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의 모든 챕터: 챕터 191 - 챕터 200

233 챕터

제191화

이수호는 끝내 참지 못하고 문을 벌컥 열고는 불이 환하게 켜진 방으로 걸어갔다.‘한밤중에 웬 공사야? 진짜 시끄럽게!’“도아영, 너!”다만 그는 입이 쩍 벌어졌다. 도아영이 사다리에 앉아서 드릴로 무언가를 뚫고 있었고 방 안에는 인테리어 기사가 보이지도 않았다.그녀는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높게 틀어서 이수호가 들어온 걸 아예 몰랐다.이수호는 탁자 위에 놓인 휴대폰을 보더니 냉큼 달려가서 음악을 꺼버렸다.도아영은 문득 온 세상이 조용해졌다.“뭐지? 블루투스가 왜 끊겼지?”그녀가 어리둥절해 하면서 헤드폰을 벗자 아래에서 갑자기 이수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장 내려와!”도아영은 화들짝 놀라서 다리를 휘청거리다가 사다리까지 함께 온몸이 뒤로 기울었다.이를 본 이수호는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사다리에 정면으로 부딪치고 말았다.옆에 있던 페인트통까지 죄다 그의 몸에 쏟아졌다.그는 순식간에 온몸이 페인트로 새하얗게 물들었다.“스읍!”도아영은 너무 아파서 숨을 깊게 몰아쉬었다.그녀는 허리를 부축하며 일어서다가 초라한 몰골의 이수호를 보게 됐다.“야!!”이수호는 이를 악물고 음침한 얼굴로 쏘아붙였다.도아영이 이사 온 이후로 그는 줄곧 불행을 겪게 되었다.금전적 손해, 프로젝트 미스, 온갖 당황스러운 일들만 겪고 있다.이 여자가 정말 용한 사람을 찾아서 그를 저주한 걸까?“미안해요... 그러게 왜 몰래 남의 방에 들어오고 그래요?”그녀가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들어올 때 노크라도 했어야죠!”이토록 뻔뻔스러운 태도에 이수호는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일단 가서... 좀 씻을래요?”도아영은 이미 그에게 길을 내주었다.그도 그럴 것이 이수호는 지금 온몸이 새하얀 페인트로 물들어서 이대로 놔뒀다가 다 말라서 처리하기 더 힘들 것이다.이수호는 곧장 일어나서 그녀를 힘껏 노려본 후 자리를 떠났다.한편 도아영은 주눅이 들어서 목을 움츠렸지만 그가 등 돌린 후 중지 손가락을 확 내밀었다.“쌤통이야!”‘이런 게 바로 처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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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도아영의 펑키룩을 본 순간 이수호는 멍하니 넋을 놓았다.짧은 재킷에 배꼽이 훤히 드러난 탱크톱, 타이트한 블랙진 숏 팬츠와 망사스타킹까지... 이보다 더 충격적인 패션은 없을 것이다.늘씬한 두 다리는 너무 유혹적이고 S자 몸매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너... 이렇게 입고 어디 가려는 거야?”이수호의 인상 속 그녀는 노출이 전혀 없는 단아한 샤넬 원피스로 마냥 착하고 순수한 이미지였는데 오늘은...“실은 나 이렇게 입는 거 엄청 좋아하거든요. 시원하잖아요.”도아영은 일부러 까진 척하면서 이수호에게 다가왔다.그녀의 풍만한 가슴은 얇은 탱크톱을 사이에 두고 살결이 은은하게 비쳤는데 새하얀 속살은 그야말로 탐스러웠다.긴 생머리가 어깨까지 드리워지자 요염한 자태가 사람을 매혹할 것만 같았고 거기에 백옥 같은 피부와 잘록한 허리까지 더하니 엉큼한 생각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다.도아영은 그의 맞은편에 앉았는데 바지가 너무 짧다 보니 하마터면 속살이 훤히 비칠 뻔했다.이수호는 저도 몰래 침을 꿀꺽 삼켰다. 대낮부터 왜 이렇게 온몸이 후끈거리는 걸까?어제 그녀와 키스할 때 부드러운 촉감을 생각하노라면 이수호는 목이 다 간질거렸다.“왜 그래요, 대표님?”도아영이 그를 지그시 쳐다봤다. 오늘 스모키한 메이크업을 했지만 지저분해 보이는 게 아니라 요염하고 섹시할 따름이었다.“아니야, 아무것도.”이수호가 시선을 피하자 그녀는 더 의아해졌다.‘뭐야? 이 남자 이런 스타일 싫어했잖아? 농염하고 끼 부리는 여자라면 딱 질색일 텐데?!’‘이 반응은 뭐지? 