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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다시, 너를 붙잡다: Chapter 641 - Chapter 650

684 Chapters

제641화

심미연은 책상 위의 서류를 재빨리 정리했다. 필통 속의 펜들이 그녀의 손길에 맞춰 부딪히며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마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듯한 긴박한 배경음처럼 들렸다. 그녀는 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을 재빠르게 집어 들고 가방을 챙겨 급히 밖으로 향했다. 그녀의 동작에는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심미연이 문 앞에 도달해 손을 뻗어 문을 열려던 순간, 문이 가볍게 열리며 임현이 나타났다. 그녀는 자료 더미를 안고 바쁜 모습이었다. 심미연은 발걸음을 멈추고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급한 일인가요?” 급한 일이 아니면 시간이 없었다. 임현은 급히 심미연 앞에 다가오며 손에 든 서류를 가볍게 흔들었다. 마치 중요한 소식을 전하려는 듯했다. “심 변호사님, 그 도시를 뒤흔든 자식 살해 사건에 새로운 단서가 나왔어요. 우리 시골로 가서 다시 조사를 해볼까요?” 심미연은 그 말을 듣고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네. 시골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제가 급한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해요. 이렇게 하죠. 임현 씨가 먼저 다른 직원 몇 명과 함께 가서 조사를 시작하세요.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 주세요. 조심해서 움직이세요.” 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심 변호사님, 걱정 마세요. 제가 처리할게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이다은 씨의 이혼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이다은 씨가 제공한 증거는 부족해서 새로운 중요한 증거를 찾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건이 진전을 보지 못할 거예요.” 심미연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그녀는 깊은 숨을 내쉬며 천천히 말했다. “먼저 시골로 가서 조사를 시작하세요. 이다은 씨의 사건은 제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게요.” “임현 씨, 제가 지금 가봐야 해요.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 주세요.” 그녀는 급히 말을 마친 후 곧바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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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심미연은 성무진의 말 속에서 피하는 듯한 뉘앙스를 느끼며 마음속 불안감이 점점 더 커졌다. ‘강지한이 도대체 태하를 데려가서 뭘 하려는 걸까?’ “당신은 강지한의 비서잖아요. 강지한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요? 지금 장난해요?” 심미연은 아들이 걱정돼 목소리가 날카롭게 떨렸다. 전화기 너머에서 성무진은 잠시 침묵을 지킨 후 결국 한숨을 내쉬며 아무 말 없이 전화를 급하게 끊었다. 그는 강지한의 결정을 막을 힘이 없었다. 오직 심미연에게 미안함 마음만을 느꼈다. 강지한이 심미연을 돌려놓으려는 시도가 잘못된 것임을 그는 알고 있었지만 그런 말을 강지한에게 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오히려 심미연을 더 멀리 밀어내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었다. 4년이 지났지만 강지한의 성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심미연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신호음에 당황하며 사방의 정적이 점점 더 숨 막히는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녀의 머릿속엔 아들과 함께 보냈던 즐거운 순간들이 떠올랐다. 아들이 강지한에게 가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빨리 태하를 찾아야 해.’ 결심을 굳힌 심미연은 즉시 전화를 걸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마친 후 그녀는 다시 한 통의 전화를 걸었다. “태하 위치를 바로 추적해서 나에게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보스.”전화를 끊은 심미연은 차로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곧 차 시동을 걸고 길을 떠났다. 그녀는 화가 나 있었지만 여전히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차가 멀리 가지도 않았을 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화를 받자 급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스, 큰일이에요. 태하의 위치를 추적할 수 없어요. 상대방이 신호를 차단했어요.” 심미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차분하게 말했다. “알겠어요.” 