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Chapter 311 - Chapter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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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1화

임규리는 안달이 났다.이제 정말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이니까.이씨 일가에서 번복하고 그녀를 들이지 않는다면 대체 어디로 가야 한다는 말인가?“일단 진정하세요. 지금 바로 어르신께 여쭤볼게요.”가정부는 그녀를 위로하면서 소파에 앉은 남현숙을 바라보았다.남현숙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자 가정부는 곧장 알아채고 다시 임규리에게 말했다.“규리 씨, 어르신께서 못 오시게 하는 게 아니라 대표님이 집에 딴사람을 들이는 걸 정말 싫어하시거든요. 어제도 어르신께서 이 일로 대표님을 혼냈는데 전혀 뜻을 굽히지 않았어요. 두 분 지금도 냉전 중이시라 참 곤란하게 되었네요.”“아니 그럼 저는...”“괜찮아요. 규리 씨 지금 사는 집 계약이 이달 말까지 된 거로 알고 있는데 어차피 거기가 학교랑도 가까우니 며칠만 더 지내세요. 학교랑 여기랑 두 군데를 다녀야 하니 며칠 동안 고생은 좀 하겠지만 걱정 말아요. 어르신께서 대표님을 설득만 하시면 바로 기사님 보낼 겁니다.”가정부의 말을 듣고 있자니 임규리는 점점 짜증이 몰려왔다.이미 이 집에서 이틀이나 기다렸는데 더 기다리라니.그녀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가정부가 다른 핑계를 둘러대면서 먼저 전화를 끊었다.임규리는 휴대폰을 멍하니 들여다보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제 어떡하지? 집도 없고 돈도 없는데 어디서 지내란 거야?’유정연은 빚이 산더미라 그녀에게 생활비를 줄 리가 없고 도아영도 절대 그녀를 도씨 저택에 들일 리가 없다.짐도 한가득한데 택시를 안 잡으면 근처 모텔까지 가기도 힘들었다.임규리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고 두 손이 파르르 떨렸다.‘아까 그렇게 나오는 게 아니었어. 일단 뒷길은 마련해두는 건데!’그 시각, 이씨 저택.“어르신, 임규리 씨를 집에 안 들이실 생각이세요?”가정부는 남현숙과 제일 오래 함께한 사람이라 누구보다 그녀의 마음을 잘 안다.이에 남현숙이 차갑게 말했다.“이런 애들은 말 잘 듣고 부려먹기 좋지만 신분이 너무 천해. 우리 집이 개나 소나 다 들이는 곳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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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뭇사람들은 그녀를 본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자신이 잘못 본 건 아닌지 두 눈을 의심하기까지 했다.이씨 저택에 있어야 할 임규리가 왜 이런 곳에서 지내는 걸까?게다가 쫓겨났는지 처참한 꼴이 말이 아니었다.임규리는 그녀들의 시선을 피하고 싶었지만 금세 들켰다.그중 한 명이 반신반의하는 눈빛으로 임규리에게 물었다.“규리 맞지? 여기서 뭐해?”“이씨 저택으로 간 거 아니었어? 혼자 여기서 뭐 하는 거야?”날이 점점 어두워지는데 여자애가 쓸쓸하게 길옆에 서 있는 건 실로 위험한 일이었다. 게다가 옆에 쌓인 짐도 산더미를 이루었다.오늘 낮에만 해도 이제 곧 이씨 저택으로 들어간다고 자랑하던 임규리가 대체 왜 길바닥에 서 있는 걸까?그녀들은 언제 한번 시간 내서 이씨 저택으로 놀러 갈 참이었는데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그게...”임규리는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쫓겨났어...”그녀는 누구한테 쫓겨났는지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고 말을 얼버무렸다.다만 여학생들은 임규리와 이수호의 관계를 떠올리며 곧장 도아영에게 책임을 전가했다.“아영이가 내쫓았구나! 나쁜 계집애!”“걔 진짜 나쁜 년이라니까! 파혼한 마당에 대체 왜 너한테 화풀이냐고?”“화풀이로 사람을 내쫓아? 그것도 이렇게 추운 날에, 이 저녁 시간에? 도아영 진짜 지독하다!”...