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의 모든 챕터: 챕터 181 - 챕터 190

233 챕터

제181화

도아영, 오직 도아영만 이토록 대담하게 굴 수 있었다.“대표님...”안지원이 안으로 들어와 참다못해 말했다.“도아영 씨가... 나가면서 현관 앞에 있던 나무를 부쉈습니다.”“부수고 싶으면 부수라고 해.”“네?”안지원은 잠시 멍해졌다.‘부수게 내버려두라고?’이수호는 입가에 맺힌 핏방울을 닦으며 말했다.“도씨 가문 저택에 가서 도아영을 다시 데려와. 내가 허락하기 전에는 어디도 못 가게.”“대표님... 그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만약 도아영 씨가 그냥 가 버리면 대표님의 체면만 구기는 거잖아요.”전에 도아영이 떠났을 때 이수호는 도발대발하며 그녀의 물건을 버렸었다. 그런데 다시 데려왔다는 얘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거나 강이나가 알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내가 가라면 가! 이젠 내 말도 안 들을 거야?”“아닙니다.”안지원은 바로 고개를 숙였다.이수호가 다시 말했다.“도아영은 내 약혼녀야. 내가 약혼녀보고 내 집에서 지내라고 하는 게 뭐 잘못된 일인가?”“... 아니요.”“그럼 빨리 가. 세 번 말하게 하지 마.”“네, 대표님.”안지원은 황급히 사무실 밖으로 물러났다.이수호는 손가락으로 미간을 문지르다 비로소 입가에 계속 느껴지는 통증을 알아차렸다. 손끝으로 만져 보니 도아영에게 물려 피가 맺혀 있었다.‘이 여자 개라도 되는 건가? 어쩜 이렇게 잘 물어뜯지?’하지만 또 생각해 보니 약혼녀와 키스하는 게 잘못된 건 없어 보였다. 어차피 도아영도 그를 화나게 해서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좋아하기 때문에 신경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말이다.그리고 키스하고 나서 은근히 기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이수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사무실 안을 이리저리 서성였다.잠시 뒤, 안지원이 다시 들어왔고 사무실 안을 왔다 갔다 하며 고민하는 이수호를 보더니 물었다.“대표님, 도원 그룹 쪽에 말을 전했습니다. 이제는...”“사과를 하려면 장미꽃이 좋을까, 백합이 좋을까?”“네?”안지원은 순간 뜻을 이해하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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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도아영은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안 비서님, 이건 무슨 뜻이죠?”“이수호 대표님께서 보내신 겁니다. 오늘은 대표님이 조금 과했던 것 같아서 사과의 뜻이라고...”안지원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도아영은 문을 쾅 닫아 버렸다. 그러자 안지원은 다급히 외쳤다.“아영 씨! 대표님께서는 진심으로 사과를 하시는 겁니다. 또 직접 사람을 보내서 아영 씨를 모셔 오라고 하셨어요! 제발 저희를 난처하게 하지 말아 주세요. 저도 지시받은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요! 아영 씨!”도아영은 안지원이 밖에서 무슨 말을 하든 들을 생각이 없었다.그때, 2층에서 뛰어 내려온 유정연이 도아영 앞을 막아서며 소리쳤다.“도아영! 감히 수호가 보낸 사람을 막다니, 이게 무슨 경우야?”유정연은 아들 도지호가 해인 그룹과 얽혀 송씨 가문을 제대로 건드린 뒤에 이수호를 의지해 겨우 살길을 찾으려는 중이었다. 그러니 이수호와 더는 갈등을 만들어서는 안 됐다.이런 생각으로 유정연은 활짝 웃는 얼굴로 문을 다시 열고 안지원에게 말했다.“안 비서님, 아영이가 조금 부끄러움이 많은 애라 그래요.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곧 아영이를 이씨 가문으로 보낼게요.”도아영은 유정연의 지극히 이기적인 태도가 우스워 보였다. 그녀에게 큰 빚을 진 상황에서도 이씨 가문을 이용해 도지호를 도와줄 심산이니 말이다.“아줌마, 집안일은 제가 결정해요.”“아영아, 이건 다 너를 위해 그러는 거야.”유정연은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동주하고 돈은 계속 마련하는 중이야. 그러니 수호 집에 잠시만 가 있어. 네 동생은 병원에서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 다리를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대. 네가 가서 어떻게든 수호 마음을 풀어줘야 우리 집안을 지킬 수 있지 않겠니?”유정연은 바로 울먹이며 눈물을 흘렸다. 그야말로 프로 연기자처럼 익숙한 수법이었다. 속으로는 도아영을 이용해 이수호에게 잘 보여 도지호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면서도 말이다.“좋아요. 아줌마를 봐서라도 갈게요.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빚 청산 기한을 7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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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남현숙은 원래부터 유정연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유정연이 도아영의 새어머니이자 현재 도원 그룹의 안주인이기에 겉으로 예의를 차렸을 뿐이었다.