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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다시, 너를 붙잡다: Chapter 81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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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심미연은 깜짝 놀랐다.강지한은 대체 뭐 하려는 걸까.운전기사는 눈치껏 차를 세우고 곧바로 내렸다.‘도련님께서 밖에서 즐기려고 하시네, 그런 취향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차 문이 닫히기를 기다리던 강지한은 손을 뻗어 심미연을 품에 안으며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이제 운전기사도 없으니까 해도 되지?”심미연은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방금 많이 먹어서 운동을 못 해! 안 그러면 차에 토해서 더러워질 거야!”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가 핑계를 대자 강지하는 가늘게 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심미연, 아직 이혼한 것도 아닌데 벌써 박유진을 위해 몸을 사리는 거야? 왜, 할머니 약 받기 싫어? 친구 작업실도 버리는 거야? 아, 사랑하는 박유진이 새로 차린 로펌도 문 닫게 해줄까?”속에서 분노가 이글거리던 강지한은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고 심미연은 순간 등줄기에 오싹한 한기만 느껴졌다.강지한은 그녀 주위 사람들로 협박하고 있었다.“심미연, 분명히 말하는데 난 이혼 안 해! 네가 밖에서 다른 남자와 바람피우는 것도 용납하지 않을 거야. 안 그럼 내가 방금 한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게 되겠지.”그렇게 말하며 강지한이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숙여 키스하려는데 심미연은 분노에 치를 떨며 격렬하게 손을 들어 남자의 얼굴을 때렸다.“강지한, 이건 너무하잖아!”지난 3년 동안 그의 수발을 들어준 걸로도 모자라서 이런 식으로 그녀를 대하는 걸까.강지한은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이혼하기 싫다니까 이젠 폭력을 행사해? 사모님, 변호사라서 잘 알 텐데. 그러다 내가 널 고소할 수가 있어!”“강지한, 우리 둘 사이 일에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이지 마. 그 사람들이 뭘 잘못했다고 그래?”심미연은 눈시울을 붉히며 어깨를 살짝 떠는 모습이 무척 불쌍해 보였다.온지유였다면 강지한은 절대 그녀를 이렇게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이게 애정이 있고 없고의 차이였다.“그 사람들은 잘못이 없지. 잘못은 네가 했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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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심미연은 이제 수치심 따위 뒤로 한 채 강지한의 화를 풀어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강지한의 화가 풀리면 그녀 주변 사람들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고 수십억도 이대로 사라지길 바랐다.품에 안긴 여자의 부드러운 몸, 귓가에 들리는 여자의 홀리는 듯한 목소리, 코를 가득 채우는 특유의 향기에 강지한의 몸이 달아오르며 큰 손으로 여자의 허리를 움켜쥐었다.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 가장 친밀한 행동을 하면서 입으로는 잔인한 말을 뱉었다.“사모님 몸 파는 건가? 한 번에 얼마를 받을 생각이지? 얼마나 해야 심씨 가문에서 수십억을 갚을까?”심미연은 모든 장기가 뒤틀린 것 같고 통증이 극심해 견디기 힘들었다.필사적으로 숨을 들이마시자 작은 얼굴에 매혹적인 미소가 번지며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다.“몇 번이나 할 지는 강 대표님의 아량에 달렸죠. 대표님께서 너그럽게 봐주시면 한 번으로도 갚을 수 있고 인색하면 여러 번 해야죠 뭐. 그리고 또 하나, 대표님께서 너그럽게 제 주변 사람들은 봐주셨으면 좋겠는데요?”그녀의 슬픔과 연약함은 강지한의 짜증만 불러오기에 강지한 앞에서는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그녀의 말에 자극받은 강지한의 눈이 새빨갛게 변하며 큰 손으로 그녀의 허리 여린 살을 꽉 움켜쥐었다.“지금 이 모습이 3년 전 그날 밤과 똑같네. 두 번 다 목적을 가지고 필사적으로 나를 기쁘게 하려고 하잖아.”역시나 그의 생각이 맞았다. 주변 사람들을 건드릴까 봐 그를 기쁘게 해주려는 거다.곧 거칠게 그녀의 치마를 찢어버렸고 심미연의 작은 얼굴은 고통에 하얗게 질리더니 두 손으로 급히 배를 감쌌다.“강지한, 살살해! 아파!”그녀는 배 속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강지한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몸을 파는 거면 주인님께 뭐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지. 살살해? 그럼 난 즐겁지 않잖아!”심미연은 몸도 마음도 아파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강지한, 움직이지 마. 아프다고!”