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강의실 1층에 숨었고, 주민서가 말했다.“뭐야?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대체 무슨 속셈이지?”“또 병이 도졌나 봐.”도아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전생에 졸졸 따라다닐 때만 하더라도 본체만체했고, 이렇게 많은 인력을 동원하여 그녀를 찾아다닌 적이 단 한 번도 없지 않은가?기껏 원하는 대로 파혼한다고 했더니 되레 집착하는 건 뭐람?“민서야, 여긴 위험하니까 다른 데로 가자.”“그래.”주민서는 도아영의 손을 잡고 2층 여자 화장실에 숨으려고 했다. 그러나 계단을 오르자마자 학교 경비원들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되었다.“도망쳐!”도아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민서를 데리고 뛰어갈 기세였고, 몸을 돌리는 순간 이수호가 강의실 입구에서 나타났다.남자는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이번에는 어디로 도망가려고?”주민서가 끼어들었다.“대표님, 아영은 수업 들으러 가야 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와서 대체 뭘 하려는 거죠?”“수업이라.”이수호는 도아영에게 다가가 그녀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휴학했다고 하지 않았나? 도아영, 학교로 도망치면 내가 속수무책일 거로 생각해?”그리고 손아귀에 힘을 주자 도아영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여긴 학교예요. 이수호 씨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죠.”“그래?”이수호의 말투에 살기가 묻어났다.“넌 내 약혼녀야. 허락 없이 함부로 집을 나서면 안 된다고 똑똑히 경고했을 텐데?”“본인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네요.”도아영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약혼녀와 소유물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에요. 돌아다니지 말라고 해서 얌전히 있어야 하는 법은 없죠.”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따라온 경호원들은 찍소리도 못했다.심지어 주민서마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상대방은 무려 이수호이지 않은가?강주를 통틀어 그의 앞에서 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마지막으로 이수호의 심기를 건드린 사람은 땅속에 묻힌 지도 오래되었다.“내 말에 토를 다는 대가는 도씨 일가의 몰락이라는 걸 잊지 마.”
Last Updated : 2024-12-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