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다시, 너를 붙잡다 / Chapter 631 - Chapter 640

All Chapters of 다시, 너를 붙잡다: Chapter 631 - Chapter 640

684 Chapters

제631화

그 순간, 심미연의 심장이 서늘하게 조여왔다. 눈앞의 이 어린 소녀와 자신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이인데 그 작은 얼굴 위로 흐르는 눈물에 이상하게도 가슴이 저며왔다. ‘대체 왜 이러는 거지?’ 임혜자는 강상미가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짠해졌다.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는 조심스럽게 심미연에게 말을 건넸다. “사모님, 잠깐이라도 더 머물러 주시면 안 될까요? 아가씨가 얼마 전까지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어제 막 돌아온 거라... 도련님 말씀으로는 몸이 좀 회복되면 수술을 받을 거라고 하던데...” 임혜자는 말끝을 흐리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수술이 잘될지 모르겠어요.” 그녀가 들은 바로는 만약 상황이 나빠지면 강상미는 수술대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겨우 세 살짜리 아이가 그런 위험을 감당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졌다. 하지만 강상미의 수술을 직접 집도할 사람은 바로 심미연이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이 수술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절대 강상미를 잃게 두지는 않겠다고. “엄마, 여기서 상미랑 조금만 더 같이 있어 주면 안 돼?” 심태하는 몇 시간 동안 강상미와 함께 지내면서 몇 가지를 깨달았다. 강지한이 자신에게 화내는 모습을 본 이후로 강상미에게는 화를 내지 않는다 해도 다정하게 대해 줄 것 같진 않았다. 그런데 강상미는 엄마도 없었다. 진짜 너무 불쌍했다. 엄마를 좋아하는 강상미가 엄마와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심미연은 조용히 무릎을 굽히고 아이들의 손을 하나씩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태하야, 엄마가 상미랑 있고 싶지 않은 게 아니야. 엄마도 해야 할 일이 많고 무엇보다 지금 시간이 너무 늦었어. 너도 이제 유치원에 가야 하잖아.” 그녀는 이내 강상미를 바라보며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상미야, 나는 네 엄마가 아니라 아줌마야. 그리고 아줌마는 지금 일이 있어서 상미랑
Read more

제632화

‘아줌마랑 함께 갈 수 없구나... 그럼 집에만 있어야 해.’ ‘매일 혼자 놀다니, 정말 지루해.’ “그럼 아줌마랑 오빠는 먼저 갈게.” 심미연은 강상미의 텅 빈 눈빛을 보며 가슴이 아려오는 고통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칼로 자신의 살을 조각내는 것처럼 아프고 그 고통은 쓰라리게 퍼져 나갔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품에 안고 있던 강상미를 조심스럽게 밀어내고 일어섰다. 옷자락을 정리한 뒤 심태하의 손을 살짝 잡았다. “태하야, 가자.” 그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강상미의 애처로운 표정이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짓눌렀다. “상미야, 엄마랑 오빠는 먼저 갈게. 내가 학교 끝나면 다시 와서 놀자. 알겠지?” 심태하는 강상미에게 손을 흔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네. 아줌마 안녕, 오빠 안녕.” 강상미는 웃으려 애썼지만 결국 웃음을 짓지 못하고 눈물이 터질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심미연은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다. 그녀는 강상미를 안아주고 싶었다. 데려가고 싶었다. 그 순간,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퍼지며 들려왔다. “왜 내 아들을 허락도 없이 데려가는 거야?” 심미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급히 심태하를 몸 뒤로 숨기고 돌아서서 강지한을 마주했다. “강지한, 우리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든 아이들은 건드리지 말아야 해. 아이들 좀 놔줘.” 강지한은 그녀의 경계 가득한 눈빛을 보고 짜증이 밀려왔다.‘이 여자가 꼭...’ ‘우리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다고 그래?’ ‘분명 일방적으로 나를 싫어하면서...’ 그가 심태하를 곁에 두기로 한 것도 그 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아들이 다른 사람을 아빠라고 부르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아이는 데리고 못 가.”강지한은 심미연을 강제로 남기지 않은 것만으로도 큰 양보를 한 거였다. 만약 심미연이 더 이상 그와 흥정하려 한다면 그는 그녀까지 같이 못 가게 할 수도 있었다. 공기
Read more

