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의 모든 챕터: 챕터 101 - 챕터 110

233 챕터

제101화

“대표님, 최소한 이 옷으로 갈아입고 어딜 가는지는 말씀해주셔야죠.”도아영이 말했다.“이건 평상시에 흔히 입는 복장이 아니잖아요.”“오늘 밤 자선 파티에 나랑 함께 갈 거야.”이수호가 자선 파티에 함께 가자는 말에 도아영은 미간을 찌푸렸다.“강이나 씨는요?”“내가 이나랑 같이 갔으면 좋겠어?”“아니, 그게 아니라 강이나 씨가 대표님이랑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요.”“지금 나랑 밀당해?”도아영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대표님이 그러셨잖아요. 우린 정략결혼이고 곧 이혼할 테니 각자 딴 사람 만나는 것도 지극히 정상이라면서요. 대표님이 강이나 씨 좋아하는 건 이 바닥에 공공연한 사실인데 왜 굳이 나랑 함께 가겠다는 거예요?”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수호의 마지노선을 건드렸다.그는 싸늘한 어조로 대답했다.“각자 딴 사람을 만나? 구연준이랑 신나게 놀아났네?”“아무리 그래도 대표님이랑 강이나 씨만 하겠어요? 두 분은 애까지 있잖아요.”도아영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 이수호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주변을 맴도는 공기마저 살얼음판으로 될 것만 같았다.아이는 이수호에게 있어 금지어나 다름없다는 걸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안다.물론 그해의 스캔들에 불과하지만 팩트가 아니라고 단정 짓기도 어려운 일이다.지금 이수호의 표정을 보니 스캔들이 아마도 팩트에 가까울 듯싶었다.“대표님, 코디 모셔왔습니다.”이때 안지원이 안으로 걸어왔고 뒤에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스타일리스트 몇 명이 메이크업 가방을 들고 따라 들어왔다.“알았어. 다 같이 올라가 봐.”“네, 대표님.”안지원은 도아영과 함께 위층으로 향했고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스타일리스트도 곧장 따라갔다.한 시간 뒤.이수호가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면서 살짝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다 됐는지 가봐.”“네, 대표님.”안지원이 위층으로 올라가려 할 때 도아영이 마침 뭇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아래로 내려왔다.그녀는 스카이블루 색상의 머메이드 스커트를 입고 잘록한 허리와 힙 라인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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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강이나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전에는 이런 크고 작은 이브닝 파티에 줄곧 그녀만 데리고 참석했는데 오늘은 왜...게다가 오늘 자선 파티는 흔한 이브닝 파티가 아니다. 해외에 있는 서현우도 참석한다고 했으니.강주 사람들이라면 서현우가 어떤 인물인지 모르는 이가 없다.그는 무려 해외에서 갱스터로 유명한 사람이니까.서현우가 뒷받침해준다면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플렉스한 삶을 누릴 수가 있다.그런데 이수호가 이런 장소에 도아영을 데리고 가다니.짤그락.강이나는 수중의 물컵을 내던지고 안색이 잔뜩 일그러졌다.“이미 출발했대?”“네...”이수호가 이미 도아영을 데리고 자선 파티에 참석했다는 소식에 강이나는 화장대 앞에서 반나절이나 화장한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그럼... 메이크업은 계속 받으시겠어요?”다들 이수호가 그녀를 데리고 파티에 참석할 줄 알고 일찌감치 메이크업과 코디에 신경 쓰고 있었는데 이 사달이 날 줄이야...“계속해.”강이나가 차갑게 말했다.“오늘 밤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갈 거야.”“네.”그 시각 로열 호텔.차에서 내린 이수호가 매너 넘치게 도아영을 위해 차 문을 열어줬다.그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도아영 아니야? 어떻게 이 대표님이랑 함께 왔지?”