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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다시, 너를 붙잡다: Chapter 611 - Chapter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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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1화

신하린은 입술을 꽉 깨물고 눈을 부릅떴다. 그 눈빛에는 꺾이지 않는 의지와 자유를 향한 갈망이 서려 있었다. 마치 말없이 결심을 다지며 자신을 단단히 세우는 듯했다. “이렇게 한다고 내가 순순히 당신 말을 들을 거라고 생각해요?” 신하린은 단호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목소리는 약했지만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단단하게 울려 퍼졌다. “날 놓아주지 않으면 그냥 죽어버릴 거예요. 분명히 말했어요.” 이진영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아릿하게 조여들었다. 그러나 곧 냉소를 머금으며 비웃듯 말했다. “신하린, 그 남자 때문에 절식하면서까지 죽겠다고 난리치는 거야? 그렇게까지 사랑해?” 그제야 그의 말뜻을 정확히 이해한 신하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요. 난 그 사람을 그렇게 사랑해요.” 도진혁이 한때 자신에게 고백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고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신하린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망가진 자신은 그처럼 빛나는 사람과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을. 그녀는 그저 그의 말에 맞춰 대답했을 뿐이지만 그 한마디가 오히려 이진영을 격분하게 만들었다. 그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신하린을 거칠게 밀쳐내더니 방 한쪽으로 가서 차가운 쇠사슬을 꺼냈다. 신하린은 순간 두려움에 휩싸였지만 이내 차분함을 되찾았다.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진영의 성격을 잘 아는 그녀는 그 앞에서 한 번이라도 약해지면 더 끔찍한 결과를 맞이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두려워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그녀는 폭풍이 더 거세게 몰아친다면 차라리 그것에 맞서 싸우자는 결심을 했다. “이렇게 해도 네가 어떻게 죽나 한번 보자.” 이진영은 차갑게 말하며 쇠사슬을 신하린의 가느다란 손목에 감고 ‘딸깍’ 소리와 함께 자물쇠를 잠갔다.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너 어릴 때 이미 남자한테 처음을 빼앗겼잖아. 그런데도 내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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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그도 알고 있었다. 이렇게 그녀를 가둔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걸. 하지만 신하린의 단호한 태도 앞에서 그는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신하린은 그를 똑바로 노려보며 비웃었다. 그 눈빛에는 싸늘한 조소가 서려 있었다. “당신 여자가 된다는 건 결국 남의 가정을 깨는 불륜녀가 된다는 거잖아요.” 그녀는 비웃음을 감추지 않은 채 조용히 말했다. “난 그런 거 관심 없어요.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묻죠. 날 놓아줄 건가요? 아니면 끝까지 가보겠다는 건가요?” 이진영은 그녀의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강한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대체 뭘 하려는 거야?”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신하린이 갑자기 미친 듯한 웃음을 터뜨렸다. “죽어야죠.” 그녀의 목소리는 맹렬한 불꽃처럼 타올랐다. “죽지 않으면 어쩌겠어요? 당신이 숨겨야 할 비밀처럼 몰래 숨어 살아야 하는 거예요? 또다시 그 더러운 상황을 겪으면서?” 그녀는 차라리 죽어도 다시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빛을 향해 나아가고 싶었다. 더 이상 어둠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나 아침이 오길 바랐다. 차갑고 긴 밤을 견디면서 희망이 떠오르길 기다렸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라고? 절대 그럴 수 없었다. “그래. 그럼 죽어 봐.” 이진영은 비웃으며 말했다.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신하린이 절대 그럴 리 없다는 걸. 하지만 그 순간, 그는 신하린의 입술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리는 걸 보았다. 그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차가운 절망이 한순간에 심장을 조여 왔다. ‘신하린, 안 돼. 죽으면 안 돼.’아래층. 심미연은 차가운 표정의 경호원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그 긴장감은 마치 끊어질 듯 팽팽하게 얽힌 실처럼 긴박했다. 