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Bab 71 - Bab 80

100 Bab

제71화

어르신은 도아영에게 시선을 돌렸다.“아영아, 그냥 아무거나 대충하면 돼. 난 볼일 있어서 이만 가볼게.”말을 마친 어르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집 밖을 나서기 전에 이수호에게 따끔하게 눈치를 주기까지 했다.곧이어 집안에 도아영과 이수호 두 사람만 덩그러니 남게 됐다.“언제까지 서 있을 거야? 얼른 가서 밥해.”그녀를 바라보는 이수호의 눈가에 존중과 배려라곤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집에 아무도 없는데 왜 끝까지 연기해요?”도아영은 그를 바라보며 시큰둥하게 물었다.“정말 배고프면 배달시켜요!”“뭐?”그녀는 홀로 주방에 들어가 손을 씻고 음식 준비에 나섰다.이를 본 이수호가 쓴웃음을 지었다.“어쭈? 나보고 배달시키라더니 또 밥을 하는 거야? 진짜 가고 싶으면 할머니 안 계실 때 그냥 나가버리면 되잖아.”“수호 씨, 정말 바보예요?”도아영이 무덤덤하게 물었다.“할머니는 지금 우리 둘만 집에 남겨둬서 서로 좀 더 친해지라고 하는 건데 내가 어떻게 이 집을 나가요? 아마 밖으로 문이 잠겨서 열리지도 않을걸요.”이수호는 반신반의하며 대문 앞으로 다가가 힘껏 손잡이를 잡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밖으로 잠겨서 도통 열리지 않았다.도아영은 손을 씻고 냉장고에서 식자재를 대충 짚이는 대로 꺼냈다.“지금 배달시키면 문을 열 수도 있어요.”이에 이수호가 휴대폰을 꺼내 배달음식을 주문하려고 했다. 하지만 휴대폰에 신호가 전혀 안 잡히고 집안 전체에 와이파이가 꺼진 상태였다.순간 이수호의 안색이 확 짙어졌다.도아영은 그런 그의 표정을 살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난 그저 내가 먹을 만큼만 해요. 수호 씨 배고프면 직접 하시든가요.”“지금 장난해?”그가 미간을 찌푸렸다.어르신이 집안 도우미들까지 싹 다 빼돌렸으니 이제 정말 그를 위해 밥을 해줄 사람이 없다.도아영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간단한 계란말이를 했다. 주방에서 간간이 풍미로운 음식 향이 감돌았다.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이수호는 그 냄새에 곧장 신경이 쏠렸다.“뭐해, 지금?”“어떤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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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적당히 해라, 도아영.”이수호가 정색하며 쏘아붙였다.“내가 진짜 먹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그럼 편한 대로 하세요, 수호 씨.”그럼에도 도아영은 도발하듯이 그를 앞에 두고 맛있게 밥을 먹었다.어려서부터 귀하게 자라온 이수호는 영락없는 요알못이다.그녀가 일부러 약 올리자 이수호가 화내긴커녕 피식 웃었다.‘이 여자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왔지. 이제 점점 날뛰네?!’그는 주방에 들어가 라면을 꺼내더니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이를 본 도아영은 더 크게 웃어댔다.‘네가 과연 뭘 할 수 있을까?’아니나 다를까 주방에 인기척이 점점 더 커지더니 이수호가 달랑 라면 한 그릇을 들고 나왔다.이미 밥을 다 먹은 도아영은 빈 그릇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가며 라면을 힐긋 살피다가 경멸의 미소를 지었다.그 웃음에 이수호는 마침내 분노가 폭발했다.“방금 웃었어?”“아니에요, 아무것도. 괜한 생각 마세요, 수호 씨.”도아영은 그의 두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답했다.“그냥 설거지하러 들어온 것뿐이에요.”말은 이렇게 하지만 경멸에 찬 미소가 모든 걸 의미했다. 성인 남자가 돼서 밥도 제대로 못 하냐고 비아냥거리고 있었으니까.그 순간 이수호는 입맛이 싹 다 가셨다.그는 와인장에서 와인 한 병 꺼내 잔에 따른 후 벌컥벌컥 마셨다.이 남자는 위가 나빠서 저녁을 안 먹으면 속이 엄청 쓰리다. 그럼에도 이수호는 매일 밤 습관처럼 와인을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도아영은 문득 전생에 자신이 너무 멍청하게 느껴졌다. 이런 인간을 위해 술을 끊게 하려고 모진 애를 썼으니 말이다.