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Chapter 321 - Chapter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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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1화

그런데 하필이면 그녀의 제스처가 도아영과 완전히 달랐다.선뜻 다가갈 수 없는 차갑고 도도한 미인상이었다.“수호 씨, 내 말 듣고 있어요?”강이나가 다시 한번 되물었다.이수호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담담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아영이는 제니일 리가 없어. 둘이 좀 닮았을 뿐이야.”한 명은 해외파 실력자, 또 다른 한 명은 강주도 못 벗어난 부잣집 딸이다.긴 시간 동안 이수호의 주위만 맴돌던 도아영이 무슨 수로 해외 연수를 떠날까? 게다가 지금처럼 명성이 자자한 위너 그룹 CEO가 되어서 돌아왔다고? 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강이나는 조바심이 들었다.전에는 도아영 때문에, 지금은 또 제니 때문에 속을 썩여야 했다.직감이 말해주길 이 두 여자가 곧 그녀의 가장 큰 라이벌이 될 듯싶었다.파티는 따분한 인사치레와 형식적인 대화들만 오갔다. 부잣집 사모님들은 구연준과 이수호가 제니에게 흠뻑 빠져있으니 강이나를 뿌리치고 저마다 도아영의 앞으로 다가갔다.“제니 씨가 해외에 있을 때부터 엄청난 미인이라고 전해 들었는데 오늘 드디어 실물을 보게 됐네요.”“그래요. 위너 그룹도 제니 씨가 손수 계획하고 창립한 회사잖아요.”“제니 씨, 우리 건배해요.”...강이나는 제니에게 아부하는 사모님들을 보더니 가슴이 답답했다.여기가 다른 사람 구역이긴 하지만 이전에는 강이나야말로 강주의 주인공이었다.그녀는 이런 헛된 명성 따위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막상 그 명성과 특권을 잃게 되자 주인공 아우라까지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이수호를 힐긋 쳐다봤는데 이 남자도 한창 제니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마침 외국인 손님과 도아영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난해한 내용에 전문 용어까지 많아서 알아듣기가 매우 힘들었다. 게다가 그 손님은 연세국 언어를 사용했지만 제니가 아주 유창하고 여유 있게 대화를 주고받았다.가까운 곳에서 듣고 있던 강이나도 상대의 말을 미처 알아듣지 못할 지경이었다.제니가 정말 수년간 유학한 해외파 실력자란 말인가?줄곧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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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저녁 무렵, 구연준이 도아영을 아파트까지 보내줬다.그는 도아영을 위해 한성대 근처에 있는 시설이 다 갖춰진 아파트를 구해주었다.프라이버시가 보장된 곳이라 여기서 지내면 번거로운 상황이 딱히 없을 것이다.차에서 내릴 때 그녀는 도무지 걸을 수가 없어서 구연준의 부축을 받으며 단지로 들어갔다.도아영은 하이힐을 바닥에 내던졌다.‘이딴 신발 누가 신어! 불편해 죽겠네!’“그렇게 불편해?”“뭐라고요? 궁금하면 연준 씨가 다음에 하이힐 신고 한번 돌아다녀 보세요! 안 그래도 다리가 아픈데 걸을 때마다 지옥이었어요.”“그럼 연기 엄청 잘했네! 난 전혀 몰랐잖아.”구연준은 말하면서 도아영의 손등에 난 상처를 바라보았다.이수호는 제니가 도아영이란 걸 증명하려고 작심한 듯 악수할 때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그때 도아영은 고통을 참느라 이를 악물고 버텼다.손이 다 빨개졌지만 그녀는 끝까지 참으면서 이수호를 단념시켰다.“거의 다 나았는데 또다시 연고 발라야겠네.”구연준이 말했다.“약 어디 놨어? 내가 꺼내줄게.”“괜찮아요. 연고 다 썼어요.”그녀는 빨개진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곧이어 화장실에 가서 몸에 덧칠한 파운데이션과 흉터를 가린 살색 실리콘까지 다 떼어냈다. 그제야 흉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도아영은 아픈 손에 입김을 불었다.