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의 모든 챕터: 챕터 131 - 챕터 140

233 챕터

제131화

“그걸 누가 봤대요?”서현우가 흥미진진하게 물었다.“그 사람 한번 만나봐야겠네.”그의 눈가에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해외든 강주든 서현우를 안 두려워할 사람은 없으니까.이수호도 물론 잘 알고 있다. 이 타이밍에 임규리를 불러온다고 해도 그녀가 감히 서현우 앞에서 도아영과 서현우가 함께 호텔에 들어갔다고 말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이때 안지원이 가까이 다가왔다.“대표님, 다 찾아봤는데 도아영 씨는 안 보입니다.”“그럼 계속 찾아. 보일 때까지 찾으란 말이야.”이수호가 싸늘하게 답했다.“호텔이 고작 이만큼인데 걔가 어디 날아갔을까 봐?”“네.”안지원은 곧바로 인력을 추가하여 도아영을 찾아 나섰다.한편 서현우는 이 일에 그다지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그럼 천천히 찾으세요. 저는 이만.”그는 카드를 긁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그 시각 도아영은 뭇사람들이 방심한 틈을 타서 모자를 꾹 눌러쓰고 강주 호텔을 벗어났다.이수호는 또다시 그녀에게 전화했다.도아영은 휴대폰 화면에 뜬 그의 이름을 보더니 곧장 꺼버렸다.지금 전화를 받는 것이야말로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니까.20분 후, 도아영은 한성대로 돌아왔다.주민서는 어느덧 수업을 두 개나 듣고 교실에서 코를 골면서 자다가 그녀가 돌아오자 정신을 번쩍 차렸다.“헐, 왜 이렇게 빨리 왔어?”“너 나한테 문자해서 임규리랑 이수호가 함께 있다고 했잖아! 임규리 지금 어디 있어?”“임규리? 나야 모르지. 걔 금융학과라고 하지 않았나? 1학년생이니 지금쯤 아마 수업 중이겠지. 수업 일정표 보면 알잖아.”“가자, 임규리 찾으러!”“지금? 이제 곧 수업 시작인데?”“하나쯤 땡땡이쳐도 괜찮아.”주민서는 늘 전교 10등 안이라 성적도 우수하고 또한 학생 간부라서 땡땡이를 쳐도 아무도 간섭할 자가 없다.그녀는 재빨리 도아영을 따라갔다.“대체 왜 그러는 건데? 무슨 일이냐고? 혹시 임규리가 이수호한테 이간질했어? 하여튼 유정연 그 여자도 참 나빠. 그 집안엔 멀쩡한 사람이라곤 없다니까!”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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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도아영은 아예 그녀에게 거절할 기회조차 안 줬다.뭇사람들은 도아영이 임규리를 끌고 가는 걸 보더니 쉬쉬거리기 시작했다.“쟤 설마 임규리랑 이수호가 부쩍 가까워졌다고 질투한 거야?”“잘잘못을 따지러 온 거지. 아까 표정 봤잖아.”“도아영도 참! 본인 뭐라도 된 줄 아나 봐? 이수호가 임규리 좋아하는데 쟤가 뭐라고 질투해? 어차피 쇼윈도 부부일 거잖아.”...몇 사람들이 도아영의 험담을 해대자 주민서가 곧바로 두 눈을 부릅떴다.“방금 뭐라고 한 거야? 다시 한번 말해줄래?!”다들 주민서가 신문사 대표 딸인 걸 알고 황급히 고개 숙여 사과했다.“죄송해요, 선배. 저희 그냥 헛소리한 거예요!”“맞아요. 헛소리한 거니 너무 새겨듣지 마세요.”“잘 들어. 앞으로 누가 감히 도아영 험담 한 번만 더 했다가는 내 손에 아작나는 수가 있어.”주민서가 싸늘하게 경고장을 날리자 뭇사람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그녀는 감히 건드릴 상대가 아니니까. 부모님이 다 계시는 주민서와 달리 도아영은 가족이라곤 계모뿐이라 아무도 뒷받침해줄 수가 없다.한편 도아영은 임규리를 이끌고 아무도 없는 교실로 들어왔다.질질 끌려온 임규리는 가여운 눈길로 도아영을 쳐다봤다.“언니... 아파요.”“이수호 앞에서 무슨 얘기를 한 거야?”“그게...”임규리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아무 말 안 했는데요.”그녀의 가여운 눈빛을 바라보며 도아영이 피식 웃었다.“내가 폭력을 참 싫어하거든. 근데... 상대가 자꾸 내 마지노선을 건드린다면 손을 댈 수밖에 없어.”“언니... 저, 저 진짜 언니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요.”