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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너를 붙잡다의 모든 챕터: 챕터 71 - 챕터 80

249 챕터

제71화

“사과해!” 강지한은 맞은 얼굴을 만지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그는 조금 전 그녀를 엄하게 벌하고 싶었다.하지만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심미연을 보자 가혹하게 벌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졌다.무의식 속에서 그는 심미연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심미연은 입술을 깨물었다.그녀의 잘못이 아니었기에 전혀 사과하고 싶지 않았다.“사과해, 두 번 말하게 만들지 마!” 강지한이 언성을 높였다.그가 원하는 것은 미안하다는 말 따위가 아니라 여자가 굴복하는 것이었다.신하린은 황급히 심미연을 떼어내고 강지한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미연이 대신 사과할게요, 죄송해요.”그런다고 강지한이 이대로 그냥 넘어갈지는 모르겠지만...심미연은 감동에 눈시울이 붉어졌다.신하린은 강지한이 일부러 자신을 힘들게 할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 그녀를 대신해 사과한 거다.강지한이 어떤 사람인데, 작정하고 신하린을 난처하게 만든다면 신하린은 무사히 넘기기 힘들다.숨을 고르고 생각을 정리한 그녀는 신하린을 끌어당기고 강지한 앞에 서서 날카롭게 말했다.“하린이 난처하게 하지 마. 얘랑 상관없는 일이잖아! 강지한, 내가 사과할게, 미안해!”온지유는 담담하게 웃었다.“신하린 씨랑 미연 씨는 정말 좋은 친구네요. 사과까지 대신하는 걸 보니 지한 씨가 죽으라고 하면 같이 죽을 거예요?”신하린에게 하는 말이다.요즘 재벌가에선 다들 가식 떨기 바쁜데 신하린과 심미연이 진짜 우정을 나눌 리 없었다.강지한의 검은 눈동자가 심미연의 얼굴로 향하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이게 사과하는 태도야?” 길게 늘이는 말끝에는 약간의 조롱이 담겨 있었다.온지유의 속내를 알고 있는 신하린은 그녀가 일부러 그런 말로 강지한을 자극해 강지한이 심미연을 힘들게 할까 봐 서둘러 말했다.“강지한 씨가 나보고 미연이 대신 죽으라고 하면 기꺼이 죽을 거예요.”심미연이 구해준 목숨이니 기꺼이 그녀를 위해 죽으리라.심미연은 눈물이 맺힌 채 신하린의 손을 꼭 잡고 나지막이 말했다.“바보야.”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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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어쨌든 그녀는 강지한에게 특효약을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데 그에게 밉보이면 약을 얻지 못할 테고, 그러면 할머니는 계속 시달려야 하는데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그래, 가자.” 강지한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걸어갔다.온지유는 심미연을 매섭게 노려보더니 서둘러 강지한의 뒤를 따랐다.심미연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강지한은 온지유 말이라면 다 해준다.신하린은 서둘러 심미연을 식탁 쪽으로 끌어당겼고, 자리에 앉은 뒤 비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미연아, 미리 말하는데 이따가 깜짝선물이 있어.”심미연은 생각을 정리하고 차 두 잔을 따라 신하린에게 한 잔을 건네며 물었다.“깜짝선물이 뭔데?”강지한과 결혼한 지 3년, 그녀의 삶은 파문 하나 없이 고인 물처럼 흘러갔기에 딱히 무슨 서프라이즈를 기대하지 않았다.신하린은 일부러 말을 돌렸다.“맞춰봐!”심미연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신하린이 눈을 부릅떴다.“그냥 협조 좀 해 줘. 맞춰봐.”신하린은 심미연이 그저 주어진 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 삶에 대한 열정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이렇게 계속 사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심미연은 어쩔 수 없이 웃음을 터뜨리고 잠시 생각하는 척했다.“생일 선물 준비했어?”이틀 뒤가 그녀의 생일이었는데 신하린이 미리 생일 선물을 줄지도 모르겠다.“아니!” 신하린은 고개를 저었다.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야!” “무슨 사람? 남자 친구라도 소개해 주려고?” 말을 마친 심미연이 먼저 피식 웃었다.그녀는 유부녀였고 결혼 생활 중에 남편을 두고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강지한은 젓가락을 들었지만 입맛이 없었다.그는 문득 지난 며칠 동안 심미연이 자신의 앞에서 많이 차분해졌고 예전처럼 줄곧 자신의 곁에 붙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마치 두 사람이 매일 밤 같은 침대에서 자는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 그저 보통의 관계인 것처럼 말하는 것조차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그런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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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심미연은 잠시 당황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본인을 가리키며 물었다.