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1화

Author: 무안안
그녀는 굳이 눈앞의 손익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

강준형은 콧방귀를 뀌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더니 정성스럽게 닦기 시작했다.

온지유는 그 모습을 보고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굴욕감을 참지 못하며,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말했다.

“팔찌 돌려줬으니 나 먼저 갈게.”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강지한을 바라보는 눈빛도 한없이 다정했다.

“내가 데려다줄게.”

강지한이 말했다.

“됐어. 나 혼자 갈게. 지한 씨는 할아버지랑 더 있어.”

온지유의 마음속으로는 사실 강지한이 자신을 데려다주길 바랐다. 하지만 속으로는 저 고약한 노인이 허락하지 않는 한 강지한이 자신을 배웅하는 것은 오히려 갈등만 더 키울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고, 강씨 가문에 남아 앞으로 호강하며 살려면 이 노인의 심기를 거스르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금은 조금 참아도 괜찮아. 나중에 저 고약한 늙은이에게 배로 갚아줄 거야!’

강지한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항상 남 생각만 해? 바보 아니야?”

“지한 씨, 나...”

온지유는 목구멍에 맺힌 말을 겨우 꺼내려 했지만, 강준형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가고 싶으면 얼른 가! 미연이가 오면 너 보는 게 불편할 거 아니야!”

그녀의 가증스러운 모습에 강준형은 속이 상했다.

온지유는 금세 눈가가 붉어지며 말했다.

“이만 갈게...”

강지한은 그녀의 붉어진 눈가를 보며 다시 인상을 찌푸렸다.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온지유는 입술을 꽉 깨물며 안쓰럽게 고개를 저은 뒤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보이는 표정이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빠르게 걷던 그녀는 문 앞에서 막 들어오던 심미연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심미연은 온지유보다 키가 훨씬 컸고, 온지유의 이마는 그대로 심미연의 가슴에 닿았다.

“아, 미안!”

온지유가 급히 사과하자, 심미연은 가슴팍을 부여잡으며 작게 신음을 내뱉었다.

온지유는 심미연의 목소리를 듣고 눈빛에 순간 꿍꿍이가 스쳤다. 그녀는 두 손으로 배를 감싸며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2화

    온지유는 눈물에 젖은 얼굴로 강지한을 올려다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지한 씨, 이건 미연 씨의 잘못이 아니야. 내가 부딪혀서 넘어졌어. 미연 씨한테 사과받을 필요 없어!”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진심 어린 듯 들렸지만, 그 안에는 교묘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심미연은 그런 온지유를 잠시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지었다.‘연기를 하고 싶다면 하게 둬야지. 어차피 나만 건드리지 않으면 상관없어.’강지한은 심미연을 힐끔 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너, 걸을 때 앞 좀 보고 다니면 안 돼?”심미연은 대꾸할 의욕조차 없는 듯 무심하게 받아쳤다.“알았어. 다음엔 조심할게.”‘분명 온지유가 날 들이받았는데, 왜 내가 잘못한 게 되는 거야? 강지한, 네가 날 싫어하는 건 알지만, 이젠 내가 숨 쉬는 것도 죄냐?’한편 강준형은 어두운 표정으로 온지유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온지유의 애매모호한 태도는 강지한이 심미연을 오해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저 계략이 보통이 아니구나. 미연이가 저런 애를 어찌 이기겠어!’강준형의 시선을 느낀 온지유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아차, 이 고약한 노인을 잊고 있었네. 내가 무슨 속셈인지 눈치챘을지도 몰라. 만약 진실을 들추면 어떡하지?’그녀는 더 이상 연기를 이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글썽이며 심미연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미연아, 내 잘못 때문에 지한이가 널 오해했어. 정말 미안해.”심미연은 고개를 살짝 젓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사과는 받겠는데, 용서는 못 해.”‘대놓고 이렇게 속 보이는 연기를 하다니. 강지한, 네가 정말 눈이 멀었구나.’강지한은 그 말에 화가 나 심미연을 노려보며 말했다.“미연아, 너무 심한 거 아니야?”그러면서 온지유의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심미연은 두 사람이 등을 돌리고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온지유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강지한은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3화