그런데 그녀의 아들 도지호가 어젯밤 한 짓을 생각하면 남현숙도 더는 상대해 줄 마음이 없어졌다.남현숙은 냉담하게 물었다.“얼마를 빌리려는 건가요?”“그,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냥 180억 정도요.”180억이라는 숫자를 듣고 남현숙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180억? 제정신이야?!’“사모님, 이경 그룹은 워낙 규모가 크잖아요. 180억 정도는 새 발의 피 아닐까요? 제발 저희 좀 불쌍히 여겨 주세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염치를 불문하고 연락드렸어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부탁드리지 않았습니다.”유정연은 동주를 되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틀 뒤면 값이 또 오른다고 했으니 빨리 160억 정도를 마련해야 했다.“정말 대단하시네요. 입만 열면 180억이라니... 우리 그룹을 무슨 현금 인출기로 보는 거예요?”남현숙은 원래부터 도아영의 태도에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어젯밤 일까지 겹쳐 호감이 뚝 떨어진 상태였다. 당연히 유정연에게 거액을 빌려 줄 리도 없었다.그렇게 말한 뒤, 남현숙은 통화를 바로 끊어 버렸다. 유정연에게 체면을 세워 줄 마음도 없었다.유정연은 전화가 끊기는 소리를 듣고 순간 멍해졌다.‘끊었어?’남현숙이 돈을 빌려줄 마음이 전혀 없다는 걸 깨달은 유정연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제 어떡하지?’남현숙마저 안 된다고 하면 그녀는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은행에서 가정주부에게 180억을 빌려줄 리가 없었다.‘혹시... 사채는 가능하지 않을까?’같은 시각, 이씨 가문.도아영이 안지원의 안내로 이씨 가문에 들어섰다. 사실 그녀가 이곳을 떠난 지는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다.도우미는 공손하게 도아영을 맞이하며 인사를 건넸다. 도아영은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그녀는 잠시 조용히 숨어 있고 싶어서 온 것이었다. 도지호가 곧 퇴원할 테니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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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이때 도아영의 뒤에서 이수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좋아, 다 받아들이지.”그 말에 도아영은 뒤돌아보았다. 이수호가 마침 이 타이밍에 들어올 줄은 몰랐다.그녀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의 가슴팍에 살짝 부딪쳤는데 옷깃에 달린 장식이 콧등을 찧어 아팠다.도아영은 한 걸음 물러서며 물었다.“제가 말한 조건들 정말 다 동의하겠다는 거예요?”평소답지 않은 이수호의 너그러운 태도에 도아영은 의아해졌다.이수호는 담담히 답했다.“왜, 내가 허락하니까 오히려 기분이 나쁜 건가?”“아니요, 받아준다니 기분은 당연히 좋죠.”도아영은 이수호가 혹시 마음을 바꿀까 봐 황급히 안지원에게 고개를 돌렸다.“안 비서님, 수호 씨가 허락했으니 필요한 건 다 부탁드릴게요.”“...네, 아영 씨.”안지원은 재빨리 지시를 내려 도아영의 방을 새로 준비하러 움직였다.도아영은 이수호 쪽으로 돌아서며 말했다.“다른 볼일 없으면 저는 위로 올라가서 쉴게요.”“잠깐.”이수호가 그녀 팔을 붙잡았다.도아영은 잠시 눈썹을 찌푸리고 그의 손을 노려보았다. 그의 손을 자르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무슨 일이죠?”“내가 보낸 꽃, 어디 있어?”이수호가 장미꽃 얘기를 꺼내자 도아영은 아까와 다름없는 예의 바른 미소로 답했다.“아, 그 장미꽃이요? 저랑은 영 안 어울리더라고요. 그래서 집에 두고 왔어요.”“집에 뒀다는 게, 설마 버린 건 아니지?”도아영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그냥 남겨둔 거예요.”‘정원 쓰레기통에 남긴 것도 남긴 거니까.’도아영이 분명히 남겼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니 이수호도 더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가 문을 나설 때 버린 것이라고는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더 볼 일 없으면 저는 올라가 볼게요.”“기다려 봐.”이수호가 또다시 붙들자 그녀는 대놓고 귀찮은 기색을 보였다.‘또 무슨 일인데?’“할 말이 있으면 한꺼번에 해줘요. 이러면 정말 피곤하거든요?”“왜 하필 안쪽 방에서 지내겠다고 한 거야?”전에 도아영은 이수호 방 바로 옆 객실을 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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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이수호는 도아영이 자신을 암시한다고 착각하며 느긋하게 말했다.“우리는 약혼한 사이니까 같이 지내는 것도 이상할 건 없어. 내 침대가 세 사람이 누워도 넉넉한 사이즈라 너만 원하면...”“대낮에 했던 일 때문에 책임지려고 하는 거라면, 안 그래도 돼요. 저는 이해해요, 수호 씨가 잠깐 화가 나서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겠죠. 