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50화

Author: 기향난
띠리링...

이경 그룹.

이수호는 사무실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는데 도아영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는 곧장 전화를 받으려다가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빨리 받으면 그녀에게 단단히 사로잡혔다는 걸 증명하는 꼴이 되니까.

‘내가 쉽게 받아줄 것 같아? 천만에!’

전에도 도아영의 전화라면 거들떠보지 않았던 그였기에 이번에도 좀 더 뜸 들이려고 했다.

결국 그는 곧바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

벨 소리가 거의 사라질 때쯤 이수호가 시큰둥하게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안 들리고 자동차 엔진 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잠시 후 이수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영아?”

곧이어 전화가 꺼졌다.

이수호는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번엔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이수호는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는 곧장 문 앞에 있는 안지원을 불렀다.

“안 비서!”

“네, 대표님.”

안지원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이수호는 외투를 챙기고 어디론가 나가려 했다.

“무슨 일이시죠?”

“오늘 아영이가 어디 갔었는지 당장 조사해봐.”

“네, 알겠습니다.”

안지원은 곧바로 유정연에게 연락했다.

이때 이수호가 그의 휴대폰을 낚아채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면서 질문했다.

“아영이 지금 어디 있어요?”

“아영이?”

유정연이 말했다.

“오후에 어디 나간 것 같은데. 왜 그래? 너랑 같이 있었던 거 아니야?”

유정연은 그녀가 어디 갔는지 아예 모르는 눈치였다. 이에 이수호는 곧장 전화를 끊었다.

한편 유정연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도아영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지하 1층 주차장에 도착한 후 이수호가 안지원에게 휴대폰을 내던졌다.

“다시 조사해봐. 아영이 오늘 백화점이거나 레스토랑 같은 데 다녀왔는지 샅샅이 조사해.”

유정연이 그녀가 오후에 나갔다고 했으니 마침 저녁 식사 시간과도 가까운 시간대였다.

한편 주차장에서 강이나가 마침 이경 그룹으로 차를 몰고 왔다.

이수호가 주차장에 나타나자 그녀가 큰소리로 외쳤다.

“수호 씨.”

이수호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151화

    강이나는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표정이 어색해졌다.“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도아영 씨는 성인이니까 갑자기 사라질 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강이나가 도아영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하자 이수호는 말했다.“시간이 늦었어. 내가 회사 기사 불러서 널 집에 데려다줄게.”“수호 씨!”강이나는 이수호가 서둘러 떠나려 하자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설마... 도아영 씨를 걱정하는 거예요?”“어쨌든 내 약혼녀고 이경 그룹의 체면을 대표하는 여자야.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할머니를 볼 면목이 없어.”그렇게 말한 뒤 이수호는 곧장 차에 올라탔다. 더 이상 강이나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강이나의 표정은 복잡미묘해졌다.‘정말 그런 이유 때문일까? 아니면 수호 씨가 도아영한테 마음이 생긴 걸까?’강이나는 그런 의심을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이수호가 정말로 도아영을 좋아하게 내버려둘 순 없었다.그러다 아까 서현우와 함께 있던 도아영의 모습이 떠올라, 강이나는 별안간에 핸드폰을 꺼내 서현우에게 전화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건 서현우 본인이 아니라, 그의 비서 김한빈이었다.“강이나 씨, 무슨 일이신가요?”서현우가 아닌 비서가 받았다는 사실에 강이나는 내심 불만이 일었지만 꾹 참고 말했다.“혹시 서 대표님이 지금도 도아영 씨랑 같이 있나요?”“도아영 씨는 이미 돌아가셨어요.”“아, 그렇군요,,,”강이나는 말했다.“도아영 씨가 안 보여서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요. 별일은 없을 것 같으니 그만 끊겠습니다.”곧 통화가 끊어졌다.한편, 서현우와 김한빈은 다시 강주호텔로 돌아왔다. 김한빈은 전화를 끊고 나서 서현우에게 보고했다.“대표님, 방금 강이나 씨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도아영 씨가 사라진 듯하네요.”“사라졌다고?”서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저희 쪽 사람을 보내서 찾아볼까요?”“레스토랑 CCTV부터 확인해. 도아영이 식당을 나간 뒤 어디로 갔는지 알아봐.”“네.”서현우는 김한빈과 함께 다시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152화

