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다시, 너를 붙잡다: Bab 591 - Bab 600

696 Bab

제591화

“오늘 너무 늦었어요. 집에 어린 아이도 있고 먼저 가봐야 해요. 내일 전화 주세요. 그때 자세히 검사해드릴게요.” 심미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그녀는 누군가가 장혜윤에게 독을 타서 주고 있다는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 목적이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혜윤은 심미연의 말을 듣고도 여전히 긴장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알겠어요. 내일 전화할게요.” “여보, 내일 출근 안 하면 나랑 같이 가자.” 오태진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일 휴가 낼게.” 그는 항상 딸을 원했지만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병원 검사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는 그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보니 누군가가 장혜윤이 임신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되면 꼭 연락 주세요. 먼저 가볼게요.” 심미연은 급하게 돌아가야 했다. 그녀는 이미 박유진에게 강상미가 집에 올 거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래서 박유진이 집에 있는지, 강지한이 떠났는지 걱정이 되었다. 두 남자가 마주치면 일이 커질까 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심미연 씨, 안녕히 가세요.” 장혜윤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심미연도 손을 흔들며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장혜윤은 심미연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심미연 씨의 의술이 정말 경지에 달한 건가?” 그저 맥을 짚어본 것뿐인데 몸에 이상이 있다는 걸 정확히 알았다.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 없다고 했는데 그게 너무 이상했다. “왜 이렇게 멍하니 있어? 집에 가자.” 오태진은 장혜윤의 허리를 감싸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의 목숨을 구한 사람이 심미연이었기에 그는 심미연의 의술을 전적으로 믿고 있었다.“내 친구가 아까 전화로 헤어졌다고 해서 위로하러 가야 해. 잠깐 가서 얘기 좀 하고 올게. 여보, 먼저 집에 가도 괜찮아?” 장혜윤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얼굴은 이미 평소의 차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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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장혜윤의 가슴 속 불안은 마치 밀려오는 파도처럼 요동쳤다. 그녀는 텅 빈 거실을 급히 훑어보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의도적으로 시선을 내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윤미는 어디 있어요?” 남자는 소파에 앉아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그 리듬이 고요한 공기 속에서 유난히 거슬리게 들렸다. 그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리며 깊고 복잡한 눈빛으로 장혜윤을 바라보았다. 마치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꿰뚫어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 순간 장혜윤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며 알 수 없는 공포가 가슴 속에서 솟구쳐 올라 전신을 타고 퍼져 나갔다. “위층에 있어요.” 그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 하나하나의 단어가 의도적으로 무게를 두고 내뱉어지며 저항할 수 없는 권위가 담겨 있었다. “위로 가서 잘 위로해 주세요.” 장혜윤은 등줄기가 차갑게 느껴지며 억지로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얼굴의 긴장은 감추기 어려웠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손을 가방 안으로 넣었다. 손끝이 차가운 핸드폰을 만지자 그것이 지금 그녀의 유일한 의지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핸드폰을 꽉 쥐고 손톱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힘을 주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첫 번째로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도움을 청할 것이다. “빨리 올라가세요.”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날카롭게 들렸다. 장혜윤은 간신히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어요.”장혜윤은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올라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마치 솜털 위를 걷는 듯 부드럽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가빠지는 걸 느꼈다. 