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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Author: 기향난
유정연이 두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도아영! 그게 무슨 뜻이지?”

사람들은 일제히 도아영을 쳐다봤다.

안용준이 서둘러 나서서 말했다.

“아영 씨는 아직 나이가 어리고, 사모님도 도원 그룹의 발전을 위해서 그러는 거니까...”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아영이 불쑥 끼어들었다.

“이 자리에서 아줌마의 편을 들어주면 안 되는 사람이 바로 안 상무이죠.”

“그, 그게 무슨 뜻이죠?”

안용준은 당최 짐작이 안 갔다.

도아영이 웃으면서 말했다.

“원래 집안 망신은 시키지 않는 법이라 아줌마의 체면을 봐서라도 참을 생각이었죠. 다만 하나같이 뻔뻔스러운 사람들이 내가 눈 감아 준 것도 모르고 오히려 점점 더 기고만장해져서 염치없이 회사를 빼앗으려고 들잖아요.”

“도아영!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유정연이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도아영은 비서에게 눈짓을 보냈다.

비서가 노트북을 빠르게 만지자 화면에 곧바로 사무실 CCTV 영상이 나타났다.

대표이사실에서 안용준과 유정연은 책상에 걸터앉아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안색이 돌변했다.

회의실에 있는 임원들은 대부분 도석진의 심복으로서 돌아간 상사의 와이프가 다른 남자와 몸을 섞는 모습을 보니 얼굴빛이 썩 좋지 않았다.

유정연과 안용준의 사이는 회사 내부에서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아직 임원진만 모를 뿐 직원들은 거의 다 알고 있었다.

영상을 확인하는 순간 유정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화가 나서 손가락질하면서 말까지 더듬었다.

“감, 감히...!”

“아줌마,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데 그동안 우리 아빠는 잘못을 저지른 적이 단 한 번도 없지 않나요? 만약 이혼하고 사모님 자리를 내려놓고 싶다면 말을 하지 굳이 이런 추잡한 짓거리는 왜 해요?”

도아영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유정연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안용준은 질겁한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아영 씨! 그때 잠깐 귀신에 씌웠나 봐요. 단지 실수였을 뿐이에요.”

“실수? 두 분이 무슨 사이인지는 회사에 이미 소문이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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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83화

    “꺼져!”여자는 미친 사람처럼 유정연을 윽박지르며 협박했다.유정연의 얼굴은 손톱에 할퀴어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비명이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도아영은 눈앞의 광경을 지켜보며 속이 후련하기 그지없었다.한편, 도원 그룹의 위기가 해소되면서 도아영이 정식 후계자로 인정받았다는 소식이 이수호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낮에 있었던 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이수호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수심이 더욱 깊어졌다.“도원 그룹이 위기를 극복했다니? 무슨 방법으로?”“그건 저도 잘... 하지만 아영 씨가 해결했다고 들었어요.”“도아영?”도원 그룹이 도아영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다는 말을 듣자 이수호의 눈빛이 살벌하게 변했다.이를 본 안지원이 잽싸게 말을 보탰다.“대표님, 도원 그룹에 가서 직접 확인해 보시겠어요?”“어제 내 앞에서 열연을 펼치며 이나의 의심을 사게 하더니 할머니랑 거래가 오간 게 분명해. 괜히 오해한 줄 알고 미안해했네.”이수호가 냉소를 지었다.어쩌면 도아영을 정말 과소평가했을지도 모른다.도원 그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곧이어 이수호는 말을 보탰다.“도아영이 어디서 4천억이나 얻어 왔는지 알아봐.”“네, 대표님.”안지원은 자리에서 일어서는 남자를 보고 물었다.“대표님, 어디 가시는...?”“도씨 일가에 가보려고.”이수호의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뻔한 사실 앞에서 무슨 수로 빠져나갈지 두고 볼 거야.”30분 후.도씨 일가.집에 도착한 도아영의 뒤로 유정연이 쫓아오며 악랄한 욕설을 퍼부었다.“도아영! 대단한데? 감히 내 뒤통수를 쳐?”이내 손찌검하려고 했지만 도아영의 발걸음이 워낙 빨라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허탕을 쳤다.도아영은 거실 소파에 앉아서 처참한 몰골의 유정연을 바라보았다.“아줌마, 체면은 이미 충분히 봐줬다고 생각하는데 더 이상 뭘 바라는 거죠?”“뭐?! 대체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하지?”유정연은 도아영을 손가락질하며 길길이 날뛰었다.“네가 안용준의 와이프한테 얘기하는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84화

