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Chapter 341 - Chapter 350

402 Chapters

제341화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해.”이수호가 대뜸 요구를 들어주니 강이나는 어안이 벙벙했다.“퇴학 안 시킬 테니까 졸업시험 잘 봐. 다만 유하영은 무조건 퇴학이야. 너도 앞으로 유학 갈 기회가 없어. 후회 안 할 자신 있다면 계속 강주에 남아. 나도 더는 너 상관 안 해.”“수호 씨...”강이나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이전의 이수호는 절대 이런 태도로 그녀를 대한 적이 없었다.이 남자가 점점 더 멀어진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안 비서, 이나 데리고 나가.”차가운 명령은 둘 사이를 한없이 떼어놓았다.“네, 대표님.”안지원은 그녀 앞으로 다가가 가뿐히 조각칼을 내려놓았다. 강이나도 애초에 자살할 마음이 없었다. 그저 예전에도 이렇게 나오면 이수호가 모든 걸 들어줬으니 똑같이 협박했을 뿐이다.“가시죠, 이나 씨.”안지원의 말투도 살짝 차가워졌다.남자들은 자살로 협박하는 계략을 제일 싫어한다.아무런 의미도 없고 짜증만 밀려올 뿐이니까.사무실에서 쫓겨난 강이나는 줄곧 이수호한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다만 이 남자는 눈길 한번 안 줬다.그는 의자에 앉아서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머릿속엔 온통 육지우가 죽기 전에 했던 말만 감돌았다. 강이나를 잘 부탁한다던 그 말이...이수호는 한껏 수척해진 모습이었다.이번엔 정말 그녀를 지켜줄 수가 없었다.도아영이 다친 모습만 생각하면 후회가 사무치게 밀려왔다. 그녀가 학교에서 저런 시달림을 받고 있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절대 수수방관하지 않았을 텐데.잠시 후 안지원이 사무실로 들어왔다.“도아영 지금 어떻게 됐어?”“아마... 계속 학교에 있을 겁니다.”“아직도 감히 학교에 나간다는 말이야?”한성대생들은 세력만 따지기로 소문이 났는데 도아영은 그토록 시달림을 받으면서도 대체 왜 학교에 나간 걸까?“한정민한테 당장 연락해. 아영이랑 비록 파혼했지만 누가 감히 걔 괴롭히면 그땐 우리 이경 그룹에 맞서는 거라고 전해!”안지원은 그런 이수호에게 넌지시 말했다.“대표님, 이미 한 시간 전에 똑같이 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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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한성대.도아영은 화장실에 가서 손자국이 난 얼굴을 보며 구시렁댔다.“세게도 때리네? 이러니까 퇴학당하지. 쯧쯧.”유하영의 퇴학은 다 정해진 일이다.이 뺨 한 대로 그녀를 퇴학시켰으니 나름 값진 일이었다.도아영은 얼굴의 상처를 확인한 후 화장실을 나섰는데 마침 이수호와 마주쳤다.그녀는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이제 하다 하다 여자 화장실 앞에서도 마주치는 거야?’그녀는 못 본 척하고 지나가려 했지만 이수호가 전혀 기회를 안 줬다.“그런 일을 당했으면서 왜 나한테 아무 얘기 없었어?”이수호의 말을 들은 도아영은 걸음을 멈췄다.밖에는 눈에 띄는 경계선이 있었고 방해 금지라는 노란색 경고 표지판이 보란 듯이 놓였다.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가볍게 웃었다.“어머, 대표님, 여기서 마주치네요.”“우연이 아니라 일부러 너 기다렸어.”이수호는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으려고 안지원에게 분부해 이 층 사람들을 전부 교실로 옮겼다.그는 도아영에게 가까이 다가왔다.“아직 내 질문에 대답 안 했잖아?”“우리 이미 파혼했어요. 이제 남남이라고요. 내가 무슨 일을 당하든 대표님께 일일이 보고할 필요는 없잖아요?”그녀는 한 걸음 물러서며 대답했다.“그래?”“네.”도아영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더는 별 볼 일 없을 줄 알았는데 이수호가 갑자기 한걸음 가까이 다가왔다.