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2화

Author: 무안안
“성 비서님, 강지한 위한다고 일부러 그렇게 지어낼 필요 없어요.”

만약 강지한이 정말로 할머니의 병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할머니가 자주 쓰러지는 것도 알 텐데 지금까지 신약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게 말이 안 되어서 심미연은 성무진이 자신의 대표를 위해 아무렇게나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표님이랑 큰 사모님 사이는...”

“운전하라고 보냈더니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심미연 빨리 보내.”

그런데 때마침 들려오는 강지한의 호통에 성무진은 더는 제 대표를 도와주지 못할 것 같아 심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표정을 보고 있던 심미연이 웃으며 대꾸했다.

“강지한이랑 온지유 사이는 저뿐만 아니라 온 경성 사람들이 다 아는 거예요, 성 비서님이 아무리 감싸고 돌아도 사실은 사실이죠.”

한편 차에 앉아서 백미러로 심미연을 보고 있던 강지한은 성무진을 향해 웃어주는 그 얼굴이 못마땅했다.

심미연의 말을 듣고 있던 성무진은 그녀의 대답에서 오해의 골이 깊어졌음을 눈치채고는 하루 이틀에 해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 그냥 짤막하게 한마디만 했다.

“나중이면 다 알게 되실 거에요.”

나중에 기회를 봐서 강지한을 도우려고 한 말인데 심미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강지한이 가장 믿는 비서답네요 이런 말도 다 하고. 온지유 앞에서도 강지한 대신 낯간지러운 말도 많이 했겠죠?”

“아니요! 그럴 리가요!”

강지한이 온지유에게 사준 선물을 전해준 적은 있어도 오글거리는 얘기들은 절대로 전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강지한은 어차피 온지유를 그런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기에 그런 말들을 할 리도 없었다.

강지한이 온지유를 챙겨주는 건 그저 자그마한 보상을 해주기 위해서였다.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말했다 해도 어차피 나는 모르잖아요. 제 차는 운전해서 집으로 가주세요, 수고하세요 그럼.”

말을 마친 심미연은 강지한이 화내기 전에 서둘러 그의 차 문을 열어젖혔는데 문을 열자마자 강지한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나를 운전기사로 쓸 참이야?”

타라고 해서 탔더니만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오종택
할머니가 위독하다는데 저렇케 노닥거릴 시간이 잏는건가?
VIEW ALL COMMENTS

Related chapters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3화

    하지만 강지한의 장난에 로펌에서부터 쌓였던 화는 서서히 가시기 시작했다.이럴 때보면 심미연은 자신이 아주 쉽게 만족을 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강지한의 진심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이렇게 쉽게 마음이 풀리는 사람인데 강지한은 자신에게 아예 마음이 없으니 줄 진심은 당연히 없을 것이기에 심미연은 다시 씁쓸해졌다.심미연이 하도 조용하니 강지한은 운전을 하면서도 자꾸만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창가에 비친 그 조막만 한 얼굴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자신이 심미연을 사랑하지 않는 건 분명하지만 그녀와 함께 보내는 이 평온한 시간들을 좋아하는 것 또한 분명했다.결혼한 지 3년밖에 안 됐지만 이상하게 심미연과 있으면 몇십 년을 함께 산 부부처럼 편안했다.조급한 심미연을 위해 강지한은 최대한 빠르게 운전을 한 덕분에 그 둘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 도착했고 차를 멈추자마자 심미연은 바로 병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주차를 마친 강지한도 서둘러 그녀를 따라 올라갔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작고 왜소한 인영이 응급실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게 보였다.할머니가 쓰러질 때마다 이렇게 수술실 앞에서 기도했을 심미연을 생각하니 마음이 저도 모르게 답답해진 강지한은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그렇게 정신없이 피우다가 한 갑을 다 태워버린 강지한은 그제야 창문을 열어 몸에 남아있던 담배 향을 지우고는 심미연에게로 다가갔다.자연스레 심미연 옆으로 다가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는데 그게 강지한인 줄 모르고 호신술을 쓰려 하는 심미연이었다.“심미연, 나야!”익숙한 목소리와 변함없이 잘생긴 얼굴에 심미연은 잠시 당황하다가 물었다.“아직 안 갔어?”“너랑 같이 할머니 나오는 거 기다리려고. 할머니 괜찮으실 거니까 걱정 마.”결혼한 지 3년 만에 처음 들어보는 다정한 위로에 심미연은 잠시 넋을 놓고 강지한을 바라보았다. 이제 보니 강지한이 저한테 그렇게 매정한 것 같지는 않았다.그때 수술실 문이 열리고 마른 몸에 수많은 관들을 연결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4화