강지한은 그녀가 꽉 조이는 것을 느끼며 숨이 막히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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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배가 무척 아파서 심미연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강지한이 차에서 내린 뒤 황급히 통증을 참으며 일어나 옷을 입었다.우연히 차창 밖의 남자가 택시를 타는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음이 났다.조금 전까지 그녀가 택시를 타자고 했을 땐 더럽다더니 서둘러 온지유를 만나러 갈 땐 더럽지 않나 보다.이중적인 남자.심미연은 몸을 정리하고 몸에 걸친 옷을 모두 입었는지 확인한 후 차에서 내리려고 문을 열었다.운전기사가 그녀를 보고 서둘러 다가왔다.“사모님, 왜 차에서 내리셨어요? 도련님께서 집까지 모시라고 했어요.”“됐어요, 택시 타고 갈게요.”강지한의 차는 전부 온지유가 탔기에 역겨운 데다 조금 전 안에서 남자에게 이리저리 휘둘렸기 때문에 더욱 메스껍고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사모님...”운전기사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어 감히 그녀 혼자 보낼 수 없었다.배가 아픈 심미연은 손을 뻗어 택시를 부르며 말했다.“강지한이 뭐라고 하면 온지유가 탔던 차라 역겹다고 전해요.”“사모님, 그건...”운전기사는 감히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심미연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그렇게 얘기하세요.”그렇게 말해도 어차피 사실이기에 강지한이 어쩌진 못할 거다.“사모님, 안색이 좋지 않은데 제가 모셔다드릴게요.”강씨 가문에서 일하는 사람 중 강지한과 온지유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었기에 운전기사는 심미연을 말릴 수는 없었지만 최선을 다해 그녀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려고 했다.심미연은 고개를 저었다.“됐어요.”운전기사가 다른 말을 하려는 찰나, 갑자기 한 차가 심미연 앞에 멈추더니 창문이 열리고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미연아, 차에 타.”그 목소리를 들은 심미연은 시선을 들어 박유진의 부드러운 눈빛을 마주했고 잠시 마음속으로 고민하다가 기사에게 말했다.“친구한테 데려다 달라고 하면 돼요. 먼저 갈게요.”운전기사는 그녀가 차에 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심미연이 차에 앉자 박유진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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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마침 로펌에서 시니어 파트너를 구하는데 할 생각 있어?” 박유진의 말투는 여느 때처럼 부드러웠다.심미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다가 잠시 후 부드럽게 고개를 저었다. “됐어.”정말로 로펌 파트너 변호사가 된다면 심씨 가문 사람들이 죽이려고 칼을 들고 쫓아올 텐데, 그렇게 위험한 짓은 할 수 없었다.“내가 자리를 비워둘 테니 생각나면 언제든지 와” 박유진은 강요하지 않았다.그저 그녀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데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될 일이었다.“그래.” 심미연은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의 슬픔을 본 박유진은 음악을 틀어놓고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익숙한 멜로디를 듣던 심미연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박유진이 잘해주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하지만 이미 놓친 사람이라 고개를 돌리지 말고 앞으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박유진은 얼굴을 옆으로 돌려 차 유리창에 비친 여자의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자 누군가 무딘 칼로 자기 심장 부위를 하나하나 베는 듯한 고통이 극심했다.그는 3년 전의 결정을 정말 후회하고 있다.그때 고집을 부렸다면 심미연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가는 동안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생각을 했고 곧 차는 병원 앞에 멈췄다.박유진은 차를 주차하고 내려 심미연에게 문을 열어주었다.“걸을 수 있어?”심미연은 울고 난 후 살짝 눈이 부었지만 박유진에게 들킬까 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걸을 수 있어. 오빠, 먼저 가. 나 혼자 들어가면 돼.”박유진은 얼굴을 찡그렸다.“몸이 안 좋은데 내가 챙겨주는 게 뭐 어때서? 왜 나를 자꾸 밀어내? 미연아, 우리 이렇게 서먹한 사이 아니잖아.”심미연은 입술을 깨물었다.“오빠, 나 혼자서도 괜찮아. 가서 일해.”그녀와 박유진 사이에는 더 이상 접점이 없어야 했다.아니면 강지한이 그 모습을 봤다가 또 성가시게 굴 텐데 자신 때문에 박유진이 강지한의 표적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조용히 한숨을 쉰 박유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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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사진 속 낯익은 여자가 유난히 부드러운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었다.