임규리가 울먹거리면서 답했다.“대체 누구한테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대표님 앞에서 허튼 소리한 적 없어요, 저.”“닥쳐. 오늘 네 친구들도 봤고 나도 다 봤으니 발뺌할 생각 마. 아니면 그냥 네 친구 한 명 불러와서 물어볼까? 다들 네가 아침에 이수호랑 뭔 짓거리를 했는지 알던데?”갑작스러운 주민서의 등장에 임규리의 안색이 잔뜩 일그러졌다.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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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괜찮아. 너도 그저 팩트만 말했을 뿐이잖아.”도아영이 웃으면서 말했다.“나도 너 때문에 화났다고 한 적 없는데?”“아영아, 네가 어떻게 화가 안 날 수가 있어?”주민서는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외부인인 그녀마저 임규리의 꼼수가 훤히 보이는데 도아영이 어떻게 아무것도 모를 수 있을까?이때 도아영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렇지만 네가 아직도 생각이 너무 단순한 것 같아. 이수호가 만약 나랑 서 대표님 관계를 의심하고 홧김에 나랑 파혼한다면 한성대에 입학 비리로 들어온 너 따위가 앞으로 계속 여기서 버텨나갈 수 있을 것 같아?”여기까지 들은 임규리는 가여웠던 표정이 금세 얼어붙었다.“네가 들어올 수 있었던 건 이수호가 다 내 체면을 보고 허락한 거야. 우리가 파혼한다면 이수호도 더는 너 신경 안 써.”임규리의 표정이 한없이 일그러졌지만 도아영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게다가 우리 학교 학생들은 죄다 상류층 인사들의 자녀인지라 네가 아무리 친해지고 싶어도 감히 넘지 못할 문턱이라는 게 있어. 넌 그저 우리 집안의 먼 친척일 뿐 강주 사람도 아니고 시골 출신이잖아. 나랑 이수호의 관계가 무너지면 너는 과연 이 학교에서 얼마나 고통스럽게 지낼까? 굳이 더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겠지?”도아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임규리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오늘 반 친구들이 자신을 어떻게 놀려댔는지 직접 보고 겪었으니까.만약 이수호와 도아영의 관계가 무너진다면 임규리는 고작 도씨 일가의 친척이란 신분으로 한성대에서 4년 내내 야유와 비난만 당할 게 뻔하다.여기까지 생각한 임규리는 덜컥 겁이 났다.“언니, 잘못했어요! 저 이제 어떡해야 하죠?”그녀가 드디어 말귀를 알아듣자 도아영이 곧이어 답했다.“사실 어려울 것도 없어. 오늘 내가 서 대표랑 나간 건 맞아. 다만 우린 업무상의 일로 만났을 뿐이지. 이 일은 이수호에게 어떻게 해명해도 안 믿어줄 게 뻔해. 그러니까 이따가 네가 대신 내 알리바이를 만들어줘야 해.”“네?”“내가 줄곧 학교에 있었다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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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괜찮아. 여기서 멀지도 않잖아.”도아영은 그녀에게 위로의 눈길을 보냈다.이에 주민서는 썩 내키지 않아도 함께 가주는 수밖에 없었다.그 시각 교실에 선생님이 아직 안 왔지만 학생들은 거의 다 자리에 앉아 있었다.도아영과 주민서가 임규리를 데리고 교실까지 왔을 때 그녀는 일부러 문 앞에서 도아영과 친한 척하면서 얘기를 나눴다.이 모습을 본 학생들은 임규리의 정체를 의논하기 시작했다.다들 그녀가 시골 촌뜨기인 줄 알았는데 도아영과 사촌지간이고 또 이토록 돈독할 줄은 몰랐으니까.아침에 이수호가 임규리를 불러갈 때도 다들 그녀가 평범치 않다고 수군거렸다.임규리가 교실 안으로 들어갈 때 주민서는 끝내 참지 못하고 투덜거렸다.“대체 쟤를 왜 도와줘? 널 이용해서 제 신분 좀 올리려는 거잖아. 저런 인간들 딱 질색이야!”방금 주민서는 임규리의 계략을 바로 알아챘으니 도아영도 분명 알고 있을 거라 믿었다.“나도 다 도와주기 위해서만은 아니야. 아직은 쟤를 이용해서 이수호를 진정시켜야 하거든.”