    강지한의 질문에 심미연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아니야...”일부러 유혹하지 않아도 강지한과 밤을 보낸 다음 날이면 온몸이 다 쑤시는데 유혹까지 한다면 며칠은 침대에 누워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한쪽에 서 있던 주치의는 이노 하이브의 대표가 심미연한테 와이프라는 호칭을 쓰자 둘의 관계가 부부라고 생각하고 그럼 약 걱정은 없을 것 같아 심미연을 향해 의미심장하게 말하고는 자리를 떴다.“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 미연 씨, 노력 좀 해서 빨리 신약 얻어와요. 그래야 할머니 더 오래 뵙죠.”나이도 드신 분인데 자꾸만 수술하는 것도 방법은 아니었기에 주치의도 심미연만큼이나 신약이 생기길 바라고 있었다.“네, 그럴게요. 고생하셨어요 선생님. 매번 감사드려요.”심미연은 빨개진 얼굴을 한 채 강지한의 손을 뿌리치더니 할머니 곁으로 다가가 금세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누워계신 할머니를 바라보았다.“미연 씨, 할머니 일단 병실로 모셔다 드려야 해요.”“아, 네.”그때 간호사가 넌지시 말하자 심미연은 곧바로 침대에서 떨어져서 다시 강지한을 돌아보았다.강지한은 마치 심미연이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는 사람마냥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사실 성무진에게서 심미연 할머니의 병세를 전해 들었을 때 바로 신약을 보내주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뼛속 깊이 자본가인 그는 심미연이 부탁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면 그 틈을 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지한 씨.”그때 강지한 앞에 서 있던 심미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3년 동안 그리 좋은 부부관계는 아니었어서 심미연이 이렇게 다정하게 강지한의 이름을 부른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갑자기 제 이름을 불러오는 심미연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달콤해서 강지한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침대에서도 저 목소리로 부르는 이름만 들으면 당장이라도 그녀를 품에 가둬버리고 싶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반응하는 몸에 강지한은 깊은 눈동자로 심미연을 주시하며 입술을 움직였다.“여기서 유혹할 생각이야?”제 앞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5화

