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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다시, 너를 붙잡다: Chapter 11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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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난 너랑 내기 같은 거 안 해, 미연이가 너 싫다고 하면 나한테도 다시 찾아오지마, 남자가 여자 마음 하나 못 잡고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녀!”강준형은 코웃음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심미연은 절대 자신을 떠나지 못한다 확신한 강지한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서류들을 챙겨서 강준형의 뒤를 따랐다.문밖에는 진작 내려온 심미연이 서 있었는데 어딘가 어두워 보이는 얼굴에 김종수가 걱정스레 물었다.“사모님, 안색이 안 좋으세요, 혹시 어디 불편하세요?”“아니에요.”강지한이 내뱉은 말들이 모두 상처였는데 안색이 좋을 리가 없었지만 심미연은 애써 고개를 저었다.“앉아 계세요, 물이라도 갖다 드릴게요.”하지만 김종수는 그런 심미연을 외면할 수가 없어 물을 가지러 갔고 마침 내려온 강준형이 앉아있는 심미연을 보며 말했다.“시간도 늦었는데 둘 다 그냥 여기서 자고 가, 매일 청소도 하고 이불도 바꾸니까 다 깨끗해. 얼른 올라가 봐.”둘을 같이 붙여놓아야 아이가 생길 테니 강준형은 어떻게든 둘을 한방에 밀어 넣고 싶어했지만 심미연은 온화한 목소리로 강준형을 보며 말했다.“내일 법정에 나가야 하는데 자료정리를 아직 못 끝내서요. 저는 그만 가볼게요.”예전에는 본가에 돌아오면 며칠은 있으려고 하던 심미연이 오늘은 돌아가기에 급급해하는 모습이 낯설었던 강지한은 입술을 말아 물며 심미연을 보고 있었다.“일도 중요하지만 건강이 최우선이야, 몸도 챙겨가면서 해. 오늘은 일이 있다니까 있으라고 강요는 안 하마.”강준형은 말을 하면서도 강지한을 보며 얼른 손에 든 서류들을 심미연에게 전해주라고 눈치를 주었다.“할아버님,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할아버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강준형은 이 집안에서 유일하게 저를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이었기에 심미연은 진심으로 그가 만수무강하길 바라고 있었다.“그래, 얼른 가봐.”그렇게 작별인사를 마친 심미연이 뒤 돌아 걸어가는데도 강지한은 제 자리에 가만히 서 있자 강준형은 그를 발로 차며 말했다.“얼른 가서 우산 씌워줘!”강준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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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그에 강지한은 미간을 찌푸린 채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래.”“심미연이 내가 무용 콩쿠르에서 대상 탄 거 다 주작이라고 기사 냈어, 스폰서한테 빌붙어서 상 탄 거라고, 배 속의 아이도 그 스폰서 거라잖아! 명예도 뭣도 다 잃었는데 여기서 내가 더 살아서 뭐하겠어, 나 죽을 거야!”온지유는 미친 듯이 소리 지르고 있었지만 그녀가 하는 말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던 강지한은 어두운 표정으로 되물었다.“기사라니? 알아듣게 좀 말해.”“심미연한테 물어, 걔가 한 짓이니까 제일 잘 알겠지!”“알겠어, 일단 흥분하지 말고 진정 좀 해.”울분이 섞인 목소리에 강지한은 온지유를 달래며 일단 전화를 끊었다.눈이라도 조금 붙이려던 심미연도 그 둘의 통화내용을 들어버린 탓에 신경이 예민해지는 것 같았다.사실 심미연이 예민해진 것도 다 시도 때도 없이 별 같잖은 일로 강지한에게 전화를 해대는 온지유 때문이었다.그때 예상대로 강지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심미연,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어? 지유 명성에 먹칠하면 너한테 뭐 좋을게 있다고 이래?”강지한의 말을 들어보니 갑자기 터진 기사 때문에 이러는 것 같은데 심미연은 돈을 쓸데가 없어서 온지유 기사를 돈 주고까지 내보낸 사람이 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할아버지가 너 감싸준다고 나까지 널 참아주는 건 아니야.”