    그리고 찻잔을 들어 올리는 찰나 손목이 덥석 붙잡혔다.이내 옆으로 탁 쳐내자 찻잔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났다.“지독한 여자 같으니라고, 어젯밤에 자칫 속아 넘어갈 뻔했네.”“그게 무슨 소리죠? 이해가 잘 안 가네요.”도아영은 순진한 얼굴로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이수호의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4천억을 빌리려고 할머니의 연기에 가담한 거지? 일부러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어 이나한테 보여줘서 우리 사이를 오해하게 하다니!”이수호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녀가 남현숙이 준 돈으로 회사의 위기를 모면한 줄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헛다리 짚었네요.”도아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수호를 쳐다보았다.“어젯밤에 있었던 일은 나랑 전혀 무관하죠. 그리고 4천억 원은 내가 직접 마련한 것으로 할머니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어요.”“이제 거짓말까지 하는 거야?”이수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그동안 허영심만 강한 여자인 줄 알았더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람이었네?”말을 마치고 나서 도아영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할머니가 대체 얼마나 큰 은혜를 베풀었으면 날 골탕 먹이려고 이렇게 혈안이 되었을까?”한 뼘 거리까지 다가온 이수호를 보자 도아영은 무의식중으로 뒤로 물러났다.“이수호 씨, 어느 대목에서 그런 시나리오가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난 사실대로 얘기했어요. 그래도 여전히 납득이 안 간다면 어쩔 수 없네요.”대수롭지 않은 도아영의 표정을 보자 이수호는 왠지 모르게 화가 나서 냉소를 지었다.“정녕 내가 당하고만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자신만만해?”“자기애가 너무 강하네요. 이수호 씨한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거든요? 그때 본인이 파혼하지 않으려고 할머니에게 훼방 놓으라고 한 탓에 이 지경까지 왔을 뿐, 아니면 우리는 진작에 남남이 되었을 거예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수호의 안색이 싸늘해졌다.도아영이 한마디 보탰다.“제 생각에는 서로 각자의 길을 걷는 게 좋을 듯싶어요. 어차피 나중에 우리 둘에 대한 소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85화

    이수호는 싸늘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구연준이 널 한 번은 도와줄 수 있어도 평생 지켜줄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 내 약혼녀이자 미래의 이경 그룹 안주인으로서 본분을 지키도록 해.”“뜻인즉슨 매일같이 집안일하고 강아지처럼 이수호 씨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동네방네 비웃음거리로 전락하길 바라는 건가요?”도아영이 피식 웃었다.“그건 도우미나 할 법한 일이죠. 이미 바보짓을 한 적이 있으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예요.”이 말을 듣자 이수호의 표정이 점점 싸늘해졌다.한편, 위층에서 짐을 정리하던 사람이 캐리어를 들고 우르르 내려왔다.안지원이 이수호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말했다.“대표님, 다 됐습니다.”“도아영을 데려가.”이수호가 소파에서 일어서자 뒤에 있던 경호원 두 명이 도아영의 앞으로 걸어갔다.“아영 씨, 가시죠.”도아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지금 이 상황에서 이수호의 말에 토를 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갔다. 자신을 죽도록 미워하던 사람이 이제 와서 집착하는 이유는 뭐지?이씨 일가로 향하는 길에 도아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집에 도착하자 경호원들은 그녀의 짐을 한동안 머물렀던 2층 방으로 옮겼다.도아영은 거실에 우두커니 서 있었고 도통 움직일 기미가 안 보였다.“왜? 그동안 살았던 곳도 까먹은 거야?”이수호가 비아냥거렸다.“내가 데려다줘?”눈에 익은 집안을 둘러보자 저도 모르게 혐오감을 느꼈다.“필요 없어요. 어딘지 저도 알거든요?”지금은 그녀가 집에 머물러 있은 지 단지 3개월밖에 안 되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전생에 무려 3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그동안 마치 가정부처럼 이수호를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모든 일을 도맡았다.한 번은 이수호가 전염성이 강한 중병에 걸렸는데 3일 동안 쉬지 않고 곁을 지켜주는 바람에 결국 체력이 바닥 나서 쓰러지게 되었다.당시만 해도 그녀에게 잘해주겠다고, 이경 그룹의 유일한 안주인이 될 거라며 호언장담했다.하지만 강이나가 귀국하고 나서는 모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86화

    안지원이 잽싸게 말을 보탰다.“대표님,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현재의 도아영은 예전과 전혀 달랐다.아까만 해도 내키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는데 이제 와서 고분고분 주방으로 달려가 요리하고 있다니?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뭐가 불길한데?”이수호가 무심하게 말했다.“도아영 같은 여자를 상대할 때는 자금과 수완으로 협박하면 얌전히 꼬리를 내리게 되어 있어.”저녁 8시가 다가오자 이수호는 2층에서 내려왔다.도아영은 마지막 요리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허리에 두른 앞치마를 풀었다.이수호가 말했다.“올라가서 옷 갈아입고 다시 내려와.”그의 말투는 명령과 다름없었고 도아영이 물었다.“무슨 옷이요?”“아영 씨, 이거 입으시면 돼요.”도우미가 유니폼 한 벌을 건네주었다.물론 자신을 노골적으로 모욕하기 위해 꾸민 꿍꿍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렸다.당연히 발끈할 거라는 이수호의 예상과 달리 그녀는 유니폼을 들고 곧장 2층으로 향했다.“대표님...”안지원이 불쑥 끼어들었다.“아무리 할머님께서 부재중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망신 주다가 나중에 돌아오셔서 알게 되신다면...”“그러든지 말든지.”이수호가 싸늘하게 말했다.“도원 그룹은 기껏해야 이경 그룹의 발판일 뿐이야. 파산 직전의 기업 후계자에게 자존심 따위는 사치에 불과해.”말을 마치고 나서 자리에 앉았다.곧이어 이수호가 초대한 손님이 도착했다.도아영은 줄곧 2층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역시나 그녀의 예상대로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경 그룹과 협력 예정인 외국 기업 재벌 유태범이었다.그동안 구연준과 이수호가 유태범을 두고 끊임없이 경쟁했던 거로 기억했는데 누가 거래를 성사하느냐에 따라 해외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다.도아영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전생에도 이수호는 오늘에 유태범을 집으로 초대해서 만찬을 가졌다. 목적은 다름 아닌 사업을 따내서 구연준을 짓밟는 것이었다.당시 그녀는 유태범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기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87화

