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의 모든 챕터: 챕터 161 - 챕터 170

233 챕터

제161화

말을 마친 도아영은 이미 준비해 둔 계약서를 유정연에게 건넸다.그녀가 미리 준비를 끝냈다는 걸 알고 유정연의 얼굴빛이 한결 어두워졌다. 그러나 도아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계속해서 말했다.“아줌마, 이 계약서는 제가 꼼꼼히 다 살펴봤으니 사인만 하면 돼요. 그리고 일주일 안에 동주를 제 앞에 갖다 놔주셔야 해요. 그 정도면 아줌마도 동주를 충분히 찾으실 수 있겠죠?”“그야 물론이지...”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유정연은 속으로 떨림을 감추지 못했다.160억이라니, 그 큰돈을 도대체 어디서 마련하라는 말인가? 그녀가 그동안 도씨 가문과 회사에서 긁어모은 비자금을 전부 합쳐도 160억은 되지 않았다.하지만 도지호를 위해 유정연은 결국 계약서에 서명했다.손에 든 계약서를 보고 도아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러자 유정연이 말했다.“아영아, 계약서를 썼으니 절대 너한테 거짓말하지 않아. 그러니 지호를 구해줘. 지호가 수호한테서 무슨 일이라도 당한다면... 나는 어떻게 살라고 그러니!”유정연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 이제 반나절 후면 로열 호텔에서 생일 파티가 열리니 도지호를 잘 꾸며서 데려가고 싶었다. 파티에서 재벌가 딸과 이어져야 남은 평생 잘살 수 있었다.“네, 지금 이씨 가문으로 가서 수호 씨한테 지호를 돌려달라고 할게요.”도아영이 일어서자 유정연은 그제야 한숨 돌린 듯 안도했다.“아줌마, 가능한 빨리 송금해 주셔야 해요. 저한테 계약서가 있으니까요.”도아영의 말을 듣고, 유정연은 또다시 속이 쓰렸다.‘재수 없는 계집애!’유정연의 문제를 마무리한 도아영은 도씨 가문 저택의 대문을 나섰다.차에 올라탄 뒤, 그녀는 이씨 가문의 저택으로 갈지 이경 그룹으로 갈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안지원에게 전화를 걸었다.곧 전화가 연결되자 도아영은 물었다.“안 비서님, 도지호는 어디 있어요?”상대는 잠시 말이 없었다.“안 비서님?”도아영이 의아해 다시 부르자 전화기 너머로 이수호의 냉랭한 목소리가 들렸다.“설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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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도아영은 금세 차를 몰고 이경 그룹 건물 입구까지 도착했다.회사 밖에 있던 사람들은 도아영이 오자마자 일제히 거리를 두며, 그녀가 맹수라도 되는 것처럼 기묘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도아영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이상한 시선을 뒤로한 채 곧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안지원이 사무실에서 나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아영 씨, 대표님이 지금 회의 중인데... 여기서 잠깐 기다려줄래요?”“여기서 기다리라고요?”도아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모든 직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려 있었다. 분명히 그녀를 비웃으려는 눈치였다.도아영은 이경 그룹에서 여러 소동을 일으켜 화제가 된 적 있었다. 회사 사람들도 도아영이 이수호에게 매달리는 입장이라는 걸 알았다.이번에는 또 무슨 이유로 왔는지, 호기심 반 비웃음 반인 시선들이 곳곳에서 감지되었다.“이경 그룹에는 쉴 만한 방도 없나요?”도아영의 물음에 안지원은 멋쩍게 웃으며 다소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그 휴게실들은... 당분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어요. 그리고 대표님이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어요.”“회의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그건 확실하지 않아요. 빨리 끝나면 30분 정도 걸릴 수도 있고, 늦으면... 잘 모르겠어요.”애매한 대답에 도아영은 바로 이수호의 의도를 짐작했다. 그는 일부러 그녀를 여기 세워두고 골탕 먹이려는 것임이 분명했다.예전 같았으면 기꺼이 이런 모욕도 참아냈겠지만 이제는 이수호라고 해도 대수롭지 않은 존재였다. 그가 어떻게 굴든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도아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도지호를 풀어줄 생각이 없으면 됐어요. 사실 저도 정말 데려가고 싶었던 건 아니거든요. 나중에 아줌마한테 직접 데리러 오라고 하면 되겠네요. 저는 신경 안 써요.”도아영이 돌아서자 안지원은 당황한 듯 다시 다가왔다.“그래도 도지호 씨는 아영 씨 동생이잖아요...”“저는 살인미수범을 동생으로 두지는 않아요.”도아영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수호 씨가 그렇게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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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도아영은 절대 이수호의 행동을 애정이 있어서 하는 것이라고 착각하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여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 말했다.