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5화

Author: 무안안
“박유진 씨가 날 안은 건 그때 내 옷이 다 찢겨져서 제대로 걸을 수가 없어서야. 박유진 씨는 나를 그저 차에만 태워주고 나는 하린이랑 같이 갔어.”

강지한이 믿든 말든 심미연이 한 말들은 전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다 들은 강지한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어제 그런 기사 난 적 없었어.”

역시나 믿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내연녀랑 쌍으로 하루가 멀다 하게 기사에 이름을 올릴 때는 자신에게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으면서 고작 자국 하나로 자신을 밀어붙이는 강지한에 심미연은 점점 더 실망스러워졌다.

“왜 말이 없어? 이젠 거짓말도 못 하겠어?”

이미 박유진과 심미연이 부정당한 관계일 거라고 확신한 강지한은 두 눈으로 증거를 확인하기 전에는 심미연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눈물이 고인듯한 눈으로 강지한을 올려다보던 심미연은 갑자기 웃음을 흘리더니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말했다.

“그럼 성무진 씨한테 어젯밤 고속도로 CCTV랑 내 입원기록 확인해보라고 연락해. 그럼 거짓인지 아닌지 알 수 있잖아.”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수록 심미연의 심장은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

전에는 강지한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그를 이해해보려고 몇 년이나 애를 써왔지만 이제는 그런 생활을 끝낼 때가 된 것 같았다.

더 이상 강지한을 보아도 그녀의 심장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하지만 심미연을 보는 강지한의 눈빛은 떨리고 있었다.

만약 심미연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를 사지로 밀어 넣은 게 자신이었기에 강지한은 본인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우리 이혼하자.”

하지만 강지한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심미연이 눈을 꼭 감은 채 큰 결심이라도 한 듯 다시 한번 이혼을 언급했다.

같이 있으면 괴롭기만 한 사이니 빨리 끝내는 편이 서로에게 좋은 것 같았다.

“전에 할아버지한테 절대 이혼 안 하겠다고 맹세하고 결혼한 거 잊었어? 이제 와서 이혼이 가능할 것 같아?”

경성에 있는 수많은 여자들은 다 강지한의 아내가 되지 못해서 안달인데 그런 저를 제 손으로 버리겠다는 심미연의 이혼 제의에 강지한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6화

    의미심장한 심미연의 말에 강지한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야?”“말 그대로야, 네가 한 말 똑바로 기억하라고. 화 풀렸으면 넥타이나 풀어, 나 갈거야.”둘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으며 담담히 말하는 심미연에 강지한은 대꾸도 하지 않고 차에서 내려버렸다.혹시라도 듣지 말아야 할 걸 듣게 될까 봐 멀찍이 떨어져 있긴 했지만 신경은 온통 차에 쏠려있던 성무진은 강지한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에게로 다가갔다.“대표님.”“어젯밤 고속도로 CCTV 확인하고 심미연 이틀 동안 입원한 기록 있는지도 알아봐.”강지한은 심미연의 말을 믿지 않는 게 아니라 눈앞에 놓인 증거를 더 믿는 것뿐이었다.갑작스러운 제 상사의 지시가 의아했지만 성무진은 알겠다는 대답만 남기고 바로 해당 부문에 연락을 했다.성무진이 통화를 하고 있을 때 차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던 강지한은 심미연의 어깨에 새겨진 자국이 자꾸만 떠올라 마음이 복잡해졌다.한편 손이 묶인 채 차에 혼자 남은 심미연은 차 좌석에 넥타이를 마찰하여 끊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문득 차창 너머로 보이는 강지한의 얼굴에 눈이 가버렸다.꿈에도 나올 정도로 9년이나 사랑한 남자였지만 볼꼴 못 볼 꼴 다 보고 나니 이 관계를 끝내는 게 그리 힘들지만은 않았다.그때 빠르게 일 처리를 마친 성무진이 CCTV 영상이 담긴 노트북을 건네자 강지한은 30분이나 되는 영상을 클릭해보았다.그 시간 동안 열심히 넥타이를 풀어낸 심미연은 빨리 옷을 정리하고 강지한 몰래 조용히 차에서 내렸다.하지만 당연히 인기척을 느낀 강지한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자 성무진은 빠르게 달려가 붙잡으려 했지만 영상을 다 확인한 강지한이 노트북을 닫으며 말했다.“됐어, 그냥 보내줘.”그에 성무진이 바로 발걸음을 멈추자 그에게 노트북을 건네며 미간을 매만지던 강지한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회사로 가.”영상을 다 보고 심미연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한 강지한이 자신이 했던 행동들과 못된 말들이 떠올라 어떻게 그녀를 봤으면 좋을지 몰랐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7화