“내 거야?”박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며칠 후면 네 생일인데 내가 내일 출장을 가야 해. 네 생일 축하해주러 제때 못 갈 것 같아서 미리 생일 선물을 주려고.”심미연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내 생일 기억해 줘서 고마워. 선물은 됐어, 마음만 받을게.”심서연이 박유진을 좋아했기에 박유진과 선을 긋지 않으면 심서연이 미쳐 날뛰며 난동을 부릴 것 같았다.현재 그녀의 신분은 강지한의 아내였고 남들이 모른대도 강지한과의 결혼 생활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누구도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박유진은 그녀의 말에 누군가 칼로 찌르는 것처럼 가슴이 몹시 아팠지만 얼굴에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이건 내가 직접 만든 물건일 뿐이야. 비싼 선물도 아니고 별거 아닌데 받아도 괜찮아.”그가 직접 디자인하고 두 손으로 만든 거다.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는 심미연에게 빚진 선물 하나를 기억했다.“오빠, 난...”심미연이 여전히 거절하려 하자 신하린은 손을 뻗어 박유진의 손에 들려 있던 보석 상자를 빼앗아 열어 보았다.별 모양의 다이아몬드 귀걸이였다.“미연아, 이거 귀걸이인데 받지 그래?”신하린은 고개를 기울여 심미연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심미연이 평소 별을 좋아했던 것을 알고 있었고 이번 선물도 분명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았다.컵을 든 박유진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고 마음은 불안해졌다.그는 어렸을 때 한밤중에 피아노 연습을 하다가 부모님을 깨워 집에서 쫓겨난 심미연을 한참 동안 찾아 헤매다가 집 앞 잔디밭에서 발견한 적이 있었던 걸 기억했다.그때 그녀는 잔디밭에 누워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별님, 소원을 빌었으니까 꼭 들어줬으면 좋겠어요!”그러자 그는 말했다.“소원이 뭔데? 말만 하면 내가 들어줄게.”심미연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그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별 두 개를 줘. 그러면 매일 별님에게 소원을 빌 수 있잖아.”“왜 두 개야?”“하나면 나처럼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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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신하린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강지한을 힐끗 쳐다보며 살짝 짜증이 났다.조금 전 심미연의 눈에서 놀라움이 번쩍이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이 귀걸이가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강지한이 옆에 있어서 감히 가져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강지한 개자식이 정말 밉다.선물 해프닝이 끝나고 세 사람은 식사를 시작했다.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다.심미연은 음식을 먹으며 생각하다가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그녀는 황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말했다.“화장실 좀 다녀올게!”그리고 서둘러 일어나서 자리를 떠났다.박유진은 따뜻한 얼굴에 허탈한 기색이 감돈 채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신하린은 가만히 심미연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힐끗 쳐다보았다.당연히 심미연이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도 알았다.일어나서 심미연에게 가려는데 박유진이 뭔가 눈치챌까 봐 두려워 고민 끝에 신하린은 그녀에게 가려는 생각을 접었다.심미연은 누군가에게 이용당할까 봐 임신 사실을 너무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심미연이 화장실에 가는 모습을 본 강지한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갑게 말했다. “나 화장실 좀.”온지유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다녀와요.”심미연은 그대로 화장실에 달려가 전부 토해버렸다.임신 사실을 안 후 이렇게 괴로울 정도로 토한 건 처음이었다.한참을 토하고 나니 담즙까지 나올 정도였다.구토 후 그녀는 수도꼭지를 틀고 입을 헹궜다.입을 다 헹구고 몸을 추스른 후 돌아서서 밖으로 나가는데 문 앞에 다다랐을 때 담배를 피우고 있던 강지한과 마주칠 줄이야.심미연은 감정을 추스르며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이 빨라졌다.그 결과...강지한 곁을 스쳐 지나갈 때 갑자기 손목이 덥석 잡히며 남자의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심미연, 우리 아직 이혼 안 했는데 벌써 박유진이랑 만나는 거야?”