“전에 수호 씨가 얼마를 주고 구해왔는지는 모르겠는데 특별히 연구 제작한 연고래요. 한번 바르면 통증이 금세 사라져서 아플 때마다 발랐더니 며칠도 안 돼서 다 써버렸네요. 이제 다시 찾고 싶어도 못 찾겠어요.”이 연고는 이수호가 해외 전문가들을 모셔서 그녀의 상처에 맞춤 제작한 연고라고 했다. 처음엔 효과가 좋더니 나중에는 내성이 생겨서 현저한 효과를 못 봤다.그녀는 이수호와 등진 사이라 연고 몇 개 구해달라고 그를 찾아가고 싶진 않았다. 혼자 아파 죽더라도 이수호에게 머리를 숙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우리 집 가정의한테 연락해서 내일 바로 네 흉터를 재검진하라고 할게. 정말 심각한 거라면 병원에 가야지. 안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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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또한 오늘 도아영은 문득 자신이 강이나와 전혀 안 닮았다는 것도 알게 됐다.도아영은 도아영일뿐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다.다음 날 아침, 구연준이 모셔온 가정의가 그녀의 흉터를 재검진했다. 온몸에 퍼진 상처를 보고 알맞은 약을 처방한 뒤 몇 마디 당부까지 마치고 나서야 자리를 떠났다.도아영은 원래 집에서 왼손 글쓰기 연습을 하려고 했으나 어느덧 도서관의 책을 돌려줄 기한이 다 돼서 마지못해 학교에 나갔다.불행하게도 유하영과 강이나가 도서관에서 복습하는 중이었다.다들 이번 기말고사가 역대급으로 어렵게 출제된다는 걸 알기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밤낮없이 공부했다.도아영을 본 순간 유하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어머, 이게 누구야? 도아영 씨가 도서관에 어쩐 일이지? 책 돌려주려고 온 거야? 항상 따라다니던 주민서는 어디 갔어? 너희 집안 다 망하게 생겼다니까 슬슬 피하는구나?”한편 학생회 회장인 강이나는 이 학교 선생님들에 버금가는 권력을 지니고 있었다.그녀의 뒤에는 수많은 학생회 여자 회원들이 뒷받침해주고 있다. 올해 유학생 명액에 강이나가 없지만 도아영도 마찬가지로 차지하지 못했다.다들 강이나에게 깍듯이 대하니 자연스럽게 그녀를 따라 도아영을 혐오했다.“뻔한 거지 뭐. 지금 도씨 일가 처지가 어떻게 됐는지 누가 몰라? 다들 이 대표님 심기를 건드릴까 봐 도씨 일가랑 깔끔하게 선 긋는 거잖아.”“사촌 동생마저 이씨 일가 도우미가 됐으니 전 도우미였던 아영이는 얼마나 더 비참해지려나?”“이제 오른손도 쓸 수 없다며? 애초에 무슨 수작으로 서 대표님 유혹해서 이나네 집까지 박살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넌 이미 이 대표님께 버림받고 감방에 갇히게 된 신세야. 자업자득이지 뭐!”유하영이 험담을 늘려놓았다.도아영이 이수호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앞으로 바람 잘 날 없다는 건 전교생이 다 아는 사실이다.한성대생들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해서 도아영처럼 큰 인물을 건드린 사람은 아마 평생 짓밟히면서 살아갈 것이다.전에 그녀들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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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여기 학교야! 너 설마 학교에서 나한테 손을 대려는 거니? 이거 아주 제대로 미쳤네?”유하영은 나락으로 간 도아영이 한성대에서 자신에게 손을 댈 거라곤 전혀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이수호라는 뒷배를 잃은 그녀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수밖에 없다.“그새 잊었나 보네? 전에 너랑 조나린이 작정하고 날 괴롭힐 땐 대놓고 손찌검을 하더니 왜 난 못 할 거라고 생각해? 게다가 오늘은 네가 먼저 도발한 거야.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도 넌 할 말 없어.”도아영이 조리 밝게 이 상황을 설명했지만 유하영은 듣는 척도 않았다.