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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다시, 너를 붙잡다: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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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저도 모르게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내뱉은 임현은 당장이라도 제 혀를 뽑아버리고 싶었지만 온지유는 그 호칭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웃으며 대답했다.사모님이라는 호칭을 들은 심미연은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찢어버리고는 임현을 향해 말했다.“임현 씨는 나가서 의뢰인 상황 좀 알아봐요, 나는 온 팀장님과 얘기 좀 해야겠어.”심미연 손에 들린 찢겨진 자료를 보던 임현은 화가 나 보이는 심미연에 뭐라 묻지도 못하고 방을 나섰다.온지유가 심미연의 팀장 자리를 뺏어서 화가 난 줄로만 알지 화를 내는 이유가 강지한과 온지유 사이 때문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 하는 임현이었다.“심미연, 뭐 하자는 거야? 전화는 왜 안 받아?”임현이 나가자마자 소리를 지르는 온지유에 심미연은 고개를 들어 올리며 대꾸했다.“일 처리에 어려운 게 있으면 회사 단톡방에 물어보세요, 직원들이 착해서 다들 대답은 해줄 거에요. 저는 팀장님 부하직원일 뿐인데 너무 가깝게 지내면 다들 오해하잖아요. 그럼 저는 어쩔 수 없이 사실을 말해야 하는데, 제가 지한 씨 아내고 팀장님이 불륜녀라는 사실을 직원들이 다 알게 돼도 괜찮으세요?”심미연은 일부러 말을 천천히 하며 불륜녀라는 단어에는 더 힘을 주었다.온지유가 이곳에 온 건 그저 자신의 기를 꺾어놓기 위함임을 알기에 심미연은 오히려 더 당당하게 말해야만 했다.강지한이 없으니 연기를 할 필요도 없었던 온지유는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너랑 지한 씨 사이가 밝혀지면 지한 씨가 널 가만둘 것 같아?”그에 심미연은 눈꼬리를 접어 올리며 대꾸했다.“우리 사이가 밝혀지면 곤란한 건 너겠지, 그러게 누가 내연녀로 살래?”“아직 제대로 핀트가 나가진 않았으니까 그 전에 할 말 있으면 빨리하고 꺼져.”“네가 감히 그럴 수나 있겠어?”자신을 죽어라고 노려보는 온지유를 보며 심미연은 머리칼을 쓸어넘겼다.“나는 못 해도 할 사람은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한번 해볼까 진짜?”“심미연, 이 미친년이!”할아버지를 언급하는 심미연에 그가 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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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내가 방금 들었는데, 심미연이 전에 대표였던 사람하고 묘하게 엮여 있었대. 둘이 자주 같이 다녔고 사무실에 들어가면 반나절씩 있다가 나오고 그랬다던데? 사람들이 그러는데 리우에서 실적이 좋은 것도 다 그런 더러운 방법으로 얻어낸 거래. 경성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남자랑 잤다는 말들 엄청 많아!”온지유는 일부러 말끝을 흐리며 입에 담기도 힘들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온지유, 너 이제 변호사야. 헛소리로 사람 욕할 거면 확실한 증거부터 들고 와. 로펌에 떠도는 소문을 나한테 와서 떠들 시간이 있으면 네 일부터 똑바로 해. 나 바쁜 거 너도 알잖아. 앞으로 이런 쓸데없는 얘긴 확실해지고 나서 말해.”강지한은 짜증 난다는 듯 손가락으로 미간을 꾹꾹 눌렀다.결혼한 지 3년 동안 심미연은 늘 바빴지만 그래도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했고 퇴근 후에도 저녁을 직접 만들어왔으며 강지한의 옷은 항상 손으로 빨아놨었다.그래서 강지한은 그녀가 마음속에 다른 사람을 품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몸을 이용해 거래까지 할 사람은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남자의 직감은 때로는 놀랍도록 정확해서 머리로는 심미연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와 엮였었다는 말을 듣는 건 언제나 기분 나쁜 일이었다.