화가 치밀어오른 탓에 자연스레 막말을 하는 강지한에 심미연은 귀찮은 듯 대답했다.“네 정보팀 시켜서 내가 한 건지 알아보라고 해 그럼.”심미연은 평소엔 그렇게 똑똑하면서 온지유 말이라면 생각도 없이 믿는 강지한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래서 그런 머리가 배 속의 아이에게까지 유전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마찬가지로 강씨 집안의 모든 사람들과 다 잘 지내면서 온지유에게만은 가족의 정도 없이 날을 세우는 심미연이 이해되지 않았던 강지한은 차를 갓길에 세운 채 말했다.“만약 진짜 네가 한 짓이라면 나도 가만 안 있을 거야.”이런 말은 수도 없이 들어왔던 심미연이기에 그녀는 이번에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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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남자의 손을 힘겹게 피한 심미연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난 강지한 아내예요, 강지한을 건드리면 당신들도 무사하지 못해요.”차도 없고 택시도 못 부르는 이 외진 곳에서 심미연이 부를 수 있는 건 강지한의 이름뿐이었다.강지한은 경성에서 소문이 자자한 염라대왕으로서 매정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으니 이들도 그 이름을 들으면 무서워서 자신을 보내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하지만 남자들은 심미연의 턱을 잡아 올리며 사악하게 웃어 보였다.“강지한이 온지유랑 한 쌍인 거 경성 사람들은 다 아는데 어디서 거짓말을 해. 우린 강지한 결혼했다는 소리 들은 적 없거든.”“이렇게 꾸물대는 거 보니까 우리가 안아서 차에 태워주길 기다리는 거야?”심미연은 입술을 깨물며 다시 입을 열었다.“거짓말 아니에요, 못 믿겠으면 지금 당장 전화해서 확인시켜줄 수도 있어요.”아까 그러고 내려서 전화를 받을 가능성이 희박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별다른 수도 없었기에 심미연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모든 걸 하늘에 맡긴 채 전화를 걸어보았다.“그럼 어디 전화해봐, 우린 어차피 급하지도 않으니까.”심미연이 말이 거짓이라고 확신한 남자는 그냥 장단이나 맞춰주려고 조롱 섞인 말들을 내뱉으며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았다.한편 핸드폰을 꺼내든 심미연은 그 위에 가득한 물방울을 보며 천천히 강지한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신호음만 들리고 전화를 받는 이는 없었다.그에 심미연은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손으로 핸드폰을 꽉 잡고 있었는데 남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강지한 아내라며? 남편이 전화도 안 받는데?”“진짜 속을 뻔했네.”“이제 거짓말 그만하고 빨리 타. 빨리 끝내고 집 가야지.”말을 하던 남자가 팔을 잡아 오자 심미연은 놀라서 팔을 빼려 했지만 남자의 힘은 그녀가 당해낼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오히려 그녀의 옷 소매가 찢겨버렸다.그러면서 드러난 하얀 피부에 빗물이 닿아오자 심미연은 몸을 흠칫 떨었다.“피부가 엄청 하얗네. 만지면 아주 부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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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남자의 손이 치마를 들어 올리는 순간, 갑자기 그가 비명을 지르며 손을 떨자 희망을 보아낸 심미연이 소리를 질렀다.“살려주세요!”곧바로 심미연을 짓누르던 남자가 나가떨어지고 누군가의 외투가 그녀에게로 덮어졌다.은은하게 풍기는 나무 향에 심미연의 마음도 조금씩 진정되고 있었다.“눈 뜨지 마.”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감돌자 심미연은 참지 못하고 눈을 떠버렸다.“유진 오빠?”어떻게 박유진이 마침 여기를 지나친 건지 놀랍도록 신기한 우연에 심미연이 눈을 반짝였다.“응, 나야. 눈 감고 있어, 내 차로 데려다줄게.”다정한 그의 말투에 심미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얌전히 눈을 감았지만 곧바로 들려오는 파열음과 비명소리에 주먹을 꽉 쥔 채 소리쳤다.