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Chapter 111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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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이수호는 한없이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을 낱낱이 지켜봤다.“도아영!”그러더니 분노에 찬 목소리로 애써 나지막이 외쳤다.도아영이 고개를 돌리자 이수호가 음침한 얼굴로 그들에게 다가왔다.“너 이제 끝장이겠네.”옆에 있던 구연준이 실실 비꼬았다.이에 도아영은 목소리를 낮추고 그에게 답했다.“대표님도 급할 건 없어요. 제가 끝장나면 대표님도 멀리 못 가시잖아요.”이에 구연준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한편 이수호는 그녀 앞에 다가와 방금 낙찰받은 목걸이를 내려다보며 야유 조로 쏘아붙였다.“구연준 씨, 참 대단하시네요. 300억을 들여서라도 이 목걸이를 아영이한테 선물하시고.”“뭐, 그럭저럭요.”이때 도아영이 목걸이를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방금 대표님도 이 목걸이 엄청 마음에 들어 하시던데, 왜요? 강이나 씨한테 선물하실 생각이었나요?”그녀의 물음에 이수호는 표정이 한없이 일그러졌다.“알면서 뭘 물어?!”도아영은 강이나가 이 목걸이를 좋아하는 걸 너무 잘 알기에 일부러 그녀와 빼앗은 것이다.정말 너무 파렴치하고 비겁한 수단이었다.“대표님, 여긴 경매장이에요. 당연히 가격을 높게 부른 사람이 낙찰받는 거죠. 구 대표님이 이 목걸이를 낙찰받아서 저한테 선물하는 거 전혀 문제 될 것 없잖아요? 뭘 이렇게까지 심한 말을 하시는 거예요?”점점 어두워져 가는 이수호의 표정을 바라보면서 도아영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통쾌하고 짜릿한 느낌이 차올랐다.전생에 이수호는 그녀의 자존심을 가차 없이 짓밟고 여러 모임에서 수없이 난감하게 굴었으니 이제 드디어 그 심정이 어떤 건지 톡톡히 맛보여줄 때가 되었다.도아영은 일부러 구연준에게 이렇게 말했다.“선물 고마워요, 연준 씨. 너무 마음에 들어요. 그럼 저는 볼일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떠나갈 때 일부러 이수호의 어깨를 툭 스치기까지 했다.도발에 찬 그녀의 제스처에 이수호는 울화가 치밀었다.“도아영!!”“바래다줄 것 없어요!”그녀는 손을 흔들고 요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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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대표님?”“재미는 있어. 딱 거기까지야.”그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원래 영해에서 명성이 자자한 강이나를 만나려고 온 건데 중도에 도아영이 덥석 끼어들 줄이야.두 여자를 비교해 보니 강이나는 그야말로 노잼이었다.아녀자들이나 부리는 수작 따위 정말 지루할 따름이었다.이수호만 없어도 강이나는 더 이상 특별할 것 없는 인물이었다.다음 날 이른 아침.도아영은 수업 보러 일찍 학교로 향했다.휴학한 이 몇 달 동안 그녀는 너무 많이 뒤처졌다.한성대의 금융학과는 국내 최고로 불린다. 여기로 온 학생들은 전부 강주에서 유명한 수재들이라 몇 달만 뒤처져도 바로 뒤로 물러났다.다들 고등학교 때가 가장 잔혹하다고 하지만 한성대야말로 지옥 같은 곳이다.전생을 거쳐온 도아영은 이제야 알아챘다. 한 남자를 위해 학업을 포기하는 게 얼마나 멍청한 결정이었는지를 말이다.어쨌든 이번엔 반드시 한성대를 순조롭게 졸업해야 한다. 절대 전생처럼 이수호를 위해 퇴학하는 일은 없다.아직도 전생에 얼마나 많은 괄시를 받았는지 기억이 생생한 그녀였다.그들과 같은 상류사회에서 화려한 이력서는 그 사람의 얼굴과도 같았다.외모가 못생길 순 있어도 체면까지 구겨가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다만 오늘 도아영이 막 캠퍼스에 들어갔을 때 적잖은 사람들이 그녀를 살펴보고 있었다.그 눈빛들이 실로 불편할 따름이었다.이때 주민서가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아영아! 학교 나온다고 미리 말했어야지!”