    도아영은 도지호 주변 사람들의 역겨운 말을 들으며 속이 울렁거렸다.여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정조를 잃는 거라니? 도아영은 웃음만 나왔다. 그건 냄새나는 쓰레기 같은 남자들의 더러운 망상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평소에 도지호가 막장인 건 알고 있었지만 납치까지 할 줄은 몰랐다.도지호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도아영은 이 대표한테 시집갈 사람이야.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형,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한 남자만 바라보며 몸을 지킨다는 게 말이나 돼요? 게다가 일이 벌어져도 누가 함부로 떠벌리겠어요? 형 누나가 결혼을 안 하고 싶지 않은 이상.”강주에서 누가 이수호가 결벽증 있다는 걸 모를까? 물건은 물론이고, 인간관계에서도 깔끔함을 중시하는 남자다.만약 도아영이 더럽혀진 상태가 되면 이수호는 가차 없이 내버릴 게 분명했다.이 말을 들은 도지호는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어쨌든 난 도원 그룹을 넘기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만 하면 돼. 나머지는 마음대로 해.”“좋습니다! 맡겨 두세요!”그 말에 그의 다른 친구 두 명도 덩달아 달려들 기세였다. 슬쩍 기회를 노리는 게 역력했다.도아영은 그들이 다가오는 걸 보며 잠시 눈에 차가운 기색이 스쳤다.그들 중 한 명이 도아영의 입을 막았던 테이프를 잡아당겨 떼어냈다. 그들은 공포와 두려움을 기대했으나, 도아영은 전혀 겁먹지 않았다.“도아영 씨, 잘 생각해. 회사랑 유산을 지호 형한테 물려주겠다고 약속 안 하면 우리가 손 쓸 거야!”그 말을 듣고 도아영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그럼... 제가 회사랑 재산을 전부 지호한테 준다면 손대지 않는 건가요?”세 남자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그건 당연히 불가능했다. 애써 손안에 든 고기를 놓아줄 리 없지 않나.“약속대로 넘기면 녹화는 안 할게. 하지만... 우리를 즐겁게 해줘야 해. 녹화본이 이수호한테 넘어가면 널 더럽혀진 여자로 보고 버릴 거야, 그건 너도 싫잖아?”“그렇군요...”도아영은 마치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153화

    도아영이 저항의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맞장구를 치자 한 남자는 곧바로 몸을 가까이 밀어붙이려 했다.그러나 도아영은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왜 이렇게 거칠게 굴어요? 보는 제가 다 부끄러워요. 우리... 저 뒤쪽으로 가서 좀 더 재밌게 놀면 안 돼요?”도아영의 눈에는 농염한 기색이 깃들어 있었다. 세 남자는 이미 거기에 홀린 듯 경계를 완전히 풀어 버렸다.한 사람이 곧장 말했다.“좋아, 좋아! 뒤로 가서 놀자!”“뒤로 가서 놀려면 제 발에 묶인 줄도 좀 풀어 줘야 하지 않을까요? 안 그러면 놀기 불편하잖아요.”그 말을 들은 세 사람 중 일부가 잠시 주저하자 도아영은 다시 아양을 부렸다.“미워요. 손이 여전히 묶여 있는데 제가 무슨 수로 도망가겠어요? 게다가 세 명을 상대로 제가 어떻게 빠져나가요.”도아영의 말에 일리가 있어 보였기에 그들은 곧바로 도아영 발목에 감겨 있던 줄을 풀어 버렸다.그 순간 도아영의 눈 안에 미세한 웃음기가 스쳤다.발목이 풀리자마자 그녀는 남자의 품에 살짝 기댔다. 그리고 그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어 숨결을 불어 넣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뒤에서 놀아요. 다른 사람들 못 보게.”그 말에 남자는 완전히 정신을 놓은 듯 곧바로 도아영을 끌고 좀 더 안쪽으로 향했다. 심지어 남이 훔쳐볼까 봐 더욱 멀리까지 달려갔다.남자를 따라 어느 정도 들어가면서 도아영은 맞은편 길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불빛을 보았다. 이곳이 강주대학교 뒷산이라는 걸 알아차리고는 도지호가 아무 생각 없이 납치 장소를 골랐음을 재차 확인했다.도아영은 이수호에게 전화를 걸어 둔 상태로 납치되었기에 이수호가 반 시간도 안 돼 자신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또한 도지호가 몰고 온 차도 눈에 띄게 현란한 스포츠카였으니 아무리 봐도 발각될 가능성이 컸다.그 순간 남자는 도아영에게 입맞춤이라도 하려는 듯 달려들었다.이때 도아영은 재빨리 한 손으로 남자의 입과 코를 막고 무릎으로 아래쪽을 세차게 찍어 버렸다. 남자는 비명을 질렀지만 입이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154화

    세 남자는 서둘러 되돌아가서 쓰러진 남자의 상태를 살폈다.도지호는 손에 들고 있던 담뱃갑을 내던지며 욕설을 뱉었다.“당장 잡아 와! 당장!”만약 이 일이 이씨 가문 쪽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그는 완전히 끝장날 것이다.같은 시각.서현우는 이미 강주대학교까지 찾아왔다. 곁에 있던 김한빈이 말했다.“도로 CCTV를 추적해 보니 여기서부터 신호가 사라졌습니다. 학교 내부 CCTV를 확인할까요?”“시간이 없어. 그냥 수색해.”“네.”김한빈은 사람들을 이끌고 곧장 캠퍼스 내부로 들어가 수색을 시작했다.그 시각, 이수호 역시 차를 몰고 강주대학교 밖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본 광경은 이미 학교 안쪽으로 들어간 서현우였다.이수호는 그 모습을 보고 얼굴이 험악해졌다. 안지원이 물었다.“대표님, 왜 서 대표도 여기에 온 걸까요?”그들은 한참이나 조사해야 겨우 도아영이 스포츠카에 납치되어 강주대학교 안으로 사라졌다는 걸 알아냈다. 서현우는 어떻게 이 시점에 딱 맞춰 나타난 건지 알 수가 없었다.“가 보자.”“네.”안지원이 앞장서서 인원을 데리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한편, 도아영은 뒷산 쪽에서 차를 몰고 빠져나오다가 멀리서 손전등 불빛을 든 여러 사람을 발견했다.그녀는 서둘러 차에서 내려 가까운 거리의 서현우에게 달려갔다. 서현우는 온몸이 흙투성이인 도아영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꼴이 왜 이렇게 엉망이야?”“그건 나중에 말할게요... 도지호가, 도지호랑 몇 사람이...”도아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른 차 한 대가 이쪽으로 달려왔다.서현우는 도아영을 자기 뒤로 숨겼다.차에서 내린 건 도지호와 다른 부잣집 자식 둘이었고 학교 안 조명은 어둑해서 시야가 좋지 않았다.“젠장, 이 년이 감히 우리를 농락해?”한 놈이 욕설을 퍼붓더니 서현우를 향해 손가락질했다.“내 여자 내놔! 안 그럼 가만 안 둘 줄 알아!”도지호 일당은 강주대학교에서 마음대로 구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학교 교수조차도 무시해 왔다.강주대학교가 사실상 별 볼 일 없는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155화