“전에는 네가 이 대표님 약혼녀라 아무리 눈에 거슬려도 감히 건드리진 못했지. 하지만 두 사람 이제 파혼했잖아? 설마 교장 선생님이 아직도 네 편을 들어줄 것 같아?”장내에 있는 한성대생들은 모두 알다시피 이 학교에서 신분이 높은 자만이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큰일도 작게 만들고 작은 일은 무마할 수가 있다.전에는 도아영이 이수호 약혼녀였기 때문에 학교에서 그런 특권을 누렸다.다만 이제 파혼했으니 교장이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도 도아영을 거들떠보지 않는다.“그러니까 네 말은 교장 선생님이 일 처사에 불공평하다는 거네?”“그런 뜻이 아니잖아! 왜 네 멋대로 왜곡하는 건데!”유하영의 안색이 확 일그러졌다.이에 도아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계속 말을 이었다.“방금 한 말 나도 알아들었어. 내가 이제 이수호 약혼녀가 아니니 교장 선생님도 내 편을 안 들어준다는 뜻이잖아.”“너...”“하영이 그런 뜻 아니야. 우리가 무례하게 굴었다면 사과할게. 이제 그만 손 놓아줄래? 이런 일로 교장실까지 찾아갈 필요는 없잖아! 하영이도 학생회 일원이야.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하영이한테 손찌검하는 건 학교 규칙에 어긋나. 교장실 찾아가도 너한테 좋을 건 없어.”강이나는 선뜻 나서서 유하영을 편들었다.이때 도아영도 서서히 유하영의 손목을 놓아줬다.유하영은 손목이 풀려난 순간 재빨리 도아영에게 반격하려고 했지만 강이나가 말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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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뭐라고?”도아영은 어이가 없었다. 방금 유하영의 손목을 살짝 세게 잡은 게 다니까.다 큰 어른이 손목 아프다고 비명까지 지를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다른 학생들도 하나둘씩 눈치채고 도아영에게 삿대질을 해댔다.“아영이 너 진짜 너무하네! 하영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조나린 퇴학당한 것 때문에 좀 화나서 그랬을 뿐이잖아. 어떻게 애를 저 지경으로 만들어?”“그러게 말이야! 도아영 진짜 너무해! 이번 일은 무조건 교장 선생님께 알려야겠어. 기말고사를 앞두고 하영이 손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네가 책임질 수 있어?”주위 사람들이 한마디씩 덧붙였고 이에 도아영은 곧장 강이나의 의도를 알아챘다.그녀는 기말고사 전에 도아영을 한성대에서 내쫓을 생각이었다.다만 이렇게 빨리 손을 쓰는 건 너무 조급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아영이 너 절대 가만 안 둬! 지금 당장 교장실 가서 똑바로 해명해! 아무 말 못 하면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야.”유하영은 끝까지 가볼 기세로 씩씩거렸다.“좋아. 그럼 다 함께 교장실 가보면 되겠네. 과연 누가 거짓말을 했을지 말이야!”방금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는 유하영에게 손을 댄 적이 없었다. 이 모든 건 유하영의 거짓말뿐이었다.“가자, 하영아.”강이나가 유하영을 부축하여 도서관을 나섰다.다른 학생회 멤버들은 행여나 도아영이 도망칠까 봐 그녀를 둘러쌌다.곧이어 뭇사람들이 교장실 앞에 도착했다.한정민은 가득 몰린 학생들을 보더니 입이 쩍 벌어졌다.“뭐야? 무슨 상황인데?”“선생님!”유하영이 다짜고짜 울면서 앞으로 다가가더니 손목을 쓱 내밀었다. 놀랍게도 그녀의 손목에 시퍼런 멍 자국이 나 있었다.“선생님, 이것 좀 보세요! 아영이가 제 손 이렇게 만들었어요!”한정민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도아영에게 시선을 옮겼다.“도아영, 정말 네가 이랬어?”그는 질책하는 투로 쏘아붙였다.전에 도아영이 이수호 약혼녀일 때 한정민은 항상 공손한 태도로 임했지만 어느덧 180도 바뀌어버렸다.도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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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강이나는 앞서 몇 번 공평 정의를 지키려고 방관했지만 이번엔 단호하게 유하영의 편을 들어줬다.