도아영은 바짝 경계하며 인상을 찌푸렸다.“왜 이래요?”“왜 피해?”그녀는 별안간 이수호가 그날 밤 벽에 몰아붙이고 키스를 퍼붓던 장면이 떠올랐다.“피한 게 아니라 더 이상 만날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리는 거예요.”“상처는 다 나았어?”“아니요.”“그럼 계약서대로 해야지. 상처가 다 낫기 전까지 난 네 보호자야.”“네? 대표님이요?”도아영은 하마터면 실소를 터트릴 뻔했다.이수호가 본인을 보호자라고 하다니.전생에 그녀를 납치범에게 넘겨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이 인간이 이번 생에 보호자가 되어준다고?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기지도 않았다.“불만 있어?”이수호가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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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순간 이수호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대표님, 아영 씨... 가셨네요.”안지원이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알아, 나도 보여.”이수호는 경계선이 너무 거슬려서 차갑게 쏘아붙였다.“이것들 다 치워. 짜증 나니까.”“...”안지원은 속으로 구시렁댔다.‘아까는 경계선 치라고 난리더니...’그는 대표님이 도통 이해가 안 됐다.“요즘 도아영 어디서 지내는지 조사해냈어?”“그건... 대표님께서 도아영 씨에 관한 일은 보고하지 말라고 해서...”안지원은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이수호의 싸늘한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보고를 안 한다고 조사까지 내려놓은 거야? 그래도 한때 내 약혼녀이자 이경 그룹 이미지인데 왜 이렇게 무심해? 앞으로 도아영에 관한 일은 낱낱이 보고해. 가장 먼저 나한테 알리란 말이야.”“네... 대표님.”안지원이 대답했다.졸업시험을 앞두고 유하영은 퇴학 조치를 당했다.한편 기말고사 당일 도아영이 뜻밖에 시험장에 나타났다.학생들은 전부 그녀의 등장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손을 다쳤다고 했는데 어떻게 시험 치러 온 걸까?대체 무슨 수로 시험을 보려는 걸까?도아영은 그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손목은 여전히 붕대를 감고 있었고 걸음걸이도 다리를 절뚝거리는 상태였으며 오른손으로 펜을 드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학생들은 저마다 그녀가 어떻게 시험을 볼지 기대했다.곧이어 선생님이 시험지를 나눠주었다.주민서도 걱정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 원래 나란히 앉고 싶었는데 수능을 보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랜덤으로 앉다 보니 거리가 멀어졌다.시험장에 긴장감이 감돌았다.한편 이경 그룹에서 회의 중이던 이수호가 불쑥 시계를 바라보며 미간을 구겼다.“한성대 기말고사 이미 시작했지?”안지원은 진작 시험 시간을 체크했다.“네, 이미 10분 지났습니다.”회의실 사람들은 이수호가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지 몰라서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봤다.이때 이수호가 수중의 서류를 내려놓았다.“이상 끝.”그야말로 걷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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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시찰을 온다는 말에 학생들은 저마다 긴장하기 시작했다.시험 치는 날에 이사회 시찰은 이번이 처음이니까.뒷줄에서 커닝하려던 몇몇 학생들은 묵묵히 쪽지를 숨겼다. 이사회에 들키기라도 하면 두말없이 퇴학을 당할 테니까.“예고도 없이 갑자기 온다고? 