    유정연은 예전부터 도지호에게 말해 둔 바 있었다. 만약 곤란한 일이 생기면 이씨 가문을 들먹이라고 말이다.그 말을 들은 김한빈은 비웃는 듯 코웃음을 치더니 더 세게 손을 비틀었다.“그만.”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이수호의 목소리가 도아영의 귀에 꽂혔다. 뒤를 돌아보니 정말 이수호가 다가오고 있었다.이수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이씨 가문 일에 서 대표님이 나설 필요는 없어요.”그 말을 들은 서현우는 별다른 말 없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김한빈이 손을 거두었다.도지호는 이수호가 자신의 편을 들어 주러 온 줄 알았지만 안지원이 곧장 달려들어 그에게 주먹을 날렸다.도지호 뒤에 서 있던 두 명은 이런 판을 본 적이 없어 기겁하고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이수호 쪽 사람들도 만만치 않았으므로 둘은 곧바로 붙잡혔다.서현우는 도아영의 팔을 놓고 이수호의 앞으로 그녀를 밀어주며 말했다.“이제부터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그렇게 말한 뒤 서현우는 돌아섰다. 김한빈도 서현우를 따라 떠났다.가면서 이수호를 힐끔 차갑게 쳐다봤다. 서현우도 김한빈도 이수호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무슨 일이야?”이수호는 냉랭하게 물었다.도아영은 온몸이 흙투성이였고 손에도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꽤 난처한 꼴이었다.도아영은 이미 제압당한 세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뒤에 쓰러져 있는 사람 빼고 나머지 둘은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게다가 저를... 강간하려고 들었어요.”도아영은 전혀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상황을 털어놓았다.도지호는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이수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바닥에 짓눌린 채 꼼짝 못 하던 몇 사람은 다급해져서 변명하기 시작했다.“이 대표님! 저희는 아무 상관 없어요! 다 도지호가 시켜서 한 거예요!”“그래요, 그래요. 저희는 말렸는데도 저쪽이 막무가내였어요!”“이건 이 대표님 집안 문제잖아요. 제발 저희 좀 봐주세요!”...그들은 서로 죄를 미루느라 정신이 없었다.이수호는 무표정하게 안지원을 돌아보며 차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156화

    “네가 서 대표한테 연락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알고 첫 번째로 왔겠어?”이수호는 도아영이 연락한 것 외의 가능성이 떠오르지 않았다.하지만 도아영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건 저 말고 서 대표님한테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좋아, 그럼 나한테 전화하기 전에는 어떤 상황이었어?”“그때는 괜찮았어요...”“후에는 왜 나한테 연락 안 했어? 어떻게든 나한테 도움을 청할 수 있었잖아.”“휴대폰이 제 손에 없었다니까요!”도아영은 이수호의 사고방식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납치되어 겨우 빠져나온 판에 이수호는 대체 뭘 두고 화를 내는 걸까?“네 멍청한 남동생조차도 일이 터지면 내 이름부터 내세웠어. 그런데 넌 왜 도망칠 궁리만 했지? 날 부를 생각은 전혀 안 한 거야?”“이수호 씨, 일이 생겼는데 제가 왜 남을 먼저 의지해요? 당연히 스스로 살고 봐야죠. 만약 수호 씨가 저를 안 도와주면 전 죽어야 하나요?”그 말을 들은 이수호는 얼굴이 시커메졌다.“그게 무슨 뜻이지? 내가 널 못 본 척 방치할 수도 있다는 소리야?”“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죠.”도아영은 전생의 일을 떠올렸다.어리석은 그녀는 이수호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수호는 10억 원의 몸값도 내주지 않아 결국 납치범에게 끔찍이 살해당했다.이번 생에는 절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터였다.그 한마디에 이수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수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맞는 말이네. 네 목숨이 나랑 무슨 상관이겠어? 널 구할 이유도 없네.”도아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수호는 바로 안지원을 돌아보며 명령했다.“안 비서, 이만 가지.”“네?”안지원은 잠시 멈칫했다.‘가자고?’“이수호 씨, 저를 여기 두고 가는 거예요?”이수호는 냉랭하게 대꾸했다.“네가 말했잖아. 남한테 의지하지 않는다고. 네 귀한 목숨은 알아서 챙기도록 해.”그렇게 말한 뒤 이수호는 등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157화

