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Chapter 361 - Chapter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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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1화

임규리가 조만간 이경 그룹 사모님이 될 테니까.전윤서가 말했다.“물론이지! 다만 네가 왜 자꾸 이씨 저택에 안 들어가려고 망설이는지 모르겠어. 거기서 지내면 얼마나 좋아? 그 집 궁전처럼 크다고 들었는데. 정원이 우리 집만 한 거 아니야? 대체 뭐가 문젠데?”“사실... 나 아직...”임규리의 두 볼이 빨개졌다.“조금 두려워.”그녀가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룸메들은 바로 눈치챘다.곧이어 다들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진짜야? 대표님과 아직이라고?”“설마! 애초에 너희 언니 도아영은 대표님 꼬시려고 선뜻 몸까지 내줬다는데?”“한번 경험 있는 남자들은 참기 어려울 텐데. 넌 이미 예비 며느리라고 정해진 판에 왜 아직도 안 잤대?”룸메들은 그 속내를 알고 싶어서 안달이었다.다만 임규리는 도아영을 언급한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를 눈치챈 전윤서가 곧장 말했다.“도아영이 어떤 년인데 감히 우리 규리랑 비교해? 대표님은 우리 규리를 엄청 아끼시니까 여태껏 관계를 안 가진 거잖아.”그제야 임규리도 간신히 미소를 지었다.“아 참, 다들 들었어? 유하영 퇴학당했대!”“뭐? 진짜야? 넌 누구한테서 들었는데?”“학교 게시판에도 걸리고 단톡방에 비판 글까지 올라왔잖아. 다들 못 봤구나!”뭇사람들은 그제야 휴대폰을 꺼내고 유하영의 퇴학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전윤서는 학생회랍시고 제멋대로 남을 괴롭히는 유하영이 너무 꼴 보기 싫었다.“전에 강이나만 믿고 그런 거만을 떨더니. 쌤통이다! 이게 다 자업자득이지 뭐. 걔네 아빠도 학교 이사직에서 물러났다던데?”“평상시에는 강이나가 잘만 지켜주더니 이번엔 왜 그냥 내버려 뒀대?”“이거 이수호 대표님 결정이래. 강이나가 감히 이 대표님 명령을 거역할 엄두가 나겠어?”전윤서는 제법 그럴싸한 눈길로 임규리를 쳐다봤다.“게다가 대표님은 이제 규리가 옆에 있으니 강이나도 한물갔어. 이번에 도아영 도와준 것도 규리 네가 중간에서 대표님 설득한 거 맞지?”임규리는 전윤서가 이렇게 여길 줄은 미처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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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그녀들의 말을 듣고 있자니 임규리는 하마터면 곧이곧대로 믿을 뻔했다.본인의 현재 신분을 까마득히 잊고 이제 곧 이수호의 약혼녀가 될 거라고 믿을 뻔했다.하지만 이수호가 도아영을 위해서 강이나의 체면까지 짓밟은 걸 생각하자 그녀는 또다시 불안감에 휩싸였다.설마... 이수호가 정말 도아영을 좋아하게 된 걸까?그 상대가 만약 강이나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왜 하필 도아영일까?다 망해가는 도씨 일가의 딸인데, 곧 무너질 도원 그룹인데, 시골 촌뜨기 임규리보다 더 나을 게 뭐가 있다고?굴러온 돌 도아영이 박힌 돌 강이나를 이수호의 옆에서 빼낼 수 있다면 임규리 또한 도아영의 손에서 이경 그룹 사모님의 자리를 뺏어갈 수 있다. 적어도 임규리 본인은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다음 날 아침 도아영은 일찍 깨나서 한성대로 나갔다.오늘은 시험 둘째 날이라 대부분 학생들이 일찍 학교에 나왔다. 이제 막 시험장에 들어섰는데 뭇사람들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야유와 비난과 경멸의 눈빛을 그녀도 충분히 느꼈다.어제 이수호 덕분에 단독 시험장에서 시험을 봤으니 아직 성적은 안 나왔지만 모두가 그녀의 커닝을 확신하고 있었다.도아영은 뭇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왔다.