“오빠, 경찰 불러줘, 저 인간들 신고할 거야!”“걱정 마, 내가 꼭 다 감방에 처넣어줄게.”다정한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한결 안정된 심장 박동에 심미연은 감동한 얼굴로 말했다.“고마워 오빠.”“3년 동안 안 봤어도 나는 언제나 네 오빠였어. 뭘 이런 걸로 고맙다고 그래.”“다음에 또 고맙다고 그러면 나 진짜 화낼 거야.”미간을 찌푸리며 말하는 박유진에 심미연은 심호흡을 하며 답했다.“알겠어, 안 할게.”동생을 잃어버린 뒤로 부모님의 손찌검이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심미연은 종종 박유진의 집으로 도망가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박유진은 그녀를 잘 챙겨주며 어두운 걸 무서워하는 그녀를 위해 침대 옆에서 기대서 쪽잠을 자며 심미연 옆에 꼭 붙어있어 주었다.그래서 심미연도 박유진을 친오빠처럼 대했었는데 그녀가 17살이 되던 해에 잃어버렸던 동생을 찾은 뒤로 동생이 박유진과 결혼하겠다고 난리를 친 탓에 부모님은 심미연과 박유진의 만남을 제한할 수 밖에 없었다.그러다가 심미연과 박유진이 우연히 만날 걸 본 동생이 자살소동을 일으킨 뒤로 심미연은 완전히 박유진과의 연락을 끊었고 부모님은 동생을 안심시키기 위해 심미연의 결혼을 진행시켰다.상대는 아들을 둘이나 둔 50세 남성이었는데 혼인신고만 하면 10억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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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요즘 들어 로펌 사람들이 새로 개업했다는 법무법인 대명에 대해서 얘기하는 걸 얼핏 듣기는 했지만 심미연은 워낙 바빴던 탓에 그런데 신경을 쓸 여유가 없어서 무시했었는데 해외에서 온 대표라는 게 박유진을 가리키는 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그리고 항공사가 주요사업인 박씨 집안에서 왜 갑자기 로펌을 시작했는지 의아하기도 했다.“이미 들었나 보네. 맞아, 대명이 내가 새로 개업한 로펌이야.”“그러고 보니 오빠도 경인대 법학과 나왔었네. 만약 오빠가 그때 변호사 했었으면 내 라이벌 됐을 수도 있겠다.”“내가 변호사가 됐었어도 우리가 라이벌이 되진 않았을 거야.”‘난 그냥 네 옆에서 너를 도와줬을 거야.’박유진이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을 삼키고 있을 때 신하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미연아! 미연아, 어딨는 거야?”떨림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감동한 심미연은 열심히 손을 흔들며 말했다.“하린아! 나 여기 있어!”그때 또 다른 차량 하나가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차에 탄 강지한은 결혼반지를 떡하니 끼고 외간남자의 품에 안겨있는 제 아내를 보다가 언짢은 듯 핸들을 돌리며 자리를 벗어났다.애초에 그녀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괜한 발걸음을 한 것 같았다.박유진은 심미연을 안아 들어 차에 태우며 말했다.“친구한테 내 차 운전해서 가라고 해. 여긴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말을 마치고 일어서는 박유진에 주먹을 쥐고 있던 신하린이 행동을 멈춘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박유진 씨가 왜 여깄어요?”나쁜 놈인 줄 알고 날리려던 주먹이 무색하게 박유진은 태연하게 차 키를 던져주며 말했다.“먼저 가세요.”“박유진 씨는 안 가요?”“나 신경 쓰지 말고 미연이 얼른 집에 데려다줘요, 저러다 감기 들겠어요.”말을 마친 박유진은 아까 차를 세운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비서에게로 다가갔다.하마터면 심미연을 구하지 못할뻔했는데 만약 심미연이 정말 잘못되기라도 했다면 평생의 후회로 남을 뻔한 날이었다.박유진이 뒤로 돌자 신하린은 어쩔 수 없이 차에 타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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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기사 제목을 본 심미연은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았다.강씨 집안 가보로 내려오는 팔찌는 할아버님이 심미연의 생일선물로 준다고 약속한 것인데 그것을 온지유에게 줘버렸다는 기사 제목에 심미연은 심호흡을 하며 기사를 클릭했다.