    심미연은 저녁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래.”강지한은 손으로 심미연의 코를 건드리며 말했다.“가서 할머니 옆에 있어 드려.”그 말에 정신이 돌아올 때마다 결혼한 지 3년이나 됐는데도 얼굴 한번 못 본 손주사위가 보고 싶으시다던 할머니가 떠올라 심미연은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지한 씨, 나랑 같이...”그때 갑자기 울리는 강지한의 핸드폰에 심미연은 말을 채 끝내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야 했다.강지한의 핸드폰에 적힌 온지유라는 이름에 심미연은 품고 있던 모든 기대가 부서지는 것만 같았다.세 사람이 나누는 사랑은 항상 참는 이가 생기기 마련이었다.“가서 할머니 옆에 있어 드려. 나는 로펌 좀 가봐야겠어, 지유가 배 아프다고 해서.”강지한은 혹시나 심미연이 기분 나빠할까 봐 부러 한마디 더 보탰다.“임신 중이라 감정 기복이 심한 거야, 3개월 뒤면 괜찮아질 거야.”온지유에 대한 걱정이 가득한 그의 얼굴에 숨이 막혀오는 것 같았던 심미연은 애써 괜찮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얼른 가봐, 운전 조심하고.”심미연은 자신도 임산부라고 나랑은 같이 있어 줄 수 없는 거냐고 다 말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말한다 해도 강지한이라면 그녀가 온지유를 질투해서 꾸며낸다고 생각할 테니 말 안 하느니만 못했다.그런 심미연을 가만히 바라보던 강지한이 그녀의 얼굴을 잡아 올렸는데 심미연이 습관적으로 고개를 돌린 탓에 입술이 그녀의 볼에 가 닿았다.그에 강지한은 조금 언짢은 듯 물었다.“기분 나빠?”아까 온지유의 상태에 대해 다 설명했는데 왜 기분 나빠하냐는 듯한 질문에 심미연은 애써 주먹을 그러쥐며 웃음을 띠고 말했다.“아니야 그런 거, 얼른 가봐. 저녁에 밥 같이 먹자.”지금은 자신의 기분 따위가 아니라 할머니의 신약이 더 중요했기에 심미연은 이런 억지웃음은 얼마든지 지을 수 있었다.하지만 자신의 그런 속내를 보아내려는 듯 집요하게 눈을 맞추는 강지한에 심미연은 그를 살짝 밀어내며 웃어 보였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6화

    심미연이 주치의와 알고 지낸 지는 3년 정도 되었지만 둘의 대화는 늘 할머니의 병세를 에워싸고 진행되었기에 이렇게 사적인 대화를 계속 이어가는 건 불편해서 그녀는 자연스레 화제를 돌렸다.“아까 대표님이랑 신약에 대해서 얘기했어요, 내일이면 약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 약만 있으면 할머니 상황도 괜찮아지는 거죠?”심미연은 빨리 다 나은 할머니를 모시고 바깥세상을 구경시켜주고 싶었다.심미연을 대신해 안타까워하던 주치의도 그녀가 강지한 얘기는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 그저 모른 척 그녀의 질문에 답을 했다.“약을 한동안 써야 알아요 그건, 어느 정도로 좋아질지는 저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환자의 상태라는 건 언제건 다시 악화될 수 있었기에 의사들은 함부로 장담하지 못했다.그 대답에 실망한 듯 고개를 숙이던 심미연이 말했다.“그럼 저는 먼저 할머니 보러 가볼게요.”“네.”심미연이 나가자 의사는 한숨을 쉬며 언젠가는 심미연이 결혼을 숨긴 걸 후회할 날이 있을 거라고 중얼거렸다.유부남인 게 알려져도 자중하지 못하는 게 남자들인데 총각이라고 알려져 있으면 더 하면 더 하지 절대 덜하진 않을 것 같아서였다.한편 심미연이 무거운 마음으로 병실에 들어서자 김지영은 바로 그녀에게 의자를 내어주며 말했다.“미연 씨, 여기 앉아요.”“고마워요, 요즘 고생이 많으세요.”“아이고, 아니에요, 고생은요!”웃으며 자신을 걱정해주는 심미연에 김지영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전에 간호하던 사람들에 비해 착하고 서글서글한 양경자는 아주 돌보기 쉬운 편이었다.게다가 심미연이 월급도 넉넉하게 주니 김지영은 고생을 해도 전혀 불만이 없었다.“좀 쉬고 계세요, 제가 할머니 곁에 있을게요.”“그럼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무슨 일 있으시면 바로 부르세요.”심미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지영은 양경자의 옷을 잘 여며주고 밖으로 나갔다.방에 홀로 남은 심미연은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슴이 아파와 목에 멘 채로 중얼거렸다.“강지한이 신약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7화

