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Chapter 81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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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도아영을 지지하는 주주는 단 한 명도 없었고, 다들 회사를 매각해서 투자금을 돌려주기를 바랄 뿐이었다.물론 이런 상황은 도아영도 이미 예상했다.그녀가 변호사를 힐끔 쳐다보자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노트북을 꺼냈다.이내 엔터키를 누르는 순간 회사 계좌에 4천억이 입금되었다.“여러분, 보셨죠? 4천억 입금 완료했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4천억이라니? 이렇게 많은 돈을 무슨 수로 마련했단 말인가?이에 유정연도 깜짝 놀랐다.도아영한테 언제 4천억이 생긴 거지?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우르르 몰려드는 주주들을 보자 도아영은 미소를 살짝 지었다.“돈은 이미 들어왔고, 혹시 또 궁금한 점이 있나요?”“4천억 맞아요?”“설마 우리를 붙잡아두기 위한 눈속임은 아니겠죠?”“대체 어디서 난 돈이죠?”...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도아영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대답했다.“지금 돈의 출처보다 회사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해야 하는 게 여러분의 급선무이지 않나요?”“그게...”다들 멋쩍은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며 잠시 말문이 막혔다.이때, 옆에 있던 유정연이 펄쩍 뛰면서 끼어들었다.“도아영! 4천억이 있었으면 진작에 내놓아야지, 대체 무슨 속셈으로 사람들이 불안에 떠는 모습을 마냥 지켜본 거야?”유정연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도아영이라면 회사의 실권을 빼앗아 가기 위해 일부러 덫을 놓고도 남았을 가능성이 컸다.문득 떠오른 생각에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도아영은 유정연을 향해 활짝 웃었다.“아줌마, 내가 이 돈을 마련하려고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는지 알아요? 정작 본인은 기여한 게 없으면서 오히려 타박만 하면 너무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아니...”유정연은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이는 무려 회사의 경영권이 달린 문제이지 않은가?원래 아들에게 물려주려고 했던 회사를 도아영이 날름 가로채게 생겼다.이내 화를 꾹 참고 옆에 있는 안용준을 힐끗 쳐다보았고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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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유정연이 두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도아영! 그게 무슨 뜻이지?”사람들은 일제히 도아영을 쳐다봤다.안용준이 서둘러 나서서 말했다.“아영 씨는 아직 나이가 어리고, 사모님도 도원 그룹의 발전을 위해서 그러는 거니까...”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아영이 불쑥 끼어들었다.“이 자리에서 아줌마의 편을 들어주면 안 되는 사람이 바로 안 상무이죠.”“그, 그게 무슨 뜻이죠?”안용준은 당최 짐작이 안 갔다.도아영이 웃으면서 말했다.“원래 집안 망신은 시키지 않는 법이라 아줌마의 체면을 봐서라도 참을 생각이었죠. 다만 하나같이 뻔뻔스러운 사람들이 내가 눈 감아 준 것도 모르고 오히려 점점 더 기고만장해져서 염치없이 회사를 빼앗으려고 들잖아요.”“도아영!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유정연이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도아영은 비서에게 눈짓을 보냈다.비서가 노트북을 빠르게 만지자 화면에 곧바로 사무실 CCTV 영상이 나타났다.대표이사실에서 안용준과 유정연은 책상에 걸터앉아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이 장면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안색이 돌변했다.회의실에 있는 임원들은 대부분 도석진의 심복으로서 돌아간 상사의 와이프가 다른 남자와 몸을 섞는 모습을 보니 얼굴빛이 썩 좋지 않았다.유정연과 안용준의 사이는 회사 내부에서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다.아직 임원진만 모를 뿐 직원들은 거의 다 알고 있었다.영상을 확인하는 순간 유정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화가 나서 손가락질하면서 말까지 더듬었다.“감, 감히...!”“아줌마,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데 그동안 우리 아빠는 잘못을 저지른 적이 단 한 번도 없지 않나요? 만약 이혼하고 사모님 자리를 내려놓고 싶다면 말을 하지 굳이 이런 추잡한 짓거리는 왜 해요?”도아영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유정연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안용준은 질겁한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아영 씨! 그때 잠깐 귀신에 씌웠나 봐요. 단지 실수였을 뿐이에요.”“실수? 