기사는 30분 전에 올라온 것인데 아마도 온지유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던 강지한의 짓인 것 같았다.기사 속의 강지한은 온지유에게 직접 팔찌를 채워주고 있었는데 온지유는 신난 소녀처럼 해맑게 웃고 있었다.핸드폰을 손에 꽉 쥔 심미연은 아래에 쓰인 내용은 더 이상 읽고 싶지도 않았다.강준형이 자신에게 선물한 팔찌를 온지유에게 건네준 강지한에 심미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핸드폰 화면만 주시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누군가 그녀에게 문자를 보내왔다.사진은 팔찌를 끼고 있는 팔이었고 그 아래의 문자는 팔찌가 잘 어울리냐는 내용이었다.온지유가 보낸 문자임을 알아챈 심미연은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감정에 그녀의 도발에 아무런 화도 나지 않았다.심미연은 어떻게 되든지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고속도로에 그녀를 버리고 가던 것, 그리고 살려달라고 건 전화도 단번에 끊어버린 것, 하루 사이에 일어난 그 모든 일들을 떠올리던 심미연은 자연스레 지난 3년의 결혼생활을 떠올렸다.생각해보니 밥 먹고 샤워하고 잠자리를 가지는 게 전부였던 것 같다.밸런타인데이, 1주년, 2주년, 생일 등 그 외의 많은 기념일 들을 강지한은 한 번도 챙겨준 적이 없었다.그때는 강지한이 바빠서 그런 걸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었는데 이제 보니 그냥 자신과 같이 시간을 보내기 싫어서 그랬던 것 같다.불이 다 꺼진 어두운 방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심미연은 밤이 깊어질수록 점점 추워지고 머리까지 아파오자 누구의 번호인지 제대로 보지도 않고 전화를 걸어버렸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앙칼진 목소리가 귓가에 흘러들어왔다.“이 시간에 지한 씨는 왜 찾는 거야?”마치 자신이 본처라도 된 양 새침하게 묻는 온지유의 목소리를 들으니 구역질이 올라온 심미연이 차갑게 물었다.“남편이 밤늦게 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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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그에 깜짝 놀란 신하린이 다급하게 구급차를 불렀고 심미연은 빠르게 수술실로 실려 들어갔다.그녀가 혹시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걱정된 심미연은 수술을 하는 내내 앉지도 못하고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한편 이노하이브 계열사 중 하나인 인하병원 VIP 병실에서는 강지한이 핸드폰을 손에 든 채 온지유를 나무라고 있었다.“임산부가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잠도 안 자고 심미연이랑 싸우는 게 말이 돼? 이젠 안 무서운 거야?”강지한의 말에 온지유는 서러운 듯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심미연이 아까 전화오니까 무슨 급한 일이 있어서 지한 씨 찾는 줄 알고 받은 거야. 그런데 전화 받자마자 내가 강씨 집안 팔찌랑 남편을 뺏었다고 날 욕하잖아. 그래서 뭐라고 몇 마디 했는데 이거 다 인터넷에 올려서 나 다시는 춤 못 추게 하겠대.”“미안해 지한 씨, 내가 잘못했어. 다음부터는 지한 씨 전화 함부로 안 받을게.”“지금 잘 테니까 화내지 마.”말을 마친 온지유가 이불을 덮어쓰며 눕자 이불 끝을 살짝 들추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을 보던 강지한은 마음이 아픈지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힘들게 얻은 네 아이잖아. 잘못되면 네가 제일 힘들 거야, 그러니까 몸 좀 챙겨. 심미연 쪽은 내가 잘 얘기해볼게. 다시는 너한테 뭐라고 하지 않게 잘 해결할게.”“그리고 오늘 기사 같은 일도 다신 없었으면 좋겠어.마지막 말에 유독 힘을 주는 강지한에 온지유는 자연스레 그의 눈을 올려다봤다.담담한 눈빛이었지만 그 눈빛에 제 마음속 깊은 곳마저 들여다보는 것 같아 온지유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지한 씨, 사실 그 기사로 전에 났던 내 기사 덮으려던 건데 혹시 지한 씨 신경 쓰이면 지금이라도 정정기사 낼게. 다 그냥 짜고 친 거고 팔찌도 가짜라고. 다들 재미로만 봐달라고 얘기할까?”