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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다시, 너를 붙잡다: Chapter 681 - Chapter 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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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1화

“이모, 다리 많이 아파요?” 심태하는 신하린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큰 눈으로 그녀의 다리를 바라보며 작은 얼굴을 찡그렸다. 마치 자신이 아픈 것처럼 안타까워하는 모습이었다. 신하린은 손을 그의 머리 위로 가볍게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태하가 있어서 이모는 하나도 아프지 않아.” 심태하는 정말 마음 따뜻한 아이였다. ‘나한테도 이런 아이가 매일 곁에서 함께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계속 이모랑 함께 있을 거예요.” 심태하가 진지하게 말했다. “좋아.” 신하린을 그를 안고 싶었지만 결국 그의 얼굴에 살짝 뽀뽀만 해주며 말했다. “우리 태하는 정말 착한 아이야.” “방금 누구한테 전화 왔어?” 그때 심미연이 갑자기 물었다. 신하린은 미소를 거두고 얼굴에 진지한 표정을 띠며 말했다. “예전에 내 작업실에서 2년 동안 일한 비서야. 부잣집 딸인데 내가 작업실을 닫고 회사를 차렸을 때 비서님 어머니가 강제로 결혼을 강요했어. 결국 울고 불고 해서 집에 돌아갔지. 그 후로 몇 번이나 소개팅을 했는데 아직 결혼 못 했어. 부유한 집안 사람들과 잘 어울리니까 그쪽의 소식은 항상 나한테 전해줬어.” “방금 전화가 왔는데 술집에서 육현성과 온지유가 아주 친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했어.” “온지유가 그 당시 경성에서 큰 사건을 일으켰잖아. 온지유거 감옥에 갇혀 있었다는 걸 누가 몰라. 갑자기 나타난다면 탈옥한 거겠지.” 신하린은 말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심미연을 바라보았다.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있었지만 결국 입을 열지 못했다. 심미연의 가만히 아들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 “태하야, 너 먼저 올라가서 씻어. 엄마랑 이모는 잠깐 얘기하고 올라갈게. 알겠지?” 심태하는 너무 똑똑했다. 그녀는 아들에게 이런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알았어요. 엄마.” 심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신하린에게 입맞춤을 하고 말했다. “이모, 나 먼저 갈게요. 내일 봐요.” 신하린은 순간 마음이 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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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그냥 한 쪽 다리만 다친 거지 숨만 붙어 있는 게 아니였다. 그녀는 자신을 비웃으려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는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더 멋지게 살아갈 거라고.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안심이 돼.” 심미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린아, 앞으로 내가 항상 너와 함께할 거야.” “고마워.”신하린은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맞다. 미연아, 너도 빨리 유진 씨랑 혼인신고 해. 너를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해줬는데 지금까지 니 곁에 있어주는 것도 쉽지는 않았잖아.” “응. 그럴려고. 오빠가 경성에 돌아오면 바로 결혼할 거야.” 심미연의 눈빛에 미소가 가득했다. 박유진이 그녀에게 잘해준 모든 것, 그녀는 다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당연히 그와 결혼해야 했다. “내가 대신 다 기뻐. 미연아, 꼭 행복해야 해.” 신하린은 마음 속으로 알았다. 지금의 그녀는 행복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앞으로는 혼자 외롭게 늙어갈 거라고. 심미연은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네가 어떤 모습이 되든 충분히 사랑받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있어. 하린아, 마음 가는 대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용기 내서 고백해.” 그 말에 그녀는 도진혁이 떠올랐다. 며칠 전, 갑자기 휴가를 냈고 뭘 하러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알았어.” 신하린은 밝게 웃었지만 그 웃음 속엔 씁쓸함이 묻어났다. ‘도진혁이 전에 나에게 고백하더니 결국 그 사람도 사라졌잖아...’ ‘이런 쓸모없는 나를 누가 좋아하겠어.’ “가자. 내가 방까지 데려다 줄게. 일찍 쉬어야 해. 지금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으니까 너무 늦게까지 버티면 안 좋아.” 신하린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심미연은 그녀를 소파에서 일으켜 휠체어에 앉힌 후 1층에 있는 손님방으로 향했다. “여기서 자. 