    원래 운전 중이던 안지원도 잠시 멍하니 있었다.서현우는 차에 오르기 전 마치 도발하듯 그들 쪽을 힐끗 봤다. 이수호의 인상은 더욱 험악해졌다.“대표님... 이제는...”“가자!”이수호는 냉랭하게 말했다.“앞으로 도아영 일은 나랑 아무런 상관도 없어!”이수호가 버럭 화를 내자 안지원은 혹시나 하던 만류도 꿀꺽 삼켜 버렸다.같은 시각, 도아영은 이미 서현우의 차에 올라탄 상태였다. 서현우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도아영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도아영은 몸을 살짝 웅크리며 말했다.“고마워요, 서 대표님. 돌아가면 제가 세탁해서 내일 돌려드릴게요.”“그냥 버려. 난 더러워진 옷 입지 않아.”“...”도아영은 서현우를 바라보며 웃기만 할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서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근데 방금 이수호 씨가 봤어. 네가 내 차에 타는걸.”“뭐라고요?”도아영이 차창에 몸을 기울여 밖을 보려고 하자 서현우가 말했다.“이미 가버렸어.”“...그럼 아까는 왜 말 안 해줬어요?”“말해줘서 어떡하게? 이 대표 차를 타려고?”도아영은 고개를 저었다.누구 차든 별로 타고 싶지 않았지만, 굳이 골라야 한다면 서현우 차가 낫다고 생각했다.그로부터 30분 후.서현우의 차는 도씨 가문의 저택 앞에 멈췄다.유정연은 이수호의 전화를 받고 한밤중까지 잠도 못 자고 있었다가 대문 밖에서 소리가 나자 잽싸게 뛰쳐나왔다.그러나 밖에서 본 광경은 도아영이 서현우의 차에서 내려오는 장면이었다. 유정연은 허둥지둥 달려들었다.“이 멍청한 것아! 대체 어디 갔었니?”말을 하다가 고개를 드니 서현우의 얼굴이 얼핏 보였다. 하지만 금방 창문이 올라가고 차가 떠나 버렸다.유정연은 도아영이 걸친 남자 재킷과 흙으로 얼룩진 몰골을 보고 표정이 일그러졌다.“너... 너 혹시 밖에서 이상한 남자라도 만나다 온 거야? 도아영! 너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수호가 나한테 전화를 몇 번이나 했는지 알기나 해? 너 어떻게...”“이상한 남자요?”도아영은 유정연 쪽으로 한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158화

    도아영은 유정연을 흘끗 보고 말했다.“아줌마, 도지호 생일이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불법 짓거리해 놓고 봐 달라고 하면 봐줘야 하나요?”“아영아! 아, 아영아!”유정연은 다급히 도아영의 소매를 붙들었다.“말로 해결해도 되는 거잖아... 이렇게까지 화낼 필요는 없지 않니? 지호가 잘못했으니 내가 대신 사과할게. 아니면... 그래! 집에 보석이 좀 있는데, 그거 원래부터 너한테 주려고 했던 거야...”유정연이 돈으로 무마하려 드는 기색을 보이자 도아영은 눈썹을 약간 치켜올렸다.사실 그녀도 도지호의 생일 전에 괜히 사건을 키울 생각은 없었다. 생일 파티에 더 큰 이벤트가 있기 때문이다.다만, 유정연을 좀 협박해 이득을 얻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유정연이 시집와서 어머니의 보석을 많이 차지했음을 알고 있었기에 도아영은 말했다.“아줌마가 갖고 있는 보석 전부 우리 엄마 유품인 것 같던데요?”그 말을 듣고 유정연의 얼굴이 잠시 굳었다.“그, 그 유품이라는 건 원래 내가 잠시 보관하던 거였어. 네가 크면 돌려주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잊어버린 거야. 그래도 오늘 네가 말 꺼냈으니 전부 너한테 줄게. 걱정할 것 없어.”“아줌마, 그건 원래부터 제 거였어요.”도아영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그런데요, 지호가 모는 스포츠카가 꽤 멋지더라고요. 시가가 약 6억 원대였죠?”유정연의 눈썹이 씰룩했다.그건 한정판 슈퍼카였고, 예전에 도지호가 엄청 조르고 졸라 간신히 사 줬던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도아영이 대놓고 달라는 뜻으로 말하고 있었다.그래도 도지호가 사고를 친 건 사실이니 유정연은 꾹 참고 말했다.“좋아. 내가 내일 바로 매장에서 새 차 뽑아 줄게.”“고마워요, 아줌마.”도아영은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유정연의 손에 현금이 얼마나 남았는지 대충 알고 있었다.이미 24억 원쯤 써서 파티 장소를 잡았을 것이고, 앞으로 준비하며 쓸 돈도 많을 텐데 거기다 6억 원을 더 쓰면 얼마 남지 않게 된다.이런 생각에 도아영은 더 밝게