심미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들어 당당하게 그와 마주했다.“내연녀를 데리고 온 도시를 누비며 과시할 땐 당신이 유부남이라는 걸 잊었던 거야?”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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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심미연은 순간 당황하다가 작은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방금 실수로 입술을 깨물었어.”하지만 물린 것은 강지한의 입술이었다.“자, 닦아.” 신하린은 휴지를 건넸다.박유진의 깊고 검은 눈동자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심미연은 티슈를 받아 입을 닦으며 화장실 밖에서 강지한의 무례한 행동을 떠올리고는 짜증이 밀려왔다.강지한은 대체 그녀를 뭐로 보고 틈만 나면 강제로 입을 맞추는 걸까.그녀가 남들에게 욕먹는 건 신경도 안 쓴다.온지유였다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면서!“참 미연아, 박유진 씨가 나한테 큰 프로젝트를 소개해 줬는데 시간 있으면 와서 도와줘. 나 혼자서는 힘들 것 같아.”신하린이 밝은 어투로 말하자 심미연은 휴지를 내려놓고 그녀를 향해 고를 끄덕였다.“좋아, 마침 나도 요즘 한가해.”온지유가 리우로 오면 분명 그녀의 사건을 빼앗을 것이기에 앞으로 담당할 사건이 줄어들 게 뻔했다.“왜, 리우 망한대? 네가 한가할 리가 없잖아.”신하린은 리우에서 심미연이 얼마나 바쁘게 보내는지 잘 알고 있었다.이혼한 부부가 왜 그렇게 많은지.“아니, 리우는 지금 강지한이 인수하고 온지유가 낙하산으로 내 상사가 됐어.”심미연이 웃었다.“그동안 소송으로 바쁘게 살다 보니 너무 피곤했는데 이제 좀 여유가 생기겠어.”몇 년 동안 이혼 사건을 맡으면서 이혼하면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부부들을 너무 많이 봐왔다.그래서 자신은 강지한과 이혼을 하더라도 보기 좋게 헤어지고 싶었다.밑바닥까지 드러내는 건 너무 추하니까.“강지한 개자식이 망할 년한테 홀려서 앞뒤 구분도 못하네. 진짜 열 받아!”신하린은 씩씩거리며 달려가서 강지한을 두들겨 패고 싶었다.“괜찮아, 휴가라고 생각하지 뭐.”심미연이 웃었다.“마침 너 일 도와주면서 돈 벌 수 있잖아. 소송보다 훨씬 쉽지.”“너는 재능이 있는데도 왜 숨겨? 네가 회사 차렸으면 내건 진작 문 닫았겠다.”신하린은 한숨을 내쉬었다.“그 개 같은 강지한 때문에 너무 많은 걸 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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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그래서 박유진은 가족 몰래 심미연을 가르칠 전문 선생님을 모셔 왔다.피아노, 체스, 서예, 그림, 글쓰기, 격투기까지 다 해냈고 그의 눈에 그녀는 항상 반짝반짝 빛났다.그해에 강지한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지금쯤 그의 아내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안타까운 일이다.신하린은 어렸을 때 심미연이 겪은 일을 알고 있었기에 심미연이 박유진에게 고마워해도 별로 놀랍지 않았다.때로는 심미연이 박유진을 만난 덕분에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랑과 우정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자신도 다행히 심미연을 만났기에 살 수 있었다.“재능은 무슨. 오빠가 돈을 쓰니까 오빠 성의도 있고 돈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배운 거야.”과거를 떠올려보면 심미연이 행복하다고 느낀 유일한 순간은 박유진과 함께 있을 때였다.그해 강지한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에게 첫눈에 반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박유진의 아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박유진의 아내였으면 무척 행복하게 살았겠지.하지만 이건 현실이었고, 만일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자, 과거 얘기는 그만하고 밥이나 먹자!” 신하린은 심미연의 눈이 빨개지는 것을 보고 서둘러 화제를 바꿨다.박유진은 그릇을 들고 국을 한 그릇 떠서 심미연에게 건넸다.“먹어봐.”“고마워, 오빠.”웃으며 감사 인사를 건넨 심미연은 박유진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둘은 이미 엇갈렸고 다시는 접점이 생겨선 안 된다.강지한은 박유진을 향해 미소 짓는 심미연과 박유진의 부드러운 눈빛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유난히 짜증이 났다.아직 이혼도 안 한 여자가 다른 남자를 꼬시고 있었다.온지유는 찢어진 그의 입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마음속으로는 심미연을 찢어버리고 싶었다.조금 전 강지한이 화장실에 갔을 때 심미연도 화장실에 간 것을 보았다.분명 심미연이 강지한의 입술을 깨문 거다.‘감히 화장실에서 강지한을 꼬시다니, 빌어먹을 것!’사람들은 각자의 생각을 하며 식사를 마쳤다.