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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작가: 무안안
강준형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기에 강지한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물었다.

“진짜 그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없어!”

심미연에게 준 건 심미연의 것이었기에 강준형의 태도는 아주 단호했다.

한쪽에서 숨을 죽이고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성무진도 심미연의 팔찌를 온지유에게 선물해준 건 강지한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저 직장인 일뿐인 성무진은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진 못했다.

“그럼 심미연 오면 물어보고 결정하는 건 어때요?”

전에 자신이 도망 다니는 처지일 때 제 손에 돈뭉치를 쥐여주던 온지유가 떠올라 강지한은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때 그 돈이 없었다면 강지한은 진작 죽었을 텐데 목숨을 빚진 사람이 원하는 게 고작 팔찌 하나인데 강지한은 그것만큼은 해주고 싶었다.

“물어볼 필요도 없어!”

염라대왕이라는 소문과 달리 우물쭈물하기만 하는 손자에 강준형은 또 소리를 쳤다.

“멀쩡하던 놈이 어쩌다 이렇게 됐어!”

“지한 씨, 나왔어!”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해맑은 온지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에 강지한이 온지유가 오면 그냥 들여보내라고 지시한 탓에 회사 내에서 감히 그녀를 막는 이는 없었다.

며칠 전 직원들이 탕비실에서 온지유를 부러워하며 빨리 그녀에게 붙어야겠다는 대화를 나누던 게 떠올라 성무진은 만약 그들이 진짜 사모님이 심미연인 걸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갑자기 나타난 온지유에 놀라던 강지한은 이내 얇은 외투 하나만 걸친 그녀의 옷차림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여긴 왜 왔어? 그리고 옷은 왜 또 그렇게 얇게 입고 다녀, 임신한 몸이라 면역력도 예전 같지 않은데 그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해. 아프다고 또 울 거야?”

자신을 타박하면서도 빠르게 옷걸이에 걸려있던 외투를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는 강지한을 온지유는 다정하게 올려다보며 말했다.

“지한 씨, 나 팔찌 돌려주러 온 거야.”

팔찌를 빼서 강지한에게 건네주면서도 온지유는 아쉬운지 손에 힘은 풀지 않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자마자 화를 내려던 강준형은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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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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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정
이게 낚시질이 아니면 좋겠다. ㅎ 여기 다~~ 중국소설이지? 계속 이런식이면 나도 이 앱 삭제하고 다른 사람들도 바보안되게 올려서 소문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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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혜자는 필사적으로 감정을 억누르고 다시 말했다.“성 비서님께서 아까 사모님 유품을 가져왔더라고요. 그리고 둘째 도련님께서는 지금 응급실에서 나와 일반 병실로 옮겨졌습니다.”임혜자는 강지한이 너무 걱정되었고 혹시나 그에게 일이 생기면 아무것도 모르는 강준형이 그들을 탓하지는 않을지도 걱정되었다.“네...”강준형을 말을 마치자마자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순간 본가 쪽도 아수라장이 되어 집사들은 그를 곧바로 병원으로 데려갔다.의사와 간호사의 필사적인 노력 끝에 강준형은 깨어날 수 있었지만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김준혁은 그가 깨어난 모습을 보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어르신, 드디어 깨어나셨네요. ”강준형은 겨우 침상에서 일어나 앉더니 온 힘을 다해 집사에게 말했다.“지금 당장 성 비서한테 전화해서 그 팔찌를... 가져오라고 해.”성무진도 마침 병원에 있었기에 빠르게 그의 병실로 오게 되었고 오자마자 주머니에서 그 팔찌를 그에게 넘겨줬는데 조명 아래 비치니 더욱 반짝거리는 모습이 보는 사람을 가슴 아프게 했다.강준형은 떨리는 손으로 팔찌를 건네받고 만져보다가 익숙한 촉감에 결국에는 눈물을 흘렸다.그리고 문득 심미연의 해맑은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녀의 것임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강준형은 마음이 바스라지는 것 같았다. 두 손으로 팔찌를 움켜쥐고 몸을 잘게 떨었는데 마치 누군가가 그의 심장을 칼로 찌르기라도 한 듯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순간 그는 마치 온 세상을 잃은 듯 끝없는 공허함과 절망에 빠져버렸다.김준혁은 그의 모습을 보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어르신, 아직 몸도 성치 않으신데 너무 흥분하시면 심장에 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잠깐 눈 좀 붙이시는 게 어떠세요?”그러나 강준형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그가 그토록 아끼던 심미연이 이렇게 떠나버렸다.시신도 남기지 않고 가버린 사실을 강지한이 깨어나 알게 되면 얼마나 절망적일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3일 후, 강지한이 드디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89화