그렇게 남 걱정을 할 바에 차라리 본인이나 더 챙기는 게 훨씬 나을 법했다.그녀는 더 이상 이수호를 쳐다보지 않았다.‘그래, 마셔. 마시고 죽어도 내가 알 바 아니야.’시간이 일분일초 흐르고 거실 분위기가 점점 더 이상하게 변해갔다.도아영은 줄곧 시간을 쟀는데 11시가 다 됐어도 어르신은 돌아올 기미가 없었다.한편 이수호는 계속 소파에 기대 신문을 읽고 있었다.참다못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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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방안의 구조는 변한 것 없지만 그녀의 물건들만 쏙 빠졌다.그 모습을 본 도아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쓴웃음을 지었다.‘아영아, 넌 정말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이었네?’그녀가 방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옆 방에서 갑자기 덜컥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도아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이수호의 방으로 걸어갔다.코를 찌를 듯한 짙은 향기가 방안에 진동했고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본 도아영은 멍하니 넋을 놓고 말았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이수호가 어느새 그녀를 방으로 끌어왔다.“도아영, 너 진짜 대단해!”그는 두 눈에 싸늘한 한기를 내뿜으면서 도아영에게 쏘아붙였다.거친 숨소리와 빨갛게 물든 얼굴의 홍조, 게슴츠레한 눈빛까지 어느 하나 정상인 게 없었다.이 남자는 도아영의 목을 꽉 졸랐다. 곧 질식할 것만 같은 그녀가 몸부림치며 말했다.“수호 씨, 일단 이것부터 놓고 얘기해요!”“너랑 할머니가 짠 시나리오야? 참 대단해!”“이거 놓으란 말이야!”그녀는 온몸의 힘을 다해 이수호를 밀치고 기침을 해댔는데 짙은 향기가 기도를 타고 흘러들어오는 느낌이었다.도아영은 사색이 된 채 주위를 쭉 둘러보았다. 그제야 이수호의 방에 빨간 커튼을 치고 조명도 누가 미리 손을 썼는지 야시시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이런 게 바로 네가 원하던 거야? 더러워 진짜!”그는 엄청난 힘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도아영을 침대에 깔아 눕혔다.꼼짝달싹할 수 없게 된 도아영이 그에게 큰소리로 외쳤다.“정신 차려, 이수호!”어떻게든 밀쳐내려고 힘껏 몸부림쳤지만 곧바로 이수호에게 다시 깔리고 말았다.이수호는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겁게 타올랐다.그녀도 이 남자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도를 느낄 수 있었다. 최대한 숨을 들이마시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향기가 어느새 코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이거 놔!”도아영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고 이수호는 그녀가 발악할수록 더 흥분하며 아예 위에 올라탔다.“놔달라고? 대체 언제까지 고고한 척할래? 응?”그가 중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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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야, 도아영! 너 이런 취향이었어? 도원 그룹 딸이나 돼서 낯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이게 뭐 하는 짓이야?”“퉤!”도아영은 그런 이수호를 빤히 쳐다봤다.“취향은 개뿔!”그녀는 곧이어 이수호의 방안의 불을 환하게 켰다.하지만 이미 개조한 조명이라 전보다 더 빨갛게 변해버릴 따름이었다.눈앞의 광경에 그녀는 표정이 굳어버렸다.이수호가 아찔한 눈빛으로 쳐다보니 더 깊게 오해한 게 분명했다.다만 도아영도 이제 더는 짙은 향기를 감당할 수가 없어 얼른 그 향의 근원을 찾아 나섰다.곧이어 향초를 발견했고 가차 없이 물을 뿌려서 불을 끈 후 베란다로 달려가 모든 창문을 열어놓았다.차가운 바람이 방안에 불어와 공기 속의 향기를 모조리 집어삼켰다.도아영은 신선한 공기를 맡고 나서야 몸이 한결 개운해졌다.