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도아영은 아직 다 까발릴 순 없다.“그래요? 고마워요, 신경 써줘서.”“뭘 새삼스럽게. 넌 앞으로 내 말만 잘 들으면 돼. 너 정도 미모면 수호도 충분히 반하게 되어있다니까.”유정연의 말투가 또다시 나긋해졌다.“우리 아영이 나중에 잘되거든 이 아줌마가 관심하고 신경 써준 거 잊으면 안 돼.”“당연하죠. 평생 잊지 않고 잘 간직할게요.”도아영의 미소가 유정연을 소름 끼치게 만들었다. 그녀는 하려던 말까지 까맣게 잊었다.‘이 계집애가 왜 점점 더 조종하기 어려워졌지?’“엄마, 나 왔어요!”이때 문 앞에서 도지호가 캐주얼한 운동복 차림에 스타일리쉬하게 치장하고 서 있었다. 귀걸이, 반지, 어느 하나 빠진 것 없고 거만한 표정은 영락없는 MZ 세대였다.도아영을 본 도지호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여긴 왜 왔어? 누구 마음대로 돌아와!”한편 도아영은 소파에 앉아서 전혀 일어날 기미가 없었고 도지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이에 도지호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X발, 묻고 있잖아! 귀먹었어?”“아영아, 이건 아니지. 동생이 말하는데 왜 무시해?”유정연이 일부러 도아영을 탓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분명 말했죠. 여긴 내 집이라 다른 사람 허락받고 돌아올 이유는 없다고요.”“야, 도아영! 우리 엄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도지호의 욱한 성격은 여전했다.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가 따끔하게 혼내려 할 때 도아영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이 집문서 내 손에 있는데 거기 네 이름은 안 적혀 있거든. 여기서 확 쫓겨나고 싶어?”“너!”그녀는 단숨에 도지호의 정곡을 찔렀다.유정연은 진짜 화난 도아영의 눈치를 살피더니 얼른 가서 도지호를 말렸다.“얘가 대체 왜 이래? 얼른 누나한테 사과하지 못할까!”사람은 자고로 굽힐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전에 유정연은 본인이 어른이라고 도아영 앞에서 온갖 꼰대질을 다 해댔다. 또한 도아영이 만만하니까 쉴 새 없이 그녀의 마지노선을 건드렸다.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더 이상 옛날의 도아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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