    “심미연 때문이 아니라 너 좀 쉬라고 그러는 거야. 이렇게 무리하다가 배 속의 애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미간을 찌푸리는 강지한이 기분이 좋아진 온지유가 웃으며 대답했다.“나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출근도 안 하면 나 혼자 심심한데, 그러다 우울증 걸리면 어떡해?”“친구랑 카페도 가고 피부과 다니면서 쇼핑하면 괜찮잖아.”온지유 배 속의 아이가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강지한은 그녀를 위해 이것저것 방법을 생각해주고 있었다.“너도 알잖아, 지성 씨 그렇게 되고 나서 어머님이 나한테 준 건 집 한 채, 차 한 대랑 2억뿐이야. 전에는 무용단에서 일했었으니까 돈 걱정은 없었는데 지금은 임신해서 거기도 못 다니니까 일 안 하면 친구랑 놀러 다닐 돈도 없어. 멀쩡한 옷도 당연히 못 사 입고...”눈시울 붉히며 말하는 온지유가 가여워 보였던 강지한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대답했다.“그건 내가 어머니랑 얘기해볼게.”강지성이 그렇게 되고 나서 재산분할에는 관여를 안 했었는데 온지유에게 고작 그만큼만 줬다는 소리에 강지한은 제 어머니도 참 너무한 분이라고 생각했다.그 말에 온지유는 다급히 손사래를 치기 시작했다.“어머님이 체면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시는데 내가 너한테 이런 소리 한 거 알면 당장 나 내쫓으실 거야, 그럼 고용인도 내가 직접 구해야 하고 모든 걸 다 내가 떠안게 되는 거잖아. 나 그럼 더 힘들어져.”강지성이 죽은 뒤 온지유는 강씨 집안에 머무르면서 큰 사모님 대우를 계속 받는 대가로 재산을 그것만 챙긴 것이다.지금 강지한한테 돈이 없다고 불쌍한 척하는 것도 사실은 돈이 아니라 이노 하이브의 지분을 받기 위해서였다.이노 하이브 지분은 1%만 받아도 매년 몇백억씩은 받을 수 있기에 그것만 있으면 평생 돈 걱정은 안 해도 되었다.그런데 강지한이 이 얘기를 문소영한테 하게 되면 문소영이 제 속내를 알게 되고 그렇게 되면 강지한조차 저를 믿지 않을 것이니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일단 밥부터 먹어.”온지유는 다시 수저를 들며 말하는 강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8화

    “지한 씨, 미연이 화난 거 아니야? 나 무시하는데?”“지한 씨가 가서 좀 달래줘 봐.”말은 저렇게 불쌍한 척해도 온지유는 이미 심미연의 조상들까지 다 한 번씩 욕한 상태였다.오랄 때는 안 오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자마자 등장한 그녀에 혹시 문밖에서 엿듣다가 들어온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강지한 역시 심미연이 자신이 달래주길 바라서 온 줄로 알고 유치하다고 생각하며 수저를 내려놓고 목소리를 낮게 깐 채 그녀를 불렀다.“심미연, 이리와.”심미연은 보고 싶지 않은 두 얼굴에 고개도 돌리지 않고 주먹만 꽉 쥔 채 제 갈 길을 갔다.“지한 씨, 내가 가서 사과라도 할게.”둘이 아직은 이혼하지 않았지만 안 좋은 일들을 자꾸 만들어내면 강지한도 심미연의 인성에 대해 오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온지유는 이번에도 심미연에게 누명을 덮어씌우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가지 마.”강지한은 사실 아직도 온지유를 어린 시절 그 착한 여자애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에 반해 경성에서 유명한 이혼변호사인 심미연은 똑 부러지다 못해 매정하기까지 한 여자였으니 온지유가 그녀와 붙으면 당연히 피해를 볼 것 같아 무의식적으로 온지유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를 불러세웠다.“내가 가서 사과 안 하면 미연이도 안 올 거야. 시간도 늦었는데 배고플 것 같아서 그래. 나 괜찮으니까 내가 가서 사과하고 데려올게.”심미연은 그런 온지유의 말을 들으며 헛웃음을 흘렸다.온지유가 사과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기에 심미연은 그녀가 움직이자마자 핸드폰을 꺼내 영상녹화를 시작했다.누가 봐도 모함을 하기 위해 다가가는 것인데 강지한은 그것도 모르고 미간을 찌푸린 채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심미연을 빤히 쳐다보았다.그 시각 어떻게 일을 꾸며낼지 생각해낸 온지유는 서서히 심미연에게로 다가갔다.몇 걸음 걸은 뒤 심미연이 밀친 것처럼 넘어질 생각이었는데 그 순간 신하린이 불쑥 나타나며 심미연의 팔을 잡고 말했다.“왜 이제야 와, 우리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음식 다 식겠어, 얼른 가자.”일부러 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화