    “대표님께서 사모님과 의논할 일이 있다고 하십니다, 중요한 일이라는데 혹시 회사로 와주실 수 있으세요?”성무진의 음성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자 심미연은 단호하게 대답했다.“일 때문에 바빠요, 급하면 로펌으로 찾아오라고 대표님께 전해요. 별로 안 급하면 일 다 끝내고 갈게요.”예전 같았으면 성무진의 전화 한 통에 바로 강지한의 회사로 달려갈 정도로 강지한이 최우선이었지만 이혼을 논의하는 사이가 된 지금에 와서는 강지한보다 일이 먼저였다.“알겠습니다.”성무진에게서 심미연의 말을 전해 듣던 강지한은 그녀가 거절했다는 게 의외였다.전에는 쿠키나 밀크티를 사 들고 사무실로 오는 걸 아주 좋아했던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단칼에 거절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 강지한은 성무진이 제대로 전달을 못 한 건가 싶었다.“중요한 일이라고 얘기했어?”이래 봬도 일 잘하는 비서인데 말 한마디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오해를 받은 성무진은 억울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에 미간을 짓누르던 강지한이 말했다.“조금 있다가 할아버지가 주신 주식 심미연한테로 양도할 거니까 담당자들 불러와, 오늘 내로 해결해야 해.”심미연이 사무실에 오려 하지 않는 건 팔찌 때문일 텐데 주식을 내어준다면 그녀의 화도 풀릴 것 같아서 강지한은 어느 때보다도 서둘렀다.성무진이 일을 처리하러 나가자 차를 마시며 마음을 진정시킨 강지한이 심미연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침 비서와 일 얘기를 하고 있던 심미연은 핸드폰에 뜬 강지한의 이름을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성무진과의 통화에서 자신의 의사는 제대로 전달한 것 같은데 또 전화를 해대는 강지한이 귀찮아서 전화를 받지 않고 있자 궁금했던 비서가 넌지시 물었다.“왜 전화 안 받으세요? 설마 심 변호사님 쫓아다니는 남자예요?”심미연이 차갑고 도도해 보여도 얼굴이면 얼굴 몸매면 몸매 빠지는 데가 없어서 로펌 내에서도 인기가 많았기에 혹시나 해서 한 질문이었지만 심미연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그런 거 아니야.”“일단 서류 먼저 보고 있어, 이상한 부분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8화

    온지유가 매번 문자를 보내서 하는 얘기는 똑같았다.임신 아니면 강지한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 떠들어댔기에 심미연은 그녀를 상대하기도 이젠 귀찮았다.이혼을 안 하겠다고 버티고 있는 건 강지한인데 꼭 자신이 매달리는 것처럼 얘기하는 온지유의 말들도 듣기 불편했다.그런데 생각해보면 온지유에 대한 강지한의 사랑이 그녀가 말한 것처럼 큰 것 같진 않았다.임신을 한 걸 뻔히 알면서도 이혼을 안 한다는데 만약 정말 사랑한다면 자신의 여자가 내연녀라는 소리를 듣는 걸 견디지 못할 텐데 강지한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심미연을 답장을 하지 않자 이번에는 전화벨이 울렸고 심미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받았다.“오늘 내 생일인데 밥이라도 같이 먹자, 센추리 파크 근처에 있는 에빈 레스토랑에서 봐.”나긋나긋하게 말하는 온지유에 헛웃음이 나온 심미연이 대답했다.“밥은 됐고 사람 시켜서 선물이나 보내줄게.”매일 눈에 띄지 못해서 안달인 온지유에게 그토록 원하는 관심을 주기로 한 심미연이었다.“선물은 지한 씨가 이미 줬으니까 괜찮아, 너흰 부부잖아, 하나만 하면 되지.”온지유가 가리키는 선물이라는 게 팔찌를 뜻하는 것이었기에 심미연은 단호하게 말했다.“강씨 집안 팔찌 말하는 거야? 며칠 빌려줬다고 해서 그게 네 물건이 되는 건 아니야, 썼으면 돌려줘야지 주인한테. 안 그러면 나중에 찾으러 갈 거야 내가.”말을 마친 심미연은 왠지 모르게 속이 시원했다.온지유가 팔찌를 뺏고 우쭐대면 자신은 그녀를 가차 없이 무시할 수 있는 이 관계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이 팔찌는 강씨 집안 안주인 거지, 네 건 아니잖아.”강지한 앞에서 연기 좀 했다고 정말 팔찌를 되돌려받으려 하는 심미연이 어이가 없었던 온지유가 톡 쏘아붙였지만 심미연은 화도 내지 않고 웃으며 대꾸했다.“그 팔찌는 할아버지가 나한테 주신 거야, 강지한은 내 동의도 없이 너한테 줘버린 거고, 그러니까 넌 내 물건을 훔친 거지.”“그 팔찌는 2억 정도 되거든, 형법 제329조에 의하면 절도죄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9화