“그러게 말이야. 대표님은 평상시에 항상 강이나 씨랑 함께하잖아.”“분명 도아영이 수작 부린 거지 뭐. 전에 대표님한테 약까지 탔다던데...”주위에서 쉬쉬거리기 시작했다.다만 이수호가 날카롭게 째려본 순간 좀 전까지 입방정을 떨던 사모님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굳게 다물었다.그의 눈빛이 하도 섬뜩해서 사모님들은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다.한편 도아영은 주위를 쭉 살펴보았다.전생에 서현우가 바로 이 자선 파티에 참석했기에 오늘도 어김없이 올 거라고 믿었다.그때 강이나가 이수호와 함께 왔다가 뛰어난 미모와 우아한 분위기 때문에 한눈에 서현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그 뒤로 서현우는 강이나의 귀인이 되어 그녀가 해외 연수를 나갈 때 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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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도아영이 도저히 못 버티겠다 싶으면 알아서 이수호에게 사정하러 올 것이다. 적어도 이수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한편 도아영이 치맛자락을 살짝 들고 이제 막 몇 걸음 나섰는데 옆에 있던 재벌가 사모님이 야유를 퍼부었다.“어머, 쟤 도아영이잖아?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왜 못 와? 여우 년이 또 무슨 수작 부려서 이 대표님과 함께 온 거겠지. 봐봐, 대표님은 재 홀로 버려두고 관심도 없으시잖아.”“이 대표가 강이나 씨한테 얼마나 지극정성인데. 쟤 저러는 거 다 사서 고생하는 거야.”몇몇 사람들이 비아냥대는 소리가 도아영의 귓가에 전해졌다.하지만 그녀는 이런 사람들과 따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전생에 이 자선 파티에 참석한 적이 없지만 소문에 의하면 서현우가 강이나의 춤을 보고 홀딱 반했다고 한다.강이나의 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도아영도 본 적이 있다. 그녀는 이 바닥에서 프로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 한 실력 하고 있다.도아영도 어려서부터 다양한 춤을 배워왔으니 한 번쯤은 시도해볼 수도 있을 듯싶었다.그녀가 웨이터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속삭일 때 옆에 있던 재벌가 사모님이 실실 비꼬았다.“쟤 좀 봐. 또 끼 부리잖아.”“도아영은 어딜 가나 이 대표한테 아양 떨려고 안달이라니까. 어떻게든 이 대표 시선을 끌려고 애를 써요. 보는 우리가 다 지긋지긋하네.”몇 사람들은 도아영의 행동에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장내에 탱고 음악이 울리고 도아영이 무대 한가운데 서서 뭇사람들에게 인사한 후 신나게 춤을 췄다. 순간 많은 이가 그녀에게 시선이 꽂혔다.“대표님, 저기 봐봐요!”안지원이 무대 가운데 있는 도아영을 가리켰다.이수호가 미간을 찌푸리고 무대를 쳐다볼 때 도아영이 어느새 남자 파트너를 데려왔는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둘은 바짝 달라붙었고 도아영의 현란한 몸짓에 사람들이 두 눈을 반짝였다.볼륨진 몸매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고 다들 그녀에게 흠뻑 도취했다.“고작 저거야? 몸매 좀 좋다고 여기서 끼 부리는 것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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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둘은 머뭇거리면서 서로를 바라봤다.“죄송합니다만 이 대표님께 연락드리는 건 어떨까요? 대표님이 직접 모시러 나온다면 저희도 안으로 들일 수 있거든요.”“젠장!”강이나는 일개 경호원마저 자신의 체면을 짓밟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그녀는 마지못해 휴대폰을 꺼내서 이수호에게 연락했다.하지만 통화연결음만 울릴 뿐 상대가 좀처럼 전화를 받지 않았다.강이나는 또다시 안지원에게 전화했다.그때 마침 안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도아영 진짜 한 실력 하네? 