강지한이 심미연을 질색하게 만들어 그녀를 집에서 쫓아내려고 일부러 과장해서 떠들던 온지유는 예상치 못한 강지한의 반응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냥 거절도 아니고 자신을 타박하기까지 하니 더 이상 말을 이을 수도 없었다. 전에는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 믿어줬던 강지한이 지금은 조금 변한 것 같았다.“리우는 이제 네 소관이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문 퍼뜨리는 사람은 바로 잘라.”싸늘한 강지한의 목소리에 온지유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나 팀장 단지도 얼마 안 됐는데 갑자기 사람부터 자르면 직원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우선 경고부터 주고 또 그러면 그때 자를게. 그래도 돼?”강지한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불안해진 온지유는 좀처럼 알 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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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임현은 잠시 벙쪄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오늘 새로 부임한 대표가 직접 온지유를 데리고 왔다는 건 대놓고 ‘공식 발표’를 한 거나 다름없었기에 온지유가 대표 부인일 거라고 다들 추측하고 있었지만 심미연이 아니라고 했으니 그녀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는 임현은 그렇게 믿기로 했다.그때 갑자기 울린 전화벨 소리에 심미연은 대화를 멈추고 핸드폰을 들어보았다.“안녕하세요, 리우 로펌 심미연입니다.” 처음 보는 번호라 잠시 고민하던 심미연이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로 차가운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야.”그 익숙한 목소리에 심미연은 금세 그녀가 강지한의 어머니라는 걸 알아차리고는 입술을 말아 문 채 낯선 사람 대하듯 대꾸했다. “무슨 일이시죠, 여사님?”결혼 이후, 어미님이라는 호칭 대신 여사님이라고 부르도록 요구한 문소영에 심미연은 외부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기식으로 부를 때 말고는 늘 깎듯이 여사님이라고 불렀었다.“운정카페로 와. 할 말 있어.”문소영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본론부터 말했다.“지금 근무 시간이라 퇴근하고 다시 연락드려도 될까요?”심미연은 상대방이 흠잡을 수 없을 정도로 공손한 말투로 예의 바르게 물었다. 한 번도 자신을 좋아한 적이 없는 문소영의 부름인지라 이번 만남도 좋은 일이 아닐 게 뻔해서 심미연은 마음의 준비라고 하고 싶었지만 문소영은 제 할 말만 마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내가 지금 리우 앞 카페로 갈 거야. 30분 뒤에 봐.”자신의 의견을 묵살해버리는 문소영에 심미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가 찾아올 만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혹시 할아버님이 준 지분 때문인가.여러 가지 가능성을 떠올리던 심미연은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서둘러 책상 위의 서류를 정리한 뒤 가방을 챙겨 일어서며 임현에게 말했다.“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급한 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네, 변호사님. 조심히 다녀오세요.”심미연이 사무실을 나가자마자 들어온 온지유에 임현은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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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심미연, 너 뭐 하는 거야? 어머니를 네가 왜 몰래 만나!” 마음이 급해진 온지유는 임현을 한 번 노려보고는 급히 사무실을 빠져나갔다.새로 온 기 센 팀장 때문에 이미 혼이 반쯤 나가 있던 임현은 그녀가 나가자마자 긴 한숨을 내뱉었다.한편 사무실을 나와 바로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온지유는 다급하게 협박조로 말했다.