강지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온지유는 그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지한 씨, 누가 메시지를 보냈어요? 뭐래요?”방금 메시지를 슬쩍 확인한 그녀는 사진 속 인물을 명확히 보지는 못했지만 심미연이 다른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이라는 것을 알고 일부러 강지한에게 보여줬다.심미연이 바람을 피웠다면 강지한은 당연히 이혼할 것이다.곧 온지유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두 사람이 하루라도 빨리 이혼할 수 있도록 부추겨야 한다.강지한은 빠르게 사진을 자기 휴대폰에 전송하고 지워버렸다.“스팸이야. 내가 지웠어.”온지유는 당황하다가 이내 그의 말을 알아듣고 평소 모습으로 돌아왔다.“아, 그래요. 고마워요.”강지한은 전화기를 다시 건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담배가 당기네. 나가서 피고 올게.”온지유는 전화기를 들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다녀와요.”강지한은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온지유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담배를 피우긴, 전화를 걸어 심미연을 욕하려는 거겠지.’그녀는 두 사람이 최대한 많이 다투기를, 차라리 빨리 싸우고 당장이라도 이혼하기를 바랐다.강지한은 병동 밖으로 걸어 나와 육현성에게 전화를 걸었다.“지한이?”육현성은 온지유와 강지한이 함께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온지유가 강지한에게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보여준 것도 몰랐기에 강지한의 전화를 받고 살짝 당황했다.“심미연 어디서 봤어?” 강지한이 곧바로 묻자 육현성은 당황하다가 정신을 차렸다.“지금 큰형수님과 같이 있어?”“네가 찍은 사진 봤어.”“병원 앞에서.”강지한은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육현성은 전화기에서 들리는 신호음에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무슨 뜻이지?’고민 끝에 그는 황급히 온지유에게 전화를 걸었다.“현성 오빠, 무슨 일이에요?”“방금 지한이한테 전화가 왔는데 내가 보낸 사진 보여줬어요?”“손이 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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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긴장하지 말고 힘 푸세요. 아니면 검사할 수 없어요.”의사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초보 엄마들은 다 그래요. 그래도 배 속의 아기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기는 생각보다 강해서 쉽게 유산되지 않아요.”심미연은 의사의 말에 겨우 안심했다.의사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진찰하고 배를 만지며 몇 가지 질문을 한 뒤 이렇게 말했다.“바지 입고 내려오세요. 약 처방해 드릴게요.”그러고는 장갑을 벗어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손을 씻고 닦은 다음 책상 앞에 앉았다.심미연은 바지를 입고 침대에서 일어나면서도 여전히 배가 아파서 문지르며 의자에 앉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선생님, 제 아기는 괜찮아요?”그때 문 앞에서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연아, 휴대폰을 차에 두고 내렸어.”심미연은 고개를 돌려 문 앞에 서서 휴대전화를 손에 든 채 온화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박유진을 발견했다.“남편분께 드릴 말씀이 있으니 들어오시라고 해요.”의사의 눈은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심미연에게 말을 건넸다.“저 사람은...”심미연이 막 설명하려던 찰나, 박유진이 다가와 전화기를 건네며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토닥였다.“괜찮아.”의사는 박유진에게 진단서를 건네며 심각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부인께서 아직 임신 3개월이 채 안 됐으니까 부부 관계는 절제하시고 도저히 못 참겠으면 하더라도 조심스럽게 해야 해요. 오늘은 작은 출혈이지만 다음엔 유산할 수도 있어요. 임신 초기 3개월은 성관계를 피하는 것이 좋으며 도저히 못 참을 것 같으면 각방을 쓰시는 걸 추천해 드려요. 3개월 지나면 괜찮을 거예요.”의사로서 정력이 넘치는 젊은 부부를 수없이 만났고 잦은 성관계를 가진다는 걸 알지만 임신하지 않았으면 모를까, 임신했다면 배 속의 아기를 생각해야 했다.의사의 말에 심미연은 얼굴이 빨개지며 어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박유진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여전히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의사에게 말했다.“네,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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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강지한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차갑게 말했다. “아뇨.”