이제 강지한이 아들과 함께 사라진다고 말한 것이 진심인 것 같았다. ‘내가 키운 아들을 강지한이 뭔데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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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강지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얼굴에 냉기가 흘렀다. ‘이 자식이 감히 나에게 반항하다니.’ ‘대단한 배짱이군.’ 임혜자는 강지한의 표정을 보고 속으로 불안해했다. ‘큰일 났다.’ ‘도련님이 화나셨어.’ ‘이제 작은 도련님이 또 어떤 처벌을 받을지 걱정이네.’ 강상미는 아빠에게서 퍼지는 차가운 기운을 느끼며 걱정스러운 마음에 서둘러 심태하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 “오빠, 나랑 손 잡아.” 심태하는 강상미를 한 번 쳐다본 후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강지한에게 끌려왔던 기억이 떠오르며 강상미의 손을 가볍게 밀어내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당신들이랑 친하지 않아요. 손 대지 마세요.” 그 후, 심태하는 고개를 들고 강지한을 바라보며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강 대표님, 정말 못되었네요. 엄마와 제 선의를 이렇게 이용할 수 있다니. 앞으로 엄마랑 저는 상미에게 다시는 잘해주지 않을 거예요.” 그의 어린 마음속에는 세상이 아직 아름다웠다. 하지만 강지한을 만나면서 점점 세상의 추한 현실만 보이는 것 같았다. 그는 아직 너무 어렸기에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엔 너무 벅찼다. 그래서 그는 화가 났고 강지한에게 속았다고 느꼈다. 이제 그는 다시는 강지한의 말을 믿지 않겠다고 결심했다.“오빠, 그러지 마.”강상미는 그의 말을 듣고 눈물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심태하는 동생이 이렇게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그도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굳게 다짐했다. ‘남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면 안 돼.’ ‘나의 약함을 보여줄 순 없어.’ 엄마가 늘 말했었다. ‘밖에서는 강한 사람이 되어야 해.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너를 괴롭히지 않아.’ 강지한은 딸이 우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어두워졌고 심태하를 향한 눈빛은 날카롭게 변했다. “심태하, 여동생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상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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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임혜자는 심장이 덜컥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도련님이 화가 나셨군.’ ‘작은 도련님도 정말 고집이 세다.’ ‘아버지와 아들이 참 닮았네.’ 심태하는 목이 점점 더 조여오며 숨이 가빠졌다. 작고 귀여운 얼굴이 점차 푸르고 보라색으로 변해갔다. 그는 자신이 죽을 것 같았다. 간신히 입을 열어 강지한에게 살려 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이미 마음속 깊이 깨닫고 있었다. 그가 아무리 부탁을 해도 강지한은 절대 그를 놓아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는 자신이 죽으면 엄마가 얼마나 슬퍼할지를 떠올렸다. 그 생각에 조금이나마 마음이 덜 아프게 느껴졌다. 임혜자는 뒤에서 초조하게 따라가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혹시 도련님이 실수로 작은 도련님을 더 조여버리면 어떡하지?’ 하지만 그녀가 심태하를 살려 달라고 부탁한다고 해도 강지한은 절대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임혜자는 매우 난감하고 마음이 불안했다. 다행히 그리 긴 거리는 아니었다. 임혜자의 걱정 속에 강지한은 심태하를 소파에 던져놓았다. 심태하는 소파에 쓰러지자마자 계속해서 기침을 내뱉었다. 임혜자는 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 것을 보고 급히 돌아서서 물 한 컵을 가득 채워 그에게 건넸다. 그녀는 물컵을 아이의 입에 가져다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작은 도련님, 물 좀 드세요.” 하지만 심태하는 얼굴을 돌리며 거절했다. “괜찮아요. 필요 없어요.” 아이의 눈은 붉어져 있었고 금세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 보였다. 그 모습은 정말로 안쓰러웠다. 강지한은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보며 강상미를 데리고 식당으로 향했다. ‘이 자식, 정말 고집이 세네.’ ‘이 상황에서 사과할 생각은 안 하고 버티기만 하네.’그는 이 아이가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강지한이 식당으로 들어가자 임혜자는 급히 물컵을 테이블에 놓고 심태하를 안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작은 도련님, 괜찮아요. 