“참, 오늘 저녁 도지호 생일파티가 있는데 많은 사람이 참석할 거예요. 도지호를 잡아 두는 건 상관없지만 생일 파티에서는 이수호 씨랑 차 한잔하는 중이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안 비서님은 이 핑계가 어떨 것 같아요?”그 얘기를 들은 안지원의 얼굴은 어둡게 변했다.이수호는 어떤 위치에 있고, 도지호는 또 어떤 처지인가. 이수호가 도지호와 차를 마신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됐다. 그런 소문이 퍼지면 이씨 가문이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했다.하지만 유정연 모자를 떠올리면 또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고 안지원은 생각했다. 그들은 체면도 모를 만큼 염치가 없기로 유명했으니까.“아영 씨, 이쪽으로 오세요.”안지원은 도아영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주변 직원들은 내심 놀라워했다. 도아영이 안지원과 함께 위층으로 들어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대표님이 약혼녀를 싫어한다고 하지 않았어? 근데 안 비서가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은데?”“도씨 가문 딸이라고 여기저기서 막 나대는 거겠지. 전에는 이경 그룹에 올 때마다 머리 조아릴 줄밖에 모르더니.”“맞아, 전에 우리 회사에 왔을 때는 몇 시간을 기본으로 기다렸잖아.”...직원들은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안지원은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도아영의 반응을 살폈다. 아무래도 불쾌한 기색을 보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도아영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사람처럼 앞만 보고 걸어갔다.얼마간 지켜본 결과, 안지원은 도아영이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음을 실감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런 느낌이 더욱 강해졌다.예전 같았으면 누군가 뒤에서 그렇게 말하기만 해도 도아영은 부끄러워하며 얼른 자리를 뜨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도아영의 얼굴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태도가 역력했다.“아영 씨, 다 왔어요.”안지원은 도아영을 널찍한 휴게실로 안내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찾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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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사람들은 도지호를 이수호의 시동생으로 알고 있다. 만약 도아영이 그런 말을 한다면 손님들은 틀림없이 믿을 것이다.이수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안지원은 감히 대꾸하지 못했다.이수호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도지호는 어디에 던져놨어?”“대표님, 도지호 씨는 이씨 가문 지하실에 가둬져 있습니다. 벌써 하루가 지났어요.”이씨 가문의 지하실에는 화장실도 없고, 불도 켜지지 않는다. 환풍기만 달린 작은 암실이나 다름없다.보통 사람이라면 몇 시간만 있어도 견디기 힘든 곳인데 하루나 지났다니 제법 긴 시간이다.“도아영한테 동생을 데려가고 싶으면 직접 와서 부탁하라고 해.”이수호는 도아영을 몇 시간 정도 기다리게 해서 두 사람의 격차를 다시금 깨닫게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건 이제 도아영에게 통하지 않는 수법이었다.그렇다면 할 수 없다. 도지호를 데려가려면 반드시 도아영 본인이 와서 고개를 숙이고 애원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풀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잠시 후, 안지원은 다시 휴게실로 돌아갔다. 도아영은 의자에 기대어 휴대폰을 넘기며 한가롭게 커피 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도지호를 구하겠다고 마음이 급해 보이는 기색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 모습을 본 안지원은 참다못해 말을 꺼냈다.“아영 씨, 대표님이 아영 씨를 부르십니다.”“네? 아직 회의 중인 거 아니었나요? 저는 그렇게 급하지 않아요.”도아영은 태연히 들고 있던 커피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저 먼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아, 이경 그룹 화장실은 어디에 있죠?”“...”도아영이 여유만만한 태도를 보이니 안지원은 오히려 마음이 조급해졌다.원래는 도아영이 이수호를 기다리는 계획이었는데, 반대로 도아영이 이수호를 기다리게 하고 있었다.“아영 씨, 이쪽입니다.”안지원은 도아영을 화장실까지 안내했다.한편, 대표이사실에서 이수호는 한참 기다려봐도 도아영이 오지 않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때마침 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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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이수호의 얼굴이 도아영에게 가까이 다가왔다.