뛰지만 않았어도, 이 정도까진 안 됐을 거야.”윤하경은 말없이 입술을 다물었다.‘꼭 그런 말만 골라서 하네, 진짜.’그녀는 어젯밤의 장면들을 일부러 기억에서 밀어내고 있었는데 강현우가 한마디 꺼내는 순간 그 장면들이 우르르 머릿속을 헤집고 들어왔다.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억지로 평정심을 유지한 채 말했다.“상처 제대로 안 처리돼서 그런 거예요. 제가 다시 치료해 드릴게요.”강현우는 별다른 대답 없이 가만히 있었고 윤하경은 조용히 구급상자를 꺼내 들었다.상처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피부는 벌어져 있었고 붉게 부어오른 자국들이 보였다. 오랫동안 방치한 흔적이 역력했고 예전부터 있던 흉터들까지 더해져 그의 등이 보는 사람조차 아찔할 정도였다.윤하경은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상처를 닦아내고 약을 바른 뒤, 다시 붕대로 감아 마무리했다. 마치 습관처럼 마지막에 가슴팍에 리본을 묶었는데 그 커다란 가슴 근육 위에 작고 정성스러운 리본이 묘하게도 시선을 끌었다.강현우는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귀찮은 기색이 스쳤지만 윤하경이 열심히 리본을 묶는 모습을 보고는 그 불만도 서서히 가라앉았다.“됐어요.”윤하경은 손을 털며 미소를 지었다.강현우는 말없이 셔츠를 입었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다 말했다.“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그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자, 윤하경은 재빨리 몸을 돌려 문을 나섰다.복도를 걷던 중, 끝 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비명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고개를 돌리자, 그곳은 구지호가 갇혀 있는 방이었다.그 순간, 강현우의 목소리가 문가 쪽에서 들려왔다.“마음이 쓰이면 말해. 네가 한마디 하면 내가 자비 좀 베풀 수도 있지.”고개를 돌린 윤하경은 문가에 기대 서 있는 강현우를 마주했다. 셔츠 단추를 다 채운 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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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윤하경이 윤하연의 방에 도착했을 때, 윤하연은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다.아마도 전날 밤 술을 마시고 온갖 난리를 치느라 지쳤는지, 침대 위에서 돼지처럼 늘어져 자고 있었다.윤하경은 눈을 가늘게 뜨고 침묵을 지키다가, 손에 들고 있던 국을 그대로 윤하연의 침대 위로 쏟아버렸다.“아!”귀를 찢는 듯한 비명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뜨겁진 않지만 식은 국이라도 몸에 닿으면 충분히 따가운 법이다.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의 고통에 윤하연은 침대에서 벌떡 뛰쳐나왔다.몸을 일으킨 그녀는 곧 윤하경이 창가에 서서 태연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발견하고 두 눈이 분노로 붉게 물들었다.“윤하경! 너 미쳤어? 왜 갑자기 나한테 이러는 거야?”윤하경은 윤하연이 평소 흘리는 눈물 연기를 그대로 따라 하듯,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다정하게 말했다.“누가 보면 또 나한테 억울한 일 당한 줄 알겠네. 아버지가 우리 보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라고 하셨잖아. 오래 자면 배고플까 봐 직접 국까지 떠서 가져왔는데 아차! 내가 그만 손을 미끄러뜨렸지 뭐야. 실수야, 그런데 네가 왜 이렇게 날 오해하는 거야?”윤하경은 억울한 듯 두 손을 들어 보였지만 윤하연은 이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들으며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몸이 따갑고 욱신거리는 고통도 신경 쓸 겨를 없이, 그녀는 그대로 침대에서 뛰쳐나와 윤하경에게 달려들었다.하지만 전날 있었던 일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고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못한 채 덤볐다가 오히려 윤하경에게 쉽게 제압당했다.윤하경은 그녀를 침대에서 끌어내어, 무릎으로 그녀의 등을 눌러 바닥에 깔아버렸다.“윤하경! 당장 놔! 너 죽여버릴 거야!”윤하연은 온몸을 비틀며 반항했지만 힘이 빠져버린 몸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그녀는 피부가 얼얼하게 따가운 데다, 혹여나 얼굴에 흉터라도 남게 되면 인생이 망한다는 생각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반드시 윤하경을 없애야 했다.하지만 윤하경은 태연한 얼굴로 그녀의 팔을 뒤로 꺾어 고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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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윤하경은 윤하연을 비웃듯이 쳐다봤다. 역시 상대가 악랄하게 나오면 그에 맞서야 속이 풀리는 법이다.