강이나는 맨 뒷줄에 앉았고 학생회 멤버들이 그녀에게 몰려들어 도아영의 험담을 해대고 있었다.“어디서 잘난 척이야? 이 대표님 덕에 시험을 보는 주제에?”“또 얼마나 꼬리를 살살 흔들었겠어? 난 저런 애들 딱 질색이야. 그렇게 커닝이 하고 싶을까?”다들 지금 한 말이 강이나의 정곡을 콕콕 찌르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강이나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자 옆에 있던 학생은 그녀가 어제 시험을 잘 못 봐서 그런 줄로 여겼다.어제 강이나는 확실히 기분이 많이 가라앉았으니까.“이나야, 네 성적으론 얼마든지 도아영 제압할 수 있어. 이번 시험 안 그래도 출제가 어렵잖아. 네가 망치는 걸 쟤가 통과한다고? 그땐 우리가 다 함께 쟤가 커닝한 걸 일러바칠 거야!”“맞아. 어차피 곧 졸업이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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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다들 원수를 쳐다보는 듯한 눈길로 도아영을 째려봤다.“지금 시험지를 나눌 겁니다. 5분 뒤에 시험 시작이에요. 다들 수작 부릴 생각 하지도 말아요!”시험감독 교사가 정색하며 쏘아붙였다.오늘은 이수호의 명령대로 더 이상 도아영에게 단독 시험장을 제공하지 않았다.그녀는 왼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수능을 봐야만 했다.어제 변윤재가 준 연고 덕분에 오늘 손목 상태가 훨씬 좋아졌고 뻣뻣한 느낌도 말끔히 사라졌다.도아영은 시험 보는 내내 머리를 푹 숙이고 있었고 다른 학생들은 죄다 인상을 찌푸렸다.문제가 수정됐다고 해서 좀 더 쉬워질 줄 알았더니 왜 이렇게 바쁘게 출제한 걸까?수많은 학생들은 차마 펜을 들지도 못했고 오직 몇 명만 수월하게 문제를 풀었다.뒷줄의 강이나도 안색이 한껏 일그러졌다.교과서의 내용은 찾아보기도 힘들고 죄다 실천에 관한 문제들이라 출제가 난해하고 어려웠다.심지어 올해 시범 사례까지 나와서 본인만의 이해에 따라 분석해야 했다. 이는 출제 난도만 확 상승시켰다.관례대로 출제한 건 전혀 없고 전부 새로운 형식이라 응시자의 임기응변을 시험하고 있었다.강이나는 한참 후에야 펜을 들었는데 여전히 술술 풀리진 않았다.“도아영 봐봐. 벌써 저렇게 많이 썼다고?”이때 학생회 멤버 중 한 명이 못 믿겠다는 눈길로 앞줄의 도아영을 쳐다봤다.순간 강이나의 사로가 확 끊겼다. 그녀는 도아영을 힐긋 바라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열심히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말도 안 돼.’강이나는 오직 이 생각뿐이었다.올해 출제가 너무 새로운 형식이고 교과서에 비슷한 사례도 없으니 이번 시험은 정말 모 아니면 도였다.그럼에도 도아영은 대체 뭘 저렇게 많이 쓴 걸까?설마 그녀가 특별한 방법으로 답안을 얻은 걸까?이중엔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시간이 일분일초 흐르고 어느덧 마감 시간이 다가왔다.강이나는 마지막 두 문제를 비롯해서 못 푼 문제가 수두룩했다.고개를 들고 도아영을 보았더니 그녀는 어느새 펜을 내려놓았다.이건 더 이상 못 풀어서 포기한 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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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이수호의 말을 들은 안지원은 멍하니 넋을 놓았다.이미 도아영이 커닝한 걸 다 알고 있으면서 뭐가 더 궁금한 걸까?오늘 시험은 미리 다 수정한 거라 도아영이 커닝할 방법도 없고 그렇게 되면 성적은 굳이 알아볼 필요가 없었다.왜 괜한 걸 물으려는 걸까?다만 대표님의 명령이니 그는 마지못해 교장실에 전화를 걸었다.“대표님께서 오늘 도아영 씨 시험 결과를 알고 싶다고 하십니다. 시험지를 팩스로 보내세요.”“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시험감독 교사한테 연락해서 아영 학생 시험지를 이경 그룹에 보낼게요!”한정민은 이렇게 대답했지만 속으론 답답할 따름이었다. 