사실 그냥 키스일 뿐이라 저는 크게 개의치 않고 있어요.”도아영의 말을 이수호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뭐? 개의치 않는다고?”“그럼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남녀가 키스 좀 했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키스 때문에 목숨까지 걸 이유도 없고요.”“...”이수호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지금 나만 신경 쓴다는 얘기야?’“네 말이 맞아. 난 또 네가 정조 관념이 엄청 강한 줄 알았네. 아까 한 말은 못 들은 거로 해.”이수호는 가슴이 답답했다.2층으로 올라간 그는 이제야 일까지 내려놓고 돌아온 이유가 뭔지 떠올랐다. 그는 도아영과 그들의 관계에 대해 명확히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도아영, 잊지 마. 너는 내 약혼녀야, 우리 그룹 미래의 안주인. 내 곁에서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 도망간다고 해도 내가 어떻게든 다시 잡아 올 거니까!”말을 마친 이수호는 등을 돌려 저택 밖으로 나갔다. 도아영은 그의 뒷모습을 멍하게 지켜보다가 고개를 저었다.‘미친 거 아니야?’“아영 씨, 방은 다 정리됐어요. 다만 당장 리모델링은 어려워, 일단은 전에 쓰던 방을 좀만 더 쓰셔야겠어요. 인테리어 기사님이 곧 도착할 예정입니다.”안지원은 지금 막 사무실로 돌아가려다 이수호가 화내며 나가는 걸 보고 진땀을 흘리는 중이었다.‘아영 씨 점점 안하무인이 되어가는 것 같아. 결혼까지 하면 대표님을 얼마나 더 꽉 잡으실까.’안지원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인테리어까지 할 건 없고 그냥 가구 몇 개만 바꿔 줘요.”그렇게 말한 뒤 도아영은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이수호의 옆방에 다시 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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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확실하지 않다고?’강이나는 조금 전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 이수호가 도아영과 키스하고, 이씨 가문에서는 도아영을 위해 새 가구까지 들여놓았다는 말이 아니던가.그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진 강이나는 곧장 이수호의 사무실로 향했다.문 앞에 다다르자 안지원이 먼저 막아서며 말했다.“이나 씨! 대표님께서 지금 회의 중이라 들어가시면 안 됩...”안지원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강이나는 이미 사무실 문을 확 열어젖혔다.안을 보니 이수호는 헤드셋을 낀 채 컴퓨터 화면 넘어 외국 회사와 온라인 회의 중이었다. 강이나의 난데없는 등장에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수호는 간단히 마무리 인사를 한 뒤 통화를 끊었다.“이나야, 나 아직 일하는 중이야.”강이나는 이토록 무턱대고 들어올 사람이 아니었다.예전 같으면 강이나가 이렇게 무턱대고 들어오지 않았을 텐데.이수호는 헤드셋을 내려놓으며 강이나가 고개를 숙인 채 말하는 걸 들었다.“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나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퇴근할 때 차 태워주려고 왔어요.”강이나가 겨우 미소를 지었지만 굳어버린 표정에서는 억지스러움이 가득했다.그러나 이수호는 그녀의 기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오늘은 볼 일이 있어서 같이 못 갈 것 같아. 조금 늦을 테니 기사를 붙여줄게. 밤늦게 돌아다니면 위험하니까.”이수호는 늘 그랬듯 강이나를 배려하는 말투였다. 하지만 강이나는 그와 점점 멀어지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망설이다가 그녀는 결국 물어봤다.“수호 씨... 아영 씨랑 같이 지내기로 한 거 사실이에요?”그 질문이 나오자 이수호의 눈이 잠시 싸늘해졌다.“누가 그랬어?”“저...”강이나가 망설이자 이수호는 재차 물었다.“설마 도아영이 말했어?”“아, 아니에요.”강이나가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이수호는 도아영이 일부러 흘린 정보라고 확신했다.예전 같으면 도아영이 강이나를 도발하려고 일부러 그런 이야기를 한 것에 혐오감만 커졌을 테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는 왠지 모르게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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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안 돼,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도아영이 수호 씨를 빼앗아 가도록 내버려둘 수 없어.’그 생각이 들자 강이나는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들고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여보세요. 당장 귀국해 줘.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저녁 무렵, 이수호는 이미 이씨 가문의 저택으로 돌아와 있었다.