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0화

작가: 기향난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26 18:20:31
...

유정연은 회의실을 가득 메운 원성에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도아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도원 그룹이 파산당하면 이 회사의 모든 채무는 반드시 그녀 스스로 갚아야 한다던 말...

유정연은 순간 억장이 무너질 것 같았다.

“정말이에요! 이제 정말 회사를 아영이한테 넘겼다니까요!”

유정연은 말하면서 계약서를 꺼내 보였다.

“우린 이미 계약서까지 체결했어요! 며칠 전부터 아영이가 전적으로 회사를 관리하고 있었어요.”

유정연은 가방에 있던 물건들을 전부 쏟아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전에 도아영과 체결했던 계약서를 찾아냈다.

그때 두 부로 나뉘어서 한 부는 도아영이, 다른 한 부는 유정연이 챙겼었다.

뭇사람들은 유정연의 손에 든 계약서가 진짜인 걸 확인하더니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기 시작했다.

“망했어... 도원 그룹이 진짜 망하게 생겼다고!”

누가 이런 말을 내뱉을 때 회의실 문이 벌컥 열렸다.

곧이어 도아영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뭇사람들은 도아영을 보자 멍하니 넋을 놓고 말았다.

다만 유정연은 마지막 동아줄이라도 잡은 것처럼 재빨리 그녀에게 달려갔다.

“너 드디어 왔네! 얼른 말해. 네가 바로 이 회사 책임자라고 말이야!”

도아영은 안달이 난 유정연을 보면서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래서 이렇게 왔잖아요, 아줌마.”

“아영 씨,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회사가 왜 아영 씨한테 넘어간 거예요?”

몇몇 사람들은 도아영을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도아영은 전에 오직 이수호의 꽁무니만 쫓아다니고 회사 일은 일절 관심이 없었으니까.

이때 도아영의 변호사도 안으로 들어왔다.

도아영은 회의실 메인석에 앉으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

“도원 그룹은 아빠가 제게 남겨주신 산업이니 마땅히 제가 상속받아야 할 자산입니다. 변호사님, 시작하시죠.”

“네.”

최지수 변호사는 앞으로 나서며 서류 한 부를 꺼냈다.

“이건 도 회장님께서 생전에 작성한 유언장입니다. 따님 도아영 씨는 도원 그룹을 물려받게 될 것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81화

    도아영을 지지하는 주주는 단 한 명도 없었고, 다들 회사를 매각해서 투자금을 돌려주기를 바랄 뿐이었다.물론 이런 상황은 도아영도 이미 예상했다.그녀가 변호사를 힐끔 쳐다보자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노트북을 꺼냈다.이내 엔터키를 누르는 순간 회사 계좌에 4천억이 입금되었다.“여러분, 보셨죠? 4천억 입금 완료했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4천억이라니? 이렇게 많은 돈을 무슨 수로 마련했단 말인가?이에 유정연도 깜짝 놀랐다.도아영한테 언제 4천억이 생긴 거지?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우르르 몰려드는 주주들을 보자 도아영은 미소를 살짝 지었다.“돈은 이미 들어왔고, 혹시 또 궁금한 점이 있나요?”“4천억 맞아요?”“설마 우리를 붙잡아두기 위한 눈속임은 아니겠죠?”“대체 어디서 난 돈이죠?”...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도아영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대답했다.“지금 돈의 출처보다 회사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해야 하는 게 여러분의 급선무이지 않나요?”“그게...”다들 멋쩍은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며 잠시 말문이 막혔다.이때, 옆에 있던 유정연이 펄쩍 뛰면서 끼어들었다.“도아영! 4천억이 있었으면 진작에 내놓아야지, 대체 무슨 속셈으로 사람들이 불안에 떠는 모습을 마냥 지켜본 거야?”유정연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도아영이라면 회사의 실권을 빼앗아 가기 위해 일부러 덫을 놓고도 남았을 가능성이 컸다.문득 떠오른 생각에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도아영은 유정연을 향해 활짝 웃었다.“아줌마, 내가 이 돈을 마련하려고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는지 알아요? 정작 본인은 기여한 게 없으면서 오히려 타박만 하면 너무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아니...”유정연은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이는 무려 회사의 경영권이 달린 문제이지 않은가?원래 아들에게 물려주려고 했던 회사를 도아영이 날름 가로채게 생겼다.이내 화를 꾹 참고 옆에 있는 안용준을 힐끗 쳐다보았고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최신 업데이트 : 2024-12-26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82화