박유진은 입술을 다물고 심미연을 돌아보다가 결국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강지한이 무서운 게 아니라 괜히 말했다가 강지한이 심미연을 힘들게 할 것 같았다.지금 심미연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마음 아픈데 더 이상 그녀를 힘들게 할 수는 없었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선 박유진의 미련 가득한 시선이 심미연에게 향했지만 그대로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박유진이 떠난 후 강지한은 심미연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화가 난 탓인지 그에게선 적대적인 기운이 짙게 풍겼다.심미연은 박유진이 소개해 준 대형 프로젝트에 관해 신하린과 통화 중이었고 어쩔 수 없이 박유진 얘기를 꺼냈다.신하린이 물었다.“이혼하고도 만날 생각은 없는 거야?”다정한 박유진이 강지한보다 몇 배는 나았고 어떤 여자라도 그와 함께라면 행복할 것 같았다.심미연이 미간을 꾹 눌렀다.“나랑 오빠는 안 되는 사이야.”과거가 머릿속에 떠오르자 무의식적으로 몸이 떨렸다.몇 년이 지난 후에도 그 장면을 떠올리면 두려움을 주체할 수 없었다.신하린은 한숨을 쉬었다.“그렇게 좋은 남자를... 아깝게.”심미연은 피식 웃었다.“오빠는 좋은 사람이지. 하지만 함께하지 않아도 아쉽지는 않아.”강지한도 경성에서 가장 훌륭한 남자였지만 그와 이혼해도 미련 하나 남기지 않는 것처럼 사람이 항상 과거에 머물 수는 없다.아니면 새 삶을 시작할 수가 없으니까.강지한은 이 말을 듣고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익숙한 소리에 심미연은 놀란 듯 고개를 돌렸고 마침 남자의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을 마주한 그녀는 흠칫하며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나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게.”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고 천천히 돌아서 강지한과 마주한 그녀는 문득 임신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손에 든 처방전을 등 뒤로 숨겼다.“온지유 보러 간 것 아니야? 왜 여기 있어?”‘일부러 날 찾아온 것 같은데, 온지유가 보내줬다고?’강지한이 피식거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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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그는 이를 악물고 마지막 한 마디를 뱉어냈다.심미연은 처방전을 꺼내 강지한에게 보여주며 조금 전 진료실에서 의사가 당부했던 말을 전하려 했지만 강지한의 말을 듣고 처방전을 가방에 욱여넣고는 고개를 들어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았다. 다시 강지한을 바라보는 그녀의 여리고 작은 얼굴에는 완벽한 미소가 지어졌다.“요 며칠 속이 메스껍고 토하고 싶어서 임신한 줄 알고 검사받으러 왔는데 임신이 아니라 위가 안 좋다네. 당분간 약 먹으면 나아질 거래.”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에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미소는 전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강지한은 비웃었다.“위가 안 좋은데 남자가 에스코트까지 해줘?”그는 여전히 박유진의 존재를 신경 쓰고 있었다.심미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질투해?”물론 강지한이 질투할 리가 없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그를 역겹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이다.“그럴 리가!” 강지한은 차가운 얼굴로 돌아서서 걸어갔고 심미연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심호흡했다.강지한이 억지로 처방전을 꺼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숨길 수 없었을 테니까.생각해 보니 강지한은 온지유의 기분이 좋은지, 배 속의 아이가 괜찮은지 신경 쓰느라 그녀가 어디 아픈지, 무슨 병에 걸렸는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이로 인해 그녀는 임신 사실을 그에게 말하려는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손을 뻗어 배를 문지르며 속삭였다.“아가, 미안해.”결혼한 3년 동안 그녀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돌아온 건 이혼이었다. 고통스럽지 않은 게 아니라 고통스러웠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했다.다음에는 그녀를 사랑하고 가슴에 품어주는 남자를 만나겠지.강지한은 엘리베이터에 들어섰을 때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심미연을 발견하고 순간적으로 얼굴이 굳어지면서 그녀를 부르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닫힘 버튼을 눌렀다.엘리베이터에 몸을 기댄 강지한의 머릿속에는 박유진을 바라보는 심미연의 눈빛에 담긴 그리움만 떠올랐다.