내가 침대 시트 바꿔줄게.” “좋아.” 신하린은 거절하지 않았다. 지금 이 상태로는 침대 시트나 이불을 교체할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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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하린아, 어디 있어? 내가 지금 찾으러 갈게.”이진영의 목소리는 매우 급박했다. 그는 신하린이 전화를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전화를 받았다. “이진영, 제발 나에게 살 길을 줘. 다시는 연락하지 마.” 신하린은 이진영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한유나가 그녀를 거의 목 조르던 그 장면이 떠올라 감정이 격해져 목소리가 떨렸다. “하린아, 난 너를 놓지 않을 거야. 평생 너와 함께할 거야.” 이진영의 말투는 갑자기 강압적이 되었다. 그에게는 신하린이 없으면 인생에 아무 의미가 없었다.“너랑 평생 함께하는 게 나를 집에 가두고 다른 여자들이 나를 모욕하게 만드는 거라면 너무 잔인한 거 아니야?” 과거의 일들이 머릿속에서 반복되며 신하린의 마음은 아프게 찢어졌다. 자신이 지난 생에서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번 생에서 이진영과 만나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도 한유나가 대체 어떻게 들어갔는지 몰라. 제발 믿어줘.” 이진영은 급히 해명했다. “한유나가 어떻게 들어갔든 내가 본 건 단 하나야. 한유나가 나를 죽일 뻔했다는 거야.”신하린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이진영, 제발 그만해. 나 좀 놔줘.” 그녀는 말을 마친 뒤 전화를 끊고 번호를 차단 리스트에 추가했다. 핸드폰을 끄고 신하린은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 그냥 지나가게 놔둬.’ 이진영은 전화기에서 나오는 차단 음성을 듣고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는 걸 수 없었다.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내던졌다. 그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밖으로 나갔다. 신하린이 예전에 살았던 방으로 가서 공기 속에 아직 그녀의 향기가 남아 있음을 느꼈다. 순간 그의 눈가가 붉어졌고 마음속에서 큰 고통이 밀려왔다. ‘하린아, 예전에 우리가 정말 행복했었는데 왜 이렇게까지 되어버렸을까?’ “도련님.” 문 밖에서 가정부가 그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이진영은 감정을 가라앉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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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이진영이 그녀를 보러 온 것은 여전히 마음속에 그녀가 있다는 뜻이다. 한유나는 자세를 낮추어 그가 분명히 병원에 데려다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진영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그림자가 그녀를 덮으며 그에게서 나는 남자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한유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진영 씨가 이제 뭘 하려는 걸까?’ “진영 씨... 당... 당신.” 한유나는 너무 흥분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진영이 한 번이라도 그녀를 봐주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가득 차올랐다. 그가 그녀 앞에 서자 그녀는 흥분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러나 기쁜 마음도 잠시 그녀는 남자가 갑자기 손을 뻗어 자신의 목을 조여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진영 씨, 뭐 하는 거예요?” 이진영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도 한 번 경험해봐. 목 조르는 기분이 어떤지. 제대로 느껴봐.” 한유나는 순간 그의 의도을 알아챘다. 이진영이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은 신하린을 위한 복수였다. 신하린은 어린 나이에 이미 몸이 망가졌고 이제는 장애까지 입었는데 이진영이 왜 아직도 그 여자를 잊지 못하는지 한유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도대체 무엇이 부족했을까? 이진영의 손은 점점 더 세게 조여졌고 한유나는 숨이 막힐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눈은 커다랗게 떠졌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해졌다. ‘고작 신하린의 복수를 하려고 날 죽이는 건가?’‘내가 신하린보다 못 한게 뭔데?’ “다음에 다시 하린이에게 손 대면 널 공해에 던져버릴 거야.”이진영은 살기를 가득 담아 말하며 그 말투는 매우 위협적이었다. 한유나는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진영 씨의 얼굴이 왜 이렇게 잔인해 보이는 걸까?’ 그리고 그 후로 한유나는 더 이상 이진영의 목소리도 얼굴도 보이지 않았고 완전히 어두운 곳에 빠져들었다. 