    진유영은 원래부터 심미연을 존경하는 그녀의 팬이었다.진유영은 팀장직도 심미연에게는 부족한 자리라고 여기며 수석 파트너 변호사쯤은 되어야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내가 아닐 수도 있잖아, 이런 얘기는 내 앞에서나 하지 어디 나가서 떠들고 다니지 마, 남들 비웃겠다.”심미연은 미소를 거두며 진지하게 말했다.로펌에서 다른 사람들과 사이도 별로 안 좋은데 이런 소문이 떠돌다가 혹시라도 승진을 못 하게 되면 한동안 웃음거리가 될 것이기에 그녀는 주위 사람들 입도 단속시켜야 했다.“당연히 변호사님 앞에서만 얘기하죠, 그런데 저녁에 있는 회식엔 참석하실 거예요?”2년 동안 심미연의 비서로 있으면서 얘기도 많이 하다 보니 둘은 이런 대화를 나눔에 있어서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진유영의 질문에 시간을 확인하던 심미연이 답했다.“나 지금 잠깐 나갔다 와야 해서, 회식 잡히면 주소 보내줘, 내가 그리로 갈게.”이노하이브의 주식은 할아버지가 선물해주신 건데 심미연이 안 받는다면 또 온지유에게로 갈 게 뻔해서 심미연은 바로 강지한의 회사로 이동하려 했다.“알겠어요.”그에 진유영도 서류를 정리하며 대답하고는 그녀를 배웅해주었다.“좀 있다 주소 보내드릴게요.”서둘러 로펌을 나선 심미연이 한창 이노하이브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강준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그 이름을 보고 잠시 고민하던 심미연이 전화를 받자 화를 참는듯한 강준형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할아버님.”“미연아, 지금 바로 지한이 회사로 와, 할 얘기 있다.”“네, 바로 갈게요.”강준형이 심미연을 이렇게 급하게 부를 일은 이틀 전에 난 기사뿐이었기에 심미연은 빠르게 회사로 향했다.한편 강지한 사무실 소파에 앉은 강준형은 불같이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난 네가 똑똑한 아이라고 생각해서 내 후계자 자리를 맡긴 건데, 봐봐, 네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나!”“병원에서 청혼한 것도 모자라서 강씨 집안 팔찌를 줘?!”“내가 그거 주면서 꼭 미연이한테 전해주라고 했지, 어떻게 그새 외간여자한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0화

    강준형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기에 강지한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물었다.“진짜 그것밖에 방법이 없어요?”“없어!”심미연에게 준 건 심미연의 것이었기에 강준형의 태도는 아주 단호했다.한쪽에서 숨을 죽이고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성무진도 심미연의 팔찌를 온지유에게 선물해준 건 강지한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그저 직장인 일뿐인 성무진은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진 못했다.“그럼 심미연 오면 물어보고 결정하는 건 어때요?”전에 자신이 도망 다니는 처지일 때 제 손에 돈뭉치를 쥐여주던 온지유가 떠올라 강지한은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때 그 돈이 없었다면 강지한은 진작 죽었을 텐데 목숨을 빚진 사람이 원하는 게 고작 팔찌 하나인데 강지한은 그것만큼은 해주고 싶었다.“물어볼 필요도 없어!”염라대왕이라는 소문과 달리 우물쭈물하기만 하는 손자에 강준형은 또 소리를 쳤다.“멀쩡하던 놈이 어쩌다 이렇게 됐어!”“지한 씨, 나왔어!”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해맑은 온지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전에 강지한이 온지유가 오면 그냥 들여보내라고 지시한 탓에 회사 내에서 감히 그녀를 막는 이는 없었다.며칠 전 직원들이 탕비실에서 온지유를 부러워하며 빨리 그녀에게 붙어야겠다는 대화를 나누던 게 떠올라 성무진은 만약 그들이 진짜 사모님이 심미연인 걸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일지 문득 궁금해졌다.갑자기 나타난 온지유에 놀라던 강지한은 이내 얇은 외투 하나만 걸친 그녀의 옷차림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여긴 왜 왔어? 그리고 옷은 왜 또 그렇게 얇게 입고 다녀, 임신한 몸이라 면역력도 예전 같지 않은데 그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해. 아프다고 또 울 거야?”자신을 타박하면서도 빠르게 옷걸이에 걸려있던 외투를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는 강지한을 온지유는 다정하게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한 씨, 나 팔찌 돌려주러 온 거야.”팔찌를 빼서 강지한에게 건네주면서도 온지유는 아쉬운지 손에 힘은 풀지 않고 있었다.그 얼굴을 보자마자 화를 내려던 강준형은 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화