제633화

강상미는 입술을 삐죽이며 불만 가득한 눈으로 아빠를 올려다봤다. “아줌마가 안아줬으면 좋겠어요. 아줌마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는데... 아빠가 너무 무서워서 아줌마가 싫다고 할 것 같아요.” 세 살짜리 아이가 조리 있게 말할 수는 없었지만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강지한은 딸이 심미연을 감싸는 걸 깨닫고 속으로는 ‘이 배은망덕한 녀석!’이라며 혀를 찼지만 겉으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가 상미한테는 하나도 무섭지 않은데? 상미야, 네가 아줌마를 엄마라고 부르고 싶으면 직접 아줌마한테 말해 봐. 응?” 딸이 이렇게까지 심미연을 좋아할 줄은 몰랐다. 예전에는 늘 심서연과 함께 있었는데도 단 한 번도 애정을 보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심서연을 꺼리는 듯한 모습이 자주 보였을 정도였다. 그때까지는 단순히 강상미가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쉽게 친해지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심미연과는 몇 번 만나지도 않았으면서 왜 이렇게 따르는 걸까?’ 너무 이상했다. 하지만 강지한은 딸이 심미연을 좋아하는 게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중에 심미연을 집으로 데려올 때 강상미가 거부감을 가지진 않을 테니까.“아줌마가 아까 그러셨어요. 바빠서 일하러 가야 하니까 저녁에 퇴근하고 다시 와서 나랑 놀아준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아빠... 아줌마 보내주세요. 네?” 강상미는 아빠가 또 아줌마를 붙잡고 못 가게 할까 봐 걱정됐다. 아줌마가 이 집에서서 더 오래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냥 빨리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그리고 저녁에 아줌마가 진짜 다시 올지, 그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심미연은 강상미가 자신을 위해 나서는 걸 보고 잠시 놀랐지만 이내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강지한은 미간을 좁히며 눈썹을 살짝 올렸다. “정말 그렇게 말했어?” ‘심미연이 저녁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고?’ ‘그럼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뜻인가?’ “네!” 강상미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Read more

제634화

그가 이렇게 많은 질문을 한 번에 쏟아낼 줄은 몰랐다. 강지한이 강상미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도 딸이 평범한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오는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오빠가 있으니까 괜찮아요. 금방 적응할 거예요.” 강상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모습은 마치 심태하를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강지한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럼 나는? 아빠인 나는? 남보다 못한 거야?’ 순간 속상함이 치밀어 올랐다. 괜히 마음이 씁쓸해졌다. “엄마, 그럼 동생도 저랑 같이 유치원에 가게 해주세요.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제일 먼저 엄마한테 전화할게요.” 심태하는 심미연의 눈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이 나이에 이렇게까지 어른스러울 수 있나?’ “그건 엄마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상미 아빠한테 물어봐야 해.” 심미연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사실 강지한을 설득해 강상미를 유치원에 보내려는 생각은 없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강지한이 그녀를 원망할 게 뻔했으니까. 괜히 나설 필요가 없었다. “아... 알겠어요.” 심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었다. 엄마에게 물어볼 일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깨달은 듯했다. 강지한은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입을 열었다.“알겠어. 그럼 아줌마랑 오빠랑 같이 가.” 그의 차가운 시선이 심태하를 향했다. “심태하, 동생 잘 지켜야 해. 알겠지?” 강상미를 대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태도였다. 강상미에게는 부드럽고 조심스러웠던 말투가 심태하에게는 갑자기 단호하고 엄격한 톤으로 바뀌었다. 심태하는 그의 눈길을 피하며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강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상미는 제가 잘 돌볼게요.” 겨우 세 살짜리 아이가 이렇게 어른스럽게 말하고 행동하니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가는 기분이 들었다.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강지한이 나서자 심태하는 본능적으로 거부했다. “싫어요. 엄마
Read more