오늘은 대체 누가 온대?”“그러게 말이야. 요즘 학교가 왜 이렇게 어수선하냐?”뒷줄의 몇몇 여학생들이 수군거리다가 선생님이 날카롭게 째려보자 입을 꾹 다물었다.한편 도아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문제만 풀었다.곧이어 한 여학생이 비명을 질렀다.줄지은 경악에 도아영도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문 앞에 이수호가 떡하니 서 있었다.그는 누굴 찾는지 교실을 두리번거렸다.이때 한정민이 옆에서 말했다.“저희는 이번에 공평하게 시험을 보는 거라 아무도 꼼수를 못 부려요.”곧이어 이수호는 열심히 문제를 푸는 도아영을 발견했다.그녀는 오늘 캐쥬얼한 옷차림에 검은색 뿔테안경을 쓰고 포니테일을 묶고 나왔다. 너무 평범한 여대생 모습이라 이수호는 한눈에 알아보지도 못했다.오른손은 붕대를 감쌌고 오직 왼손만으로 열심히 무언가를 써 내려갔는데 손목이 불편한지 가끔 펜을 놓고 가볍게 움직였다.그런 도아영의 모습이 처음인지라 이수호는 자꾸 눈길이 갔다.“이 대표님이 왜 여기까지 오셨지?”“전에 단 한 번도 온 적 없잖아. 이나 보러 온 거네!”“설마? 이나 맨 뒷줄인데 대표님 시선은...”학생들이 수군거릴 때 시험감독 교사가 마른기침을 하면서 얼른 제지했다.그 시각 도아영은 이수호가 왜 왔는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너무 긴장한 탓에 왼손이 슬슬 뻣뻣해졌으니까.전까지만 해도 왼손 힘 조절을 잘만 해오더니 오늘은 너무 긴장한 탓인지 몇 글자도 못 쓰고 뻣뻣해지기 시작했다.앞에 있던 이수호는 그런 그녀를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장애인까지 시험을 보는 거예요?”이 말을 들은 한정민은 식은땀이 흘렀다.장애인이라니?그녀는 무려 이수호가 줄곧 지켜주던 전 약혼자인 것을...다만 그는 차마 입밖에 내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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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네? 그건...”한정민이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이런 선례가 없었으니까.“왜? 문제 있어요?”이수호가 쏘아붙이자 한정민은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그가 이 학교의 돈줄이니까.이수호가 명령한 이상 한정민은 마지못해 시험감독 교사에게 분부하여 도아영을 옆 시험장으로 나오게 했다.순간 도아영이 미간을 구겼다.‘뭐야?’그녀가 도착한 후 선생님이 자리에 앉으라고 분부했고 문밖에서 이수호가 줄곧 지켜보고 있었다.“도아영 학생은 문제를 보고 생각난 답안을 말로 하면 돼요. 제가 대신 적어줄게요.”선생님의 태도가 유독 상냥했다. 도아영은 이런 식의 혜택이 차려질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선생님, 저는 계속 가서 문제를 풀면 돼요.”“이건 이사회 결정입니다. 아영 학생의 손이 불편하니 졸업시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잖아요.”선생님은 비록 이렇게 말했지만 그녀가 이미 시험지를 절반이나 채운 걸 보더니 입이 쩍 벌어졌다.어느새 문제의 절반을 풀어버린 도아영이었다.선생님은 놀란 눈길로 도아영을 쳐다봤다.‘이걸 다 혼자 쓴 거야? 이런 학생한테 굳이 혜택을?’“선생님, 그럼 저는 계속 문제를 풀어볼게요.”도아영이 곧바로 이어진 문제의 답안을 말했다.선생님은 머리를 푹 숙이고 대신 시험지에 써 내려갔는데 점점 뒤로 가면서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올해 졸업시험 난도가 유난히 높아서 문제를 다 푸는 학생이 많지 않았고 게다가 엉뚱한 출제가 몇 개 있는데 도아영은 놀랍게도 유창하게 답안을 말했다.문밖의 이수호도 그런 그녀를 보면서 미간을 구겼다.옆에서 지켜보던 한정민은 그의 생각을 꿰뚫을 수 없어서 가까이 다가갔다.“대표님...”“시험지 있어요? 이리 줘봐요.”“네.”한정민은 곧장 시험지를 구해왔다.이수호는 시험지를 대충 훑어보았는데 출제가 상당히 전문적이고 한성대 역대 수능보다 난도가 훨씬 높았다.하지만 정작 도아영은 누구보다 유창하게 대답하고 있었다.“무슨 문제라도 있나요?”