“얼른 자, 그건 성무진 시켜서 처리하면 돼.”사실 온지유는 지금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지만 그래도 강지한 앞이라 두 손으로 이불을 꽉 잡으며 불쌍한 척 연기를 이어나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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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얼른 잠이나 자, 심미연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텐데 뭐하러 너까지 신경 써.”이불을 잘 덮어준 강지한이 소파로 걸어가며 말했다.“시간도 늦었는데 나도 소파에서 눈 좀 붙일게.”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강지한에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온지유는 할 수 없이 잠을 청하기로 했다.“그럼 지한 씨도 얼른 자.”온지유가 눈을 감자 한쪽에 서 있던 강지한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병실을 나갔고 그의 인기척이 사라지마 마자 눈을 뜬 온지유는 반드시 심미연에게서 강지한을 뺏어오겠다고 다짐했다.한편 문밖에 선 강지한은 성무진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한참 만에 눈을 뜬 심미연은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에 자신이 또다시 병원에 왔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미간을 찌푸렸다.“미연아, 일어났어?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심미연은 자신을 주려고 사 온 건지 손에 죽을 들고 있는 신하린을 보며 물었다.“나 왜 여기 있는 거야?”심미연은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봤지만 온지유가 한 말 몇 마디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이마에 난 상처가 비 때문에 염증이 생겼대, 그리고 감기까지 걸려서 아까 쓰러졌었어.”말을 하며 침대 쪽으로 걸어온 신하린은 밥상을 올려놓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그래서 바로 구급차 부르고 병원 왔지, 별일 없어서 다행이지 너 잘못됐으면 나 진짜 칼 들고 강지한 찾아갈 뻔했어.”얼굴이 빨개진 채 열 분을 토하는 신하린은 정말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심미연은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들어주고 있었다.“미안해, 내가 너무 화가 나서 그놈 이름을 언급해버렸네.”하지만 심미연이 아무 말이 없자 신하린은 그녀가 놀란 줄 알고 바로 심미연의 눈을 보며 사과했다.그래도 신하린의 화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강지한이 차도 없는 고속도로에 심미연을 버려두고 간 일이 자꾸만 떠올라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 같았다.전에 온지유한테 따지다가 하마터면 심미연을 경찰서에 보낼뻔해서 참고 있는 거지 그게 아니었다면 진작에 강지한을 반 죽여놨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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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기억을 더듬어보니 어제 누군가 핸드폰을 들고 신하린 집에 오긴 한 것 같아 심미연은 빠르게 전화를 받아보았다.“양경자 씨 보호자분, 빨리 병원으로 와주세요. 지금 수술 들어가야 되는데 보호자분 동의가 필요합니다.”단호하면서도 냉정한 간호사의 말투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심미연은 서둘러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네, 지금 바로 갈게요.”양경자는 심미연의 외할머니였는데 어릴 때 외할머니 집에서 잠깐 살았을 때 심미연을 아주 잘 챙겨주신 분이었다.요즘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각종 수액과 약들을 복용하면서 병원에 계셨는데 며칠 전만 해도 많이 좋아지셔서 퇴원도 기대할 정도였던 상태가 갑자기 수술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게 믿기지 않았지만 심미연은 빠르게 병원으로 가야만 했다.