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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다시, 너를 붙잡다: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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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할아버지는 눈치 볼 필요 없으시겠지만, 미연이는 그렇지 않을 겁니다. 할아버지,어머니가 초강수를 두시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요.”강지한은 단지 객관적으로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서류를 나에게 돌려줘! 난 먼저 돌아갈 거야!”강지한의 걱정들은 강준형도 이미 여러 번 생각해 본 것들이었다.“내 말대로 해. 지분을 미연이에게 넘겨라. 그렇게만 하면, 며칠 후 내가 변호사를 불러 유언장을 작성해 모든 주식을 네게 넘길 테니!”강지한은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유언장도 쓰지 마세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는 게 더 중요해요.”강준형은 쓴웃음을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내 나이가 여든이다, 지한아. 오래 살았지. 지금 내 소원은 단 하나야. 증손자를 한 번 안아보는 것.”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덧붙였다.“증손녀라도 상관없어. 그런데 너희 결혼한 지 3년이 지났는데 왜 아직 아이가 없는 거냐? 설마 네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니겠지?”임신 이야기가 나오자, 강준형의 얼굴에는 짜증이 서렸다.카톡방에서 친구들이 손주와 증손주 사진을 올리며 자랑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지한이는 건강해 보이는데 왜 아이가 안 생기는 거야?’강지한은 침착하게 대답했다.“미연이가 아직 어리고, 일도 바쁘잖아요. 아이를 가질 여유가 없죠.”그는 심미연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와 아이를 가질 이유도 없었다.더군다나 강씨 가문은 외부에서 보이는 것처럼 화목한 가족이 아니었다.사람들의 속마음은 음침했고, 계산적이었으며, 각자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심미연이 아이를 낳는다면 강씨 가문 내의 적대적인 인물들이 아이를 해치려 들 게 뻔했다.강지한은 자신의 아이가 그런 위험을 겪는 건 절대로 원하지 않았다.그는 과거 도망 다니던 자신의 삶을 떠올렸다.‘그 길은 너무 고통스러웠어. 내 아이가 그런 삶을 살게 할 순 없어.’강준형은 한숨을 쉬며 참다못해 말했다.“너는 이노하이브의 총괄 대표인데, 그렇게 돈이 많으면서도 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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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사모님께 미리 알려드릴까요?”성 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만약 미리 알려준다면, 드레스는 심미연이 직접 고르도록 하면 될 터였다. 게다가 그녀가 직접 고르는 편이 마음에 들 확률이 높았다.강지한은 짧게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럴 필요 없어. 그때 가서 내가 직접 말할 거야.”그는 입가에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날 상황을 직접 지켜보며 구경하는 재미를 놓칠 수는 없었다.‘미리 말해버리면 어떻게 그런 장면을 볼 수 있겠어...’성 비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연구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누군가가 큰돈을 주고 새로 개발된 신약을 사고 싶다고 했습니다. 구매자를 조사해 보니... 사모님이더군요.”강지한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외할머님의 병은 매달 지원받는 특수 지원금으로 충분히 치료받고 있지 않나? 필요한 약은 병원에서 바로 처방받으면 될 텐데, 왜 심미연이 직접 약을 사려고 하지?”성 비서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그 신약이 생산량이 적고 효과가 좋아서 늘 품절 상태라고 합니다. 아마 병원에서도 재고를 구하지 못해 사모님께서 직접 방법을 찾으신 것 같습니다.”성 비서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사모님이 자기 돈까지 써가며 약을 구하려고 했다니... 대표님께 도움을 청하지 않은 걸 보면 이미 대표님께 크게 실망하신 모양이네...’강지한의 얼굴에는 어두운 기운이 스쳤다.“연구소에 미리 입김 넣어. 심미연에게 약을 사고 싶으면 직접 나를 찾아오라고 말이야.”그의 눈빛은 차갑게 빛났다.‘심미연의 외할머니가 살아 있는 한, 심미연은 내 곁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어. 이건 내 손안에 확실히 묶어둘 수 있는 카드야.’다만, 강지한은 심미연에게 느끼는 이 소유욕이 단지 습관 때문인지, 아니면 더 깊은 무언가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성 비서는 대표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이 일을 보고하지 말았어야 했어. 대표님은 이 기회를 이용해 사모님을 더 옭아매려고 하실 거야.’그러나 이미 늦은 일이었다.