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진은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심태하의 얼굴을 보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왜 그런 질문을 해?” ‘이 아이, 너무 똑똑한 거 아닌가?’ ‘회사에 문제가 생긴 걸 어떻게 알아챈 거지?’ “아빠, 예전엔 집에서 저랑 놀 때 핸드폰도 무음으로 해놓고 저랑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아침 일찍 나가고 밤늦게 들어오고 저랑 놀 때도 자꾸 전화받고... 게다가 전화를 받을 때마다 얼굴이 엄청 심각해 보여요.”아이의 논리 정연한 말에 박유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심미연도 옆에서 얼어붙었다. ‘이게 정말 세 살짜리 입에서 나올 말인가?’ ‘이 녀석, 천재 아냐?’ 박유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우리 태하, 관찰력 하나는 끝내주네?” 심태하는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누구 아들이에요?” 너무도 당당한 모습에 심미연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우리 태하, 정말 최고다.” ‘이제 말까지 이렇게 능청스럽다니.’ 그때 심태하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엄마, 아빠 밥 해준다면서요? 얼른 가서 해 주세요. 저랑 아빠는 남자들끼리 할 얘기가 있으니까요.” 작은 손으로 심미연의 어깨를 토닥이는 모습이 영락없는 꼬마 어른이었다. 심미연은 어이가 없어 웃으면서도 그를 흘겨보았다. “엄마한테 버릇없이 굴지 마.” ‘이 녀석 너무 버릇없어졌네.’ ‘근데 어쩜 이렇게 귀엽냐고.’“엄마, 미안해요. 다음엔 안 그럴게요.” 심태하는 급하게 사과했다. 아빠가 그랬다. 엄마가 화났을 땐 잘못이 있든 없든 무조건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아빠 말이라면 믿어야지.’ 심미연은 아들의 귀여운 모습에 마음이 살짝 풀렸다. 그녀는 아이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부드럽게 물었다. “뭐 먹고 싶어? 엄마가 만들어 줄게.” 심태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밤에 많이 먹으면 살쪄서 멋지지 않아요.” 심미연은 순간 벙찼다. ‘이 녀석, 대체 어디서 이런 걸 배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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