Latest chapter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33화

    모두가 구연준이 강이나의 유학 문제로 찾아왔을 거라 여길 때 이 남자는 매우 차분하게 조나린을 가리켰다.“조나린.”불현듯 지명을 당한 조나린은 온몸이 돌처럼 굳어버렸다.“네...”그녀는 초조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연준이 왜 찾아왔는지 몰라서 어리둥절할 때 문밖의 경호원이 긴급하게 프린트한 통지서를 그에게 건넸다.구연준은 통지서를 확인하지도 않고 아예 조나린에게 내던졌다.“넌 오늘부로 퇴학이야.”통지서가 조나린의 발끝에 떨어졌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말도 안 돼!”허겁지겁 통지서를 주워서 봉투를 열어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퇴학 조치 서류였다.퇴학이란 두 글자를 본 조나린은 온몸이 경직되었다.‘이럴 수가? 내가 왜? 대체 왜?’그녀는 옆에 있는 강이나에게 시선을 돌렸다.한편 강이나도 안색이 어두웠다.두 여자가 절친 사이란 걸 모르는 이는 없다. 구연준이 직접 이곳까지 찾아와서 모든 학생들 앞에서 퇴학 통지서를 내던졌다는 건 대놓고 조나린의 뺨을 때리는 거나 다름없었다.“대표님, 오해예요. 다 오해라고요!”조나린이 횡설수설하면서 해명하려 했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이에 구연준이 차분한 얼굴로 되물었다.“오해? 도서관에서 폭력을 행사한 영상이 모조리 녹화됐어. 병원에서 부상 진단서까지 받았는데 오해라고? 이번 사건은 범법 행위에 속하니 넌 고의상해죄 및 학교 폭력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 거야. 다른 학생들도 잘 들어. 이제 모두가 성인이라 법적 상식을 갖고 본인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해!”뭇사람들은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어느새 경찰이 안으로 들어왔다.“조나린 씨 맞죠? 저희와 함께 서에 가시죠.”경찰 한 명이 입을 열자 조나린은 사색이 되었다.졸업을 코앞에 두고 퇴학이라니, 게다가 경찰서까지 잡혀갈 신세가 되었다.그녀는 강이나에게 거의 애원하듯 소리쳤다.“이나야, 강이나! 살려줘! 나 좀 구해달란 말이야.”다만 강이나도 감히 꿈쩍하지 못했다.구연준에게 겁먹은 것도 있고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32화

    “사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무조건 퇴학 조처를 해야 합니다!”“저도 같은 의견입니다!”...회의실에서 선생님들이 하나둘씩 손을 들었다.그 시각 학교 통보를 기다리는 조나린은 너무 긴장해서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조나린은 교실 안에서 강이나의 팔을 꼭 잡고 있었다.“이나야, 나 퇴학당하는 거 아니겠지? 뭐라고 말 좀 해봐.”유하영은 바짝 긴장한 그녀를 보더니 얼른 다가가서 위로했다.“괜찮아, 나린아. 부주의로 손을 밟은 것뿐인데 어떻게 퇴학까지 가겠어? 게다가 이나도 이미 이 대표님께 말했을 거야. 이번 일은 꼭 잘 해결될 테니까 너무 걱정 마.”말을 마친 그녀는 줄곧 함구하는 강이나를 바라봤다.“이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강이나는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녀는 조나린을 위해 사정한 적이 없는데 이 사실을 아직 유하영과 조나린에게 알리지 못했다.어제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이수호에게 의심을 받았던 터라 본인 문제도 해결 못 한 마당에 조나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있었을까?하지만 이건 단지 도아영의 손등을 밟은 간단한 문제이니 너무 심각한 조처는 없을 것 같았다. 강이나는 결국 모든 공로를 본인에게 돌렸다.“그래, 맞아. 어제 수호 씨한테 다 얘기했으니 너도 아무 일 없을 거야. 걱정 마, 나린아.”조나린은 그제야 불안했던 마음이 진정됐다.‘하긴, 도아영이 대체 뭐라고? 이수호랑 파혼까지 한 마당에 뭐가 그렇게 대단해?’그도 그럴 것이 한성대는 실력과 배경이 없으면 괴롭힘을 당하는 수밖에 없다.손등만 밟았을 뿐이니 딱히 문제 될 건 없었다.‘도아영, 넌 이제 뒤 봐주는 사람이 없어. 학교에서도 이번 사건을 그냥 스쳐 지날 거야.’조나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이나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으니 딱히 걱정될 건 없었다. 강이나만 나서면 그녀는 무조건 무사할 테니까.이제 한시름 놨다고 생각할 때 교실 밖에서 웅장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구연준이 어느새 정장으로 갈아입고 금테안경까지 착용하니 고귀한 분위기가 저절로 흘러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31화