제635화

심미연은 더 이상 그와 논쟁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아이들 앞에서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나 오늘 로펌에도 가야 해. 차 없이 가려면 택시를 타야 하는데 난 택시 타는 거 싫어.” 사실 그녀는 다른 차에서 풍기는 특유의 냄새를 견디지 못했다. 차 안에 배어 있는 알 수 없는 냄새가 불쾌했고 어지러움까지 느껴졌다. 강지한은 반쯤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마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녀의 얼굴에서 단서를 찾으려는 듯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그녀의 표정에서는 어떤 흔들림도 읽을 수 없었다. 심미연은 시계를 확인하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시간 없어. 서둘러야 해. 늦으면 안 돼.” 그녀는 항상 아이가 8시 반 전에 유치원에 도착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하지만 지금은 8시 반이 거의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늦으면 하루가 엉망이 될 것만 같았다. “아빠, 우리 빨리 아줌마 차 타요.” 강상미가 고개를 들어 강지한을 바라보며 조그맣게 재촉했다. ‘아빠가 안 타면 아줌마랑 오빠는 그냥 가버릴 텐데...’ 아이는 빨리 친구들도 만나고 싶었고 오빠가 다니는 유치원이 어떤 곳인지도 궁금했다. 강지한은 기대에 가득 찬 강상미의 얼굴을 보며 순간 가슴이 저릿했다. 만약 강상미가 심장에 문제가 없었다면 벌써 유치원에 다니고도 남았을 나이였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 결국 심미연의 차에 올랐다. 강상미는 심태하와 함께 앉고 싶어 했고 강지한은 조수석에 자리 잡았다.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G클래스는 심미연의 부드럽고 우아한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강지한은 문득 예전의 심미연이 떠올랐다. 그녀가 운전하는 모습이 어땠는지 기억해 내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4년 만에 다시 마주한 그녀는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마치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하지만 지금
Read more

제636화

심태하는 엄마의 손을 꽉 잡고 그녀의 힘을 빌려 가볍게 몸을 날려 차에서 뛰어내렸다. 심미연은 깜짝 놀라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눈빛에는 분명히 화가 서려 있었다. “심태하! 다신 이렇게 위험한 짓 하지 마. 손에 무리가 가면 탈구될 수도 있어.” “죄송해요. 엄마.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요.” 심태하는 곧바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엄마를 걱정시키는 건 잘못된 일이었다. 모든 게 다 자기 잘못이었다. 그때 강지한도 차에서 내려 문을 열고 강상미를 품에 안았다. 심미연은 심태하의 손을 잡고 유치원 쪽으로 걸어갔다. 강지한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잠시 숨을 들이쉬고 강상미를 안은 채 빠르게 그들을 따라갔다. “아빠, 나도 오빠랑 같이 걸어갈래.” 강상미는 오빠가 엄마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이 부러웠다. 무엇보다 오빠의 엄마는 정말 예뻤다. 강지한은 조심스럽게 강상미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강상미는 그의 손을 잡고 작은 발걸음으로 심태하를 향해 달려갔다. 곧 강상미의 손이 심태하의 손을 잡았다. 심미연이 심태하의 손을 잡고 심태하가 강상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강상미는 강지한의 손을 잡았다. 네 사람은 마치 한 가족처럼 길을 걸어갔다. 그들 중 세 명의 얼굴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었고 네 사람 모두 뛰어난 외모 덕분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야, 한 가족이 다 이렇게 잘생기고 예쁠 수 있는 건가?” “애기 엄마 아빠, 분위기부터가 다르네.” “아이 엄마는 갓 대학 졸업한 것처럼 어려 보이는데 쌍둥이가 벌써 이렇게 컸다고?” 행인들의 속삭임이 귀에 파고들자 심미연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쌍둥이?’ 그녀가 처음 임신했을 때도 쌍둥이었다. 하지만 그 중 딸은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났다. 갓 태어난 아이의 작고 여린 몸은 움츠러들어 있었고 얼굴은 창백하고 푸르스름했다. 그 아이를 단 한 번이라도 안아보
Read more