예전의 도아영이었다면 이수호가 접근하는 순간 얼굴이 금세 붉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바로 밀어내며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수호 씨, 여기는 회사예요. 좀 예의를 지켜줘요.”“예의를 지키라고?”이수호는 마치 우스운 농담이라도 들은 듯한 표정이었다.그는 도아영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전에는 누가 하루에 세 번씩 회사에 찾아와서 나한테 잘 보이려고 온갖 애를 다 썼더라? 그때는 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걸 몰랐지? 응?”이수호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도아영은 슬쩍 옆으로 피하며 말했다.“그때는 제가 어렸고 철이 없었어요. 너무 뭐라 하지 마요.”그러면서 도아영은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말했다.“그리고 여기는 여자 화장실이에요. 아무리 할 말이 있어도 여긴 좀 곤란하지 않나요?”그 말을 듣고 이수호는 잠시 도아영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뭔가 살피는 듯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이수호 씨?”“사무실로 가자.”이수호는 다시 예전처럼 냉정을 되찾았다. 도아영은 그 뒤를 따라갔다.사무실에 도착하고, 이수호는 책상 앞에 앉으며 말했다.“도지호는 너를 납치했어. 법대로 하면 감옥에 보내야지.”예전의 도아영은 동생인 도지호를 무척 아꼈다. 도지호가 무슨 짓을 하든 늘 해결책을 찾아주려고 했고, 그가 아무리 못되게 굴어도 해달라는 것은 전부 다 해줬다.말을 꺼낸 이수호는 도아영의 반응을 살폈다. 도아영은 덤덤하게 이수호의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맞아요. 저도 감옥에 보내고 싶었어요.”도아영이 하는 말은 전부 진심이었다. 유정연 모자를 감옥에 보낼 생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환생한 뒤로 그녀는 그들에게 할 만큼 해줬다고 여겼다.전생에 도아영은 도지호를 지극히 아끼면서 진심이 언젠가는 통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도지호는 아버지의 사업을 망가뜨렸고, 유정연은 도지호와 함께 돈을 들고 도망쳐 버렸다.전생의 어리석었던 자신을 떠올리며 도아영은 미소를 지었다.“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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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다른 볼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이수호는 그녀가 어젯밤 서현우의 차에 탔던 일을 적어도 한 번쯤 해명할 줄 알았다. 하지만 도아영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보였고 설명도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때의 상황을 떠올리자 이수호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도아영에게 품었던 감정을 거두기로 했으니 그녀 때문에 흔들릴 수도 없었다.그는 냉정하게 말했다.“가 봐.”속을 알 수 없는 이수호의 태도에도 도아영은 묻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 문밖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지원은 조용히 식은땀을 훔쳤다.‘아영 씨는 정말 대표님 기분이 안 좋은 걸 눈치 못 채는 걸까?’보통 사람이라면 벌써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그 시각, 도아영은 이미 차를 몰고 이씨 가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도우미는 도아영이 돌아오자 반갑게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아가씨, 대표님께서 아가씨를 지하실로 모시라고 하셨어요.”“네.”도우미는 곧장 도아영을 데리고 지하실로 내려갔다.지하실 문이 열리자마자 도지호는 미친 듯이 뛰쳐나오려 했지만 도아영이 그를 단숨에 밀쳐 다시 안으로 처넣었다.하루 종일 여기 갇혀 있던 도지호에게는 버틸 힘조차 없었고 도아영의 힘에 그대로 바닥에 나가떨어져 처참한 몰골이 되었다.“내보내 줘! 어서 내보내 줘!”이 순간 도지호는 거의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도아영은 지하실에 진동하는 역한 냄새와 도지호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그가 이곳에서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고생을 많이 한 사람에게도 밀실은 버거운데, 어려움 한번 없이 자라온 부잣집 도련님인 도지호가 하루나 갇혀 있었으니 차라리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을 터였다.“나가고 싶어? 안 될 것도 없지.”도아영은 땅에 주저앉은 도지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앞으로 다시는 이런 짓 안 하겠다고 약속해. 그리고 생일파티가 끝난 뒤에는 스스로 경찰에 자수하고, 다시는 집안 재산을 노리지 않겠다고 맹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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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도아영! 