    그녀의 말을 들은 이수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뭐라고?”“대표님, 나 같은 여자애가 투자에 대해 뭘 알겠어요. 게다가 그 땅은 내가 사려던 게 아니라 연준 씨가 사겠다고 해서 낙찰받은 거예요. 대표님도 잘 알다시피 내가 그때 도씨 일가의 실권도 장악하지 못했는데 어디서 천억을 구하겠어요? 그 땅이 정 그렇게 욕심난다면 구 대표님을 찾아가 보세요. 팔지 말지는 구 대표님께 걸렸거든요.”도아영은 해맑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이수호는 그녀의 말투에서 선의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지금 장난해? 그 땅은 분명 네가 원해서 산 거잖아. 이렇게 쉽게 줘버렸다고?”“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그 당시 연준 씨가 돈을 대줬고 이제 와서 거둬가겠다고 하니 제가 무슨 권력이 있겠어요? 당연히 연준 씨한테 돌려줘야죠.”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솔직히 저도 후회해요. 이 땅이 이렇게까지 값질 줄 알았다면 애초에 눈 딱 감고 사버리는 건데! 괜히 좋다 말았네요.”“너...”이수호는 그녀를 뭐라고 평가해야 할지 몰랐다.하늘에서 떨어진 횡재를 이토록 홀가분하게 구연준에게 넘겨주다니.구씨 일가와 이씨 일가가 줄곧 앙숙이라는 걸 모르는 자가 있을까?이 땅을 구연준에게 줬다는 건 이경 그룹 하반기 온천리조트 계획이 백 퍼센트 망한다는 것을 뜻한다.이수호가 떠나가려 하자 그녀는 일부러 목을 내빼면서 말했다.“벌써 가게요? 좀 더 있으시지.”쾅 하는 소리와 함께 이수호가 침실을 나섰다.그가 떠난 후 도아영도 가면을 벗고 편하게 쉬었다.이수호는 그녀가 아빠가 주신 혼수를 전부 끌어모아 남원 교외의 땅을 산 걸 전혀 모르고 있다. 그것참, 모르길 천만다행이지, 알았더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원 그룹을 압박하여 그녀의 손에서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이 땅을 뺏어갔을 것이다.‘연준 씨, 미안하게 됐네요. 또 연준 씨를 내세우고 말았어요.’그 시각, 한성대 캠퍼스.“에취!”구연준은 난생처음 학교에서 이미지도 신경 쓰지 못하고 재채기를 해댔다.학생들이 전부 쳐다보자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30화

    ‘이 인간도 알고 있었네!’도아영은 무고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지금 대체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정부의 결책을 내가 무슨 수로 알아요? 미리 알다니, 말도 안 돼!”“그래? 그럼 이건 뭔데?”이수호는 또다시 신문 기사를 그녀에게 내던졌다.“남원 교외에서 샘물을 파냈다고 하는데 이것도 모른다고 할 거야?”“정말요?”그녀는 일부러 놀란 척했다.“에이, 설마. 나 그냥 대충 한번 땅을 낙찰받은 건데 그럼 이제 부자 되는 거예요?”“도아영!”이수호의 안색이 점점 일그러졌다.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침대에 잠자코 누워있었다.이에 이수호가 마침내 목소리를 내리깔고 그 말을 입밖에 내뱉었다.“이 땅은 우리 이경 그룹에서 가져갈 거야. 추후에 계약서 보낼 테니 넌 사인만 하면 돼.”“죄송하지만 나 아직 허락한다고 안 했는데요?”그녀가 주제도 모르고 날뛰자 이수호는 단호하게 말했다.“우리 회사에서 하반기에 온천리조트를 개발할 계획이란 걸 너도 다 알고 있잖아!”“이경 그룹 향후 계획을 내가 어떻게 알아요?”도아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지금 이 땅이 곧 개발된다고 하니까 나한테서 뺏는 거예요?”“뺏는다고 안 했어. 마땅한 금액으로 보상해줄 거야.”이수호가 차갑게 말했다.“이 프로젝트는 규모가 너무 커서 네가 조종할만한 사이즈가 아니야. 지금 바로 돈도 챙기고 좋잖아?”그의 말을 들은 도아영은 하마터면 실소를 터트릴 뻔했다.이 남자는 늘 이렇게 거만했다.다만 그가 이토록 이 땅에 집착하는 걸 보아 도아영도 한 번쯤 떠보고 싶었다.“그럼 얼마 줄 수 있는데요?”“열 배로 쳐줄게.”이수호가 답했다.“애초에 네가 천억으로 샀으니 열 배로 갚을게. 그 땅 이경 그룹에 넘겨.”그녀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장사꾼은 역시 장사꾼이라니까.’이 땅은 정부의 보상과 지지를 받고 있고 또한 정부에서 지지하는 중점 개발 구역으로 확정되었으며 거기에 샘물까지 파냈으니 미래 가치는 가늠할 수가 없다.1조 원이 아니라 지금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9화

    다음날 이수호는 가정부와 기사를 시켜서 도아영을 집으로 보낸 후 회의하러 회사에 나갔다.그는 회의내용 따위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젯밤에 그녀가 병상에 누워서 한바탕 욕설을 퍼붓던 장면밖에 떠오르지 않았으니까.도아영이 일부러 그랬다는 걸 생각만 해도 웃겼다. 그는 저도 몰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이 광경을 본 회의실의 뭇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대표님이 왜 이러시지?’“에헴!”옆에 있던 안지원이 마른기침을 하면서 이수호에게 눈치를 줬다.그제야 이수호도 다들 자신을 쳐다보는 걸 알아챘다.그는 곧장 웃음기를 거두고 싸늘하게 말했다.“그럼 이 방안대로 해요.”“대표님,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어요.”이때 매니저 한 명이 입을 열었다.“남원 교외의 땅을 며칠째 파고 있는데 어제 그 땅에서 샘물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하반기 온천리조트 사업과 충돌하니 이 땅을 빨리 사들여야 합니다. 남원 교외가 우리 회사의 미래 산업에 방해가 돼서는 안되잖아요. 또한 우리도 그 땅을 이용해서 온천리조트 계획을 확장할 수 있고요.”이수호는 처음에 그다지 새겨듣지 않았는데 남원 교외라는 네 글자가 어딘가 익숙했다.“대표님, 남원 교외는 도아영 씨가...”안지원이 가장 먼저 눈치채고 그에게 말했다.도아영을 언급하는 순간 이수호는 경매장에서 그녀가 천억을 주고 남원 교외의 땅을 낙찰받은 일이 떠올랐다.그의 안색이 확 어두워지자 뭇사람들은 어쩔 바를 몰랐다.“회의 끝!”이수호가 이를 악물고 회의를 마무리하자 안지원이 재빨리 서류를 정리하고 그를 따라나섰다.회의실에 남은 임원들은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봤다.‘대표님이 요즘 왜 이러실까?’그가 워낙 빨리 걷다 보니 안지원은 겨우 따라잡았다.차에 탄 이수호는 어두운 표정으로 쏘아붙였다.“남원 교외의 땅에 관한 모든 정보를 낱낱이 조사해봐.”“네, 대표님.”안지원은 운전하면서 매니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이경 그룹은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다. 모두가 남원 교외의 땅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8화