강지한은 손에 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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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하지만 심서연과 심씨 가문이 얽혀 있다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네. 만약 박유진이 아니라면, 새 대표이사님은 도대체 누구지?’그때 누군가의 비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심 변호사님, 얼굴이 왜 그렇게 안 좋아요? 혹시 새 대표이사님 오고 나면 지금 누리던 혜택을 못 누릴까 봐 속상하신 거예요?”심미연은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백현지였다.백현지는 심미연과 같은 날 로펌에 입사했지만, 단독으로 법정에 선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 그녀가 주로 맡았던 건 민사 사건 조정 업무뿐이었다.반면 심미연은 뛰어난 성과를 내며 ‘금메달 변호사’라는 별칭까지 얻은 인물이었다.백현지가 심미연을 질투하고 미워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백현지의 비아냥거림은 노골적이었다. 하지만 심미연이 만약 그 태도에 대해 따져 물으면, 사람들은 오히려 심미연을 비난할 게 뻔했다.평소 그녀를 질투하거나 못마땅하게 여겼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도덕적 우월감을 내세우며 그녀를 지적할 터였다.그래서 심미연은 백현지를 상대하지 않았다.대부분은 피하거나, 침묵으로 대응했다.그녀가 겁먹어서가 아니었다.‘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상처받는 건 시간 낭비야. 그리고 불필요한 문제를 만들고 싶지도 않아.’하지만 오늘 백현지는 선을 넘었다.“그러니까 몸으로 얻은 혜택은 오래가지 못하는 거야.”백현지는 비아냥거리며 한 발 더 나아갔다.“근데 뭐, 괜찮아. 내일 새 대표이사님 오시면 목표를 바꿔서 새 대표이사님 침대에 올라타면 되잖아? 어차피 남자 한 명이랑 자봤는데, 열 명이랑 자는 건 또 뭐가 다르겠어?”백현지의 말에 주변 사람들 몇이 소리내어 웃었다.심미연은 예쁘고 뛰어난 업무 능력을 가졌지만, 이런 이유로 로펌에서 질투를 받았고, 인간관계가 원활하지 않았다.이 상황에서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백현지는 그녀를 보며 속으로 비웃었다.‘로펌에 들어왔을 때 심미연만 없었더라면, 내가 지금 이 꼴은 아니었을 텐데. 다 그녀 때문이야! 몇 마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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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백현지는 심미연의 말에 얼굴이 분노와 수치심으로 일그러졌다. 참지 못한 그녀는 심미연에게 달려들어 손톱으로 얼굴을 할퀴려 했다.“닥쳐! 헛소리하지 마!”그녀가 소리쳤다.심미연은 몸을 살짝 틀어 공격을 피하고, 바로 손을 뻗어 백현지를 밖으로 밀쳐냈다.“제가 헛소리를 하는지 아닌지는 CCTV를 보면 알 수 있겠죠?”심미연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단단했다.‘오늘 이 자리에서 백현지를 제대로 제압하지 않으면, 앞으로 로펌의 모든 사람이 나를 깔보고 짓밟으려 들겠지. 그건 절대 안 돼.’그때 누군가가 맞장구를 쳤다.“백 변호사님이 헛소리라고 하셨으니, CCTV 확인하러 가야죠! 확인하면 진실이 나오겠죠?”순식간에 분위기가 고조되며 사람들이 하나둘씩 소리를 높였다.“그래요! 다 같이 가서 확인해 봐요!”“백 변호사님, 가시죠.”주변의 부추김에 백현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CCTV를 확인하면 모든 게 드러날 거야... 현지원도 곤란해질 게 뻔해. 그럴 순 없어!’심미연은 백현지의 변하는 표정을 보고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백 변호사님, 안 가시나요?”그녀는 백현지가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꿰뚫고 있었다.백현지는 입술을 깨물며 버티다 결국 한마디 내뱉었다.“심 변호사님, 당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거예요!”그러고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기세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백현지가 사라지자, 심미연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주변을 둘러봤다.예쁜 눈빛으로 사람들을 가볍게 훑은 뒤 부드럽게 말했다.“여기 계신 분들, 각자 자리로 돌아가셔야죠? 아니면 다른 가십거리가 궁금한 건가요? 어쩌면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그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오히려 사람들을 더 움츠러들게 했다.잠시 후, 사람들은 어색한 분위기를 남긴 채 하나둘 흩어졌다.심미연은 차분하게 탕비실로 들어갔다.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리는 동안에도 머릿속은 복잡했다.‘새로 오는 대표이사님은 어떤 사람일까? 성격이 까다로우면 일하기 정말 힘들 텐데...’그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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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지금까지 현지원은 백현지에게 언성을 높여 본 적조차 없었다.현지원은 짜증이 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답답한 듯 말했다.