    그녀는 굳이 눈앞의 손익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강준형은 콧방귀를 뀌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더니 정성스럽게 닦기 시작했다.온지유는 그 모습을 보고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굴욕감을 참지 못하며,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말했다.“팔찌 돌려줬으니 나 먼저 갈게.”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강지한을 바라보는 눈빛도 한없이 다정했다.“내가 데려다줄게.”강지한이 말했다.“됐어. 나 혼자 갈게. 지한 씨는 할아버지랑 더 있어.”온지유의 마음속으로는 사실 강지한이 자신을 데려다주길 바랐다. 하지만 속으로는 저 고약한 노인이 허락하지 않는 한 강지한이 자신을 배웅하는 것은 오히려 갈등만 더 키울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금 그녀는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고, 강씨 가문에 남아 앞으로 호강하며 살려면 이 노인의 심기를 거스르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지금은 조금 참아도 괜찮아. 나중에 저 고약한 늙은이에게 배로 갚아줄 거야!’강지한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항상 남 생각만 해? 바보 아니야?”“지한 씨, 나...”온지유는 목구멍에 맺힌 말을 겨우 꺼내려 했지만, 강준형이 그녀를 가로막았다.“가고 싶으면 얼른 가! 미연이가 오면 너 보는 게 불편할 거 아니야!”그녀의 가증스러운 모습에 강준형은 속이 상했다.온지유는 금세 눈가가 붉어지며 말했다.“이만 갈게...”강지한은 그녀의 붉어진 눈가를 보며 다시 인상을 찌푸렸다.“가자. 내가 데려다줄게.”온지유는 입술을 꽉 깨물며 안쓰럽게 고개를 저은 뒤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보이는 표정이었다.고개를 푹 숙인 채 빠르게 걷던 그녀는 문 앞에서 막 들어오던 심미연과 정면으로 부딪쳤다.심미연은 온지유보다 키가 훨씬 컸고, 온지유의 이마는 그대로 심미연의 가슴에 닿았다.“아, 미안!”온지유가 급히 사과하자, 심미연은 가슴팍을 부여잡으며 작게 신음을 내뱉었다.온지유는 심미연의 목소리를 듣고 눈빛에 순간 꿍꿍이가 스쳤다. 그녀는 두 손으로 배를 감싸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2화

    온지유는 눈물에 젖은 얼굴로 강지한을 올려다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지한 씨, 이건 미연 씨의 잘못이 아니야. 내가 부딪혀서 넘어졌어. 미연 씨한테 사과받을 필요 없어!”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진심 어린 듯 들렸지만, 그 안에는 교묘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심미연은 그런 온지유를 잠시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지었다.‘연기를 하고 싶다면 하게 둬야지. 어차피 나만 건드리지 않으면 상관없어.’강지한은 심미연을 힐끔 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너, 걸을 때 앞 좀 보고 다니면 안 돼?”심미연은 대꾸할 의욕조차 없는 듯 무심하게 받아쳤다.“알았어. 다음엔 조심할게.”‘분명 온지유가 날 들이받았는데, 왜 내가 잘못한 게 되는 거야? 강지한, 네가 날 싫어하는 건 알지만, 이젠 내가 숨 쉬는 것도 죄냐?’한편 강준형은 어두운 표정으로 온지유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온지유의 애매모호한 태도는 강지한이 심미연을 오해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저 계략이 보통이 아니구나. 미연이가 저런 애를 어찌 이기겠어!’강준형의 시선을 느낀 온지유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아차, 이 고약한 노인을 잊고 있었네. 내가 무슨 속셈인지 눈치챘을지도 몰라. 만약 진실을 들추면 어떡하지?’그녀는 더 이상 연기를 이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글썽이며 심미연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미연아, 내 잘못 때문에 지한이가 널 오해했어. 정말 미안해.”심미연은 고개를 살짝 젓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사과는 받겠는데, 용서는 못 해.”‘대놓고 이렇게 속 보이는 연기를 하다니. 강지한, 네가 정말 눈이 멀었구나.’강지한은 그 말에 화가 나 심미연을 노려보며 말했다.“미연아, 너무 심한 거 아니야?”그러면서 온지유의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심미연은 두 사람이 등을 돌리고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온지유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강지한은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3화