그녀는 대놓고 한정민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이에 한정민은 난감한 표정으로 도아영을 쳐다봤다.한때 이수호의 약혼녀이자 현재 구연준이 잘 챙겨주는 여학생인데 만에 하나 혹독한 처벌을 내렸다가 위에서 책임이라도 따져 묻는다면 속수 무책해질 게 뻔했다.그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강이나를 한 번 더 쳐다봤다. 이 여자는 이수호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이기에 감히 건드릴 수가 없었다. 마침내 한정민이 책상을 두드리며 도아영에게 쏘아붙였다.“도아영! 다들 네가 때리는 걸 봤다는데 더 할 말 없어?”그는 미친 듯이 도아영에게 눈치를 줬다. 결백을 증명할 증거를 내놓으라고, 뭇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해도 좋으니 뭐라도 변명하라고 눈치를 주고 있었다.도아영도 바보가 아닌지라 유하영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그녀의 옷소매를 걷었다.유하영이 피하려 했지만 그녀는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았다.결국 유하영은 강제적으로 손목을 드러냈다.“아파! 이거 놔!”그녀는 몸부림치다가 도아영을 밀쳤다.“이게 바로 증거예요.”“뭐?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한정민은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네게 해명할 기회를 주고 있는데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도서관에 CCTV가 있다면서요? 그럼 내가 유하영 손목을 잡았을 때 엄지손가락이 아래로 향한 것도 다 찍혔겠네요. 근데 지금 얘 손목을 보세요. 엄지손가락에 짓눌린 자국이 위로 향했어요. 이건 당최 말이 안 되잖아요.”순간 유하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옆에 있던 강이나도 미간을 찌푸렸다.방금 그 혼잡한 분위기에 누가 이렇게 디테일한 것까지 신경 쓸까?“그렇다면 답은 하나, 유하영이 스스로 손목에 멍 자국을 내고 저한테 뒤집어씌운 거죠.”“허튼소리!”유하영이 곧바로 반박했다.“기말고사를 코앞에 두고 누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겠어? 뚫린 입이라고 말 함부로 하지 마!”“헛소리인지 아닌지는 CCTV 보면 알겠지. 선생님, 누가 저를 일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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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강이나도 어느덧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다들 좀 전까지 그녀가 유하영을 지켜주고 싶어 하는 걸 한눈에 알아챘다.도아영은 이 모든 게 일부러 자신을 모함하기 위한 거짓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보나 마나 강이나를 겨냥한 태도였다.“농담이든 진담이든 이미 내뱉은 말이지. 이런 말은 교장 선생님 명성에 누가 된다는 걸 몰라? 오늘 일은 오해이길 바라. 만약 누가 일부러 왕따 놀이를 노린 거라면 조나린과 똑같은 결말을 맞이할 거야. 졸업시험을 앞두고 이런 일을 맞닥뜨리는 건 교장 선생님이나 한성대 모두 득이 될 건 없어. 제 말 맞죠, 선생님?”도아영은 아주 명확하게 입장을 밝혔다. 오늘 그녀들이 물러서지 않으면 유하영은 곧 감방에 갇히게 된다.강이나는 마지못해 한정민에게 말했다.“선생님, 이제 곧 졸업시험인데 이럴 때 갈등을 빚는 것보다 원만하게 합의를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오늘 일은 없던 거로 하죠. 제가 하영이 시켜서 도아영한테 사과하라고 할게요.”그녀는 유하영이 일부러 도아영을 모함했다고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 됐다.한편 유하영은 입술을 꼭 깨물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손목에 멍 자국을 낸 사람도 강이나, 이 일을 이용하여 도아영을 상대하려던 것도 강이나인데 목적을 이루지 못하니 되레 그녀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우고 있었다.