식사 후 심미연이 쇼핑을 가자며 신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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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심미연의 작은 얼굴이 붉어졌고 신하린은 고개를 기울여 놀리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입술에 묻은 피가 저 남자 깨물어서 생긴 거구나.”어쩐지 물어봤을 때 심미연의 얼굴이 붉어지더라니.온지유는 너무 화가 나서 이를 꽉 깨물었다.전에는 두 사람이 화장실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짐작만 하고 괜한 생각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는데 강지한의 말을 직접 들으니 질투가 나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심미연 망할 년! 감히 화장실에 강지한을 꼬드겨? 뻔뻔한 것!’강지한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입가를 누른 채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심미연을 바라봤다.“왜, 책임지기 싫어?”심미연은 이를 악물고 신하린에게 말했다.“먼저 작업실로 가서 협업 프로젝트에 대한 모든 자료를 이메일로 보내줘. 다 보고 통화로 얘기할게.”“근데 너...”신하린은 심미연이 강지한과 단둘이 있는 것이 불안했다.“괜찮아, 보배둥이가 옆에 있으니까 나한테 무슨 짓 못 해.”심미연은 무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낮추며 신하린에게 말했다.“알았어, 그럼 조심해!” 신하린은 낮게 당부하며 자리를 떠났다.심미연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심미연은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신하린이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벤틀리 쪽으로 걸어갔다.성무진은 차 문을 열고 일찌감치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가 다가오자 정중하게 손짓하며 말했다.“타세요, 사모님.”심미연이 그를 향해 담담하게 웃었다.“고마워요.”그러고는 허리를 굽혀 차에 타자 성무진은 차 문을 닫았다.심미연은 창가 자리에 앉아 중간에 앉은 온지유를 조용히 바라봤다.온지유는 주먹을 불끈 쥐고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년이 진짜 타?’온지유의 매서운 눈빛을 받은 심미연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형님께서 여기 계시니까 상처를 치료할 방법이 없네.”남자의 입가에 난 상처는 조금만 지나면 아물 테지만 온지유를 불쾌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너!”온지유는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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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언제는 차에 타라고 하더니 이제는 내리란다. 미친놈!강지한은 입술을 다물고 허리를 굽혀 그녀를 품에 안더니 옆에 있던 성무진에게 말했다.“지유 데려다줘.”심미연은 남자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렸다.온지유가 바람이 많이 불어 춥다고 하니 그녀를 내리게 하고 성무진에게 온지유를 데려다주라는 거다.배려하는 모습에 칭찬을 해줘야 할까?성무진은 심미연의 핏기 없는 얼굴을 슬쩍 보고 머뭇거렸다.강지한은 이렇게 하면 아내가 슬퍼할 거란 걸 모르는 걸까.그는 강지한이 점점 더 파국을 초래하는 것 같았다.“지한 씨, 나랑 같이 안 가요?”온지유는 남자가 품에 안고 있는 심미연을 바라보며 속으로는 질투에 미쳐 날뛰었다.혼자 차를 타고 가는 것보다 차라리 강지한과 함께 추위에 떠는 게 나았다.심미연은 온지유의 말을 듣고 그녀의 살기 어린 눈빛을 마주하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허, 질투에 화까지 내네?’생각 끝에 그녀는 남자의 목을 두 손으로 감싸며 나지막이 불렀다.“여보...”‘연기? 누군 못해서 안 하는 줄 아나.’온지유는 화가 나서 쓰러질 지경이었다.‘심미연 이 빌어먹을!’여자의 나긋하면서도 유혹적인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자 넋이 나간 강지한은 순식간에 머리에 적나라한 화면들이 떠올랐다.여자가 가느다란 다리로 그의 허리를 옭아맨 채 나지막이 ‘여보’라고 불렀다.그때마다 그는 그녀 위에서 죽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강지한은 몸이 조금씩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성무진이 여전히 서 있는 것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안 가고 뭐 해!”목소리가 눈에 띄게 잠겨 있었다.성무진은 놀라서 황급히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어쩐지 강지한이 매일 밤 잠은 꼭 집에 가서 자더라니, 저런 이유가 있었다.저렇게 사랑스러운 아내가 있다면 그였어도 매일 잠은 꼭 집에서 잤을 거다.온지유는 너무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고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심미연을 영원히 사라지게 해야지!’