    유정연이 두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도아영! 그게 무슨 뜻이지?”사람들은 일제히 도아영을 쳐다봤다.안용준이 서둘러 나서서 말했다.“아영 씨는 아직 나이가 어리고, 사모님도 도원 그룹의 발전을 위해서 그러는 거니까...”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아영이 불쑥 끼어들었다.“이 자리에서 아줌마의 편을 들어주면 안 되는 사람이 바로 안 상무이죠.”“그, 그게 무슨 뜻이죠?”안용준은 당최 짐작이 안 갔다.도아영이 웃으면서 말했다.“원래 집안 망신은 시키지 않는 법이라 아줌마의 체면을 봐서라도 참을 생각이었죠. 다만 하나같이 뻔뻔스러운 사람들이 내가 눈 감아 준 것도 모르고 오히려 점점 더 기고만장해져서 염치없이 회사를 빼앗으려고 들잖아요.”“도아영!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유정연이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도아영은 비서에게 눈짓을 보냈다.비서가 노트북을 빠르게 만지자 화면에 곧바로 사무실 CCTV 영상이 나타났다.대표이사실에서 안용준과 유정연은 책상에 걸터앉아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이 장면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안색이 돌변했다.회의실에 있는 임원들은 대부분 도석진의 심복으로서 돌아간 상사의 와이프가 다른 남자와 몸을 섞는 모습을 보니 얼굴빛이 썩 좋지 않았다.유정연과 안용준의 사이는 회사 내부에서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다.아직 임원진만 모를 뿐 직원들은 거의 다 알고 있었다.영상을 확인하는 순간 유정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화가 나서 손가락질하면서 말까지 더듬었다.“감, 감히...!”“아줌마,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데 그동안 우리 아빠는 잘못을 저지른 적이 단 한 번도 없지 않나요? 만약 이혼하고 사모님 자리를 내려놓고 싶다면 말을 하지 굳이 이런 추잡한 짓거리는 왜 해요?”도아영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유정연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안용준은 질겁한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아영 씨! 그때 잠깐 귀신에 씌웠나 봐요. 단지 실수였을 뿐이에요.”“실수? 두 분이 무슨 사이인지는 회사에 이미 소문이 파

    최신 업데이트 : 2024-12-26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83화

    “꺼져!”여자는 미친 사람처럼 유정연을 윽박지르며 협박했다.유정연의 얼굴은 손톱에 할퀴어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비명이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도아영은 눈앞의 광경을 지켜보며 속이 후련하기 그지없었다.한편, 도원 그룹의 위기가 해소되면서 도아영이 정식 후계자로 인정받았다는 소식이 이수호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낮에 있었던 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이수호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수심이 더욱 깊어졌다.“도원 그룹이 위기를 극복했다니? 무슨 방법으로?”“그건 저도 잘... 하지만 아영 씨가 해결했다고 들었어요.”“도아영?”도원 그룹이 도아영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다는 말을 듣자 이수호의 눈빛이 살벌하게 변했다.이를 본 안지원이 잽싸게 말을 보탰다.“대표님, 도원 그룹에 가서 직접 확인해 보시겠어요?”“어제 내 앞에서 열연을 펼치며 이나의 의심을 사게 하더니 할머니랑 거래가 오간 게 분명해. 괜히 오해한 줄 알고 미안해했네.”이수호가 냉소를 지었다.어쩌면 도아영을 정말 과소평가했을지도 모른다.도원 그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곧이어 이수호는 말을 보탰다.“도아영이 어디서 4천억이나 얻어 왔는지 알아봐.”“네, 대표님.”안지원은 자리에서 일어서는 남자를 보고 물었다.“대표님, 어디 가시는...?”“도씨 일가에 가보려고.”이수호의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뻔한 사실 앞에서 무슨 수로 빠져나갈지 두고 볼 거야.”30분 후.도씨 일가.집에 도착한 도아영의 뒤로 유정연이 쫓아오며 악랄한 욕설을 퍼부었다.“도아영! 대단한데? 감히 내 뒤통수를 쳐?”이내 손찌검하려고 했지만 도아영의 발걸음이 워낙 빨라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허탕을 쳤다.도아영은 거실 소파에 앉아서 처참한 몰골의 유정연을 바라보았다.“아줌마, 체면은 이미 충분히 봐줬다고 생각하는데 더 이상 뭘 바라는 거죠?”“뭐?! 대체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하지?”유정연은 도아영을 손가락질하며 길길이 날뛰었다.“네가 안용준의 와이프한테 얘기하는

    최신 업데이트 : 2024-12-26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84화

    그리고 찻잔을 들어 올리는 찰나 손목이 덥석 붙잡혔다.이내 옆으로 탁 쳐내자 찻잔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났다.“지독한 여자 같으니라고, 어젯밤에 자칫 속아 넘어갈 뻔했네.”“그게 무슨 소리죠? 이해가 잘 안 가네요.”도아영은 순진한 얼굴로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이수호의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4천억을 빌리려고 할머니의 연기에 가담한 거지? 일부러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어 이나한테 보여줘서 우리 사이를 오해하게 하다니!”이수호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녀가 남현숙이 준 돈으로 회사의 위기를 모면한 줄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헛다리 짚었네요.”도아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수호를 쳐다보았다.“어젯밤에 있었던 일은 나랑 전혀 무관하죠. 그리고 4천억 원은 내가 직접 마련한 것으로 할머니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어요.”“이제 거짓말까지 하는 거야?”이수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그동안 허영심만 강한 여자인 줄 알았더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람이었네?”말을 마치고 나서 도아영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할머니가 대체 얼마나 큰 은혜를 베풀었으면 날 골탕 먹이려고 이렇게 혈안이 되었을까?”한 뼘 거리까지 다가온 이수호를 보자 도아영은 무의식중으로 뒤로 물러났다.“이수호 씨, 어느 대목에서 그런 시나리오가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난 사실대로 얘기했어요. 그래도 여전히 납득이 안 간다면 어쩔 수 없네요.”대수롭지 않은 도아영의 표정을 보자 이수호는 왠지 모르게 화가 나서 냉소를 지었다.“정녕 내가 당하고만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자신만만해?”“자기애가 너무 강하네요. 이수호 씨한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거든요? 그때 본인이 파혼하지 않으려고 할머니에게 훼방 놓으라고 한 탓에 이 지경까지 왔을 뿐, 아니면 우리는 진작에 남남이 되었을 거예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수호의 안색이 싸늘해졌다.도아영이 한마디 보탰다.“제 생각에는 서로 각자의 길을 걷는 게 좋을 듯싶어요. 어차피 나중에 우리 둘에 대한 소

