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Chapter 381 - Chapter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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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그저 줄곧 강이나를 위해 눈감아줬을 뿐이다.그는 아직도 강이나를 위해 변명하려고 했다.“이게 뭘 의미하는데요?”“강이나가 내 시험지를 베끼고 난 뒤 싹 다 찢어버렸죠.”이번엔 도아영이 대신 대답했다.“그걸 네가 어떻게 증명해? 만약 네가...”“선생님! 이건 빵점 맞은 제 시험지예요.”그녀는 가방에서 백지 시험지를 두 장 꺼냈다.시험지에는 이름과 학번만 적혀있고 내용은 텅 빈 상태였다.“지금 이 두 시험지의 필체가 다르단 걸 확인할 수 있겠죠?”“그래서 뭐? 빵점짜리 시험지가 네 것이 아니란 증거도 없잖아.”“저는 오른손에 중상을 입어서 의사 선생님이 한 달 동안 글을 쓰지 말라고 했어요. 기말고사 내내 저는 왼손만 사용해서 글씨체가 삐뚤삐뚤해요. 하지만 빵점짜리 시험지를 보면 필체가 아주 정갈하게 되어있죠. 누가 제 원래 시험지를 망가트리고 새로운 백지장에 이름과 학번을 적은 거라고요. 이게 바로 증거 중 하나입니다.”한정민은 안색이 잔뜩 일그러졌지만 끝까지 변명했다.“그래, 네 시험지를 무너뜨릴 순 있어. 그렇다고 내용까지 베꼈다는 건 억측이잖아.”“강이나 시험지를 가져와서 답안을 비교해보면 결론이 날 겁니다.”“답안은 원래 다 비슷한 거야. 답할 때 핵심을 벗어나면 안 되니까. 고작 이런 거로 네 답안을 베꼈다고 하면 안 되지.”그가 끝까지 잡아떼자 도아영이 마지막 카드를 내밀었다.“선생님 말씀이 다 맞아요. 맞는데 이것만은 반박하지 못할 겁니다.”한정민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뭔데 그게?”“셋째 날 시험에서 저는 이미 둘째 날에 관하여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마지막 큰 문제는 일부러 날조된 사건을 다뤄봤어요. 그 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사건이 허구라서 인터넷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데 강이나의 답안에 똑같이 등장했더라고요.”도아영은 말하면서 휴대폰에 찍어둔 강이나의 시험지 사진을 보여줬는데 두 시험지가 거의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한정민은 마침내 표정이 굳어버렸다.이 모든 건 도아영이 파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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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한정민은 말하면서 사무실 책상 앞으로 다가와 교감 선생님한테 연락했다.“지금 당장 강이나 퇴학 조치시켜요!”규율감독회 사람들은 그의 반응을 보더니 수첩에 무언가를 적었다.“교장 선생님, 강이나 학생 사건은 다 해결했으니 그럼 이제 선생님에 관해서 얘기해볼까요?”“네? 뭐라고요?”한정민은 어안이 벙벙했다.‘나랑 무슨 상관인 건데? 왜 느닷없이 날 조사해?’“조사한 바로 이틀 전 한성대 게시판에 강이나 학생의 커닝을 저격하는 글이 하나 올라왔는데 학교 측은 아무런 조치가 없다가 게시판에 떠도는 글들만 전부 내렸더라고요. 전부 사실입니까?”한정민은 가슴이 움찔거리고 불안감에 휩싸였다.‘설마 지금 내가 강이나한테 뒷돈을 받아서 커닝한 걸 눈감아줬다고 의심하는 거야?’일전 한 푼 받은 적 없는 한정민은 마냥 억울할 따름이었다.이 모든 건 강이나가 그에게 끊임없이 푸쉬한 결과였으니까.“저기요,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그 당시 강이나 학생을 불러와서 이 문제에 관해 깊이 의논해보았는데 강이나 학생이 커닝한 적 없다고 끝까지 잡아떼는 거예요. 또한 게시판에 강이나가 커닝했다는 명백한 증거도 없으니 학교 측에서 본인 결백을 증명해줘야 한다며 압력을 가했어요. 한성대 이미지도 있고 학생들을 무사히 졸업시키기 위해 저희가 잠시 이 사건을 제압했을 뿐입니다.”한정민은 잠시라는 두 글자를 거듭 강조했다.다만 규율감독회는 절대 그의 꼼수에 넘어가지 않았다.이 자리까지 올라온 사람이라면 능구렁이일 따름이다. 