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 여러 통의 미수신 전화가 뜬 가운데 그 중 임현의 번호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심미연의 가슴이 순간적으로 무겁게 내려앉았다. 불길한 예감이 솟구치며 깊이 생각할 시간도 없이 그녀는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급하고 당황한 기색이 묻어났다. “심 변호사님...’ “임현 씨, 무슨 일이에요?” 심미연은 급하게 물었다. “심 변호사님, 마을 사람들이 저희를 가둬버렸어요. 아예 나갈 수가 없어요. 제발 와서 도와주세요.” 임현의 목소리는 마치 무거운 돌덩이가 심미연의 가슴을 짓누르는 것처럼 무겁게 다가왔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눈을 좁히며 긴장했다. “그들이 원하는 게 뭔데요? 알았다고 말하세요. 지금 당장 갈게요.” 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간신히 대답했다. 심미연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아들 일은 잠시 뒤로 미뤄두기로 했다. 우선 임현을 구하는 일이 급했다. 그녀는 짐을 챙기며 전화를 걸었다. “보스, 무슨 일이에요?” “사람 몇 명 모아서 나한테 와줘요. 싸움 잘하는 사람들로, 알겠죠?” “네. 걱정 마세요. 바로 준비해서 출발할게요.” 짐을 다 챙긴 심미연은 곧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때, 다른 한쪽에서는 비가 갓 내린 마을의 길에 진흙이 고여 빗방울이 은침처럼 땅을 파고들며 불규칙한 물웅덩이를 남기고 있었다. 흐릿한 하늘빛을 반사하는 웅덩이들이 곳곳에 퍼져 있었다. 임현과 동료들은 그 초라한 작은 집 안에 갇혀 있었다. 작은 창문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어 겨우 몇 줄기 희미한 빛이 비쳐 들어오며 안의 모습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공기는 눅눅하고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다. 비가 내린 후 특유의 습기와 냉기가 섞여 사람의 폐 속까지 파고들었고 그녀는 참을 수 없이 기침을 하고 싶어졌다. 밖에서는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고 그 소리는 끊임없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로 울려 퍼졌다. 전화를 끊은 후, 임현은 긴장한 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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