“심미연, 당장 로펌으로 돌아와. 내 말 안 듣고 계속 어머니 만나면 너 지금 바로 해고할 거야!”대답하기도 귀찮았던 심미연은 전화를 끊고 길 건너에 있는 리우로펌을 한 번 바라보았다. 예쁜 눈으로 그곳을 한참동안이나 주시하던 심미연은 익숙한 인영이 급히 정문을 나오는 게 보이자 그제야 몸을 돌려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문소영은 한참 만에 온 그녀를 보며 얼굴을 찡그린 채 짜증부터 냈다.“그냥 길만 건너면 되는데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 너 때문에 30분이나 기다렸잖아. 할아버님이 너 감싸주신다고 내가 너 못 건드릴 거라고 생각하는 거니?”문소영 맞은편의 의자를 꺼내며 앉던 심미연은 웃으면서 말했다.“들어오려고 했는데 우연히 의뢰인을 만나서 잠깐 얘기했어요. 늦어서 죄송해요 여사님.”공손하면서도 친절한 태도였지만 문소영은 뭐가 그렇게 못마땅한지 차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가 직접 일해서 번 돈? 고작 그거 가지고 가방 하나는 사겠니? 뭐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다고 그렇게 유세야, 안 부끄러워?”심미연은 갑자기 자신을 찾아와 쓸데없는 말들만 늘어놓는 그녀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시어머니와 싸우는 건 옳지 않았기에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강지한 씨랑 저 사이엔 아무 감정도 없는 거 여사님도 아시잖아요. 그 사람한테 못 기대니까 제가 직접 벌어야죠.”강지한 매달 주는 2천만 원은 전부 집에 들어가는 돈이었기에 심미연 본인의 차 할부, 생활비, 기름값 등 나머지 지출은 심미연이 직접 벌어야만 했다. 강지한에게 손을 벌리는 건 심미연도 원치 않았고 손을 벌린다 해도 줄 강지한이 아니었다.심미연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문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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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자신과 강지한의 결혼으로 인해 친조카 일은 포기한 줄로 알았는데 오늘 문소영의 태도를 보니 아직도 계획 중인 것 같았다.3년 동안 잠잠하다가 이번에 찾아온 것도 할아버님이 주식을 주시니 계획을 서둘러야겠다 싶어서 온 것 같았다.문소영이 이토록 이혼을 재촉하는 건 이혼을 해야 다른 여자를 강지한의 침대에 올려보낼 수 있어서 일 것이다.심미연이 강지한과 결혼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이유 때문이니까.“누가 불륜이고 누가 사실혼이야.”그때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에 심미연은 몸이 얼어붙어 버렸다.그 목소리는 틀림없이 강지한인데 그가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온 건지 의아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하지만 심미연은 이내 감정을 추스르고 머리를 넘기며 고개를 돌려 예쁜 눈을 접어 웃어 보였다.“여기 공공장소인데 그런 얘기는 자제하는 게 좋지 않을까?”“너 어떻게 지한 씨를 두고 그런 얘기를 해? 지한 씨가 너한테 얼마나 진심인데, 미안하지도 않니?”그때 또 슬픈 척 연기를 하며 끼어드는 온지유에 심미연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네가 무슨 염치로 감히 그런 말을 해?”“기사에 얼굴 비추고 싶은 거면 말만 해. 너희가 방을 몇 번이나 잡았고 선물은 또 몇 번이나 오갔는지 내가 하나하나 다 읊어줄 테니까.”“미연아, 제발 나 좀 내버려 둬. 왜 자꾸 모함하는 거야, 나 이제 더는 내 명예 실추시키고 싶지 않아.”그에 온지유가 눈시울 붉힌 채 몸을 떨어대자 심미연은 어이없다는 듯 대꾸했다.“누가 널 모함해, 헛소리도 정도껏 해야지.”유언비어는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저렇게 마음껏 떠들어대는 온지유가 심미연은 추해 보이기만 했다.하지만 온지유는 자신의 연기를 계속 이어나갔다.“네가 며칠 전에 기사 올려서 나 상도 취소될 뻔했어. 다행히 상은 지켰지만 이제 무용단에도 못 돌아가게 생겼어. 우리 사이에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다고 나를 이렇게 못살게 구는 거야?”