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보란 듯이 잘난 척하는 심미연을 가만히 내버려 두는 강지한에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온지유가 또 떼를 쓰기 시작하자 강지한은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다.“알겠다고 할 뿐이지 그걸 꼭 다 지킨다는 건 아니야. 너 지금 임산부야,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하면 배 속의 아이한테도 안 좋아.”그의 말을 들은 온지유는 눈물을 도로 집어넣으며 다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알겠어, 감정 조절 잘할게.”사실 온지유의 기분은 강지한의 태도에 의해 좌우지됐지만 온지유는 그걸 사실대로 말하진 못했다.“넌 이제 로펌으로 가, 나 심미연이랑 얘기 좀 할게.”“지한 씨는 진짜 안 가? 같이 가자, 응?”온지유는 강지한의 팔을 잡고 그를 올려다보며 졸라대고 있었다.심미연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사실 강지한이 온지유를 거절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었기에 굳이 듣지 않아도 대답이 어떨지는 이미 예상이 갔다.“알겠어.”역시나, 예상한 대답을 뱉어내는 강지한에 심미연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하지만 강지한에게 버려지는 건 3년 동안 자주 겪어온 일이었기에 별로 큰 상처는 아니었다.“지한 씨, 나 좀 어지러운데 부축 좀 해줘.”그 대답에 만족스럽게 웃은 온지유는 강지한의 손을 잡으며 그가 보지 못하게 심미연을 향해 웃어 보였다.이긴 건 나라고,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의 웃음이었다.“가자 그럼.”하지만 온지유의 도발에도 심미연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본 강지한은 그 평온한 표정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미연아, 같이 가자.”그때 온지유가 보란 듯이 손을 저으며 자신을 부르자 심미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등을 돌려 제 갈 길을 가버렸다.그리고는 강지한과의 이혼에 더욱더 확신을 가졌다.앞으로 이런 모습을 더 보다가는 정말 암이라도 걸릴 것 같아서 몸을 위해서라도 이혼만이 답인 것 같았다.한편 미련 없이 돌린 등을 보며 강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주름이 새겨질 정도로 깊게 찌푸린 미간을 한 채 심
Last Updated : 2024-12-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