두 분이 무슨 사이인지는 회사에 이미 소문이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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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꺼져!”여자는 미친 사람처럼 유정연을 윽박지르며 협박했다.유정연의 얼굴은 손톱에 할퀴어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비명이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도아영은 눈앞의 광경을 지켜보며 속이 후련하기 그지없었다.한편, 도원 그룹의 위기가 해소되면서 도아영이 정식 후계자로 인정받았다는 소식이 이수호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낮에 있었던 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이수호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수심이 더욱 깊어졌다.“도원 그룹이 위기를 극복했다니? 무슨 방법으로?”“그건 저도 잘... 하지만 아영 씨가 해결했다고 들었어요.”“도아영?”도원 그룹이 도아영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다는 말을 듣자 이수호의 눈빛이 살벌하게 변했다.이를 본 안지원이 잽싸게 말을 보탰다.“대표님, 도원 그룹에 가서 직접 확인해 보시겠어요?”“어제 내 앞에서 열연을 펼치며 이나의 의심을 사게 하더니 할머니랑 거래가 오간 게 분명해. 괜히 오해한 줄 알고 미안해했네.”이수호가 냉소를 지었다.어쩌면 도아영을 정말 과소평가했을지도 모른다.도원 그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곧이어 이수호는 말을 보탰다.“도아영이 어디서 4천억이나 얻어 왔는지 알아봐.”“네, 대표님.”안지원은 자리에서 일어서는 남자를 보고 물었다.“대표님, 어디 가시는...?”“도씨 일가에 가보려고.”이수호의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뻔한 사실 앞에서 무슨 수로 빠져나갈지 두고 볼 거야.”30분 후.도씨 일가.집에 도착한 도아영의 뒤로 유정연이 쫓아오며 악랄한 욕설을 퍼부었다.“도아영! 대단한데? 감히 내 뒤통수를 쳐?”이내 손찌검하려고 했지만 도아영의 발걸음이 워낙 빨라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허탕을 쳤다.도아영은 거실 소파에 앉아서 처참한 몰골의 유정연을 바라보았다.“아줌마, 체면은 이미 충분히 봐줬다고 생각하는데 더 이상 뭘 바라는 거죠?”“뭐?! 대체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하지?”유정연은 도아영을 손가락질하며 길길이 날뛰었다.“네가 안용준의 와이프한테 얘기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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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그리고 찻잔을 들어 올리는 찰나 손목이 덥석 붙잡혔다.이내 옆으로 탁 쳐내자 찻잔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났다.“지독한 여자 같으니라고, 어젯밤에 자칫 속아 넘어갈 뻔했네.”“그게 무슨 소리죠? 이해가 잘 안 가네요.”도아영은 순진한 얼굴로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이수호의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4천억을 빌리려고 할머니의 연기에 가담한 거지? 일부러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어 이나한테 보여줘서 우리 사이를 오해하게 하다니!”이수호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녀가 남현숙이 준 돈으로 회사의 위기를 모면한 줄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헛다리 짚었네요.”도아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수호를 쳐다보았다.“어젯밤에 있었던 일은 나랑 전혀 무관하죠. 그리고 4천억 원은 내가 직접 마련한 것으로 할머니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어요.”“이제 거짓말까지 하는 거야?”이수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그동안 허영심만 강한 여자인 줄 알았더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람이었네?”말을 마치고 나서 도아영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할머니가 대체 얼마나 큰 은혜를 베풀었으면 날 골탕 먹이려고 이렇게 혈안이 되었을까?”한 뼘 거리까지 다가온 이수호를 보자 도아영은 무의식중으로 뒤로 물러났다.“이수호 씨, 어느 대목에서 그런 시나리오가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난 사실대로 얘기했어요. 그래도 여전히 납득이 안 간다면 어쩔 수 없네요.”대수롭지 않은 도아영의 표정을 보자 이수호는 왠지 모르게 화가 나서 냉소를 지었다.“정녕 내가 당하고만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자신만만해?”“자기애가 너무 강하네요. 이수호 씨한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거든요? 그때 본인이 파혼하지 않으려고 할머니에게 훼방 놓으라고 한 탓에 이 지경까지 왔을 뿐, 아니면 우리는 진작에 남남이 되었을 거예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수호의 안색이 싸늘해졌다.도아영이 한마디 보탰다.