그런데 신하린이 그런 심미연을 붙잡으며 말했다.“의사가 너 며칠 동안 입원하면서 상태 지켜봐야 된다고 했어. 너 지금 아무 데도 못 가.”그 말에 심미연은 눈시울을 붉히며 신하린을 바라보았다.“할머니가 수술해야 하는데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대.”그런 심미연의 모습에 할 말이 없어진 신하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럼 너무 서두르지 말고 조심이라도 해. 좀만 기다려, 나랑 같이 가자.”열은 내렸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심미연도 신하린과 동행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얌전히 자리에 앉아있었다.“알겠어, 기다릴게.”신하린은 빠르게 정리를 마치고 심미연과 함께 이노하이브 산하의 인하병원으로 향했다.할머니가 수술실로 들어간 뒤 심미연은 안절부절못하고 그 앞을 서성였는데 1분 1초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타들어 가고 있었다.어제 똑같은 상황을 겪어봤기에 지금 심미연이 어떤 심정인지 잘 알고 있는 신하린이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할머니 괜찮으실 거야.”몇 년 동안 아프신 할머니를 봐오면서 할머니가 자신의 곁을 영영 떠날까 봐 두려워했던 심미연이 신하린을 붙잡으며 말했다.“하린아, 나 너무 무서워...”“괜찮아, 할머니 꼭 깨어나실 거니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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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그 말에 다리에 힘이 풀린 심미연이 주저앉으려 하자 신하린은 빠르게 그녀를 부축했다.“어떻게 할 거야 미연아?”별다른 수가 없게 된 심미연은 웃으며 의사를 향해 말했다.“선생님, 약은 제가 어떻게든 구해볼게요. 지금은 할머니 좀 봐야 할 것 같아서 이만 가볼게요.”의사는 신하린을 끌고 가는 심미연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돈을 아무리 써도 그냥 목숨만 부지하는 것뿐인데 뭐하러 그런 무모한 짓을 계속하면서 자신을 힘들게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였다.하지만 의사가 모르는 게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심미연이 지키려는 건 할머니 한 분이 아니라 한 가정이라는 것이다.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자신의 유일한 집을 잃어버리는 것이기에 홀로 남은 심미연은 더 불쌍해질 것이다.한편 병실로 돌아온 심미연은 온몸에 크고 작은 관들을 연결한 채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할머니를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신하린은 그런 심미연이 안쓰러워 그녀를 안아주며 말했다.“미연아, 할머니랑 얘기 나눠, 나 밖에 있을게.”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심미연은 침대 옆으로 다가가 할머니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할머니, 꼭 살아계셔야 해요, 나 혼자 두고 가면 내가 너무 불쌍하잖아요...”눈가가 점점 빨개지고 있을 때 간호사가 다른 수액을 들고 나타났고 평소 할머니를 돌봐주시는 간병인 아줌마도 물을 받아서 들어왔다.“미연 씨.”“아주머니, 고생이 많으세요.”심미연은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 들고는 간병인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말했다.“제가 바빠서 할머니 뵈러도 자주 못 오니까 할머니 잘 좀 봐달라고 드리는 거예요.”이렇게 통 크고 말도 잘 통하는 고용주는 처음이라 간병인 아줌마도 감동했는지 돈 봉투를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미연 씨, 이건 그냥 넣어둬요. 나한테 주는 월급도 이미 충분히 많아요.”하지만 심미연은 굳이 그 돈을 다시 김지영에게 쥐여주며 말했다.“돈은 받아두세요, 저는 바빠서 이만 가봐야 하니까 할머니 깨어나시면 바로 연락주세요.”침대에 누워있는 할머니를 보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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