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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Author: 기향난
그는 서현우를 보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았어, 갈게. 가면 되잖아.”

그는 차 키를 챙기고 우성 별장을 나섰다.

“뭐야? 벌써 갔어요?”

도아영이 고개를 기웃거리자 서현우는 그녀의 시선을 가로막았다.

“아까 준 연고는?”

“옷 주머니에 있죠.”

서현우는 그녀가 꺼낸 연고를 가져갔다.

“따라와.”

도아영은 영문도 모른 채 그를 따라 거실로 나갔다. 서현우는 그녀를 소파에 앉히더니 손등에 연고를 발라주었다.

“스읍...”

도아영이 너무 아파서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서현우는 참 한결같이 힘 조절이 엉망진창이었다.

그는 도아영을 올려다보더니 좀 전보다 부드럽게 연고를 발랐다.

누군가에게 약을 발라준 적이 없어서 힘 조절에 실패한 모양이다.

여자는 원래 연약한 존재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법이다.

“지금은 어때?”

서현우의 질문에 그녀가 대답했다.

“안 아파요. 살짝 간지럽네요.”

그녀는 손을 빼내려고 했다.

“제가 할게요.”

다만 서현우가 손목을 놓아주질 않았다.

“한 손으로 되겠어?”

“사실... 뭐 그렇게 어렵지도 않아요.”

전에 홀로 아파트에서 지낼 때 줄곧 혼자 약을 발랐으니까. 뚜껑을 여닫는 일이 조금 힘들었을 뿐이다.

약을 발라주는 서현우를 보고 있자니 날렵한 턱선이 너무 완벽했다.

그는 자주 웃지도 않고 늘 차갑고 도도한 표정이지만 연고를 발라주는 모습은 한없이 자상하고 온화했다.

도아영이 한창 넋 놓고 있을 때 서현우가 갑자기 손을 내려놓았다.

“다른데 더 바를 부위 없어?”

“거의 온몸이 상처투성이라고 보시면 돼요.”

도아영은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이렇게 말했지만 온몸에 멍 자국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전에 경찰서에서 여죄수들에게 얻어맞은 흉터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으니까.

그 여죄수들은 대체 사회에서 얼마나 혹독한 시련을 겪었는지 도아영을 때릴 때 그야말로 죽일 듯이 패버렸다.

손목, 허벅지, 얼굴, 거의 모든 곳이 멍들었고 입가에도 은은한 멍 자국이 남아있었다.

“바지 걷어봐.”

“...”

그의 무례한 요구에 미처 반응하기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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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위에 온통 쉬쉬거리는 소리뿐이었다.도아영이 오늘 왜 이 파티에 참석했는지 다들 너무 궁금했다.로열 호텔 안, 안지원이 2층 휴식실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손님들 다 도착하셨습니다. 이제 내려가 봐야 할 것 같아요.”“알았어.”이수호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눈만 감으면 어제 도아영이 했던 말만 떠올랐으니까.할머니가 이 파티를 열지만 않았어도 두 번 다시 도아영을 마주 하고 싶지 않았다.아래층.도아영은 등장하자마자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화려한 드레스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이제 도원 그룹의 유일한 상속자가 됐기 때문이다. 도아영과 결혼할 사람은 자연스럽게 도원 그룹도 차지하게 된다.그녀에게 불의의 사고라도 생기면 도씨 일가의 전 재산이 남편에게 돌아갈 것이다.장내에 있는 남성들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아영아, 얼른 할미 곁으로 와.”남현숙이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혐오에 찬 표정이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었다.도아영도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남현숙에게 다가갔다.남현숙은 그녀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우리 아영이 점점 이뻐지네. 수호랑 오랜만이지? 금방 내려올 테니 함께 얘기도 나누고 오붓한 시간 보내. 젊은 사람들끼리 춤도 추고 와인도 마시고 얼마나 좋아?”남현숙은 지금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식으로 연기하고 있었다.도아영은 이씨 일가 사람이란 걸 이 자리에서 선포하는 거나 다름없다.아무도 감히 도아영을 넘보지 말라는 의도였다.이에 도아영이 가볍게 웃었다.“아니요, 대표님을 어제도 만난 걸요. 왠지 나랑 함께하기 싫은 눈치였어요.”마침 위층에서 내려오던 이수호가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어제 일을 되새기자 그는 또다시 사색이 되었다.“허튼소리! 수호는 내가 제일 잘 알아. 전에 파혼하려던 건 홧김에 그랬어. 젊은 애들이 그렇지 뭐. 누가 뭐래도 수호는 널 아주 많이 좋아해. 오늘도 너한테 사과하려고 하던데?”남현숙은 웃으면서 이수호를 불러왔다.뭇사람들은 이 광경을 빤히 지켜봤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401화