그녀들은 서로 한마디씩 주고받았다.오해의 소지가 뻔했지만 임규리는 끝까지 해명하지 않았다.어차피 집주인에게 쫓겨났다는 것보단 이 핑계가 더 나으니까.“규리야, 정 갈 곳 없으면 우리랑 함께 기숙사에서 지내. 우리 서로 친구잖아.”“맞아. 기숙사 환경이 여기보단 훨씬 좋을 거야. 빈 침대가 남아있으니 일단 우리랑 함께 가자.”“어차피 며칠 뒤에 이씨 저택으로 갈 테니 당분간 기숙사에서 지내.”그녀들은 임규리와 더 가까워지려고 당장이라도 기숙사로 데려갈 기세였다.나중에 임규리와 더 친해지면 그녀 덕에 돈 많고 잘생긴 남자들을 만날 기회가 주어질 테니까.기숙사에서 함께 지내자는 말에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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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임규리가 어수선한 짐들을 바라볼 때 여학생 중 한 명이 의아한 듯 물었다.“이 쓰레기들 설마 네 거는 아니지?”그녀의 물건이 더러운 건 아니지만 저렴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다른 학생들 집안은 벼락부자 혹은 재벌 출신이라 상류층에 닿을 정도는 아니어도 명품만 고집하는 건 사실이었다. 침대 시트와 입고 있는 옷들만 해도 가격이 무려 천만 원대였다.본인 물건이 쓰레기 취급을 당하는 순간 임규리는 가슴이 찔려서 이것들을 전부 버리기로 했다.“나도 몰라, 누구 건지. 그냥 여기 있길래 대신 좀 봐준 거야.”“뭐야, 왜 이렇게 착해? 이런 쓰레기는 누가 놔두고 간 게 아니라 그냥 버리는 물건 같아.”몇만 원짜리 캐리어와 크고 작은 비닐봉지까지 딱 봐도 시골 사람들의 물건 같았다.이곳은 번화 구역인지라 백 명 중에 가난한 사람을 한 명 찾아보기도 힘들다.그녀들은 이 물건들이 당연히 누가 버리는 줄 알고 통째로 무시했다.“됐어, 일단 학교 가자. 마침 내게 침대 시트 하나 남았으니 그거 네가 써.”여학생 중 한 명이 임규리의 팔짱을 끼고 친한 척하며 말했다.임규리는 그녀들에게 등 떠밀려서 학교로 돌아갔지만 버려둔 짐이 너무나도 눈에 밟혔다.저 안에 모든 물건이 들어있으니까.진짜 다 버린다면 옷과 생활용품까지 일일이 다시 사야 한다.‘괜찮아. 이제 곧 이씨 저택으로 들어갈 테니 쿨하게 버리면 돼.’낡은 것을 버려야 새것이 오는 법이니 저렴한 물건들은 이제 더는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한성대.그녀들과 함께 기숙사에 도착한 임규리는 가지런한 건물들을 바라보며 허영심에 푹 빠졌다.시골의 집들은 늘 허름한 분위기가 차 넘쳤지만 이곳은 은은한 향기가 났고 가구 배치마저 예술적 감각이 뛰어났다.이런 곳은 임규리에게 천국이나 다름없었다.“규리야, 여기가 바로 네 방이야.”이때 누군가가 그녀를 데리고 침실에 들어갔는데 텅 빈 침실은 유독 깨끗하고 아늑했다.책상과 의자, 침대, 화장실까지 없는 게 없었고 컴퓨터와 책장, 옷장까지 모든 게 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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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여학생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감히 대놓고 티 내진 못했다.그녀들이 종일 바라는 건 상류층 남자들을 만나서 전세 역전하는 일이다. 그것 또한 가장 쉽게 팔자를 바꿀 방법이니까.“그래? 일단 여기서 쉬어. 이따가 침대 시트 보내오면 도우미더러 네 방 정리까지 해놓으라고 할게.”임규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이런 혜택을 누렸다.별안간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룸메들은 침대 시트가 온 줄 알고 재빨리 가서 문을 열었더니 가정부는커녕 유하영과 강이나였다.“선배?”두 사람을 본 룸메가 눈을 반짝였다.유하영은 그렇다 치고 강이나는 이 학교의 레전드 인물이자 모든 남학생들 마음속의 여신이니까.한편 방에 있던 임규리는 룸메의 반응에 바짝 긴장했다.‘강이나? 걔가 왜 갑자기 여길 와?’전에 이경 그룹에서 한 방 먹은 일만 생각하면 임규리는 저도 몰래 심장이 쿵쾅댔다.“침실 점검하러 왔어. 이 방 좀 전에 딴 사람 들어온 거 맞지?”기숙사마다 룰이 정해져 있고 비용을 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여기서 지낼 수 없다.