한정민이 떠보듯이 물었다.그는 시험지를 확인하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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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한정민은 멍하니 넋 놓은 시험감독 교사를 보더니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왜 그래요? 도아영 학생 문제 잘 풀었나요?”시험감독 교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수중의 시험지를 바로 교장에게 건넸다.빼곡히 적은 답안은 전문지식이 뛰어나고 매우 체계적으로 구성되었다.한정민은 못 믿겠다는 듯이 뒤 문제도 더 봤지만 역시 완벽한 답안이었다.“혹시 시험지 유출했어요?”교장의 질문에 시험감독 교사가 재빨리 손사래 쳤다.“아니요. 절대 그런 적 없습니다.”교사가 진지하게 대답했다.“방금 도아영 학생을 도와준 적도 없어요. 이건 전부 도아영 학생이 직접 말한 답안입니다!”그 말을 들은 한정민은 입이 쩍 벌어졌다.‘도아영 오랫동안 휴학한 거 아니었어? 뭐지? 왜 이렇게 잘해?’같은 시각, 시험장 밖의 학생들은 저마다 도아영을 살펴보았다.“쟤가 뭔데 독방을 써?”“손목 다쳐서 그랬다잖아.”“칫! 이 대표님 인맥으로 혜택받은 거야.”...주위에 의심의 소리가 점점 커졌지만 도아영은 신경 쓰지 않았다.이때 주민서가 부랴부랴 그녀 옆으로 다가왔다.“아영아, 방금 끌려나가서 아무 일 없었어? 이수호가 일부러 괴롭힌 거 아니야? 정말 괜찮은 거 맞아?”그녀는 행여나 도아영이 괴롭힘을 당했을까 봐 걱정투성이였다.이에 도아영이 고개를 내저었다.“아무 일 없어. 정상적으로 시험을 봤을 뿐이야.”“다행이네!”주민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난 또 이수호가 널 괴롭히려는 줄 알았지. 방금 시험장에서 애들이 얼마나 험한 말을 나불거린 줄 알아?”“뭐라고 했는데?”“뭐긴 뭐겠어? 네가 인맥 동원해서 특혜를 받았다고 하지.”주민서가 씩씩거렸다.“요즘 힘들게 왼손잡이 연습을 했는데 이게 뭐야? 특혜받았다는 얘기나 듣고 있잖아. 이수호는 정말 도움이 안 돼.”도아영도 오늘 그의 등장이 좋은 일은 없을 거라고 짐작은 했었다.그래도 일단 순조롭게 첫날을 마무리했으니 내일, 모레 두 날만 더 열심히 하면 된다.이수호가 부디 그 두 날은 더 오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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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순간 강이나의 표정이 확 얼어붙었다.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이수호의 손에 있을 줄이야.“교장이 너 요즘 성적이 쭉쭉 떨어진다길래 시험지 보러 갔다가 시험감독 교사가 바닥에서 이걸 주웠대. 딱 보니까 네 글씨체더라. 이래도 계속 반박할 거야?”이수호는 명백한 증거를 그녀 앞에 내놓았다.“수호 씨, 일단 내 얘기부터 들어봐요...”강이나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해명하려 했지만 이수호가 거부했다.“우리 사이에 더 할 얘기 없을 것 같은데?”그는 커닝 페이퍼를 강이나에게 건네고는 차에 올라탔다.“수호 씨!”강이나가 아무리 외쳐봐도 이 남자는 눈길 한번 안 줬다.“대표님, 이러시는 거 이나 씨한테 너무 매정한 거 아닐까요?”“내가 얼마나 더 관대해야 하지? 이나가 한 짓 좀 봐. 대체 어떻게 더 감싸줘야 하는 건데?”이전의 강이나는 커닝에 관심조차 없었고 졸업시험이라는 이토록 중요한 시험에서는 더더욱 커닝할 리가 없었다.안지원도 더는 설득하지 않았다.이수호는 피곤기 가득한 얼굴에 관자놀이를 어루만졌다.“대표님, 그럼 아영 씨는 어떡할까요?”오늘 수많은 학생들 앞에서 도아영을 다른 방으로 데려갔으니 그녀가 특혜를 받았다고 쉬쉬거리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이는 도아영의 명성에 누가 될 게 뻔하다.“걔는 억울할 것 없어.”구연준과 서현우가 모두 도아영의 커닝을 도와줄 거라곤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다.