    강지한은 심미연이 이제 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심장이 바닥으로 내려앉는 것 같았고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는데 도저히 이 참혹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는 뭔가를 말하려고 입을 살짝 벌렸지만 너무 떨려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고 그저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뜨거운 피가 용솟음쳐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 뒤 낮은 신음을 내뱉더니 곧바로 입에서 피를 쏟아내면서 픽 하고 몸이 뒤로 넘어갔다.그리고 마치 온몸의 모든 공기가 다 빠져나간 것처럼 힘없이 차가운 바닥에 그대로 떨어지면서 정신을 잃었다.성무진은 갑자기 들리는 둔탁한 소리에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러나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떨리는 손으로 임혜자에게 전화를 걸었다.“아주머니, 혹시 지금 위층 안방에 가서 강 대표님이 괜찮은지 확인 할 수 있으실까요?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너무 걱정돼서요.”전화 받은 임혜자도 그의 말에 심장이 덜컥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그러나 다년간의 경험으로 그녀는 빠르게 마음을 진정시킨 뒤 성무진을 위로하며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침착할 수 없었다.강지한은 창백한 얼굴로 피를 토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방안에는 이미 피비린내가 가득 퍼져있었다.임혜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119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고 가능한 빨리 차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그러나 기다리는 1분 1초가 너무 괴로웠다.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집 앞에 도착했고 의료진들은 신속하고 질서 있게 방에 들어가 강지한을 조심스럽게 들것에 옮겨 데리고 나갔다.임혜자는 구급차가 떠나고 나서야 한숨을 내쉬며 강지한이 이 고비를 빨리 넘길 수 있도록 기도했다.그렇게 강지한은 빠르게 응급실로 옮겨졌다.응급처치가 끝난 뒤 그는 일반 병실로 옮겨졌는데 여전히 깨나지 못한 채 긴 꿈을 꾸게 되었다.꿈속은 마치 길고 인상 깊었던 영화와 같았는데 프레임마다 그가 심미연과 함께한 3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88화

    “미연 씨랑 완전히 깨진 거야? 그럼 찾으면 이제 내 차례네?”박시훈은 어차피 이제 강지한이 심미연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마침 잘됐다고 생각했다.“박시훈, 지금 너랑 농담할 기분이 아니니까 빨리 사람 풀어서 찾아봐.”강지한의 마음속 불안감이 점점 커졌다.만약 박시훈도 못 찾는 거라면 심미연은 완전히 실종되었다고 봐야 한다.“강지한,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줘. 미연 씨를 아직 사랑하지?”박시훈은 만약 그가 여전히 심미연을 좋아하는 거라면 여기서 깔끔하게 포기하겠다고 다짐했다.친구의 여자를 뺏는 건 도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그러나 강지한은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큰 소리로 답했다.“전혀!”그는 여전히 자존심을 부렸다.강지한의 말에 박시훈은 또다시 히죽거리며 말했다.“그럼 미연 씨를 찾아도 나만 볼 수 있게 어디 숨겨둬야겠다.”강지한은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박시훈, 싫다는 사람을 왜 억지로 데려가려고 해. 그리고 어디까지나 내 전 아내였던 사람인데 들이대고 싶어?”“난 미연 씨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거야. 그게 네 전 아내든 아니든 무슨 상관인데?”박시훈도 살짝 격앙된 목소리로 답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됐어. 난 그만 사람 찾으러 가야겠다.”박시훈과의 통화 뒤에 강지한의 가슴은 더욱 답답해졌다.모태 솔로인 박시훈이 심미연에게 관심을 보이는 게 그리 좋은 일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러다가 그는 모든 잡생각을 다 집어치운 뒤 강준형에게 전화를 걸었고 곧바로 수화기 너머에서 그의 중저음 목소리가 들려왔다.“미연이한테 사과했어? 용서는 받았어?”“혹시 오늘 미연이 만나셨어요?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어요?”강지한은 다짜고짜 그녀가 사라졌다고 할 수 없었기에 에둘러 물었다.“미연이가 사라졌어?”강준형의 물음에 강지한은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그에게 거짓말했다.“혹시 할아버지한테 찾아가서 무슨 이야기 나눴나 궁금해서요.”보아하니 강준형을 만나러 가지도 않은 것 같았다.“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 그런데 너한테는 비밀이야.”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87화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자 강지한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설마 일부러 못 들은 척하는 건가 싶어 머뭇거리다가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미연아, 나 왔어.”들어가 보니 침대는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는데 순간 강지한은 깜짝 놀라 온몸이 굳어졌다.침대 머리맡의 결혼사진은 틀이 깨진 채 신부 머리는 잘려 나가고 웨딩드레스만 남겨져 있었고 침대 위에는 온통 유리 파편이 널려져 있었다.강지한은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한참 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그러다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급히 문을 박차고 아래층에 대고 소리 질렀다.“아주머니, 빨리 올라와 보세요!”임혜자는 무슨 일인지 몰라 부리나케 위층으로 달려갔다.“도련님, 무슨 일이에요?”강지한은 마음속의 화를 애써 억누른 뒤 침실을 가리키며 물었다.“오늘 누가 침실에 들어왔어요?”임혜자는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그에게 답했다.“오늘 사모님만 침실에 들어갔고 누구도 오지 않았는데요? 왜요? 뭐 귀중한 물건이라도 없어졌을까요?”강지한은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미연이는 지금 어디 있어요?”“도련님께서 아까 나가시고 얼마 안 돼서 사모님도 나갔어요. 어디 가시냐고 물어보니까 급한 일이 있다고만 하시고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았는데요. 도련님께 따로 연락하지 않으셨을까요?”임혜자는 이상하다는 듯이 되물었다.심미연은 어디 가면 꼭 강지한에게 먼저 알려줬던 것 같은데 왜 오늘은 나가면서 아무런 말도 없었는지 의문스러웠다.강지한은 마음속의 불안이 점점 커지더니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다.“내려가서 혹시나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지 않는지 한번 물어봐요.”그는 최대한 자연스러워 보이려고 애써 덤덤한 척했다.임혜자는 그렇게 방문을 나오자마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러나 강지한은 여전히 어두운 얼굴로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가 순간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임혜자는 내려가서 모든 사람에게 한 바퀴 물어봤지만 누구도 심미연의 행방을 알지 못했고 그녀는 이제야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86화