아까 걔 춤출 때 이 대표님 표정 봤어? 완전 넋 놓고 있잖아!”“이 대표 강이나만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 언제 도아영이랑 이렇게 가까워진 거지?”“누가 알아? 도아영이 대단해서 그렇겠지 뭐. 저렇게 끼 부리는 여자를 어떤 남자가 마다할까?”...몇몇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강이나의 귀에까지 전해졌다.그녀는 더더욱 안달이 났다.‘도아영, 진짜 뻔뻔해!’강이나가 이미지도 무릅쓰고 마구 뛰쳐 들어가려 할 때 경호원이 재빨리 그녀를 막아 세웠다.“강이나 씨!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희만 곤란해져요...”“꺼져! 싹 다 꺼지라고!”강이나는 이수호와 도아영이 안에서 함께 있는 모습만 떠올리면 질투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두 경호원은 끝내 강이나를 말리지 못했다. 잠시 후 그녀가 연회장으로 뛰쳐 들어갔다.그녀가 연회장 대문을 연 순간 뭇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강이나의 몰골을 보고 가장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이수호였다.“이나야?”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뭇사람들은 의아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방금 문밖에서 한바탕 실랑이를 벌인 탓에 머리도 잔뜩 헝클어지고 초라한 몰골이 그야말로 볼품없었다.좀 전에 무대에서 마음껏 매력발산을 하며 춤을 추던 도아영과 감히 비할 바가 못 됐다.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거슬렸던 탓인지 이수호는 그녀를 한쪽 옆으로 끌고 가려 했다.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으면서 정색한 얼굴로 쏘아붙이는 이수호였다.“여긴 왜 왔어?”질책에 가까운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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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이수호와 강이나가 나란히 자리를 떠나려 하자 구경에 나선 사모님들이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나 웃겨 죽네. 도아영 반나절이나 춤췄는데 강이나 씨 등장으로 바로 KO 당한 거야?”“그러니 내가 뭐랬어. 이 대표한테 강이나 씨랑 도아영 씨는 하늘과 땅 차이라니까. 강이나 씨가 하늘의 구름이라면 도아영은 바닥의 먼지에 불과해. 쌤통이다 도아영!”“수작 그만 부려. 내가 다 쪽팔리네!”...그들은 대놓고 도아영에 대한 험담을 늘어놨다.다만 도아영은 아무렇지 않았다.어차피 좀전의 춤은 이수호를 위한 춤이 아니니까.그가 어떻게 생각하든 도아영과는 일말의 관계도 없다.그건 그렇고 표적이 미끼를 문 것 같았다.2층에서 한 남자가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으니까.도아영은 자연스럽게 방금 입을 나불거리던 사람들 앞으로 다가가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다들 방금 나 말한 거예요?”“그럼 누구겠어요?”사모님 한 명이 코웃음 치며 쏘아붙였다.“우리가 모를까 봐서요? 도아영 씨 애초에 잔뜩 흘리고 다녀서 겨우 이 대표님 옆에 남은 거잖아요! 남자는 자고로 실컷 놀면 바로 질려버려요. 봐봐요 지금도, 이 대표가 아영 씨를 찾기나 하던가요?”도아영은 그녀의 비아냥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곁눈질로 서현우를 바라봤다.그러고는 사모님 앞으로 바짝 다가가 오직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속삭였다.“그래요? 근데 이걸 어쩌나? 누구는 끼 부리고 싶어도 전혀 안 먹힐 텐데? 허리는 엄청 길고 다리는 숏 다리에, 쯧쯧... 다 벗고 수호 씨 앞에서 춤춰도 눈길 한 번 못 받겠네요.”“너!”상대는 정곡을 찔렸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그녀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 이때 도아영이 갑자기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서다가 일부러 쓰러졌다.바닥에 쓰러진 고통이 전해지기는커녕 따뜻하고 드넓은 품이 그녀를 맞이했다.