자신에게 침착하라고 다짐했지만 내면의 두려움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처럼 그녀의 목을 꽉 조여왔다. 마침내 2층에 도착한 장혜윤은 떨리는 손끝으로 문을 밀어 열었다. 문이 열리며 삐걱거리는 소리가 공기 중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이 조용한 공간에서는 유난히 거슬리게 들렸다. 문이 열리자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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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나윤미는 마침내 붉게 부은 눈을 들어올렸다. 그 시선은 공허하고 혼란스러워 마치 끝없는 악몽에서 이제 막 깨어난 사람 같았다. 그녀는 떨리는 입술로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힘겹게 단어를 짜내듯 말했다. “그... 그 사람은 악마야. 나를 두렵게 만들고 살아 있는 게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느껴지게 했어...” 말을 마치자마자 나윤미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고 몸은 두려움과 슬픔에 심하게 떨렸다. 장혜윤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차가운 한기가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밀려왔다. 그녀는 나윤미의 손을 꼭 잡으며 자신의 온기를 전하려 애썼지만 나윤미의 눈에 서린 공포는 끝없는 심연과 같았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깊은 절망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 장혜윤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나윤미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말하면 안 돼.” 그녀의 목소리에는 절박함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마치 무언가를 입 밖에 내는 순간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장혜윤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내가 정말 유능한 변호사를 알고 있어. 그 사람한테 도움을 요청해보자.” 그러나 ‘변호사’라는 단어를 듣자 나윤미의 몸은 더욱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변호사는 그녀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악몽이었다. “안 돼! 절대 변호사한테는 안 돼!” 나윤미는 절규하듯 외치며 더욱 깊은 공포에 빠졌다. “윤미야, 도대체 왜 그래? 네가 아무 말도 안 하면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잖아.” 장혜윤은 초조함에 목소리가 떨렸다. 나윤미는 이제 조금 진정된 상태였다. 감정도 가라앉았고 머리도 어느 정도 맑아진 듯했다. “혜윤아, 그냥 가. 다시는 나 찾아오지 마.” 나윤미는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인생은 이미 끝났어. 너한테 진 빚은 다음 생에 갚을게. 앞으로 내가 전화하더라도 무슨 말을 하든 절대 날 찾지 마. 알겠지?” 그 말은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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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장혜윤은 진심인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거 아니야. 너 먼저 집에 가.” 나윤미는 장혜윤을 살짝 밀어내며 재촉했다. 장혜윤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 먼저 갈게.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해.” ‘윤미가 날 돌려보내려는 건 분명 아래층에 있는 남자 때문이야. 아니면 무슨 사정이 있거나.’ 장혜윤은 더 이상 캐묻지 않기로 했다. 장혜윤이 문 쪽으로 향하자 나윤미는 아래층 남자가 떠올라 서둘러 그녀를 불러 세웠다. “혜윤아, 나 좀 부축해줘. 같이 내려가자.” 장혜윤은 멈춰서 나윤미에게 다가가 그녀를 침대에서 일으켰다. 두 사람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고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가 보였다. 나윤미는 본능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장혜윤은 그녀의 몸이 굳어지는 걸 느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벌써 가려고?” 남자는 무심한 목소리로 고개를 들어 나윤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나윤미는 통제할 수 없이 몸을 떨며 답했다. “응. 혜윤이 남편이 집에 빨리 오라고 전화왔어.” 장혜윤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 그런 게 아닌데... 왜 윤미는 거짓말을 하는 거지?’“내가 사람을 시켜 바래다줄까?” 남자가 다시 물었다. “아니야. 밖에 기사님이 기다리고 있어.” 나윤미는 급히 그의 말을 끊었다. “그래. 너가 배웅해. 난 위층에 올라간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계단을 올라갔다. 그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나윤미는 마치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듯 주저앉을 뻔했다. “윤미야, 너 괜찮아?” 