이미 강이나의 시험지를 다 준비했는데 이수호가 대체 왜 도아영을 궁금해하는 걸까?잠시 후 이수호가 그녀의 시험지를 받았다.도아영은 질문에 정확하고 체계적인 답변을 내놓았고 문제마다 완벽하게 해답한 상태였다.게다가 가끔 독창적인 방법을 시도해보기도 하고 계산 문제도 정확하게 풀어냈다.유일하게 부족한 점이라면 글씨체가 살짝 아쉬웠다.시험지를 보던 이수호는 미간을 찌푸렸다.“시험지를 싹 다 수정하라고 했잖아. 왜 안 바꾼 거지?”“대표님, 제가 다 확인해봤는데 수정본이 확실합니다.”“그럼 답안은?”“대표님 분부대로 오직 교장만 갖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한테 일절 유출하지 않았습니다.”이수호가 시험지를 건네자 안지원은 의아한 듯 답안을 살펴보더니 마찬가지로 입이 쩍 벌어졌다.“이건...”“아영이가 직접 쓴 거야.”차라리 커닝을 했다면 믿을 법한데 도아영이 무슨 수로 금융 방면에 이토록 조예가 깊다는 말인가?몇 년간의 경력이 없다면 절대 이렇게 유창한 답안이 나올 수가 없다.“아영 씨가 이미 돌아가신 도석진 회장님께 배운 건 아닐까요?”“도원 그룹을 이딴 식으로 경영해놓고 배우긴 뭘 배워?”생각이 있는 자라면 절대 창창하던 도원 그룹을 이 지경으로 만들 리가 없다.“실은 도 회장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유정연 모자가 도원 그룹을 운영했다고 들었는데, 아영 씨랑은 전혀 상관이 없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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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그 시각, 한성대.“이나야... 진짜 도아영 시험지 찾아내려고? 이거 들키는 날엔 우리 모두 퇴학이야!”낮에 도아영을 꼽주겠다던 학생회 멤버들은 지금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다들 기껏해야 강이나 앞에서 입이나 놀릴 뿐 감히 도아영을 건드릴 엄두가 안 났다.그도 그럴 것이 도아영과 구연준이 심상치 않은 관계라고 한성대에 소문이 자자하고 또한 학교 밖에서는 서현우가 차를 몰고 도아영을 데리러 온 게 여러 번이니 누가 감히 도아영을 건드릴까?“빨리 찾아! 문제 생기면 내가 책임진다고!”강이나는 선뜻 책임을 짊어졌다.이수호가 뒷받침해주니 절대 퇴학을 당할 리는 없으니까.다른 두 명의 학생도 그제야 걱정을 내려놓고 채점 선생님 사무실로 잠입했다.이 시간대에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학생회에서 각 사무실 열쇠를 보관하고 있으니 그들은 쉽게 문을 따고 채점실로 들어갔다.책상 위에는 오늘의 시험지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강이나는 우선 본인 시험지를 찾아내고 뭘 더 쓸지 고민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두 학생이 곧장 도아영의 시험지를 찾아냈다.“이래놓고 끝까지 커닝 안 했다고 발뺌하는 거야? 누굴 바본 줄 아나?”“그러게 말이야! 올해 시험이 얼마나 바쁜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정확하게 쓸 수 있냐고? 커닝이 뻔하지 뭐.”“게다가 도아영 몇 개월 동안 휴학하고 그전에도 성적이 별로였는데 하루아침에 이 정도가 됐다는 게 말이 돼? 분명 뭔가 있어.”...다들 한마디씩 주고받았고 강이나도 재빨리 그녀의 시험지를 확인했다.도아영은 삐뚤삐뚤한 글씨체로 시험지에 뭔가를 빼곡히 적었는데 금융학과 학생이라면 다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역시 사전에 답안을 얻었네!”강이나는 시험지를 꽉 쥐었다.이번 시험은 이수호가 임시로 수정한 내용인데 과연 누가 도아영에게 답안을 줬을까?강이나는 순간 울화가 치밀어올라 수중의 시험지를 갈기갈기 찢었다.“이나야!”옆에 있던 학생들은 충격에 휩싸였다.이건 무려 졸업이 걸린 시험지인데 이대로 찢어버리면 뒷감당은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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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주 비서, 회사에 무슨 일 생겼어요?”