흥분했는지 말을 하면서 딸꾹질까지 해대는 모습이 남이 보기에는 아주 가여워 보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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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가시지 않는 고통에 심미연은 희미해진 시야에 강지한을 담으며 말했다.“쟤가 연기하는 건 눈에 안 보여?”강지한처럼 똑똑한 사람이 온지유의 얕은수를 못 보아낼 리 없었지만 강지한은 늘 그녀에게 속아줬었다.그러면서 상처를 입은 자신한테만 이토록 가혹했다.아무리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사람이면 걱정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지유는 쓰러지려고 했고 너는 멀쩡히 서 있잖아, 지금 나 안 따라 나오면 내일부터 출근 못 하게 될 거야.”내연녀가 아내에게 누명을 씌우는 걸 보고만 있으면서 내연녀를 감싸기 위해 일로 협박까지 해오는 강지한과 자신이 처한 우스운 상황에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던 심미연은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공사는 명확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내 착각이었나 보네.”“지유 쓰러지잖아, 얼른 병원부터 보내. 미연이는 내가 잘 돌려보낼게.”그때 방관만 하던 문소영이 갑자기 입을 열자 강지한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엄마가 어른인데 뭐하러 여기까지 찾아와요.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요, 내가 심미연 데리고 가면 돼요.”강지한은 이내 심미연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어나갔다.“계속 버티고 있으면 지유 잘못되라고 일부러 시간 끄는 걸로 생각할 거야.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잖아. 너 감당 할 수 있겠어?”차갑기만 한 게 아니라 시리기까지 한 말에 심미연은 한기가 피부를 뚫고 뼈를 타고 온몸에 전해지는 것만 같아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려왔다.가슴에서 느껴지던 통증도 이젠 무뎌지고 그저 치가 떨리게 시린 느낌만이 몸을 에워싸고 있었다.온지유가 기절한 척 연기하는 것만 아니었으면 잔인한 강지한의 말에 진작에 웃음을 터뜨리고도 남았을 것이다.한편 문소영은 심미연과 대화하는 강지한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의 속내를 알아내려고 했지만 워낙 속마음을 감추는데 능숙한 강지한이라 그녀는 아무것도 보아내지 못했다.하지만 이상하게 어딘가 찝찝했다.“심미연.”그때 강지한이 다시 낮은 목소리로 심미연을 부르자 심미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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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어쩐지 3년 동안 그 흔한 파티하나 참석하라는 말이 없다 했는데 그게 다 자신이 예의를 몰라서 강씨 집안 얼굴에 먹칠이라도 할까 봐 걱정돼서였다는 걸 심미연은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물론 집안에서는 내놓은 자식 취급을 받았던 건 맞지만 그래도 외할머니랑 살면서 할머니가 사람까지 붙여줘서 웬만한 건 다 교육을 받은 상태였다.웃는 모습부터 인사, 식사예절까지 빠지지 않고 다 배워서 어느 재벌 집 딸들과 비겨도 뒤지지 않을 자신은 충분했다.강지한과 결혼한 뒤에도 늘 행동거지에 심혈을 기울이며 나름대로 재벌 집 사모님 노릇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보니 그건 다 저만의 착각이었던 것 같았다.강지한에게 저는 그저 잠자리 상대에 불과한 것 같았다.침대 위에서는 그 어떤 예의도 필요하지 않았으니까.한편 심미연에게 예절을 가르치라는 강지한의 말에 그제야 마음이 편해진 문소영이 웃으며 대꾸했다.“그래, 내가 시간 내서 잘 가르쳐놓을게.”“그럼 좀 서둘러주세요, 얼마 뒤에 한원 그룹 어르신 생신이신데 그날 심미연도 데려갈 거에요. 엄마가 잘 가르쳤는지 그날 확인할게요.”심미연을 한원 그룹 회장의 생일파티에 데리고 가는 걸 지금 결정했다는 듯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강지한이었지만 그의 품에 안긴 온지유는 무언가 이상했다.하지만 굳이 또 어디가 이상하다고 짚어낼 수는 없어서 그저 눈을 감고만 있었다.