    최신 업데이트 : 2024-12-26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85화

    이수호는 싸늘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구연준이 널 한 번은 도와줄 수 있어도 평생 지켜줄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 내 약혼녀이자 미래의 이경 그룹 안주인으로서 본분을 지키도록 해.”“뜻인즉슨 매일같이 집안일하고 강아지처럼 이수호 씨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동네방네 비웃음거리로 전락하길 바라는 건가요?”도아영이 피식 웃었다.“그건 도우미나 할 법한 일이죠. 이미 바보짓을 한 적이 있으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예요.”이 말을 듣자 이수호의 표정이 점점 싸늘해졌다.한편, 위층에서 짐을 정리하던 사람이 캐리어를 들고 우르르 내려왔다.안지원이 이수호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말했다.“대표님, 다 됐습니다.”“도아영을 데려가.”이수호가 소파에서 일어서자 뒤에 있던 경호원 두 명이 도아영의 앞으로 걸어갔다.“아영 씨, 가시죠.”도아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지금 이 상황에서 이수호의 말에 토를 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갔다. 자신을 죽도록 미워하던 사람이 이제 와서 집착하는 이유는 뭐지?이씨 일가로 향하는 길에 도아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집에 도착하자 경호원들은 그녀의 짐을 한동안 머물렀던 2층 방으로 옮겼다.도아영은 거실에 우두커니 서 있었고 도통 움직일 기미가 안 보였다.“왜? 그동안 살았던 곳도 까먹은 거야?”이수호가 비아냥거렸다.“내가 데려다줘?”눈에 익은 집안을 둘러보자 저도 모르게 혐오감을 느꼈다.“필요 없어요. 어딘지 저도 알거든요?”지금은 그녀가 집에 머물러 있은 지 단지 3개월밖에 안 되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전생에 무려 3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그동안 마치 가정부처럼 이수호를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모든 일을 도맡았다.한 번은 이수호가 전염성이 강한 중병에 걸렸는데 3일 동안 쉬지 않고 곁을 지켜주는 바람에 결국 체력이 바닥 나서 쓰러지게 되었다.당시만 해도 그녀에게 잘해주겠다고, 이경 그룹의 유일한 안주인이 될 거라며 호언장담했다.하지만 강이나가 귀국하고 나서는 모

    최신 업데이트 : 2024-12-26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86화

    안지원이 잽싸게 말을 보탰다.“대표님,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현재의 도아영은 예전과 전혀 달랐다.아까만 해도 내키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는데 이제 와서 고분고분 주방으로 달려가 요리하고 있다니?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뭐가 불길한데?”이수호가 무심하게 말했다.“도아영 같은 여자를 상대할 때는 자금과 수완으로 협박하면 얌전히 꼬리를 내리게 되어 있어.”저녁 8시가 다가오자 이수호는 2층에서 내려왔다.도아영은 마지막 요리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허리에 두른 앞치마를 풀었다.이수호가 말했다.“올라가서 옷 갈아입고 다시 내려와.”그의 말투는 명령과 다름없었고 도아영이 물었다.“무슨 옷이요?”“아영 씨, 이거 입으시면 돼요.”도우미가 유니폼 한 벌을 건네주었다.물론 자신을 노골적으로 모욕하기 위해 꾸민 꿍꿍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렸다.당연히 발끈할 거라는 이수호의 예상과 달리 그녀는 유니폼을 들고 곧장 2층으로 향했다.“대표님...”안지원이 불쑥 끼어들었다.“아무리 할머님께서 부재중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망신 주다가 나중에 돌아오셔서 알게 되신다면...”“그러든지 말든지.”이수호가 싸늘하게 말했다.“도원 그룹은 기껏해야 이경 그룹의 발판일 뿐이야. 파산 직전의 기업 후계자에게 자존심 따위는 사치에 불과해.”말을 마치고 나서 자리에 앉았다.곧이어 이수호가 초대한 손님이 도착했다.도아영은 줄곧 2층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역시나 그녀의 예상대로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경 그룹과 협력 예정인 외국 기업 재벌 유태범이었다.그동안 구연준과 이수호가 유태범을 두고 끊임없이 경쟁했던 거로 기억했는데 누가 거래를 성사하느냐에 따라 해외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다.도아영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전생에도 이수호는 오늘에 유태범을 집으로 초대해서 만찬을 가졌다. 목적은 다름 아닌 사업을 따내서 구연준을 짓밟는 것이었다.당시 그녀는 유태범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기

