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경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강한 의지가 남아 있었다. 강현우는 그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입가를 천천히 올렸다. 마치 고양이가 쥐를 잡아놓고 장난치듯, 그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느릿하게 손을 풀었다. “네가 아니라니 일단 목숨은 남겨두지.” 그는 여유롭게 소파에 기대며 윤하경을 힐끔 바라봤다. “네가 아직 쓸모가 있으니까.” 윤하경은 속으로 몰래 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겨우 위기를 넘긴 듯했지만 그녀의 등은 이미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긴장이 풀리는 순간, 뒤늦게 온몸에 힘이 빠졌다. “그럼, 저는 이제 가볼게요.” 머릿속이 복잡해서 다른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저 이 자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가 막 일어서려는 순간, 강현우가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아당겼다. 순간적인 힘에 중심을 잃고 그에게 기대듯 쓰러졌고 뜨거운 체온이 피부에 닿는 순간, 그녀는 재빨리 몸을 떼어내려 했다. 그러나 강현우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놓아주지 않았다. “왜 그렇게 급하게 가려고 해?” 윤하경은 본능적으로 경계하며 물었다. “다른 일이라도 있으세요?” 평소에는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는데 유독 강현우 앞에서는 항상 긴장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남자를 두려워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감히 구씨 집안의 사람을 잡아다 매달고 감히 이석훈의 팔 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도, 서울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강현우밖에 없을 것이다. “설마, 나 무서워?” 강현우는 무심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웃자 윤하경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하지만 그런 대답을 한 그녀 자신도 믿지 못했다. 강현우는 별로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듯 몸을 뒤로 젖히며 여유로운 자세를 취했다. 방금 전까지 사람을 죽일 듯한 표정을 짓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태도가 달랐다. “구지호를 변호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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