내가 좀 더 오픈해야 했나?’하지만 이건 이미 도아영의 한계였다.설마... 이보다 더 노골적으로 나와야 한다는 말인가?그녀는 일부러 하이힐로 이수호의 바지 끝자락을 스쳤다.식탁 아래에서 이수호는 망사스타킹이 다리에 닿는 느낌을 받고 감전된 것처럼 온몸을 움찔거렸다.“됐어, 그만해!”말을 마친 그는 아침 식사도 거른 채 부랴부랴 집 밖을 나섰다.‘오케이, 효과 있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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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헐, 대박! 너 진심?”주민서는 못 믿겠다는 얼굴로 도아영을 쳐다봤다.대체 본인에게 얼마나 가혹해야 이런 식으로 꾸미고 학교에 나올 수 있을까?“아영아, 단언컨대 네가 이수호 약혼녀가 아니었다면 학교 대문도 못 들어왔어. 경비 아저씨가 극구 말렸을 거야.”“그래? 난 뭐 괜찮은 것 같은데.”도아영이 거울에 몸을 비추면서 답했다.이에 주민서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넌 지금 딱... 드라마에서 나오는 반항기 불량소녀 같아. 소년원에 갇혀야 할 판이라고.”“됐어, 넌 신경 꺼. 내가 이렇게 해야 이수호가 날 미워할 거거든. 나도 이게 최후의 방법이라서 그래.”“그럼 이수호는 뭐래? 정말 싫대?”“아마도...”오늘 아침 이수호의 반응을 되새겨보면 증오와는 조금 거리가 먼 것 같기도 했다.하지만 전에 갖은 수법을 써도 이 남자는 늘 무덤덤한 태도였다. 혐오까진 아니지만 호감도 절대 아니었다.그녀는 답답하다는 식으로 말을 이어갔다.“대체 왜 날 안 미워하는 거야? 전에는 그렇게 잘하더니.”“그건 네가 전에 귀찮을 정도로 이수호 꽁무니만 쫓아다녔으니 당연히 싫어할 만 했지.”도아영은 잠시 머뭇거렸다.“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계속 꽁무니를 쫓아다니면 이수호도 계속 날 미워한단 뜻이지?”“내가 볼 땐 그 방법이 최고야.”주민서와 도아영 모두 이 방법이 꽤 괜찮을 듯싶었다.하지만 지금 도아영은 도저히 이수호에게 아양을 떠는 여자로 되돌아갈 수가 없다.이것 참 난감할 따름이었다.이수호에게 치근덕거리면서 아부하라고?그녀는 절대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아 참, 어제 구 쌤이 널 찾으시던데?”“구연준 씨가? 갑자기 나를 왜?”주민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구연준 같은 레벨의 강사는 일반 학생들이 선뜻 다가갈 수 없는 존재였다.도아영 정도가 돼야 그와 교류할 자격이 있다.“내가 한번 가보지 뭐.”도아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주민서가 재빨리 말렸다.“곧 수업 시작인데 어디 가게?”“쌤 찾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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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얼굴은 만화를 찢고 나온 얼굴이라 해도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하지만 도아영에게 잘생긴 남자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뿐, 현재 급선무는 구연준을 만나는 일이었다.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던 박태오가 선글라스를 벗자 휴대폰이 또다시 울렸다.“다 왔어?”“강의1동이야.”그가 강이나에게 답했다.잠시 후, 강이나가 강의1동에 도착했다.“방금 저 사람 도아영 맞아?”박태오는 사실 도아영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서로 비슷한 집안 출신이라 어릴 때 함께 놀면서 커왔다.박씨 일가와 도씨 일가는 집안 환경이 거의 비슷하여 어릴 때부터 함께 놀기도 했지만 그가 아역 배우가 된 이후로 더는 도아영을 본 적이 없다.아마 도아영도 이제 그를 거의 까먹었을 것이다.“바로 쟤야.”강이나는 언짢은 얼굴로 그에게 답했다.“아주 날 바보처럼 갖고 논다니까. 태오야, 넌 어려서부터 줄곧 내 편이었잖아. 