달빛이 비스듬히 내리쬐며 그녀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고 그 그림자 속에서 그녀의 눈빛은 단호한 결연함으로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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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심미연은 고개를 숙이고 신하린의 몸을 천천히 살폈다. 그녀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시선이 움직일 때마다 그 박동이 가슴 속에서 더 세게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신하린의 손목에는 분명히 묶었던 흔적이 있었다. 밧줄로 꽉 묶은 듯한 자국이 깊게 새겨져 있었다. ‘하린이 다리는... 이미 쓸 수 없을 텐데.’‘도망도 못 갔을 거야...’ ‘도대체 왜 이런 애까지 묶어둔 거지?’ 심미연은 가슴 속에서 밀려오는 고통을 애써 누르며 계속해서 신하린의 몸을 점검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손목 외에는 다른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 ‘하린이는 왜 이렇게 쓰러졌을까?’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신하린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던 심미연은 그때 그녀의 얼굴이 마치 겨울 첫눈처럼 창백해져 있음을 알아챘다. 입술은 단단히 굳어 있었고 입가에서 붉은 기운이 미세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심미연의 시선은 그 입술에 고정되었고 그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과 분노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급히 손을 뻗어 그녀의 입을 강제로 벌려보자 신하린의 혀는 이미 스스로 물어 찢어져 있었다. 그 속에서 피와 침이 섞여 흘러나오고 그 모습은 끔찍할 정도였다. 그 순간, 심미연의 눈은 마치 얼어붙은 듯 굳어졌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머릿속에서 폭발적인 충격이 울려 퍼졌다. ‘하린이는 도대체 어떤 고문을 당했던 거야...’‘어떻게 혀를 깨물고 자살하려고까지 했을까?’ 그 생각이 그녀의 심장을 차갑게 찔러왔다. 마치 날카로운 칼날이 박히듯 숨이 멎을 만큼 강렬한 고통이 몰려왔다. 심미연은 갑자기 고개를 들며 눈속에서 타오르는 분노가 마치 불꽃처럼 일어났다. 그 불길은 세상의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 거세게 타올랐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 움직임은 단순히 힘이 아니라 압도적인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땅이 미세하게 떨리는 듯한 그 발걸음은 마치 사자처럼 분노에 휩싸여 사냥감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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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도진혁은 그의 말 속에서 몇 개의 키워드만을 추려내고는 머릿속에서 조각을 맞추듯 상상을 덧붙였다. “나 때문에 하린이가 너랑 헤어지려고 했다고? 그럼... 하린이도 나를 좋아했다는 거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천진하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 안엔 은근한 기쁨이 묻어 있었다. 이진영의 눈빛이 차갑게 빛나더니 순간적으로 도진혁의 손목을 잡아챘다. 뼈가 부서질 듯한 힘이었다. 그의 손가락은 쇠처럼 단단히 조여들어 도진혁이 조금이라도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았다. 이진영의 입꼬리가 비뚤어지게 올라갔다. “네가 감히 나한테 덤비겠다고?”“야, 신하린을 망가뜨리더라도 절대 너한테 넘겨주진 않아.” 그 순간, 그의 머리속엔 오직 신하린이 이 남자 때문에 자신과 심하게 다퉜던 기억만이 떠올랐다. ‘하찮은 비서 주제에 감히 나와 맞서려고 든다고?’그때였다. 예고 없이 날아든 발길질이 이진영의 옆구리를 세게 후려쳤다. “이진영 씨, 정말 선을 넘네요.”심미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하린이는 살아 있는 사람이에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요. 대체 무슨 권리로 하린이를 망가뜨려서라도 그 행복을 막겠다는 거예요?” 심미연은 예전엔 두 사람이 잘 되길 바랐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강지한과 이진영, 두 사람은 결국 같은 부류였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끌리고 결국 같은 길을 가게 되어 있다. 심미연은 순간 자신의 안목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심미연 씨, 당신이 지금 은성의 대표가 됐다고 해서 내가 어쩌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이진영의 목소리에는 독기 어린 조소가 서려 있었다. “다시 한 번 손대 봐요. 이번엔 은성을 박살 내줄 테니까. 결국 신하린도 예전처럼 내 앞에서 기어 다니면서 내가 던져주는 밥 한 조각에 매달리게 될 거고.”신하린의 자살 시도로 인해 그의 정신은 극도로 날카로워져 있었다. 이성이 남아 있을 리 없었다. 