이수호도 좀 전보다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었다.그녀는 침대에 있는 이수호를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잘 들어요. 이번 일은 나랑 아무 상관없어요. 그리고 또! 이 방 안의 물건들 내가 손댄 거 아니에요!”잠자코 듣고 있던 이수호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지금 끈을 풀어줄 테니 일단 가서 찬물에 샤워해요. 만에 하나 또 나한테 몹쓸 짓 한다면 그땐 확!”그녀는 목을 그어버리겠다는 시늉을 했다.이수호도 방금 그녀에게 걷어차인 장면을 되새기며 안색이 점점 짙어졌다.“내 말 제대로 이해했으면 풀어줄게요. 끝까지 이해 못 했다면 내일 아침 안 비서가 와서 풀어줄 때까지 기다리든가요!”“일단... 이거 풀어줘.”이수호는 아까보단 이성을 되찾은 모습이었다.그제야 도아영도 앞으로 다가가서 끈을 풀어주었다.하지만 그녀가 다가서자마자 몸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이수호는 그녀의 옆모습을 힐긋 보았는데 볼이 살짝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약물 작용인지 아니면 진짜 예뻐서인지 왠지 모르게 도아영한테서 매혹적인 분위기가 흘러넘쳤다.“다 됐어요.”그녀가 풀어주자마자 이수호는 무언가에 홀린 듯 덥석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도아영은 눈앞이 빙 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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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그러고는 바짝 긴장한 채 문 앞을 주시했다.한편 문밖의 발걸음 소리도 멈췄는데 아무래도 문에 기대 안의 인기척을 엿듣는 모양이다.이수호는 고개를 들고 도아영의 갸름한 얼굴을 바라보다가 저도 몰래 시선이 흘러내려 그녀의 쇄골과 새하얀 속살의 가슴 라인까지 보게 됐다.도아영의 몸에서 나는 향기는 흔한 향수 냄새도 아니고 화장품 냄새도 아닌 깔끔하고 자연스러운 체취인지라 저도 몰래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졌다.이때 갑자기 그녀가 버럭 소리쳤다.“뭐 하는 거예요 지금?!”이어서 재빨리 제 옷을 꼭 잡았고 단추가 안 풀린 걸 확인하고 나서야 이수호의 셔츠를 마구 헐뜯었다.쓱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남자의 안색도 어둡게 돌변했다.“도아영, 너...”“이수호 씨! 제발 정신 좀 차려요! 강이나 씨 생각은 안 해요? 이거 놓으라고요!”그녀는 이수호를 빤히 쳐다보며 엄청 화내는 표정을 지었지만 정작 말투는 교태가 차 넘쳤다.그는 도아영의 원맨쇼를 지켜보면서 실소를 터트리곤 단번에 그녀를 침대에 깔아 눕혔다.갑작스러운 반격에 도아영이 본능적으로 비명을 질렀고 주도권은 또다시 이수호에게 돌아갔다.도아영은 이를 악물고 나지막이 말했다.“이수호! 이거 안 놔?”“연기는 너부터 시작했잖아. 할 바엔 제대로 해야지.”그는 말하면서 도아영의 허리를 확 비틀었다.너무 아픈 나머지 그녀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신음을 냈다.심지어 차오르는 고통에 눈물까지 맺히고 말았다.이수호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두 눈을 깜빡거렸다.이제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는데 또다시 울화가 치밀어오르는 기분이었다.그 시각 문밖에서 듣고 있던 사람은 몰래 웃으면서 살금살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러고는 집에 돌아온 어르신께 신나게 보고를 드렸다.“어르신, 걱정 마세요. 제가 방금 엿들었는데 두 분 아주 잘 지내고 계십니다.”가정부는 더 상세하게 설명하진 않고 가볍게 미소만 지었다. 그제야 어르신도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큰마음 먹고 오늘만을 위해서 준비해왔는데 드디어 성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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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그래. 오늘 일은 너랑 상관없다고 쳐. 그렇다고 네가 정말 나를 해칠 마음이 없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아니요. 