유하영은 이렇게 억울하고 답답한 느낌이 처음이었다.다행히 한정민은 일을 더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아 강이나의 말에 찬성했다.“역시 이나는 학생회 회장답게 주도면밀하게 생각하네. 난 또 볼일 있으니까 이번 일은 네가 알아서 처리해.”한정민은 핑계를 둘러대고 교장실을 나섰다.뭇사람들이 자리를 떠날 때 강이나와 도아영은 서로 눈이 마주쳤다.전생에서 강이나는 그녀를 라이벌로 삼은 적이 없다.아마도 자신을 위협할만한 그릇이 안 된다고 여겼나 보다.하지만 이번 생에 강이나는 그녀를 마치 원수처럼 대하고 있다.정말 운명이 바뀌려는 걸까?“하영아...”교장실에서 나온 후 유하영은 자신을 위로해주려는 강이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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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전에 학교에서 한번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그땐 도아영이 너무 정신없어서 박태오를 힐긋 보고 떠나갔다.그때까지만 해도 이 남자가 우연히 귀국했다가 강이나를 만나러 학교에 온 줄 알았다.곧장 해외에 돌아가 연예 활동을 이어갈 줄 알았더니 국내에 남아서 발전할 계획인 듯싶었다.순정파 서브 남주 박태오는 강이나를 향한 사랑이 그야말로 찐이었다.그가 도아영을 본 순간 강이나를 위해 복수할 수도 있으니, 이런 일을 하도 많이 겪은 도아영이었으니 박태오가 미처 발견하기 전에 도망쳐야만 했다.아쉽게도 두 다리가 도통 말을 듣지 않았다. 겨우 강의동에서 나왔는데 또다시 안에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도아영은 마지못해 이 남자가 자신을 쳐다보지 않기만을 바랐다.‘제발, 제발 그냥 가줘.’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강의동에서 나왔다. 다행히 박태오도 강이나를 찾으러 온 모양인지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앗싸, 얼른 도망쳐야지.’도아영이 이제 막 한숨을 돌리려고 할 때 뒤에서 문득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기 학생.”박태오의 목소리는 자성처럼 감미로웠지만 그녀는 그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고개를 돌리자 박태오가 검은색 마스크를 끼고 그녀를 바라봤다.유일하게 드러난 두 눈동자가 매혹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눈빛에 얼마나 많은 소녀들이 흠뻑 빠졌던가.도아영은 일부러 그를 못 본 척하며 계속 앞으로 걸어갔지만 박태오가 덥석 팔을 잡았다.마침 상처에 손이 닿았고 그녀는 너무 아픈 나머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박태오는 그녀가 이렇게 큰 반응을 일으킬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학생?”“네...”‘괜찮긴 개뿔! 잡긴 왜 잡아.’도아영은 이를 악물었다.전생의 기억대로라면 둘 사이에 아무런 접점이 없어야 한다.강이나를 위해 복수하려면 이수호를 찾아갈 것이지 왜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는 걸까?도아영이 속으로 구시렁댈 때 박태오가 넌지시 말했다.“등에 뭐 있어요.”그는 말하면서 도아영의 등에 붙은 A4용지를 뜯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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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게다가 도아영은 강이나가 제일 사랑하는 남자를 빼앗은 장본인이다. 박태오가 과연 그런 도아영을 내버려 둘 리가 있을까?“정말 괜찮아요. 친구들과 장난 좀 친 거예요.”도아영은 한시라도 빨리 그를 벗어나고 싶었다.계속 가던 길을 가려고 할 때 박태오가 또다시 앞길을 막았다.“너 진짜 나 모르겠어? 기억 안 나?”박태오의 진지한 표정에도 도아영은 곧장 머리를 흔들었다.“실례지만 초면인 것 같은데요.”