도련님은 절대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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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심태하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엄마를 버린 그날부터 당신과 저는 아무 관계가 아니에요. 엄마가 저를 낳을 때 거의 죽을 뻔했다고요! 그때 강 대표님은 어디 계셨어요? 엄마 곁에서 끝까지 함께 버텨준 건 우리 아빠예요.”“이제 와서 제가 똑똑하고 귀엽다고 데려가겠다고요? 강 대표님, 세상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신이라도 된다고 생각해요?’ 평소에는 귀엽기만 한 어린 목소리가 지금은 단호하고 날카로운 질책으로 변해 있었다. 임혜자는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세상에. 작은 도련님이 무슨 말을...’ ‘도련님이 이대로 가만있으실 리가 없는데...’ 한편, 강상미는 멍하니 오빠를 올려다보았다. ‘와... 오빠 진짜 대단하다. 이렇게 저렇게 많은 말을 술술 할 수 있지?’ ‘내가 했으면 분명 버벅거리기나 했을 텐데...’ 강지한은 얼굴이 굳은 채 눈앞의 어린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이게 정말 세 살짜리가 할 말인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아니야. 분명 심미연이 가르친 거겠지. 대체 나를 얼마나 미워하면 내 아들까지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거야?’ ‘정말 냉혹한 여자군.’“도련님, 작은 도련님이 한 말은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아직 겨우 세 살짜리 아이잖아요.” 임혜자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지만 순간 강지한의 차갑게 번뜩이는 눈빛과 마주쳤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한 살기에 온몸이 굳어버린 그녀는 결국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강지한은 손을 뻗어 심태하의 옷깃을 움켜쥐고 이를 악물며 낮은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이거 네 엄마가 가르쳐준 거냐?” 그의 눈빛이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 여자, 정말 가관이네.’그는 심미연을 찾아 제대로 따져볼 작정이었다. “아니에요. 엄마는 그런 말을 가르쳐준 적 없어요. 저는 인터넷에서 혼자 배웠어요.” 심태하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아이였다. 그는 종종 인터넷에서 ‘악덕 아버지가 아이를 빼앗는’ 장면을 봤고 그 대사를 몇 번이고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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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내가 한 거면 어때? 그 여자는 진영 씨에게 약혼녀가 있는 걸 알면서도 뻔뻔하게 다가갔잖아. 우리 사이를 망쳐 놓은 건 신하린이야.”“그 여자, 죽어 마땅해.” 한석훈이 물러난 뒤 한씨 가문은 몰락했고 한유나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으며 그녀는 연구소에서 일자리를 잃었다. 그 이후로 한유나는 점점 더 신경질적이고 불안정해져 갔다. 이진영 앞에서는 예전 한씨 가문의 고상한 아가씨처럼 온순하고 점잖은 척하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그 우아함은 사라지고 본능적인 거칠음만 드러났다. 그녀는 모든 것을 잃었고 남은 건 비난과 차가운 시선뿐이었다. ‘다 잃었는데 우아함과 점잖음이 무슨 소용이야?’ 심미연은 차가운 표정으로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그걸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하린이가 건드린 게 아니라 오히려 이진영 씨가 하린이에게 매달린 걸 수도 있잖아. 넌 그냥 이진영 씨를 차지하지 못한 원망을 하린이에게 떠넘기고 있는 거야. 그게 하린이한테 공평하다고 생각해?” “그 여자가 진영 씨를 건드린 게 아니라면 왜 자꾸 만나고 다니는 거야? 그 여자가 없었다면 나는 이미 진영 씨와 부부였을 거야.”한유나는 이진영 얘기만 나오면 감정이 격해졌다. “나는 한씨 가문의 아가씨야. 학식도 있고 배경도 좋다고. 그런데 진영 씨는 그런 나와는 잠자리를 안 가지면서 이미 더럽혀진 신하린과는 계속 관계를 이어갔어. 내가 그 여자보다 못한 게 뭔데?”한유나는 모든 불행이 신하린 탓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겪은 고통이 신하린 때문에 생긴 일이라 여겼고 그로 인해 자신이 겪은 아픔만큼 신하린도 반드시 고통을 받아야 한다고 확신했다. “그건 너를 아내로 맞지 않는 이진영 씨한테나 물어봐야겠지.”심미연은 눈을 날카롭게 좁히며 차갑게 말했다. “왜 아무 죄 없는 하린이에게 그런 짓을 한 거야? 대체 왜 하린이를 건드린 거냐고!”그녀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롭고 그 어떤 말도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세로 방안을 가득 채웠다. 한유나는 갑자기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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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그녀는 지금 한씨 가문을 구할 수 있는 강력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 절실히 필요했다. 