    이수호는 할머니의 말뜻을 너무 잘 이해한다.전에는 단지 도아영의 신분이 적합해서 그녀와 약혼하려던 거라면 지금은 도씨 일가 전체를 거머쥘 기회가 생겼다.그는 또다시 오늘 낮에 도아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고 자존심에 큰 타격을 입었다.“할머니는 이번 일에 신경 쓰지 마세요. 우린 이미 파혼했으니 절대 결혼할 리 없어요.”말을 마친 이수호가 위층으로 올라갔다.남현숙은 손주 녀석의 성격을 잘 알기에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래, 네가 굽히지 못하겠다면 이 할미가 직접 나서야지 어쩌겠어.’다음날, 유정연이 감방에 갇히고 도지호가 집에서 쫓겨난 소식이 이 바닥에 쫙 퍼졌다.도아영은 도씨 일가의 유일한 상속자로서 이번에 매우 순조롭게 도원 그룹을 이어받았다.학교에 관한 일도 일단락되었으니 그녀는 한창 도원 그룹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아영 씨, 아침에 이씨 일가에서 찾아왔습니다. 오늘 저녁에 아영 씨더러 로열 호텔 파티에 참석하라고 하시네요.”“이씨 일가에서요?”‘이수호가 또 찾아온 거야?’도아영은 잠시 의심했지만 곧이어 남현숙임을 알아챘다.그 어르신은 능구렁이와도 같은 분이니까.도아영이 도원 그룹을 상속받자마자 파티에 초대하다니, 이건 절대 호의일 리가 없다.“아영 씨는 이제 도원 그룹 오너가 됐으니 이번 파티에 당연히 참석하셔야 해요. 게다가 앞서 이씨 일가와 도씨 일가가 사이가 나쁘다는 소문이 떠돌다 보니 많은 협력사에서 감히 우리와 협력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경 그룹 눈 밖에 날까 봐 두려운 거죠. 이번에 이씨 일가에서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하면 많은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을 수 있을 테고 도원 그룹 상황도 훨씬 나아질 겁니다.”주연우가 하는 말을 도아영도 물론 잘 알고 있다.다만 이경 그룹의 파티에 참석하기에 앞서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남현숙에게 득이 돼선 안 되고, 이씨 일가와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 게 아니라고 외부에 알려야 하니까.하지만...오늘 밤에 이수호를 만날 걸 생각하면 그녀는 머리가 지끈거렸다.“드레스 한 벌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400화