    “너랑 지한이 결혼한 지도 벌써 3년이야. 이제 애를 가져야 하지 않겠니? 회사 그만두고 집에서 몸조리하면서 준비하는 게 어때? 애 낳고 나서 다시 일하면 되잖아.”그는 간절히 심미연이 아이를 가지길 바랐다. 아이가 생기면 강지한도 자연스레 가정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심미연은 얕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입을 떼기도 전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공간을 가르며 들려왔다.“아버님, 이노하이브 주식을 미연이한테 넘기신다면서요? 저는 절대 동의 못 해요!”고개를 든 심미연은 문턱을 넘어 들어오는 문소영의 분노에 찬 얼굴을 마주했다. 먼지를 뒤집어쓴 듯 헝클어진 모습으로 보아, 그녀가 급히 달려온 것이 분명했다.강준형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내 주식을 내가 누구한테 주든 내 마음이야. 네가 동의하든 말든 무슨 상관인데?”문소영은 심미연의 바로 앞까지 걸어와서야 멈춰 섰다. 그녀는 심미연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주식을 받을 거면 지한이랑 이혼해!”문소영은 심미연이 강지한에게 얼마나 애착을 가졌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심미연이 강지한을 위해 주식을 거절할 것이라고 확신했다.하지만 심미연은 태연하게 웃으며 답했다.“어머님이 지한 씨를 설득해서 저랑 이혼하게만 해주신다면, 저는 당장 서명할 수 있습니다.”그 말에 강준형은 속이 뒤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울분을 문소영에게 풀며 고함쳤다.“닥쳐! 내 일에 네가 무슨 자격으로 감 놔라 배 놔라야!”강준형의 얼굴은 분노로 질려 있었다.“아버님, 갖고 계신 이노하이브 주식이 고작 8%밖에 안 되는데, 그중 5%를 이 아이한테 준다고요? 강씨 가문에 며느리가 심미연 하나뿐이에요?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에요?”문소영은 화가 나 얼굴이 일그러졌다.‘심미연이 지한이랑 이혼하겠다고? 말도 안 돼. 혹시 요즘 떠도는 소문 때문인가?’문소영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심미연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심미연은 문소영의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 사실 그녀는

Latest chapter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84화

    이진영이 그녀를 보러 온 것은 여전히 마음속에 그녀가 있다는 뜻이다. 한유나는 자세를 낮추어 그가 분명히 병원에 데려다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진영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그림자가 그녀를 덮으며 그에게서 나는 남자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한유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진영 씨가 이제 뭘 하려는 걸까?’ “진영 씨... 당... 당신.” 한유나는 너무 흥분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진영이 한 번이라도 그녀를 봐주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가득 차올랐다. 그가 그녀 앞에 서자 그녀는 흥분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러나 기쁜 마음도 잠시 그녀는 남자가 갑자기 손을 뻗어 자신의 목을 조여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진영 씨, 뭐 하는 거예요?” 이진영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도 한 번 경험해봐. 목 조르는 기분이 어떤지. 제대로 느껴봐.” 한유나는 순간 그의 의도을 알아챘다. 이진영이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은 신하린을 위한 복수였다. 신하린은 어린 나이에 이미 몸이 망가졌고 이제는 장애까지 입었는데 이진영이 왜 아직도 그 여자를 잊지 못하는지 한유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도대체 무엇이 부족했을까? 이진영의 손은 점점 더 세게 조여졌고 한유나는 숨이 막힐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눈은 커다랗게 떠졌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해졌다. ‘고작 신하린의 복수를 하려고 날 죽이는 건가?’‘내가 신하린보다 못 한게 뭔데?’ “다음에 다시 하린이에게 손 대면 널 공해에 던져버릴 거야.”이진영은 살기를 가득 담아 말하며 그 말투는 매우 위협적이었다. 한유나는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진영 씨의 얼굴이 왜 이렇게 잔인해 보이는 걸까?’ 그리고 그 후로 한유나는 더 이상 이진영의 목소리도 얼굴도 보이지 않았고 완전히 어두운 곳에 빠져들었다. 이진영은 그녀가 의식을 잃자 손을 풀고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83화

    “하린아, 어디 있어? 내가 지금 찾으러 갈게.”이진영의 목소리는 매우 급박했다. 그는 신하린이 전화를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전화를 받았다. “이진영, 제발 나에게 살 길을 줘. 다시는 연락하지 마.” 신하린은 이진영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한유나가 그녀를 거의 목 조르던 그 장면이 떠올라 감정이 격해져 목소리가 떨렸다. “하린아, 난 너를 놓지 않을 거야. 평생 너와 함께할 거야.” 이진영의 말투는 갑자기 강압적이 되었다. 그에게는 신하린이 없으면 인생에 아무 의미가 없었다.“너랑 평생 함께하는 게 나를 집에 가두고 다른 여자들이 나를 모욕하게 만드는 거라면 너무 잔인한 거 아니야?” 과거의 일들이 머릿속에서 반복되며 신하린의 마음은 아프게 찢어졌다. 자신이 지난 생에서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번 생에서 이진영과 만나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도 한유나가 대체 어떻게 들어갔는지 몰라. 제발 믿어줘.” 이진영은 급히 해명했다. “한유나가 어떻게 들어갔든 내가 본 건 단 하나야. 한유나가 나를 죽일 뻔했다는 거야.”신하린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이진영, 제발 그만해. 나 좀 놔줘.” 그녀는 말을 마친 뒤 전화를 끊고 번호를 차단 리스트에 추가했다. 핸드폰을 끄고 신하린은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 그냥 지나가게 놔둬.’ 이진영은 전화기에서 나오는 차단 음성을 듣고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는 걸 수 없었다.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내던졌다. 그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밖으로 나갔다. 신하린이 예전에 살았던 방으로 가서 공기 속에 아직 그녀의 향기가 남아 있음을 느꼈다. 순간 그의 눈가가 붉어졌고 마음속에서 큰 고통이 밀려왔다. ‘하린아, 예전에 우리가 정말 행복했었는데 왜 이렇게까지 되어버렸을까?’ “도련님.” 문 밖에서 가정부가 그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이진영은 감정을 가라앉히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82화