임지혜가 그런 남자를 소개해줄 수 있다고 했었다. 임지혜가 먼저 전화를 걸어 만남을 제안한 것은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녀는 가서 상황을 보고 괜찮다면 그 남자와 만나볼 생각이었다. 지금 한석훈과 그녀의 처지에서는 선택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 한유나가 로얄하임 백화점에 도착하자 임지혜는 옷을 입어 보고 있었다. 명품 브랜드, 한 벌에 최소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 예전에 그녀도 이런 옷을 자주 샀었지만 지금은 한 벌을 사는 것조차 그녀에겐 큰 부담이 되었다. “유나야, 잠깐 앉아 있어. 두 벌 더 입어볼게.” 목소리의 주인은 키가 크고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였다. 그 얼굴은 영화 속에서 걸어나온 국제적인 스타처럼 어디서 봐도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한유나는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천천히 입어봐. 기다릴게.” 임지혜, 그녀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였다. 7년 전, 갑자기 경성에서 사라졌고 얼마 전 다시 돌아왔다. 그동안 그녀가 무엇을 했고 어디에 있었는지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었다. 그저 하나 분명한 건, 임지혜가 돈이 많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녀의 사회적 네트워크는 경성의 부유한 2세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예전에는 학력과 배경이 있었기에 그런 돈 많고 방탕한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고 지냈다. 하지만 이제 한씨 가문이 몰락하면서 그녀는 그 세계에 발을 들이려 애썼다.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어 했다. 한유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씁쓸함을 느꼈다. 그 간극이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다. 그래도 그녀는 억지로 웃음을 지어야만 했다.혼자 있는 밤이면 모든 고통과 괴로움이 신하린 탓이라고 여겼다. 만약 신하린이 이진영에게 그렇게 끈질기게 집착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언제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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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한유나는 급히 한 발 물러섰다. 그때, 차 문이 열리며 운전기사가 내려서 임지혜에게 공손하게 말했다. “임지혜 씨, 차에 탑승해 주세요.” 임지혜는 차 뒷좌석 문을 열고 한유나를 밀어 넣었다. “강 도련님과 먼저 인사해.” 그 후 임지혜는 조수석 문을 열고 자리에 앉았다. 한유나가 자리에 앉자 옆에 가면을 쓴 남자가 앉아 있는 걸 보았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 무의식적으로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을 움켜잡았다. 그 남자가 너무 무서워서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차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 도련님, 안녕하세요. 이 분은 제 가장 친한 친구 한유나예요. 유나는 오랫동안 당신을 동경해 왔고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싶어 했어요.” 임지혜가 가면을 쓴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남자는 여전히 변함없이 차갑게 대답했다. “그렇군요.” 임지혜는 한유나에게 눈을 깜빡이며 신호를 보냈다. “유나야, 강 도련님이랑 얘기 좀 해봐.”한유나는 온몸이 굳어버린 채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는 임지혜가 자신에게 이런 남자를 소개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저 남자는 보기만 해도 그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나야, 빨리 말해. 연구소에서 있었던 일이라도 얘기해 봐.”임지혜가 몇 번이고 눈을 깜빡이며 한유나를 재촉했다. 한유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유나입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한씨 가문의 딸이고 이씨 가문의 미래 며느리죠.” 남자의 목소리는 마치 얼음 창고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차갑고 냉정했다. 그 말이 귀에 닿자 한유나는 온몸에 서늘한 기운이 퍼지는 것을 느꼈다. “저...”한유나는 입술을 깨물며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다. 4년 전, 그녀는 한씨 가문의 고상한 아가씨였다. 그때 그녀의 아버지는 경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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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남자는 지금 그 여자를 마음껏 괴롭히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강지한, 왜 말이 없어? 