이번에 이렇게 널 불러온 것도 어쩔 수가 없었어.”“이수호랑 싸웠니?”박태오는 그녀와 전화할 때 이미 서러움에 북받친 그녀의 목소리를 알아챘다.어렸을 때 강이나는 항상 괴롭힘을 당하는 존재였다. 강씨 일가에 나쁜 일이 생긴 후 동년배들은 전부 그녀와 함께 놀기를 꺼렸다.그럴 때 박태오가 항상 그녀를 지켜주었다.강이나는 박태오의 옷깃을 잡아당겼다.“다 쟤 때문이야. 뭐든 나랑 맞서 싸우려고 한다니까. 태오야, 나 이제 너밖에 없어. 제발 좀 도와줘.”그녀의 말을 들은 박태오는 잠시 침묵했다.그 시각.도아영은 이미 6층까지 기어 올라갔다. 특급 강사의 사무실은 왜 이렇게 높은 층에 있는 걸까?학교 엘리베이터를 최대한도로 사용하고 싶어서?!이때 그녀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방금 하얀색 후드의 남자가 뇌리를 스쳤다.‘잠깐! 방금 그 남자 왜 이렇게 눈에 익지? 설마 박태오?’도아영은 후회가 밀려왔다. 다시 돌아가서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으나 이때 마침 구연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너무 느려.”그는 5층 계단까지 올라와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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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무슨 생각 하는 거야?”구연준이 불쑥 수중의 책으로 도아영의 머리를 두드렸다.그제야 도아영도 전생의 기억에서 빠져나왔다.“왜 때려요?”“할 얘기 있다고 했잖아.”구연준은 수중의 서류를 그녀에게 내밀었다.“이것 좀 봐봐.”서류를 펼치자 남원 교외 부지의 승인에 관한 서류가 들어 있었다.이를 본 도아영은 곧바로 예스를 외쳤다.구연준은 미간을 구기면서 그녀에게 물었다.“이게 그렇게까지 좋아할 일이야?”“연준 씨는 몰라요. 나 곧 부자 될 거라고요.”그녀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구연준은 피식 웃었다.“이거 하나로 부자 된다고? 기껏해야 정부 보조금이나 받겠지. 얼마나 하겠어? 게다가 남원 교외는 황폐한 땅이라 승인이 내려와도 큰돈은 못 벌 거야.”구연준은 남원 교외 부지가 어느 정도의 값어치를 하는지 당연히 알 리가 없다.애초에 그녀가 큰돈을 들여서 이 땅을 낙찰받은 이유가 바로 추후에 온천 리조트를 만들기 위해서였다.황폐한 땅에 온천 리조트를 만든다는 것은 상인들이 꿈에도 얻지 못할 초특급 혜택이다.“난 이미 시공 준비가 다 됐어요. 그때 가서 나랑 협력하겠다고 사정하지나 말아요.”“걱정 마. 난 그쪽 땅에 관심 없어.”구연준은 솔직히 말해서 남원 교외 부지에 일절 관심이 없다.애초에 도아영이 천억을 들여서 이 땅을 살 때 그는 이 여자가 머리가 잘못된 거라고 비웃었다.물론 지금도 그 생각은 늘 변함이 없다.구연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전부 같은 생각일 것이다.특히 도아영의 약혼자 이수호가 제일 많이 비웃겠지...잠시 후 도아영이 서류를 들여다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구연준은 문득 그녀의 옷차림을 살펴보았다.따가운 시선이 불편했던 도아영은 머리를 번쩍 들었다.“뭘... 그렇게 봐요?”“이렇게 입고 학교에 나와? 학점 깎을 거야.”말을 마친 구연준이 책자를 들어 올렸다.그가 진지하게 나오자 도아영이 재빨리 대답했다.“나 이제 대학생이에요!”“대학생이면 마음대로 입고 다녀도 돼? 한성대생들이 다 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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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도아영은 ‘병신’이라는 두 글자를 꾹 집어삼키고 구연준의 사무실을 나섰다.학교에서의 시간은 역시 빨리 지나가는 법이었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고 그녀와 주민서도 나란히 강의동에서 나왔다.사실 오후에 수업이 아예 없었지만 도아영이 도서관에서 좀 더 머무르고 싶다고 했다.