    ‘내가 만약 아영이랑 결혼한다면 몇십 년 후에도 과연 이런 모습일까?’이때 포장을 마친 사장님이 그에게 봉투를 건네면서 활짝 웃었다.“여자친구분 쾌유를 바랄게요.”이수호도 흐뭇하게 웃으며 돈을 꺼냈다.백만 원짜리 수표를 본 순간 사장 부부는 입이 쩍 벌어졌다. 이수호를 쫓아서 밖에 나왔을 때 그는 이미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병원 병실.도아영은 어느새 죽을 한 그릇 다 비웠다.방에 들어온 이수호는 불을 켜고 텅 빈 죽그릇을 치우고는 찐빵을 선반에 내려놓았다.한가득 포장해온 찐빵을 보더니 그녀가 미간을 찌푸렸다.“뭐가 이렇게 많아요?”“네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몰라서 종류별로 두 개씩 샀어.”이수호는 그녀 대신 재빨리 어수선해진 선반을 치웠다.이때 그녀가 말했다.“너무 늦게 돌아왔잖아요. 나 이미 배부르게 먹었어요.”“그래?”이수호는 별 반응이 없었다.“화 안 나요?”“나 놀리는 거 알아. 네가 지금 환자니까 그냥 참는 거야.”그는 소파에 앉아서 담담하게 말했다.“먹고 싶으면 먹고 못 먹겠으면 다 버려.”“...”너무나도 차분한 이 남자의 모습에 도아영은 포장을 뜯고 찐빵을 한입 물었다.이수호는 침대에 누워서 찐빵을 먹는 그녀에게 물었다.“마지막으로 그 찐빵 가게에 간 게 언제야?”도아영은 잠시 동작을 멈추고 차갑게 답했다.“기억 안 나요.”“너희 아빠가 입원했을 때 맞지?”순간 그녀의 안색이 확 차가워졌다.“그게 대표님이랑 무슨 상관이죠? 우린 이미 파혼했으니 더는 사적인 일에 대해 묻지 말아 주세요.”입맛이 떨어진 그녀는 찐빵을 내려놨다.문득 아빠가 입원했을 때 그녀 홀로 바삐 돌아쳤던 기억이 났다.유정연도 오긴 했지만 아빠가 하루빨리 죽어서 도지호에게 유산을 물려주기만을 바랐다.전에 도씨 일가와 거래했거나 협력했던 대표들도 하나같이 나쁜 심보를 품고 있었다.도아영은 마치 언제든 잡아먹히게 될 토끼처럼 무기력하게 이 모든 걸 마주해야만 했다.그리고 그때 남현숙은 그녀를 손주며느리로 찜했었다.이수호는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7화

    야채죽과 삶은 계란, 그리고 밑반찬들까지 전부 담백한 음식인지라 식욕이 당기지 않았다.“음식이 별로네요.”도아영이 힐긋 내려다보며 말했다.“그럼 뭐 먹고 싶은데?”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이 설명했다.“이 병원 나가서 좌회전하고 백 미터 걸어가면 찐빵 가게가 하나 있는데 24시 가게거든요. 나 거기 찐빵 엄청 좋아해요. 대신 가서 사주실래요?”이수호는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그는 곧장 병실을 나섰다.이수호가 떠난 후 도아영은 야채죽을 맛있게 먹었다.‘꽤 맛있네!’병원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심야인지라 주위가 어두컴컴하고 가로등 불빛만 어렴풋이 비쳤다.그는 도아영의 말대로 병원에서 좌회전해서 백 미터를 걸어갔지만 아무것도 안 보였다.이수호는 마침내 도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가 곧장 전화를 받자 이 남자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찐빵 가게가 대체 어디 있는데?”도아영은 일부러 난감한 척하며 되물었다.“실은 나도 이제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냥 휴대폰으로 한번 위치 찾아보시겠어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전화를 꺼버렸다.‘자식, 너 이번엔 제대로 걸려들었어!’이수호는 차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휴대폰을 꺼내 검색해보았지만 근처 1킬로미터 이내에 찐빵 가게라곤 없었다.그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가장 가까운 찐빵 가게로 가려고 해도 택시를 타야만 한다.심야 시간대라 택시를 잡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결국 길거리까지 나가서 힘들게 택시를 잡았다.찐방 가게까지 도착하니 20분이나 소요됐다.한편 가게로 들어갔더니 찐빵 소가 무려 일여덟 가지나 되었다. 이수호는 그녀가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전혀 몰랐다.“손님, 뭐로 해드릴까요?”이때 사장님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새벽이라 가게에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이수호는 또다시 그녀에게 전화해서 어떤 맛으로 사 올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쉬는 데 방해가 될까 봐 휴대폰을 넣어두었다.“종류마다 두 개씩 포장해주세요.”사장은 의아한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오밤중에 무슨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6화