왠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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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네, 대표님.” 성무진은 정중하게 말했다.“온지유 교통사고 조사 결과 나왔어?” 강지한이 깊은 목소리로 물었다.카트를 밀고 지나가던 간호사가 그를 흘깃 쳐다봤다. 어머나! 너무 잘생긴 남자다!“경찰이 아직 조사 중입니다.”“지금 당장 사람 보내 알아보고 30분 안에 전화해.”“대표님께선 온지유 씨의 교통사고가 누군가의 지시에 의한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강지한을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답게 강지한의 한 마디로 그의 속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사람 보내서 알아보는 거야. 결과는 몰라.”당연히 강지한은 문 앞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성무진에게 알아보라고 지시한 거다.육현성이 진실을 알아내려고 하니 그보다 먼저 알아내서 심미연이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그 생각이 들자 순간 멈칫했다.심미연이 했든 안 했든 그와 무슨 상관이지?“그러면 사람을 시켜서 확인해 보죠.” 성무진은 마음속으로 막연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빨리 움직여!” 그는 육현성보다 먼저 결과를 알아내기 위해 서둘러야 했다.성무진은 알았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강지한은 닫힌 병동 문을 힐끗 쳐다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1층 약국에서 약을 받기 위해 줄을 서던 심미연은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강지한의 모습을 보고는 그에게 들킬까 봐 황급히 고개를 낮춰 자신의 존재를 감췄다.강지한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눈길도 주지 않고 곧장 주차장으로 향했다.심미연은 멀리서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심미연 씨, 약 받아 가세요.”목소리를 들은 그녀는 황급히 시선을 거두며 약을 받기 위해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약국 의사는 포장지 상단에 적힌 대로 복용하라는 말 한마디를 건넸고 심미연은 알았다고 대답한 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약을 챙겨 자리를 떴다.병원 정문을 나오던 그녀는 아까 자신을 병원까지 데려다준 사람이 박유진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급히 휴대폰을 꺼내 택시를 불렀다.강지한은 차를 몰고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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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푹 쉬어.”그렇게 말한 뒤 강지한은 전화를 끊었다.전화기를 내려놓은 그는 서류를 집어 들고 살펴보기 시작했다.하지만 반나절이 지나도록 서류 하나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온지유의 병실 밖에서 들었던 두 사람의 대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문 두드리는 소리가 그의 생각을 방해했고 그는 손에 든 문서를 내려다보며 외쳤다.“들어와.”성무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대표님.”강지한은 그를 올려다봤다.“트럭 운전기사가 누가 시켜서 한 짓이랍니다.”성무진은 이쯤에서 감히 더 이상 말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가 아는 사모님은 그럴 사람이 아닌데 상대는 그녀가 시켰다고 주장하며 계좌 이체 기록까지 제시했다.확실한 증거에 사모님의 억울함을 풀려면 도움을 받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강지한은 성무진의 표정을 보고 바로 알아챘다.심미연이다!심미연은 택시를 타고 로펌으로 돌아오던 중 경찰서에서 살인 교사 혐의로 수사에 협조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경찰서 사람들과 꽤 친분이 있던 그녀는 무슨 일이냐며 물었고 경찰서 측에서 조용히 사실을 알려주고는 그녀에게 반드시 아무것도 모르는 척 굴며 와서 수사에 협조하라고 했다.심미연은 의자에 앉을 틈도 없이 서둘러 다시 자리를 떠났다.그녀가 사라지자 백현지는 곧바로 임현에게 달려가 소식을 알렸다.“임현 씨, 아까 미연 씨 무슨 전화 받았어요? 표정이 살벌하던데.”흥미로운 표정이었다.임현은 서류를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궁금하면 직접 물어봐요. 나도 모르는데 나한테 물어보면 내가 어떻게 알아요.”알아도 알려줄 리가 없었다.심미연 일인데 왜 뒤에서 함부로 떠들겠나.“이제 리우에 새로운 대표님이 오시고 팀장도 낙하산으로 들어와서 사사건건 심미연 씨를 압박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여기 있을지는 모르죠. 비서로서 빨리 다른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겠어요? 왜 계속 미연 씨만 싸고돌아요?”백현지는 경멸에 찬 말투와 표정을 보였다.임현은 손에 쥐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웃었다.“그렇게 멀리 내다보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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