그러던 순간, 도진혁의 주먹이 날아와 이진영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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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심미연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신하린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리며 마치 나비의 날개가 살짝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심미연은 본능적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신하린의 옆에 앉았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걱정과 따스함이 가득했다. “어때? 어디가 아파? 빨리 말해줘.” 신하린은 천천히 눈을 떴다. 마치 아침 햇살이 처음 비추는 듯 흐릿한 눈빛 속에 고통이 스쳐갔다. 그녀의 손가락이 힘없이 올려지더니 미세하게 떨리며 입술을 가리켰다. 그 후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고 그 모습은 무력함과 고통에 대한 몸부림처럼 보였다. 심미연은 그 모습에 마음이 급격히 가라앉았다. 신하린이 입술을 가리킨 걸 보며 그녀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혀의 통증을 말하려는 것임을 알았다. 심미연은 신하린을 부드럽게 품에 안았다. “괜찮아. 병원에 가서 치료받자.” 신하린은 그녀의 품에 얼굴을 묻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그 순간, 이진영은 신하린이 깨어나는 모습을 보고 마치 광풍처럼 그녀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눈빛에는 걱정과 불안이 가득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 신하린의 손을 잡으려 했다. 신하린은 재빨리 손을 빼며 그를 노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요.” 말을 할 때마다 혀 끝에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그 고통은 가슴 깊숙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이진영은 신하린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빛 속에 결심과 애정이 섞인 감정을 담았다. 그는 낮고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린아, 내 곁으로 돌아와. 나랑 결혼해줘. 평생 너에게 잘할게.” 그의 목소리는 마치 간절히 구걸하는 듯 또 한편으로는 뭔가를 약속하는 듯했다. 신하린은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그가 쇠사슬로 자신의 손목을 묶던 장면이 떠올랐다. 순간 몸이 무의식적으로 떨리기 시작했고 거절하려던 찰나 뒤에서 들려오는 한마디에 멈췄다. “신하린, 그 사람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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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도진혁은 마치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이진영을 향해 자랑스럽게 눈을 깜박였다. 그 모습은 마치 무언의 도발처럼 보였다. 신하린과 함께 있으니 도진혁은 이진영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이진영은 주먹을 꽉 쥐며 도진혁을 한 대라도 날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신하린이 옆에 있기에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미연아, 병원에 데려다줘.” 신하린은 더 이상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가슴 속에 불안감이 차오르며 이진영이 자신을 강제로 붙잡아 둘까 봐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 먼저 병원으로 가자.” 심미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이진영은 손을 내밀어 신하린을 안으려 했지만 도진혁이 먼저 그녀를 안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차에 태워줄게. 가자.” 신하린은 내리겠다고 말하려 했지만 도진혁은 그녀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며 속삭였다. “이진영이 안게 하고 싶으면 지금 바로 내려줄게.” 비록 신하린의 몸무게는 가벼운 편이지만 심미연은 그녀를 안을 수 없었다. 신하린은 그 말을 삼키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진영과 도진혁 사이에서 도진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진영이 남긴 상처가 너무 깊어 지금도 그를 마주치면 몸이 긴장되고 마음이 불안해졌다.도진혁은 신하린을 안고 이진영 옆을 지나며 일부러 그를 향해 웃었다. 맞아서 부풀어 오른 얼굴이 유난히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심미연은 신하린의 다리를 걱정하며 두 남자 사이의 긴장된 상황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빠르게 앞서 걸어갔다. 이진영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저 자식이 감히 나한테 도발하다니.’ 그를 어떻게든 제압해주겠다고 결심한 이진영은 경호원들에게 눈빛을 보냈다. 경호원들은 즉시 다가가 도진혁을 둘러쌌다. 도진혁의 눈썹이 살짝 떨렸다. ‘이진영이 설마 나를 강제로 막아보겠다고?’ 그는 신하린을 안고 있었기에 이렇게 많은 경호원들과 맞서 싸울 수는 없었다. 