    최신 업데이트 : 2024-12-26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87화

    “아영아.”이때, 이수호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도아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곧이어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을 발견했고 능글맞은 말투에는 장난기가 묻어났다.“이리 와.”구연준은 제자리에 서서 유니폼 차림의 도아영을 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그제야 도아영도 이수호가 일부러 구연준을 불렀다는 사실을 눈치챘다.아마도 대놓고 망신을 주려는 작정인 듯싶었다.“연준 씨, 앉으시죠.”이수호는 도아영을 바라보며 명령조로 말했다.“아영아, 어서 의자 좀 빼줘.”도아영은 우두커니 서 있었다.이수호가 말을 이어갔다.“얼른 손님 모시지 않고 서서 뭐 해?”도아영은 구연준의 곁으로 다가가 의자를 빼주었다.“구 대표님, 앉으세요.”그녀의 말투는 무덤덤했다.구연준은 굳이 사양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유태범의 시선이 도아영으로 향해더니 한마디 보탰다.“이 분은 도아영 씨 아닌가요? 전에 뵌 적이 있는데 역시나 미인이시네요.”도아영은 옆에 서서 미소만 지을 뿐 묵묵부답했다.“집에서 귀한 자식 취급받을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한낱 도우미에 불과하죠.”이수호는 말을 이어가면서 구연준을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아영아, 연준 씨와 유 대표님께 술 한 잔 따라드려.”도아영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남한테 모욕감을 주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인지라 이번에 제대로 망신당하게 할 작정인 듯싶었다.“네, 대표님.”도아영의 얼굴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이내 유태범의 앞에 다가가 술을 따르고 나서 구연준의 자리로 걸어가 한 잔 따라주었다.“이리 와.”이수호의 말을 듣자 마지못해 그의 곁으로 돌아갔다.그리고 식탁 위의 술잔을 톡톡 건드리는 남자를 보고 눈치껏 술을 따랐다.대놓고 소유욕을 드러내는 모습을 구연준이 모를 리 없었다.잠자코 지켜보던 유태범이 얼른 말을 보탰다.“이 대표님은 역시 대단하시네요. 도씨 일가 자제분마저 대표님 앞에서는 허드렛일이나 하는 존재에 불과하다니.”이수호의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도아영은 시종일관 입을 꾹

    최신 업데이트 : 2024-12-26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88화

    따라서 도미가 아닌 것쯤은 쉽게 보아냈다.묵묵부답하는 유태범을 보자 도아영은 팔보채를 앞접시에 덜어서 건네주었다.“팔보채도 드셔보세요.”하지만 온갖 희귀한 식자재를 발견하고 젓가락을 들고 있던 손을 내려놓았다.전부 거래 금지 품목에 속하는지라 부자들의 식탁에서 볼까 말까 했다.게다가 유태범은 희귀 동물 보호 홍보대사로서 멸종위기 생물을 살리기 위해 꾸준히 기부를 해왔기에 이런 음식을 좋아할 리 없다.요리를 입에 대지도 않는 유태범을 바라보며 이수호가 물었다.“혹시 입맛에 안 맞으시나요?”“이 대표님도 알다시피 젊었을 때 전 해산물 사업을 했죠.”유태범의 안색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래서 식자재에 대해 누구보다 훤하죠.”아리송한 말에 이수호는 아직 무슨 상황인지 눈치채지 못했다.이때, 유태범이 쐐기를 박았다.“저는 속임수를 쓰는 사람을 가장 혐오해요. 더군다나 불법적인 거래는 절대로 안 하죠. 제 생각에 이번 협력 건은 없던 일로 하는 게 좋을 듯싶어요.”이수호는 곧바로 눈살을 찌푸렸다.“유 대표님, 마침 저희 집에서도 정갈한 가정식을 준비했는데 혹시 자리 옮길 의향은 있으신가요?”구연준이 불쑥 끼어들자 유태범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수호를 향해 말했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그러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미련 없이 구연준과 함께 집을 나섰다.유태범은 이수호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았다.“대표님?”입구에 있던 안지원이 서둘러 다가와서 쫓아가야 하는지 물어보려던 찰나 이수호의 눈빛이 점차 싸늘해졌다.강주를 통틀어 감히 그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도아영,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이수호는 도아영에게 화살을 돌렸다.그녀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대답했다.“유 대표님이 돌아간다고 하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 조금 전까지 이수호 씨를 위해 비위를 맞춰주기 급급했잖아요. 혹시 본인이 실수한 건 아니에요?”이수호는 눈살을 찌푸렸다.물론 그녀가 줄곧 잘 보이려고 애를 쓴 건 사실이었고 딱히 수작을 부린