만약 그녀와 서현우가 사적인 거래를 했다는 걸 이수호가 알아버린다면 일이 매우 번거로워진다.그때 되면 이 남자가 또다시 도원 그룹을 억압할 테니까.이것만 생각하면 도아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전생에 그에게 그토록 아양을 떨어도 거들떠보지 않더니 이번 생엔 아무리 발악해도 좀처럼 놓아주질 않는 이수호였다.이것 참,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저기 봐봐, 이 대표님 왔어!”“진짜네! 대표님이 여긴 왜 왔지? 요즘 부쩍 우리 학교에 나오는 것 같아.”“강이나 보러 왔겠지. 두 사람 싸웠다고 들었는데 학교까지 찾아왔나 봐.”“아닐걸! 요즘은 줄곧 도아영만 찾으셨잖아.”“도아영을? 대표님은 도아영이라면 치 떨리시는 분인데?!”...복도에서 학생들이 수군거렸다.마침 도아영과 주민서가 창가 앞에 서서 이수호가 한 무리 사람들을 거느리고 오는 걸 보게 됐다.주민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수호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경 그룹 그렇게 한가해? 왜 자꾸 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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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주민서의 목소리가 마침 이수호의 귓가에 들려왔다.그는 안색이 확 굳어졌다.문득 전에 도아영이 옆에 있을 때도 자신이 그녀를 이렇게 비난했던 일이 떠올랐다.주민서는 이리로 다가오는 이수호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대표님, 우리 아영이 공부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루가 멀다 하게 학교로 찾아오시면 어떡해요? 아영의 보호자라도 해주시려고요?”도아영도 그를 보면서 언짢은 듯 미간을 구겼다.“왜 자꾸 날 따라다녀요? 대표님은 다른 일 없어요? 종일 나만 괴롭히는 게 정작 다른 사람들한테는 민폐라는 걸 몰라요?”익숙한 멘트에 이수호의 안색이 더욱 일그러졌다.그녀는 아직도 너무 잘 기억하고 있다.전에 이수호를 위해 도시락을 회사까지 챙겨 갔을 때 그는 멀리서부터 그녀를 따돌렸다. 도아영은 하이힐을 신고 그를 쫓아오다가 매정하게 야유나 당했다.“아영아, 너는 여자가 돼서 종일 나만 쫓아다니는 게 창피하지도 않아? 나 말고 다른 할 일은 없어? 종일 나만 괴롭히는 게 정작 다른 사람들한테는 민폐라는 걸 몰라?”그때 도아영은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어야만 했다. 그 뒤로 이수호에게 도시락을 가져다줄 때면 프런트데스크에 올려놓거나 가끔 멀리서 이수호를 바라보고 황급히 도망쳤다.전에 이토록 비굴했던 자신을 되새기며 도아영은 문득 실소가 새어 나왔다.환생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전세가 이렇게 역전될 줄이야.“내가 왜 찾아왔는지 잘 알 텐데?”이수호는 여전히 꿋꿋하게 말을 이어갔다.이에 도아영이 의아한 듯 되물었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수업도 들어야 하는데 경호원 잔뜩 불러와서 뭐 하는 짓이에요 이게? 본인이 우리 학교 투자자라고 이렇게 멋대로 굴어도 되는 거예요?”“그러게 말이에요. 아까 보니까 학교에 꽤 많은 사람들이 언짢아했어요. 수업도 제대로 못 하게 진짜 너무 민폐네요.”주민서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어주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해댔다.이수호는 차오르는 분노를 꾹 참았다.“아침에 밥해놓으라고 했는데 어디 갔어?”“저기요, 집에 가정부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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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딱히 증거도 없으신 것 같은데 길 좀 비켜주시죠? 수업 들어가야 해요.”