“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만약 새로 온 대표이사님이 우리 중 한 명을 해고하려 한다면, 네가 날 유혹한 거라고 주장해. 그날 사무실에서 있었던 게 처음이었다고 말하고.”백현지는 현지원의 말에 충격을 받아 눈물조차 멈췄다.“뭐라고?”‘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 정말 내가 알고 있던 책임감 있고 의지가 되던 그 사람이 맞아? 아닐 거야. 분명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현지원은 냉정하게 이어 말했다.“넌 어차피 수습일 뿐이잖아. 아직 정식으로 법정에 서 본 적도 없고, 로펌을 떠난다고 해도 네 미래엔 아무 영향도 없을 거야. 하지만 내가 품행 문제로 해고당하면, 이후에 변호사로서 설 자리를 잃는다고. 네가 직장을 잃으면 내가 널 먹여 살릴 수 있지만, 내가 직장을 잃으면 네가 나를 먹여 살릴 수 있어?”현지원의 간절한 눈빛은 그녀를 설득하려는 의지가 가득했다. 그는 백현지가 늘 자기가 하는 말을 믿어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백현지의 눈물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그동안 나한테 수습 변호사로도 잘하고 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 와서 나를 희생시키고 네가 살겠다고?”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눈빛에는 분노와 실망이 가득했다.“내가 상사 유혹했다는 더러운 꼬리표를 달고 법무법인 리우를 떠나면, 내 변호사 경력은 끝이야!”‘변호사를 못 하면, 그다음엔 내가 뭘 할 수 있지?’현지원은 한숨을 내쉬며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끊었다.“내가 심미연 건드리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왜 말을 안 듣고 괜히 나서서 이런 꼴을 당하냐고! 넌 항상 생각 없이 행동해서 문제를 만들어.”그는 속으로 혀를 찼다.‘왜 이렇게 멍청한 여자를 처음에 끌어들여서 내가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거지?’백현지는 충격과 분노로 얼굴이 굳은 채 물었다.“지금 그게 할 말이야?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그날 네가 굳이 로펌에서 같이 야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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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심미연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눈앞의 주아연을 바라봤다.로펌에 처음 들어왔을 때, 두 사람은 함께 여러 회사를 찾아다니며 협력 논의를 이어갔다.그때는 정말 힘든 시절이었다. 술을 마시다가 토하는 일이 일상이었지만, 심미연은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버텼다.그녀는 마음속으로 항상 주아연에게 고마움을 느꼈다.지난 2년간 가끔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협력했고, 함께 일할 때는 즐거운 순간도 많았다.심미연은 원래 감정적인 말을 잘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쉽게 마음을 나누지도 않았다.하지만 주아연만큼은 조금 달랐다. 그녀에게는 특별한 감정이 있었다.그런데 지금, 심미연은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임현은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는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단숨에 마셨다.“변호사님, 몸이 안 좋아 보이세요. 이 잔은 제가 대신 마실게요.”심미연이 말릴 틈도 없이 임현은 술을 비운 뒤, 목이 메여 기침했다.심미연은 급히 물을 따라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물 좀 마셔요.”주아연은 임현이 심미연 대신 술을 마셔준 것을 보고 예상치 못한 화가 치밀었다.그녀는 비꼬는 목소리로 말했다.“심 변호사님은 정말 인복이 많으시네요. 누가 대신 술까지 마셔주는 사람은 처음 봐요.”심미연은 머리카락을 살짝 넘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주아연을 스치고 지나갔다.“사실 저는 지금껏 아연 씨에게 항상 고마웠어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그 고마움을 접겠습니다.”그녀는 술잔을 집어 조용히 술을 따랐다.잔을 들고 옆에 앉은 대표이사님을 향해 말했다.“대표님, 그동안 저를 키워주시고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떠나신다니 마음이 아프지만, 분명 더 나은 길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이 잔, 대표님께 올립니다.”심미연은 고개를 들어 잔을 한 번에 비웠다.대표이사님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무언가 말하려다 결국 말을 삼켰다. 대신 술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저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습니다. 계속들 즐기세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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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심미연은 강지한이 자신에게는 한 푼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 떠오르며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됐어. 