    온지유는 박시훈의 말을 듣자마자 그대로 기절했고 경찰은 그녀를 연행해 갔다.박시훈은 차에 앉아 멀리서 사진을 찍어 강지한에게 보여준 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지한아, 일은 이미 해결됐어.”“그래.”“내가 이렇게 고생한 걸 봐서라도 미연 씨한테 제대로 고백할 수 있게 허락해 줘.”박시훈은 이미 비서 쪽에서 오늘 심미연이 모든 증거를 가지고 혼자 경찰서에 갔다는 소리를 듣고 그녀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저런 패기 있는 여자와 함께하면 분명 하루하루가 즐거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꺼져!”강지한은 어두운 얼굴로 그에게 소리를 쳤다.‘감히 누구 여자를 탐내?’“두 사람은 이미 이혼했잖아. 그럼 남남이고 내가 도전해 보겠다는 데 뭐 어때서? 설마 미연 씨랑 다시 합칠 마음이 있는 건 아니겠지?”“신경 쓰지 마!”강지한은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다.그러다가 머리가 복잡해 자리에서 일어서서 창밖의 오가는 차들과 사람들을 말없이 바라보았다.지금껏 심미연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안겨줬기에 아무리 빌어도 이제 그녀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문득 심미연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이 너무 후회스러웠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은 이미 흘렀고 후회해도 늦었다.바로 이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통화버튼을 누르자마자 수화기 너머에서 강형준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지한, 당장 온지유를 데려오지 않으면 지금 네 눈앞에서 혀 깨물고 죽어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심미연은 인터넷에 녹음 하나를 공개했는데 내용에는 그날 밤 온지유와 양경자가 죽기 전의 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이 소식은 이미 널리 널리 퍼져 전 경성의 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다.그리고 드디어 강준형의 귀에까지 들리게 되었는데 그는 이 악독한 여자를 한시라도 빨리 감옥에 가두고 싶었다.사람을 죽였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이미 경찰서에 잡혀갔어요.”강지한은 아주 덤덤하게 말했다.박시훈은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이미 온지유가 저질렀던 모든 추잡한 일을 다 조사해 냈다.그리고 강지한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85화