“제 생각에는 서로 각자의 길을 걷는 게 좋을 듯싶어요. 어차피 나중에 우리 둘에 대한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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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이수호는 싸늘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구연준이 널 한 번은 도와줄 수 있어도 평생 지켜줄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 내 약혼녀이자 미래의 이경 그룹 안주인으로서 본분을 지키도록 해.”“뜻인즉슨 매일같이 집안일하고 강아지처럼 이수호 씨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동네방네 비웃음거리로 전락하길 바라는 건가요?”도아영이 피식 웃었다.“그건 도우미나 할 법한 일이죠. 이미 바보짓을 한 적이 있으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예요.”이 말을 듣자 이수호의 표정이 점점 싸늘해졌다.한편, 위층에서 짐을 정리하던 사람이 캐리어를 들고 우르르 내려왔다.안지원이 이수호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말했다.“대표님, 다 됐습니다.”“도아영을 데려가.”이수호가 소파에서 일어서자 뒤에 있던 경호원 두 명이 도아영의 앞으로 걸어갔다.“아영 씨, 가시죠.”도아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지금 이 상황에서 이수호의 말에 토를 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갔다. 자신을 죽도록 미워하던 사람이 이제 와서 집착하는 이유는 뭐지?이씨 일가로 향하는 길에 도아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집에 도착하자 경호원들은 그녀의 짐을 한동안 머물렀던 2층 방으로 옮겼다.도아영은 거실에 우두커니 서 있었고 도통 움직일 기미가 안 보였다.“왜? 그동안 살았던 곳도 까먹은 거야?”이수호가 비아냥거렸다.“내가 데려다줘?”눈에 익은 집안을 둘러보자 저도 모르게 혐오감을 느꼈다.“필요 없어요. 어딘지 저도 알거든요?”지금은 그녀가 집에 머물러 있은 지 단지 3개월밖에 안 되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전생에 무려 3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그동안 마치 가정부처럼 이수호를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모든 일을 도맡았다.한 번은 이수호가 전염성이 강한 중병에 걸렸는데 3일 동안 쉬지 않고 곁을 지켜주는 바람에 결국 체력이 바닥 나서 쓰러지게 되었다.당시만 해도 그녀에게 잘해주겠다고, 이경 그룹의 유일한 안주인이 될 거라며 호언장담했다.하지만 강이나가 귀국하고 나서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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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안지원이 잽싸게 말을 보탰다.“대표님,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현재의 도아영은 예전과 전혀 달랐다.아까만 해도 내키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는데 이제 와서 고분고분 주방으로 달려가 요리하고 있다니?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뭐가 불길한데?”이수호가 무심하게 말했다.“도아영 같은 여자를 상대할 때는 자금과 수완으로 협박하면 얌전히 꼬리를 내리게 되어 있어.”저녁 8시가 다가오자 이수호는 2층에서 내려왔다.도아영은 마지막 요리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허리에 두른 앞치마를 풀었다.이수호가 말했다.“올라가서 옷 갈아입고 다시 내려와.”그의 말투는 명령과 다름없었고 도아영이 물었다.“무슨 옷이요?”“아영 씨, 이거 입으시면 돼요.”도우미가 유니폼 한 벌을 건네주었다.물론 자신을 노골적으로 모욕하기 위해 꾸민 꿍꿍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렸다.당연히 발끈할 거라는 이수호의 예상과 달리 그녀는 유니폼을 들고 곧장 2층으로 향했다.“대표님...”안지원이 불쑥 끼어들었다.“아무리 할머님께서 부재중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망신 주다가 나중에 돌아오셔서 알게 되신다면...”“그러든지 말든지.”이수호가 싸늘하게 말했다.“도원 그룹은 기껏해야 이경 그룹의 발판일 뿐이야. 파산 직전의 기업 후계자에게 자존심 따위는 사치에 불과해.”말을 마치고 나서 자리에 앉았다.곧이어 이수호가 초대한 손님이 도착했다.도아영은 줄곧 2층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역시나 그녀의 예상대로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경 그룹과 협력 예정인 외국 기업 재벌 유태범이었다.그동안 구연준과 이수호가 유태범을 두고 끊임없이 경쟁했던 거로 기억했는데 누가 거래를 성사하느냐에 따라 해외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다.도아영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전생에도 이수호는 오늘에 유태범을 집으로 초대해서 만찬을 가졌다. 목적은 다름 아닌 사업을 따내서 구연준을 짓밟는 것이었다.당시 그녀는 유태범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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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아영아.”