도아영이 그대로 떠나가려 하자 이수호는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도아영은 그에게 잡힌 손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장소는 좀 가려가야죠, 대표님. 나 대표님 집안에 인신매매 계약이라도 한 건 아니잖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주민서를 데리고 곧장 자리를 떠났다.이수호는 멍하니 넋을 놓았고 옆에 있던 안지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대표님, 정말 저희가... 아영 씨를 오해한 건 아닐까요?”이수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오해가 맞든 아니든 방금 그녀의 태도는 이미 충분히 이수호의 기분을 잡치게 했으니까.“임규리한테 가서 똑똑히 물어봐.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말이야!”“네, 대표님.”안지원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한편 이수호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여 관자놀이를 문질렀다.그 시각 주민서는 방금 이수호에게 쏘아붙이던 도아영을 되새기다가 입이 쩍 벌어졌다.“아영아, 너 아까 진짜 끝내주더라. 널 알고 나서부터 그렇게 사이다인 적은 이번이 처음이야! 전에는 항상 이수호가 널 심부름꾼처럼 부려먹어서 너무 화났는데 우리 아영이 드디어 정신 차렸네!”“맞아, 이제 정신 차렸어.”한번 죽은 몸인데 정신을 못 차릴 리가 있을까?이때 도아영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유정연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툭 꺼버렸다.하지만 금세 뭔가 생각난 듯 다시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너머로 유정연이 아양을 떨어댔다.“아영아, 지금 이씨 저택이야? 수호 옆에 있어?”“학교예요.”유정연은 대놓고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너는 이경 그룹 사모님이나 돼서 뭣 하러 계속 학교를 나가? 애가 참 어리석다니까.”도아영은 더 이상 그녀의 푸념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별일 없으면 끊을게요, 아줌마.”그녀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유정연이 황급히 말을 이었다.“아니, 잠깐만! 끊지 말고! 나 아직 할 얘기 안 끝났어.”도아영이 아무 말 없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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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유정연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식으로 말했다.도아영은 문득 전생이 떠올랐다. 그때도 이맘때쯤 유정연이 도지호를 위해 생일파티를 열어주었고 이경 그룹 예비며느리라는 도아영의 신분으로 다른 한 고급 호텔을 예약했었다.하지만 파티 현장에서 아주 창피한 일이 벌어졌고 이 때문에 이수호는 도아영을 더더욱 혐오하게 되었다.전생에 그녀는 이수호의 환심을 사지 못했기에 유정연도 감히 더 들이댈 수 없었다.다만 이번 생은 이씨 저택에 입주까지 했으니 유정연도 점점 기고만장하게 날뛰고 있었다. 마치 본인이 도아영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여긴 듯싶었다.“아줌마, 작년 제 생일은 아예 같이 보낸 기억도 없는데... 그때 아줌마가 저희 아빠한테 그러셨죠. 여자애는 나이도 어리니 서둘러서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고요. 제 말 맞죠?”도아영이 과거를 들추자 유정연은 뻔뻔스럽게 반박에 나섰다.“남자랑 여자랑 같아? 게다가 넌 이제 회사까지 가져갔으니 지호는 앞으로 어떡하라는 거야? 이런 기회를 빌려서라도 거물급 인사들을 알고 지내야지. 정 못하겠으면 이 대표한테 직접 말할게. 어차피 내가 예비 장모님이니까 체면을 살려줄 거야!”도아영은 피식 웃었다.장모님?이건 아마 유정연의 일방적인 바람일 것이다.이수호는 단 한 번도 그녀를 안중에 둔 적이 없는데 장모님은 더욱 가당치도 않은 소리였다.