그러면 심미연에게 강지한을 빼앗길 걱정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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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심미연은 박유진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말해도 강지한은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할 말이 없었다.“전에는 내가 이혼하려고 일부러 당신과 온지유 동영상을 휴대폰으로 찍었다고 하더니, 이제는 내가 다음 남자를 찾는 데 급급하다고 하네. 강지한, 그렇게 한가해?”생각이 단순하다고 욕하고 싶었지만 아직 이 남자를 화나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심미연, 내가 원하지 않는 한 네가 나와 이혼하고 싶어도 소용없어! 내겐 이노하이브 법률팀 전체가 있는데 너 혼자 소송에서 어떻게 날 이겨? 결국 고생하는 건 너야.” 강지한은 손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비웃었고 그의 눈은 조롱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 여자가 그의 법률팀을 우습게 보고 있으니 자신과 싸우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심미연은 남자의 고고한 눈매를 바라보며 가슴속에서 슬픔이 솟구쳐 올랐다.“강지한, 당신과 온지유는 아이까지 있으면서 왜 이혼을 안 해, 왜 날 안 놔주는 건데? 대체 날 얼마나 엉망진창으로 만들 생각이야?”최대한 침착하려 했다. 남자가 아무리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여도 다른 여자들처럼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강지한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니 아무리 미쳐 날뛰어도 소용없다는 걸 잘 알았다.그의 눈엔 한낱 웃음거리일 뿐이겠지.생각하니 서글펐다.9년 동안 사랑했던 남자인데 왜 이렇게 됐을까.“왜겠어?”강지한의 눈동자에 싸늘한 서리가 내려앉았다.“3년 전 나를 속여 결혼을 강요했으면 남은 인생 시달릴 각오를 했어야지. 이제 겨우 3년이 지났는데 벌써 보내주면 너만 좋은 일이 되잖아.”홧김에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3년 전 심미연에게 당했던 게 강지한의 마음속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벽이었다.심미연은 평생 자신을 괴롭히겠다는 그의 말을 듣고 가슴이 저도 모르게 저릿했지만 굳이 3년 전 일을 그에게 다시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여러 번 설명했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어차피 중요하지도 않으니 원하는 대로 생각하라지.지금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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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두 사람을 위해서?” 강지한의 얼굴에 비꼬는 기색이 역력했다.“빨리 이혼해서 박유진과 함께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지 그래!”조금 전 식당에서 달려들어 박유진을 때리지 않은 것만으로 충분히 봐줬다.“당신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얘기 다 끝났어? 그러면 택시 타고 로펌으로 가.”차를 몰고 왔지만 강지한이 전에 그녀의 차가 편하지 않다고 싫어한 이후로 다시는 차에 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강지한이 인상을 찌푸렸다.“택시는 많은 사람들이 타서 더럽잖아. 안 타!”심미연은 어이가 없었다. 참 모시기 힘든 남자다.‘됐다, 그냥 기다리지 뭐.’그 순간 운전기사가 차를 몰고 오자 강지한은 심미연을 차로 끌고 갔다.“집으로 가!”심미연의 심장이 철렁했다.대낮에 집으로 돌아간다니, 또 그런 짓을 하려고?아까 화장실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걸 이어가려는 거다.강지한과 3년 동안 부부로 지내오면서 그가 밤일에 얼마나 뛰어난지 잘 알았다.처음 결혼했을 때는 매일 밤부터 새벽까지 지칠 줄 모르고 달리다가 나중엔 서서히 줄어들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누울 때면 그는 매번 원했다.과거에 그녀는 그를 사랑했고 임신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가 원한다면 기꺼이 응했지만 이제 그녀는 임신과 함께 이혼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그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하지만...강지한을 만족시키지 않으면 외할머니 약은 어떡하나.“지한 씨, 나 로펌에 출근해야 해. 오후에 할 일이 많아서 지체할 여유가 없어!” 그녀가 서둘러 말하자 강지한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심미연, 나 화난 거 안 보여? 온지유라면 벌써 눈치챘어.”온지유는 눈치챌 뿐만 아니라 그를 달래줬을 거다.“안 보여, 나 눈이 멀었어.”심미연은 사랑하고 달래주는 사람이 있다고 과시하는 남자에게 속으로 저주를 퍼부었다.‘비열해!’강지한은 그녀의 얼굴을 꼬집었다.“계속 고집부려봐. 이따가 울면서 빌게 될 거니까.”그와 심미연 사이의 갈등은 대부분 침대에서 해결됐다.그게 이젠 두 사람의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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