그녀가 아픈 몸을 이끌고 정정당당하게 수능을 볼 줄 알았는데 괜한 생각뿐이었다.이 바닥에 그런 인물은 아예 존재하지 않으니까.같은 시각.도아영이 학교를 나서자마자 한정판 마이바흐에 앉아있는 서현우가 보였다.검은색 차창이 열리고 그 남자의 날렵한 턱선이 드러났다.서현우가 이리로 쳐다보자 도아영은 곧장 아무것도 못 본 척 시선을 피했다.‘난 몰라. 모르는 사람이야. 저 차는 나랑 아무 상관 없다고.’그녀가 속으로 중얼거렸다.“한빈아.”이때 차 안에 서현우의 목소리가 울렸다.김한빈은 곧장 눈치채고 차 문을 열더니 도아영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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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차 안.도아영은 이를 악물고 차 문을 열었다.그녀의 매서운 눈매를 바라보며 서현우가 느긋하게 말했다.“우리 아영이 진짜 배은망덕하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날 선생님이라고 부르더니 왜 피하는 거야?”“대표님 차가 비싼 수입차라는 건 알겠는데 번마다 학교 앞에 세워주지 말래요? 나만 피해받는다고요.”“무슨 피해?”“애들이 날 이상하게 보잖아요.”서현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난 항상 나만 고려해. 다른 사람의 명성 따위 관심 없어.”“대표님...”누가 전생에 이수호와 치열하게 싸운 인간 아니랄까 봐.도아영은 꾹 참았다.‘안 참으면 뭐? 맞장 떠? 그래봤자 죽는 건 나잖아.’그녀는 머릿속으로 죽는 방법 백 가지를 연상하다가 끝내 울분을 참았다.이때 서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시험은 잘 봤어?”“덕분에 아주 잘 봤어요.”“그래.”서현우가 말했다.“왼손 봐봐.”“네?”도아영은 자연스럽게 왼손을 내밀었다.서현우가 연고를 건넸는데 왠지 어디서 본 것처럼 눈에 익었다.그녀는 곧이어 이 연고가 전에 이수호가 특별 제작한 연고라는 걸 알아챘다.“어디서 구했어요?”이건 이수호가 그녀의 흉터에 맞게 연구 제작한 연고라 시중에서 구매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연고였다.“윤재가 줬어.”“네.”서현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하긴, 현우 씨처럼 차가운 인간은 절대 먼저 선물을 건넬 사람이 아니지.’“하루에 세 번씩 한 달 동안 꾸준히 바르면 거의 다 나을 거야.”“정말요? 그럼 전에 수호 씨가 준 것보다 효과가 더 좋다는 말씀이네요?”도아영은 작은 연고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서현우가 그런 그녀를 보더니 넌지시 입을 열었다.“내가 준 걸 걔랑 비교하지 마.”도아영은 흠칫 놀라며 서현우를 바라봤다.‘비교하지 말라고? 이 두 사람도 앙숙이네.’도아영은 연고를 가방에 챙겨 넣었다.“윤재 씨 참 좋은 의사예요. 시간 될 때 제대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겠어요.”“오늘이면 돼.”“네?”도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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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뭐야? 뭔데?”변윤재는 어리둥절해졌다.서현우와 김한빈, 두 짠돌이와 함께 있는 한 저녁을 맛있게 먹는 게 가능한 일일까?그는 요즘 서현우네 집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해본 적이 없었다.변윤재는 하마터면 이 말을 입 밖에 꺼낼 뻔했다.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김한빈을 쳐다봤다.“뭐야? 저녁 뭐 있어?”“아영 씨가 윤재 씨한테 고마움을 표하려고 저녁을 차리신대요.”“나한테? 뭐가?”“연고를 구해줘서 고맙대요.”김한빈의 말을 들은 변윤재는 흠칫 놀랐다.“그건 현우한테 고마워해야지. 왜 나한테 그래? 돈은 현우가 냈잖아.”연고를 연구 제작한 비용은 서현우가 전액 부담했다.그는 본인에게 검소해도 다른 사람들에겐 전혀 돈을 아끼지 않는다.이번에 도아영의 연고를 제작하는 것도 기꺼이 2조 원을 썼다.