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증거도 없으신 것 같은데 길 좀 비켜주시죠? 수업 들어가야 해요.”도아영이 그대로 떠나가려 하자 이수호는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도아영은 그에게 잡힌 손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장소는 좀 가려가야죠, 대표님. 나 대표님 집안에 인신매매 계약이라도 한 건 아니잖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주민서를 데리고 곧장 자리를 떠났다.이수호는 멍하니 넋을 놓았고 옆에 있던 안지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대표님, 정말 저희가... 아영 씨를 오해한 건 아닐까요?”이수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오해가 맞든 아니든 방금 그녀의 태도는 이미 충분히 이수호의 기분을 잡치게 했으니까.“임규리한테 가서 똑똑히 물어봐.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말이야!”“네, 대표님.”안지원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한편 이수호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여 관자놀이를 문질렀다.그 시각 주민서는 방금 이수호에게 쏘아붙이던 도아영을 되새기다가 입이 쩍 벌어졌다.“아영아, 너 아까 진짜 끝내주더라. 널 알고 나서부터 그렇게 사이다인 적은 이번이 처음이야! 전에는 항상 이수호가 널 심부름꾼처럼 부려먹어서 너무 화났는데 우리 아영이 드디어 정신 차렸네!”“맞아, 이제 정신 차렸어.”한번 죽은 몸인데 정신을 못 차릴 리가 있을까?이때 도아영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유정연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툭 꺼버렸다.하지만 금세 뭔가 생각난 듯 다시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너머로 유정연이 아양을 떨어댔다.“아영아, 지금 이씨 저택이야? 수호 옆에 있어?”“학교예요.”유정연은 대놓고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너는 이경 그룹 사모님이나 돼서 뭣 하러 계속 학교를 나가? 애가 참 어리석다니까.”도아영은 더 이상 그녀의 푸념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별일 없으면 끊을게요, 아줌마.”그녀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유정연이 황급히 말을 이었다.“아니, 잠깐만! 끊지 말고! 나 아직 할 얘기 안 끝났어.”도아영이 아무 말 없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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