다른 건 다 눈감아줄 수 있지만 사태가 이렇게까지 심각해진 이상 교장인 한정민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상세한 상황은 다 알아봤으니 교장 선생님은 여기서 우리 연락만 기다리세요.”말을 마친 규율감독회 직원이 쌀쌀맞게 자리를 떠났다.홀로 소파에 덩그러니 앉은 한정민은 별안간 불길한 기운이 들었다.“선생님도 이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을 테니 저는 이만 나가볼게요.”도아영이 자리를 떠나려 하자 한정민은 재빨리 말렸다.“아영아, 내가 너한테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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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뭐라고요? 대표님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못 알아듣겠어요.”“이나한테 왜 이래? 이렇게 모질게 굴어야겠어?”이수호의 질문에 도아영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수호 씨 편애가 너무 심하네요! 그러는 강이나는 아무 문제 없나요? 내 시험지를 다 찢어버리고 빵점 맞게 했어요. 아예 날 졸업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요. 난 정상적인 절차로 그런 애를 제보한 것뿐인데 뭐가 잘못됐나요?”“너...”“보아하니 수호 씨는 이나가 이렇게 나올 걸 진작 알고 있었네요? 근데 왜 안 말렸어요? 오히려 나만 질책하네요? 여태껏 수호 씨는 적어도 공평하게 처사할 줄 알았는데 예외 없이 차별대우하시네요!”강이나에 관한 일이라면 이수호는 무조건 편들어줄 것이다.그녀가 무슨 짓을 하든 다 지켜줄 것이다. 도아영도 이점을 진작 알고 있었다.“근데 어떡하죠? 수호 씨가 한발 늦었어요. 이미 되돌릴 수 없게 됐다고요. 이나 퇴학당하는 거 정말 원치 않으면 스스로 방법을 생각해보던가요.”도아영은 그를 스쳐 지나갔다.안지원이 말리려고 했지만 이수호가 명령했다.“그냥 보내줘!”“하지만...”안지원은 멍하니 넋을 놓았다.사실 이수호는 강이나의 커닝 사건을 처리하고 도아영의 원래 성적을 회복시키라고 한정민에게 말하고 싶었으나 방금 도아영이 완벽하게 오해하고 말았다.충분히 해명할 수 있는데 이수호는 왜 아무런 변명도 없었을까?“대표님, 아영이가 규율감독회까지 불러와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이제 이 교장직도 위태로우니 대표님이 제발 한 번만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한정민은 얼른 그에게 손을 내밀려고 했다.한편 이수호는 그런 교장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불쑥 한정민의 멱살을 잡고 쏘아붙였다.“아영의 시험지를 진작 봤으면서 빵점 맞은 걸 전혀 의심하지 않았단 말이야? 누가 이딴 식으로 강이나 편들어주라고 했어?”“그게... 저는...”이수호가 버럭 화내자 한정민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누가 이딴 식으로 강이나를 편들어주라고 묻다니, 정작 본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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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이미 완벽하게 해냈다고 여겼는데, 사전에 채점실 층수의 전원 스위치까지 싹 다 꺼놓았는데 대체 누가 어떻게 이 일을 까발린 걸까?“선생님, 증거 있어요? 무작정 퇴학 조치만 내리시면 안 되죠.”강이나가 겨우 침착함을 유지하며 교감 선생님께 물었다.다만 선생님은 지칠 대로 지쳐서 바로 쏘아붙였다.“무슨 증거가 더 필요해? 궁금하면 규율감독회 찾아가 봐!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서 규율감독회까지 개입했잖아. 너희가 답안을 고치고 다른 사람 시험지를 찢어버린 것까지 증거를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어. 이나 너는 학생회 회장이라 이번에 퇴학당하면 본인 미래나 걱정해야 할 거야.”학생회 멤버들은 멍하니 넋을 놓았다.“선생님, 그건 저랑 아무 상관없어요! 저는 답안 고친 적도 없고 전부 제 성적이에요.”“저도요, 선생님. 모든 건 이나 혼자 벌인 짓이에요. 우리랑은 아무 연관도 없다고요. 얘가 학생회 회장이니 우린 그저 따르는 수밖에 없었어요.”