너희들 나 부러워하지 마. 어차피 나도 상류층 부자 2세들을 많이 아니까, 나중에 지한 오빠한테 모임 하나 주선해 달라고 할게. 너희 다 같이 만나면 운 좋으면 서로 마음에 드는 사람도 생길지도 모르잖아!”온지유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는 은근한 자랑이 깃들어 있었다.심미연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속의 통증을 억눌렀다.강지한은 온지유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줄 사람이었다.마치 하늘의 별이라도 따 줄 것 같은 모습이 떠올랐다.밖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온지유를 칭찬하며 한참 떠들더니, 마침내 자리를 떠났다.심미연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칸막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임현에게 메시지를 보내 가방을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다.가방을 받은 그녀는 더 이상 자리에 남아 있지 않았다.그날 밤, 경성의 불꽃놀이 쇼는 큰 화제가 되었다.모두가 ‘온지유’라는 여자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그녀가 약혼자에게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도 깨달았다.심미연은 그날 밤 이불을 끌어안고 동이 틀 때까지 잠들지 못했다....다음 날 오전, 심미연은 법정에서 승소하고 피곤한 얼굴로 로펌으로 돌아왔다.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임현이 작은 목소리로 다가왔다.“변호사님, 저희 팀에 새로운 팀장이 생길 것 같아요. 그런데 변호사님은... 아쉽게도 아닌 것 같아요.”심미연은 미소 지으며 돌아오는 길에 사장님에게서 받은 전화를 떠올렸다.“돌아가서 월요일 사건 자료를 정리해 주세요. 저는 잠깐 사장님 방에 다녀올게요.”심미연이 사장실에 들어가자, 뜻밖에도 강지한이 그곳에 있었다.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 의아해하던 찰나, 사장이 그녀를 불렀다.“심 변호사, 이쪽으로 와서 인사해. 이분은 이노하이브 그룹의 총괄 대표님이시고, 오늘부터 법무법인 리우의 새로운 대표이사님이 되셨어.”심미연은 잠시 멍해졌다.‘강지한이 어젯밤 온지유의 생일 파티를 준비해 준 것 때문에 미안해서 나에게 로펌을 선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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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강지한의 눈빛이 사장의 손을 스치자, 사장은 얼굴이 새파래지며 급히 손을 뗐다.‘강 대표님... 눈으로 레이저를 쏘겠네! 손이 부러지는 줄 알았어!정말 무서운 분이시네...’바로 그때, 문이 열리고 여성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지한 씨, 나 기다리지도 않고 혼자 먼저 올라오면 어떡해!”온지유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심미연은 몸이 굳었다. 그리고 어제 임현이 했던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쳤다.임현은 로펌이 약혼녀에게 선물로 넘어갔다고 말했었다. 처음엔 혹시 박유진이 법무법인 리우를 인수했나 싶었지만, 지금 보니 그 인수자는 강지한이었다.어제 온지유의 생일이었다는 점을 떠올리자,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역시나...’다음 순간 강지한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법무법인 리우는 네가 관리해. 인원 파트와 운영은 네가 전적으로 맡아서 해. 필요한 게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 사무용품 같은 건 성 비서에게 말해.”심미연의 가슴이 갑자기 무거워지며 불길한 예감이 밀려들었다.‘온지유는 무용을 전공한 사람이잖아. 로펌에 와서 자리만 차지하면서 나를 괴롭히겠다는 건가? 강지한은 정말 그녀를 과하게 애지중지하는구나.’“지한 씨, 고마워. 생일 선물 정말 마음에 들어!”온지유는 강지한의 손을 잡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잘생기고, 돈 많고, 마음 넓은 이 남자가 하필 다른 사람의 남편이라니...’온지유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심미연을 향해 웃음을 지었다.“심 변호사님, 예전부터 명성을 많이 들었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온지유의 인사는 강지한과 마치 미리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똑같았다.심미연은 억지로 화를 억누르며 강지한을 똑바로 쳐다보며 단단히 말했다.“강지한, 이게 무슨 뜻이야?”그녀는 두 사람의 관계를 멀리서만 지켜보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자신의 앞에 그들을 매일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터질 것 같았다.강지한은 그녀의 화난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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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강지한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회사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돌아서서 걸어 나갔다.