주민서는 주위의 이상한 시선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싶었다.도아영은 미간을 구기고 그녀에게 되물었다.“오늘 학교에 무슨 일 생겼어?”“일은 무슨. 나도 금방 왔어. 한성대에 무슨 일이 나겠니?”주민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이에 도아영은 캠퍼스를 쭉 둘러보았다.곧이어 어느 한 곳에 학생들이 한가득 몰려있다는 걸 발견했다.“저기 가보자.”그녀는 주민서를 이끌고 그쪽으로 걸어갔다.한편 주민서는 영문도 모른 채 따라갔다가 쉬쉬거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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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몰래 웃던 조나린과 유하영은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이때 유하영이 먼저 거만한 척하면서 말했다.“증거 있어? 우리가 그랬다는 증거 있냐고?”“있긴 개뿔! 애먼 우리한테 화풀이하려는 거지 뭐.”조나린이 이상야릇한 말투로 입을 나불거렸다.“사진 우리가 붙인 건 아니지만 위에 쓴 글 틀린 말은 아니잖아? 넌 이수호 씨 약혼녀나 돼서 이렇게 많은 남자들과 껴안고 있었으니 얼마나 더러워? 본분을 지켜야지, 쯧쯧! 파렴치한 짓은 본인이 다 저질러놓고 남들이 삿대질하는 건 감당이 안 되나 봐?”“그러게 말이야. 옷도 한껏 파인 옷 입고 이리저리 흘리고 다니는 여자는 욕먹어도 싸!”유하영과 조나린이 쉴 새 없이 입을 나불거리자 도아영은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트렸다.이에 조나린이 미간을 찌푸렸다.“웃어?”“너희들 진짜 멍청한 거니 아니면 멍청한 척 연기하는 거니? 대학생이나 됐으면서 루머를 퍼뜨리는 게 범죄란 것도 몰라?”그녀가 말을 이었다.“여기 CCTV 쫙 깔렸어. 누가 저지른 일인지 조사하면 금방 나온다고. 그때 가서 모든 자료 수집하고 경찰에 신고하면 바로 잡힐 거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순간 조나린과 유하영은 어안이 벙벙해졌다.다만 유하영이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야, 도아영! 어디서 잘난 척이야! 너처럼 풍기 문란한 애들은 선생님이 가만 안 두실 거야.”“맞아! 학교 CCTV가 너희 집 거야? 조사하고 싶으면 바로 조사하게? 이딴 일로 자료 수집해서 경찰서까지 간다고? 웃기지도 않아!”두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도아영은 눈썹을 치켰다.“방금 너희가 그랬잖아. 나 이수호 약혼녀라며? 이씨 일가에서 매년 한성대에 투자하는 금액이 얼마인지는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겠지?”순간 두 여자는 표정이 얼어붙었다.유하영은 씩씩거리면서 도아영에게 쏘아붙였다.“야! 너 이러는 거 특권으로 사리사욕 채우는 거야!!”“그래 맞아. 바로 그거야!”도아영이 말했다.“나 이수호 약혼녀야. 이 신분이면 충분히 그렇게 굴 수 있지.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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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맞아요! 대표님은 아마 모르실 거예요. 얘 아까 진짜 기고만장했다니까요! 대표님 약혼녀란 신분을 이용해서 CCTV도 조회하고 증거 모아서 우릴 경찰서에 잡아간대요!”유하영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나불거렸다.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도아영은 이 상황이 그저 너무 웃겼다.“내 약혼녀란 신분이 네게 이런 편리를 가져다줄 줄은 또 몰랐네. 아영이 넌 진짜 뭐든지 다 이용하려고 드는구나.”보다시피 그는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른다. 그저 도아영을 향한 맹비난으로 가득 찰 뿐이었다.이때 주민서가 도저히 못 참고 입을 열었다.“저기요, 대표님!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긴 아세요? 대체 왜 이렇게 다짜고짜 아영이만 몰아붙이는 거죠?!”