신하린의 창백한 얼굴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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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심미연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뭐라고?” ‘강지한, 이 미친 놈이 정신이 나간 건가?’“백 아주머니가 오늘 강지한이 딸을 데리고 놀러 왔다고 하더라. 그래서 태하를 데리고 갈 때 친구인 줄 알고 그냥 막지 않았대.” 박유진은 심미연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너가 강지한을 오게 한 거야?”그의 말투는 부드러웠고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 심미연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 그녀가 강지한을 오게 한 이유는 병원에서 혼자 있던 강상미가 불쌍하게 여겨져서 심태하와 함께 놀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지한이 그 선의와 동정을 이용해 심태하를 데려갔다는 사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심미연의 반응을 본 박유진은 순간 깨달았다. 하지만 그가 심미연을 비난할 권리는 없었다. 결국 그 집도 심미연의 것이고 심태하도 그녀의 아들이었으니 그녀가 결정할 권리가 있었다. 다만 마음 한 켠이 씁쓸했다. 그와 심미연의 사이가 강지한과 비교하면 여전히 먼 거리로 느껴졌다. 심미연은 정신을 차리고 한숨을 내쉰 후 손으로 머리를 누르며 말했다. “태하가 예전에 드레스를 사서 강지한의 딸에게 주려고 했었고 상미와 같이 놀고 싶다고 했어. 내가 급하게 나가야 해서 강지한이 딸과 함꼐 집에 와서 놀게 했어. 그런데 이렇게 이용할 줄은 몰랐어.”심미연은 강지한은 14년 동안 사랑했지만 여전히 그를 완전히 알 수 없었다.박유진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문질러주며 조용히 말했다. “걱정 마. 강지한이 태하를 해치지는 않을 거야. 태하 데리러 가자.”그의 마음속에서 강지한이 심태하를 데려간 목적이 단순하지 않다는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혹시 태하를 이용해서 미연이를 다시 자기 곁으로 끌어들이려는 건 아닐까?’그렇다면 그들이 가도 심태하를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 심미연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박유진의 손을 가볍게 쥐었다. “오빠, 내가 혼자 갈게. 오빠는 집에서 기다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고요하게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강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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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그들의 사이는 이제 돌이킬 수 없었다. 심미연은 아들을 데리고 돌아가면 내일 박유진과 함께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할 작정이었다. [강지한, 태하는 어디 있어? 지금 데리러 갈 거야.] 심미연은 더 이상 감정을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관계를 더 악화시키지 않으려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 집에 있어. 예전에 네가 살던 곳. 데리러 오고 싶으면 직접 와.] 강지한은 짧고 단호하게 말한 뒤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심미연은 핸드폰을 꽉 쥔 채 이를 악물었다.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강지한, 이 개자식...’ 속으로 강지한의 조상까지 싸그리 욕한 후 심미연은 깊은 숨을 내쉬고 차에 올라탔다. 막 저택을 벗어나자마자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강지한일 거라 생각한 그녀는 전화를 받자마자 차갑게 쏘아붙였다. [지금 가고 있어.] ‘기다려. 가서 가만 안 둘 테니까.’ [보스, 저예요. 그날 신하린 씨를 친 사람, 신원 확인됐습니다.] 심미연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지금 어디 있어요?] [제 앞에 있습니다. 빨리 오시죠.] 심미연은 거의 망설임 없이 결정을 내렸다. [알았어요. 금방 갈게요.] 그녀는 곧장 차를 돌려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한편, 강지한은 샤워를 마치고 목욕가운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하늘 하우스에서 여기까지는 대략 20분 거리.그는 서류를 정리하며 심미연을 기다렸다. 그녀가 앞으로 자신과 함께 살게 된다는 생각이 들자 이유 없이 심장이 두근거렸다. 심미연과 헤어진 이후 그는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았다. 일이 바빠서 그런 여유가 없었고 가끔 충동이 올라와도 그냥 스스로 해결했다. 하지만 이제 심미연이 돌아온다면? 그때처럼 자연스럽게 다시 함께할 것이다. 예전에 서로를 탐하던 그 격렬한 순간들.그때의 뜨거운 감촉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의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녀를 붙잡아 뜨겁고 거칠게 밤을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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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남자는 그녀의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얼굴에는 미묘한 변화가 스쳤다. 