    “가시죠, 규리 씨.”“아니요! 대표님 좋은 사람인 거 알아요. 예전에 쌓아온 정을 봐서 우리 이모 한 번만 구해주세요!”“더는 우리 집에 나타나지 말라고 분명 말했을 텐데?”이수호가 싸늘한 눈길로 쳐다보자 임규리는 등골이 오싹했다.며칠 전에 강이나가 찾아와서 그와 임규리에 관한 스캔들을 일러바쳤는데 고작 여자들의 수작인지라 이수호는 딱히 간섭하지 않았다.어차피 임규리와 아무 사이도 아니니 똑똑한 사람이라면 둘이 불가능하단 걸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수호와 임규리는 신분 격차가 너무 크니까.그 소문들은 임규리가 지어낸 거로밖에 결론이 나지 않는다.이수호는 이렇게 꼼수가 많은 여자가 딱 질색이다.한편 임규리는 아직 본인이 한 일을 이수호에게 들킨 줄 모르고 계속 유정연을 위해 사정했다.“이모도 도씨 일가 사람인데 대표님 정말 안 도와주실 거예요?”“안 비서! 내 말 안 들려?”“알겠습니다, 대표님.”안지원이 또다시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임규리 씨, 계속 이러시면 끌어내는 수밖에 없어요.”그녀는 사색이 되었다.유정연이 감방에 간 일이 한성대에 소문이라도 퍼지면 그녀의 인생도 끝장이다.한성대에 들어온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모든 거짓말이 들통나고 더 이상 뒷배가 없다는 게 알려지면 남은 3년은 어떻게 버텨내란 말인가?아마 학자금도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다.“대표님, 제발요! 저희 이모 한 번만 도와주세요. 할머니, 제가 요 며칠 시중만 잘 들어줬잖아요. 그러니까 제발요! 우리 이모 구해주세요.”임규리는 눈물범벅이 되었다.한편 남현숙은 이수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그녀가 한심할 따름이었다.“네 이모가 그런 짓을 저질렀으니 우리도 할 수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도씨 일가의 일이니 정 도움을 구하고 싶다면 아영이 찾아가 보거라.”도아영을 언급한 순간 이수호의 두 눈이 반짝였다.그녀가 도와줄 리 있을까?왠지 유정연이 감방에 들어간 것도 도아영과 연관이 있을 듯싶었다.다만 아직도 그녀 생각 중인 자신을 되돌아보며 이수호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399화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넌 도씨 일가의 상속자도 아니고 우리 아빠 아들도 아니야. 법적으로 볼 때 오늘부로 너희 두 모자는 우리 집안과 아무 관련이 없어. 정신 좀 차려, 지호야!”도아영은 야유 조로 쏘아붙였다.전생에 아빠가 그녀에게 회사를 물려주셨는데 마음 약한 도아영이 유정연 모자에게 고스란히 건넸다. 결국 아빠의 회사는 3년도 안 돼서 부도났고 유정연은 도지호를 데리고 안용준과 함께 도망치려 했다.그러니 이번 생은 무슨 일이 있어도 유정연 모자와 도원 그룹을 떼어놓아야 한다.“이 자식 끌어내.”도아영이 차갑게 분부하자 도씨 일가의 경호원들이 곧장 도지호를 이 집에서 끌어냈다.그는 슬리퍼를 신은 채 반항할 여지도 없이 처참하게 집에서 쫓겨났다.“도지호랑 유정연 물건들 싹 다 정리해서 밖에 내다 버려요!”“네, 아영 씨.”주연우는 곧바로 위층에 사람을 보내서 도지호와 유정연의 물건을 싹 다 처리했다.도아영은 다 정리한 물건들을 도지호에게 내던졌다.옷과 신발, 책까지 버려진 걸 보더니 도지호는 안색이 잔뜩 일그러졌다.“다들 여기서 잘 지켜. 도지호는 이제 우리 집안과 아무 관련이 없어. 만약 얘가 우리 집에 찾아와서 소란 피우면 그 즉시 경찰에 신고해.”“네, 알겠습니다.”도아영은 그가 소란을 피울 걸 염두에 두고 일부러 경비소를 차렸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도지호는 미친 듯이 철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도아영! 난 네 동생이야! 나한테 이러면 안 돼! 당장 문 열어! 나야말로 도씨 집안 아들이잖아!”도아영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게 집으로 들어갔다.유정연 모자의 흔적이 없는 이 집안은 그제야 온화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선사했다.“아영 씨, 다음 계획은?”“유정연 전 재산을 회사 계좌로 입금했어요. 그동안 모자랐던 금액을 채운 셈이죠. 이제 드디어 도원 그룹 협력 프로젝트를 운행하게 됐으니 당분간은 위기를 벗어났다고 보면 돼요.”‘이수호만 잠자코 있다면...’도아영은 이렇게 생각했다.그녀는 오늘 이수호를 가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398화