    최신 업데이트 : 2024-12-26

최신 챕터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100화

    “웃기는 사람이네.”도아영이 말했다.“수호 씨가 날 집으로 데려온 지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CCTV 영상을 지울 이유가 뭐 있지? 설령 3개월 동안 살았더라도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영상 자료의 위치까지 어떻게 알겠어? 따지고 보면 오늘 온종일 집에 혼자 있었던 미소 씨가 더 의심스럽지 않아? 더욱이 도씨 일가 아가씨로서 고작 도우미에게 누명을 씌울 명분도 없잖아.”“저 아니에요. 진짜 오해예요.”김미소는 초조한 얼굴로 이수호를 향해 설명했다.“대표님, 전 억울해요.”“그만!”이수호가 눈살을 찌푸렸다.그동안 집안 도우미들이 몰래 도아영을 괴롭힌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단지 매번 나서서 시비를 따지기 귀찮았을 뿐이었다.게다가 도아영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하지만 이번에 김미소는 선을 넘었다.이수호가 싸늘하게 말했다.“우리 집에 너처럼 행실이 나쁜 도우미는 필요 없으니까 이번 달 월급 받고 돌아가. 내일부터 출근 안 해도 돼.”갑작스러운 불호령에 김미소는 사색이 되었다.“대표님! 진짜 저 아니에요. 정말 억울해요.”이수호는 이런 사소한 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잠시 후 김미소는 안지원에게 끌려 밖으로 나갔다.도아영은 몸에 걸친 타월을 정리하며 말했다.“이제 올라가서 옷 갈아입어도 될까요?”팔다리를 훤히 드러낸 그녀를 발견한 이수호는 외투를 벗어 던져주며 싸늘하게 말했다.“옷 입고 내려와. 물어볼 게 있어.”도아영은 손에 든 외투를 힐긋 내려다보더니 다시 이수호를 향해 휙 던졌다.“마음만 받을게요.”얼떨결에 외투를 붙잡은 이수호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간덩이가 부었군!’도아영은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이내 소파에 앉아 그녀를 잠자코 기다리는 이수호를 발견했다.그러다 문득 전생에 멀리서 묵묵히 지켜보기만 하던 자기 모습이 떠올랐다.워낙 그녀에 대한 적대감이 강해서 차마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항상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사랑하는 감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99화

    “그게 무슨 헛소리에요?”도아영은 순진무구한 얼굴로 눈앞의 이수호를 바라보았다.“한창 샤워 중인데 본인이 갑자기 들이닥치고 왜 제 탓하는 거죠?”“이...!”이수호의 시선이 도아영한테서 떠나지 않았다.타월로 몸을 아슬아슬하게 가린 그녀는 매끈하고 하얀 다리를 고스란히 드러냈고,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쓸어 넘겼다. 게다가 쇄골에 맺힌 물방울까지 더해 유난히 매혹적으로 느껴졌다.적나라한 이수호의 눈빛에 도아영은 타월을 위로 끌어올렸다.“그래서 제 방에는 왜 왔어요?”“누가 너 보고 유니폼을 자르래?”그녀는 이수호의 추궁에도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제가요? 언제요? 당최 무슨 말인지...”“어디서 발뺌이야!”이수호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옷을 잘라버린 의도가 뭐지? 나한테 반항하는 건가? 아니면 일부러 관심이라도 끌려는 거야?”“수호 씨, 무슨 얘기인지 도통 이해가 안 가네요.”도아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니폼을 본 적이 없는데 설령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해도 그럴싸한 핑계를 대야지 않겠어요?”끝까지 오리발을 내미는 그녀를 보자 이수호는 코웃음을 쳤다.“그래? 따라 와.”이내 저벅저벅 걸어가 도아영의 팔을 붙잡고 아래층으로 끌고 갔다.손목에서 전해지는 통증에 도아영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1층에 도착하자 김미소는 아직도 바닥에 널브러진 천 쪼가리를 치우고 있었다.유니폼은 이미 갈기갈기 찢어진 상태였다. 도아영은 옷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정색하며 말했다.“내가 자른 거 아니에요.”“거짓말! 분명 아영 씨가 잘랐잖아요.”시치미를 떼는 도아영을 보자 김미소는 이수호를 향해 말했다.“아영 씨가 제 앞에서 가위로 옷을 싹둑싹둑 잘랐죠. 증언해드릴 수도 있어요!”“증언이라니? 날 고발한 사람이 미소 씨인데 어떻게 믿음이 가겠어?”도아영이 느긋하게 받아쳤다.“설령 범인이 나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도 다른 증인이 한 명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그건...”김미소는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98화