이곳에서 지낼 수 있다는 건 일정한 경제 조건을 갖췄다는 뜻이기에 누군가가 몰래 들어온다면 다른 사람들이 불만을 느낄 게 뻔하다.학교에서 부잣집 자녀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일찌감치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룰을 정했다.학생회 주석 강이나는 좀 전에 기숙사 관리원 아줌마의 말을 듣고 곧장 조사하러 왔다.“그게 아니라 친구 한 명이 갈 곳이 없어서 며칠만 여기서 지내기로 했어요. 며칠 뒤에 금방 짐 뺄 거예요.”“친구? 누군데? 이름 말해봐.”유하영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비겁한 인간이다.한성대에서 선배란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신입생들은 감히 선배를 건드리지 못한다.유하영의 질문에 룸메가 곧바로 대답했다.“임규리요! 며칠 뒤에 남자친구가 데리러 온다고 했어요.”“남자친구?”강이나가 불쑥 입을 열었다.조신하고 다정한 그녀가 미소를 지으니 더욱 친근해 보였다.“네. 이제 곧 약혼식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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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아니나 다를까 임규리의 안색이 창백해졌다.이때 미처 상황파악이 안 된 룸메 한 명이 입을 열려고 했다.“그 사람은 바로...”“조용히 해!”다른 여자애가 재빨리 그 룸메를 말렸다.이수호가 강이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이 학교에 거의 모르는 이가 없다.강이나를 앞에 두고 누가 감히 헛소리를 지껄일까?방금 임규리에게 방을 내준 룸메는 아직 이수호와 강이나의 관계를 모르는 게 뻔했다.순간 모두가 입을 꾹 다물었다.옆에 서 있는 임규리도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이 없었다.“대답해! 왜 가만히 있어?”유하영이 그녀를 째려봤다.임규리는 애초에 도아영보다 더 뻔뻔스러웠다.“죄송해요, 일부러 수호 씨를 뺏으려고 한 건 아니에요. 할머니께서 대표님과 서로 감정을 쌓으라고 해서... 정 그렇게 거슬린다면 지금 바로 할머니께 말씀드릴게요. 더는 대표님과 연락하지 않겠습니다.”임규리는 더없이 가여운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룸메들도 인기척 소리에 어찌 된 영문인지 궁금해서 밖으로 나왔다.한편 유하영은 그녀의 말이 그저 우스울 따름이었다.“야, 네가 뭔데? 시골 촌뜨기 주제에 어딜 감히 이 대표님을 넘봐? 그 자리는 아영이가 꿰찰지언정 넌 턱도 없어! 뭐? 대표님과 연락하지 않겠다고? 잘 들어 임규리! 대표님이 좋아하는 사람은 우리 이나야. 넌 기껏해야 이씨 일가 도우미일 뿐이라고. 이 대표님 할머니 기쁘게 해드렸다고 뭐라도 된 것 같아? 우리 이나 말 한마디면 널 평생 강주에서 매장해버릴 수도 있어!”“됐어, 하영아. 애 놀라겠다.”강이나는 임규리가 적당히 능멸을 당하자 선뜻 착한 사람 코스프레에 나섰다.“규리야, 방금 한 말 마음에 새겨둘 필요 없어. 나랑 수호 씨도 별 거 없어. 그러는 넌 매일 이씨 저택으로 가서 할머니 시중하느라 엄청 힘들겠다. 이참에 그리로 들어가지 왜? 이렇게 다니는 게 얼마나 불편한데? 왜? 수호 씨가 허락 안 했어? 내가 대신 얘기해줄까?”임규리의 안색이 확 일그러졌다.밖에 있던 사람들도 그녀에게 삿대질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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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임규리는 각서를 작성해서 직접 강이나에게 바쳤다.그녀는 대충 훑어보더니 또다시 임규리에게 명령했다.“여기서 지낼 순 있지만 잘 생각하고 결정해. 이 건물 안의 사람들 물건 하나 잃어버리는 날엔 네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거야.”“절대 그럴 일 없어요. 저 물건 안 훔쳐요, 선배.”임규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이에 강이나는 담담한 미소만 지어 보였다.유하영은 임규리 같은 애들이 제일 눈꼴사나웠던지라 대놓고 그녀를 흘겨봤다.“가자, 이나야.”유하영과 강이나는 나란히 팔짱을 끼고 기숙사를 떠났다.