    저녁 무렵, 도지호는 집에서 줄곧 도아영의 연락만 기다렸다.도원 그룹의 차가 집 앞에 도착하자 그는 부리나케 달려나갔다.차에서 내리는 도아영을 보더니 도지호가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었다.“너 뭐야? 왜 전화를 안 받아? 집에 무슨 일 생긴 줄 알아? 당장 나랑 경찰서 가서 엄마 모셔와야지!”도지호가 명령 조로 쏘아붙이며 도아영의 손목을 붙잡고 경찰서로 갈 기세였다.이에 도아영이 그를 힘껏 내팽개쳤다.도지호는 못 믿겠다는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너 미쳤어? 감히 날 밀쳐?”이 집에서 줄곧 거만을 떨던 도지호였기에 그녀가 매정하게 밀쳐버릴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이제 막 그녀에게 손을 대려고 할 때 주연우가 덥석 막아서더니 가볍게 도지호를 제압했다.“너도 미친 거야? 우리 집안 따까리 주제에! 확 잘리고 싶어?”도지호는 힘으로 안 되니 고래고래 소리만 질렀다.이에 도아영이 차분하게 말했다.“잘 들어. 넌 이제 우리 집안 사람이 아니야. 회사에서도 아무런 직급이 없으니 주 비서는 제쳐두고 이 집안 가정부도 네 멋대로 자를 순 없어.”“이년이 지금 뭐라는 거야? 나 도지호야! 왜 이 집안 사람이 아닌 건데? 엄마가 잡혀간 틈에 내 자리를 빼앗으려고? 꿈 깨! 미친X아!”그는 기세등등한 눈빛으로 도아영을 째려봤다.하지만 도아영은 시큰둥하게 쓴웃음만 지었다.“네가 우리 아빠 아들이야? 쥐뿔도 아닌 게 무슨 자리까지 빼앗는다고 그래? 너희 엄마 안용준이랑 바람피운 건 알지? 안용준은 내가 직접 처리했고 너희 엄만 너그럽게 용서했어. 그런데 여태껏 회사 공금을 횡령하고 끊임없이 회사 자산에 손댔더라? 대체 언제까지 우리 집안 재산을 노릴 건데? 너희 두 모자 좀 너무하단 생각은 안 들어?”“개소리 치지 마! 우리 엄마가 어떻게 딴 남자랑 바람을 피워?”도지호의 안색이 확 일그러졌다.“네가 아직 어리니 그동안 나한테 무례하게 굴었던 건 그냥 눈감아줄게. 하지만 너희 엄마는 우리 아빠랑 도원 그룹에 미안한 짓을 너무 많이 저질렀어. 그건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397화

    사채업자들은 꽤 모아진 자산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드디어 도씨 저택을 떠났다.유정연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채에 딱 한 번 손을 댔더니 아들과 함께 전 재산을 털릴 줄이야.한편 도아영은 도원 그룹에서 사채업자의 전화를 받았다.“아영 씨, 분부하신 일은 다 해결했습니다. 모든 물건을 현금화해서 이체해드리겠습니다.”“알겠어요. 오늘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별말씀을요. 서 대표님 분부대로 했을 뿐입니다.”도아영은 가볍게 웃었다. 이 모든 건 서현우의 공로이니까.그의 조언대로 유정연 모자의 전 재산을 손쉽게 챙겼고 이 또한 아빠 도석진이 받아야 할 몫이다.전화를 끊은 후 도아영은 주연우에게 분부했다.“이제 다 됐어요. 시작해볼까요?”“네, 알겠습니다.”주연우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도씨 저택에서 유정연 모자가 멍하니 넋 놓고 있을 때 문밖에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유정연은 화들짝 놀랐고 도지호도 어안이 벙벙했다.‘오늘 무슨 날이야? 경찰차는 또 뭔데?’유정연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경찰이 집안으로 들어와서 다짜고짜 그녀에게 수갑을 채웠다.“신고받고 왔습니다. 유정연 씨, 당신은 금융범죄 혐의로 체포되었으니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네? 뭐라고요? 금융범죄라니? 그게 대체 뭔 말인데요?”유정연은 몹시 당황했지만 경찰은 그녀의 변명 따위 들어줄 여유가 없었다.“서로 가서 조사받으시죠! 당장 끌고 가!”“당신들 뭐야? 왜 우리 엄마를 잡아가는 건데?”도지호가 쫓아가려 했지만 경찰은 아예 무시한 채 유정연을 차에 태우고 떠나가 버렸다.오늘 발생한 모든 일이 괴이할 따름이었다.도지호는 곧바로 도아영에게 연락했다.평상시에는 그렇게 연락이 잘 되던 도아영인데 오늘은 도통 받지를 않았다.“전화 좀 받아!”그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유정연이 경찰에 잡혀가니 그는 가장 먼저 도아영이 떠올랐다.그녀 말곤 엄마를 구해줄 사람이 없으니까.도원 그룹에서 도아영은 쉴 새 없이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396화