“그래요, 그럼. 수호 씨가 허락할지 한번 물어보세요.”도아영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옆에 있던 주민서는 그녀에게 무슨 영문인지 따져 물었다.“또 무슨 일이래?”“도지호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싶은데 로열 호텔에서 보내고 싶대.”“뭐라고?!”주민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로열 호텔이라니?!이 호텔은 주민서의 집안에서도 선뜻 예약할 수 없는 호텔이었다.“거기 예약은 사회적 인지도부터 샅샅이 따지잖아. 할망구가 꿈도 야무지네.”“이수호 찾아가겠대. 그래서 그러라고 했어. 어차피 쪽팔릴 건 본인이니까.”도지호처럼 물러터진 녀석은 생일날 어떤 꼴일지 굳이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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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한편 이수호는 왠지 모르게 짜증이 밀려왔다.‘내가 언제부터 이런 일까지 신경 썼지?’“사모님, 제발 본인 주제 파악부터 하세요. 너무 선 넘지 말고요.”이수호는 아예 그녀의 체면을 구겨버렸다.곧이어 그는 매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너머로 가차 없이 거절을 당한 유정연은 안색이 한없이 일그러졌다.이수호가 이런 일에 신경을 안 쓸 줄이야.하지만 유정연은 이미 동네방네 소문을 다 내고 다녔는데 그 호텔을 예약하지 못하면 앞으로 강주에서 어떻게 머리를 들고 다니란 말인가?곧이어 휴대폰이 울리고 부잣집 사모님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 정연 씨 아들 로열 호텔에서 생일파티를 연다던데 정말이에요? 우리 그이도 참석하겠대요!”마침 정곡을 찔린 유정연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물론이죠! 그런 거로 뭣 하러 거짓말을 해요? 우리 아영이가 이씨 일가의 예비며느리잖아요. 지호가 또 아영이 동생이니 로열 호텔을 예약하는 건 식은 죽 먹기 아니겠어요?”그녀는 정말 입만 열면 거짓말이 줄줄 새어 나왔다.어찌 됐든 부잣집 사모님들 앞에서 체면이 구겨져서는 안 되니까.아니나 다를까 상대도 그녀의 거짓말을 덥석 믿어주었다.“그래요? 그럼 저도 이참에 세상 구경 좀 해보겠네요. 역시 정연 씨가 복이 타고났다니까요. 우리가 선물 푸짐하게 챙겨 갈 테니 준비 잘하고 계세요.”상대가 선물을 준다는 말에 유정연은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네. 걱정 마세요. 그때 가서 초대장 가장 먼저 드릴게요.”“고마워요!”상대의 깍듯한 태도에 유정연은 어깨가 으쓱해졌다.하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그녀는 걱정이 태산이었다.로열 호텔은 보통 사람들이 예약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현재 도씨 일가의 신분으론 안에 발을 들일 수조차 없다.만약 이수호가 안 도와준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일이 이렇게까지 커진 이상 그녀에겐 더는 뒤돌아갈 길이 없었다.남들에게 사정하느니 본인을 믿고 봐야지. 그녀는 이제 이경 그룹 장모님인데 이 신분만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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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그래요.”유정연은 장수현을 샅샅이 훑어보았는데 명찰에 고작 부매니저라고 되어 있었다.“연회장 예약한다고 했는데 준비는 다 됐죠? 지금 현장으로 가보면 될까요?”장수현은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죄송하지만 연회장은 이미 예약이 완료된 상태입니다.”“뭐라고요?”유정연이 미간을 확 찌푸렸다.“말도 안 돼! 아까 카운터에 전화했을 때만 해도 분명 있다고 했어요.”장수현은 머쓱한 듯 미소를 지었다.“그때까지 있었는데... 어떤 분이 연회장 전체를 대관해서...”