장혜윤은 그녀의 상태를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까 두 사람의 대화는 너무 이상했다. 나윤미는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었고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현관에 도착하자 나윤미는 장혜윤을 문 밖으로 밀어내듯 말했다. “혜윤아, 빨리 가. 다시는 오지 마.” 장혜윤이 무슨 일인지 묻기도 전에 나윤미는 문을 꽝 닫아버렸다. 그녀는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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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구체적인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었는지. 그리고 친구분이 납치되었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심미연은 차분히 한 번에 많은 말을 쏟아냈다. 장혜윤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말을 마친 후 심미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말씀하신 상황은 가정폭력일 가능성도 있고 두 사람 사이에 다툼이 있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친구분의 감정이 흔들리며 상황이 복잡해진 거죠. 결국 그분들이 집 안에 있었으니 이를 납치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장혜윤은 또 다시 흐느껴 울었다. [하지만 그때 친구가 너무 불쌍해 보였어요. 정말 마음이 찢어지더라고요.] 심미연은 문득 신하린이 떠올랐다. 만약 신하린이 그런 상황에 처해 있었다면 자신도 그녀를 생각하며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혜윤 씨는 먼저 집에 가세요. 지금 혼자 계시고 밤늦게 여성분이 이렇게 외출하는 건 위험할 수 있어요.]심미연은 조용히 그녀에게 충고했다. [우리 윤미 불쌍해서 어떡해...] 장혜원이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심미연의 목소리가 급하게 들려왔다. [친구분 이름이 윤미라고 하셨죠? 제가 아는 사람이랑 이름이 같네요.] 심미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혹시 혜윤 씨가 말한 윤미가 예전에 스승님을 죽인 그 사람일까?’ 나윤미는 중요한 인물이었고 이번에 경성으로 돌아오기 전에 몇 가지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나윤미를 빨리 찾아내면 스승님이 뛰어내린 진짜 이유를 세상에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스승님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나면 아이와 박유진과 함께 이곳을 떠날 계획이었다.[그럼 기회가 되면 윤미와 한번 만나보죠. 친구분과 같은 사람인지 확인해 보세요.] 장혜윤은 갑자기 기분이 나아진 듯했다. 심미연은 전문 변호사인 만큼 나윤미가 납치되지 않았다는 말이 사실일 거라고 믿었다. 심미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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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심미연의 가슴속에 불안감이 스쳤다. “근데 엄마는 예전에 그런 얘기 한 적 없잖아. 넌 어떻게 알았어?” 이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아이는 강지한에 대한 미움만 키울 테고 그런 감정이 자라게 해선 안 됐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강 대표님이 엄마한테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글이 엄청 많아요.”심태하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비록 직접 강지한이 엄마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지 보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에 글들만 봐도 강지한이 엄마에게 얼마나 잔인하게 굴었는지, 얼마나 고통을 주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는 다 사실은 아니야. 사람들 관심 끌려고 과장된 것도 많거든. 그런 글에 너무 휘둘리지 마.” 심미연은 조심스럽게 아들을 품에 안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아이가 나이에 비해 너무 많은 걸 알아버린 게 안타까웠다. 심미연은 앞으로는 아이 앞에서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엄마, 저 이제 다 컸어요.”심태하는 의젓하게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엄마, 드레스는 상미한테 줬어요. 상미가 제 생일 파티에 오기로 했거든요. 다른 친구들도 몇 명 초대해도 되요?” 심미연은 아들의 얼굴에서 순수한 기쁨이 묻어나는 걸 보고 마음이 흐뭇해졌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친구들을 초대하고 생일 파티를 준비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예전처럼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길 꺼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럼. 네가 초대하고 싶은 친구들 다 불러도 돼.”심미연은 따뜻하게 말했다.“근데 몇몇 친구들은 별로 안 좋아요. 자꾸 울고 떼쓰는 애들도 있어서 귀찮아요.” 