룸메 두 명도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규리 기선 제압하려고 작정했네! 방금 한 말들 전부 헛소리일 거야.”“맞아. 이 대표님 할머니가 규리를 눈여겨봤다는데 가정부가 웬 말이니? 이씨 일가에 도우미가 부족한 것도 아니잖아.”유하영과 강이나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이었지만 룸메 두 명 모두 임규리만 철석같이 믿었다.임규리는 입술을 꼭 깨물고 그녀들에게 말했다.“나 물건 안 훔치니까 걱정 마. 이씨 저택에서 데리러 오거든 바로 나갈게. 절대 너희들 귀찮게 하지 않아.”“우린 당연히 널 믿지! 우리 친구잖아. 게다가 넌 이제 곧 이경 그룹 약혼녀가 될 텐데 뭣 하러 우리 물건이나 훔치겠어?”다들 그녀를 살갑게 대했지만 정작 임규리 본인은 불안감만 더 커졌다.언제쯤 이씨 저택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니까.그 시각, 이경 그룹.이수호가 초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구연준이 직접 보낸 거네. 한번 봐봐.”안지원은 초대장을 건네받았다. 그 위에는 위너 그룹 창립 파티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적혀 있었다.“이렇게 되면 베일에 싸인 제니 씨도 참석하겠네요?”“구연준이 너무 철통 보안을 유지했어. 아무런 정보도 캐낼 수가 없었잖아. 제니가 과연 어떤 사람인지 꽤 궁금해지네?”이수호가 차갑게 대답했다.“설사 구 대표님의 손에 쥔 다크호스라 해도 한낱 여자일 뿐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알아. 그냥 궁금할 뿐이야.”구연준은 여색을 멀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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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강주 전체를 둘러봐도 오직 강이나만 그의 파트너로 어울리는 여자였다.안지원이 곧바로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그가 떠난 뒤 이수호는 서류를 덮고 그제야 방금 안지원이 했던 말을 되새겼다.도아영이 아무 말 없이 나가버렸다는 건 그날 밤 이수호 때문에 적잖게 놀랐다는 걸 뜻한다.‘그럼 또 뭐? 어차피 우리 이제 남남이야. 신경 쓸 거 없어.’생각은 이렇게 해도 얼굴에 드러난 피곤함은 감출 수가 없었다. 그는 관자놀이를 어루만지며 최대한 도아영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었다.이수호에게 있어 사업은 언제나 1순위였다.도아영 같은 여자가 그의 인생에 나타났다고 해서 절대 생활 패턴과 계획이 무너질 일은 없다.같은 시각, 연남 아파트.도아영은 화장대 앞에 앉아서 메이크업을 받고 헤어스타일까지 세팅했다.그녀는 무려 2시간 동안이나 꼼짝달싹하지 않았다.“아직이에요?”도아영이 슬슬 한계에 다다를 때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말했다.“움직이지 마세요. 금방이면 돼요.”“30분 전에도 똑같이 말했었죠.”도아영은 속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몸에 상처를 입은 도아영은 흉터를 커버하기 위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특수 재료를 흉터에 톡톡 바르고 그 위에 파운데이션을 덧발라서 정상적인 피부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구연준은 대체 어디서 이렇게 대단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구해오는 걸까?그녀는 10분 전부터 이미 스스로 알아볼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아직 멀었어?”이번엔 구연준이 질문했다.“금방 끝나요.”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이제 곧 저녁 5시가 다 돼가니 스타일리스트도 속도를 가했다.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마침내 수중의 픽서를 내려놓았다.“다 됐어요!”도아영은 눈을 뜨고 거울 앞에 비친 자신을 본 순간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한 폭의 그림 같았다.