    “아영아.”이때, 이수호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도아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곧이어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을 발견했고 능글맞은 말투에는 장난기가 묻어났다.“이리 와.”구연준은 제자리에 서서 유니폼 차림의 도아영을 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그제야 도아영도 이수호가 일부러 구연준을 불렀다는 사실을 눈치챘다.아마도 대놓고 망신을 주려는 작정인 듯싶었다.“연준 씨, 앉으시죠.”이수호는 도아영을 바라보며 명령조로 말했다.“아영아, 어서 의자 좀 빼줘.”도아영은 우두커니 서 있었다.이수호가 말을 이어갔다.“얼른 손님 모시지 않고 서서 뭐 해?”도아영은 구연준의 곁으로 다가가 의자를 빼주었다.“구 대표님, 앉으세요.”그녀의 말투는 무덤덤했다.구연준은 굳이 사양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유태범의 시선이 도아영으로 향해더니 한마디 보탰다.“이 분은 도아영 씨 아닌가요? 전에 뵌 적이 있는데 역시나 미인이시네요.”도아영은 옆에 서서 미소만 지을 뿐 묵묵부답했다.“집에서 귀한 자식 취급받을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한낱 도우미에 불과하죠.”이수호는 말을 이어가면서 구연준을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아영아, 연준 씨와 유 대표님께 술 한 잔 따라드려.”도아영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남한테 모욕감을 주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인지라 이번에 제대로 망신당하게 할 작정인 듯싶었다.“네, 대표님.”도아영의 얼굴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이내 유태범의 앞에 다가가 술을 따르고 나서 구연준의 자리로 걸어가 한 잔 따라주었다.“이리 와.”이수호의 말을 듣자 마지못해 그의 곁으로 돌아갔다.그리고 식탁 위의 술잔을 톡톡 건드리는 남자를 보고 눈치껏 술을 따랐다.대놓고 소유욕을 드러내는 모습을 구연준이 모를 리 없었다.잠자코 지켜보던 유태범이 얼른 말을 보탰다.“이 대표님은 역시 대단하시네요. 도씨 일가 자제분마저 대표님 앞에서는 허드렛일이나 하는 존재에 불과하다니.”이수호의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도아영은 시종일관 입을 꾹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88화

    따라서 도미가 아닌 것쯤은 쉽게 보아냈다.묵묵부답하는 유태범을 보자 도아영은 팔보채를 앞접시에 덜어서 건네주었다.“팔보채도 드셔보세요.”하지만 온갖 희귀한 식자재를 발견하고 젓가락을 들고 있던 손을 내려놓았다.전부 거래 금지 품목에 속하는지라 부자들의 식탁에서 볼까 말까 했다.게다가 유태범은 희귀 동물 보호 홍보대사로서 멸종위기 생물을 살리기 위해 꾸준히 기부를 해왔기에 이런 음식을 좋아할 리 없다.요리를 입에 대지도 않는 유태범을 바라보며 이수호가 물었다.“혹시 입맛에 안 맞으시나요?”“이 대표님도 알다시피 젊었을 때 전 해산물 사업을 했죠.”유태범의 안색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래서 식자재에 대해 누구보다 훤하죠.”아리송한 말에 이수호는 아직 무슨 상황인지 눈치채지 못했다.이때, 유태범이 쐐기를 박았다.“저는 속임수를 쓰는 사람을 가장 혐오해요. 더군다나 불법적인 거래는 절대로 안 하죠. 제 생각에 이번 협력 건은 없던 일로 하는 게 좋을 듯싶어요.”이수호는 곧바로 눈살을 찌푸렸다.“유 대표님, 마침 저희 집에서도 정갈한 가정식을 준비했는데 혹시 자리 옮길 의향은 있으신가요?”구연준이 불쑥 끼어들자 유태범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수호를 향해 말했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그러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미련 없이 구연준과 함께 집을 나섰다.유태범은 이수호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았다.“대표님?”입구에 있던 안지원이 서둘러 다가와서 쫓아가야 하는지 물어보려던 찰나 이수호의 눈빛이 점차 싸늘해졌다.강주를 통틀어 감히 그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도아영,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이수호는 도아영에게 화살을 돌렸다.그녀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대답했다.“유 대표님이 돌아간다고 하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 조금 전까지 이수호 씨를 위해 비위를 맞춰주기 급급했잖아요. 혹시 본인이 실수한 건 아니에요?”이수호는 눈살을 찌푸렸다.물론 그녀가 줄곧 잘 보이려고 애를 쓴 건 사실이었고 딱히 수작을 부린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89화