    그냥 한 쪽 다리만 다친 거지 숨만 붙어 있는 게 아니였다. 그녀는 자신을 비웃으려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는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더 멋지게 살아갈 거라고.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안심이 돼.” 심미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린아, 앞으로 내가 항상 너와 함께할 거야.” “고마워.”신하린은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맞다. 미연아, 너도 빨리 유진 씨랑 혼인신고 해. 너를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해줬는데 지금까지 니 곁에 있어주는 것도 쉽지는 않았잖아.” “응. 그럴려고. 오빠가 경성에 돌아오면 바로 결혼할 거야.” 심미연의 눈빛에 미소가 가득했다. 박유진이 그녀에게 잘해준 모든 것, 그녀는 다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당연히 그와 결혼해야 했다. “내가 대신 다 기뻐. 미연아, 꼭 행복해야 해.” 신하린은 마음 속으로 알았다. 지금의 그녀는 행복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앞으로는 혼자 외롭게 늙어갈 거라고. 심미연은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네가 어떤 모습이 되든 충분히 사랑받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있어. 하린아, 마음 가는 대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용기 내서 고백해.” 그 말에 그녀는 도진혁이 떠올랐다. 며칠 전, 갑자기 휴가를 냈고 뭘 하러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알았어.” 신하린은 밝게 웃었지만 그 웃음 속엔 씁쓸함이 묻어났다. ‘도진혁이 전에 나에게 고백하더니 결국 그 사람도 사라졌잖아...’ ‘이런 쓸모없는 나를 누가 좋아하겠어.’ “가자. 내가 방까지 데려다 줄게. 일찍 쉬어야 해. 지금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으니까 너무 늦게까지 버티면 안 좋아.” 신하린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심미연은 그녀를 소파에서 일으켜 휠체어에 앉힌 후 1층에 있는 손님방으로 향했다. “여기서 자. 내가 침대 시트 바꿔줄게.” “좋아.” 신하린은 거절하지 않았다. 지금 이 상태로는 침대 시트나 이불을 교체할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81화

    “이모, 다리 많이 아파요?” 심태하는 신하린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큰 눈으로 그녀의 다리를 바라보며 작은 얼굴을 찡그렸다. 마치 자신이 아픈 것처럼 안타까워하는 모습이었다. 신하린은 손을 그의 머리 위로 가볍게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태하가 있어서 이모는 하나도 아프지 않아.” 심태하는 정말 마음 따뜻한 아이였다. ‘나한테도 이런 아이가 매일 곁에서 함께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계속 이모랑 함께 있을 거예요.” 심태하가 진지하게 말했다. “좋아.” 신하린을 그를 안고 싶었지만 결국 그의 얼굴에 살짝 뽀뽀만 해주며 말했다. “우리 태하는 정말 착한 아이야.” “방금 누구한테 전화 왔어?” 그때 심미연이 갑자기 물었다. 신하린은 미소를 거두고 얼굴에 진지한 표정을 띠며 말했다. “예전에 내 작업실에서 2년 동안 일한 비서야. 부잣집 딸인데 내가 작업실을 닫고 회사를 차렸을 때 비서님 어머니가 강제로 결혼을 강요했어. 결국 울고 불고 해서 집에 돌아갔지. 그 후로 몇 번이나 소개팅을 했는데 아직 결혼 못 했어. 부유한 집안 사람들과 잘 어울리니까 그쪽의 소식은 항상 나한테 전해줬어.” “방금 전화가 왔는데 술집에서 육현성과 온지유가 아주 친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했어.” “온지유가 그 당시 경성에서 큰 사건을 일으켰잖아. 온지유거 감옥에 갇혀 있었다는 걸 누가 몰라. 갑자기 나타난다면 탈옥한 거겠지.” 신하린은 말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심미연을 바라보았다.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있었지만 결국 입을 열지 못했다. 심미연의 가만히 아들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 “태하야, 너 먼저 올라가서 씻어. 엄마랑 이모는 잠깐 얘기하고 올라갈게. 알겠지?” 심태하는 너무 똑똑했다. 그녀는 아들에게 이런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알았어요. 엄마.” 심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신하린에게 입맞춤을 하고 말했다. “이모, 나 먼저 갈게요. 내일 봐요.” 신하린은 순간 마음이 녹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80화