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그녀는 배가 고프다는 걸 깨닫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유 집사에게 간단한 반찬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하연도 거실로 내려왔고 윤하경의 독이 잔뜩 서린 눈빛을 보내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윤하경, 내 얼굴에 흉터라도 생기면 너 절대 가만 안 둬. 기다려 봐.”말투만 보면 마치 지금까진 자신이 참아준 것처럼 들렸다.윤하경은 가볍게 눈을 굴리며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그녀가 반응조차 하지 않자, 윤하연은 발을 쾅 내디디며 밖으로 나가버렸다.하지만 윤하경은 그녀가 나가는 것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그저 얇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휴대폰 화면을 두드리며 마지막으로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조금 더 서둘러. 여긴 상황이 바뀌었어.]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유 집사가 음식을 가져왔다.“하경 씨, 식사하세요.”“고마워요.”윤하경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식사에 집중했다. 사실 아침에 강현우의 집에서 뭘 좀 먹고 싶었지만 그 남자가 또 이상하게 굴어서 제대로 식사할 기회를 놓쳤다.게다가 어젯밤의 ‘운동’에 이어 아침부터 긴장과 감정 소모가 심했으니 속이 비어 있는 게 당연했다.유 집사는 그녀가 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표정이 어두워지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하경 씨, 방금 전에 하신 일... 혹시라도 회장님이 아시면 어쩌시려고요?”“아시면 뭐요?”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유 집사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자신을 걱정해 주는 걸 알기에 그 따뜻한 마음은 감사했지만 세상은 그렇게 착한 마음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만약 매번 참고 넘어갔다면 지금쯤 그녀의 존재조차 지워졌을 것이다.“그게 아니라, 이따가 하연 씨가 이 일을 회장님께 말하면... 회장님이 또 하경 씨를 나무라실까 봐요.”“그럴 여유가 있을까요?”윤하경은 국을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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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정신이 나갔으면 정신병원에 가. 여기서 미친 짓 하지 말고. 구지호가 어디 갔는지 나한테 묻지 마. 난 몰라.” 윤하경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오히려 윤하연을 더욱 화나게 했다. “분명히 네가 먼저 그 얘길 꺼냈잖아! 너 분명히 알고 있지? 어젯밤 너 또 지호 오빠랑 있었던 거 아니야? 집에도 없고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도 씹고 있는데 네가 꾸민 짓이지?” 윤하경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실소가 나왔다. ‘진짜 대단하다. 남을 의심하는 능력 하나는 끝내주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알고 있어. 궁금해?” 윤하연은 이를 악물며 다그쳤다. “장난치지 말고 당장 말해! 지호 오빠 어디 있어?!” 윤하경은 천천히 고개를 갸웃하며 손으로 턱을 괴었다. “아, 근데 말이야. 내가 굳이 네가 원하는 걸 그냥 알려줘야 할 이유가 있나?” 그녀의 느릿한 말투가 윤하연을 더욱 열받게 했다. “그럼 뭘 원해?” 윤하경은 손톱을 매만지며 여유롭게 말했다. “뭘 받을까 고민 중인데... 네가 무릎 꿇고 정중히 부탁하면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윤하경! 적당히 해!” 윤하연이 소리쳤다. 하지만 윤하경은 무덤덤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렇게 알고 싶으면 무릎 꿇으라고 했잖아. 싫으면 말고. 아, 그리고 가기 전에 내 노트북값부터 보내. 총 600만 원. 계좌 여기야.” 그녀는 계좌 번호를 보여주며 태연하게 말했다. “...” 윤하연은 치를 떨며 그녀를 노려봤다. 한참을 참았지만 결국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좋아, 조건이 뭐야? 내가 뭘 어떻게 해야 지호 오빠가 어디 있는지 알려줄 건데?” 윤하경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녀를 훑어봤다. “너한테 받을 만한 게 뭐가 있겠어. 네 물건은 죄다 더러워서 필요 없고.” 그녀는 일부러 한숨을 쉬며 말을 덧붙였다. “됐어, 그래도 한집에 사는 정이 있으니까 특별히 알려줄게. 어젯밤 지호 오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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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윤하경은 천진난만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요.”윤수철은 그녀의 말을 듣고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이전에도 윤하연이 밤마다 몰래 남자를 만났던 일이 떠오른 모양이었다.