난 수호 씨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요.”도아영은 이 남자와 대화하는 게 너무 유치해서 옆으로 확 밀치곤 침대에서 일어났다.“너 지금 나가면 우리 방금 연기였다는 걸 할머니께서 바로 눈치채실 거야.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세 번도 더 할 분이잖아.”“그럼 어쩌라고요? 설마 나더러 여기서 밤을 지새우란 말이에요?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말은 이렇게 하지만 도아영도 썩 나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이수호의 말대로 지금 나가면 어르신이 바로 눈치채실 테니까.그렇게 되면 좀전의 열연은 수포가 되어버린다.이때 이수호가 침대를 가볍게 내리치며 그녀에게 말했다.“이리 와.”도아영도 이번엔 순순히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얌전히 옆에 누워서 잘 줄 알았는데 그녀가 갑자기 씩 웃더니 이수호가 덮고 있는 이불과 베개를 모조리 빼가는 것이었다.순간 이수호의 표정이 얼음처럼 굳어버렸다.“고마워요. 방이 워낙 커서 대충 바닥에서 자면 될 것 같아요.”곧이어 그녀는 이불을 바닥에 펴기 시작했다.이 광경을 본 이수호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너 정말...”“굿나잇.”도아영은 그의 말을 단칼에 잘라버리고 빨간 LED 조명까지 싹 다 꺼버렸다.방안에는 오직 흐릿한 빨간색 스탠드만 켜져 있었고 이수호는 갑갑해서 질식해버릴 것만 같았다.전에는 도아영이 들러붙어도 싫다고 거부했는데 이젠 선뜻 기회를 줘도 이 여자가 손절하고 있다니...‘좋아! 두 번은 없어! 평생 없다고!’그는 스탠드까지 확 꺼버렸다.그 시각 가정부는 뒷마당에서 이수호의 방안에 불이 다 꺼지자 얼른 어르신께 말씀드렸다.어르신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내일 아침에 바로 가서 강이나 씨 불러와.”가정부는 순간 어르신의 뜻을 알아채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어르신.”다음날 이른 아침.도아영이 어렴풋이 눈을 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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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도아영의 옷은 어젯밤에 둘이서 한바탕 실랑이를 벌인 탓에 주름이 가득 잡혔다.이수호는 대충 흰 셔츠를 한 장 집어서 그녀에게 내던졌다.곧이어 그녀는 셔츠를 챙기고 욕실로 향했다.욕실 문이 닫히자 반투명한 유리로 그녀의 섹시한 실루엣이 드러났는데 이를 본 이수호는 다 식었던 마음이 또다시 뜨겁게 불타올랐다.욕실에서 물소리가 흘러나왔다.이수호는 아무리 정신을 다잡아보려고 해도 물소리 때문에 진정할 수가 없었다.그녀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이수호는 한창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바디워시 다 썼어요. 새로 하나 사줘야 해요?”“내가 고작 바디워시로 너랑 따지고 들까 봐?”이수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쳐다봤는데 방금 건넨 흰 셔츠를 입고 있는 모습이 너무 매혹적이었다.도아영은 원래 늘씬한 몸매에 매끈한 다리를 지녔고 셔츠가 마침 허벅지까지 닿아서 새하얀 다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위로 시선을 올리면 축축이 젖은 긴 머리가 어깨에 드리워지고 셔츠가 넉넉한 탓에 쇄골이 선명하게 보였다.전엔 몰랐는데 도아영은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이제 그만 내려가 볼까요?”도아영은 한시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일단 아래층에 내려가서 어젯밤엔 둘이 함께 한 방에서 보냈다는 걸 증명하기만 한다면 할머니도 만족해하실 테고 그녀도 순조롭게 집에 돌아갈 수 있다.이수호는 빨리 집에 가고 싶어 하는 그녀를 보더니 야유 조로 말했다.“뭐가 그렇게 급해?”“그럼 설마 나랑 계속 한방에서 지내고 싶으세요?!”도아영은 이 말을 내던지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려 했다. 이수호의 옆을 스쳐 지나갈 때 그녀의 몸에서 나는 바디워시의 향기가 코를 찔렀는데 본인 몸에서 나는 냄새와 똑같은 향이었다.