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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너를 붙잡다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30

399 챕터

제21화

온지유와 강지한에 대한 얘기만 듣지 않으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 것 같아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는데 공교롭게도 온지유와 마주치게 되었다.“너도 나보러 온 거야?”그에 당황한 심미연이 가만히 서 있는데 온지유는 마치 친한 친구를 만난 사람마냥 심미연의 팔짱을 끼며 다정하게 물었다.“의뢰인이 병원에 있어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러 온 거야.”무의식적으로 할머니의 병세를 숨기고 싶었던 건지 심미연은 자연스레 거짓말을 하며 손을 빼내었다.“나 보러 온 게 아니라도 괜찮아, 마침 할 말도 많았는데 앉아서 얘기라도 하자.”온지유는 심미연의 굳은 표정을 못 본 척 계속해서 팔짱을 껴오며 웃어 보였다.그에 어이가 없어진 심미연은 입꼬리를 올려 조롱 섞인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강지한이 너랑 자고 팔찌도 너한테 줬다 해도 나랑 강지한이 이혼하지 않은 이상 너는 염치없는 내연녀일 뿐이야, 그런 너랑 내가 과연 무슨 할 말이 있을까?”이 나이 먹도록 내연녀가 본처 앞에서 이렇게 당당한 건 처음 보는 심미연이었다.뭐 둘이 진짜 사랑하는 걸 부러워하기라도 해야 하는지 심미연은 이 상황이 어이없기만 했다.한편 소란스러운 그 둘을 보며 모여든 사람들은 하나둘 온지유를 두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낭만적인 프러포즈인 줄로만 알았는데 내연녀랑 쓰레기였어? 어떻게 사람이 저래?”“남편을 뺏은 것도 모자라서 팔찌까지, 진짜 하나둘 뺏다 보니까 맛이라도 들린 거야 뭐야.”“전에 기사 난 거 있잖아. 대상도 스폰 써서 받은 거고 스폰서 아이까지 임신했다던데 그게 다 사실이었나 봐.”“진짜 양심이라는 게 없나?”그 말들을 다 들은 온지유는 낯빛이 창백해져 갔다.강지한의 아이를 가졌다고 심미연 앞에서는 당당한 척해도 다른 사람들 눈에 나쁜 년은 온지유였기에 그녀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듣고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개를 들지 못하는 온지유를 보면서도 통쾌한 감정이 들지 않는 심미연은 그녀를 보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네가 강지한 아이 임신한 거 알아. 둘이 같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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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강지한을 보자마자 또 좋은 수가 떠오른 온지유는 바로 그의 품 안으로 달려가 울먹이며 말했다.“지한 씨, 미안해. 내가 지한 씨한테 팔찌 달라고만 안 했어도 미연이가 화내는 일은 없었을 텐데.”“의사가 심신안정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잖아, 울지 마.”강지한은 언짢은 듯 말했지만 그의 말 속에는 다정함이 기본으로 묻어나 있었다.그래서 그 말만 들어도 강지한이 온지유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지한 씨, 팔찌는 이만 돌려줘. 나는 이런 거 낄 자격이 없어.”온지유는 강지한의 손을 잡으며 억울하고 서러운 표정으로 팔찌를 그 위에 올려두었다.온지유도 손주며느리인데 자신에게는 선물은커녕 용돈도 주지 않던 강준형이 심미연에게는 이노하이브 주식과 함께 강씨 집안 가보인 팔찌까지 주니 온지유는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걸 심미연은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받아냈으니 억울함이 가득했지만 그렇게 갖고 싶었던 팔찌라 해도 강지한 앞에서는 안 그런 척 연기를 해야만 했다.“내가 너한테 선물한 건 네 거야, 누가 선물을 다시 돌려줘.”그 수법이 통한 건지 강지한이 온지유 손에 팔찌를 다시 넣어주며 나지막하게 말하자 온지유는 자신이 이겼다는 생각에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심미연을 바라보았다.강지한이 이렇게 말한 이상 심미연은 절대 팔찌를 얻지 못할 것 같아 속이 후련했다.