    이수호는 콧방귀를 뀌었다.“할머니로 날 협박하려는 건가? 수법이 너무 뻔하지 않아?”“그게 뭐 어때서요? 효과가 있으면 장땡이죠.”뒤돌아서는 그녀를 보자 이수호는 손을 뻗어 품에 와락 끌어안았다.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도아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뭐 하는 거예요!”“도아영, 본인의 신분을 똑똑히 기억해. 넌 내 약혼녀야. 어차피 오늘은 구연준에게 남의 여자를 함부로 탐내지 말라고 경고하는 게 목적이었어.”도아영은 이수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내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만약 할머니가 돌아오실까 봐 걱정된다면 안심해. 할머니한테 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정을 쌓고 싶다고 했더니 기쁜 마음으로 이미 짐을 다 빼셨어.”“이...!”도아영의 낯색이 흙빛으로 변했다.이수호는 그녀에게 바짝 다가가 말했다.“그리고 할머니 앞에서 쓸데 없는 소리라도 지껄였다는 사실을 들키는 순간 결혼식 날짜를 앞당길 거야. 너도 구연준이라는 대어를 너무 일찍 포기하고 싶지는 않잖아?”도아영은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갔다.“모든 사람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나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수호는 도아영을 놓아주며 쌀쌀맞게 대답했다.“이나에게 덫을 놔서 우리 사이를 오해하게 할 때는 언제이고, 나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거든?”“나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잖아요.”“내가 믿을 것 같아?”이수호가 말을 이어갔다.“이나랑 같은 학교 다니는 거 알아. 앞으로 학교에서 얌전히 지내. 이제 모든 사람이 네가 내 약혼녀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구연준이랑 집적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끝장일 테니까.”그러고 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갔다.이수호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건 도아영도 눈치챘다.어쨌거나 유태범이라는 파트너를 잃게 되었으니 손실이 엄청났을뿐더러 구연준만 이득을 본 셈이었다.도아영은 방금 이수호에게 붙잡혔던 손목을 문질렀다.‘두고 봐, 어차피 날 집에 남겨둔 이상 본인만 점점 불행해질 테니까.’그리고 유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90화

    “빨리 안 가?”짜증 섞인 이수호의 말투에 안지원은 마지못해 2층으로 향했다.이내 도아영의 방문 앞에 서서 똑똑 노크했다.“아영 씨, 대표님께서 내려오시라고 합니다.”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안지원은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그녀를 불렀다.“아영 씨?”역시나 감감무소식이었다.결국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실례할게요.”말을 마치고 나서 문을 벌컥 열었다.방 안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정작 도아영은 코빼기도 안 보였다.안지원은 곧바로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고 사색이 된 채 말했다.“대표님! 아영 씨가 사라졌어요.”“뭐?”이수호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재빨리 2층을 향했다.아니나 다를까 도아영의 방은 텅 비어 있었다.먹구름이 잔뜩 낀 상사의 얼굴을 살피며 안지원이 조심스레 말했다.“대표님, 설마... 도망간 건 아니겠죠?”“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보이거든?”싸늘한 목소리는 살기가 묻어났다.“당장 도아영에게 전화해.”“네!”안지원은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도아영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계속 연결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대표님, 아영 씨 번호가 연결이 안 되네요.”이수호는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결국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되레 웃음을 터뜨렸다.“도아영, 한번 해보자는 거지? 이제 도원 그룹 따위 안중에도 없나 본데?”이때, 휴대폰에 뜬 기사를 내려다본 안지원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다급히 말했다.“대표님, 이거 보세요.”온라인 뉴스는 도원 그룹과 구호 그룹이 손을 잡았다는 소식으로 도배 당했다.게다가 구연준이 사적으로 도원 그룹에 4천억을 투자했다는 내용까지 똑똑히 명시되었다.“대표님...”“나가!”이수호의 표정이 싸늘해졌다.도아영은 진작에 도망칠 구실을 마련했던 것이다.하지만 구호 그룹과 협력한다고 해서 그가 속수무책일 거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었다.이수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사람 시켜서 무조건 찾아내. 도망쳐봤자 내 손바닥 안에 있을 테니까.”“네, 대표님.”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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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404화