이것 참 묘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수호는 끝내 멍하니 넋 놓고 있었고 보다 못한 도아영이 질문을 건넸다.“안 가요?”그녀가 침실 문을 열자 이수호도 나지막이 말했다.“알았어.”그는 방금 그 느낌이 너무 싫어서 얼른 시선을 거둬들이고 싶었지만 자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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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그녀가 입을 열고 이제 막 뭐라 해명하려 했지만 어르신이 어느덧 손짓하고 있었다.“아영아, 얼른 우리 집에 증손주를 안겨줘야지.”그 순간 강이나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고 그대로 집 밖을 뛰쳐나갔다.이수호도 재빨리 그녀를 쫓아갔다.“이나야!”이수호는 달려가면서도 고개를 홱 돌리고 도아영을 째려봤다.이에 도아영은 가슴이 움찔거렸다.이 남자가 오해하는 건 대수롭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모함을 당한 기분이 실로 말이 아니었으니까.한편 어르신은 이수호가 강이나를 쫓아갈 걸 짐작이라도 한 듯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앉아, 아영아.”“할머니, 아까 일부러 그렇게 말씀하신 거예요?”그녀가 질책하는 투로 물었지만 어르신은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너희 두 사람 약혼도 했겠다, 장차 우리 이씨 일가의 손주며느리가 될 사람이잖니. 걱정 말아라. 강이나는 절대 네 자리를 뺏을 수 없어.”‘뺏을 수 없다고? 할머니 이번 건은 진짜 치명적이시네.’말 한마디에 이수호의 의심을 샀으니 도아영은 앞으로 이씨 일가의 손주며느리가 될뿐더러 평생 할머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그녀는 전생에 줄곧 강이나를 따라 하던 자신이 떠올랐다. 할머니는 그 모습을 다 지켜봐 왔지만 단 한 번도 말린 적이 없다.왜냐하면 그녀가 아무리 똑같게 따라 한다고 해도 절대 이수호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계셨으니까.결국 도아영은 할머니의 환심을 사는 방식으로 이수호의 약혼녀가 되었다.전에는 할머니가 진심으로 자신을 아껴주는 거라고 여겼는데...이 집안 사람들의 수완은 정말 보통내기가 아니었다.“할머니, 별다른 일 없으시면 저는 이만 가볼게요.”도아영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자리를 떠났다.그 모습을 본 어르신은 인상을 살짝 구겼다.옆에 있던 가정부도 한마디 덧붙였다.“어르신, 아영 씨가 점점 공제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전에는 그토록 얌전하고 말을 잘 듣더니 이젠...”이에 어르신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적어도 강이나보단 나으니 대충 살지 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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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뻔뻔스러운 유정연의 몰골에 도아영은 눈빛이 점점 더 싸늘하게 식어갔다.“그런 거라면 아줌마가 잘못 짚었어요. 수호 씨는 지금 날 미워해도 모자랄 판이니 도원 그룹을 도와줄 일은 절대 없어요.”순간 유정연은 어안이 벙벙해졌다.“그게 무슨 말이야?”도아영은 더이상 지루한 물음에 대꾸하기 귀찮아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결국 유정연만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초조한 마음을 달랬다.이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주주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사모님! 회사가 이제 정말 다 망하게 생겼다고요! 대체 자금을 모을 수 있긴 한 거예요?”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또 다른 전화가 들어왔다.유정연은 하는 수 없이 새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너머로 협력업체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도원 그룹 지금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예요? 