심태하는 어른스러운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심미연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좋아하는 친구들만 초대해.” 심태하는 심미연의 목에 팔을 두르고 볼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엄마,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심미연은 품에 안긴 작은 아이를 꼭 끌어안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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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박유진은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심태하의 얼굴을 보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왜 그런 질문을 해?” ‘이 아이, 너무 똑똑한 거 아닌가?’ ‘회사에 문제가 생긴 걸 어떻게 알아챈 거지?’ “아빠, 예전엔 집에서 저랑 놀 때 핸드폰도 무음으로 해놓고 저랑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아침 일찍 나가고 밤늦게 들어오고 저랑 놀 때도 자꾸 전화받고... 게다가 전화를 받을 때마다 얼굴이 엄청 심각해 보여요.”아이의 논리 정연한 말에 박유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심미연도 옆에서 얼어붙었다. ‘이게 정말 세 살짜리 입에서 나올 말인가?’ ‘이 녀석, 천재 아냐?’ 박유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우리 태하, 관찰력 하나는 끝내주네?” 심태하는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누구 아들이에요?” 너무도 당당한 모습에 심미연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우리 태하, 정말 최고다.” ‘이제 말까지 이렇게 능청스럽다니.’ 그때 심태하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엄마, 아빠 밥 해준다면서요? 얼른 가서 해 주세요. 저랑 아빠는 남자들끼리 할 얘기가 있으니까요.” 작은 손으로 심미연의 어깨를 토닥이는 모습이 영락없는 꼬마 어른이었다. 심미연은 어이가 없어 웃으면서도 그를 흘겨보았다. “엄마한테 버릇없이 굴지 마.” ‘이 녀석 너무 버릇없어졌네.’ ‘근데 어쩜 이렇게 귀엽냐고.’“엄마, 미안해요. 다음엔 안 그럴게요.” 심태하는 급하게 사과했다. 아빠가 그랬다. 엄마가 화났을 땐 잘못이 있든 없든 무조건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아빠 말이라면 믿어야지.’ 심미연은 아들의 귀여운 모습에 마음이 살짝 풀렸다. 그녀는 아이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부드럽게 물었다. “뭐 먹고 싶어? 엄마가 만들어 줄게.” 심태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밤에 많이 먹으면 살쪄서 멋지지 않아요.” 심미연은 순간 벙찼다. ‘이 녀석, 대체 어디서 이런 걸 배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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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심태하의 영특함에 박유진조차 자주 감탄했다. 마치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모든 걸 다 아는 것처럼 보였다. “괜찮아. 꽃은 아빠가 직접 꽃집에 가서 사야 해. 아빠의 성의를 보여줘야지.” 박유진은 부드럽게 말했다. 심태하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아빠 말대로 할게요. 아빠, 피곤하면 잠깐 쉬세요. 저는 내려가서 레고 할래요.” 하지만 박유진은 아들을 안아 들고 문을 열었다. “아빠도 같이 할 거야.” 심태하는 레고를 정말 좋아했다. 한 번 시작하면 완전히 집중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박유진은 회사 동료들이 아이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자주 말하는 걸 들었지만 심태하를 돌볼 때는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고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아이마다 이렇게 차이가 클 수 있나?’ 두 사람은 거실로 내려가 놀이 매트 위에서 레고를 시작했다.방 안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하인들이 몰래 문을 열고 살짝 들여다봤다. 그들은 곧바로 카톡에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백선영이 말했다. [사장님은 얼굴도 잘생기셨고 성격도 좋고 아내와 아들에게도 엄청 잘해주시네요. 이렇게 좋은 남자는 살면서 처음 봐요.] 진은숙도 한마디 했다. [맞아요. 우리 남자들은 능력도 없고 성격도 고약한데 담배, 술, 도박 하나 안 하는 게 없어요. 같은 여자라도 어찌 이리 운명이 다를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백선영이 말을 이어갔다. [사모님이 예쁘고 능력도 있잖아요. 이런 여자는 사장님 같은 남자와 정말 잘 어울려요.] 진은숙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사모님 성격이 진짜 좋더라고요. 말할 때도 부드럽고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있어서 쉽게 다가갈 수 있어요.] [듣자 보니 사모님이 굉장한 변호사라고 하던데.] 백선영이 또 덧붙였다. 진은숙은 놀라운 이모티콘을 몇 개 보냈다. [정말요? 