    장내에 있는 사람들도 이 광경을 지켜봤다.그는 전에 도아영이라면 치를 떠는 사람인데 오늘은 이토록 긴장한 모습으로 그녀를 부축하다니.도아영은 진작 사람들의 반응을 예상한 듯 손을 빼냈다.“고마워요.”그제야 이수호는 방금 그녀에게 이용당했다는 걸 알아챘다.전에 이경 그룹에서 도원 그룹을 대하는 태도를 볼 때 다들 이 두 집안이 사이가 안 좋은 거로 여기며 선뜻 도원 그룹과 협력하려 하지 않았다. 다만 이제 이수호와 도아영의 사이가 조금은 나아졌으니 도원 그룹에 손 내밀 협력사도 슬슬 많아질 것이다.“감히 날 이용해?”예전까지만 해도 그녀가 이렇게까지 계략이 많은 줄은 몰랐다.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부잣집 딸로만 여겼는데 알고 보니 본인만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대표님이 그러셨잖아요? 서로 이용하는 게 우리 모두에게 좋은 거라면서요?”도아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어깨를 들썩거렸다.전에 이수호가 바로 이런 식으로 그녀를 이용했고 이제 와서 전세가 역전됐을 뿐이다.“오늘 파티에 왜 날 초대했는지 모를까 봐요? 도원 그룹을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수작이잖아요. 썩 쉽지만은 않을걸요.”도아영이 완전히 오해하자 이수호의 안색이 확 돌변했다.“뭐라고? 집어삼켜?”생각도 참 야무진 그녀였다.할머니는 확실히 그런 생각을 지녔지만 이수호는 절대 아니다.옆에 있던 안지원이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그건 정말 오해예요, 아영 씨. 대표님은...”“대표님은 뭐요? 도원 그룹을 넘본 게 아니라고요? 말도 안 돼!”오늘 이경 그룹에서 초대한 사람들은 죄다 강주의 유명 인사들이다. 게다가 언론사까지 불러왔는데 도아영과 이수호의 관계를 널리 떠벌릴 목적이 아니라면 과연 누가 믿을까?도아영은 그저 헛웃음만 새어 나왔다.이수호까지 남현숙과 같은 생각일 줄이야.“잘 들어! 난 절대 너희 집안까지 통째로 집어삼킬 생각 따위 없어!”이수호가 그녀에게 바짝 다가섰다.요즘 그는 줄곧 도아영을 향한 솔직한 감정을 마주했다. 그가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자 도아영이 뒤로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403화

    도아영도 거절하지 않았다. 그와 함께 다니는 모습을 외부인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도원 그룹에 유리한 일이니까.“의외네요, 대표님. 할머니 말 한마디에 선뜻 저를 만나주시네요?”도아영이 야유 조로 쏘아붙였다.그녀는 이수호가 마냥 귀찮을 따름이었다.꼭 마치 이전에 이수호가 그녀를 대했던 것처럼 말이다.이제 둘의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할머니가 널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게 좋은 일인 것 같아?”다들 눈치챈 상황을 도아영이 모를 리가 있을까?그는 도아영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오늘 그녀는 금빛 롱드레스를 입고 풀메이크업을 장착하여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옆모습을 본 순간 이수호가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그녀의 모습과 전에 봤던 제니의 모습이 완전히 똑같으니까.그의 따가운 시선에 도아영이 미간을 구겼다.“다들 지켜보는데 뭐 하는 거예요?”“조용히 해.”이수호는 그녀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봤다.한시라도 빨리 본인의 추측을 인증받고 싶은 모양이다.제니는 차갑고 도도한 미인상이라 섣불리 다가설 수 없는 매력을 내뿜는다.외모도 강주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어여쁜 도화안은 강주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비쥬얼이었다.제니를 처음 볼 때부터 도아영과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제니의 모든 제스처가 도아영과 달랐으니까.이수호도 딱히 의심하지 않았지만 한성대 졸업시험에서 도아영의 성적 때문에 또다시 수상한 느낌이 들었다.반년 가까이 휴학한 학생이 기말고사에서 이토록 높은 성적을 따낼 수 있을까?그녀가 적은 답안은 명확한 사고와 충분한 이론을 지녔다. 이건 비즈니스 베테랑만이 작성할 수 있는 답안이었다.제니의 학력까지 떠올리자 이수호는 눈앞의 도아영을 더더욱 의심하게 됐다. 그녀가 바로 명성이 자자한 위너 그룹 CEO 제니가 아닐까?“다 봤어요?”도아영이 두 눈을 깜빡거렸다.반짝이는 눈동자는 차갑고 도도한 제니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내가 괜한 생각을 했나?’이수호는 미간을 구겼다.“왜 그렇게 봐요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402화

    ...주위에 온통 쉬쉬거리는 소리뿐이었다.도아영이 오늘 왜 이 파티에 참석했는지 다들 너무 궁금했다.로열 호텔 안, 안지원이 2층 휴식실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손님들 다 도착하셨습니다. 이제 내려가 봐야 할 것 같아요.”“알았어.”이수호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눈만 감으면 어제 도아영이 했던 말만 떠올랐으니까.할머니가 이 파티를 열지만 않았어도 두 번 다시 도아영을 마주 하고 싶지 않았다.아래층.도아영은 등장하자마자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화려한 드레스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이제 도원 그룹의 유일한 상속자가 됐기 때문이다. 도아영과 결혼할 사람은 자연스럽게 도원 그룹도 차지하게 된다.그녀에게 불의의 사고라도 생기면 도씨 일가의 전 재산이 남편에게 돌아갈 것이다.장내에 있는 남성들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아영아, 얼른 할미 곁으로 와.”남현숙이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혐오에 찬 표정이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었다.도아영도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남현숙에게 다가갔다.남현숙은 그녀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우리 아영이 점점 이뻐지네. 수호랑 오랜만이지? 금방 내려올 테니 함께 얘기도 나누고 오붓한 시간 보내. 젊은 사람들끼리 춤도 추고 와인도 마시고 얼마나 좋아?”남현숙은 지금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식으로 연기하고 있었다.도아영은 이씨 일가 사람이란 걸 이 자리에서 선포하는 거나 다름없다.아무도 감히 도아영을 넘보지 말라는 의도였다.이에 도아영이 가볍게 웃었다.“아니요, 대표님을 어제도 만난 걸요. 왠지 나랑 함께하기 싫은 눈치였어요.”마침 위층에서 내려오던 이수호가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어제 일을 되새기자 그는 또다시 사색이 되었다.“허튼소리! 수호는 내가 제일 잘 알아. 전에 파혼하려던 건 홧김에 그랬어. 젊은 애들이 그렇지 뭐. 누가 뭐래도 수호는 널 아주 많이 좋아해. 오늘도 너한테 사과하려고 하던데?”남현숙은 웃으면서 이수호를 불러왔다.뭇사람들은 이 광경을 빤히 지켜봤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401화