    “너랑 지한이 결혼한 지도 벌써 3년이야. 이제 애를 가져야 하지 않겠니? 회사 그만두고 집에서 몸조리하면서 준비하는 게 어때? 애 낳고 나서 다시 일하면 되잖아.”그는 간절히 심미연이 아이를 가지길 바랐다. 아이가 생기면 강지한도 자연스레 가정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심미연은 얕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입을 떼기도 전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공간을 가르며 들려왔다.“아버님, 이노하이브 주식을 미연이한테 넘기신다면서요? 저는 절대 동의 못 해요!”고개를 든 심미연은 문턱을 넘어 들어오는 문소영의 분노에 찬 얼굴을 마주했다. 먼지를 뒤집어쓴 듯 헝클어진 모습으로 보아, 그녀가 급히 달려온 것이 분명했다.강준형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내 주식을 내가 누구한테 주든 내 마음이야. 네가 동의하든 말든 무슨 상관인데?”문소영은 심미연의 바로 앞까지 걸어와서야 멈춰 섰다. 그녀는 심미연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주식을 받을 거면 지한이랑 이혼해!”문소영은 심미연이 강지한에게 얼마나 애착을 가졌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심미연이 강지한을 위해 주식을 거절할 것이라고 확신했다.하지만 심미연은 태연하게 웃으며 답했다.“어머님이 지한 씨를 설득해서 저랑 이혼하게만 해주신다면, 저는 당장 서명할 수 있습니다.”그 말에 강준형은 속이 뒤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울분을 문소영에게 풀며 고함쳤다.“닥쳐! 내 일에 네가 무슨 자격으로 감 놔라 배 놔라야!”강준형의 얼굴은 분노로 질려 있었다.“아버님, 갖고 계신 이노하이브 주식이 고작 8%밖에 안 되는데, 그중 5%를 이 아이한테 준다고요? 강씨 가문에 며느리가 심미연 하나뿐이에요?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에요?”문소영은 화가 나 얼굴이 일그러졌다.‘심미연이 지한이랑 이혼하겠다고? 말도 안 돼. 혹시 요즘 떠도는 소문 때문인가?’문소영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심미연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심미연은 문소영의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 사실 그녀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4화

    강준형의 말이 끝나자, 문소영은 마치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간 듯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지성이 죽은 게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지성을 죽게 했어요...”강준형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짜증을 억누르지 못하고 소리쳤다.“어서 나가! 여기서 시간 끌어봤자 아무 소용 없어! 내가 결정한 일을 네가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심미연은 이 모든 상황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강씨 가문의 복잡한 갈등들이 떠올랐다.강지한은 열 살이 되어서야 강씨 가문으로 들어왔다. 그의 어린 시절은 순탄치 않았고, 이로 인해 그는 누구도 믿지 않았으며, 다른 이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경계했다.하지만 강준형은 처음으로 심미연을 보았을 때, 그녀라면 얼어붙은 손주 녀석의 마음속으로 들어올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결혼한 지 3년이 지나도록 강지한은 심미연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매일 밤 집으로 돌아왔고, 그녀를 완전히 밀어내지 않았다.오히려 아주 조금씩 그녀에게 마음을 여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하지만 온지유가 갑작스럽게 임신을 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강지한은 온지유에게 지나치게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외부에서도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하는 시선이 생겨났다.이 모든 상황이 강준형에게도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강준형이 심미연에게 주식을 주려는 이유는 단순히 그녀를 붙잡아두기 위함만이 아니었다. 그는 그녀가 강씨 가문에서 당당히 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그 때문에 강준형이 내린 중요한 결정은 문소영의 몇 마디 말로 흔들릴 리 없었다.문소영은 강준형의 고함에 정신이 번쩍 든 듯했다. 그녀는 다시 심미연을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을 번뜩였다.“심미연이 손주며느리면, 우리 지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식을 나눠주려면 공평하게 나눠주셔야죠. 심미연에게 몇 퍼센트를 주시든, 온지유에게도 똑같이 주셔야 합니다.”“할아버지, 저는...”심미연이 겨우 입을 열려는 순간, 강준형이 갑자기 의자에 쓰러졌다.심미연의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5화