이게 다 너 때문이야!”도지호가 아무리 악을 써 봐도 소용없었다. 이제는 이수호가 도아영의 뒤를 받쳐 주고 있으니 강주에서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잠시 뒤에야 유정연이 도지호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서둘러 달려와 보니 도지호는 이씨 가문 밖 골목에서 형편없이 서 있었다.“지호야! 어, 어쩌다 이렇게 됐어!”유정연은 도지호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를 맡았다.도지호는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이게 다 도아영 때문이에요! 대체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이수호가 사람 시켜서 저를 하룻밤이나 여기 가둬 놨다고요! 엄마! 제발 도아영 좀 혼내 줘요!”도지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유정연은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그 계집애가 전처럼 만만하지 않아. 일단 흥분 좀 가라앉히고 어서 씻고 옷 갈아입자. 오늘 저녁에 네 생일파티 있잖아.”“생일... 이런 상황에 무슨 생일이에요!”도지호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댔지만 유정연은 애써 달랬다.“엄마가 이번 생일파티에 돈 엄청 들여서 거물들을 초대했어. 가서 인사 잘하고 괜찮은 여자애도 좀 만나. 그러면 우리한테도 도움이 될 거야. 여자 쪽 집안 도움을 받으면 도원 그룹 차지하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지.”도지호는 이를 꽉 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원 그룹의 재산을 독차지하려면 그녀의 방법을 따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그 후 도지호가 집으로 돌아가 씻고 정장을 갖춰 입자, 유정연이 깔끔해진 그를 힐끗 보며 말했다.“엄마가 너한테 딱 맞는 아가씨 물색해 놨어. 송희주라고 집안도 좋고 공부도 잘해. 그 집안에서 운영하는 회사도 손에 꼽힌다고 들었어. 오늘 잘만 하면 그 집안 힘을 빌려 도원 그룹을 차지할 수 있을 거야.”도지호는 흔한 부잣집 아가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시큰둥했지만 결국 재산을 독차지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한편, 도아영 역시 로열 호텔로 차를 몰고 가는 중이었다. 가는 길에 그녀는 주민서를 태웠다.조수석에 몸을 기댄 주민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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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저녁 무렵, 로열 호텔 밖에는 차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다. 거리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며 쾌락과 유흥에 빠진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도아영과 주민서가 도착했을 때, 입구에는 이미 고급 승용차들로 붐볐고 각 가문의 기사들이 지정 구역으로 차를 대기시키려 분주했다.둘도 차에서 내리자 호텔 전속 기사가 다가와 차를 한쪽에 주차해 주었다.주민서는 뭔가 불만스러운 듯 입술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와준 거야? 도지호 체면 장난 아니네.”“일단 들어가자.”도아영은 주민서를 이끌고 호텔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마자 지배인이 먼저 도아영을 알아보고 다가와 말했다.“아가씨, 제가 안으로 모시겠습니다.”도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연회장 안에는 이미 적지 않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연예인부터 유명 브랜드 사장, 굵직한 기업 임원, 그리고 업계에서 꽤 얼굴이 알려진 인물들이 다수 있었다. 물론 재벌가 자제와 사교계 명사들도 빠지지 않았다.그 광경을 본 도아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사람 꽤 많네... 전생이랑 비슷해.’“이수호다! 이수호가 왔어!”누군가 크게 외치자, 사람들은 이수호가 등장한 것을 알아차리고 일제히 시선을 그에게로 돌렸다. 이수호의 곁에는 강이나가 그의 팔짱을 꼭 끼고 서 있었다.그 장면을 보고도 도아영은 별다른 놀라움을 느끼지 않았다. 이런 행사만 열리면 어김없이 이수호의 동반자는 강이나였고 업계에서도 그렇게 굳어져 있었다.오랜 세월 동안 이수호 곁에 다른 여성이 동행한 적은 없었다.“수호 씨, 오늘 사람 진짜 많네요.”강이나는 나긋한 목소리로 말하며 이수호의 팔에 살포시 매달린 채 주위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그녀가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자 여기저기서 관심이 집중되었다.자연스레 도아영에게도 시선이 쏠렸다.모두가 알다시피 이수호와 도아영은 약혼이 성사된 사이였다. 얼마 전에는 대놓고 기자회견까지 열었으니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는 상황이었다.