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지유는 눈물에 젖은 얼굴로 강지한을 올려다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지한 씨, 이건 미연 씨의 잘못이 아니야. 내가 부딪혀서 넘어졌어. 미연 씨한테 사과받을 필요 없어!”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진심 어린 듯 들렸지만, 그 안에는 교묘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심미연은 그런 온지유를 잠시 바라보다가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지었다.‘연기를 하고 싶다면 하게 둬야지. 어차피 나만 건드리지 않으면 상관없어.’강지한은 심미연을 힐끔 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너, 걸을 때 앞 좀 보고 다니면 안 돼?”심미연은 대꾸할 의욕조차 없는 듯 무심하게 받아쳤다.“알았어. 다음엔 조심할게.”‘분명 온지유가 날 들이받았는데, 왜 내가 잘못한 게 되는 거야? 강지한, 네가 날 싫어하는 건 알지만, 이젠 내가 숨 쉬는 것도 죄냐?’한편 강준형은 어두운 표정으로 온지유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온지유의 애매모호한 태도는 강지한이 심미연을 오해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저 계략이 보통이 아니구나. 미연이가 저런 애를 어찌 이기겠어!’강준형의 시선을 느낀 온지유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아차, 이 고약한 노인을 잊고 있었네. 내가 무슨 속셈인지 눈치챘을지도 몰라. 만약 진실을 들추면 어떡하지?’그녀는 더 이상 연기를 이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글썽이며 심미연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미연아, 내 잘못 때문에 지한이가 널 오해했어. 정말 미안해.”심미연은 고개를 살짝 젓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사과는 받겠는데, 용서는 못 해.”‘대놓고 이렇게 속 보이는 연기를 하다니. 강지한, 네가 정말 눈이 멀었구나.’강지한은 그 말에 화가 나 심미연을 노려보며 말했다.“미연아, 너무 심한 거 아니야?”그러면서 온지유의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심미연은 두 사람이 등을 돌리고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온지유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강지한은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최신 업데이트 : 2024-12-02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