    온지유는 팔찌를 돌려주기 전에 이미 강지한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쯤 어머님이 올라가셨을 텐데... 만약 강지한이 따라 올라가면 어머니 계획이 다 망가질 거야. 안 돼, 강지한은 어떻게든 막아야 해!’강지한이 고개를 돌리며 그녀의 손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웠다.“내가 뭐라고 했지? 몸이 안 좋으면 집에서 푹 쉬라고 했잖아.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말라고. 애는 네가 원해서 가진 거니까, 네가 책임져야지. 알겠어?”목소리는 낮았지만, 묵직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온지유는 놀란 표정으로 손을 움츠렸고, 억울한 표정으로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난 그냥... 심미연이랑 너랑 싸울까 봐 걱정돼서 팔찌를 돌려주러 온 것뿐이야. 내가 내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건 아니야.”강지한은 냉정하게 그녀를 내려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앞으로 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나한테 전화해. 성 비서를 곤란하게 하지 말고.”그의 말투는 직설적이었고, 온지유에게 일말의 체면조차 남기지 않았다.사실 강지한은 과거 자신을 구해준 온지유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요구를 어느 정도 봐주곤 했다. 하지만 그의 인내를 넘는 행동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온지유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당황했다. 그녀는 회사에 오기 전 성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강준형이 주식 양도 문제로 회사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그래서 서둘러 달려온 것이었다.온지유는 자기 행동이 들키지 않았을 거라 자부했지만, 강지한이 그렇게 직설적으로 지적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수치심과 걱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내가 어릴 때 도와준 것도, 온씨 가문을 위해 애쓴 것도 이제 다 끝난 거야. 그런데 만약 강지한이 나랑 관계를 끊는다면, 우리 집은 끝장난다고! 절대 그럴 순 없어!’온지유는 초조하게 입을 열었다.온지유는 초조하게 입을 열었다.“지한 씨, 내가 네 소식을 너무 알고 싶어서 성 비서님께 전화를 드린 거야. 앞으로는 정말 전화 안 할게. 약속해.”강지한은 그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6화

    “할아버지는 괜찮으실 거야...”강지한은 문소영을 한 번 쳐다보더니 그녀의 말을 끊으며 차갑게 말했다.“성 비서가 집까지 데려다줄 거야..”할아버지가 이렇게 된 상황에서, 주식 양도는 당연히 불가능해졌다.할아버지가 이런 상태가 된 이상, 주식 양도는 당연히 불가능해졌다.“할아버지가 깨어나시면 갈게. 그냥 두고 가면 마음이 안 놓여.”심미연은 여전히 강준형의 상태가 걱정되었다. 직접 그가 괜찮다는 걸 확인하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었다.강지한의 검은 눈동자가 그녀의 얼굴에 잠시 머물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그가 자라온 환경은 그의 냉정한 성격을 만들었고, 누구에게도 따뜻함을 쉽게 보이지 않았다. 심미연이 그의 아내라고 해서 그가 다르게 대할 이유는 없었다.“할아버지가 깨어난다고 해도 주식을 네가 가질 일은 없을 거야. 어서 나가!”문소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기분 나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심미연은 그녀를 무시했다.이곳은 강지한의 사무실이었고, 강지한이 나가라고 하지 않는 이상 그녀는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문소영은 심미연의 무시하는 태도에 속이 뒤집혔지만, 강지한이 있는 앞에서 화를 내는 건 체면상 할 수 없었다.“성 비서, 문 여사님을 모시고 나가!”강지한이 냉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문소영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나보고 나가라니? 난 네 엄마야!”‘강지한이 심미연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래! 저 아이를 위해 나서는 거야?’“성 비서.”강지한의 어조가 더 무거워졌다.성 비서는 어쩔 수 없이 다가가 공손히 말했다.“문 여사님, 이쪽으로 나가시죠.”문소영은 화가 치밀었지만,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강지한, 난 네 엄마야!”문소영은 눈으로 레이저를 쏠 것 같았지만, 최대한 자제했다. 회사에서 체면을 구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강지한은 미간을 짚으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계속 고집부리시면 경비를 불러서라도 내보낼 겁니다.”그는 누구에게나 냉정했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7화