제637화

심미연은 깊게 숨을 내쉬며 목소리를 낮췄다. “강지한, 여긴 아들 유치원 앞이야. 제발 여기서 이런 짓 그만해. 창피해...” 그녀의 눈빛 속에는 감추기 힘든 증오가 점점 더 짙어져 갔다. 강지한이 어떤 행동을 하든 그녀는 최소한 체면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강지한은 그녀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증오를 보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차갑고 아픈 통증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예전엔 그 눈빛 속에 사랑만 있던 때가 있었는데...’ ‘언제부터 심미연은 나를 이렇게 미워하게 된 걸까?’ “나는 태하의 아버지고 네 남자야. 우리가 이렇게 친밀하게 행동하는 게 뭐가 창피하다는 거야?” 강지한은 마치 자신이 미친 사람처럼 느껴졌다. 예전에는 심미연이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를 바랐고 그저 그녀가 자신에게서 물러나기를 원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와 가까워질 때마다 그는 심미연이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는지 확인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 “강지한, 여기서 이런 의미 없는 말로 싸우고 싶지 않아. 열 시에 법정에 가야 해. 지금은 서류 정리하러 사무실에 가야 하니까 제발 손 좀 놔.” 오늘 다뤄야 할 사건은 이혼 사건이었다. 자료는 이미 다 준비됐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실수나 빠진 부분이 없는지 점검만 하면 되었다. 그 후 법정에 가서 잠시 숨을 돌리고 피곤하지 않게 변론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랑 얘기하면 싸움이 되고 박유진이랑 얘기하면 다 애정 표현이냐?” 박유진이 오랫동안 심미연과 함께 지낸 사실을 떠올린 강지한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불쾌감을 억누를 수 없었다. 강지한은 자신이 질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심미연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믿었기에 왜 박유진이 그녀 곁에 있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강지한은 본능적으로 심미연의 턱을 움켜잡고 있던 손을 더 세게 쥐었다. 순간, 심미연은 숨이 턱 막
Read more

제638화

심미연의 눈에는 고집과 절망이 뒤섞여 있었다. 온 힘을 다해 강지한에게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의 팔에 단단히 사로잡힌 채 점점 더 깊이 빨려 들어갔다. 마치 그가 그녀를 자신의 일부로 삼으려는 듯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집착이 느껴졌다. 차창 밖의 세상은 점점 흐려졌고 그녀의 의식도 서서히 희매해져 갔다. 그 순간, 심미연의 머릿속을 스친 단 하나의 생각은 칼로 자신의 심장을 찌르는 것이었다. 이 끔찍한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은 오직 죽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그녀의 순식간에 암흑 속으로 가라앉았다. 심미연의 의식이 완전히 끊어졌다. 강지한은 그녀가 축 처진 채 두 눈을 감고 있는 걸 보고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심미연, 눈 떠! 지금 장난칠 때 아니야!” 그러나 그가 아무리 불러도, 세게 꼬집어도 그녀는 끔쩍도 하지 않았다. 강지한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가 밀려왔다. 주저할 겨를도 없이 그는 곧장 그녀를 뒷좌석에 눕히고 핸들을 움켜쥐며 성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전화를 끊자마자 엑셀을 깊이 밟았다. 앞장선 경찰차가 길을 터주었고 그는 쉴 틈 없이 병원으로 내달렸다. 병원 앞에는 이미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휠체어, 소송 침대, 응급 장비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원장이 급히 뛰어나와 그를 맞이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이건 정말 죄송...”“닥치고 침대부터 가져와.”강지한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응급실로 바로 옮겨.” 심미연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 의료진이 침대를 끌고 오자 강지한은 즉시 차 문을 열었다. 그녀를 조심스레 안아 올려 하얀 침대 위에 눕혔다. 새하얀 시트 위에 누운 심미연의 얼굴은 마치 피 한 방울 없는 도화지처럼 창백했다. 입술은 핏기 없이 바싹 말라 있었고 숨결조차 희미해 제대로 숨
Read more