그때 심미연은 핸드폰을 들고 그 둘을 빠르게 찍어대며 말했다.“다음에 둘이 잘 때 나 꼭 불러줘, 좋은 카메라 들고 가서 고화질로 찍어줄게. 그럼 이혼소송할 때 재판장님이 나 불쌍해서 재산 분할 좀 더 해줄 수도 있잖아.”심미연은 정말로 기쁜 사람마냥 환하게 웃으며 미어지는 마음을 아무도 볼 수 없게 꽁꽁 숨겼다.자신이 보는 앞에서 팔찌를 온지유에게 전해주며 저런 말을 내뱉는 걸 보니 강지한도 자신을 아내로 보진 않는 것 같아 더 이상 그와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다.“나랑 지한 씨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오해하지마!”이때 항상 강지한과 엮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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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의 말을 듣고 있던 온지유는 강지한이 그럴 리 없다고 사실을 부정하고 있었는데 그때 심미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는 괜찮은데 나중에 온지유 씨 배 불러오면 그때 가서 사람들이 손가락질 할까 봐 그래, 그런 모습은 당신도 보고 싶지 않잖아.”심미연은 말을 하면서도 자신처럼 아량이 넓은 본처는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때 강지한이 그녀의 팔목을 잡더니 그대로 끌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문이 닫히자마자 큰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잡으며 입을 맞추려 하는 강지한에 심미연은 다급히 손으로 입을 가렸는데 강지한의 입술이 그대로 손에 닿아오자 손은 금세 뜨거워졌다.강지한은 그 모습을 보며 코웃음을 치더니 심미연의 손을 치우고 입술을 맞춰왔다.부드럽게 키스를 이어가는 강지한과 그 사이사이로 풍겨오는 옅은 담배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져 버린 심미연은 그대로 강지한에게 입술을 내어줬는데 1층에 도착해서 문이 열릴 때가 돼서야 소란스러움에 현실을 자각하고 힘을 주어 강지한의 가슴팍을 때렸다.마찬가지로 사람들을 본 강지한은 심미연의 얼굴을 잡아 제 품 안으로 넣으며 말했다.“움직이지 마, 내가 안아서 나갈 거니까 네 얼굴은 안 보일 거야.”그 말에 심미연이 정말로 가만히 있자 강지한은 그녀를 안아 들고 빠르게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왔다.밖에 서 있던 성무진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이내 품 안에 있는 여자가 심미연임을 알아챘다.강지한이 안은 여자는 심미연과 온지유 둘뿐이었는데 온지유를 안을 때는 늘 그녀에게 거리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며 절대 고개를 자신의 가슴에 묻지 못하게 했는데 지금 안겨있는 여자의 자세를 보니 그건 틀림없이 심미연이었다.성무진이 강지한이 올라간 게 심미연을 찾기 위해서였나 하는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장본인은 이미 그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문 열어.”성무진이 차 문을 열자마자 심미연을 뒷좌석에 앉히고 문을 잠근 강지한은 바로 그녀의 위에 올라탔다.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강지한의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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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강지한이 박유진을 언급하자 전에 자신을 구해주기까지 한 사람인데 강지한이 괜히 귀찮게 할까 봐 걱정된 심미연은 다급히 부인했다.“나랑 박유진 씨는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야,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해명을 하는 심미연을 보며 표정을 굳히며 손에 힘을 준 강지한이 말했다.“왜, 내가 박유진 귀찮게 할까 봐 걱정돼?”아까까지만 해도 자신의 손길을 느끼고 있던 사람이 박유진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표정부터 변하는 걸 보니 심미연이 박유진을 얼마나 아끼는지 짐작이 가서 강지한은 기분이 더 나빠졌다.