    강지한은 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심미연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았다.‘이건 이 여자의 생각인가?’심미연은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단호하게 말했다.“내 아이디어 아니야. 난 그런 생각 한 적 없어.”‘할아버지가 이런 말을 했으니, 강지한은 당연히 나의 의도라고 생각했겠지?’3년 전, 결혼 직후만 해도 심미연은 결혼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다.그는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그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온 세상에 자랑하고 싶었다.하지만 결혼식 당일 밤, 강지한은 그녀에게 이 결혼에 대해 아무도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차갑게 말했다. 그러고는 차갑게 떠나버렸다.그날 밤, 그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의 신혼 첫날밤, 심미연은 홀로 방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그 이후로 심미연은 결혼 사실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 게다가 이제는 이혼을 결심한 상황이라 더더욱 필요가 없었다.두 사람 모두 체면이라도 지키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이런! 미연아, 너는 이노하이브의 안주인이야. 사람들한테 인사 좀 한다고 뭐가 문제냐! 지한아, 당장 비서한테 말해서 미연이를 회사 사람들에게 소개해. 아니면 네가 직접 데리고 가서 전 직원들 앞에서 소개해도 돼.”강준형은 이번에는 반드시 강지한이 그렇게 하게 만들겠다는 기세였다.“알겠습니다.”강지한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강준형은 재촉하듯 심미연을 보며 손짓했다.“어서 가봐!”심미연은 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의 뜻을 보였다. 그러자 강준형은 답답하다는 듯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며 소리쳤다.“빨리 가! 네가 주도권을 잡지 않으면, 밖에 있는 여자들이 호시탐탐 네 자리를 노릴 거야!”‘미연이는 그저 마음이 약해서... 언제나 사람들의 기에 눌리는구나... 안타까워라!’“가자.”강지한이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말투는 의외로 부드러웠다.순간 심미연은 혼란스러워졌다. 마치 그가 자신을 챙겨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강지한은 아무 말도 하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8화

    심미연은 옆구리가 회의실 탁자에 찍혀 찌릿한 고통에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는 아픔을 참지 못해 눈가가 붉어졌다.강지한은 몸을 가까이 밀착시키며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의 손이 그녀의 턱을 거칠게 들어 올렸다.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그 속에는 무언가 폭발할 듯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너랑 하룻밤을 보내고 나니까, 다음 날 네 부모가 사람들을 데리고 호텔 문을 두드렸어. 파파라치 사진까지 들이밀면서 결혼 안 하면 세상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더라.”강지한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날이 서 있었다.“결혼하겠다고 했더니, 심씨 가문에서 오천만 원짜리 예물을 요구했지. 그 후 3년 동안 내가 심씨 가문 회사에 투자한 돈만 해도 그 이상이야. 네 외할머니 병원비도 내가 절반을 부담해 줬어. 그동안 너는 내 돈으로 편히 살면서, 남편 돌보는 게 그렇게 어려웠나? 아내라면 남편을 위해 요리하고 빨래하고, 일상 챙기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그는 냉소적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어갔다.“결혼하고 3년 동안 너 잘 지내왔잖아. 그런데 박유진이 돌아오니까 이혼하겠다고? 그래, 그 사람하고 살고 싶어서 그런 거야? 하지만 난 절대 안 놔줄 거야.”강지한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그녀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심미연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우리 일과 박유진은 아무 상관 없어! 내가 이혼하고 싶은 건 그 때문이 아니야. 난 이제 너를 더는 사랑하지 않아! 강지한, 널 사랑하지 않는다고! 나를 놔줘!”그녀는 참아왔던 감정을 폭발시키며 눈물을 쏟았다.강지한은 그녀의 눈물을 보면서도 오히려 비웃음을 흘렸다.“너랑 박유진은 어릴 적부터 죽고 못 살던 사이였지. 그런데 그가 경성을 떠나자마자 날 이용해서 결혼하더니, 이제 박유진이 돌아오니까 나랑 끝내겠다고? 참 뻔뻔하다.”그의 목소리는 더 냉랭해졌다.“너와 네 가족이 강씨 가문에서 누린 게 3년이야. 이혼하면 네 일자리도 없어질 거고, 심씨 가문 회사도 위태로워질 거야. 그래도 이혼할 거야?”그의 눈에는 심미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9화

    ‘강지한이 이렇게 거칠게 나오다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심미연의 머릿속에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강지한은 그녀의 태도가 마치 순결한 척하는 열녀처럼 보이자,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심미연, 우리 아직 이혼 안 했어. 난 네 남편이야. 내가 널 건드리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심미연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난 네가 더럽게 느껴져...”그녀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지만, 마음속에는 거대한 파도가 일고 있었다.온지유와 아이까지 가진 그가 이제 와서 자신에게 이러는 것이 너무나도 혐오스러웠다.강지한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내려다봤다.“내가 더럽다고? 그 말을 들으니까 더 하고 싶어지는데?”그는 그녀의 귓가로 얼굴을 가까이 대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심미연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급히 말을 이어갔다.“온지유가 임신 중이라 욕구를 채우지 못하는 거라면, 내가 다른 사람을 찾아줄게. 온지유와 닮은 여자로...”그녀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머릿속에 불쾌한 상상이 떠올랐다.강지한과 자신이 함께했던 뜨거운 스킨십을, 온지유와 그가 똑같이 했을 것이라는 상상으로 이어졌다.그 생각만으로도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강지한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심미연, 네가 이렇게 관대하니 더 예뻐해 줘야겠는걸...”그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그녀를 바라봤다.심미연은 고개를 돌리며 짧게 대답했다.“난 단지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득이 될 제안을 하는 것뿐이야.”그녀는 그의 눈을 피했지만, 그 속에는 더 이상 강지한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강지한은 그녀의 태도에 기가 막힌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그녀를 내려다봤다.강지한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손가락으로 그녀를 자극했다. 리듬감 있게, 반복적으로...심미연의 몸은 그의 자극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미 충분히 흥분 상태가 되었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며 신음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애썼다.강지한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Latest chapter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00화