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곧 이런 모습일까? 눈부시게 아름다운 눈동자는 요염함과 도도함까지 스쳤다.진한 메이크업은 아니지만 빨간 입술이 앵두처럼 탐스러웠다.눈 밑에 찍은 점도 요염한 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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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수호 씨가 날 못 알아봤으면 좋겠네요.”이수호뿐만 아니라 강주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그녀를 못 알아봤으면 하는 바람이었다.위너 그룹 CEO 제니는 단연코 도씨 일가의 따님이 아니니까.“걱정 마. 절대 알아볼 수 없어.”구연준이 손을 톡톡 쳤다.문밖의 코디가 구연준이 정성껏 준비한 이브닝드레스를 가져왔다.눈부시게 반짝거리는 드레스를 본 순간 도아영이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너무 화려한 거 아니에요?”드레스에 화이트 다이아몬드가 잔뜩 박혀서 별처럼 눈이 부셨다.오프숄더 화이트 드레스는 고상하고 요염한 자태를 한껏 드러냈다.포인트는 구연준이 그녀를 위해 준비한 여우 털 숄이었다.이렇게 차려입으니 정말 여배우보다 더 눈부시고 아름다웠다.“오늘 너를 강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만들어줄 거야. 그래야만 다들 제니와 도아영을 같은 사람으로 여기지 않지. 기껏해야 조금 닮았다고 할걸.”구연준이 웃으면서 말했다.“이 드레스 4억 짜리야. 비싼 만큼 성과를 보이길 바라.”도아영은 이를 악물고 그에게 답했다.“누가 장사꾼 아니랄까 봐!”“과찬이십니다.”구연준은 활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저녁에 서프라이즈도 준비했어. 이 드레스랑 관련된 거야.”“뭔데요?”“서프라이즈라고. 미리 알려줄 순 없지.”구연준이 대답했다.“네가 엄청 마음에 들어 할 거야.”어둠이 드리워진 밤, 강이나와 이수호가 같은 차에서 내려왔다.안지원은 두 사람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강이나는 오늘 파티가 있을 걸 진작 알고 드레스까지 준비했다.화려한 드레스와 반짝이는 화이트 다이아몬드까지 모든 이의 주목을 받았다.“이나 씨 드레스가 너무 예쁘네요. 이렇게까지 화사한 드레스는 처음이에요. 이나 씨한테 완전 잘 어울려요!”“이건 이 대표님께서 드린 거겠죠? 대표님이 이나 씨를 아낀다는 말은 많이 전해 들었는데 오늘 직접 보게 됐네요.”“너무 압도적인 거 아닌가요? 위너 그룹 CEO가 와도 이나 씨한테는 비할 바가 못 되겠는걸요.”주위 사람들이 하나같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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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게다가 소문에 의하면 두 사람은 해외서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한다.요즘 들어 구연준이 수년간 여색을 멀리한 이유가 제니 씨 때문이라는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한편 비서가 차 문을 열자 구연준이 먼저 내려서 도아영을 선뜻 부축했다.그녀가 얼굴을 드러낸 순간 주위 사람들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아름다운 이목구비와 시선을 뗄 수 없는 눈동자, 그 눈빛에서 특별한 매력을 뿜어내는 듯 금세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이분이 바로 위너 그룹 CEO 제니 씨에요?”“엄청난 미인이시다. 이러니까 구 대표님도 수년 동안 반해버렸지.”...다들 감탄을 연발했다.구연준과 도아영은 선남선녀가 따로 없었다. 둘이 나란히 서 있으니 모두가 눈 호강을 하는 기분이었다.이수호도 방금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지만 곧바로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제니가 도아영과 너무 닮았으니까.“이상하네? 제니 씨 드레스가 왜 강이나 씨랑 똑같지?”문득 인파들 속에서 누군가가 구시렁댔다. 