이때, 이수호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도아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곧이어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을 발견했고 능글맞은 말투에는 장난기가 묻어났다.“이리 와.”구연준은 제자리에 서서 유니폼 차림의 도아영을 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그제야 도아영도 이수호가 일부러 구연준을 불렀다는 사실을 눈치챘다.아마도 대놓고 망신을 주려는 작정인 듯싶었다.“연준 씨, 앉으시죠.”이수호는 도아영을 바라보며 명령조로 말했다.“아영아, 어서 의자 좀 빼줘.”도아영은 우두커니 서 있었다.이수호가 말을 이어갔다.“얼른 손님 모시지 않고 서서 뭐 해?”도아영은 구연준의 곁으로 다가가 의자를 빼주었다.“구 대표님, 앉으세요.”그녀의 말투는 무덤덤했다.구연준은 굳이 사양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유태범의 시선이 도아영으로 향해더니 한마디 보탰다.“이 분은 도아영 씨 아닌가요? 전에 뵌 적이 있는데 역시나 미인이시네요.”도아영은 옆에 서서 미소만 지을 뿐 묵묵부답했다.“집에서 귀한 자식 취급받을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한낱 도우미에 불과하죠.”이수호는 말을 이어가면서 구연준을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아영아, 연준 씨와 유 대표님께 술 한 잔 따라드려.”도아영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남한테 모욕감을 주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인지라 이번에 제대로 망신당하게 할 작정인 듯싶었다.“네, 대표님.”도아영의 얼굴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이내 유태범의 앞에 다가가 술을 따르고 나서 구연준의 자리로 걸어가 한 잔 따라주었다.“이리 와.”이수호의 말을 듣자 마지못해 그의 곁으로 돌아갔다.그리고 식탁 위의 술잔을 톡톡 건드리는 남자를 보고 눈치껏 술을 따랐다.대놓고 소유욕을 드러내는 모습을 구연준이 모를 리 없었다.잠자코 지켜보던 유태범이 얼른 말을 보탰다.“이 대표님은 역시 대단하시네요. 도씨 일가 자제분마저 대표님 앞에서는 허드렛일이나 하는 존재에 불과하다니.”이수호의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도아영은 시종일관 입을 꾹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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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따라서 도미가 아닌 것쯤은 쉽게 보아냈다.묵묵부답하는 유태범을 보자 도아영은 팔보채를 앞접시에 덜어서 건네주었다.“팔보채도 드셔보세요.”하지만 온갖 희귀한 식자재를 발견하고 젓가락을 들고 있던 손을 내려놓았다.전부 거래 금지 품목에 속하는지라 부자들의 식탁에서 볼까 말까 했다.게다가 유태범은 희귀 동물 보호 홍보대사로서 멸종위기 생물을 살리기 위해 꾸준히 기부를 해왔기에 이런 음식을 좋아할 리 없다.요리를 입에 대지도 않는 유태범을 바라보며 이수호가 물었다.“혹시 입맛에 안 맞으시나요?”“이 대표님도 알다시피 젊었을 때 전 해산물 사업을 했죠.”유태범의 안색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래서 식자재에 대해 누구보다 훤하죠.”아리송한 말에 이수호는 아직 무슨 상황인지 눈치채지 못했다.이때, 유태범이 쐐기를 박았다.“저는 속임수를 쓰는 사람을 가장 혐오해요. 더군다나 불법적인 거래는 절대로 안 하죠. 제 생각에 이번 협력 건은 없던 일로 하는 게 좋을 듯싶어요.”이수호는 곧바로 눈살을 찌푸렸다.“유 대표님, 마침 저희 집에서도 정갈한 가정식을 준비했는데 혹시 자리 옮길 의향은 있으신가요?”구연준이 불쑥 끼어들자 유태범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수호를 향해 말했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그러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미련 없이 구연준과 함께 집을 나섰다.유태범은 이수호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았다.“대표님?”입구에 있던 안지원이 서둘러 다가와서 쫓아가야 하는지 물어보려던 찰나 이수호의 눈빛이 점차 싸늘해졌다.강주를 통틀어 감히 그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도아영,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이수호는 도아영에게 화살을 돌렸다.그녀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대답했다.“유 대표님이 돌아간다고 하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 조금 전까지 이수호 씨를 위해 비위를 맞춰주기 급급했잖아요. 혹시 본인이 실수한 건 아니에요?”이수호는 눈살을 찌푸렸다.물론 그녀가 줄곧 잘 보이려고 애를 쓴 건 사실이었고 딱히 수작을 부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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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이수호는 콧방귀를 뀌었다.“할머니로 날 협박하려는 건가? 수법이 너무 뻔하지 않아?”“그게 뭐 어때서요? 효과가 있으면 장땡이죠.”뒤돌아서는 그녀를 보자 이수호는 손을 뻗어 품에 와락 끌어안았다.