    “엄마, 아파요.” 아들의 목소리에는 섬세한 억울함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마치 따스한 바람처럼 그녀의 마음 속 먹구름을 강제로 걷어낸 듯했다. 심미연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며 흐릿했던 시선이 아들로 집중되었다. 아들의 어린 얼굴에는 불안과 궁금함이 가득했다. “미안해. 엄마가 너무 생각에 잠겨 있었어.” 심미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고 급히 꽉 쥔 주먹을 풀며 아들을 위로하려 애썼다. 하지만 마음속의 혼란은 거세게 밀려들어 그녀의 목소리는 어딘가 힘이 빠져 있었다. 그녀의 아들, 심태하. 그 예리한 눈빛은 마치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그는 심미연을 똑바로 바라보며 작은 얼굴에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 상태가 이상해요. 뭔가 걱정되는 일이 있죠? 나한테 숨기고 있는 거 있어요?” 심미연은 깜짝 놀라며 아들이 그녀의 이상을 이렇게 빠르게 알아챌 줄은 몰랐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그 무형의 압박감은 마치 거대한 돌덩이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해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그녀의 눈빛은 흐려지고 적당한 핑계를 찾으려 애썼지만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러나 심태하는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심미연의 손을 잡았다. 그의 작은 손은 아직 어렸지만 그 손에서 전해지는 따스함은 마치 겨울날 햇살처럼 심미연의 마음을 살짝 흔들었다. “엄마, 무슨 일이 있어도 난 항상 엄마 곁에 있을 거예요. 우리가 함께 이겨낼 거예요. 그죠?” 심미연은 코가 시큰해지고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아들을 꽉 안으며 혈육의 온기와 힘을 느꼈다. 이 순간, 그녀는 의지할 곳을 찾은 듯했다. 모든 불안과 긴장이 그 따뜻한 가족애 앞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폭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녀는 강해져야 한다. 아들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심미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 말 속에는 알아채기 힘든 묵직함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79화

    “안 돼요.” 심태하의 작은 얼굴은 진지해지며 큰 눈을 치켜뜨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엄마는 아빠랑만 있어야 해.’ “이 녀석, 벌써 은혜를 잊었냐? 누가 너를 구해줬지?” 문도현은 강지한과 똑같은 아이의 얼굴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심미연과 함께 한다면 심태하는 결국 그를 아빠라고 부르게 될 거다. 그때 강지한은 아마 미쳐버릴 거라고 생각하며 입꼬리가 점점 더 교활하게 올라갔다. 이 아이디어는 정말 괜찮은 것 같았다.“알아요. 아저씨가 저를 구해준 건. 하지만 그건 저와 아저씨의 일이고 엄마와는 아무 관계 없어요.” 심태하는 빠르게 생각하며 말했다. 그는 절대로 엄마가 문도현과 함께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비록 나이가 어리지만 그는 이미 선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별할 줄 알았다. “네가 꽤 똑똑하구나. 그렇게 관계를 확실히 구분하다니. 그럼 말해봐, 내가 널 구해준 거 어떻게 고마워 할 거야?”문도현은 심태하를 놀리기 위해 장난스럽게 말을 던졌다. “제가 크면 알게 될 거예요.” 심태하는 진지하게 말했다. 마치 어른처럼 그는 말하는 모든 것들이 깊이 생각한 결과였다. 문도현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놀랐다. ‘이 아이는 참 대단해.’ ‘세 살짜리가 이렇게 큰 말을 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네.’ 심미연은 그의 말을 듣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가 커서 정말로 문도현을 기억할지, 그때가 되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저를 안 믿는 건가요?” 심태하는 문도현을 똑바로 바라보며 조금은 불편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야.” 문도현은 고개를 흔들며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네 양 아빠가 되어줄까? 이렇게 하면 우리는 절대 헤어지지 않겠네.” 그는 갑자기 이 길이 정말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가 심태하의 양 아빠가 되면 그들과의 관계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좋아요.” “안 돼요.” 어머니와 아들이 동시에 말했다. 심미연은 단호하게 반대했다. 심태하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78화

    “내 아들은 어디 있어요?” 심미연의 표정은 심각했다. 문도현은 일반적인 사고방식과는 거리가 먼 남자였다. 그와 엮인다는 건 곧 크게 골치 아픈 일을 떠안게 된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심미연은 그를 최대한 피하려고 애썼다. “당신 아들은 방 안에 있어요. 들어가서 찾으면 됩니다.” 문도현은 미소를 띤 채 심미연을 바라보았다. “그 방에 들어갈 용기 있어요?” 심미연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내 아들이 안에 있으니 누가 뭐래도 들어갈 거예요! 굳이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요.” 문도현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럼 내가 속인 거면 어떻게 할 건데요?” 심미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그런 짓 못 해요.” 그녀는 이미 사람들을 불러놓았다. 만약 자신이 한 시간 내에 이 집을 떠나지 않으면 굴착기를 보내 문도현의 집을 밀어버릴 테니까. 그때가 되면 관계는 완전히 틀어질 수밖에 없다. 심미연의 자신감에 찬 표정을 보고 문도현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그녀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나무 계단은 어두운 불빛 아래서 쿵쿵 소리를 내며 그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듯했다. 2층 복도.발을 디디자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심미연을 소름 끼치게 했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작은 그림자가 빠르게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 속도는 마치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처럼 빠르고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충격을 안고 있었다. 문도현은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심미연을 자신의 뒤로 잡아당기며 그 그림자를 주시했다. 그 그림자는 거의 충돌할 듯 가까워졌으나 그 직전 멈춰서 빠르게 몸을 돌려 그들 앞에 서게 되었다. “엄마, 왔어요? 평생 엄마를 다시 못 볼 줄 알았어요...” 심미연은 급히 문도현을 밀쳐내고 아이 앞에 섰다. 그 아이의 얼굴을 보자 심미연은 가슴이 먹먹하고 심장이 쪼여 오는 듯했다.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그녀는 그 말을 끝내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 울지 마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77화