    짝!우렁찬 따귀 소리와 함께 도우미는 별안간 뺨을 얻어맞았다.이내 볼을 감쌌고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도아영은 싸늘한 시선으로 눈앞의 젊고 아리따운 여자를 쳐다보았다.“미소 씨 맞지? 내가 누군지 알고 있으니까 그동안 존칭을 썼을 텐데 함부로 반말하면 되겠어?”“이...!”김미소는 이씨 저택에서 일을 오래 하고 얼굴이 예쁘장하다는 이유로 도아영이 늘 안중에도 없었다.또한, 전생에 그녀가 이 집안에서 얼마나 비굴했는지 똑똑히 지켜봐 온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했다.심지어 엉뚱한 조언을 해준 탓에 이수호 앞에서 망신당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닌 거로 기억했다.따라서 이번 생에는 얼굴만 믿고 건방지게 구는 김미소를 절대로 봐줄 생각이 없었다.“아영 씨, 한낱 도우미라고 해도 엄연히 이씨 일가의 직원이거든요? 저한테 손찌검하는 건 대표님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셈이죠. 지금 당장 보고할 테니까 대표님이 준비한 유니폼을 잘라버린 이상 이 집에서 쫓겨나도 뭐라 하지 마세요.”김미소는 도아영을 노려보더니 너덜너덜해진 옷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저녁 무렵, 이수호는 유태범이 돌연 구연준과 손을 잡게 된 일 때문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이내 집에 도착하자 홀로 책상 앞에 앉아 울고 있는 김미소를 발견했다.이수호는 눈살을 찌푸렸고, 옆에 있던 안지원이 다가가서 물었다.“저녁 준비는 끝났어요? 왜 울어요?”“대표님, 아영 씨가 글쎄 대표님이 준비한 유니폼을 가위로 잘라버렸어요.”말을 마치고 나서 너덜너덜해진 옷을 내밀었다.눈앞에 펼쳐진 참상에 이수호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낮에 도아영이 강이나와 그를 두고 홀연히 떠나가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는데 엉망이 된 옷을 보자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지금 어디 있어?”이수호의 화를 돋우는 데 성공하자 김미소는 속으로 의기양양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했다.“2층이요! 옷을 자르자마자 올라가서 잠을 자더라고요. 대표님이 안중에 없는 게 분명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수호는 굳은 얼굴로 2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97화

    남자가 바람 피우는 건 지극히 정상이고, 여자는 욕심이 과하면 안 된다니?이런 막무가내가 어디 있는가?“오늘 일은 못 본 척해줄 테니까 알아서 잘 처리해.”말을 마치고 나서 무언가를 떠올린 듯 한 마디 보탰다.“참, 전에 휴학했다고 하지 않았어?”“네.”“그렇다면 학교는 굳이 안 나가도 돼.”남현숙이 말을 이어갔다.“우리 집 손자며느리로 들어온 이상 설령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졸업증은 받을 거야.”“할머니...”“이만 가 봐. 지금은 오로지 수호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지 고민하고 나머지는 신경 쓰지 마. 게다가 곧 결혼할 새댁이 아직도 학교에 다니면 남들이 비웃을지도 몰라.”남현숙은 명령조로 말했다.도아영은 못마땅했지만 당장 거절할 입장이 안 되었다.만약 남현숙과 등을 돌리는 순간 도원 그룹이 이수호의 공격이라도 받게 된다면 그녀는 끌려다니기 마련이다.결국 아무 말 없이 묵인했다.그제야 고분고분해진 도아영을 보자 남현숙이 흡족하게 말했다.“우리 아영이 착하네. 내가 널 좋아하는 이유도 말을 잘 듣기 때문이지. 수호가 한 집에서 같이 살기로 했다던데 아주 긍정적인 신호야.”남현숙은 도아영의 손을 토닥였다.“남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입맛부터 공략해야 해. 너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요리 솜씨잖아. 수호는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으니까 제대로 만족만 시켜준다면 널 떠날 걱정은 안 해도 돼.”의미심장한 말투에 도아영은 그녀가 언급한 ‘만족’이 무엇을 뜻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보아하니 이수호와 이미 관계를 가졌기에 같이 살게 된 거로 단단히 오해한 듯싶었다.도아영이 피식 웃었다.“알겠어요. 할머니.”“알면 다행이고.”남현숙은 작은 병 하나를 그녀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앞으로 자기 전에 한 방울씩 떨어뜨려. 무슨 효능이 있는지는 차차 알게 될 거야.”도아영은 갈색 병을 흘긋 내려다보았다.남현숙이 자리를 뜨고 나서야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았는데 달콤한 향이 코를 찔렀다.지난번 이수호의 방에서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96화