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도아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뭐 하는 거예요!”“도아영, 본인의 신분을 똑똑히 기억해. 넌 내 약혼녀야. 어차피 오늘은 구연준에게 남의 여자를 함부로 탐내지 말라고 경고하는 게 목적이었어.”도아영은 이수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내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만약 할머니가 돌아오실까 봐 걱정된다면 안심해. 할머니한테 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정을 쌓고 싶다고 했더니 기쁜 마음으로 이미 짐을 다 빼셨어.”“이...!”도아영의 낯색이 흙빛으로 변했다.이수호는 그녀에게 바짝 다가가 말했다.“그리고 할머니 앞에서 쓸데 없는 소리라도 지껄였다는 사실을 들키는 순간 결혼식 날짜를 앞당길 거야. 너도 구연준이라는 대어를 너무 일찍 포기하고 싶지는 않잖아?”도아영은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갔다.“모든 사람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나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수호는 도아영을 놓아주며 쌀쌀맞게 대답했다.“이나에게 덫을 놔서 우리 사이를 오해하게 할 때는 언제이고, 나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거든?”“나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잖아요.”“내가 믿을 것 같아?”이수호가 말을 이어갔다.“이나랑 같은 학교 다니는 거 알아. 앞으로 학교에서 얌전히 지내. 이제 모든 사람이 네가 내 약혼녀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구연준이랑 집적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끝장일 테니까.”그러고 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갔다.이수호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건 도아영도 눈치챘다.어쨌거나 유태범이라는 파트너를 잃게 되었으니 손실이 엄청났을뿐더러 구연준만 이득을 본 셈이었다.도아영은 방금 이수호에게 붙잡혔던 손목을 문질렀다.‘두고 봐, 어차피 날 집에 남겨둔 이상 본인만 점점 불행해질 테니까.’그리고 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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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빨리 안 가?”짜증 섞인 이수호의 말투에 안지원은 마지못해 2층으로 향했다.이내 도아영의 방문 앞에 서서 똑똑 노크했다.“아영 씨, 대표님께서 내려오시라고 합니다.”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안지원은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그녀를 불렀다.“아영 씨?”역시나 감감무소식이었다.결국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실례할게요.”말을 마치고 나서 문을 벌컥 열었다.방 안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정작 도아영은 코빼기도 안 보였다.안지원은 곧바로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고 사색이 된 채 말했다.“대표님! 아영 씨가 사라졌어요.”“뭐?”이수호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재빨리 2층을 향했다.아니나 다를까 도아영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먹구름이 잔뜩 낀 상사의 얼굴을 살피며 안지원이 조심스레 말했다.“대표님, 설마... 도망간 건 아니겠죠?”“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보이거든?”싸늘한 목소리는 살기가 묻어났다.“당장 도아영에게 전화해.”“네!”안지원은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도아영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계속 연결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대표님, 아영 씨 번호가 연결이 안 되네요.”이수호는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결국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되레 웃음을 터뜨렸다.“도아영, 한번 해보자는 거지? 이제 도원 그룹 따위 안중에도 없나 본데?”이때, 휴대폰에 뜬 기사를 내려다본 안지원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다급히 말했다.“대표님, 이거 보세요.”온라인 뉴스는 도원 그룹과 구호 그룹이 손을 잡았다는 소식으로 도배 당했다.게다가 구연준이 사적으로 도원 그룹에 4천억을 투자했다는 내용까지 똑똑히 명시되었다.“대표님...”“나가!”이수호의 표정이 싸늘해졌다.도아영은 진작에 도망칠 구실을 마련했던 것이다.하지만 구호 그룹과 협력한다고 해서 그가 속수무책일 거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었다.이수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사람 시켜서 무조건 찾아내. 도망쳐봤자 내 손바닥 안에 있을 테니까.”“네, 대표님.”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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