강지한에게 속마음을 들켜버린 심미연은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그런 거 아니야!”제 손에 느껴지는 움직임이 확연히 달라지자 강지한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내 아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거짓말을 잘했지?”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심미연도 그냥 다른 남자를 감싸고 돌았을 뿐인데 강지한은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어올라 목소리까지 떨려왔다.폭풍전야 같은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심미연은 여전히 부정하느라 애썼다.“거짓말 아니야, 나랑 박유진 씨는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라니까.”어제 박유진에게서 빌린 외투도 신하린 집에 그대로 있는데 내일 세탁소에 맡기고 언젠가는 돌려주어야 했다.그런데 심씨 집안에서 박유진의 귀국을 알게 되면 사람을 붙여서 미행할 텐데 그러면 다시 만나기도 어려워질 것 같아 심미연은 옷을 어떻게 돌려줄지도 걱정이었다.한편 강지한은 달싹이는 심미연의 입술을 보고 있으니 더 화가 나서 마치 분노를 표출하듯 거칠게 입술을 빨아들였다.“강지한, 아파...”갑작스러운 고통에 심미연이 몸부림을 치자 강지한은 표정을 굳히고 물었다.“뭐 하는 짓이야? 지금 나 밀어낸 거야?”“그게 아니라 아프다고!”심미연의 해명에 고개를 숙이던 강지한이 입을 열려던 찰나, 그는 그녀의 어깨에 새겨진 빨간 자국을 보게 되었다.색깔을 보니 어제 새겨진 것 같아서 강지한은 자연스레 어젯밤 박유진 품에 안겨있던 심미연의 모습이 떠올라 그녀의 턱을 우악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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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박유진 씨가 날 안은 건 그때 내 옷이 다 찢겨져서 제대로 걸을 수가 없어서야. 박유진 씨는 나를 그저 차에만 태워주고 나는 하린이랑 같이 갔어.”강지한이 믿든 말든 심미연이 한 말들은 전부 사실이었다.하지만 그 말을 다 들은 강지한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어제 그런 기사 난 적 없었어.”역시나 믿지 않는다는 뜻이었다.내연녀랑 쌍으로 하루가 멀다 하게 기사에 이름을 올릴 때는 자신에게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으면서 고작 자국 하나로 자신을 밀어붙이는 강지한에 심미연은 점점 더 실망스러워졌다.“왜 말이 없어? 이젠 거짓말도 못 하겠어?”이미 박유진과 심미연이 부정당한 관계일 거라고 확신한 강지한은 두 눈으로 증거를 확인하기 전에는 심미연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눈물이 고인듯한 눈으로 강지한을 올려다보던 심미연은 갑자기 웃음을 흘리더니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말했다.“그럼 성무진 씨한테 어젯밤 고속도로 CCTV랑 내 입원기록 확인해보라고 연락해. 그럼 거짓인지 아닌지 알 수 있잖아.”한마디 한마디 내뱉을수록 심미연의 심장은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전에는 강지한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그를 이해해보려고 몇 년이나 애를 써왔지만 이제는 그런 생활을 끝낼 때가 된 것 같았다.더 이상 강지한을 보아도 그녀의 심장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하지만 심미연을 보는 강지한의 눈빛은 떨리고 있었다.만약 심미연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를 사지로 밀어 넣은 게 자신이었기에 강지한은 본인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우리 이혼하자.”하지만 강지한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심미연이 눈을 꼭 감은 채 큰 결심이라도 한 듯 다시 한번 이혼을 언급했다.같이 있으면 괴롭기만 한 사이니 빨리 끝내는 편이 서로에게 좋은 것 같았다.“전에 할아버지한테 절대 이혼 안 하겠다고 맹세하고 결혼한 거 잊었어? 이제 와서 이혼이 가능할 것 같아?”