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리가 어수선한 짐들을 바라볼 때 여학생 중 한 명이 의아한 듯 물었다.“이 쓰레기들 설마 네 거는 아니지?”그녀의 물건이 더러운 건 아니지만 저렴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다른 학생들 집안은 벼락부자 혹은 재벌 출신이라 상류층에 닿을 정도는 아니어도 명품만 고집하는 건 사실이었다. 침대 시트와 입고 있는 옷들만 해도 가격이 무려 천만 원대였다.본인 물건이 쓰레기 취급을 당하는 순간 임규리는 가슴이 찔려서 이것들을 전부 버리기로 했다.“나도 몰라, 누구 건지. 그냥 여기 있길래 대신 좀 봐준 거야.”“뭐야, 왜 이렇게 착해? 이런 쓰레기는 누가 놔두고 간 게 아니라 그냥 버리는 물건 같아.”몇만 원짜리 캐리어와 크고 작은 비닐봉지까지 딱 봐도 시골 사람들의 물건 같았다.이곳은 번화 구역인지라 백 명 중에 가난한 사람을 한 명 찾아보기도 힘들다.그녀들은 이 물건들이 당연히 누가 버리는 줄 알고 통째로 무시했다.“됐어, 일단 학교 가자. 마침 내게 침대 시트 하나 남았으니 그거 네가 써.”여학생 중 한 명이 임규리의 팔짱을 끼고 친한 척하며 말했다.임규리는 그녀들에게 등 떠밀려서 학교로 돌아갔지만 버려둔 짐이 너무나도 눈에 밟혔다.저 안에 모든 물건이 들어있으니까.진짜 다 버린다면 옷과 생활용품까지 일일이 다시 사야 한다.‘괜찮아. 이제 곧 이씨 저택으로 들어갈 테니 쿨하게 버리면 돼.’낡은 것을 버려야 새것이 오는 법이니 저렴한 물건들은 이제 더는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한성대.그녀들과 함께 기숙사에 도착한 임규리는 가지런한 건물들을 바라보며 허영심에 푹 빠졌다.시골의 집들은 늘 허름한 분위기가 차 넘쳤지만 이곳은 은은한 향기가 났고 가구 배치마저 예술적 감각이 뛰어났다.이런 곳은 임규리에게 천국이나 다름없었다.“규리야, 여기가 바로 네 방이야.”이때 누군가가 그녀를 데리고 침실에 들어갔는데 텅 빈 침실은 유독 깨끗하고 아늑했다.책상과 의자, 침대, 화장실까지 없는 게 없었고 컴퓨터와 책장, 옷장까지 모든 게 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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