    이수호는 본인 잘못인 걸 알기에 딱히 반박할 자격이 없었다.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욕도 시원하게 했겠다. 무슨 보상을 원하는데? 그냥 얘기해.”“역시 통쾌하네요.”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앞으로 우리 집안을 겨냥하지도 말고 나도 더는 건드리지 말아요. 우리 이미 파혼했으니 각자 갈 길 가요. 내가 다친 건 다 대표님 때문이니 치료비는 전적으로 책임지세요.”“그게 다야?”“네.”도아영이 그를 지그시 바라봤다.“뭐 대표님께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일종의 경제적인 보상을 하고 싶다면 저도 마다하진 않을게요. 이런 건 이별 비용이라고 하죠 뭐.”이별 비용이란 단어를 듣는 순간 이수호의 얼굴이 한없이 차가워졌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 단어가 너무 거슬렸다.“왜요? 돈 아까워요?”“줄게.”이수호가 곧장 대답했다.그녀도 너무 놀란 눈치는 아니었다.이수호에게 차고 넘치는 게 돈이니까 이별 비용으로 몇십억 정도 주는 건 손해라고 할 것도 없었다.“나 때문에 이렇게 됐으니 치료받는 동안 전적으로 책임질게.”“오케이.”도아영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양심은 있네, 그래도.’“내일 안 비서 시켜서 퇴원 수속 할 테니 당분간 우리 집에서 병 치료하는 줄 알아.”순간 그녀의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내가 왜요? 왜 그리로 들어가야 하는 건데요?”“이미 함 원장한테 말해서 해외 최고의 의료진을 모셔오기로 했어. 너 그 손 치료하지 못하면 평생 오른손을 못 쓸 거래. 그러니까 내 말 들어.”“대표님...”“이것도 다 널 끝까지 책임지는 거잖아. 5개월 후에 손이 다 낫거든 무조건 보내줄게. 만약 그때까지도 회복하지 못하면 대신 보상금 줄게. 금액은 네가 정해.”여기까지 들은 도아영은 그제야 마음이 진정됐다. 그녀는 반신반의하며 되물었다.“금액을 내가 정하라고요?”“응.”“얼마든지 다 오케이?”은근슬쩍 신난 그녀의 모습을 보더니 이수호는 덜컥 겁이 났다. 보상금이랍시고 한도 제한이 없다면 이 여자는 이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5화

    같은 시각 안지원은 다음날 회의에 필요한 자료를 이수호에게 전송했다.이수호가 힘겹게 휴대폰을 꺼내 들고 내일 회의자료를 훑고 있는데 도아영이 갑자기 악몽을 꿨는지 울면서 소리쳤다.“때리지 마. 날 때리지 말라고!”이수호는 곧장 침대 옆으로 다가가 어떻게 위로할지 몰라서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괜찮아, 내가 옆에 있으니까 아무도 너 못 건드려.”그제야 도아영은 조금 진정된 모습이었다.이수호는 안쓰러운 눈길로 그런 그녀를 쳐다봤다.이토록 가녀린 여자애가 오늘 같은 끔찍한 일을 겪었으니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그가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려고 할 때 도아영이 갑자기 두 팔을 번쩍 들었다.이를 본 이수호도 화들짝 놀랐다.이어서 도아영은 매우 또박또박하게 쏘아붙였다.“X발, 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뒈졌어!”“...”“이수호 이 개자식!”“...”“널 목 졸라 죽일 거야!”“...”“죽어, 이수호!”“...”이수호는 휴대폰으로 내일 회의자료를 확인하려다가 어느덧 저도 몰래 네이버 검색창에 전신마취가 덜 풀렸을 때 왜 잠꼬대를 하는지에 대해 검색하고 있었다.한편 도아영의 욕설은 점점 더 험악해졌다.이수호는 회의자료를 볼 기분이 아닌지라 모두 내려놓았다.‘얘 분명 의도적이야. 틀림없어.’야간 당직을 서는 간호사가 조심스럽게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좀전의 일로 이수호에게 사과하려고 들어왔는데 이 남자가 눈길 한번 안 주고 차갑게 쏘아붙였다.“나가.”“대표님, 이건 방금 안 비서가 보내온 음식입니다.”간호사는 음식을 이수호의 옆에 있는 책상에 올려놓았다.“얘 아까까지 계속 잠꼬대했는데 전신마취 때문이야?”간호사는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랐다.“전신마취요?”“왜? 아니야?”“이 환자분은 큰 수술이 아니어서 부분 마취만 했는데요?”“...”이수호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침대에 누운 도아영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이때 도아영이 기지개를 켜고 비스듬히 눈을 떴다.“어머? 대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