    심미연은 바로 신하린의 팔을 잡으며 강지한을 향해 말했다.“강지한, 당신도 생각이라는 게 있으면 누구 탓을 하기 전에 증거부터 가져와. 여기 CCTV 있으니까 가서 확인하고 하린이가 한 짓 맞으면 그때 다시 찾아와.”원래 같았으면 실컷 욕하고 뛰쳐나갔겠지만 지금은 강지한에게 바라는 게 있으니 심미연은 일부러 속도를 늦추며 말했다.그에 일부러 넘어졌던 온지유는 다급하게 강지한의 옷소매를 잡아끌며 말했다.“지한 씨, 진짜 내가 실수로 넘어진 거라니까, 저 사람들 탓 아니야.”“걱정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그냥 사실대로 얘기하면 돼.”제 눈앞에서 다른 여자만 싸고도는 강지한을 보던 심미연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갔다.매일 침대에서 가장 진한 스킨십을 하는 상대는 자신인데 이럴 때는 저를 남처럼 대하는 강지한에 마음이 아파왔고 얼굴은 창백해져 갔다.그런 심미연의 마음을 눈치챈 신하린은 서둘러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미연아, 됐어. 그만 말해.”그녀가 잡은 심미연의 손은 얼음장같이 차가웠는데 그게 또 가슴이 아파 신하린은 한숨을 내쉬며 강지한을 향해 말했다.“강 대표님이 저한테 편견 있으신 건 알겠는데요, 아까는 맹세코 온지유 씨한테 손댄 적 없어요. 못 믿겠으면 CCTV 돌려보세요.”시도 때도 없이 사람을 모함하려 드는 온지유를 참아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러면 심미연이 곤란해질 것 같아 신하린이 온 힘을 다해 참고 있는데 강지한은 오히려 제가 아니라 심미연을 보며 묻고 있었다.“심 변호사도 그렇게 생각해?”전에는 심미연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심 변호사라 부르며 선을 긋는 강지한에 심미연은 가슴이 아파와 말을 잇지 못했다.“왜 대답이 없어? 할 말이 없는 거야?”저번에 신하린의 뺨을 때리고 덮어씌운 일이 들켰을 때 강지한이 아주 정색을 했었는데 정말 CCTV를 확인했다가 이번 일도 가짜라는 게 까발려지면 그때는 강지한이 정말 저를 신경 쓰지도 않을 것 같아 온지유는 그의 옷소매를 잡으며 간곡하게 애원했다.“지한 씨, 이 사람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0화