이진영은 그녀가 의식을 잃자 손을 풀고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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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심미연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무슨 일이야? 말해봐. 태하가 무슨 실수를 했든지 엄마는 다 용서할게.” 어차피 세 살인 아이에게 실수를 하지 않게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너무 큰 실수를 하면 먼저 혼을 내고 그 후에 다시 가르쳐줄 것이다. 그는 뛰어난 사람이 될 필요는 없지만 인성이 나쁘면 안 되었다. 심태하는 고개를 돌려 엄마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엄마의 실망한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 심미연은 그가 고민하는 걸 알아채고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그를 침대에 눕히고 그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도 돼. 엄마는 강요하지 않을 거야.”그가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엄마는 그가 싫어하는 일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의 향기와 부드러운 입술에 심태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사실은...” 하지만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그는 또다시 말을 멈췄다. “이제 자자.”심미연은 웃으며 그의 작은 얼굴을 쓰다듬었다. “말하고 싶을 때 말해.” 그녀는 그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그의 표정이 너무 애처로워서 굳이 묻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사실은 내가 그 이모를 일부러 화나게 해서 나를 납치하게 했어요. 그럼 내가 탈출할 기회가 생기잖아요. 그런데 내가 생각지도 못한 건 그 이모가 동생까지 잡아갔다는 거예요.” 심태하는 힘을 주어 한 번에 말을 내뱉었다. 심미연은 무의식적으로 눈을 크게 떴다. “너 일부러 그 이모를 화나게 했어? 혹시 널 때렸어?” 그녀는 항상 심태하가 똑똑한 아이란 걸 알았지만 이렇게 큰 결단을 내릴 줄은 몰랐다. 세 살짜리 아이가 어떻게 성인 여자를 화나게 하고 또 강지한을 사랑하는 여자에게 이렇게 위험한 행동을 했을지 상상도 못했다. 심태하는 고개를 흔들었다.“안 때렸어요. 그냥 엄청 화내시더니 엄마를 욕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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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심미연은 마음이 아팠다. 만약 그녀가 강지한과의 관계를 더 빨리 정리했더라면 아들이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았을 텐데. “엄마, 미안해요. 걱정 끼쳐서.” 심태하는 심미연이 말하지 않자 그녀의 손가락을 살짝 잡으며 귀엽게 말했다. “다음엔 안 그럴게요.” 심미연은 아들이 자신에게 사과하는 모습에 마음이 더욱 아팠다. 그녀는 아들을 꽉 안으며 말했다. “그래. 이제 자자.” 자신이 고통받고 있는 것도 모자라 아들은 오히려 그녀를 걱정하며 사과를 했다. 심미연은 가슴이 찢어지 듯 아팠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엄마를 지켜줄게요.” 심태하는 심미연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는 우리 태하가 꼭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심미연은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으로 아들의 말을 들으며 가슴이 미어졌다. “엄마, 나 여기 떠나고 싶어요. 괜찮겠어요?” 심태하가 물었다. “왜?” 그녀는 아들의 이유가 설득력이 있으면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기가 싫어요.” 심태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 대표님은 엄마랑 나를 두고 싸우고 강 대표님의 여자친구는 나를 해치려고 해요. 그들 때문에 엄마가 마음 아프잖아요. 나는 엄마가 매일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심미연의 가슴이 짓눌리듯 아파왔다. 세 살짜리 아이가 엄마에게 매일 행복하라고 생각하다니. 이 아이는 정말로 하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었다. “엄마, 만약 떠나는 게 싫으면 여기 계속 있어도 돼.” 심미연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엄마가 여기 일 처리하는 대로 아빠랑 같이 이곳 떠나자. 괜찮지?” 아빠 얘기를 하면서 그녀는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박유진은 하루 종일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쪽 상황은 괜찮을까?’ “좋아요. 약속해요.” 심태하는 심미연의 새끼손가락을 잡으며 말했다. “약속 꼭 지키기!” 심미연은 아들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지으며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들은 손가락을 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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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심미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아침부터 대체 누가 찾아온 거지?’ ‘혹시 이진영인가?’ ‘설마 하린이를 데려가려고 하는 걸까?’ “도련님은 아래층에 있나요?”심미연이 물었다. “도련님과 신하린 씨가 거실에서 놀고 계십니다.” “알겠어요.”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누가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찾아왔는지 직접 확인해야 했다. 아래층에 도착하자마자 심태하와 신하린이 신나게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특히 신하린의 표정이 밝았다. 심미연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제 일로 신하린이 쉽게 회복하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기우였던 것 같다. “엄마, 좋은 아침!” 심태하가 그녀를 보자마자 해맑게 인사했다. “우리 태하도 좋은 아침.” 심미연도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모랑 잘 놀고 있어. 엄마 잠깐 나갔다 올게.” “엄마, 무슨 급한 일 있어요?” 심태하의 표정이 순간 진지해졌다. “아니야. 걱정하지 마.” 그녀는 일부러 환하게 웃어 보였다. “계속 놀아.” 신하린의 눈에 불안함이 스쳤다. ‘혹시 이진영이 찾아온 걸까?’ ‘그래서 미연이가 직접 확인하러 가는 건가?’ 이진영은 지금 미쳐가고 있다. ‘혹시 미연이를 해치면 어쩌지?’ “하린아, 태하랑 잘 놀고 있어. 금방 다녀올게.” 심미연은 신하린의 걱정 어린 눈빛을 읽고 부드럽게 말했다. “응.” 신하린은 여전히 불안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심미연은 곧장 문 쪽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그녀를 마주했다.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다. ‘강지한?’ ‘이 사람이 왜 여기에?’ “태하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사과하려고 왔어. 미연아, 미안해.” 강지한이 깊이 허리를 숙이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심미연의 예쁜 도화 눈이 차갑게 가늘어졌다. 그녀의 얼굴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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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다 말했어? 다 했으면 이제 가.” 심미연은 강지한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강지한이 찾아온 목적이야 뻔했다. 하지만 그녀가 두 번이나 그의 말에 넘어간 결과가 뭔가? 아들이 끌려갔고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 이제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할 생각은 없었다. 그가 아무리 미안해해도 그가 아무리 후회해도 그녀에게는 더 이상 상관없는 일이었다. 강상미가 아무리 불쌍하다고 해도 결국 남의 집의 아이였다. “그럼 난 가볼게.”강지한은 심미연이 최소한 한 번쯤은 자신의 말을 들어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냉정했다. 그녀가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걸 보니 애초에 갈 생각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 강지한은 순간적으로 착잡한 감정을 느꼈다. 눈앞에 어린 딸의 얼굴이 떠오르며 가슴이 아려왔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초래한 일이었다. 그는 수없이 그 모자를 상처 입혔고 이젠 그녀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심미연이 문을 닫고 들어가자 그는 무심코 문틈을 바라봤다. 잠시 스치듯 보인 것은 심태하의 밝게 웃는 얼굴이었다. 순간, 가슴이 답답했다. 그 아이가 자기와 함께 있을 때는 한 번도 그런 표정을 지은 적이 없었다. 그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엔 오직 차가운 증오만 담겨 있었다. 조용히 문을 바라보다가 강지한은 무거운 걸음을 돌렸다. 차에 올라탄 순간, 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확인해보니 성무진의 전화였다. “대표님, 임지혜 씨가 들어올 때 영상 찾았습니다.” “지금 당장 회사로 갈게. 사무실에서 기다려.” 그는 단숨에 차를 돌려 회사를 향해 달렸다. 도착하자마자 곧장 사무실로 향했고 들어가자마자 성무진이 대형 스크린에 영상을 띄웠다. 화면 속에서 문소영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잠시 후, 집사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 문을 열어줬다. 그리고 그 순간, 어둠 속에서 한 여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조심스럽게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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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입 닥쳐.” 