옆에 있던 강이나가 한 마디 끼어들었다.“주민서 씨, 나랑 수호 씨 방금 똑똑히 들었어요. 무슨 일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다들 잘 알 거라 믿어요.”“맞아! 도아영이 먼저 우릴 괴롭혔어!”조나린도 재빨리 그녀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웠다.주민서는 어이가 없어 계속 도아영을 편들어주려고 했지만 이수호가 차갑게 쏘아붙였다.“도아영, 내 약혼녀란 신분은 네가 멋대로 이용하고 사람들 겁주는 도구가 아니야. 당장 사과해.”“이봐요 이수호 씨! 머리가 잘못된 거예요 뭐예요? 아영이야말로 당신 약혼녀인데 왜 편들어주지도 못할망정 딴사람들이나 도와주고 있어요?!”주민서는 그의 말에 분노가 폭발할 것 같았다.한편 도아영은 그런 이수호를 지그시 바라봤다. 이 남자는 아무래도 강이나를 뒷받침해주려고 작정한 듯싶었다.이때 강이나가 옆에서 입을 나불거렸다.“수호 씨, 됐어요. 뭐 얼마나 큰일이라고. 관둬요.”“이나야. 넌 정말 착해서 탈이라니까! 도아영이 전에 널 어떻게 괴롭혔던지 다 잊었어? 어젯밤엔 대놓고 너한테 망신 줬잖아. 밤새 울어놓고 다 잊은 거야? 나랑 나린이만 옆에 남아서 널 위로해줬잖아!”유하영은 이수호 앞에서 공을 세우지 못해 안달이었다.“입을 확 찢어버릴라!”주민서가 앞으로 나설 때 강이나가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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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이수호는 전단지가 날라온 방향대로 시선을 옮겼다. 곧이어 다 찢어져서 한 조각만 남은 게시판이 한눈에 들어왔다.그는 안색이 한없이 짙어졌다.“수... 수호 씨. 이건 오해예요.”강이나가 바짝 긴장하며 해명하려 할 때 이수호는 전단지를 그녀에게 보여주면서 되물었다.“넌 알고 있었던 거야?”그는 바보가 아니다. 방금 강이나를 지켜주려던 두 여자의 반응을 볼 때 강이나도 분명 알고 있었다.그녀는 결국 입술을 꼭 깨물었다.이에 이수호는 더욱 확신했다.“너 진짜 실망이다.”말을 마친 이수호는 전단지를 들고 자리를 홱 떠나버렸다.“수호 씨!”그녀가 따라가려 했지만 안지원이 가로챘다.“강이나 씨, 그만하시죠.”곧이어 안지원도 이수호를 따라 자리를 떠났다.이수호가 강의동까지 도착하자 안지원이 물었다.“대표님, 아영 씨 모셔올까요?”손에 든 전단지를 보고 있자니 이수호는 좀처럼 안색이 밝아질 수가 없었다.“됐어!”분명 속상한 일을 겪었으면서 왜 그에게 말하려고 하지 않았던 걸까?아까는 심지어 일말의 해명도 없었다.이 여자는 정말 이수호에 대한 믿음이 깨진 걸까?“가자.”“네?”안지원은 어리둥절해졌다.이대로 떠나간다면 오해만 더 깊어질 테니까.“억지 부리고 싶다면 끝까지 부리라고 해!”말을 마친 이수호는 자리를 떠났다.그 시각.도아영은 주민서의 얼굴을 어루만져주었다.“많이 아파?”“응!”주민서가 답했다.“안지원 왜 이렇게 손이 매워? 전에 볼 땐 사람 참 괜찮아 보이더니 뭐가 이렇게 인정사정없어?”“그러게 누가 너더러 강이나 때리래? 이수호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 강이나라는 걸 강주에서 모르는 사람이 또 있을까? 둘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랐을 뿐만 아니라...”도아영은 말끝을 흐리면서 속절없이 고개를 내저었다.“나도 다 널 위해서잖아. 이수호 진짜 나쁜 자식이야! 자초지종도 안 묻고 다짜고짜 강이나 편드는 게 어디 있어? 보는 내가 다 어이없더라!”여기까지 말한 주민서는 살짝 원망 섞인 투로 말을 이어갔다.“너도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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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잠시 후, 교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경찰이 들어와서 선생님에게 신분증을 보여주며 말했다.“저희는 강주 경찰서 소속 경찰입니다. 유하영과 조나린이 누구죠?”경찰이 자신들을 지목하자, 유하영과 조나린은 영문도 모른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저, 저희인데...”경찰은 두 사람을 보자마자 부하 직원에게 지시했다.“데려가.”“뭐라고요? 