    “왜 그래요 갑자기? 무슨 일 있어요?”유정연은 사채에 손을 댄 일을 죽어도 도아영에게 고백할 순 없었다.도씨 일가의 가훈이 바로 사채에 손을 대지 않는 거니까.소문이라도 나면 체면이 바닥나고 도아영에게 쫓겨날지도 모른다.한편 도아영은 그녀가 사채를 빌린 걸 진작 알고 있어 입꼬리를 씩 올렸다.“지금 바로 연락해 계약서 보낼 테니까 거기 사인만 하면 효력이 발생할 거예요. 아줌마랑 지호가 우리 아빠 재산을 포기한다는 조건으로 계좌이체 해드릴게요. 사인만 하면 재무팀에 바로 연락해서 돈 보낼게요.”기세등등한 남자들을 보고 있자니 유정연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이 없었다.“알았어! 사인할게. 바로 할게!”도아영이 곧장 휴대폰으로 계약서를 보내왔다.유정연은 꼼꼼히 읽어볼 새도 없이 바로 사인했고 계좌에 거액이 들어왔지만 모든 걸 사채업자에게 털렸다. 20초도 안 되는 사이에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다만 겁에 질린 유정연은 이 과정의 수상한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이봐! 아직도 돈 있잖아! 바로 내놓으면 될 것이지 왜 이렇게 질질 끌었어? 돈 될만한 액세서리들 당장 내놔!”유정연은 허겁지겁 위층에 올라가 보물처럼 아끼던 액세서리를 모조리 꺼냈다.이것들은 전부 도석진이 생전에 그녀에게 선물한 값비싼 액세서리들이다.수년간 아까워서 제대로 착용하지도 못했고 그저 도지호의 생일날 딱 한 번 치장하고 나갔었다.“여기 있어요. 이거면 되나요?”그녀는 액세서리를 사채업자에게 건넸다.“이년이 감히 내 앞에서 꼼수를 부려? 분명 더 있을 거야! 다 내놔! 이까짓 거로 누구 입에 풀칠하겠어?”앞장선 남자가 그녀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유정연은 화들짝 놀라서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숨긴 건 맞지만 이 사람들이 대체 그것까지 어떻게 알아낸 건지 더는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그녀는 마지못해 여태껏 보관한 모든 액세서리와 명품 가방, 옷들까지 꺼냈다.“이 새끼도 있잖아! 얘 것도 싹 다 꺼내!”도지호는 평상시에 손이 커서 가격도 안 보고 물건을 사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395화