주민서는 그녀가 이토록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지난번 약혼식 때 수영장에 빠진 이후로 정신을 번쩍 차리고 새 출발을 한 것만 같았다.이수호에게 들러붙지 않을뿐더러 공부에도 갑자기 너무 큰 흥취를 느끼고 있으니까.“아영아, 이렇게까지 힘들게 공부할 필요는 없잖아. 어차피 너희 집에 남은 돈으로 평생 플렉스하면서 살 텐데.”“그건 안 되지. 돈이란 건 오늘 네 것이었다가도 내일이면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는 수가 있어. 하지만 지식은 아니야. 배우는 대로 전부 네 머릿속에 저장해서 아무도 못 뺏어가.”여기까지 말한 도아영이 시계를 들여다봤다.“시간 다 됐다.”“뭐가?”주민서는 의아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이수호가 통금 시간까지 정했어? 오지랖 너무 심한 거 아니야?”“노노. 황홀한 밤이 시작됐다고.”도아영이 말했다.“이수호 같은 남자는 제 약혼녀가 밤에 밖에서 실컷 놀고 다니는 걸 절대 용납하지 못할 거야.”“정상적인 남자라면 밖에서 놀기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다 싫어해...”그녀는 독해도 너무 독했다.이런 수법으로 이수호한테 미움을 받으려 하다니.그들의 신분으로 자칫하다 큰일이라도 빚으면 엄청날 텐데...“내가 클럽에서 식스팩 복근을 지닌 남자를 여섯 명 불렀는데 너도 갈래?”주민서는 당연히 가겠다며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정중하게 말했다.“지금 바로 당장!”그 시각.클럽 안.심정우가 이수호를 데리고 VIP룸으로 들어갔다.“네가 싫어하는 거 알아. 그래도 어떡해? 일이니까 피할 순 없잖아.”심정우는 문득 나지막이 속삭였다.“내가 장 마담한테 미리 말해뒀으니 이따가 이쁜 애들 줄줄이 들어올 거야. 너도 이참에 스트레스 좀 풀어. 종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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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이건 거의 정해진 거나 다름없는 루틴이다.술이 알딸딸해진 후 심정우가 이수호의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화장실 다녀올게!”그는 살짝 취했지만 이수호는 뭐라 하지 않았다.다만 옆에 있던 여자들이 눈치도 없게 들이대기 시작했다.“대표님...”이수호가 싸늘한 시선으로 쳐다보자 끼 부리려던 여자들은 사색이 되어 감히 다가오지 못했다.“죄송하지만... 제가 술을 잘 못 해요...”이때 옆에서 잔뜩 난감해하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한 여자가 남자의 품에 안겨서 강제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술이 그녀의 목을 타고 흘러내려 얇은 옷을 흠뻑 적셨고 속살까지 훤히 드러났다.이수호는 그제야 봉변을 당하는 여자가 임규리라는 걸 알아봤다.횡설수설하는 그녀를 보자마자 이수호가 앞으로 다가가 유태범의 손을 덥석 잡았다.한편 유태범은 그가 임규리를 지켜주니 이 여자에게 관심이 있는 줄 알고 얼른 놓아줬다.“이 대표가 강이나 씨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얘도 좀 비슷하게 생겼네요. 역시 대표님 취향이셨군요!”만취한 유태범은 말투가 아주 무례했다.이때 임규리가 재빨리 이수호의 뒤에 숨어서 겁에 질린 채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이수호는 별안간 미간을 구겼다.도아영만 아니었다면 오늘 임규리를 거들떠볼 리도 없을 테니까.“대표님...”임규리는 겁에 질린 사슴처럼 한없이 속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나가.”하지만 이수호는 매우 차갑게 쏘아붙였다.“저는 그저 등록금 벌려고 온 거예요. 절대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임규리가 서둘러 해명하려 했지만 이수호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이때 문밖에서 심정우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황급히 뛰쳐 들어왔다.