무슨 권리로! 왜 우리를 데려가는 건데요?!”유하영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경찰은 이미 유하영 앞에 서서 말했다.“유하영, 조나린. 학교에서 악의적인 헛소문을 퍼뜨려 도아영 씨의 명예를 침해했습니다. 저희는 법에 따라 수사 중이니 함께 가주시죠.”그 말을 듣자 두 사람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도아영이 경찰에 신고하다니 말이다.오늘 아침만 해도 이수호가 그들을 감싸줘서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다.‘도아영 미친 거 아니야?’유하영은 다급히 소리쳤다.“여긴 분명히 오해가 있어요! 강이나! 빨리 말해봐! 이건 아니잖아!”“맞아, 맞아! 강이나, 이건 우리랑 상관없어! 너도 알고 있잖아!”원래 두 사람 옆에 앉아 있던 강이나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당황했다.사실 이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도아영이 정말로 경찰에 신고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경찰이 교실까지 직접 체포하러 왔다.강이나는 평소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겼는데 주변의 시선이 뭔가 심판하는 듯해서 더욱 불안해졌다. 그녀는 학교에서 자존심이 높기로 유명했고 이런 짓은 절대 안 할 것 같은 이미지였으니까.“왜요? 이 학생도 알고 있었습니까? 아니면 공범인가요?”경찰의 시선이 강이나에게 향했다. 강이나는 등골이 서늘해졌지만 곧 말했다.“저는 잘 몰라요... 근데 이 일도 오해가 있는 게 아닐까요? 저희끼리 조용히 해결할 수 없어요?”“안 됩니다.”이때 경찰 쪽에서 한 명의 변호사가 나왔다. 변호사는 세 사람 앞에 서서 말했다.“저는 도아영 씨가 선임한 변호사입니다. 이번 일로 도아영 씨가 크게 상처받았고반드시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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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교실 안 학생들은 다시 한번 강이나에게 시선을 돌렸다.방금 유하영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번 일을 강이나가 전혀 모를 리는 없어 보였다.“저... 저는 진짜 몰랐어요. 알았다면 절대 걔들이 도아영을 괴롭히지 못하게 막았을 거예요.”강이나는 정말 억울해 보였고 누명을 쓴 사람처럼 한껏 서러워 보였다.그녀는 학교에서 지식과 교양이 있고, 선량하고 너그러운 명문가의 딸로 알려져 있었다. 도아영을 질투해 해치려 했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고, 그것도 그렇게 비열한 수단을 썼다는 건 더더욱 믿기 힘든 일이었다.하지만 유하영과 조나린이 잡혀간 이상 강이나가 아무리 몰랐다고 해도 죄를 완전히 벗긴 어려웠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그냥 물어본 것뿐입니다. 아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강이나 씨를 소환할 순 없으니까요.”변호사는 도아영이 시킨 대로 강이나에게 가볍게 겁주고 사람들을 데리고 곧 돌아섰다. 강이나는 잔뜩 놀라서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만약 학교 안에 이상한 소문이 퍼져버리면 앞으로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 밀려왔다. 그렇게 생각하니 강이나는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원래 도아영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그저 순한 양 같은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양의 탈을 쓴 늑대였던 셈이다.결국 강이나도 미리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저녁 무렵, 이씨 가문 저택.파악!남현숙은 들고 있던 사진 뭉치를 단숨에 도아영 앞에 내던지며 말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도아영은 돌아오자마자 남현숙의 심문부터 받게 되었다.