이렇게 온화해 보이는 사모님이 변호사라니 전혀 상상이 안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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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심미연은 핸드폰 화면에 표시된 번호를 잠시 보고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 [혜윤 씨, 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심미연 씨, 제 친구가 지금 혼수상태에 빠져서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있어요. 제발 와주실 수 있나요?] 장혜윤의 목소리는 마치 숨을 헐떡이는 듯 급박했고 그녀가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그대로 느껴졌다. [어디 병원인가요?] 심미연은 전에 그녀가 말한 친구가 납치당했다는 얘기를 떠올리며 직감적으로 그 친구가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어떻게 그렇게 폭력을 일삼는 인간들이 많은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인하병원이에요. 제발 빨리 와주세요.] 심미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장혜윤이 친구를 치료해달라고 부탁했으니 이 기회에 그 여자가 나윤미인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만약 그 여자가 정말로 나윤미라면?’ 그렇다면 이건 정말 쉽게 해결될 일이 될 것이다. 전화를 끊고 심미연은 허리를 굽혀 심태하 앞에 무릎을 꿇고 부드럽게 말했다. “태하야, 엄마는 병원에 가야 해. 태하는 잠깐 놀고 나서 방에서 씻어야 해. 알겠지?” 심태하는 고개를 기울이며 그녀를 쳐다봤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아빠가 데려다주게 하세요. 엄마 혼자 가는 건 좀 불안해요.” 그 말에 심미연은 가슴이 따뜻해졌다. ‘이 아이는 어떻게 이렇게 따뜻할 수 있을까?’“알겠어. 그럼 내가 아빠한테 얘기하고 올게. 태하는 놀고 있어.” 심미연은 말하며 그의 작은 몸을 감싸 안고 그의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심태하도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이건 사랑의 뽀뽀야. 엄마 화이팅!” 심미연의 눈가가 붉어지고 그의 몸을 더 꽉 안았다. “고마워, 아들.” ‘우리 아들은 어쩜 이렇게 멋지지?’ ‘그냥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 “엄마니까 저한테 고마워할 거 없어요.” 심태하는 그녀의 품에서 고개를 들고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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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박유진은 장혜윤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며 마음속으로 의아함을 느꼈다. ‘오태진의 아내라니. 미연이는 대체 어떻게 이 여자를 알게 된 걸까?’ 오태진은 경성에서 누구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었고 그의 아내가 이렇게 심미연과 친한 사이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오태진은 아내를 극진히 아낀다는 소문도 자주 들었다. 심미연과 장혜윤이 이렇게 편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니 둘은 가까운 사이임이 분명했다. ‘내가 모든 것을 잃게 되더라도 미연이가 다른 사람에게 억울하게 당할 일은 없겠어.’ 박유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눈 뒤 병원을 떠났다. 신미연은 장혜윤과 함께 병원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응급실의 문이 열렸다. 장혜윤은 수술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급히 일어나 달려갔다. 하지만 의사는 그녀의 손에 병상 사망 통지서를 쥐어주며 서명해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차갑게 덧붙였다. “아이를 구할 수 없습니다.” 장혜윤은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서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심미연은 핸드폰을 꺼내 강지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지한은 병원에서 강상미와 함께 있던 중 심미연의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달려왔다. 그는 심미연을 보자마자 바로 물었다. “안에 있는 환자랑 무슨 관계야?” 심미연은 간단히 상황을 설명했고 강지한은 곧장 의사들에게 그녀를 응급실로 데려가 수술을 맡기라고 지시했다. 심미연은 응급실에 들어가자마자 빠르게 수술복을 갈아입고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리고 수술대 위에 익숙한 얼굴을 보고 심호흡을 내쉬었다. ‘역시나 나윤미 맞네.’ 장혜윤은 응급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며 눈물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오태진과 결혼한 후 그녀는 주변 사람들과 멀어졌고 고위 간부 아내들 사이에서는 너무 어린 자신이 어울리지 않아 그곳엔 발도 들이지 않았다. 평소에는 나윤미와 가장 가까이 지내며 의지해왔기에 나윤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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