경성에 있는 수많은 여자들은 다 강지한의 아내가 되지 못해서 안달인데 그런 저를 제 손으로 버리겠다는 심미연의 이혼 제의에 강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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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의미심장한 심미연의 말에 강지한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야?”“말 그대로야, 네가 한 말 똑바로 기억하라고. 화 풀렸으면 넥타이나 풀어, 나 갈거야.”둘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으며 담담히 말하는 심미연에 강지한은 대꾸도 하지 않고 차에서 내려버렸다.혹시라도 듣지 말아야 할 걸 듣게 될까 봐 멀찍이 떨어져 있긴 했지만 신경은 온통 차에 쏠려있던 성무진은 강지한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에게로 다가갔다.“대표님.”“어젯밤 고속도로 CCTV 확인하고 심미연 이틀 동안 입원한 기록 있는지도 알아봐.”강지한은 심미연의 말을 믿지 않는 게 아니라 눈앞에 놓인 증거를 더 믿는 것뿐이었다.갑작스러운 제 상사의 지시가 의아했지만 성무진은 알겠다는 대답만 남기고 바로 해당 부문에 연락을 했다.성무진이 통화를 하고 있을 때 차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던 강지한은 심미연의 어깨에 새겨진 자국이 자꾸만 떠올라 마음이 복잡해졌다.한편 손이 묶인 채 차에 혼자 남은 심미연은 차 좌석에 넥타이를 마찰하여 끊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문득 차창 너머로 보이는 강지한의 얼굴에 눈이 가버렸다.꿈에도 나올 정도로 9년이나 사랑한 남자였지만 볼꼴 못 볼 꼴 다 보고 나니 이 관계를 끝내는 게 그리 힘들지만은 않았다.그때 빠르게 일 처리를 마친 성무진이 CCTV 영상이 담긴 노트북을 건네자 강지한은 30분이나 되는 영상을 클릭해보았다.그 시간 동안 열심히 넥타이를 풀어낸 심미연은 빨리 옷을 정리하고 강지한 몰래 조용히 차에서 내렸다.하지만 당연히 인기척을 느낀 강지한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자 성무진은 빠르게 달려가 붙잡으려 했지만 영상을 다 확인한 강지한이 노트북을 닫으며 말했다.“됐어, 그냥 보내줘.”그에 성무진이 바로 발걸음을 멈추자 그에게 노트북을 건네며 미간을 매만지던 강지한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회사로 가.”영상을 다 보고 심미연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한 강지한이 자신이 했던 행동들과 못된 말들이 떠올라 어떻게 그녀를 봤으면 좋을지 몰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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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대표님께서 사모님과 의논할 일이 있다고 하십니다, 중요한 일이라는데 혹시 회사로 와주실 수 있으세요?”성무진의 음성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자 심미연은 단호하게 대답했다.“일 때문에 바빠요, 급하면 로펌으로 찾아오라고 대표님께 전해요. 별로 안 급하면 일 다 끝내고 갈게요.”예전 같았으면 성무진의 전화 한 통에 바로 강지한의 회사로 달려갈 정도로 강지한이 최우선이었지만 이혼을 논의하는 사이가 된 지금에 와서는 강지한보다 일이 먼저였다.“알겠습니다.”성무진에게서 심미연의 말을 전해 듣던 강지한은 그녀가 거절했다는 게 의외였다.전에는 쿠키나 밀크티를 사 들고 사무실로 오는 걸 아주 좋아했던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단칼에 거절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 강지한은 성무진이 제대로 전달을 못 한 건가 싶었다.“중요한 일이라고 얘기했어?”이래 봬도 일 잘하는 비서인데 말 한마디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오해를 받은 성무진은 억울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에 미간을 짓누르던 강지한이 말했다.“조금 있다가 할아버지가 주신 주식 심미연한테로 양도할 거니까 담당자들 불러와, 오늘 내로 해결해야 해.”심미연이 사무실에 오려 하지 않는 건 팔찌 때문일 텐데 주식을 내어준다면 그녀의 화도 풀릴 것 같아서 강지한은 어느 때보다도 서둘렀다.