    “우린 서로 잘 알지도 않잖아요. 그러니까 박시훈 씨, 이런 농담은 삼가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좋은 소리는 안 나올 거예요.” 심미연의 말은 단호했고 표정에는 조금의 여지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불편하게 만든 사람에게 결코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박시훈은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알았어요, 알았어요. 화내지 마요. 농담 안 할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 살짝 겁이 났다. 정색한 심미연의 얼굴은 꽤 무서웠다. 강지한이랑 맞먹는 수준이었다. “더 하실 말씀 있으세요?” 심미연은 노골적으로 그를 내보내려는 기색을 멈추지 않았다. “저... 진짜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에요. 한 번 생각해보는 건 어때요?” 박시훈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연애도 해본 적 없고 야자 마음을 얻는 방법도 몰랐다. 그래서 더더욱 마음속 생각을 그대로 내뱉는 게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는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 심미연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리고 곧장 소파에서 일어나 말했다. “이제 가세요.”그녀는 주저함 하나 없이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박시훈은 그녀가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진심이었고 말 그대로 사실이였다. ‘난 능력도 있고 괜찮은 사람인데 서로 마음만 맞으면 잘될 수 있는 거 아닌가?’그렇게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사이 심미연은 이미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박시훈 씨, 조심히 가세요. 멀리는 안 갈게요.”그녀는 박시훈이 불쾌해하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가 무슨 감정을 느끼든 어떤 생각을 하든 그건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방금 전 그의 자기중심적인 말투는 더 이상 상대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으니까. 박시훈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솔직히 이대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뭔가 씁쓸하고 아쉽고 괜히 찬물 끼얹힌 기분이었다. 그래도 그는 마음속으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9화

    심미연은 그가 심태하까지 조사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순간적으로 본능처럼 눈앞의 남자를 다시 보게 됐다. 겉보기엔 멋대로 굴고 책임감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한량 같았지만 그의 눈빛만은 달랐다. 지나치게 날카롭고 마치 사람의 속까지 꿰뚫어보는 것 같았다. 그건 결코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눈이었다. ‘이 남자, 뭐지... 정말 이상한 사람인데.’겉모습만 보면 철없어 보이다가도 또 어떤 순간에는 의외로 능력 있어 보였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들이 한 사람 안에 공존하고 있다는 게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이해되지 않았던 건 그가 왜 굳이 자신을 찾아와 이런 말을 꺼내는가였따. ‘설마 진심으로 그냥... 내 정체가 궁금해서?’“그런 눈으로 보지 마요. 저 진짜 악의는 없어요.” 박시훈은 양손을 번쩍 들며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하늘에 맹세할게요.”심미연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그래서 당신이 날 찾아온 목적이 뭐죠?”박시훈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 진짜 이유를 말해도 돼요?” 그의 갈색 눈동자가 살짝 번쩍였고 그의 얼굴엔 순진해 보일 정도로 천진한 미소가 떠올랐다. 심미연은 속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돈 뜯어내려는 건가? 내가 그런 일에 쉽게 넘어갈 만큼 만만해 보였나.’“좋아합니다.”그가 느닷없이 말했다. “그 말 하려고 온 거예요. 좋아해도 될까요?” 심미연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박시훈의 얼굴엔 서서히 불안한 기색이 떠올랐다. 결국 그는 숨겨왔던 속마음을 한 번에 쏟아냈다. 망설일 시간 따윈 없었다. 그보다 먼저 마음을 전하지 않으면 강지한이 그녀를 데려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컸다. 심미연은 그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또박또박 물었다. “당신 지금 자기가 무슨 말 하고 있는지는 알아요?”그녀는 그가 제정신인지 의심스러웠다. 서너 번 얼굴을 마주친 게 전부였고 제대로 된 인사조차 나눈 적 없는 사이였다. ‘그런데 나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8화