거실에는 조명 하나만 켜져 있고 2층에서는 가구 옮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이수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직도 못 끝냈어?”안지원이 대답했다.“아영 씨가 요구사항이 많아서요. 오후 내내 세 번이나 가구를 바꿨습니다.”“본인은 어디 갔는데?”안지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마... 일일이 지휘하고 있는 것 같아요.”“지휘? 뭘 지휘한다는 건데?”이수호는 얼굴이 굳으며 2층으로 올라갔다. 도아영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화도 났다.막 계단을 오르자마자 하얀 연기가 이수호의 얼굴로 휙 끼얹어졌다. 가구를 옮기는 업자 중 하나가 다급히 외쳤다.“대표님, 죄송해요. 아영 씨가 벽을 다시 칠하자고 해서...”이수호의 옷에 하얀 먼지가 잔뜩 내려앉았다. 그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조금 더 들어가 보니 안쪽에서 도아영이 업자들을 이리저리 지휘하고 있었다.“조금만 더 왼쪽이요. 침대는 이쪽이 좋아요.”그녀는 말하면서 손에 사과를 들고 유유히 베어 물고 있다.“도아영!”이수호가 갑자기 등 뒤에서 소리치자 도아영이 돌아봤다.문가에 선 이수호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그녀를 쏘아보고 있다.“수호 씨? 수호 씨도 구경하러 왔어요?”“구경?”이수호는 기가 막혔다. 집안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도 저런 소리를 하다니 말이다.“미안해요. 먼지가 좀 심하죠?”그녀는 말하면서 한 석회 가루를 들어 보였다. 이수호는 본능적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뒤로 물러났다.도아영이 덧붙였다.“벽면에 퍼티 칠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해 보고 싶으면 얼마든지 같이 해요.”“그만해, 그거 치워!”이수호는 코와 입을 감싸 쥐고 방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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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네, 대표님.”안지원은 조용히 물러났다.아래층.이수호는 편안한 흰색 가운 차림으로 내려왔다. 냉장고 안에는 몇 가지 간단한 반찬들이 있었다.하지만 이수호는 한눈에 보아도 이것이 도아영이 만든 음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문득 그는 예전에 도아영이 이씨 가문에 머물던 때를 떠올렸다.그 시절, 도아영은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만들어 주었고 이수호가 입맛이 없을까 봐 메뉴까지 바꾸어 주었다.그때 이수호가 먹을지 말지는 오로지 그의 기분에 달려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먹을 밥이 아예 없었다.그 생각이 스치자 이수호는 갑자기 식욕이 뚝 떨어져서 쾅 소리를 내며 냉장고를 닫았다. 안지원이 살짝 눈치를 보며 물었다.“대표님,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으신가요?”“네 생각은 어때?”이수호가 기분이 언짢아 보이자 안지원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했다.‘예전에는 도우미가 만든 요리를 가장 좋아하셨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제가... 배달 음식을 주문해 드릴까요?”“됐어.”이수호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도아영은 저녁 먹었어?”“아직 드시지 않았을 겁니다.”“내려와서 먹으라고 해.”“그건...”안지원은 도아영이 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수호가 매섭게 쳐다봐서 결국 말을 삼켰다.결국 안지원은 2층으로 올라갔다. 도아영은 여전히 방 안에서 업자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안지원은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말했다.“아영 씨, 대표님께서 내려와서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하십니다.”“저는 저녁 안 먹어요.”도아영은 담담하게 답했다.전에 이씨 가문에 머물 때 저녁 식사를 했던 것은 이수호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이수호는 위장이 약해서 반드시 세 끼를 챙겨 먹어야 했지만, 도아영은 하루 두 끼면 충분했고 몸매를 유지하려고 저녁은 늘 거르는 편이었다.안지원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수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표님은 그래도 아영 씨가 만들어 주는 요리를 좋아하세요. 그러니까...”안지원은 노골적으로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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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안지원이 한 말을 듣고 이수호는 순간 얼이 빠졌다.‘그런 일이 있었나?’