우리 프로젝트는 언제쯤 다시 진행할 수 있냐고요? 제발 확답을 주세요. 안 그러면 다른 데로 옮깁니다!”유정연은 착잡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저희도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조 대표님, 일단 진정하시고 며칠만 더 시간을 주세요!”“제가 진정하게 생겼어요? 잘 들어요! 오늘 오후까지 확답을 내놓지 못하면 이번 일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겁니다!”상대가 가차 없이 전화를 꺼버렸다.유정연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도아영, 네 이년, 대체 일을 어떻게 한 거야?’그날 점심 유정연은 마지못해 옷을 차려입고 직접 운전하여 도원 그룹으로 출발했다.회사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내부가 이미 아수라장이 되었고 뭇사람들은 유정연을 보더니 기세등등하게 달려왔다.“자자, 다들 일단 진정하시고. 사모님께서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돌아오신 거잖아요!”안용준 상무가 유정연을 지켜주면서 회사 안으로 모셨다.뭇사람들은 회의실에 앉아서 그녀의 확답만 기다렸다.한편 유정연은 오늘 회사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 줄 몰라서 마냥 심란할 따름이었다.회의실에는 담배 연기가 진동했고 주주들 중 한 명이 먼저 입을 열었다.“우리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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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유정연은 회의실을 가득 메운 원성에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도아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도원 그룹이 파산당하면 이 회사의 모든 채무는 반드시 그녀 스스로 갚아야 한다던 말...유정연은 순간 억장이 무너질 것 같았다.“정말이에요! 이제 정말 회사를 아영이한테 넘겼다니까요!”유정연은 말하면서 계약서를 꺼내 보였다.“우린 이미 계약서까지 체결했어요! 며칠 전부터 아영이가 전적으로 회사를 관리하고 있었어요.”유정연은 가방에 있던 물건들을 전부 쏟아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전에 도아영과 체결했던 계약서를 찾아냈다.그때 두 부로 나뉘어서 한 부는 도아영이, 다른 한 부는 유정연이 챙겼었다.뭇사람들은 유정연의 손에 든 계약서가 진짜인 걸 확인하더니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기 시작했다.“망했어... 도원 그룹이 진짜 망하게 생겼다고!”누가 이런 말을 내뱉을 때 회의실 문이 벌컥 열렸다.곧이어 도아영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뭇사람들은 도아영을 보자 멍하니 넋을 놓고 말았다.다만 유정연은 마지막 동아줄이라도 잡은 것처럼 재빨리 그녀에게 달려갔다.“너 드디어 왔네! 얼른 말해. 네가 바로 이 회사 책임자라고 말이야!”도아영은 안달이 난 유정연을 보면서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래서 이렇게 왔잖아요, 아줌마.”“아영 씨,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회사가 왜 아영 씨한테 넘어간 거예요?”몇몇 사람들은 도아영을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그도 그럴 것이 도아영은 전에 오직 이수호의 꽁무니만 쫓아다니고 회사 일은 일절 관심이 없었으니까.이때 도아영의 변호사도 안으로 들어왔다.도아영은 회의실 메인석에 앉으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도원 그룹은 아빠가 제게 남겨주신 산업이니 마땅히 제가 상속받아야 할 자산입니다. 변호사님, 시작하시죠.”“네.”최지수 변호사는 앞으로 나서며 서류 한 부를 꺼냈다.“이건 도 회장님께서 생전에 작성한 유언장입니다. 따님 도아영 씨는 도원 그룹을 물려받게 될 것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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