    심미연은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다. “심, 심 대표님... 아까 어떤 남자분이 장미꽃 한 다발을 들고 대표님을 찾으러 올라가셨어요.”프런트 직원의 목소리는 떨렸고 말도 더듬었다. “누구라고요?” 심미연은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장미를 들고 자신을 찾아올 만한 사람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확실히 저를 찾은 거 맞아요?” “네... 확실합니다. 제가 막으려고 했는데 그분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올라가셨어요...” 잘릴까 봐 겁이 난 프런트 직원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얼버무렸다. 그녀는 심미연이 이 거짓말을 영원히 눈치채지 않길 바랐다.심미연은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장미를 들고... 누굴까?’그때 사무실 문 밖에서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났다. 심미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조용히 말했다. “알겠어요. 일 보세요.”말을 마치기도 전에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지나갔다. ‘설마... 강지한? 다시 만날 일 없다고 말했는데 또 온 건가?’ 전화를 끊은 심미연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앞에 선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당신...?” 며칠 전, 하늘 하우스 앞에서 명함을 건넸던 그 남자였다.심미연은 그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전화 달라고 했었는데... 내가 깜빡했네. 근데 사무실까지 찾아올 정도면 꽤 급한 일이 있나?’ ‘자, 받아요. 이거 당신한테 주는 거예요.” 박시훈은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는 듯 장미꽃을 밀어넣으며 말했다. “할 말 있어서 왔어요.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심미연은 그가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할 말이 뭔데요?” “앉아서 얘기해요. 당신이 힘들면 안 되니까.” 박시훈은 너무 자연스럽게 그녀 옆을 지나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깔끔하고 단정한 분위기의 공간. 묘하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박시훈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7화

    이진영은 핸드폰을 쥔 채 반쯤 감긴 눈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아무리 뒤져도 끝내 밝혀내지 못한 아버지의 비밀. ‘설마... 한석훈이 정말 뭔가 알고 있는 건가?’‘아니면 그냥 떠보는 소리일까?’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머릿속을 뒤엉켰다.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찾고 싶은 충동이 다시 치밀었지만 이진영은 고개를 돌려 이다은의 병실로 향했다. ...이노하이브 대표실. 강지한은 막 성무진에게서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했다. 문소영이 한 무리의 남자들에게 쫓기다 결국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현장은 심하게 어질러졌고 문이 잠겨 있어 그녀는 도망칠 틈조차 없었다. 결국 팔과 다리가 부러진 채 119에 실려 갔다. 강지한은 메시지를 닫고 입술을 천천히 매만졌다. 이번 일은 어디까지나 ‘가벼운 경고’에 불과했다. 하지만 다음에도 제멋대로 날뛰면 그땐 진짜로 살아남지 못하게 만들 작정이었다. 막 서류를 집어 들려는 순간,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그가 전화를 받자 박시훈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한아, 큰일 났어!” 강지한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해.” “온지유가... 나왔어.” 박시훈은 말끝을 떨며 믿기지 않는 듯 말을 이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람이 어떻게...?’ 믿기 힘든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무슨 수로 온지유를 꺼낸 거지?’ 강지한의 눈빛이 서서히 싸늘하게 식어갔다. “어떻게 된 거냐.” 그 말을 뱉는 순간, 심미연과 심태하가 본능처럼 떠올랐다. ‘온지유가 풀려났다고? 그럼 미연이랑 태하가 위험할 수도 있어.’‘도대체 어떤 놈이 감히 이런 짓을 벌인 거지?’ “나도 방금 들었어. 지금은 육현성 별장에 있다는 것 같아.” 박시훈은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알기에 곧장 강지한에게 알린 것이었다. “확실해?” 강지한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그는 성무진을 시켜 교도소 내부를 철저히 관리하게 했었다. 온지유가 아무리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6화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아이가 축복받지 못한 존재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고 싶지 않았다. “안 돼.” 이진영은 단호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하더니 곧장 의자에 앉아 이다은의 창백한 손끝을 조심스레 감쌌다. 그리곤 한 톤 낮춘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육현성 그 자식은 아버지 자격 없어. 네가 그 인간 아이를 낳으면 평생 끌려다닐 거야. 정말 그걸 바라는 거야?” 이다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결국 참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육현성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를 낳는 순간, 이진영의 말처럼 그 인연은 평생 끊어낼 수 없었다. 반면 아이가 없다면 그의 삶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이다은은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리고 곧 마음을 다잡은 듯 결심이 담긴 목소리가 입술을 타고 흘러나왔다. “알았어. 오빠, 지금 바로 수술 예약해줘.”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언젠가는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그래. 병실에 얌전히 있어. 어디 가지 말고. 알았지?” 이진영은 그녀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는 이미 진운혁과 연락을 마친 상태였다. 진운혁은 이다은이 재판에서 반드시 승소할 수 있도록 돕겠다 했고 육현성의 재산 절반은 가져올 수 있을 거라 자신 있게 말했다. 이진영은 믿고 있었다. 동생이 건강만 회복하고 이혼만 잘 마무리된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육현성 같은 쓰레기는 다은이 앞에 다시는 나타나선 안 돼.’ “알겠어. 오빠, 이제 가봐.” 결정을 내린 이다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음 한쪽이 가볍게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었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언젠가는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을 만날 테니까. 이진영은 병원 접수처로 향해 곧바로 수술 일정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5화