“아니요. 회사는 별일 없는데...”주연우가 말을 머뭇거렸다.“오늘 안 비서님께서 회사에 연락이 왔어요. 아영 씨 혹시... 이 대표님과 화해하셨나요?”“네? 제가요?”도아영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왜 그렇게 묻죠? 안 비서가 뭐라고 했는데요?”“회사 직원들한테 전에 유정연 모자가 왜 쫓겨났는지, 요즘 회사 근황은 어떤지 묻고 있었어요. 이 대표님은 단 한 번도 도씨 일가에 관해 물으신 적이 없어서 저는 또...”도아영은 잠시 침묵했다.안지원은 이수호의 심복이니 그가 묻는다는 건 이수호의 지시를 받았다는 걸 뜻한다.그나저나 이수호가 뜬금없이 도씨 일가를 궁금해한다고?설마 그녀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걸까?구연준이 제니 신분을 꼭꼭 숨겼으니 절대 아무한테도 들킬 리가 없다.“알았어요. 앞으로 또 누가 우리 집안에 관해 묻거나 유정연 모자가 어떻게 회사에서 쫓겨났는지 묻는다면 일체 모른다고 하세요.”“네, 아영 씨.”주연우는 곧장 말을 이었다.“그리고 사모님께서 요즘 자꾸 회사에 나오십니다. 돈을 빌리고 싶은 모양이에요.”“회삿돈을요? 생각도 야무지지.”도아영은 쓴웃음을 지었다.전에 유정연은 도지호의 생일이랍시고 거금을 들여 로열 호텔 연회장을 빌렸는데 정작 도지호는 아무런 인맥도 못 쌓을뿐더러 추문으로 남게 되었다.나중에 그녀는 아들의 뒷수습을 해주려고 금전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보았고 동주를 상환할 돈까지 포함해 사채가 산더미가 되었다.제때 갚지 못하면 이자가 점점 불어나고 그때 되면 유정연도 나락으로 갈 것이다.이 와중에 회삿돈을 노릴 줄이야.“전에 말한 대로 하시면 돼요. 유정연이 아무리 행패를 부려도 돈과 관련된 문제는 일전 한 푼 없으니까 절대 빌려주지 말아요.”도아영의 말을 들은 주연우가 곧바로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후 도아영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유정연이 과연 어떻게 나올지 내심 궁금했다.그날 밤 유정연은 한성대까지 찾아와서 경비원과 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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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임규리는 마침 룸메들과 함께 외출할 채비를 했는데 교문 앞에 다가온 순간 유정연을 발견했다.그녀는 안색이 확 일그러졌다.“네 이년! 감히 내 전화를 안 받아?”분노가 치밀어오른 유정연은 임규리를 보자마자 멱살을 확 잡았다.“이모! 일단 이거 놓고 얘기해요. 휴대폰 무음 모드여서 전화 온 줄 몰랐어요! 일부러 피한 게 아니라고요!”그녀는 몹시 속상한 얼굴로 대답했다. 룸메들도 무례하게 구는 유정연을 보더니 적잖게 놀란 눈치였다.한편 유정연은 무음 모드이든 뭐든 신경 쓸 겨를 없이 다짜고짜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이제 이씨 일가 문턱을 넘나드니까 눈에 뵈는 게 없지 아주? 누가 너한테 휴대폰 사주고 또 인맥까지 동원해서 한성대에 넣어줬는지 잊지 마! 너 내가 아니면 이씨 저택에 얼씬거리기나 했겠어? 시골 촌뜨기 같은 년을 기꺼이 상경시켰더니 곧장 배신 때리는 거야?”“잘못했어요, 이모. 다시는 안 그럴게요!”임규리는 사색이 되었다. 룸메들 앞에서 이런 모습만큼은 정말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이봐요, 아줌마! 규리가 휴대폰 무음 모드여서 못 받은 거지 일부러 피한 게 아니라잖아요!”“정말 너무하시네요! 얘 장차 이경 그룹 사모님이 될 텐데 이렇게 무례하게 굴면 안 되죠!”유정연은 한때 여우처럼 끼 부려서 도석진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얼마 못 가 회장님이 세상을 떠났다. 안달이 난 그녀는 딸 도아영을 팔아버리고 도원 그룹을 아들 도지호에게 넘겨주려고 했다.이 바닥에서 유정연의 명성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전에 도아영과 이수호가 약혼만 하지 않았어도 사람들은 유정연을 안중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이경 그룹 사모님?”