    “어르신!”장서남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그동안 남현숙을 모시면서 말실수한 적이 처음은 아니지만 해고를 운운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이 주둥이가 방정이네요. 전 단지...”“끌고 가.”남현숙은 장서남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곧이어 경호원이 다가와 그를 바닥에서 일으켜 세우더니 자리를 떠났다.도아영은 남현숙의 친숙한 면만 봐왔던 지라 이렇게 무자비하게 누군가를 내치는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어쩌면 이게 바로 그녀의 본모습일지 모른다. 아마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만 너그러운 척 선의를 베풀었을 수도 있다.심성이 원래 착하신 분이라면 고작 말실수를 한 번 했다고 몇 년 동안 따라다니던 직원을 가차 없이 자르지는 않을 테니까.“아영아, 혹시 기사 내용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서 오늘 널 불렀어.”“무슨 기사요?”도아영은 모르는 척 남현숙을 바라보았다.남현숙이 휴대폰을 꺼내자 화면에 그녀가 도원 그룹의 후계자로서 구호 그룹과 손을 잡았다는 내용이 떡하니 나타났다.“구연준이 4천억을 빌려준 거야?”남현숙은 못마땅한 말투로 물었다.언젠간 물어볼 거로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그녀의 귀에 흘러 들어갈 줄은 몰랐다.“할머니, 소문이 와전된 것 같은데 구호 그룹과 도원 그룹은 평범한 비즈니스 파트너일 뿐이에요.”“평범하든 말든 둘째치고, 적어도 수호의 약혼녀로서 구연준과 너무 친하게 지내는 건 아니라고 봐.”남현숙의 말투가 어느새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게다가 이미 임자도 있는 사람이 무슨 회사를 운영한다고 그래? 이참에 남동생에게 넘겨줘. 서남의 말에 많이 불쾌하겠지만 일부는 맞다고 생각해. 어쨌거나 자기 약혼자한테 신경을 써야지 회사 일은 너무 깊게 관여하지 마. 여자는 기가 너무 세도 남자가 싫어해.”남현숙의 말에 도아영은 헛웃음이 났다.“할머니, 회사는 아빠가 물려준 유산이라 남한테 넘길 생각이 없어요. 그리고 수호 씨의 마음은 애초에 딴 데 있는지라 제가 아무리 애를 써도 되돌리기는 힘들걸요? 저를 설득하는 것보다 차라리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95화

    장서남은 도아영을 쫓아가기 위해 얼른 차에 올라탔다.부리나케 뒤따라오는 장서남을 보자 도아영은 냉소를 지었다.성격이 물러터진 고용주 때문에 일개 직원 따위가 감히 건방지게 구는 것이다.엄연히 도씨 일가 아가씨로서 어떻게 보면 손님인 셈인데 고작 운전기사가 주인 행세를 하며 무례하게 행동하는 건 납득이 불가했다.예전에는 화가 나도 참았지만 이제는 절대 봐주지 않을 것이다.잠시 후 택시는 이씨 별장 앞에 멈추어 섰다.남현숙은 본가에서 이사한 이후로 별장에서 지냈다.창문 너머로 택시에서 내리는 도아영을 보자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뭐지? 서남한테 데리러 가라고 하지 않았어? 왜 혼자 왔대?”“글쎄요...”옆에 있던 도우미도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분명 장서남이 픽업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지금 장난해? 동네방네 웃음거리로 전락하게 할 작정이야?”남현숙은 씩씩거리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리고 거실로 들어선 도아영을 발견하고 재빨리 다가가 물었다.“아영아, 왜 혼자 왔어? 서남이가 데리러 안 갔어?”“아니요. 픽업하러 오셨던데 저보다 강이나 씨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냥 택시 타고 왔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서남이 현관문을 열고 허둥지둥 뛰어왔다.남현숙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아영을 픽업하러 보냈더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어, 어르신...”장서남은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그냥 잡담을 몇 마디 했을 뿐인데 아영 씨가 화를 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게다가 어르신의 체면이 구겨지게 택시를 타다니! 이게 다 제 탓입니다. 괜히 허튼소리를 해서 말이에요. 단지 대표님에게 신경을 좀 더 쓰면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정색하며 차에서 내릴 줄이야... 만약 다른 사람의 귀에 흘러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을 텐데 정말 큰 일이네요.”남현숙을 오랫동안 모셔 온 사람으로서 성격 또한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체면을 가장 중요시했다.손님이 택시를 타고 집에 오는 일은 여태껏 단 한 번도 없었다.따라서 도아영이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94화

    그제야 장서남은 도아영의 눈에 웃음기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이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도씨 일가 아가씨라고 해도 두려울 게 뭐 있나 싶었다. 그래봤자 이수호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하는 신세이지 않은가?그리고 말을 이어갔다.“아영 씨, 어르신에게 잘 보이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에요. 대표님께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성질이 고약한 여자이죠. 그에 비해 강이나 씨는 여성스러움과 착함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가는 사모님의 자리를 양보해야 할지도 몰라요.”장서남은 도아영에게 이수호의 아내, 더욱이 강이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아니면 애초에 강이나를 따라 하며 환심을 사려고 애를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도아영의 콧대를 꺾었다는 생각에 장서남은 의기양양했다. 곧이어 싸늘한 호통 소리가 울려 퍼졌다.“차 세워요!”갑작스러운 명령에 깜짝 놀란 나머지 브레이크를 밟았다.“아영 씨...”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아영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이를 본 장서남은 겁에 질려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그리고 운전석을 허둥지둥 벗어나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아영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이씨 일가에 어떻게 이런 무례한 직원이 다 있죠? 방금 그런 말은 대체 누가 해도 된다고 했는지 궁금하네요.”진지한 모습은 절대로 농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장서남의 안색이 순식간에 돌변했다.도아영은 워낙 성격이 순하고 소심한 탓에 방금 내뱉은 말은커녕 설령 수위가 훨씬 더 높아도 여태껏 화를 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런데 오늘은 갑자기 무슨 상황이란 말이지?“이게 다 아영 씨를 위해서 하는 말인데 은혜도 모르고 뭐 하는 짓이죠? 만약 강이나 씨였더라면 고참 직원을 이렇게 함부로 대하지 않았을 거예요.”그는 일부러 ‘고참’이라는 단어를 강조해서 말했다.도아영은 장서남이 남현숙의 최측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는지라 신뢰가 두둑했다.따라서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93화