    “오빠, 나한테 이렇게 잘해줘서 정말 고마워.”온지유는 그의 목에 팔을 감고 눈을 반쯤 감은 채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달콤하면서도 애교가 섞여 있었다. 지금의 온지유에게 육현성은 유일한 의지처였다. 그를 잃는다면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육현성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됐다. ‘심미연, 기다려. 복수할 기회는 반드시 만들 거야.’“세상에 이렇게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은 오빠밖에 없어.”온지유는 그의 품에 몸을 기댄 채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유야, 그런데 만약 네가 날 배신한다면 그때는 나도 내가 어떤 짓을 할지 모르겠어.”육현성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경고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이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걸 수 있었다. 그 사랑은 너무 깊어서 그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그래서 더더욱 만약 온지유가 그를 배신한다면 그는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았다. 그의 팔이 점점 더 세게 조여오는 걸 느낀 온지유는 잠시 두려움이 스쳤다. 그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강지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신을 죽음보다 더 끔찍하게 대할 것이라는 생각에 몸이 떨렸다. 그 상상만으로도 차가운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 “오빠, 걱정하지 마. 난 절대 오빠를 배신하지 않을 거야. 이번 생엔 오빠만 사랑할 거고 영원히 오빠 곁에 있을 거야.” 온지유는 속마음을 감추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은 여전히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앞으로 육현성 앞에선 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조금이라도 의심을 품기만 하면 모든 게 끝날 거라는 생각에 몸이 떨렸다. “네가 날 사랑한다면 나도 너를 끝까지 사랑할 거야.” 그의 말은 무엇보다 진심이 담겨 있었다. “지유야, 이제 좀 쉬어. 나는 아래층 좀 보고 올게. 밥 먹을 때 부를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4화

    보통이라면 그녀가 화를 내면 강지한은 한 발 물러섰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전혀 양보하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핸드폰을 꺼내 성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끊기자마자 성무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소영은 성무진을 보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지며 공포에 휩싸였다. 이번엔 정말 끝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강지한에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이렇게까지 몰리게 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의 차갑고 무표정한 시선만이 머릿속에 반복되었다. 성무진은 그녀 앞에 서서 공손히 손짓하며 말했다. “큰 사모님, 모시겠습니다.”문소영은 강지한을 향해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눈빛을 보냈다. “강지한! 너 계속 이렇게 나를 몰아붙인다면 정말 당장 죽어버릴 거야.”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책상 쪽으로 달려가 머리를 책상 모서리에 부딪히려 했다. 그러나 강지한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으며 어두운 표정으로 단호하게 명령했다. “성 비서, 데려가.”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그는 문소영의 모습이 점점 더 불쾌하게 느껴졌다. 성무진은 빠르게 다가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실례하겠습니다. 큰 사모님.” 그 말과 함께 그는 차가운 손길로 문소영을 밖으로 끌고 나갔다. “놔! 당장 놔!” “손 떼! 지금 당장!” 문소영은 크게 외치며 저항했지만 성무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거칠게 차에 태웠다. 차에 태운 후 성무진은 팔을 놓고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문소영은 재빨리 차 문을 열려 손을 뻗었다. “큰 사모님, 죄송합니다.”성무진은 고개를 숙이며 손을 들어 그녀의 목덜미를 강하게 내리쳤다. 문소영은 그대로 기절했다. 성무진은 그녀를 차 안에 눕히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차 밖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역시 대표님을 화나게 하면 끝이 좋을 리가 없지.’‘어쩔 수 없군.’ 그 순간, 성무진은 갑자기 떠오른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3화