    온지유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강지한은 비록 몇 년 동안 그녀 앞에서는 항상 온화하고 다정한 모습만 보여줬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냉정하고 무서운 사람이었다.거의 피도 눈물도 없다고 봐야 한다.그런데 강지한은 그날 밤 모든 사실을 다 알게 되었는데도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걸 보면 분명 뭔가가 이상했다.또한 육현성은 분명 그녀에게 내일 저녁에 출발한다고 말했었는데 갑자기 오후에 전화 와서는 오늘 저녁으로 앞당겨졌다고 알렸다.‘함정인가?’온지유는 순간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만약 이 모든 게 강지한의 계획이라면 의심할 여지 없이 그의 손에 죽게 될 것이다.절대 그럴 수는 없다.그리고 그날 강지한이 차라리 죽는 게 나은 삶을 살게 할 거란 말이 다시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온몸에 소름이 끼치기 시작했다.‘설마 진짜 도망칠 수 없단 말인가?’‘아니!’바로 이때, 한 줄기 눈 부신 불빛이 갑자기 그녀의 얼굴에 비쳤다.순간 깜짝 놀란 심미연은 습관적으로 도망치려고 몸을 돌렸다.하지만 그녀의 뒤에는 이미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한 줄로 서서 그녀를 막고 있었다.“온지유 씨, 경찰입니다.”경찰이 신분증을 보여주는 순간 온지유는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했고 더 이상 도망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전화 한 통화만 할게요.”그래도 여기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강지한에게 이 판을 짠 사람이 진짜 그가 맞는지 직접 묻고 싶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강지한 씨가 직접 전해달라고 했거든요...”바로 이때, 박시훈이 차에서 내리더니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왔다.“박시훈 씨? 당신이 어떻게...”온지유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외부 소문에 의하면 현재 전 경성의 정보망은 다 박시훈의 손아귀에 있다고 할 정도로 모르는 게 없는 사람이다.하여 이번 일도 아마 그가 나섰기에 이렇게 쉽게 들켜버렸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래요. 접니다.”불빛이 그의 앳된 얼굴에 비치니 귀여운 외모 때문인지 날카로운 목소리와 많이 상반되는 느낌이었다.“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84화

    그러다가 문득 괜찮아지면 다시 말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니면 신하린이 괜히 걱정만 할 테니까 말이다.“아니면 내가 갈까?”신하린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되물었다.“하린아, 나 진짜 괜찮아.”“그래. 알겠어.”그녀의 단호함에 신하린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심미연은 꺼진 핸드폰을 내려다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하린아, 미안해.’경성을 떠나기로 한 일은 당분간 신하린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신하린은 그녀를 도와 연기를 해야 하는데 만약 심미연의 행방을 알고 있으면 연기가 그다지 리얼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하여 일단 신하린에게도 비밀로 하기로 결정했다.심미연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컴퓨터와 신분증, 그리고 파일과 금고 안에 있던 두 개의 상자만 챙기고 나머지는 다 그대로 남겼다.아래층에 내려와서 차에 타니 방원호는 고작 배낭만 챙긴 심미연에게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다른 짐들은 왜 안 챙겼어?”“거기 가서 사면 되죠. 일단 외할머니한테 데려다주고 선배님은 바로 가면 돼요.”“그래.”방원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심미연이 아무리 멀리 가버려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기에 벌써 그녀를 압박하기 싫었다.빠르게 심미연은 국화꽃을 사 들고 양경자의 묘비 앞에 도착했고 꽃을 내려놓은 뒤 배를 움켜쥐고 조심스레 앉았다.“할머니, 저는 이제 이곳을 떠나 다른 도시로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해요.”“그리고 저 쌍둥이를 임신했어요. 나중에 아이가 좀 크면 할머니 보러 같이 올게요.”“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온지유는 이제 법의 처벌을 받게 되어서 감옥 안에 갇히게 될테니까요...”그렇게 심미연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머물러있다가 돌아섰다.그리고 병원에 돌아와 보니 박유진은 여전히 혼수상태인 채 누워있었다.심미연은 그의 머리맡에 카드 한 장을 남겨뒀다.그리고 병실에서 나오자마자 이미자에게 전화를 걸어 펑펑 울면서 용서를 빌었다.통화까지 마친 뒤 그녀는 주변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홀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83화