상대는 도아영을 품에 꼭 안아주었다.한편 도아영은 겁먹은 사슴처럼 조심스럽게 시선을 올렸다. 서현우의 조각 같은 얼굴에 어떠한 표정도 걸려있지 않았고 타고난 카리스마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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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뭇사람들은 깊은숨을 몰아쉬었다.오늘의 주역이 서현우일 줄이야.그가 이렇게 하는 건 엄연히 경고장을 날리는 셈이었다.이수호와 강이나도 이쪽 인기척에 곧바로 시선을 옮겼다.서현우의 품에 안긴 도아영을 본 순간 이수호는 차가운 눈빛으로 돌변했다.옆에 있던 강이나도 나지막이 속삭였다.“도아영 씨 정말 대단하네요. 서 대표님 오늘 처음 아영 씨를 봤을 텐데 금세 편들어주고 말이에요...”그녀의 말속에 다른 의도가 가득 차 있었다. 이에 이수호도 덩달아 미간을 찌푸렸다.‘도아영, 이렇게 빨리 새로운 돈줄을 찾고 싶었던 거야?’“고마워요, 대표님.”그 시각 도아영은 서현우의 품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이 남자가 그녀의 허리를 꽉 붙잡고 있었다.보다시피 그녀를 놓아줄 기미가 없었다.도아영은 시선을 올리고 서현우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더니 연약한 척하며 말했다.“대표님, 아파요...”별안간 서현우가 그녀에게 바짝 다가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연기 그만해.”“...”“표적인 것 쯤은 나도 금방 알아보거든. 근데 이렇게 먼저 집 앞까지 찾아오는 표적은... 네가 처음이야.”서현우는 그녀의 허리를 놓아주곤 뭇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도아영은 이대로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얼른 다가가 서현우의 팔을 잡아당겼다.“대표님, 저 남자 파트너가 필요해요.”서현우는 눈썹을 치켰고 옆에 있던 김한빈도 인상을 구겼다.본인 속내를 다 들켰음에도 끝까지 연기하고 있다니, 이 여자는 정녕 죽으려고 작정한 걸까?김한빈이 이제 막 앞으로 나서서 그녀를 따끔하게 혼내려고 할 때 서현우가 손을 들며 그를 가로챘다.“내가 왜 널 도와줘야 하지?”“남해로 120번지. 대표님께서 강주로 이전할 계획이시란 거 저 다 알고 있어요.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눈앞의 여자가 내뱉는 가소로운 말에 서현우는 흥미진진하게 되물었다.“어떻게 도와줄 건데?”“대표님께서 아마 강주에 와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신 것 같은데 저희 도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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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수호 씨, 화내지 말아요.”강이나는 이수호의 팔을 잡으면서 난감한 표정으로 서현우에게 말했다.“서 대표님, 정말 죄송하지만 대표님께서 아직 도아영 씨 정체를 잘 모르실 겁니다.”곧이어 그녀는 질책하는 투로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도 참, 이제 엄연히 이 대표님 약혼녀인데 이런 장소에서 서 대표님이랑 엮이면 뭐가 돼요? 얼른 이리 와요!”그녀는 말하면서 도아영을 끌어오려 했다.다만 이때 김한빈이 재빨리 강이나 앞에 나섰다. 이건 그녀의 뜻을 거절하는 거나 다름없는 제스처였다.강이나는 허공에 손이 붕 뜬 채 난처함을 어쩔 수가 없었다.한편 도아영은 그녀가 일부러 분위기를 완화하려는 척하는 꼴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강이나 씨도 아까 보니까 대표님이랑 나란히 함께 들어오던데요? 난 또... 이나 씨가 대표님 약혼한 사실을 까먹은 줄 알았어요.”도아영의 반박에 강이나는 말문이 턱 막혔다.그도 그럴 것이 도아영이 이수호 약혼녀란 사실을 누가 모를까?그저 다들 이수호가 강이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항상 도아영을 존중하지 않았을 뿐이다.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놓친 점이 있다면 약혼녀 앞에서 내 남자의 파트너 행세를 하고 다니는 건 명색이 끼 부리는 수작이었다.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강이나는 지금 내연녀나 다름없었다.