하지만 오늘은 도원 그룹 측에서 주선한 도지호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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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강이나는 이수호의 표정이 어딘가 불편해 보이자 조용히 물었다.“수호 씨, 전에도 저랑 이런 자리에 같이 왔었잖아요.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싫어하는 거예요?”이 말을 들은 이수호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몰랐다.전에도 도원 그룹이 주최하는 행사에 늘 강이나를 데리고 왔다. 도아영의 체면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괜히 도아영에 대한 세간의 뒷말이 신경 쓰여 마음이 편치 않았다.강이나가 고개를 들었을 때, 눈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이 어렸다.“정말 소문처럼 수호 씨가 도아영 씨를 신경 쓰기 시작한 거예요?”이수호는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그런 뜻 아니야.”“그렇다면 너무 걱정하지 마요. 보니까 도아영 씨도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던데요.”강이나가 그렇게 말하자, 이수호는 무심코 시선을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도아영에게로 옮겼다.정말이지 도아영은 이수호가 강이나와 함께 온 것을 보고도 일절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이수호는 또다시 가슴 한편이 괜히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약혼자가 다른 여자 팔짱을 끼고 와도 반응이 없어?’“정말 신경 안 쓰는 것 같네.”이수호의 목소리에는 씁쓸한 비웃음이 묻어났다.강이나는 낮은 톤으로 말했다.“수호 씨, 얼마 전 인터넷에서 제가 백치미니 불륜녀니 하는 소리 때문에 온갖 욕을 먹었잖아요. 저는 괜찮지만... 수호 씨도 저를 그렇게 보는 거라면 이 세상에 제 편은 이제 없어요.”그 말에 이수호는 묘하게 미안함을 느꼈다.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강이나는 부모를 잃고 강주에서 지내면서 계속 이수호에게 의지해 왔다. 이수호가 그녀를 돌보지 않았다면 주변 세력에 밀려나 가문의 재산까지 빼앗겼을 테니까.최근 들어 도아영 생각만 하느라 강이나를 살뜰히 챙기지 못했다는 자각에 이수호가 말했다. “얼마 전 인터넷에 떠돌던 소문들은 다 막았어. 신경 쓰지 마. 이제 아무도 함부로 너를 헐뜯지 못해.”그제야 강이나의 표정이 조금 밝아지며 미소를 지었다.“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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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도아영은 미소를 지었다.오늘은 방관자이자 관객이 되어 곧 시작될 연극을 구경할 생각이었다.“회장님, 사모님.” 유정연은 제일 먼저 멀지 않은 곳에서 해인 그룹의 회장 송재훈을 발견했다.해인 그룹은 강주에서 꽤 영향력 있는 기업으로 이 지역에서 입지가 매우 탄탄하다. 그리고 송희주는 바로 그 해인 그룹의 외동딸이었다.송희주와 같은 명문가 아가씨는 집안도 부유하고 학벌도 뛰어났다. 어릴 적부터 온갖 애정을 받으며 자라 성격도 유순하고 겸손했다.이 정도 조건이면 말 그대로 모든 버프를 갖춘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정연이 아니더라도 여러 기업 회장이 이미 송희주를 며느릿감으로 눈여겨보고 있었다.한때 남현숙도 송희주를 점찍었지만, 그녀가 온화하면서도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부모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까닭에 통제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포기했다.그리고 솔직히 오늘 유정연이 적잖은 돈을 들여 로열 호텔 대형 연회장을 빌리지 않았다면 해인 그룹에서 딸을 데려올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이쪽이 제 아들 지호예요.”유정연은 도지호를 앞으로 밀어 세웠다.도지호가 정중하게 말했다.“회장님, 사모님, 안녕하세요.”곧이어 도지호는 차분하고도 단아한 미모를 지닌 송희주에게 시선을 옮겼다.그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희주 씨, 안녕하세요. 저는 도지호라고 합니다.”“안녕하세요.”송희주는 예의를 지켜 악수를 했지만 손끝만 살짝 맞닿을 뿐이었다. 누가 봐도 송희주가 그에게 큰 호감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사실 도지호는 이 바닥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다. 학업도 별다른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고, 행실이나 어울리는 친구들도 문제투성이란 이야기가 많았다.도아영은 전생에 일어난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때 도지호가 송희주에게 흑심을 품었지만, 송희주는 그를 몹시 꺼렸다.도지호는 술에 취한 어느 날 밤 주변의 부추김에 떠밀려 송희주에게 해코지하려 했다. 하룻밤을 보내면 송희주가 자신과 결혼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여긴 것이다.그러나 송희주가 필사적으로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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