강지한이 짜증을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들이 돌아오길 제일 바랐던 사람이 바로 자신인데 그런 소리를 들으니 열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 한 가지만 더 묻자.” 박시훈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웠다. “전처랑 완전히 끝난 거 맞지?” ‘그렇다면 이제 자기한테도 기회가 있는 거 아닌가?’ “너, 한 마디만 더 해봐.” 강지한의 얼굴이 분노로 인해 새파래졌다. 설령 심미연이 자신과 끝난다 해도 박시훈 같은 놈을 허락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알겠어. 그럼 내가 직접 물어보러 가지 뭐.” 박시훈은 피식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강지한은 핸드폰을 쥔 채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심미연, 박유진 하나로도 모자라서 또 다른 남자까지 꼬드기고 있는 건가?’ ‘정말 남자를 끌어들이는 재주 하나는 타고났군.’ 심미연의 저택.아침 식사 도중 심미연은 재채기를 했다. “엄마, 여기.” 심미연이 재채기하자마자 심태하가 재빨리 휴지를 뽑아 건넸다. 그의 작은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엄마, 감기 걸린 거야?” 엄마가 아프면 힘들어하니까 심태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아냐. 감기 안 걸렸어. 걱정 안 해도 돼.” 심미연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에요.” 심태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표정을 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하린은 괜히 가슴이 찡했다. ‘이런 기특한 아들을 키우는 기분은 대체 어떨까?’ ‘나도 아들 하나 낳고 싶어지네.’심미연은 사용한 휴지를 휴지통에 버리고 아들의 작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엄마는 어른이니까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 태하는 엄마 걱정 안 해도 돼. 알겠지?” 다른 집 아이들은 이 나이면 그저 먹고 놀기에 바쁠 텐데 심태하는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았다. 그게 안쓰러워서 더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때 심태하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빠가 그랬어요. 남자는 여자를 챙겨줘야 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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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심미연은 신하린을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아침 식사를 이어갔다. 아침을 다 먹고 난 후 심미연은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었다. 심태하도 유치원복으로 갈아입고 가방을 챙겼다. 한편, 백선영은 휠체어를 밀며 신하린을 거실로 데려왔다. “신하린 씨, 여기서 편하게 쉬세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네. 고마워요. 가서 일 보세요.” 백선영은 식탁 정리를 하러 주방으로 갔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어쩌다 다리를 잃은 거야...’ 그때 심미연이 옷을 갈아입고 내려왔다. 심태하도 유치원복을 입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세 살짜리 아이지만 늘 옷을 깔끔하게 입고 다녔다. 엄마를 보자마자 심태하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달려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엄마, 우리 이제 가요.” 심미연은 그런 아들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무 열정적인 반응이었다. “너 유치원 가기 싫다고 하지 않았어? 근데 오늘은 왜 이렇게 가고 싶어 하는 거야?” 뭔가 이상했다. 심태하는 순간적으로 등을 꼿꼿이 펴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더 많은 걸 배워야 엄마를 잘 지켜줄 수 있지.” ‘이 녀석, 대체 어디서 이런 말을 배운 거야?’ “내가 강해지면, 아무도 우리한테 함부로 못 할 거예요.” 진지하게 말하는 아들을 보자 심미연의 눈가가 붉어졌다. ‘이 꼬맹이, 대체 어디서 이런 말을 배워 온 거야... 눈물 날 것 같네.’ 신하린은 그런 심미연을 보며 속으로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따뜻한 아들이 있다니. 진짜 부럽다...’ 심미연은 생각을 멈추고 아들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섰다. 신발을 신고 나가기 전 신하린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린아, 나 간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유치원으로 가는 길에 심미연은 심태하에게 당부했다. “낯선 사람하고 말하지 마. 그리고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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