    이수호는 할머니의 말뜻을 너무 잘 이해한다.전에는 단지 도아영의 신분이 적합해서 그녀와 약혼하려던 거라면 지금은 도씨 일가 전체를 거머쥘 기회가 생겼다.그는 또다시 오늘 낮에 도아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고 자존심에 큰 타격을 입었다.“할머니는 이번 일에 신경 쓰지 마세요. 우린 이미 파혼했으니 절대 결혼할 리 없어요.”말을 마친 이수호가 위층으로 올라갔다.남현숙은 손주 녀석의 성격을 잘 알기에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래, 네가 굽히지 못하겠다면 이 할미가 직접 나서야지 어쩌겠어.’다음날, 유정연이 감방에 갇히고 도지호가 집에서 쫓겨난 소식이 이 바닥에 쫙 퍼졌다.도아영은 도씨 일가의 유일한 상속자로서 이번에 매우 순조롭게 도원 그룹을 이어받았다.학교에 관한 일도 일단락되었으니 그녀는 한창 도원 그룹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아영 씨, 아침에 이씨 일가에서 찾아왔습니다. 오늘 저녁에 아영 씨더러 로열 호텔 파티에 참석하라고 하시네요.”“이씨 일가에서요?”‘이수호가 또 찾아온 거야?’도아영은 잠시 의심했지만 곧이어 남현숙임을 알아챘다.그 어르신은 능구렁이와도 같은 분이니까.도아영이 도원 그룹을 상속받자마자 파티에 초대하다니, 이건 절대 호의일 리가 없다.“아영 씨는 이제 도원 그룹 오너가 됐으니 이번 파티에 당연히 참석하셔야 해요. 게다가 앞서 이씨 일가와 도씨 일가가 사이가 나쁘다는 소문이 떠돌다 보니 많은 협력사에서 감히 우리와 협력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경 그룹 눈 밖에 날까 봐 두려운 거죠. 이번에 이씨 일가에서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하면 많은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을 수 있을 테고 도원 그룹 상황도 훨씬 나아질 겁니다.”주연우가 하는 말을 도아영도 물론 잘 알고 있다.다만 이경 그룹의 파티에 참석하기에 앞서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남현숙에게 득이 돼선 안 되고, 이씨 일가와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 게 아니라고 외부에 알려야 하니까.하지만...오늘 밤에 이수호를 만날 걸 생각하면 그녀는 머리가 지끈거렸다.“드레스 한 벌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400화

