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았어. 그럼 그렇게 해.”이수호가 대뜸 요구를 들어주니 강이나는 어안이 벙벙했다.“퇴학 안 시킬 테니까 졸업시험 잘 봐. 다만 유하영은 무조건 퇴학이야. 너도 앞으로 유학 갈 기회가 없어. 후회 안 할 자신 있다면 계속 강주에 남아. 나도 더는 너 상관 안 해.”“수호 씨...”강이나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이전의 이수호는 절대 이런 태도로 그녀를 대한 적이 없었다.이 남자가 점점 더 멀어진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안 비서, 이나 데리고 나가.”차가운 명령은 둘 사이를 한없이 떼어놓았다.“네, 대표님.”안지원은 그녀 앞으로 다가가 가뿐히 조각칼을 내려놓았다. 강이나도 애초에 자살할 마음이 없었다. 그저 예전에도 이렇게 나오면 이수호가 모든 걸 들어줬으니 똑같이 협박했을 뿐이다.“가시죠, 이나 씨.”안지원의 말투도 살짝 차가워졌다.남자들은 자살로 협박하는 계략을 제일 싫어한다.아무런 의미도 없고 짜증만 밀려올 뿐이니까.사무실에서 쫓겨난 강이나는 줄곧 이수호한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다만 이 남자는 눈길 한번 안 줬다.그는 의자에 앉아서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머릿속엔 온통 육지우가 죽기 전에 했던 말만 감돌았다. 강이나를 잘 부탁한다던 그 말이...이수호는 한껏 수척해진 모습이었다.이번엔 정말 그녀를 지켜줄 수가 없었다.도아영이 다친 모습만 생각하면 후회가 사무치게 밀려왔다. 그녀가 학교에서 저런 시달림을 받고 있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절대 수수방관하지 않았을 텐데.잠시 후 안지원이 사무실로 들어왔다.“도아영 지금 어떻게 됐어?”“아마... 계속 학교에 있을 겁니다.”“아직도 감히 학교에 나간다는 말이야?”한성대생들은 세력만 따지기로 소문이 났는데 도아영은 그토록 시달림을 받으면서도 대체 왜 학교에 나간 걸까?“한정민한테 당장 연락해. 아영이랑 비록 파혼했지만 누가 감히 걔 괴롭히면 그땐 우리 이경 그룹에 맞서는 거라고 전해!”안지원은 그런 이수호에게 넌지시 말했다.“대표님, 이미 한 시간 전에 똑같이 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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