    “나도 방금 들었는데 미연 씨가 지금 온지유 씨의 범죄 증거를 입증할 자료들을 가지고 경찰서에 갔대. 아, 그리고 네꺼도...”박시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지한이 다급히 되물었다.“언제 갔대?”“방금. 분명 네가 위조 여권을 발급해서 온지유 씨를 출국시키려던 일을 알고 신고한 것 같아. 그리고 경찰서에서는 이미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던데 이제 너랑 온지유 씨는... 꼼짝 못 하고 잡히게 생겼네. 하하하!”눈앞의 남자는 아무리 비열하게 웃어도 얼굴이 너무 동안이라 그런지 전혀 공격적이지 않았다.그러나 그가 얼마나 독한 사람인지 강지한은 잘 알고 있다.“너도 참, 미연 씨한테 미리 말해주지 그랬어. 일부러 도와주는 척했던 건 단지 그 여자가 경찰한테 잡혀가게 하기 위함이었다고.”“박시훈, 그 입 안 닥쳐?”강지한은 버럭 화를 냈다.순간, 박시훈은 웃음기를 싹 거두고 매서운 눈빛으로 강지한에게 말했다.“내 이름 부르지 말랬지!”누군가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게 너무 싫었다.“소리 소문 없이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걸 몰라?”강지한은 말을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혼자 마시고 있어. 난 그만 갈게.”“미연 씨 달래주러 가는 거야?”박시훈은 여유롭게 차 한 잔을 따르더니 한 모금 마셨다.“미연 씨를 달래주는 것보다 나를 달래주는 게 더 수월할걸?”강지한이 고개를 돌리고 답했다.“아무래도 시간을 앞당겨야 할 것 같아. 오늘 저녁에 당장 갈 수 있게 해. 미리 경찰한테 말해주는 것도 잊지 말고.”“그럼 미연 씨는? 가서 먼저 설명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박시훈은 오늘 경찰서에 가서 증거들을 제출한 강지한의 전 아내에 대해 아주 관심이 많아 보였다.‘아주 간이 부었구만?’“그럴 필요 없어. 온지유가 감옥에 들어가면 미연이 기분도 자연스레 좋아질 테니까.”강지한은 말을 마친 뒤 다시 밖으로 나가려 했다.“그럼 공항에 보낸 사람들은 다시 오라고 할까?”박시훈이 떠나가는 그의 등에 대고 물었다.“아니.”그렇게 강지한의 모습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82화

    “아마 내일 일곱 시쯤 누군가가 지유 씨를 데리러 올 겁니다. 그때 새로운 여권이랑 신분증도 드릴 거고요.”육현성은 그녀의 가슴 쪽 상처를 바라보다가 눈살을 찌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가는 길에 혹시나 상처가 벌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하죠?”“제가 약을 좀 더 많이 가져갈게요.”지금 상처가 문제가 아니라 하루빨리 경성을 벗어나야 살길이 있을 것이고 여기서 하루 더 머무르는 것조차 지금으로서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하여 굳이 자기 목숨을 걸고 그런 도박은 하고 싶지 않았다.“맞다. 지유 씨가 저한테 팔아달라고 했던 집이랑 차는 아직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일단 그에 해당하는 돈은 먼저 드릴게요. 제가 나중에 천천히 팔면 되니까요.”말을 마친 뒤 육현성은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이건 제가 드릴 수 있는 전부예요. 10억. 먼저 받아요.”온지유는 순간 감동되었다.심지어 만약 이렇게 쫓겨나듯 떠나는 게 아니면 바로 육현성과 결혼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사실 온지유도 육현성을 떠나면 더 이상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나기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있다.“앞으로 혼자라도 몸조리 잘해야 합니다.”육현성은 낮은 소리로 당부했다.온지유는 순간 가슴이 찡해서 두 팔을 벌려 육현성을 꼭 안고 울먹이면서 말했다.“현성 오빠, 다음 생에는 꼭 오빠 아내로 살고 싶어요.”이번 생은 이미 글렀으니 다음 생에라도 행복해지고 싶었다.그녀의 말에 육현성도 목이 멨다.자신이 너무 사랑했던 여자가 이제는 그를 떠나 언제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른다.이 시각, 고급스럽게 꾸며진 찻집 룸 안에서 강지한이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지한 도련님, 빅 뉴스!”누군가가 문을 박차고 들어오더니 다급히 그에게 달려왔다.그러나 강지한은 고개도 돌리지도 않고 그에게 물었다.“뭔데?”“방금 들은 소식인데 육현성 씨가 내일 저녁 경성을 떠나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대.”남자는 어려 보이는 얼굴에 캐주얼 차림이었는데 나이는 많아서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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