    “가시죠, 규리 씨.”“아니요! 대표님 좋은 사람인 거 알아요. 예전에 쌓아온 정을 봐서 우리 이모 한 번만 구해주세요!”“더는 우리 집에 나타나지 말라고 분명 말했을 텐데?”이수호가 싸늘한 눈길로 쳐다보자 임규리는 등골이 오싹했다.며칠 전에 강이나가 찾아와서 그와 임규리에 관한 스캔들을 일러바쳤는데 고작 여자들의 수작인지라 이수호는 딱히 간섭하지 않았다.어차피 임규리와 아무 사이도 아니니 똑똑한 사람이라면 둘이 불가능하단 걸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수호와 임규리는 신분 격차가 너무 크니까.그 소문들은 임규리가 지어낸 거로밖에 결론이 나지 않는다.이수호는 이렇게 꼼수가 많은 여자가 딱 질색이다.한편 임규리는 아직 본인이 한 일을 이수호에게 들킨 줄 모르고 계속 유정연을 위해 사정했다.“이모도 도씨 일가 사람인데 대표님 정말 안 도와주실 거예요?”“안 비서! 내 말 안 들려?”“알겠습니다, 대표님.”안지원이 또다시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임규리 씨, 계속 이러시면 끌어내는 수밖에 없어요.”그녀는 사색이 되었다.유정연이 감방에 간 일이 한성대에 소문이라도 퍼지면 그녀의 인생도 끝장이다.한성대에 들어온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모든 거짓말이 들통나고 더 이상 뒷배가 없다는 게 알려지면 남은 3년은 어떻게 버텨내란 말인가?아마 학자금도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다.“대표님, 제발요! 저희 이모 한 번만 도와주세요. 할머니, 제가 요 며칠 시중만 잘 들어줬잖아요. 그러니까 제발요! 우리 이모 구해주세요.”임규리는 눈물범벅이 되었다.한편 남현숙은 이수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그녀가 한심할 따름이었다.“네 이모가 그런 짓을 저질렀으니 우리도 할 수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도씨 일가의 일이니 정 도움을 구하고 싶다면 아영이 찾아가 보거라.”도아영을 언급한 순간 이수호의 두 눈이 반짝였다.그녀가 도와줄 리 있을까?왠지 유정연이 감방에 들어간 것도 도아영과 연관이 있을 듯싶었다.다만 아직도 그녀 생각 중인 자신을 되돌아보며 이수호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399화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넌 도씨 일가의 상속자도 아니고 우리 아빠 아들도 아니야. 법적으로 볼 때 오늘부로 너희 두 모자는 우리 집안과 아무 관련이 없어. 정신 좀 차려, 지호야!”도아영은 야유 조로 쏘아붙였다.전생에 아빠가 그녀에게 회사를 물려주셨는데 마음 약한 도아영이 유정연 모자에게 고스란히 건넸다. 결국 아빠의 회사는 3년도 안 돼서 부도났고 유정연은 도지호를 데리고 안용준과 함께 도망치려 했다.그러니 이번 생은 무슨 일이 있어도 유정연 모자와 도원 그룹을 떼어놓아야 한다.“이 자식 끌어내.”도아영이 차갑게 분부하자 도씨 일가의 경호원들이 곧장 도지호를 이 집에서 끌어냈다.그는 슬리퍼를 신은 채 반항할 여지도 없이 처참하게 집에서 쫓겨났다.“도지호랑 유정연 물건들 싹 다 정리해서 밖에 내다 버려요!”“네, 아영 씨.”주연우는 곧바로 위층에 사람을 보내서 도지호와 유정연의 물건을 싹 다 처리했다.도아영은 다 정리한 물건들을 도지호에게 내던졌다.옷과 신발, 책까지 버려진 걸 보더니 도지호는 안색이 잔뜩 일그러졌다.“다들 여기서 잘 지켜. 도지호는 이제 우리 집안과 아무 관련이 없어. 만약 얘가 우리 집에 찾아와서 소란 피우면 그 즉시 경찰에 신고해.”“네, 알겠습니다.”도아영은 그가 소란을 피울 걸 염두에 두고 일부러 경비소를 차렸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도지호는 미친 듯이 철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도아영! 난 네 동생이야! 나한테 이러면 안 돼! 당장 문 열어! 나야말로 도씨 집안 아들이잖아!”도아영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게 집으로 들어갔다.유정연 모자의 흔적이 없는 이 집안은 그제야 온화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선사했다.“아영 씨, 다음 계획은?”“유정연 전 재산을 회사 계좌로 입금했어요. 그동안 모자랐던 금액을 채운 셈이죠. 이제 드디어 도원 그룹 협력 프로젝트를 운행하게 됐으니 당분간은 위기를 벗어났다고 보면 돼요.”‘이수호만 잠자코 있다면...’도아영은 이렇게 생각했다.그녀는 오늘 이수호를 가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398화

    저녁 무렵, 도지호는 집에서 줄곧 도아영의 연락만 기다렸다.도원 그룹의 차가 집 앞에 도착하자 그는 부리나케 달려나갔다.차에서 내리는 도아영을 보더니 도지호가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었다.“너 뭐야? 왜 전화를 안 받아? 집에 무슨 일 생긴 줄 알아? 당장 나랑 경찰서 가서 엄마 모셔와야지!”도지호가 명령 조로 쏘아붙이며 도아영의 손목을 붙잡고 경찰서로 갈 기세였다.이에 도아영이 그를 힘껏 내팽개쳤다.도지호는 못 믿겠다는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너 미쳤어? 감히 날 밀쳐?”이 집에서 줄곧 거만을 떨던 도지호였기에 그녀가 매정하게 밀쳐버릴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이제 막 그녀에게 손을 대려고 할 때 주연우가 덥석 막아서더니 가볍게 도지호를 제압했다.“너도 미친 거야? 우리 집안 따까리 주제에! 확 잘리고 싶어?”도지호는 힘으로 안 되니 고래고래 소리만 질렀다.이에 도아영이 차분하게 말했다.“잘 들어. 넌 이제 우리 집안 사람이 아니야. 회사에서도 아무런 직급이 없으니 주 비서는 제쳐두고 이 집안 가정부도 네 멋대로 자를 순 없어.”“이년이 지금 뭐라는 거야? 나 도지호야! 왜 이 집안 사람이 아닌 건데? 엄마가 잡혀간 틈에 내 자리를 빼앗으려고? 꿈 깨! 미친X아!”그는 기세등등한 눈빛으로 도아영을 째려봤다.하지만 도아영은 시큰둥하게 쓴웃음만 지었다.“네가 우리 아빠 아들이야? 쥐뿔도 아닌 게 무슨 자리까지 빼앗는다고 그래? 너희 엄마 안용준이랑 바람피운 건 알지? 안용준은 내가 직접 처리했고 너희 엄만 너그럽게 용서했어. 그런데 여태껏 회사 공금을 횡령하고 끊임없이 회사 자산에 손댔더라? 대체 언제까지 우리 집안 재산을 노릴 건데? 너희 두 모자 좀 너무하단 생각은 안 들어?”“개소리 치지 마! 우리 엄마가 어떻게 딴 남자랑 바람을 피워?”도지호의 안색이 확 일그러졌다.“네가 아직 어리니 그동안 나한테 무례하게 굴었던 건 그냥 눈감아줄게. 하지만 너희 엄마는 우리 아빠랑 도원 그룹에 미안한 짓을 너무 많이 저질렀어. 그건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397화