성무진이 일을 처리하러 나가자 차를 마시며 마음을 진정시킨 강지한이 심미연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침 비서와 일 얘기를 하고 있던 심미연은 핸드폰에 뜬 강지한의 이름을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성무진과의 통화에서 자신의 의사는 제대로 전달한 것 같은데 또 전화를 해대는 강지한이 귀찮아서 전화를 받지 않고 있자 궁금했던 비서가 넌지시 물었다.“왜 전화 안 받으세요? 설마 심 변호사님 쫓아다니는 남자예요?”심미연이 차갑고 도도해 보여도 얼굴이면 얼굴 몸매면 몸매 빠지는 데가 없어서 로펌 내에서도 인기가 많았기에 혹시나 해서 한 질문이었지만 심미연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그런 거 아니야.”“일단 서류 먼저 보고 있어, 이상한 부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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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온지유가 매번 문자를 보내서 하는 얘기는 똑같았다.임신 아니면 강지한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 떠들어댔기에 심미연은 그녀를 상대하기도 이젠 귀찮았다.이혼을 안 하겠다고 버티고 있는 건 강지한인데 꼭 자신이 매달리는 것처럼 얘기하는 온지유의 말들도 듣기 불편했다.그런데 생각해보면 온지유에 대한 강지한의 사랑이 그녀가 말한 것처럼 큰 것 같진 않았다.임신을 한 걸 뻔히 알면서도 이혼을 안 한다는데 만약 정말 사랑한다면 자신의 여자가 내연녀라는 소리를 듣는 걸 견디지 못할 텐데 강지한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심미연을 답장을 하지 않자 이번에는 전화벨이 울렸고 심미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받았다.“오늘 내 생일인데 밥이라도 같이 먹자, 센추리 파크 근처에 있는 에빈 레스토랑에서 봐.”나긋나긋하게 말하는 온지유에 헛웃음이 나온 심미연이 대답했다.“밥은 됐고 사람 시켜서 선물이나 보내줄게.”매일 눈에 띄지 못해서 안달인 온지유에게 그토록 원하는 관심을 주기로 한 심미연이었다.“선물은 지한 씨가 이미 줬으니까 괜찮아, 너흰 부부잖아, 하나만 하면 되지.”온지유가 가리키는 선물이라는 게 팔찌를 뜻하는 것이었기에 심미연은 단호하게 말했다.“강씨 집안 팔찌 말하는 거야? 며칠 빌려줬다고 해서 그게 네 물건이 되는 건 아니야, 썼으면 돌려줘야지 주인한테. 안 그러면 나중에 찾으러 갈 거야 내가.”말을 마친 심미연은 왠지 모르게 속이 시원했다.온지유가 팔찌를 뺏고 우쭐대면 자신은 그녀를 가차 없이 무시할 수 있는 이 관계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이 팔찌는 강씨 집안 안주인 거지, 네 건 아니잖아.”강지한 앞에서 연기 좀 했다고 정말 팔찌를 되돌려받으려 하는 심미연이 어이가 없었던 온지유가 톡 쏘아붙였지만 심미연은 화도 내지 않고 웃으며 대꾸했다.“그 팔찌는 할아버지가 나한테 주신 거야, 강지한은 내 동의도 없이 너한테 줘버린 거고, 그러니까 넌 내 물건을 훔친 거지.”“그 팔찌는 2억 정도 되거든, 형법 제329조에 의하면 절도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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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진유영은 원래부터 심미연을 존경하는 그녀의 팬이었다.진유영은 팀장직도 심미연에게는 부족한 자리라고 여기며 수석 파트너 변호사쯤은 되어야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내가 아닐 수도 있잖아, 이런 얘기는 내 앞에서나 하지 어디 나가서 떠들고 다니지 마, 남들 비웃겠다.”심미연은 미소를 거두며 진지하게 말했다.로펌에서 다른 사람들과 사이도 별로 안 좋은데 이런 소문이 떠돌다가 혹시라도 승진을 못 하게 되면 한동안 웃음거리가 될 것이기에 그녀는 주위 사람들 입도 단속시켜야 했다.“당연히 변호사님 앞에서만 얘기하죠, 그런데 저녁에 있는 회식엔 참석하실 거예요?”2년 동안 심미연의 비서로 있으면서 얘기도 많이 하다 보니 둘은 이런 대화를 나눔에 있어서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진유영의 질문에 시간을 확인하던 심미연이 답했다.“나 지금 잠깐 나갔다 와야 해서, 회식 잡히면 주소 보내줘, 내가 그리로 갈게.”