“도아영, 이리 와.”문득 이수호가 명령 조로 쏘아붙였다.그럼에도 도아영은 걸음을 옮길 기미조차 없었다. 그녀가 꿈쩍하지 않자 이수호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이에 도아영은 재빨리 서현우의 뒤에 숨어서 매우 놀란 듯 몸을 파르르 떨었다.그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마치 얼마나 큰 서러움이라도 당한 것처럼 한없이 가여운 표정으로 흐느꼈다.서현우는 그런 도아영의 연기를 보면서 입꼬리를 씩 올렸다.뭇사람들도 이 광경을 보고 저마다 수군거렸다.“이 대표가 약혼녀를 마음에 안 들어 한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대놓고 손까지 댈 줄은 몰랐네.”“그러게 말이야. 아영 씨 저러는 거 보면 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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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네, 대표님.”강이나도 안색이 돌변했다. 김한빈이 이리로 다가오자 그녀는 재빨리 이수호의 뒤에 숨으면서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수호 씨...”이수호는 그녀를 지켜주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도아영에게 쏘아붙였다.“도아영! 제발 그만해!”“네?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 나 방금 아무 말도 안 했는데?”그녀는 이렇게 말하면서 서현우에게 더 바짝 다가갔다.그 바람에 이수호는 울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오늘은 대체 무슨 날인 걸까?도아영이 대놓고 이수호의 체면을 구기는 날?!옆에 있던 서현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김한빈, 내 말 안 들려?”“지금 바로 끌어내겠습니다!”그가 앞으로 다가서자 강이나는 재빨리 도아영에게 시선을 옮겼다.“이봐요, 도아영 씨! 당신 나 싫어하는 거 알지만 서 대표까지 시켜서 이러는 건 아니지! 난 수호 씨 파트너예요. 아영 씨 지금 이러는 거 대체 날 겨냥한 거예요 수호 씨를 겨냥한 거예요?”그녀는 아예 핵심을 수면 위에 올려놨다. 도아영이 지금 상황에 서현우 앞에서 자신을 편들어주지 않는다고 질책하는 투였다.하지만 이런 수작에 넘어갈 도아영이 아니었다.지금 강이나의 편을 들어준다면 그건 엄연히 서현우의 체면을 짓밟는 일이니까.그때 되면 도아영은 이도 저도 아닌, 아무런 혜택도 못 얻는 꼴이 된다.그녀는 단순한 눈빛으로 강이나를 쳐다봤다.“강이나 씨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통 알아듣지 못하겠네요... 난 그 누구도 겨냥한 적 없거든요.”끝까지 연기하는 도아영의 모습에 이수호의 안색이 점점 굳어졌다.한편 호스트가 축객령을 내렸는데 누가 감히 토를 달까?김한빈은 어느덧 강이나 앞으로 다가와 밖으로 나가 달라며 손을 내뻗었다.이에 강이나도 더는 고집을 부릴 수가 없어 입술을 깨물고 이수호를 쳐다봤다.“서 대표가 가라고 했으니 이만 가.”“수호 씨...”“다만 나중에 서 대표가 우리 가문의 행사에 참석하는 건 꽤 어려운 일이 될 거야.”그는 이 말로 강이나를 뒷받침해주고 있었다.사색이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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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도아영이 머리를 들고 무대 위를 올려다봤더니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구기면서 서현우에게 물었다.“엘리자베스 여왕이 한때 착용했던 목걸이네요?”그녀의 기억으로 강이나가 이 목걸이를 무척 좋아했다.전생에 이수호는 거액으로 이 목걸이를 낙찰받아 강이나에게 선물했다.다만 서현우도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서 두 남자가 결국 이 목걸이 낙찰가를 엄청난 가격으로 치솟게 했다.그랬던 서현우가 지금 왜 갑자기 이 목걸이를 말하는 걸까?“저건 사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목걸이야.”서현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근데 꽤 마음에 들어. 