    사채업자들은 꽤 모아진 자산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드디어 도씨 저택을 떠났다.유정연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채에 딱 한 번 손을 댔더니 아들과 함께 전 재산을 털릴 줄이야.한편 도아영은 도원 그룹에서 사채업자의 전화를 받았다.“아영 씨, 분부하신 일은 다 해결했습니다. 모든 물건을 현금화해서 이체해드리겠습니다.”“알겠어요. 오늘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별말씀을요. 서 대표님 분부대로 했을 뿐입니다.”도아영은 가볍게 웃었다. 이 모든 건 서현우의 공로이니까.그의 조언대로 유정연 모자의 전 재산을 손쉽게 챙겼고 이 또한 아빠 도석진이 받아야 할 몫이다.전화를 끊은 후 도아영은 주연우에게 분부했다.“이제 다 됐어요. 시작해볼까요?”“네, 알겠습니다.”주연우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도씨 저택에서 유정연 모자가 멍하니 넋 놓고 있을 때 문밖에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유정연은 화들짝 놀랐고 도지호도 어안이 벙벙했다.‘오늘 무슨 날이야? 경찰차는 또 뭔데?’유정연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경찰이 집안으로 들어와서 다짜고짜 그녀에게 수갑을 채웠다.“신고받고 왔습니다. 유정연 씨, 당신은 금융범죄 혐의로 체포되었으니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네? 뭐라고요? 금융범죄라니? 그게 대체 뭔 말인데요?”유정연은 몹시 당황했지만 경찰은 그녀의 변명 따위 들어줄 여유가 없었다.“서로 가서 조사받으시죠! 당장 끌고 가!”“당신들 뭐야? 왜 우리 엄마를 잡아가는 건데?”도지호가 쫓아가려 했지만 경찰은 아예 무시한 채 유정연을 차에 태우고 떠나가 버렸다.오늘 발생한 모든 일이 괴이할 따름이었다.도지호는 곧바로 도아영에게 연락했다.평상시에는 그렇게 연락이 잘 되던 도아영인데 오늘은 도통 받지를 않았다.“전화 좀 받아!”그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유정연이 경찰에 잡혀가니 그는 가장 먼저 도아영이 떠올랐다.그녀 말곤 엄마를 구해줄 사람이 없으니까.도원 그룹에서 도아영은 쉴 새 없이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396화

    “왜 그래요 갑자기? 무슨 일 있어요?”유정연은 사채에 손을 댄 일을 죽어도 도아영에게 고백할 순 없었다.도씨 일가의 가훈이 바로 사채에 손을 대지 않는 거니까.소문이라도 나면 체면이 바닥나고 도아영에게 쫓겨날지도 모른다.한편 도아영은 그녀가 사채를 빌린 걸 진작 알고 있어 입꼬리를 씩 올렸다.“지금 바로 연락해 계약서 보낼 테니까 거기 사인만 하면 효력이 발생할 거예요. 아줌마랑 지호가 우리 아빠 재산을 포기한다는 조건으로 계좌이체 해드릴게요. 사인만 하면 재무팀에 바로 연락해서 돈 보낼게요.”기세등등한 남자들을 보고 있자니 유정연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이 없었다.“알았어! 사인할게. 바로 할게!”도아영이 곧장 휴대폰으로 계약서를 보내왔다.유정연은 꼼꼼히 읽어볼 새도 없이 바로 사인했고 계좌에 거액이 들어왔지만 모든 걸 사채업자에게 털렸다. 20초도 안 되는 사이에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다만 겁에 질린 유정연은 이 과정의 수상한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이봐! 아직도 돈 있잖아! 바로 내놓으면 될 것이지 왜 이렇게 질질 끌었어? 돈 될만한 액세서리들 당장 내놔!”유정연은 허겁지겁 위층에 올라가 보물처럼 아끼던 액세서리를 모조리 꺼냈다.이것들은 전부 도석진이 생전에 그녀에게 선물한 값비싼 액세서리들이다.수년간 아까워서 제대로 착용하지도 못했고 그저 도지호의 생일날 딱 한 번 치장하고 나갔었다.“여기 있어요. 이거면 되나요?”그녀는 액세서리를 사채업자에게 건넸다.“이년이 감히 내 앞에서 꼼수를 부려? 분명 더 있을 거야! 다 내놔! 이까짓 거로 누구 입에 풀칠하겠어?”앞장선 남자가 그녀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유정연은 화들짝 놀라서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숨긴 건 맞지만 이 사람들이 대체 그것까지 어떻게 알아낸 건지 더는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그녀는 마지못해 여태껏 보관한 모든 액세서리와 명품 가방, 옷들까지 꺼냈다.“이 새끼도 있잖아! 얘 것도 싹 다 꺼내!”도지호는 평상시에 손이 커서 가격도 안 보고 물건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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