문소영은 온지유를 안고 있는 강지한을 보며 문득 심미연이 불쌍하게 느껴졌다.남편 사랑을 못 받으면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게 여자인데 그런 상황에 닥친 게 심미연이라 같은 여자로서 생긴 측은지심인 것 같았다.할 말을 마친 강지한은 온지유를 안고 카페를 나섰다.카페 앞에는 심미연이 서 있었는데 가만히 서 있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얌전해 보여 그녀의 외모만 봐서는 그녀가 법정에서 목에 핏대를 세우며 싸우는 변호사일 거라고는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다.강지한은 그런 심미연을 보며 그녀에게로 다가가 말했다.“가서 차 가져와.”그 목소리에 생각을 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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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그래, 온지유는 남이 아니라 당신 여자지, 내가 남이야!”강지한을 차갑게 노려보며 말을 마친 심미연은 바로 등을 돌려 걸어갔다.여기서 더 말하면 그에게 손을 댈 것만 같아 간신히 참은 건데 양심이라고는 없는 강지한은 또 한숨을 쉬며 짜증 섞인 말을 내뱉었다.“심미연, 너 진짜 속 좁은 거 알아?”온지유는 강씨 집안 족보에 이름을 올린 한 집안사람인데 그녀에게만 매정한 심미연이 강지한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의 말에 발걸음을 멈춘 심미연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그렇게 내가 형님보다 못난 사람인 것 같으면 빨리 서류에 사인이나 해, 이혼하고 각자 갈 길 가자.”강지한은 이혼서류에는 사인도 안 하면서 또 이래저래 꼬투리만 잡고 있었기에 심미연은 그가 자신을 괴롭히려고 일부러 그런다고만 생각했다.“이혼 얘기 한 번만 더해.”하지만 강지한은 강지한대로 이혼을 시도 때도 없이 입에 올리며 결혼을 애들 장난으로 생각하는 심미연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낮은 목소리로 화를 참으며 말했다.강지한이 막무가내로 나오자 심미연도 그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이혼 얘기 듣기 싫으면 너부터 온지유랑 거리 유지해, 둘이 같이 기사에 오르는 거 나 더는 못 봐줘. 약속하면 나도 이혼 얘기는 안 꺼낼게.”일말의 보장도 없는 결혼생활은 심미연에게도 고통에 불과했기에 결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는 것이었다.“심미연...”강지한이 그 말에 대답하려고 할 때 그 품에 안겨있던 온지유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지한 씨, 여기 어디야? 나 쓰러졌었어?”지금 눈을 뜨지 않으면 강지한이 그녀의 말에 응할 것만 같아 온지유는 연기도 집어치워 버렸다.정말 강지한이 심미연 말대로 자신과 거리를 두면 둘 사이는 여기서 끝이 날 것만 같아서 일단은 그걸 막는 게 먼저였다.강지한도 그제야 온지유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너 아까 쓰러졌었어. 괜찮아? 병원 갈까?”“저혈당으로 쓰러진 걸 거야. 괜찮으니까 병원은 안 가도 돼.”간드러지는 목소리로 고개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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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일부러 보란 듯이 잘난 척하는 심미연을 가만히 내버려 두는 강지한에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온지유가 또 떼를 쓰기 시작하자 강지한은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다.“알겠다고 할 뿐이지 그걸 꼭 다 지킨다는 건 아니야. 너 지금 임산부야,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하면 배 속의 아이한테도 안 좋아.”그의 말을 들은 온지유는 눈물을 도로 집어넣으며 다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알겠어, 감정 조절 잘할게.”사실 온지유의 기분은 강지한의 태도에 의해 좌우지됐지만 온지유는 그걸 사실대로 말하진 못했다.“넌 이제 로펌으로 가, 나 심미연이랑 얘기 좀 할게.”“지한 씨는 진짜 안 가? 같이 가자, 응?”온지유는 강지한의 팔을 잡고 그를 올려다보며 졸라대고 있었다.