    도진혁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바로 대답했다. “물론이죠. 저는 진지해요.” 그렇지 않았다면 신하린 곁에 이렇게 오랜 시간 머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어제 하린이를 하늘 하우스로 데려갔어요. 한 번 들러보세요. 하린이 곁에 조금 있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심미연은 서류봉투를 흘깃 바라본 뒤 덧붙였다. “이 서류는 제가 꼼꼼히 검토하고 나서 다시 연락드릴게요.”도진혁이 직접 합작 제안서를 들고 찾아온 이상 함부로 거절할 수는 없었다. 수익이 보장된 일이라면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 이상 놓쳐선 안 되는 법이었다. “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도진혁은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사무실을 나섰다.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그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갔다. 심미연은 그가 사라진 문 쪽을 한참 바라보다 방금 전 그의 말이 자꾸 떠올랐다. 왠지 모르게 마음 한쪽에서 조용한 불안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하린이 목에 남은 상처가 아직 그대로일 텐데...’‘진혁 씨가 그걸 보면... 혹시 이진영 씨에게 따지러 가는 건 아닐까?’강지한 사무실.성무진은 문소영을 데려다주고 서둘러 떠났다. 강지한의 얼굴엔 냉기가 서려 있었고 성무진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사무실 안에서 뭔가 큰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문소영은 익숙하다는 듯 안으로 들어섰고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느긋하게 쏘파에 앉았다. “비서한테 차 좀 가져오라 해. 괜찮은 차로.” 그녀는 비서부가 꽤 유능하단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웬만한 건 다 알아서 해줄 정도로. 하지만 강지한은 말없이 서랍을 열어 봉투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와 그 봉투를 그녀의 무릎 위에 떨어뜨렸다. “직접 보시죠.”“뭘 보라는 거야?” 문소영은 그를 향해 냉정하게 시선을 던졌다. “보면 알아요.” 강지한은 담담하게 말하고는 맞은편 소파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뭐가 들어있길래...?” 문소영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봉투를 들었다. 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2화

    심미연은 박유진이 수년 동안 마음을 다해 사랑해온 여자였다. 그런 여자를 박유진이 쉽게 놓을 리 없었다. 조용히 그의 뒤를 따르던 비서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표님, 정말 모든 걸 걸고 계시는군요... 제발 심미연 씨가 그 진심을 외면하지 않기를...”한편, 심미연은 전화를 끊자마자 문 쪽을 향해 말했다. “들어오세요.”조심스레 열린 문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다름 아닌 도진혁이었다. 그는 마치 급히 돌아온 듯 피곤하고 바쁜 기색이 역력했다. “도 비서님...?” 심미연은 예상치 못한 사람을 보고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명 휴가를 낸 상태였으니까. ‘그런데 왜 지금... 여기 있는 거지?’그의 뒤에서 따라 들어온 비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조용히 말했다. “심 대표님, 실례하겠습니다. 이분은 저희 도강홀딩스의 대표, 도진혁 대표님이십니다.”비서는 서류봉투를 책상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말없이 한 걸음 물러섰다. “이 서류는 도강홀딩스와 은성 그룹이 합작할 프로젝트에 관한 제안서입니다. 먼저 검토 부탁드립니다.”심미연은 비서가 놓고 간 서류를 잠시 바라보다가 도진혁을 천천히 되돌아보며 눈썹을 살짝 올렸다. ‘도진혁 대표님...?’ ‘그렇다면 도진혁 씨가 휴가를 낸 이유는... 회사를 물려받기 위한 준비였던 건가?”그때 도진혁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최 비서, 잠깐 나가 있어. 심 대표님과 단둘이 얘기할 게 있어.” 도진혁은 정장을 완벽하게 차려입고 평소보다 더 단정하고 신경 쓴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말투와 행동은 여유롭고 예의 바르며 그에게서 흐르는 것은 전형적인 사회 엘리트의 품위였다. “네. 대표님.” 최세라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문 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떠나기 전에 조심스럽게 심미연을 한 번 쳐다봤다. ‘이분이 대표님이 좋아하는 여자분인가... 정말 예쁘다. 대표님이 회사를 물려받은 이유가 이분 때문이라면 이해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