표정이 어두워진 그를 뒤로하고 윤하경은 가볍게 식사를 마친 후 방으로 올라갔다.휴대폰을 확인하니 강현우가 보낸 새 메시지가 여러 개 도착해 있었다.[아이고 배짱이 제법 커졌네.]‘???’윤하경은 황당한 얼굴로 귀여운 이모티콘을 하나 보내며 답장을 했다.그러자 곧바로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내가 네 비서야? 어떤 쓰레기든 다 나한테 보내서 처리해달라는 거야?]윤하경은 피식 웃으며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역시 강현우는 머리가 비상했고 어떤 일이든 다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침대에 앉아 차분히 메시지를 입력했다.[그럼 수고 좀 해주세요. 굳이 제 체면을 봐서 살살해줄 필요는 없어요.]이번엔 정말 제대로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어젯밤 그녀를 끔찍한 일에 말려들게 하려 했던 윤하연을 용서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어떻게 응징할까 고민하던 차에, 그녀가 스스로 구지호의 행방을 물으러 온 덕분에 좋은 기회가 생겼다.강현우를 이용하면 확실하고 직접 손을 더럽히지 않아도 되니 정말 일거양득이었다.그때 메시지가 도착했다.[아주 독하네.]메시지 뒤에 덧붙은 웃는 이모티콘이 묘하게 위압적이었다. 강현우는 짧게 웃으며 꽤 흥미롭다는 듯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하지만 곧 방 안을 가득 메운 신음이 그의 기분을 흐트러뜨렸다.“대표님! 제발요!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한 번만 살려주세요... 제발...!”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윤하연이 잔뜩 겁에 질려 울고 있었다.그녀는 처음엔 구지호를 찾으러 온 것뿐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납치당해 끌려오더니 눈앞엔 피투성이가 된 구지호가 정신을 잃은 채 매달려 있었다.공포에 질린 그녀는 본능적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문 앞에 서 있던 강현우가 입꼬리를 올리며 비켜서지 않았다.강현우는 윤하연이 너무 시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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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윤하연은 순간 멍해졌다가 곧바로 소리쳤다. “거짓말이야! 말도 안 돼!” 하지만 남자는 목을 곧추세우며 끝까지 버텼다. “전부 증거가 있어요. 당신이 보낸 계좌 이체 내역도 있고 문자도 남아 있다고.” 그 말에 윤하연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강현우를 향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대표님, 전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그러나 이미 우지원이 그녀의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확인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냉소를 머금으며 강현우에게 폰을 내밀었다. “대표님, 여기 보세요. 이게 윤하연 씨가 보낸 메시지입니다.” 윤하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분명 삭제하려고 했는데 그럴 틈도 없이 들켜버렸다. 그녀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가던 그녀는 이내 결심한 듯 강현우에게 달려가 그의 다리를 붙잡았다. “대표님, 저... 저를 그냥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뭐든 다 할게요. 원하시는 대로요.” 그녀의 목소리는 불안과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강현우는 고개를 살짝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았고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보며 문득 비교했다. ‘똑같이 윤씨 집안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클까? 윤하경이 눈물을 흘릴 때는 그 모습조차 매혹적이었는데...’그러다 불현듯 윤하경이 지난번 침대 위에서 흐느끼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그녀는 그야말로 유혹적이었다. 그에 비하면 윤하연의 울음은 천박하기 그지없었다. 윤하연은 강현우의 반응을 보고 그가 넘어왔다고 착각하고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네, 맞아요! 뭐든지 할게요.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그 말을 듣자 강현우는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방 한쪽에 묶여 있는 남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윤씨 가문에서 이미 돈도 지불했으니 약속대로 해야 하지 않겠나?” 남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러면... 우리가 윤하경 씨를 찾아서...” 짝! 우지원이 손을 들어 그중 한 남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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