그 덕에 연구소는 파티 현장이 되었다.“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아영 씨 인사만 잘 받으시면 돼요.”“이름도 안 남기고 선행을 한다? 천사가 따로 없네!”변윤재는 이제 막 서현우를 위해 박수를 치려다가 주방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도아영을 발견했다.“뭐해, 아영아?”“배달시켜요.”“뭐?”“이 근처에 식자재 마트가 없어서 대형마트에 주문해야 할 것 같아요.”그녀의 말을 들은 변윤재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여기 주소는 알고 주문하는 거니?”“몰라요. 참 이상하네요. 위치가 도통 안 잡혀요.”“여긴 현우네 집이니까 당연히 안 잡히지...”서현우에게 원한이 맺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들 호시탐탐 그의 목숨만 노리고 있다.무릇 서현우가 지내는 곳은 신호 방해 장치가 설치되어 있기 마련이다.위치는 안 잡혀도 와이파이는 정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뭐 필요한지 나한테 말해. 가까운 데 있으니까 내가 가서 사 올게.”“오케이!”도아영도 흔쾌히 그에게 식자재 리스트를 보내줬다.“윤재 씨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이렇게만 준비해봤어요. 필요한 거 있으면 더 말씀하세요.”변윤재는 리스트를 보더니 풍성한 식자재에 두 눈이 반짝였다.“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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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그는 서현우를 보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알았어, 갈게. 가면 되잖아.”그는 차 키를 챙기고 우성 별장을 나섰다.“뭐야? 벌써 갔어요?”도아영이 고개를 기웃거리자 서현우는 그녀의 시선을 가로막았다.“아까 준 연고는?”“옷 주머니에 있죠.”서현우는 그녀가 꺼낸 연고를 가져갔다.“따라와.”도아영은 영문도 모른 채 그를 따라 거실로 나갔다. 서현우는 그녀를 소파에 앉히더니 손등에 연고를 발라주었다.“스읍...”도아영이 너무 아파서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서현우는 참 한결같이 힘 조절이 엉망진창이었다.그는 도아영을 올려다보더니 좀 전보다 부드럽게 연고를 발랐다.누군가에게 약을 발라준 적이 없어서 힘 조절에 실패한 모양이다.여자는 원래 연약한 존재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법이다.“지금은 어때?”서현우의 질문에 그녀가 대답했다.“안 아파요. 살짝 간지럽네요.”그녀는 손을 빼내려고 했다.“제가 할게요.”다만 서현우가 손목을 놓아주질 않았다.“한 손으로 되겠어?”“사실... 뭐 그렇게 어렵지도 않아요.”전에 홀로 아파트에서 지낼 때 줄곧 혼자 약을 발랐으니까. 뚜껑을 여닫는 일이 조금 힘들었을 뿐이다.약을 발라주는 서현우를 보고 있자니 날렵한 턱선이 너무 완벽했다.그는 자주 웃지도 않고 늘 차갑고 도도한 표정이지만 연고를 발라주는 모습은 한없이 자상하고 온화했다.도아영이 한창 넋 놓고 있을 때 서현우가 갑자기 손을 내려놓았다.“다른데 더 바를 부위 없어?”“거의 온몸이 상처투성이라고 보시면 돼요.”도아영은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이렇게 말했지만 온몸에 멍 자국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전에 경찰서에서 여죄수들에게 얻어맞은 흉터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으니까.그 여죄수들은 대체 사회에서 얼마나 혹독한 시련을 겪었는지 도아영을 때릴 때 그야말로 죽일 듯이 패버렸다.손목, 허벅지, 얼굴, 거의 모든 곳이 멍들었고 입가에도 은은한 멍 자국이 남아있었다.“바지 걷어봐.”“...”그의 무례한 요구에 미처 반응하기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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