이수호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예전에는 도아영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터라, 그녀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안지원의 입을 통해서 들은 그는 도아영에게 너무 가혹했다. 심지어 무례하기까지 해서 믿기 어려웠다.“대표님, 저는 아영 씨가 화가 난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누구도 자신의 진심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짓밟히길 바라지 않는다.도아영도 마찬가지다.하물며 안지원조차 도아영이 저녁을 먹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는데, 정작 약혼자인 이수호만 모르고 있었다.이수호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식욕은 이미 뚝 떨어졌다.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자 안지원도 뒤따르려 했지만 이수호는 말했다.“오늘 밤 업무는 미뤄 둬요. 안 비서도 먼저 퇴근해요.”“네, 대표님.”안지원이 대답했다.이수호는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거기서는 도아영이 방에서 별다른 거리낌 없이 업자들을 지휘하고 있었고, 나중에는 아예 모자를 쓰고 직접 돕기까지 했다.전형적인 재벌가 아가씨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조금도 우아하거나 조심스러운 구석이 없었다.이때, 도아영이 고개를 돌리다가 문가에 서 있는 이수호를 발견했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대놓고 불편해했다.‘저 인간은 왜 또 왔대?’“대표님, 여기 지저분하니까 들어가 계세요. 최대한 조용히 해볼게요.”작업을 총괄하던 인부가 이수호의 표정을 보고는 잔뜩 긴장해 말했다. 이수호가 화를 낸다면 그의 회사는 운영을 못 하게 될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하지만 도아영은 이수호를 못 본 척하며 계속 붓질했다.그런데 이전에는 그렇게 먼지를 피하던 이수호가 갑자기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도아영이 들고 있던 페인트가 이수호의 비싼 수제 구두에 튀었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내려와.”“무슨 일이죠?”도아영은 사다리 위에 있었다.이수호의 목소리에는 명령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물러서지 않을 듯하자 도아영은 어쩔 수 없이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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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위가 안 좋은 사람에게 식습관을 배운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저녁은 조금이라도 먹어야지 굶으면 안 돼. 하루에 두 끼만 먹으면 생활이 불규칙해져. 오늘부터 내가 저녁 먹을 때 너도 같이 먹어.”“수호 씨, 저는 저녁을 먹지 않아요. 이렇게 강제로 시키는 건 너무 무리한 거 아닌가요?”“매일 저녁 먹으면 너한테 하루에 2억씩 줄게.”도아영은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매일 2억씩이나 준다고? 미친 거 아니야?’이수호는 도아영이 의아해하는 표정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그걸로 부족해?”“혹시... 4억도 돼요?”이는 도아영이 시험 삼아 불러 본 금액이다. 그러나 이수호의 얼굴을 보고는 지나쳤음을 깨달았다.“그, 그냥 2억이면 돼요.”“하루라도 저녁을 거르면 4억씩 깎을 거다. 한 달 내내 제대로 먹으면 60억 원은 거뜬히 벌겠지.”그러면서 이수호는 벌써 밥그릇에 젓가락을 댔다.이수호는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고 식재료에 대한 까다로운 입맛도 있다. 게다가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제한적이다.예전에는 도아영이 이수호의 입맛에 맞추려고 온갖 고생을 했다. 그녀는 요리법을 연구하기 위해 별별 노력을 기울였다.그러나 지금 순순히 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는 전에 일부러 까다롭게 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맛있어요?”“내 세상에 맛있고 없고는 없어. 먹을 수 있으면 그냥 다 괜찮아.”그 말을 듣자 도아영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얼굴빛이 어두워졌다.“그럼 전에는 일부러 까다롭게 굴었다는 말이네요?”“뭐?”이수호는 잠깐 눈을 깜박이다가, 예전에 도아영을 쫓아내려고 일부러 까다로운 요구를 늘어놨던 걸 떠올렸다.뼈 없는 생선, 질감이 흐물거리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고기, 꽃 칼집을 넣은 채소 등등...원래는 그녀가 진짜로 해낼 줄 몰랐는데, 점점 그의 기호에 맞춰 만들어 내기까지 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었다.이수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그냥 억지로 먹는 거야. 나중에라도 네가 만들어주면...”“꿈도 꾸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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