    순간 도지호는 표정이 굳어버렸다.“엄마! 이 사람들 대체 뭐라는 거예요? 빚이라니? 180억 원은 다 뭐냐고요?”유정연은 아들에게 빚진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사채업자들이 집까지 찾아오니 하는 수 없이 고백했다.“지호야, 엄마가 결혼비용으로 준 돈 얼른 내놔봐!”“네? 그건 나더러 신혼집 차리라고 준 돈이잖아요? 줬다 뺏는 게 어디 있어요?”도지호가 정색하며 쏘아붙였다.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된 아들을 보고 있자니 유정연은 가차 없이 뺨을 후려쳤다.“죽을래 돈 갚을래? 얼른 가서 돈 가져와!”유정연이 도석진에게 시집온 이후로 매년 도지호의 명의로 목돈을 마련했는데 어느덧 십여 년이란 시간이 흘러서 60억 가까이 됐을 것이다.빚을 다 갚을 순 없지만 이 돈으로 시간을 좀 더 벌어들일 순 있다.도지호는 기세등등한 사채업자들을 보더니 마지못해 은행카드를 건넸다.카드를 본 우두머리가 먼저 말을 꺼냈다.“이것 봐. 돈 있잖아. 어디서 불쌍한 척이야! X발 년, 아직 80억 남았어. 못 갚으면 이 녀석 두 다리를 확 잘라버릴 거야!”“이미 60억 드렸고 방금 드린 60억까지 더하면 120억이잖아요! 더는 없으니까 가서 사장님께 전하세요. 3일만 더 시간을 주면 나머지 80억 무조건 갚을게요!”유정연이 간곡하게 부탁했다. 팔아치울 수 있는 건 전부 다 팔아서 온몸을 다 털어도 돈이 나올 구멍이 없었다.아들의 결혼비용까지 다 내놨으니 이제 정말 빈털터리 신세였다.“3일, 3일, 대체 얼마나 더 기한을 늘여줘야 해? 오늘 또 미루면 80억이 아니라 100억으로 불어날 거야!”사채업자가 거만을 떠는 모습에 도지호는 주먹을 휘날리려고 했지만 방망이가 앞섰다.그는 가차 없이 방망이에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자식이, 감히 나한테 덤비려고?”앞장선 사채업자가 도지호에게 비아냥거렸다.아들이 한 방 맞으니 유정연은 당황하기 시작했다.“줄게요! 10억 줄게요! 집에 남은 액세서리랑 집문서까지 다 합치면 80억은 될 거예요. 다 드릴게요! 전부 드린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394화

    이번엔 아무도 유정연을 지켜줄 수 없다.그 시각, 도씨 일가.도지호가 저녁 무렵 집에 돌아왔을 때 유정연은 초조한 얼굴로 거실을 서성거렸다.“엄마, 왜 그래요?”“지호야? 너 왜 왔어?”“돈 다 떨어졌어요. 문자를 해도 대답이 없으니 돈 가지러 왔죠.”유정연은 울화가 치밀었다.“돈돈돈! 넌 돈밖에 몰라? 우리 이제 다 망했어! 돈 없다고!”“뭐라고요? 장난도 참.”도지호는 집에 돈이 없다는 말이 전혀 믿어지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돈 걱정 없이 살아와서 한 달 용돈 1억 원도 모자랄 지경이니까.도씨 일가가 아무리 망해도 도지호의 용돈이 끊긴 적은 없으니 집에 돈이 없다는 말은 농담과도 같았다.“너 이 자식...”유정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격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사색이 되었다.사채업자들이 또다시 찾아왔으니까.상황파악이 안 된 도지호가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누구야? 누가 이딴 식으로 문 두드려?”그는 얼른 문을 열고 상대에게 겁줄 기세였지만 유정연이 발 빠르게 가로챘다.“안돼, 지호야!”“왜요? 누군데 그래요?”도지호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되물었다. 도씨 일가 도련님 도지호는 학교에서도 위풍당당한 인물이라 아무도 감히 그를 건드릴 자가 없었다.지금 이토록 무례하게 문을 두드리는데 가만히 지켜볼 도지호가 아니었다.하지만 유정연은 그를 의자에 앉히고 진정시켰다.“여기 가만히 있어! 절대 문 열면 안 돼!”도지호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멍하니 넋을 놓았다.문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그중 한 명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X발 년! 집에 있는 거 다 알아! 당장 문 열어! 집 다 부숴버리기 전에!”“누구야 X발! 눈에 뵈는 게 없나 보네?”도지호가 버럭 화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날 때 상대가 이미 문을 부수고 들어와 버렸다.덩치 큰 체구의 남자들이 방망이를 들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동네 건달이었다.유정연은 그들이 문까지 부수고 쳐들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도지호도 상대의 기세에 짓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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