말 좀 해봐.” 심미연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그녀가 최대한 품위를 지키려 애쓰는 것이 들렸다. “박유진과 언제 이혼할 건지, 언제 내 곁으로 돌아올 건지만 말해. 그때 너랑 아들 다시 만나게 해줄게.” 강지한의 목소리는 한층 더 가벼워지며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네 말대로라면 내가 이혼하지 않고 네 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아들을 영원히 못 볼 거라는 거야?” 심미연은 가슴이 뛰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만약 강지한이 눈앞에 있었다면 그녀는 그의 얼굴에 한 대 날렸을 것이다. 정말 죽어 마땅한 남자였다. “그래. 너는 어떻게 생각해?” 강지한은 담담하게 되물었다. “알았어.” 심미연은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강지한과 함께한 3년, 그녀는 강지한이 결정을 내리면 더 이상 논의의 여지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제는 한 발 물러서서 차분히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강지한은 핸드폰을 들고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심미연은 예전에는 그에게 전화를 끊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이제는 점점 대담해지고 있었다. 강지한은 여전히 지금의 심미연과 과거의 심미연을 비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는 계속해서 과거의 기억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심미연은 이미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지한은 분명히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지만 그 고통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아이를 이용해 심미연을 다시 자신의 통제하에 두려는 시도를 계속했다. 심미연은 전화를 끊고 바로 컴퓨터를 켜 강지한의 핸드폰 위치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강지한은 서재에서 오랫동안 앉아 담배 두 갑을 피웠다. 상업계에서 냉혹한 수단을 써 온 그였지만 유독 한 여자를 상대할 때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새벽이 다가올 무렵, 심미연은 마침내 강지한의 핸드폰 위치를 추적했다. 컴퓨터를 가방에 넣고 옷을 갈아입은 후 심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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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심미연은 잠시 침묵하다가 차갑게 말했다. “승산이 100%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비록 자신이 유리한 상황이라 해도 완벽한 승리를 보장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그만두겠습니다. 다른 변호사를 찾겠습니다.” 이진영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심했다. 심미연은 잠시 미간을 찌푸리더니 결국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가 누구를 고용하든 상관없었다. 자신과 관련이 없다면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이진영은 그녀가 이렇게 쉽게 받아들일 줄 몰랐는지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심미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 너머로 들리는 신호음에 이진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심미연 씨가 이렇게 쉽게 동의하다니?’ 단 한 마디의 설득도 없었다. 만약 이다은의 이혼 사건에서 승소하면 그 변호사 비용만으로도 상당한 금액을 받을 수 있었다. 심미연이 이 사건을 놓치면 그만큼 많은 돈을 잃게 되는 셈이었다.핸드폰 벨소리가 울리며 그의 생각을 끊었다. 그는 정신을 차리며 급히 전화를 받았다. “지금 상황은 어때? 변호사는 찾았어?” “아니. 아직 찾고 있어.” “왜 심미연을 바꾼 거야?” “100% 승산을 확신하고 싶어서. 하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어.” “이건 이혼 소송이야. 물건 사는 것도 아니고. 누가 감히 100% 승리를 보장할 수 있겠어?” 상대방은 거의 미친 듯이 그를 비난했다. “상관없어. 난 이기기만 하면 돼. 절대 질 수 없어.” “변호사 하나 소개해줄게.” “누구?” “예전에 경성에서 유명한 변호사였어. 한 번도 진 적이 없어.” “그 사람이 누구냐고? 빨리 말해.” 이진영은 점점 목소리가 높아지며 말을 끊었다. 상대방은 잠시 침묵을 지킨 뒤 무겁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진운혁.” 이진영은 그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 사람... 몇 년 전에 죽었잖아? 지금 뭐 무서운 이야기 하는 거야?” 진운혁은 예전에 경성에서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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