심미연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사실 강지한이 온지유를 거절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었기에 굳이 듣지 않아도 대답이 어떨지는 이미 예상이 갔다.“알겠어.”역시나, 예상한 대답을 뱉어내는 강지한에 심미연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하지만 강지한에게 버려지는 건 3년 동안 자주 겪어온 일이었기에 별로 큰 상처는 아니었다.“지한 씨, 나 좀 어지러운데 부축 좀 해줘.”그 대답에 만족스럽게 웃은 온지유는 강지한의 손을 잡으며 그가 보지 못하게 심미연을 향해 웃어 보였다.이긴 건 나라고,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의 웃음이었다.“가자 그럼.”하지만 온지유의 도발에도 심미연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본 강지한은 그 평온한 표정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미연아, 같이 가자.”그때 온지유가 보란 듯이 손을 저으며 자신을 부르자 심미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등을 돌려 제 갈 길을 가버렸다.그리고는 강지한과의 이혼에 더욱더 확신을 가졌다.앞으로 이런 모습을 더 보다가는 정말 암이라도 걸릴 것 같아서 몸을 위해서라도 이혼만이 답인 것 같았다.한편 미련 없이 돌린 등을 보며 강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주름이 새겨질 정도로 깊게 찌푸린 미간을 한 채 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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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심미연 씨, 듣고 있어요?”그에 정신을 차린 심미연이 알겠다는 대답을 하고 서둘러 가방을 챙긴 뒤 방을 나섰는데 마침 들어오고 있던 강지한과 온지유를 마주쳐버린 것이다.심미연은 못 본 척 지나치려고 했지만 온지유는 당연히 그녀를 쉽게 보내줄 리가 없었다.“심미연, 너 또 어디가?”“병원.”온지유의 말에 발걸음을 멈춘 심미연이 온지유를 보며 말했다.그리고 강지한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신약 얘기를 꺼내려고 시도해봤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그래서 일단은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고 정 방법이 없으면 그때 강지한에게 말하기로 했다.예전 같았으면 할머니 병세에 대해 전해 듣자마자 강지한을 떠올렸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으니 그럴 수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심미연의 말에 강지한은 전에 성무진에게서 들었던 심미연 외할머니 병에 대해 떠올렸다.아마도 신약이 필요한 것 같은데 심미연은 돈을 들여 다른 약을 사들일지언정 저에게는 절대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그게 또 선을 긋는 것 같아 강지한은 강지한 나름대로 못마땅했다.“할 얘기 있으니까 얘기 마치고 가.”온지유는 말을 하면서도 옆에 서 있는 남자의 눈치를 봤다.혹여나 심미연이 아까 한 말을 들었을까 봐 쳐다본 건데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는 강지한은 들었어도 도와줄 것 같지 않아 보였다.“나 지금 급하니까 나중에 얘기해.”한 시간 전에 같이 다니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서 이렇게 다정한 부부마냥 온지유와 한 프레임에 서 있는 강지한에 역겨워 난 심미연은 무표정으로 대꾸했다.“미연이 화난 것 같은데, 지한 씨가 나 데려다줘서 그런 거 아니야?”제가 뻔히 듣고 있는데 일부러 강지한을 보며 말하는 온지유에 심미연은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그딴 거 신경 안 쓰니까 어디 사무실에라도 들어가 있어. 여기 계속 서 있으면 또 우리 삼각관계에 대해서 다들 수군댈 거야. 앞으로 누가 또 내가 강지한 침대에 기어올랐다느니 뭐니 하는 헛소문 퍼뜨리면... 그땐 혼인신고서 단톡방에 뿌려버릴 거야.”할머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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