온지유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리고 곧장 따라나섰다.두 사람은 나란히 사무실에서 나왔다.그 순간, 법무법인 리우의 전 사장이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로펌 직원들을 모두 모아 자기소개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대표님과 온지유 씨께서 직원들을 빠르게 파악하실 수 있을 겁니다.”전 사장은 한순간 로펌을 매각한 것이 후회되었다.하지만 좋은 가격에 팔았으니 업무 인계만큼은 성실히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달랬다.강지한은 걸음을 멈추고 잠시 고개를 끄덕이자, 온지유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뒤에 몸을 숨겼다.그 모습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마치 사랑받는 사모님의 모습처럼 비쳤다.맨 뒤에 서 있던 심미연은 두 사람을 보며 손을 꽉 움켜쥐었다.‘온지유는 분명 불륜녀인데도 당당하게 저 자리에 서 있네.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면서...’반면 그녀는 강지한의 아내임에도 불구하고 숨어야만 했다.모든 직원이 자기소개를 마칠 때까지 심미연은 여전히 멍한 상태로 서 있었다.그때 임현이 다급히 팔꿈치로 그녀를 찌르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변호사님, 이제 변호사님 차례예요.”온지유가 심미연을 바라보았다.175cm의 키로 마지막 줄에 서 있었지만, 심미연은 단연 눈에 띄는 존재였다.저녁노을이 유리창을 통해 그녀의 얼굴에 부드럽게 비치며 황금빛 아우라를 더한 듯 보였다.그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온지유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심미연이 있는 곳에선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그냥 들러리처럼 보이게 돼. 심미연과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아!’강지한의 차가운 눈빛이 잠시 심미연의 얼굴에 머물렀다.임현은 긴장하며 다시 한번 심미연을 살짝 밀었다.“변호사님, 새 사장님이 보고 계세요. 어서 말씀하세요.”심미연은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혼팀, 심미연입니다.”온지유가 그녀의 팔찌도, 남편도 빼앗아 갔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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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심 변호사님은 원래 냉정하고 사람을 잘 안 믿는 스타일이잖아. 누구한테나 똑같이 대했지. 오늘도 평소랑 별다른 거 없어 보이는데.”“원래 심 변호사님이 팀장으로 승진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낙하산’이 팀장 자리를 가로채서 화가 나는 것도 이해되지 않아?”“근데 나만 본 거야? 대표님이 심 변호사님 얼굴을 1분 넘게 쳐다본 거? 혹시 대표님, 심 변호사님을 은근히 마음에 들어 하는 거 아니야?”“아니, 어쩌면 심 변호사님이 대표님 침대에 먼저 올라갔을지도 모르지. 지난 4년 동안 남자들 침대를 들락날락한 게 한두 번이 아니잖아. 경험도 많을 테니 뭐.”소곤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자, 심미연은 냉소를 띠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난 어제 백 변호사한테 줬던 교훈이면 다들 조용히 입 닫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내 사생활이 그렇게 궁금한 거예요? 그러면 누가 가서 팝콘 좀 사 와요. 다 같이 팝콘이나 나눠 먹으면서 얘기 좀 해보자고요.”그녀의 차가운 한마디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여자가 예쁘면 사람들 눈에는 그저 보기 좋은 꽃병 같은 존재로만 비춰지기 마련이었다. 예쁘기만 하고 쓸모는 없을 거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여자가 예쁘면서도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면? 그때는 시선이 또 달라졌다. 마치 계산이 빠르고 남자들을 발판 삼아 성공을 쟁취한 사람처럼 여겨졌다.심미연이 4년 전 법무법인 리우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부터, 그녀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하지만 그녀는 그런 시선을 무릅쓰고 필사적으로 노력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녀의 노력을 보지 않았다.그저 그녀가 남자에게 기대어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할 뿐이었다.‘어제 이미 한 번 반격했는데, 오늘도 겁도 없이 나대네.’심미연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아침에 백현지는 그녀를 보자마자 피했고, 주아연도 주저하는 눈빛을 보였다.그녀가 다시 한번 날을 세우자, 사람들이 서둘러 말했다.“심 변호사님,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화내지 마세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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