다만 유정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색하며 쏘아붙였다.“이봐요, 부매니저! 지금 내가 바보로 보여요? 강주에 유명한 호텔이 고작 이 몇 개뿐인데 어느 누가 그런 대규모의 연회를 연다고 그래요? 게다가 여긴 일반인들이 소비할만한 곳이 아니잖아요! 그쪽에서 얼마를 주던가요? 두 배로 드릴게요!”“사모님, 이건 돈 문제가 아니라...”장수현이 몹시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유정연은 오히려 두 눈을 부릅뜨고 그에게 소리쳤다.“뭐라고요? 돈 문제가 아니면 그냥 우리 도씨 일가가 자격이 없다는 말이겠네요? 로열 호텔에서 우리 집안 얕잡아보는 거예요 지금?!”그녀는 안 그래도 목청이 큰데 더욱 크게 고함을 지르니 주위에 있던 사람들까지 전부 귀를 기울였다.“사모님, 정말입니다. 이미 어떤 분이 통째로 대관했어요...”“됐고! 어차피 전화는 내가 먼저 했잖아요! 그쪽도 알다시피 우리 아영이가 이제 곧 이경 그룹 사모님이 될 거예요! 그럼 난 이 대표 장모님으로 등극하겠죠?! 이씨 일가가 강주에서 어떤 지위인지는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거라 믿어요. 미리 경고하는데 나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그러다가 뒷감당은 어떻게 하시려고...”유정연은 그야말로 폭주 기관차였다.그녀가 이수호까지 들먹이자 장수현은 더더욱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사모님, 정말 일부러 안 보여드리는 게 아니라...”“그럼 뭔데요?”그녀가 피식 웃었다.“누가 이렇게 통 크게 로열 호텔 연회장 전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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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한편 구연준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아영의 면을 봐서 하나쯤 내주는 것도 문제 될 건 없죠.”유정연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럴 줄 알았어요. 연준 씨라면 분명 내줄 거라고 믿었거든요.”구연준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아영이가 원한다면 제일 큰 연회장에서 생일파티를 열게 해줘야죠.”이때까지도 유정연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입이 귀에 걸리게 웃어댔다.“좋아요, 하하! 그럼 너무 좋죠! 연준 씨는 역시 대인배라니까요!”‘이수호 그 자식보다 몇백 배나 더 나은지 몰라요!’이를 본 구연준이 장수현에게 말했다.“그럼 아까 상의한 대로 내 계좌에 두 배 금액으로 이체하라고 해요.”“네, 대표님.”구연준은 더는 유정연과 얘기를 나누지 않고 곧장 자리를 떠났다.한편 그녀는 구연준이 돈을 요구할 줄은 전혀 모르고 끝까지 쫓아가려 했는데 이미 멀리 떠나가고 없었다.유정연은 다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두 배로 지불하기로 했다.‘어차피 연회장 하나에 얼마나 하겠어?!’그때 장수현이 그녀 옆으로 다가왔다.“사모님, 다 해서 24억 원입니다. 어떻게 지불하시겠어요?”“뭐, 뭐라고요?!”금액을 듣는 순간 유정연은 얼이 빠졌다.24억 원이라니, 어떻게 이렇게 비쌀 수가...“사모님, 그게 실은 대표님께서 저희 호텔의 가장 큰 연회장을 내주셨거든요. 그 연회장은 한번 대관하시면 3박 4일 동안의 모든 지출을 부담해야 하고 또 방금 사모님께서 두 배로 내주시겠다고 해서...”장수현의 대답을 들은 그녀는 사색이 되었다.24억 원이라...대체 이 많은 돈을 어디 가서 구해온단 말인가?“사모님, 이 연회장은 거물급 인사들만 예약할 수 있어요. 이번에 사모님께서 예약하신 걸 너무 축하드립니다. 아드님 생일파티도 근사하게 보내세요.”유정연은 얼굴에 경련이 일어날 지경이었다.24억 원짜리 연회장이라, 아마 강주 전체를 둘러봐도 더는 없을 스케일이었다.구연준이 설마 일부러 이러는 걸까?!“사모님?”그녀가 줄곧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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