    도아영의 편을 들어주는 이수호 때문에 강이나는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동안 원수를 대하는 듯 냉정한 모습만 지켜봐 왔기에 모욕은 일상이며, 더욱이 감싸주는 건 상상조차 못 했다.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 되었단 말이지?설마 도아영과 정말 결혼할 생각인가?한편, 주민서는 따라오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내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다행히 따돌렸나 봐. 이수호 장난 아닌데? 설마 경호원을 총동원한 거야? 영문을 모르는 사람은 영화라도 찍는 줄 알겠어.”그러고 나서 도아영을 돌아보며 툴툴거렸다.“너도 참, 쓸데없이 이수호는 왜 도와줘? 그냥 둘이 지지고 볶게 놔두지. 결국 너만 남의 흉내를 내서 남자나 꼬시러 다니는 여우 년이 되어버렸잖아. 본전도 못 찾았네.”“이수호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였거든?”전생에 이미 교훈을 얻은 만큼 다시는 이수호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는 게 답이었다.게다가 강이나라면 죽고 못 사는 남자이니 이번 생에는 흔쾌히 자리를 양보해서 비운의 커플을 이뤄줄 생각이었다.이때, 도아영의 휴대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하는 순간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이번에는 또 무슨 일로 전화한 걸까?곧이어 통화 버튼을 누르자 휴대폰 너머로 남현숙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영아, 이따가 기사님을 보낼게. 물어볼 게 있어.”왠지 모르게 딱딱한 말투에 도아영이 재빨리 대답했다.“할머니, 저 아직 학교라서 당장은 어려울 것 같아요.”“교장 선생님께 이미 말씀드렸으니 그냥 가도 돼. 기사님이 곧 도착할 거야.”말을 마치고 나서 전화를 뚝 끊었다.끊임없이 이어지는 통화 종료음을 들으면서 도아영은 조소를 머금었다.그리고 속으로 바보 같은 자신을 비웃었다.그동안 이수호가 무슨 짓을 하든 남현숙만큼은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태어나고 나서야 이씨 가문 사람은 한통속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미래의 시할머니에게 진심을 바라는 자체가 사치였다.결국 모든 건 이익으로 귀결되었다.곧이어 도아영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92화

    그러고 나서 유하영과 조나린에게 둘러싸인 채 강의실로 걸어갔다.내부는 이경 그룹의 경호원들로 가득했다.유하영은 이수호를 보자마자 손을 흔들었다.“대표님!”이수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고 멀지 않은 곳에서 강이나의 모습을 발견했다.한편, 강이나는 이수호의 맞은편에 있는 도아영을 바라보았다.게다가 도아영의 팔을 잡은 이수호 때문에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아영 씨가 여긴 왜...”유하영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고 조나린과 시선을 주고받았다.이수호가 강이나를 찾으러 왔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도아영한테 볼 일이 있을 줄이야.결국 분위기는 일촉즉발의 상태까지 이르렀다.“수호 씨, 이게 무슨 상황이죠?”강이나는 불만을 애써 참으며 물었다.도아영이 이수호의 손을 뿌리치며 불쑥 끼어들었다.“이나 씨를 찾으러 왔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제 만나게 되었으니까 전 이만 가볼게요.”말을 마치고 나서 혼란스러운 틈을 타 주민서를 데리고 도망쳤다.이수호는 굳은 얼굴로 따라가려고 했지만 강이나가 그를 불렀다.“수호 씨!”이내 발걸음이 우뚝 멈추었다.유하영이 불쑥 끼어들었다.“내가 뭐랬어? 대표님은 널 보러 왔다고 했지? 이게 다 뻔뻔스러운 도아영 탓이야. 예전부터 너만 따라 하기 급급하더니 어쩌면 지금도 변함이 없을까? 누가 봐도 대표님을 유혹하려고 수작을 부리는 거잖아. 흥!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유하영의 말을 듣고 있던 이수호는 표정이 싸늘하게 식어갔다.강이나는 이수호에게 다가가 물었다.“수호 씨, 하영 말이 맞아요?”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강주에서 이수호가 강이나를 사랑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반면, 도아영은 예전부터 강이나의 스타일을 따라 하며 흡사한 외모를 무기 삼아 이수호의 환심을 사려고 애를 썼다.“당연하지 않겠어? 대표님은 사람을 잘못 본 게 확실해.”조나린이 맞장구를 쳤다.죽이 척척 맞는 두 여자 때문에 도아영은 본의 아니게 이수호를 유혹하기 위해 갖은 꿍꿍이를 꾸미는 여자가 되어버렸다.“그만.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