“수호야, 나 방금 누구 봤는지 알아?”그가 짙은 얼굴로 이수호에게 속삭였다.순간 이수호도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대표님!”이수호가 밖으로 나가자 임규리는 사색이 되었다.그 시각, 룸 안.주민서도 귀신을 본 듯 허겁지겁 룸으로 들어왔다. 도아영은 한창 식스팩 연하남과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녀가 대뜸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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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도아영이 남자 어깨에 손을 걸친 순간 이수호의 눈빛이 한없이 싸늘해졌다.그 남자는 이수호와 눈이 마주치더니 겁에 질린 채 도아영에게 바짝 다가갔다.“누나, 저 사람 누구예요?”“누군지 몰라?”도아영은 눈썹을 치키고 그에게 답했다.“이경 그룹 대표, 내 약혼자잖아.”드디어 이수호의 정체를 알아낸 그 남자는 온몸이 돌처럼 굳었다.룸에 있던 다른 남자들도 불길한 기운이 엄습해왔다.지금 다들 모여서 이수호의 약혼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니?!하지만 도아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착하지. 지금도 충분히 나갈 수 있어.”남자들은 하나같이 넋을 놓고 그녀의 말귀를 알아듣지 못했다.곧이어 이수호가 분노를 참으면서 큰소리로 외쳤다.“다 나가!”짤막한 한 마디에 남자들은 황급히 줄행랑을 쳤다.이수호가 제대로 뿔나자 주민서는 그녀가 몹시 걱정되어 뭐라도 편들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심정우가 곧장 그녀를 말렸다.“쉿! 여긴 네가 끼어들 데가 아니야.”룸문이 닫히고 도아영이 속절없이 고개를 내저었다.“대표님, 다들 여기 즐기려고 온 거잖아요. 나도 뭐라 안 하는데 대표님이 왜 간섭하려고 들어요?”그녀는 여전히 오늘 아침 옷차림으로 술까지 마신 채 새하얀 얼굴에 홍조기를 띄었다. 빨갛게 물든 촉촉한 입술은 도저히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즐겨?”이수호는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턱을 집어 올렸다.“즐긴다는 게 무슨 뜻인지는 알아?”“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그걸 몰라요? 대표님은 여자 한 명도 안 불렀다고요? 에이, 난 전혀 못 믿겠는데?!”그녀가 간사하게 웃으며 말했다.전생이나 현생이나 이수호는 늘 자기관리가 투철한 사람이고 이런 일에 대해서도 무조건 절제하는 성격이다.그는 다른 여자가 터치하는 걸 싫어하고 항상 여자 문제 앞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그 어떤 여자도 이수호에게 가까이 다가올 수가 없다.이 몇 년간 강이나만이 의외였다.그의 모든 애틋함을 독차지한 여자였으니까.한편 그는 일할 때도 매우 철두철미한 사람이다. 이곳에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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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도아영은 별안간 탄탄하면서도 은근 열기가 차오른 복근에 손을 댔다.그녀가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이수호가 더 세게 잡아당겼다.“대답해.”그는 소파를 짚고서 도아영과 거의 닿을 것처럼 거리가 좁혀졌다.“걔야 나야? 누구 복근이 더 좋냐고?”도아영의 나른한 손은 더 세게 잡힐수록 고통이 차올랐다.이 남자는 술기운 때문인지 갑자기 도아영을 몸 아래에 짓누르고 한바탕 괴롭히고 싶어졌다.몇 번이고 심기를 건드리는 이 여자가 눈물이 글썽한 채 애원하는 모습을 너무 보고 싶었다.이수호는 문득 배에 뜨거운 열기가 샘솟았다.한편 도아영은 손이 너무 아파서 재빨리 빼내고는 그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나쁜 놈!”