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연이 주치의와 알고 지낸 지는 3년 정도 되었지만 둘의 대화는 늘 할머니의 병세를 에워싸고 진행되었기에 이렇게 사적인 대화를 계속 이어가는 건 불편해서 그녀는 자연스레 화제를 돌렸다.“아까 대표님이랑 신약에 대해서 얘기했어요, 내일이면 약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 약만 있으면 할머니 상황도 괜찮아지는 거죠?”심미연은 빨리 다 나은 할머니를 모시고 바깥세상을 구경시켜주고 싶었다.심미연을 대신해 안타까워하던 주치의도 그녀가 강지한 얘기는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 그저 모른 척 그녀의 질문에 답을 했다.“약을 한동안 써야 알아요 그건, 어느 정도로 좋아질지는 저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환자의 상태라는 건 언제건 다시 악화될 수 있었기에 의사들은 함부로 장담하지 못했다.그 대답에 실망한 듯 고개를 숙이던 심미연이 말했다.“그럼 저는 먼저 할머니 보러 가볼게요.”“네.”심미연이 나가자 의사는 한숨을 쉬며 언젠가는 심미연이 결혼을 숨긴 걸 후회할 날이 있을 거라고 중얼거렸다.유부남인 게 알려져도 자중하지 못하는 게 남자들인데 총각이라고 알려져 있으면 더 하면 더 하지 절대 덜하진 않을 것 같아서였다.한편 심미연이 무거운 마음으로 병실에 들어서자 김지영은 바로 그녀에게 의자를 내어주며 말했다.“미연 씨, 여기 앉아요.”“고마워요, 요즘 고생이 많으세요.”“아이고, 아니에요, 고생은요!”웃으며 자신을 걱정해주는 심미연에 김지영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전에 간호하던 사람들에 비해 착하고 서글서글한 양경자는 아주 돌보기 쉬운 편이었다.게다가 심미연이 월급도 넉넉하게 주니 김지영은 고생을 해도 전혀 불만이 없었다.“좀 쉬고 계세요, 제가 할머니 곁에 있을게요.”“그럼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무슨 일 있으시면 바로 부르세요.”심미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지영은 양경자의 옷을 잘 여며주고 밖으로 나갔다.방에 홀로 남은 심미연은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슴이 아파와 목에 멘 채로 중얼거렸다.“강지한이 신약
Last Updated : 2024-12-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