“시험지 찢은 것도 이나예요. 저희가 찢으라고 시키지 않았어요 절대!”...범행이 드러난 순간 모두가 강이나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그때 강이나가 강행하지 않았으면 그녀들도 이런 위험을 무릅쓰진 않았을 테니까.게다가 올해 합격점수선이 이렇게까지 떨어질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그녀들의 성적으로 충분히 시험을 통과할 수 있고 기껏해야 다시 수능을 보면 그만이다.하지만 강이나가 기어코 답안을 고치자고 고집했고 절대 들키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으니 그녀들도 무언가에 홀린 듯 넙죽 받아들였다.이제 강제 퇴학을 맞이한 그녀들은 모든 책임을 강이나에게 돌리기 마련이다.강이나는 애써 마음을 다잡고 교감 선생님께 물었다.“교장 선생님이 직접 하신 말씀인가요?”“당연하지! 내가 무슨 권력으로 너희들 퇴학 시키겠어?”교감 선생님이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다.“너희 두 명은 퇴학을 당해도 다른 학교에 가거나 유학을 택할 순 있지만 이나 너는 학점까지 전부 삭감하고 퇴학당하는 거니 다른 대학에 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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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심지어 도아영이 질투가 나서 일부러 시험지까지 찢어버릴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졸업이 한 학생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도 한성대생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넌 누구보다 잘 알 거야. 아영의 시험지를 찢으면서 이 정도 뒷감당도 생각하지 못했어?”강이나는 아무 말이 없었다.“너 때문에 아영이는 한성대를 졸업하지 못할 거야. 안 그래도 처지가 딱한데 이 바닥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하겠지. 이런 게 바로 네가 원한 거니? 이나 너 왜 이렇게 변했어? 이제 네가 막 낯설어져.”이전의 강이나는 너그럽고 자상한 아이였다. 고집스러울 때도 있지만 차갑고 도도할 뿐 남을 해칠 애가 절대 아니다.그녀는 이수호의 질책을 듣고 있자니 말문이 턱 막혔다.사실 강이나는 줄곧 이런 사람일 뿐 이수호가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전에는 이수호에게 버림받을 거란 걱정이 없었다. 그의 마음속엔 오직 강이나 뿐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어느덧 도아영이 독차지해버렸다.“내가 하루아침에 이렇게 변했나요? 수호 씨는 아무 책임 없다는 거예요? 평생 나한테 잘해주겠다더니 도아영 좋아해버리고... 내가 걔 질투하는 거 뻔히 알면서 왜 단 한 번도 뭐가 질투 났는지 안 물어봤어요?”강이나는 저도 몰래 눈물이 벅차올랐다.이에 이수호가 차갑게 말했다.“뭣 때문에 평생 너한테 잘해주겠다고 맹세했는지는 다 잊은 거야? 그동안 강주에서 떠도는 소문들 단 한 번도 직접 나서서 해명한 적 없어. 너를 꼭 잘 지켜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지. 그렇다고 해서 너랑 결혼하겠다는 건 절대 아니야. 말했지? 앞으로 네게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친오빠처럼 혼수 잘 장만해서 으리으리하게 시집보내겠다고. 절대 강씨 일가에 홀로 남은 핏줄로 외롭고 쓸쓸하게 보낼 리 없다고 약속했잖아.”“아니요!”강이나는 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수호 씨가 날 좋아하는 거 알아요. 어려서부터 날 좋아했으면서 아영이가 나타난 순간 변해버렸잖아요! 수호 씨 나한테 너무 잔인해요. 다 수호 씨 때문이라고요!”이수호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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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이거 놔.”이수호의 싸늘한 시선에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또다시 떠나가는 그 남자를 붙잡았다.