    “왜요? 무서운 건가요?”앞에 있던 남자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어두운 밤공기 속에서 더욱 깊고 오싹하게 들렸다. 심미연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앞에 있는 남자에게 돌진했다. 그녀의 충동적인 행동에 문도현은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열정적이네요. 내 품에 안기고 싶었어요?” 문도현은 쾌활하게 웃으며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손을 뻗어 그녀를 가볍게 품에 안고 붉어진 얼굴을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 여자는 정말로 자극적이었고 조금만 건드려도 언제든지 반응할 것 같았다. “이거 놔요!”심미연은 그를 노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심미연 씨, 지금 내가 당신에게 관심을 보인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나중엔 기회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문도현의 목소리는 갑자기 무겁고 진지해졌다. 그의 말은 마치 심미연이 그와 잠자리를 갖지 않는 것이 인생에서 놓칠 수 없는 기회인 것처럼 들렸다. 심미연은 그의 말에 더 이상 참지 않고 힘껏 그를 밀쳐냈다. “경성에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다른 여자나 찾아요.”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문도현 같은 남자와 하룻밤 관계를 맺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 관계는 명예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을 안겨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까도 말했잖아요. 지금은 당신한테만 관심 있다고요. 다른 여자는 상관없어요.” 문도현은 여자들을 자주 만나지만 그렇다고 모두와 자는 건 아니다. 그의 말에 심미연은 잠시 멍해지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내가 고마워해야 하는 거예요?”심미연의 목소리에는 어이가 없다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 ‘내가 왜 너랑 잠자리를 가져야 돼?’‘사람을 뭐로 보고... 정말 어이없네.’ “그렇게 생각해도 나쁘진 않죠.” 문도현은 달빛에 비친 그녀를 바라보며 눈빛이 은밀하게 빛났다. 그녀의 작은 얼굴은 붉어지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76화

    어두운 밤, 문도현의 모습이 희미하면서도 또렷하게 보였다. 그의 얼굴은 약한 가로등 불빛 아래서 더욱 단단해 보였고 그 눈 속에는 수많은 말들이 숨겨져 있었으나 그것들이 곧바로 복잡한 감정으로 굳어졌다. 유리창 너머,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교차했다. 그 순간, 심미연은 문도현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는 눈빛임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숨기지 않은 가식 없는 관심 그 자체였다. 시간이 이 순간에 마치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매 초마다 늘어나는 듯했다. 결국 문도현이 손을 들어 창문을 다시 두드리며 심미연을 불렀다. 심미연은 정신을 차리고 깊게 숨을 쉬며 천천히 창문을 내렸다. 차 안으로 문도현의 낯선 기운이 섞인 바람이 들어왔다. “왔어요? 대담하시네요.” 문도현은 심미연이 혼자 온 것을 보고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마음속으로는 심미연의 용기에 대한 감탄이 있긴 했지만 그가 내뱉은 말은 여전히 도발적이고 귀찮게 들렸다. 심미연은 차를 안정적으로 멈추고 차 문을 열었다. 긴 다리를 내딛고 이어서 몸을 날렵하게 차 밖으로 나갔다. 밤하늘 아래, 그녀의 모습은 가로등 불빛에 의해 길게 드리워졌다. “문도현 씨, 이제는 제 아들을 데려갈 수 있나요?” 심미연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문도현을 향한 눈빛은 마치 두 자루 날카로운 칼날이 그의 심장을 겨냥하는 듯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어떤 두려움도 없었고 단지 눈앞의 남자를 평범한 사람처럼 대했다. 문도현은 피식 웃으며 심미연에게 다가가 귀에 가까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가 이렇게 잘생겼는데 마음이 조금이라도 흔들리지 않으세요?” 말을 마친 후, 그는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심미연의 뺨을 가볍게 스쳤다. 그 행동은 경솔하고 무례함이 가득했다. 심미연은 얼굴이 순간적으로 어두워지며 그에게서 한 발 물러섰다. 그녀는 문도현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이 그 사람의 손에 있기에 그녀는 그와의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