목숨을 걸고 일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아내와 아이에게 좋은 삶을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내가 감옥에 가고 아이가 복지원으로 보내진다면? 그건 그야말로 지옥과 다름없었다. ‘안 돼!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돼!’그는 그렇게 만들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맡은 일은 생사가 달린 계약이었다. 임무를 완수하면 돈을 받고 떠날 수 있지만 실패하면 죽음뿐. 신하린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는 이미 자신의 운명이 결정됐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죽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도망쳤다. 멀리 도망쳐 숨으면 아무도 그를 찾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이렇게 붙잡히고 말았다. 그는 확신했다. 입만 다물면 아무도 자신의 모든 것을 알지 못할 거라고. 하지만 눈앞의 여자는 그의 아내와 아이까지 찾아냈다. 그가 입을 열지 않으면 그들의 운명은 끔찍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심미연은 그의 갈등을 읽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의 결정을 기다렸다. 이런 선택을 내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에게 충분히 시간을 주기로 했다.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남자가 입을 열었다.심미연이 방에서 나왔을 때 예쁜 소녀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눈가가 약간 붉어진 것을 눈치챘다. 소녀는 급히 달려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보스, 그 사람 입 열었습니까? 얼굴이 안 좋아 보이세요.” 심미연은 그녀를 바라보며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감정을 추스르려는 듯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했습니다. 이틀 내로 그 사람 아내랑 애를 여기로 데려와서 셋이 함께 있도록 해주세요. 제가 정리할 사람 정리하고 나서 말씀드릴게요.” “알겠습니다, 보스. 이제 가시는 건가요? 안 가시면 한잔 하실래요?” 소녀는 기대 가득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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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심태하는 눈살을 찌푸리며 재빨리 강상미를 쫓아가 손목을 꽉 잡았다. “달지 마. 몸도 아직 회복 안 했잖아.” 강상미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오빠, 미안해. 아빠 보고 너무 흥분해서 그냥 못 참고 뛰었어.” 강상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애교 섞인 톤으로 살짝 치켜세운 듯한 느낌이었다. 강지한은 그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다가갔다.그는 심태하의 손을 강하게 떼어내며 차갑게 말했다. “왜 상미한테 그렇게 큰소리쳐?” 심미연이 약속을 어긴 것에 화가 난 그는 마침 심태하가 강상미에게 큰소리친 모습을 보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심태하는 고개를 치켜들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 작은 얼굴에선 차가운 기운이 감돌며 마치 냉철한 CEO처럼 강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어제 강 대표님이 저한테 상미를 동생처럼 돌보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저는 상미를 보호하고 있었어요.”심태하는 말을 마친 후 코웃음을 쳤다. “상미가 진짜로 걱정돼서 그랬는데 왜 저를 혼내세요? 강 대표님, 정말 모시기 어렵네요.” 강지한은 철렁한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며 말문이 막혔다. ‘겨우 세 살 된 아이가 이렇게 쏘아붙이다니.’ ‘심미연, 정말 대단하네.’ “제가 무슨 일을 해도 다 잘못이라면 차라리 저를 하늘 하우스까지 데려다 주세요.”심태하는 차갑게 말했다. 세 살짜리 아이치고는 이미 강한 CEO의 기질을 보여주고 있었다. 강지한은 그의 눈빛을 마주하며 잠시 멍해졌다. ‘이 아이가 정말 세 살이라고?’ ‘이렇게 강한 기운을 내뿜다니.’“강 대표님, 데려다주지 않으시면 제가 혼자 돌아가도 돼요. 돌아간 후엔 제발 다시 저를 찾지 말아 주세요. 우리 각자 잘 살아요.”심태하는 말을 끝내고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상미는 그가 떠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터뜨렸다. “오빠 가지 마요.” 아이는 오빠를 좋아해서 그가 떠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강상미는 울면서 작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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