“알았어요. 나 안 좋아해도 되니까 졸업만은 꼭 해결해줘요.”이수호는 미간을 확 구겼다.“학점까지 삭감할 순 없어요. 검은 도장 찍히는 거랑 다름없다고요. 지우 씨랑 약속했잖아요. 영원히 날 지켜준다고 했잖아요. 이대로 퇴학을 당하면 모두가 날 비웃을 거예요. 우리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왔잖아요. 아무리 내 마음을 저버려도 지우 씨랑 한 약속은 지켜야죠.”강이나는 고집스러운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이수호의 마음을 얻지 못해도 좋으니 졸업만큼은 무조건 해결해주길 바랐다.강주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순 없으니까.다만 이수호는 눈앞의 그녀가 마냥 낯설었다.그는 결국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나 평생 챙겨주겠다고 지우 씨한테 약속했잖아요. 아무도 나 괴롭히지 못하게 지켜주겠다면서요! 수호 씨!”그녀의 절절한 외침에도 이수호는 아무 말이 없었다.이건 한때 육지우에게 했던 맹세였다. 정말 원치 않아도 지우에게 한 약속은 꼭 지켜야만 했다.이때 안지원이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대표님, 규율감독회에 말씀드려볼까요? 이나 씨가 정말 퇴학을 당하면 강주에서 매장당하는 거나 다름없을 텐데요.”“그래, 네가 가서 연락해.”이수호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랐다. 그녈 위해 뒷수습해주는 마지막 사건이길 바랐다.“네, 알겠습니다.”안지원은 곧장 규율감독회에 연락을 마치고 이수호의 옆으로 돌아왔다.규율감독회는 한정민과 클래스가 다르다.이번에 강이나를 위해서 아무래도 이수호가 직접 나서야 할 듯싶었다.그 시각.교장실에서 나온 도아영은 강의동 밖에서 줄곧 자신을 기다리는 주민서를 발견했다.그녀를 보자마자 주민서가 재빨리 달려왔다.“어떻게 됐어? 다 해결한 거야?”“아마도.”규율감독회까지 나섰으니 이번에 강이나와 학생회 멤버들은 퇴학 조치를 면치 못할 것이다.주민서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이나도 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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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뒤돌아보니 이수호가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도아영은 재빨리 주민서의 손을 잡고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뒤에서 이수호가 차갑게 외쳤다.“도아영, 거기 안 서?”그녀는 전혀 멈출 기미가 없었고 오히려 주민서가 가슴이 움찔거렸다.‘아영이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 시국에 도망칠 생각이라니?’한편 이수호는 이미 적응한 듯 재빨리 다가와서 도아영의 손목을 잡았다.뭇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도아영을 이끌고 강의동 안으로 들어갔다.“아영아!”주민서가 따라가려 했지만 안지원이 덥석 앞길을 막았다.“민서 씨, 대표님은 아영 씨한테 따로 할 얘기가 있으니 이만 가주시죠.”“뭐라고요?”주민서는 이를 악물었지만 딱히 어쩔 수가 없었다.그저 두 눈 멀쩡히 뜨고 도아영이 이수호에게 끌려가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그녀 홀로 절대 도아영을 뺏어오지 못하니까.‘맞다! 구연준.’주민서는 재빨리 강의2동으로 달려갔다.오늘 구연준은 이곳에서 학교 포럼에 참석 중이다.그 시각.도아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이수호의 손을 뿌리쳤다.“이거 놔요!”“내가 그렇게 싫어?”“대표님 제발요! 우리 이제 남남이잖아요.”도아영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대체 왜 이렇게 구질구질해졌어요? 정말 날 좋아하게 된 거예요? 하나도 안 웃기거든요. 난 이경 그룹 사모님 자리만 노리던, 수단, 방법 안 가리던 독한 여자였어요. 대표님이 바라는 이상형과 한참 멀다고요. 한때 대표님 꽁무니만 쫓아다니다가 갑자기 태도가 바뀌니까 그새 나한테 마음이 돌아선 거예요? 