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도아영의 뒤에서 이수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좋아, 다 받아들이지.”그 말에 도아영은 뒤돌아보았다. 이수호가 마침 이 타이밍에 들어올 줄은 몰랐다.그녀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의 가슴팍에 살짝 부딪쳤는데 옷깃에 달린 장식이 콧등을 찧어 아팠다.도아영은 한 걸음 물러서며 물었다.“제가 말한 조건들 정말 다 동의하겠다는 거예요?”평소답지 않은 이수호의 너그러운 태도에 도아영은 의아해졌다.이수호는 담담히 답했다.“왜, 내가 허락하니까 오히려 기분이 나쁜 건가?”“아니요, 받아준다니 기분은 당연히 좋죠.”도아영은 이수호가 혹시 마음을 바꿀까 봐 황급히 안지원에게 고개를 돌렸다.“안 비서님, 수호 씨가 허락했으니 필요한 건 다 부탁드릴게요.”“...네, 아영 씨.”안지원은 재빨리 지시를 내려 도아영의 방을 새로 준비하러 움직였다.도아영은 이수호 쪽으로 돌아서며 말했다.“다른 볼일 없으면 저는 위로 올라가서 쉴게요.”“잠깐.”이수호가 그녀 팔을 붙잡았다.도아영은 잠시 눈썹을 찌푸리고 그의 손을 노려보았다. 그의 손을 자르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무슨 일이죠?”“내가 보낸 꽃, 어디 있어?”이수호가 장미꽃 얘기를 꺼내자 도아영은 아까와 다름없는 예의 바른 미소로 답했다.“아, 그 장미꽃이요? 저랑은 영 안 어울리더라고요. 그래서 집에 두고 왔어요.”“집에 뒀다는 게, 설마 버린 건 아니지?”도아영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그냥 남겨둔 거예요.”‘정원 쓰레기통에 남긴 것도 남긴 거니까.’도아영이 분명히 남겼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니 이수호도 더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가 문을 나설 때 버린 것이라고는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더 볼 일 없으면 저는 올라가 볼게요.”“기다려 봐.”이수호가 또다시 붙들자 그녀는 대놓고 귀찮은 기색을 보였다.‘또 무슨 일인데?’“할 말이 있으면 한꺼번에 해줘요. 이러면 정말 피곤하거든요?”“왜 하필 안쪽 방에서 지내겠다고 한 거야?”전에 도아영은 이수호 방 바로 옆 객실을 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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