제639화

“스승님!” 심미연은 본능적으로 그 한마디를 내뱉으며 주저하지 않고 남자의 앞에 달려갔다. “저 미연이에요. 스승님... 저 기억하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스승님이 살아 있었어...’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하지만 눈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은 분명 사부의 얼굴이었다. ‘틀림없어.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야. 절대...’ 남자는 그녀를 차갑게 쳐다보며 목소리 속에 날카로운 분노를 담아 말했다. “비켜 주세요. 제 아내가 기절했어요. 여기서 막고 있다가 제 아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당신이 책임질 수 있겠어요?” 심미연은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몸이 굳어가는 듯 모든 것이 얼어붙은 느낌이었다. “스, 스승님...” 그 순간, 심미연의 심장은 마치 거대한 북처럼 울려 퍼지며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은 그 남자의 얼굴을 놓칠세라 집요하게 쫓았다. 마치 그 얼굴을 가슴 깊이 새기려는 듯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는 확신했다. 눈앞의 남자, 뚜렷한 윤곽과 깊은 눈빛을 가진 이 얼굴. 한때 그녀가 존경하며 따랐고 그 죽음을 직접 목격했던 사부, 진운혁의 얼굴이었다.기억 속의 장면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 날, 하늘은 흐릿하고 어두웠다. 마치 하늘마저 비극을 애도하는 듯, 구름이 짙게 깔려있었다. 그녀는 군중 속에서 사부의 몸이 고층 빌딩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그대로 지켜봤다. 끊어진 줄에 매달린 연처럼 결국 아무 힘 없이 차가운 땅에 내팽겨쳐졌다. 구급차 사이렌 소리, 군중의 떠들썩한 소리, 그리고 그때 가슴 깊숙이 울려 퍼진 아픈 울음소리가 뒤엉켜 처참한 교향곡을 이뤘다. 그 해, 그녀는 사부의 시신이 하얀 천에 덮여져 장례차에 실려 떠나는 모습을 똑똑히 봤다. 그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부가 살아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그런 낙하에 살아남을 리 없었다. ‘그럼 스승님은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수많은 의문이 머
Read more

제640화

‘우울증은 거의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왜 강지한을 마주할 때마다 발작이 일어날까?’ 심미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강지한과 자주 마주할수록 언젠가는 자신이 목숨까지 위협받게 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강지한은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머금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린 아들이 있어. 네가 도망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야.”그는 한 걸음 다가서며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심미연, 이제는 순순히 내게 돌아오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박유진은 앞으로 단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할 테니까.” 그의 말은 비웃음을 품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조금의 농담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심미연은 그의 말을 듣자 얼굴이 굳어졌다. “남자답게 앞에 나서서 직접 해. 뒤에서 비겁하게 움직이지 말고.”차가운 목소리 속에 날 선 분노가 담겨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싸늘하게 번뜩였고 단단히 다문 입술은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박유진의 회사에서 벌어진 일들이 강지한의 손에 의해 조종된 것임을 그녀는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강지한이 직접 그런 말을 꺼낸 순간, 심미연의 속에서는 끓어오르는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신이라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오만하기 짝이 없네.’ “내가 남자라는 건 너도 잘 알잖아?”강지한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지만 그 속에는 억누른 분노가 서려 있었다. “내가 직접 손 쓰게 만들지 마. 계속 건드리면 더 이상 참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그의 말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 그가 원하는 대로 그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강제로 되돌릴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것이 강지한의 방식이었다. 심미연은 강지한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한 번 해봐. 네가 날 어떻게 끝낼 수 있을지 지켜볼게.”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는다 해도 상관없었다. 그녀는 강지한의 협박을 단호히
Read more
PREV
1
...
6263646566
...
69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