사진들을 살펴보니 오늘 아침 유하영과 조나린이 학교 공지 게시판에 붙여 놨던 구연준과 서현우와 함께 찍힌 다소 애매한 사진들이었다.“할머니, 이건 누군가 일부러 제 명성을 해치려고 한 거예요.”“네 명성을 해치려면 뭔가 약점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이 사진들 내가 사람 시켜 확인했는데 전부 진짜더라.”남현숙은 크게 숨을 들이쉰 뒤 도아영에게 말했다.“너 정말 날 너무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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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이수호는 남현숙이 갑자기 집에 온 걸 예상 못 했다. 며칠 전 남현숙은 이미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고 함부로 찾아오지 않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지금 이수호는 탁자 위에 놓인 사진들을 보고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이 일은 이나랑 상관없습니다.”이수호는 대뜸 강이나를 두둔부터 했고 도아영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사실 도아영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이수호가 이 일이 강이나의 소행이라는 걸 알아도 일부러 못 본 척할 거라는 걸 말이다.이수호 마음속엔 옳고 그름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강이나만 무조건 감쌀 것이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도아영도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도아영은 더 이상 예전처럼 어리숙하지 않았고 강이나의 잔꾀에 흔들려 허둥지둥할 생각도 없었다.“강이나랑 관계없다고? 그럼 누구랑 관계있다는 거냐?”남현숙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내가 전부터 말했잖니. 강이나란 애랑은 거리 두라고! 걔가 무슨 착한 앤 줄 아니? 부모 닮아서 뼛속까지 위선적이란 말이다!”남현숙은 소파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이번 일이 아영이한테 피해가 얼마나 큰지 알아? 아영이를 모함한 그 둘 절대 그냥 넘기면 안 돼. 경찰에서 철저히 교육받도록 해야 해. 징역이든 벌금이든 뭐든, 사람들이 그 헛소문을 진짜라고 믿지 않게 해야 할 거 아니냐.”“네, 할머니.”이수호는 그렇게 대답하고 떠나기 전 도아영을 슬쩍 쳐다봤다. 차가운 시선은 낯선 사람을 보듯 식어 있었다.남현숙은 이수호가 나간 뒤 도아영의 손등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걱정 마라. 학교 쪽 헛소문도 곧 잠잠해질 거야.”상냥해 보이는 노인을 바라보며 도아영은 더 이상 예전처럼 감격해 고마워하지 않았다.전생의 그녀는 너무 어리숙해서 남현숙이 조금만 잘해 줘도 한없이 감사해했었다. 하지만 정작 남현숙 눈에 담긴 계산을 전혀 못 봤다.역시나 남현숙은 곧바로 덧붙였다.“그래도 너도 알다시피 우리 집안에는 규칙이 있어. 네가 이씨 가문의 예비 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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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도원 그룹이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맥과 산업 체계는 매우 탄탄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수호가 굳이 타협해서 그녀와 결혼하려고 했을 리가 없었다.결국 이수호가 노린 건 몇십 년 된 도원 그룹의 오래된 브랜드 가치, 그리고 기술 직원들과 일련의 인맥이 아니겠나.“할머니, 저는 아직 이씨 가문의 며느리가 아니에요. 도원 그룹은 아버지가 남겨주신 거고, 도지호는 그저 아무것도 못 하는 날라리예요. 회사를 걔한테 맡기는 건 아버지한테 죄송해서라도 안 돼요.”“아영이 너...!”“할머니, 전 이미 결심했어요.”도아영은 담담하게 말했다.