    “CCTV 굳이 안 봐도 돼, 형님이 한 행동 여기 다 찍혔으니까.”일부러 형님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며 말하는 심미연에 온지유의 표정은 빠르게 굳어져 갔다.심미연이 몰래 영상까지 찍을 줄은 몰랐는데, 상황이 자신에게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자 온지유는 급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쓰러지는 것과 배가 아프다고 하는 건 다 이미 쓴 수법이라 또 쓰면 누가 봐도 거짓말인 게 티 나서 딱히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결국 온지유는 아무런 방법도 생각해내지 못하고 배 째라는 식으로 영상을 확인하기로 했다.어차피 자신은 계속 혼자 넘어졌다고 주장해왔으니 딱히 걸릴 것도 없었다.심미연의 영상만 있다면 온지유도 더 이상 누명을 씌우진 못할 것 같아 신하린은 그녀를 향해 엄지를 추켜들며 말했다.“역시 내 친구야, 잘했어!”눈을 가늘게 뜨고 그 영상을 보던 강지한의 주위에 한기가 맴도는 게 느껴지자 온지유는 점점 불안해졌다.당장이라도 강지한이 저를 외면한다면 저는 기댈 곳도 없어지기에 초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넌 일단 가서 앉아 있어. 혼자 갈 수 있지?”“지한 씨, 나 혼자 가기 싫은데...”온지유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애써 평온하게 말하는 강지한에도 불안함이 가시지 않는지 온지유는 그를 붙잡으며 말했다.“나 혼자 가기 싫은데...”그때 심미연이 핸드폰을 그녀의 얼굴을 향해 들이밀며 말했다.“형님, 설마 도련님이랑 붙어먹으려고 했다는 거 온 세상에 다 까발려지고 싶은 거예요? 내연녀가 본처의 자리를 노린다는 것도 같이?”“지한 씨, 나 좀 도와줘!”그에 온지유는 일부러 더 놀란 척을 하며 소리 질렀지만 속으로는 온지유가 더 막 나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래야 그녀가 쫓겨날 확률이 높아질 테니까.역시나 강지한은 바로 온지유를 품에 가두고 심미연을 노려보며 말했다.“밥 먹으러 오라고 할 때는 안 오더니, 몰래 와서 나랑 지유가 밥 먹는 영상이나 찍고 있었어? 왜? 이혼할 때 재산이라도 더 가져가려고?”강지한은 3년 전에도 일을 꾸며 결혼

Latest chapter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00화

    “우린 서로 잘 알지도 않잖아요. 그러니까 박시훈 씨, 이런 농담은 삼가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좋은 소리는 안 나올 거예요.” 심미연의 말은 단호했고 표정에는 조금의 여지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불편하게 만든 사람에게 결코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박시훈은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알았어요, 알았어요. 화내지 마요. 농담 안 할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 살짝 겁이 났다. 정색한 심미연의 얼굴은 꽤 무서웠다. 강지한이랑 맞먹는 수준이었다. “더 하실 말씀 있으세요?” 심미연은 노골적으로 그를 내보내려는 기색을 멈추지 않았다. “저... 진짜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에요. 한 번 생각해보는 건 어때요?” 박시훈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연애도 해본 적 없고 야자 마음을 얻는 방법도 몰랐다. 그래서 더더욱 마음속 생각을 그대로 내뱉는 게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는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 심미연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리고 곧장 소파에서 일어나 말했다. “이제 가세요.”그녀는 주저함 하나 없이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박시훈은 그녀가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진심이었고 말 그대로 사실이였다. ‘난 능력도 있고 괜찮은 사람인데 서로 마음만 맞으면 잘될 수 있는 거 아닌가?’그렇게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사이 심미연은 이미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박시훈 씨, 조심히 가세요. 멀리는 안 갈게요.”그녀는 박시훈이 불쾌해하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가 무슨 감정을 느끼든 어떤 생각을 하든 그건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방금 전 그의 자기중심적인 말투는 더 이상 상대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으니까. 박시훈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솔직히 이대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뭔가 씁쓸하고 아쉽고 괜히 찬물 끼얹힌 기분이었다. 그래도 그는 마음속으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9화