유정연이 쓴웃음을 지었다.“내 도움 없이 이년한테 그럴 기회가 차려질 것 같아?”그녀는 또다시 임규리를 째려봤다.“네년 재주가 좋아서 금방 이수호 사로잡을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왜 나한텐 아무 말 없었어? 지금 당장 나랑 함께 이씨 저택으로 가! 가서 내 몫으로 400억 받아오란 말이야!”“뭐라고요?”임규리는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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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유정연이 다짜고짜 이수호에게 데려가려고 하자 임규리의 안색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애초에 남남이나 다름없는 사이인데 이경 그룹까지 찾아가서 소란을 피운다면 이수호가 그녀를 뭐라고 생각할까?허영심에 차서 입만 열면 거짓말투성이인 못된 여자라고 오해하는 건 아닐까?여기까지 생각한 임규리는 유정연의 손을 뿌리치고 룸메들 뒤로 몸을 숨겼다.룸메들도 유정연을 아니꼽게 여겼는데 하다 하다 임규리를 협박하여 돈 받으러 가자고 하니 당연히 임규리를 보호하기 마련이었다.“이봐요, 아줌마! 여기 한성대예요. 어디서 감히 행패를 부려? 좋은 말 할 때 그냥 가시죠. 이따가 선생님께 알리면 뒷감당도 못 할 거면서.”“그러게 말이야. 아줌마 이러는 거 규리 팔아버리는 거랑 뭐가 다른데요?”새파랗게 젊은 애들이 이토록 무례하게 굴자 유정연은 분노가 치솟았다.“이년들이 무리 채로 달려드네? 여태껏 먹여주고 재워줬더니 감히 날 배신해? 이제 이딴 년들까지 앞세우는 거야? 너 오늘 무조건 돈 받아와야 해! 그전까지 절대 안 놔줘!”임규리는 그녀에게 끌려가고 싶지 않아서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옆에서 지켜보던 룸메들이 얼른 그녀를 지켜줬다.“괜찮아, 규리야. 우리가 있는 한 저 아줌마 절대 너 못 건드려. 가자 얼른!”한성대 규율상 저녁은 외부인 출입금지라 다들 기숙사로 돌아가니 유정연만 덩그러니 교문 앞에 남았다. 그녀는 안달이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배은망덕한 년! 이제 어떡하지? 대체 어디 가서 그 많은 돈을 구하냐고?’남은 건 남현숙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어르신을 찾아가서 협박하는 수밖에...어차피 임규리도 이수호의 여자가 됐으니 400억쯤은 이경 그룹에서 흔쾌히 내놓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 시각, 룸메들은 슬슬 임규리에게 의문이 생겼다.“규리야, 도씨 일가에서 무슨 빚을 이렇게 많이 졌어?”“그러게 말이야. 400억이라니! 이게 말이 돼?”유정연이 금액을 말할 때 다들 놀라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대체 무슨 빚을 400억이나 진 걸까?“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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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아영아!”주민서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왜 이제 왔어? 전화는 또 왜 안 받는 건데?”“무슨 일이야?”도아영이 의아한 눈길로 쳐다보자 그녀는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어젯밤에 유정연이 갑자기 학교 앞에 찾아와서 소란을 피웠는데 일이 꽤 커진 것 같아. 지켜본 애들이 많거든. 오늘 아침에 게시판에 도씨 일가 파산 임박에 유정연이 또다시 조카를 팔아버린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니까!”“뭐라고?”도아영은 곧바로 포인트를 잡았다.주민서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임규리 말고 누가 더 있겠어? 너 이제 전교생 농락 거리가 됐단 말이야. 다들 네가 이수호한테 버림받고 파혼당한 거래. 유정연은 또다시 조카를 이수호에게 바쳤다고 난리도 아니야. 