아니나 다를까 도아영과 강이나의 드레스가 너무나도 비슷했다.유일하게 다른 점이라면 도아영이 어깨에 값비싼 여우 털 숄을 걸치고 있었다.바로 이 숄 덕분에 강이나보다 훨씬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냈다.강이나의 안색이 슬슬 어두워지고 미소가 그대로 굳어버렸다.같은 드레스를 입은 건 제쳐두고 하필이면 주인공과 똑같은 드레스라니.이럴 땐 더 예쁜 자만이 살아남는 법이다.사람들은 도아영을 볼 때 얼굴에 먼저 시선이 닿았지만 강이나를 볼 땐 드레스부터 눈길이 갔다.이보다 더 선명한 대비는 없었다.강이나는 옷이 돋보였고 도아영은 미모가 다했다.여기까지 생각한 강이나는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하고 숨이 턱턱 막혔다.심지어 이수호도 줄곧 도아영한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수호 씨.”그녀가 참지 못하고 이수호를 잡아당겼다.한편 구연준은 도아영과 팔짱을 끼고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뭐 보는 거예요, 이 대표님?”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이수호는 그제야 사색에서 빠져나왔다.이런 망신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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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도아영은 이수호가 내민 손에 거부감이 확 들었다.한편 옆에 있던 강이나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이수호가 먼저 여자에게 손을 내민 적이 없으니까.뭇사람들도 도아영에게 시선이 쏠렸다.절세미인 앞에서 그토록 차갑고 고귀한 이수호도 손을 내밀게 되었다.그녀는 끝내 이수호와 악수했다.“반가워요, 대표님.”겉으론 이렇게 말해도 속으론 험악한 욕설을 퍼붓는 그녀였다.이 남자가 일부러 그런 걸까? 도아영은 문득 손이 꽉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상처를 입은 손을 꽉 잡으니 고통이 온몸으로 퍼져 흘렀다.다만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티를 낼 순 없으니 애써 통증을 참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이수호는 그런 그녀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이상한 낌새를 놓칠세라 눈 한번 깜빡이지 않았다.손에 심한 상처를 입은 도아영은 살짝만 스쳐도 아플 텐데 정작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정말 이수호가 사람을 잘못 본 걸까?“이 대표님, 악수 그만하시죠.”이때 구연준이 대신 그녀의 손을 떼어놓았다.“제니는 오늘 제 파트너예요. 이 대표님 파트너는 강이나 씨고요. 계속 이러고 있으면 다들 대표님이 제니한테 사심이 있는 거라고 오해할 수도 있어요.”그의 말을 들은 강이나는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그녀는 가볍게 웃다가 이수호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구 대표님은 농담도 참! 다들 문 앞에 서 있지만 말고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좋아요.”구연준도 바로 대답했다.그제야 도아영은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이수호 이 나쁜 자식, 왜 그렇게 세게 잡는 건데? 뼈가 다 부러질 뻔했잖아.’도아영은 안으로 가면서 구연준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대표님, 이거 산재 맞죠?”“걱정 마. 내가 다 보상해줄게.”구연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녀는 정말 보상을 원하는 게 아니라 오늘 파티에서 최대한 이수호와 멀리 떨어져 있고 싶었다. 이 남자가 또 무슨 수법을 쓸지 모르니까.방금 그의 눈빛을 보니 도아영의 신분을 의심하고 있는 게 확실했다.이제 그 의심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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