이노하이브의 주식은 할아버지가 선물해주신 건데 심미연이 안 받는다면 또 온지유에게로 갈 게 뻔해서 심미연은 바로 강지한의 회사로 이동하려 했다.“알겠어요.”그에 진유영도 서류를 정리하며 대답하고는 그녀를 배웅해주었다.“좀 있다 주소 보내드릴게요.”서둘러 로펌을 나선 심미연이 한창 이노하이브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강준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그 이름을 보고 잠시 고민하던 심미연이 전화를 받자 화를 참는듯한 강준형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할아버님.”“미연아, 지금 바로 지한이 회사로 와, 할 얘기 있다.”“네, 바로 갈게요.”강준형이 심미연을 이렇게 급하게 부를 일은 이틀 전에 난 기사뿐이었기에 심미연은 빠르게 회사로 향했다.한편 강지한 사무실 소파에 앉은 강준형은 불같이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난 네가 똑똑한 아이라고 생각해서 내 후계자 자리를 맡긴 건데, 봐봐, 네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나!”“병원에서 청혼한 것도 모자라서 강씨 집안 팔찌를 줘?!”“내가 그거 주면서 꼭 미연이한테 전해주라고 했지, 어떻게 그새 외간여자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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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강준형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기에 강지한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물었다.“진짜 그것밖에 방법이 없어요?”“없어!”심미연에게 준 건 심미연의 것이었기에 강준형의 태도는 아주 단호했다.한쪽에서 숨을 죽이고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성무진도 심미연의 팔찌를 온지유에게 선물해준 건 강지한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그저 직장인 일뿐인 성무진은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진 못했다.“그럼 심미연 오면 물어보고 결정하는 건 어때요?”전에 자신이 도망 다니는 처지일 때 제 손에 돈뭉치를 쥐여주던 온지유가 떠올라 강지한은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때 그 돈이 없었다면 강지한은 진작 죽었을 텐데 목숨을 빚진 사람이 원하는 게 고작 팔찌 하나인데 강지한은 그것만큼은 해주고 싶었다.“물어볼 필요도 없어!”염라대왕이라는 소문과 달리 우물쭈물하기만 하는 손자에 강준형은 또 소리를 쳤다.“멀쩡하던 놈이 어쩌다 이렇게 됐어!”“지한 씨, 나왔어!”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해맑은 온지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전에 강지한이 온지유가 오면 그냥 들여보내라고 지시한 탓에 회사 내에서 감히 그녀를 막는 이는 없었다.며칠 전 직원들이 탕비실에서 온지유를 부러워하며 빨리 그녀에게 붙어야겠다는 대화를 나누던 게 떠올라 성무진은 만약 그들이 진짜 사모님이 심미연인 걸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일지 문득 궁금해졌다.갑자기 나타난 온지유에 놀라던 강지한은 이내 얇은 외투 하나만 걸친 그녀의 옷차림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여긴 왜 왔어? 그리고 옷은 왜 또 그렇게 얇게 입고 다녀, 임신한 몸이라 면역력도 예전 같지 않은데 그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해. 아프다고 또 울 거야?”자신을 타박하면서도 빠르게 옷걸이에 걸려있던 외투를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는 강지한을 온지유는 다정하게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한 씨, 나 팔찌 돌려주러 온 거야.”팔찌를 빼서 강지한에게 건네주면서도 온지유는 아쉬운지 손에 힘은 풀지 않고 있었다.그 얼굴을 보자마자 화를 내려던 강준형은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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