그녀의 말을 들은 박태오는 마스크를 벗고 스크린에서만 보던 황금비율 얼굴을 드러냈다.해외에서 인기리에 있는 흥행 배우 박태오는 조각 같은 외모를 지녔다.다만 전생과 비슷한 얼굴이라 그녀는 딱히 놀란 눈치가 아니었다.“나 박태오잖아. 진짜 못 알아보겠어?”그는 살짝 야유 섞인 말투로 물었다.“...”도아영은 한참 후에야 말을 이었다.“본인이 영화배우 박태오라고요? 장난치지 마세요.”그녀는 아예 무시하고 떠나가려 했지만 박태오가 바짝 따라왔다.“우리 어릴 때 만났잖아. 내가 괴롭힘당할 때 네가 나서서 편들어줬는데 정말 기억 안 나?”도아영은 어이가 없었다.‘친한 척하려고 못하는 말이 없네 아주!’어릴 때 박태오와 함께 놀았던 기억이 왜 없을까?역시 배우는 배우였다.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을 내뱉으니까.그와 강이나의 관계를 정확하게 기억한 게 아니었다면 어릴 때 함께 놀았던 이 친구가 유명 배우 박태오였다는 걸 확신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저기 미안한데 그런 농담 하지 말아줄래요?”도아영이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그녀는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걷다 보니 아무리 속도를 내도 키 185의 박태오를 초월할 수 없었다.마침내 박태오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요즘은 이런 헌팅이 유행인가 봐요? 그쪽이 잘생긴 건 알겠는데 매너는 좀 지키시죠. 저 좀 그만 따라오라고요.”도아영은 이 말을 내뱉으면서 저도 몰래 얼굴이 빨개졌다. 박태오가 어지간히 잘생겼어야지 웬만한 여자들보다 더 섬세한 피부에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외모를 갖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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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박태오의 인상 속에서 강이나는 그런 짓을 꾸밀 여자애가 아니다.한편 강이나는 살짝 난감해하더니 꿋꿋하게 말을 이어갔다.“그럴 리가! 걔 이미 수호 씨랑 파혼했잖아. 설사 파혼을 안 해도 내가 뭣 하러 그런 식으로 괴롭히겠어.”그제야 박태오의 안색이 조금 밝아졌다.“나 귀국시킨 거 이수호 마음 확인하려고 그랬던 거 아니야? 이제 수호랑 아영이가 파혼까지 했는데 뭐가 더 걱정이야?”“다 네 덕분이지. 그래도 여전히...”강이나는 여전히 찝찝했지만 말을 꺼낼 수 없었다.여자의 직감이 말해주길 이수호는 그녀를 향한 태도가 전보다 확 달라졌다. 마음이 변했다고 할까?“이나야, 욕심 적당히 부려. 이수호가 너랑 결혼할 일 없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박태오의 말을 들은 강이나는 안색이 확 돌변했다.도아영이 아니면 이수호는 또 다른 여자와 결혼할 것이다. 상대가 누가 됐든 강이나에게는 그의 신부가 될 기회가 절대 주어지지 않는다. 이점을 강이나도 너무 잘 알고 있다.다만 그럼에도 내키지 않았다.이수호의 아내가 될 수 없어도 그의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 가장 특별한 여자가 되고 싶었다.“됐다, 걔 얘기는 그만하고 우리 밥 먹으러 가자.”강이나는 자연스럽게 박태오의 팔짱을 끼고 한성대 교문을 나섰다.그날 오후 한정민은 구연준과 위너 그룹 CEO 제니가 나란히 손을 잡은 기사, 그리고 또 강이나와 이수호가 파티에 참석한 사진까지 보게 됐다. 순간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런 기사를 진작 확인했더라면 좀 전에 강이나의 체면을 봐주는 건데...이제 모든 게 끝장났다. 구연준 대표의 여신은 이미 귀국했으니 그도 더는 도아영을 신경 쓸 리가 없다.한편 강이나는 이수호가 제일 아끼는 여자인데 하필 오늘 그녀의 체면을 짓밟고 말았다.한정민은 불안한 마음에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이수호에게 연락했다.안지원이 전화를 받자 그는 아양을 떨면서 말했다.“지원 씨, 다름이 아니라 오늘 아영이랑 이나가 잠깐 마찰이 있었는데 이나는 피해자 학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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