“저 집에만 있을 수는 있어요. 그렇지만 회사만은 도지호나 아줌마한테 절대 넘길 수 없어요.”“뭐? 너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 거냐?”남현숙은 벌써부터 심기가 몹시 불편해 보였다. 도원 그룹에 전혀 관심이 없던 도아영이 어쩐 일인가 싶었다.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린 듯했다.“할머니, 다른 일 없으시면 전 이제 올라가서 도원 그룹 업무를 처리해야 해요.”그렇게 말하고 도아영은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남현숙은 점점 말을 안 듣는 도아영을 보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위층.도아영은 주연우가 보내온 파일을 열어보았다.거기에는 얼마 전 그녀가 낙찰받은 남원 교외 부지의 계약서가 들어 있었다.그 계약서를 본 도아영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정말 공들인 끝에 드디어 이 땅을 손에 넣었다.도아영은 전생의 기억이 생생했다. 남원 교외 부지를 경매로 산 직후, 교외 개발을 장려하는 정책이 바뀌어 정부 보조금을 받았고, 그 땅을 파보니 온천수가 솟아났다.이 온천은 강주에서 가장 큰 천연 온천이라 치료와 휴양 효과가 탁월했고 가치가 몇십 배로 뛰어올랐다.전생에 이 부지를 조금만 개발해도 매년 순이익이 수백억대였고 불과 2~3년이면 도씨 가문의 투자금을 전부 회수할 수 있었다.이만한 장사는 절대 손해 볼 리 없는 황금 광맥이었다.같은 시각, 한 술집.“이수호, 너 무슨 일이야? 왜 이 늦은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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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심정우가 도아영의 이름을 꺼내자 이수호는 그를 흘끗 쳐다보며 말하였다.“내가 누구 때문에 이러든 절대 그 여자 때문은 아니야.”“...”심정우는 이수호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아차렸다.도아영 때문이 아니라면 이토록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리가 없었다.심정우가 말했다.“결국 언젠가는 네 아내가 될 사람이야. 도아영이 강이나보다 나은 게 없다고 해도 적어도 너한테는 진심이잖아.”“나한테 진심이라고?”이수호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라도 들은 듯 심정우를 보며 비웃듯 말했다.“정말 나한테 진심이라면 서현우나 구연준과 그렇게 가깝게 지냈을 리가 없어. 억울한 일을 당했으면 나한테 말이라도 했겠지. 그런데 그 여자는 돈만 좋아한다니까? 돈줄이 있으면 곧장 달려간다고. 내가 관심이 없는 것 같으니 바로 다른 남자한테 안기잖아! 그런 여자를 두고 어떻게 진심을 운운할 수 있어?”이수호의 말을 듣고 심정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심정우가 더듬거리며 말하였다.“너... 너 이렇게 불만이 많은데 그게 도아영 때문이 아니라고?”이수호는 가슴속에 꽉 막혀 있던 말을 내뱉고 나서야 조금 시원해진 듯했다.“어쨌든 도아영이 스스로 나한테 도와달라고 말하지 않겠다는데, 내가 굳이 나설 필요는 없어. 밖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떠들어대든 전부 자업자득이야.”“...”심정우가 말하였다.“너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처음에는 네가 먼저 도아영을 괴롭혔잖아. 강주에 도는 소문 못 들어봤어? 이 바닥 사람들 다 네가 도아영을 얼마나 괴롭혔는지 알아. 도아영이 너를 얼마나 밑도 끝도 없이 좋아했는지도 모르는 사람 없어. 나 같으면 절대 그런 식으로 매달리지 않을 거야. 게다가 그걸 무려 석 달이나 했잖아? 보통 사람은 벌써 정신이 나갔지. 지금 도아영이 너한테 저러는 것도 어찌 보면 네 탓이잖아.”그 말을 듣자 이수호는 심정우를 쏘아보았다.심정우는 그 눈빛이 약간 두려워진 듯 슬쩍 술잔을 들고 모르는 척하였다.“그래도 네가 여기까지 찾아왔으니 상관없어! 내가 새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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