저 목걸이 시작가격은 20억이야. 네가 무슨 수를 써서든 오늘 반드시 저 목걸이를 낙찰받아.”순간 도아영은 안색이 확 굳었다.대체 무슨 수로 낙찰을 받으란 말인가?지금 도아영이 쥐고 있는 돈이 고작 얼마인데, 20억은 그녀에게 감히 넘볼 수도 없는 숫자였다.서현우는 일부러 그녀를 괴롭히려는 걸까?“왜? 못하겠어?”이 남자가 살짝 떠보듯이 물었다.“못하겠으면 다른 방식으로 갚아도 되고.”그녀는 이 말을 듣자마자 등골이 오싹했다.서현우가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란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그녀는 이미 서현우의 주의를 끌었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거대한 돈줄을 꽉 붙잡아야 한다.안 그러면 방금 했던 모든 노고가 수포로 될 테니까.“아니요! 해볼게요!”도아영이 말했다.“몇십억으로 대표님을 도울 수만 있다면 저한테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죠.”그녀의 대답을 들은 서현우는 눈썹을 치켰다.이 여자는 강이나보다 훨씬 흥미진진했다.곧이어 자선 경매가 시작되었다.첫 번째 상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의 시작가격은 20억 원이었다.좀 전에 강이나가 한 방 먹은 걸 떠올리며 이수호는 얼른 그녀에게 보답하고자 안지원더러 피켓을 들라고 했다.“30억, 한 번!”“34억!”“36억!”“40억입니다!”...다들 미친 듯이 가격을 부를 때 도아영이 차분하게 피켓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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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쟤 전 재산이 얼마인지 내가 모를까 봐?”이수호가 차갑게 쏘아붙였다.“계속 올려!”“네...”“180억이요!”안지원이 피켓을 들자 뭇사람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오늘 이 목걸이는 무려 가격이 열 배나 뛰어오르고 있으니까.도아영은 옆에 있던 서현우를 힐긋 바라봤다.“대표님, 일부러 이러시는 거죠?”사실 서현우는 이수호가 무조건 이 목걸이를 욕심낼 것을 진작 알아챘다.그래서 그녀더러 가격을 올리라고 한 것이다.방금 서현우가 강이나를 내쫓은 바람에 이수호는 이미 체면이 바닥까지 짓밟힌 상태이다. 그러니 이번엔 절대 도아영에게 질 수 없다.체면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 목걸이를 낙찰받아야만 했다.“나랑 한 약속 잊지 마.”서현우는 의자 등받이에 지긋이 기댔다.“이 목걸이는 무조건 내 거야.”“대표님...”그는 지금 일부러 도아영을 죽음으로 몰아세우고 있다.하지만 도아영도 무서울 건 없었다.‘한번 놀아보고 싶어? 그래, 그럼 놀아줄게!’“200억 할게요!”그녀가 200억을 외친 순간 장내가 고요한 침묵에 빠졌다.하지만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그녀는 이제 갈 데까지 가보려는 작정인 듯싶었다.“300억이요!”이수호와 도아영 둘 다 잠자코 있을 때 문득 웃을 듯 말 듯 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뭇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뒤늦게 도착한 구연준이 글쎄 300억을 부를 줄이야.“대표님, 이제 더는 안 됩니다. 어르신께서 아시면 분명 노여워하실 겁니다. 게다가 이 목걸이를 강이나 씨한테 선물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안지원이 옆에서 계속 이수호를 타일렀다.구연준이 판을 흩트리자 이수호도 미간을 찌푸린 채 더는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도아영은 구연준을 본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도 의자 등받이에 기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경매장에서 경매사가 큰소리로 외쳤다.“300억 한 번!”“300억 두 번!”“300억 세 번! 자, 300억 원으로 낙찰합니다!”...서현우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무표정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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