대표님 원래 이렇게 비겁한 인간이었어요?”그녀의 날 선 말투에 이수호는 온몸이 파르르 떨리고 잡고 있던 손에 힘을 더 세게 주었다.“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봐!”“백번을 말해도 결과는 똑같아요. 난 대표님 좋아할 리 없어요.”도아영은 쓴웃음을 지었다.“대표님은 바쁘신 분이라 전에 했던 말도 다 잊으셨나 본데 절대 나 같은 여자한테 마음 흔들릴 일은 없다고 했어요. 한때 내가 대표님을 위해서 그렇게 노력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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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이수호는 도아영을 한참 바라보며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 이마에 실핏줄이 튀어 오르더니 그가 마침내 이를 악물고 말했다.“너 후회하지 마!”“그럴 리가요. 대표님이 떠나주시겠다면 저는 더 바랄 것도 없어요.”그녀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이수호는 여자에게 이런 식으로 굴욕을 당하는 걸 절대 참는 성격이 아니다.이때 마침 구연준이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그가 일부러 이쪽으로 오니 이수호도 더는 도아영과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내 학생이 여기서 봉변을 당했다길래 일부러 와봤는데 이 대표님이셨군요.”그는 자연스럽게 도아영에게 다가갔다.두 사람은 마치 커플처럼 나란히 서 있었다.이수호는 이 광경이 그저 눈꼴사나울 따름이었다.“봉변까진 아니고요. 대표님이 할 얘기가 있다고 해서 들어온 것뿐이에요. 이제 얘기 끝났으니 이만 가보시죠, 대표님?”도아영은 대놓고 구연준을 편들어주었다. 두 사람은 더없이 친근해 보였고 괜히 이수호만 훼방꾼이 돼버렸다.한때 이수호의 약혼녀였는데 왜 이렇게 된 걸까?“그래요. 할 얘기 다 끝났으니 두 사람 오붓한 시간 보내요!”이수호는 강의동에서 나왔다.안지원은 이토록 싸늘한 대표님의 표정은 처음인지라 잠시 머뭇거리다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대표님, 혹시... 아영 씨랑 대화가 잘 안 풀렸나요?”오늘 한성대에 올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지금은 잔뜩 화난 상태였다.아마도 그녀와 연관이 있을 듯싶었다.이수호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한 여자에게 이렇게까지 몰입해본 적이 없었으니까.하지만 도아영이 방금 한 말을 되새겨보면 가슴이 시릴 지경이었다.“앞으로 도아영에 관한 일은 일절 언급하지 마! 나도 더는 안 물을 테니까.”이수호는 이 말만 내던지고 성큼성큼 교문 밖으로 나갔다.안지원은 어안이 벙벙했다.똑같은 말만 벌써 세 번째 듣고 있지만 도아영의 행적을 보고하지 않으면 번마다 이수호한테 혼나는 안 비서였다.이번엔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심히 고민됐다.강의동.도아영이 긴 한숨을 내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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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도아영은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뭐라고요? 어떻게 이럴 수가? 걔가 앞장서서 커닝했는데 무사 졸업이라니요?”“그건 규율감독회에서 내린 결정이야. 한정민은 이미 교장직에서 물러났고 며칠 후에 새로운 교장이 선임될 거야. 이건 가장 원만한 결과일 텐데?”“설마 수호 씨가 그런 거예요?”도아영은 질문을 내뱉자마자 저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뭘 이렇게 뻔한 질문을 했을까?강주에서 이수호 말고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구연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넌 할 만큼 했어. 알잖아. 강이나 뒷배가 얼마나 든든한지.”도아영은 불쑥 머리를 들고 그를 쳐다봤다.“왜? 뭐?”구연준이 미간을 구겼다.“지금 연준 씨가 수호 씨보다 못났다고 단정 짓는 거예요?”