이수호의 얼굴에 손자국이 고스란히 났다.정신을 차리고 보니 도아영이 어느새 이 방을 뛰쳐나갔다.“뭐야? 방금 뭐한 거냐고?!”문밖에 있던 심정우는 주민서와 도아영이 함께 도망치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이수호는 달아오른 얼굴을 어루만지며 안색이 한없이 음침해졌다.“여기 사장한테 전해. 방금 이 방에 들어온 새끼들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말을 마친 이수호는 문을 박차고 나갔고 심정우는 그저 멍하니 넋을 놓았다.‘대체 무슨 일이냐고?’클럽 밖에서 주민서가 한창 씩씩거렸다.“이수호 진짜 너무 일방적이야! 아까 그 방에도 예쁜 애들 몇 명은 되던데 이게 무슨 내로남불이냐고? 아니 뭣 하러 남자애들 다 내쫓은 거야?”두 여자는 술을 마신 연유로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갔다.“아영아, 그 자식 너 함부로 대한 거 없지?”주민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런 건 딱히 없는데... 모르겠어, 그냥 좀 찝찝해.”도아영은 아직도 손끝에서 그의 뜨거웠던 복근의 열기가 느껴졌다.‘이건 아니지. 정상적인 남자라면 약혼녀가 룸에서 딴 남자를 불러서 노는 걸 보면 엄청 화내야 하잖아. 당장이라도 파혼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수호 대체 무슨 속셈이야? 파혼에 관한 얘기는 왜 전혀 없냐고?!’“내가 볼 때 이수호 그냥 집착 광이야. 강이나랑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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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주민서는 매우 진지한 눈빛으로 도아영을 바라봤다.“아영아, 구연준이든 서현우든 다 이수호보단 나은 것 같아.”도아영은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이 소문은 대체 어떻게 난 걸까? 게다가 근거 없는 찌라시까지...구연준은 둘째치고 서현우만 해도 전생에 강이나에게 목숨까지 바칠 기세였고 강주에 온 이유도 전부 강이나 때문이었다.대체 도아영이랑 무슨 연관이 있다고 이러는 걸까?게다가 강이나는 한때 빼어난 미모와 단아한 분위기로 구연준의 소꿉친구 박태오의 마음을 홀딱 빼앗아버렸다.박태오와 서현우 모두 전생에 강이나를 위해 많은 걸 희생했다.이토록 치열한 삼각 관계 속에 도아영이 대체 웬 말일까?그녀는 단지 거들일 뿐 소설 속 서브 여주에도 속하지 못한다.주민서가 한창 도아영의 약혼자를 물색하고 있을 때 갑자기 도아영의 휴대폰이 울렸다.서현우가 간만에 메시지를 보내왔다.대화창을 열어보니 서류 한 부가 전송되었다.도아영은 순간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영아, 도아영! 내 말 듣고 있어? 듣고 있냐고?”“다 들었어.”“그럼 넌 누가 더 좋아?”“지금은... 서현우.”“뭐?”도아영이 받은 서류는 대출 서류인데 대출자가 바로 유정연이다.다음날 이른 아침.가정부는 홀로 아래층에 내려오는 도아영을 보더니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영 씨, 대표님께서 어제 외박하셨어요.”“네.”도아영은 한없이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그럼 수호 씨 아침은 따로 준비할 필요 없어요.”가정부는 말문이 턱 막혔다.약혼자가 외박했다는데 지금 아침 식사가 목에 넘어갈까?한편 도아영은 아침을 먹으면서 가정부에게 전했다.“나 오늘 좀 늦게 돌아올 테니 따로 저녁 안 차려도 돼요.”“네? 어디 가시게요?”가정부가 초조한 얼굴로 되물었다.어제 도아영이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저녁 늦게 돌아와서 어르신이 충분히 언짢아하고 계시는데 오늘 또 늦게 돌아온다는 건가?!이건 대놓고 어르신과 대표님의 심기를 건드리는 수작이었다.한편 도아영은 손을 내젓고 딱히 정면으로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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