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혁은 그의 말 속에서 몇 개의 키워드만을 추려내고는 머릿속에서 조각을 맞추듯 상상을 덧붙였다. “나 때문에 하린이가 너랑 헤어지려고 했다고? 그럼... 하린이도 나를 좋아했다는 거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천진하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 안엔 은근한 기쁨이 묻어 있었다. 이진영의 눈빛이 차갑게 빛나더니 순간적으로 도진혁의 손목을 잡아챘다. 뼈가 부서질 듯한 힘이었다. 그의 손가락은 쇠처럼 단단히 조여들어 도진혁이 조금이라도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았다. 이진영의 입꼬리가 비뚤어지게 올라갔다. “네가 감히 나한테 덤비겠다고?”“야, 신하린을 망가뜨리더라도 절대 너한테 넘겨주진 않아.” 그 순간, 그의 머리속엔 오직 신하린이 이 남자 때문에 자신과 심하게 다퉜던 기억만이 떠올랐다. ‘하찮은 비서 주제에 감히 나와 맞서려고 든다고?’그때였다. 예고 없이 날아든 발길질이 이진영의 옆구리를 세게 후려쳤다. “이진영 씨, 정말 선을 넘네요.”심미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하린이는 살아 있는 사람이에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요. 대체 무슨 권리로 하린이를 망가뜨려서라도 그 행복을 막겠다는 거예요?” 심미연은 예전엔 두 사람이 잘 되길 바랐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강지한과 이진영, 두 사람은 결국 같은 부류였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끌리고 결국 같은 길을 가게 되어 있다. 심미연은 순간 자신의 안목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심미연 씨, 당신이 지금 은성의 대표가 됐다고 해서 내가 어쩌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이진영의 목소리에는 독기 어린 조소가 서려 있었다. “다시 한 번 손대 봐요. 이번엔 은성을 박살 내줄 테니까. 결국 신하린도 예전처럼 내 앞에서 기어 다니면서 내가 던져주는 밥 한 조각에 매달리게 될 거고.”신하린의 자살 시도로 인해 그의 정신은 극도로 날카로워져 있었다. 이성이 남아 있을 리 없었다. 그러던 순간, 도진혁의 주먹이 날아와 이진영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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