“내가 언제 네 뒷배가 되어준다고 한 적 있어?”“그렇지만 우린 지금 한배 탄 사이잖아요. 연준 씨가 한 번이고 두 번이고 날 구해줄 때마다 수호 씨가 다 지켜봤으니 아마 연준 씨가 날 좋아한다고 여길걸요? 이제 날 지켜줘야 해요. 안 그러면 연준 씨가 수호 씨한테 겁먹었다고 소문 날 테고 연준 씨 이미지도 타락을 받을 테니까.”도아영이 아주 거침없이 말했다.“날 자극하는 거 전혀 안 통해. 그러니까 타깃으로 삼을 생각 하지도 마!”“연준 씨!”구연준이 떠나가려 하자 도아영은 덥석 가로챘다.“진짜 안 도와줄 거예요? 나 위너 그룹 제니예요.”그녀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니 구연준은 두 팔을 껴안았다.“이렇게까지 강이나 죽이고 싶어?”“그건 내가 아니라 강이나겠죠. 난 받은 만큼 돌려주는 성격이에요. 그러게 누가 멋대로 내 답안을 베끼고 시험지를 찢어버리랬어요?”“이제 뭘 어떡할 건데? 결론이 다 났는데 설마 나더러 규율감독회에 찾아가라는 건 아니겠지? 고작 강사 주제에 나 그런 권력 없어.”“내가 모를 줄 알아요? 연준 씨가 먼저 이 말을 꺼냈다는 건 무조건 방법이 있어서잖아요. 말해봐요. 대가가 뭔데요?”도아영은 그가 분명 강이나를 다스릴 능력이 있을 거로 믿었다.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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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영상 속 강이나는 이수호를 붙잡고 제발 졸업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그리 긴 영상은 아니지만 리트윗이 1만 건을 넘어섰고 누군가는 이 영상을 교육청에 알리겠다고까지 했다.정말 그렇게 된다면 이수호가 아무리 지켜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강이나는 김빠진 공처럼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학생들은 저마다 이상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이에 강이나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이런 시선을 받아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한편 도아영은 교실 밖에서 이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았다.이수호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던 그녀가 이런 처지에 다다르니, 뭇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하니 기분이 오죽할까?애초에 도아영이 커닝했다고 모함을 당했을 때 이들은 지금과 같은 야유에 찬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그때의 수모를 고스란히 강이나에게 돌려준 셈이다.문득 강이나도 도아영을 발견했다.그녀는 다짜고짜 밖으로 뛰쳐나와 도아영을 붙잡고 미친 듯이 포효했다.“너지? 너 맞지? 네가 영상 올린 거잖아! 나한테 왜 이래? 네가 먼저 내 걸 뺏었잖아. 대체 나한테 왜 이러냐고!”“이거 놔!”도아영은 그녀를 밀쳤다.강이나는 힘으로 아예 상대가 안 돼서 뒷걸음질만 쳤고 이를 지켜보는 학생들이 점점 더 많아졌다.도아영은 거만한 눈길로 강이나를 째려봤다.“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분명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데 욕심이 너무 과해서 전교 1등만 노리고 학생회랑 짜고 쳐서 답안을 고쳤잖아. 너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학생회 회장이야? 네가 뭔데 이 짓거리를 벌여놓고 아무런 처벌도 안 받는 건데? 이수호가 평생 널 지켜줄 것 같아? 헛된 꿈 깨!”주위의 싸늘한 시선을 느낀 강이나는 안색이 점점 일그러졌다.“네가 날 망쳤어! 난 커닝한 적 없다고! 영상 다 가짜야. 전부 가짜야!”“그래? 그럼 너랑 함께 답안 고친 학생회 애들도 다 가짜라는 거네? 걔네들 너한테 할 말 엄청 많을 거야. 너 때문에 졸업을 코앞에 두고 강제 퇴학까지 당했잖아.”강이나는 순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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