어젯밤에 글쎄 다짜고짜 임규리 데리고 이씨 저택까지 찾아가서 400억을 받아내겠다고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니까.”400억이란 말을 들은 순간 도아영이 눈썹을 치켰다.사실 유정연이 애초에 빌린 돈은 고작 200억이고 아무리 이자가 불어도 400억까지 도달할 순 없다. 이중엔 분명 문제가 존재한다.반년 뒤에 곧 연말이다.전에 도아영은 안용준을 회사에서 잘랐는데 일단 연말이 다가오면 유정연과 안용준이 함께 횡령한 몇십억의 공금이 드러날 것이다.어쩐지 400억이나 요구하더라니.“괜찮아, 신경 안 써도 돼. 일단 시험이 먼저야!”오늘까지 잘 마무리하면 졸업은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도아영도 마침내 골칫거리를 하나 해결한 셈이다.시험장에 들어선 순간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녀를 피하느라 바빴다.문득 한정민이 뭇사람들과 함께 교실에 들어왔다.앞장선 한정민이 정색한 얼굴로 쏘아붙였다.“오늘 시험은 10분 먼저 쉬어갈 거야!”“뭐지? 왜 갑자기 쉬어간대?”“뭐야? 무슨 일인데?”...학생들은 저마다 수군거렸고 도아영도 미간을 찌푸렸다.멀쩡한 날 왜 갑자기 10분을 쉰다는 걸까?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봤다.오직 강이나와 함께 채점 사무실에 들어갔던 몇몇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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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너희들 몇 명 때문에 학교 풍기까지 다 망쳤어! 퇴학 절차 밟고 당장 나가!”요 몇 년간 한성대에서 커닝은 아주 흔한 일이 돼버렸다. 시험을 통과하고 논문까지 합격하면 순조롭게 졸업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이사회 앞에서 쇼하는 건지 시험 문제도 어렵고 규율도 엄격하게 틀어쥐고 있다.4학년까지 올라왔다가 고작 커닝했다는 이유로 퇴학 조치를 당하다니, 지명 당한 학생들은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다들 흥분하기 시작했고 강이나도 점점 초조해졌다.이를 눈치챈 도아영은 잠시 사색에 잠겼다.‘설마 강이나도 커닝한 거야?’하지만 어젯밤에 시험 문제를 수정했는데 그녀가 무슨 수로 커닝한다는 말인가?“어떡해 이나야? 우리 괜찮을까?”한정민이 본격적으로 나오자 어제 함께 커닝한 학생이 바짝 긴장해서 강이나에게 물었다.그들까지 들킨다면 뒷감당은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방금 몇몇 학생들은 단지 커닝한 이유로 퇴학을 당했는데 만약 그들의 만행이 까발려진다면 마찬가지로 퇴학을 면치 못할 것이다.“쓸데없는 생각 하지도 마. 네 이름 안 불렀잖아!”강이나는 미간을 구기고 감히 그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할 엄두가 안 났다.그녀는 머리를 푹 숙인 채 문제를 풀었다.도아영도 수중의 시험지를 보더니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는 문제를 다 풀고 점수까지 얼추 계산한 후 마지막 큰 문제를 살짝 수정했다.시험지를 바칠 때 도아영은 일부러 뒷줄에 앉은 강이나를 힐긋 살폈다.눈이 마주친 강이나는 가슴이 움찔거렸다.“이나야, 시험지 바쳐야지.”옆에 있던 학생이 말해주자 강이나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 시험지를 바쳤다.오늘 출제도 난도가 높아서 강이나는 합격할 자신이 없었다. 주위 사람들도 저마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대체 올해는 왜 이렇게 어렵게 출제되는 걸까?한성대에서 졸업률을 아예 포기했을까?“아영아!”주민서가 그녀를 찾아서 시험장까지 달려왔는데 마침 지나가던 학생이 도아영에게 야유를 퍼부었다.“이렇게 조사해도 네가 특혜 누린 건 끝까지 그냥 넘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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