    심미연은 그가 심태하까지 조사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순간적으로 본능처럼 눈앞의 남자를 다시 보게 됐다. 겉보기엔 멋대로 굴고 책임감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한량 같았지만 그의 눈빛만은 달랐다. 지나치게 날카롭고 마치 사람의 속까지 꿰뚫어보는 것 같았다. 그건 결코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눈이었다. ‘이 남자, 뭐지... 정말 이상한 사람인데.’겉모습만 보면 철없어 보이다가도 또 어떤 순간에는 의외로 능력 있어 보였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들이 한 사람 안에 공존하고 있다는 게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이해되지 않았던 건 그가 왜 굳이 자신을 찾아와 이런 말을 꺼내는가였따. ‘설마 진심으로 그냥... 내 정체가 궁금해서?’“그런 눈으로 보지 마요. 저 진짜 악의는 없어요.” 박시훈은 양손을 번쩍 들며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하늘에 맹세할게요.”심미연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그래서 당신이 날 찾아온 목적이 뭐죠?”박시훈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 진짜 이유를 말해도 돼요?” 그의 갈색 눈동자가 살짝 번쩍였고 그의 얼굴엔 순진해 보일 정도로 천진한 미소가 떠올랐다. 심미연은 속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돈 뜯어내려는 건가? 내가 그런 일에 쉽게 넘어갈 만큼 만만해 보였나.’“좋아합니다.”그가 느닷없이 말했다. “그 말 하려고 온 거예요. 좋아해도 될까요?” 심미연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박시훈의 얼굴엔 서서히 불안한 기색이 떠올랐다. 결국 그는 숨겨왔던 속마음을 한 번에 쏟아냈다. 망설일 시간 따윈 없었다. 그보다 먼저 마음을 전하지 않으면 강지한이 그녀를 데려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컸다. 심미연은 그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또박또박 물었다. “당신 지금 자기가 무슨 말 하고 있는지는 알아요?”그녀는 그가 제정신인지 의심스러웠다. 서너 번 얼굴을 마주친 게 전부였고 제대로 된 인사조차 나눈 적 없는 사이였다. ‘그런데 나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8화

    심미연은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다. “심, 심 대표님... 아까 어떤 남자분이 장미꽃 한 다발을 들고 대표님을 찾으러 올라가셨어요.”프런트 직원의 목소리는 떨렸고 말도 더듬었다. “누구라고요?” 심미연은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장미를 들고 자신을 찾아올 만한 사람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확실히 저를 찾은 거 맞아요?” “네... 확실합니다. 제가 막으려고 했는데 그분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올라가셨어요...” 잘릴까 봐 겁이 난 프런트 직원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얼버무렸다. 그녀는 심미연이 이 거짓말을 영원히 눈치채지 않길 바랐다.심미연은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장미를 들고... 누굴까?’그때 사무실 문 밖에서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났다. 심미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조용히 말했다. “알겠어요. 일 보세요.”말을 마치기도 전에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지나갔다. ‘설마... 강지한? 다시 만날 일 없다고 말했는데 또 온 건가?’ 전화를 끊은 심미연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앞에 선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당신...?” 며칠 전, 하늘 하우스 앞에서 명함을 건넸던 그 남자였다.심미연은 그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전화 달라고 했었는데... 내가 깜빡했네. 근데 사무실까지 찾아올 정도면 꽤 급한 일이 있나?’ ‘자, 받아요. 이거 당신한테 주는 거예요.” 박시훈은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는 듯 장미꽃을 밀어넣으며 말했다. “할 말 있어서 왔어요.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심미연은 그가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할 말이 뭔데요?” “앉아서 얘기해요. 당신이 힘들면 안 되니까.” 박시훈은 너무 자연스럽게 그녀 옆을 지나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깔끔하고 단정한 분위기의 공간. 묘하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박시훈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7화

    이진영은 핸드폰을 쥔 채 반쯤 감긴 눈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아무리 뒤져도 끝내 밝혀내지 못한 아버지의 비밀. ‘설마... 한석훈이 정말 뭔가 알고 있는 건가?’‘아니면 그냥 떠보는 소리일까?’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머릿속을 뒤엉켰다.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찾고 싶은 충동이 다시 치밀었지만 이진영은 고개를 돌려 이다은의 병실로 향했다. ...이노하이브 대표실. 강지한은 막 성무진에게서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했다. 문소영이 한 무리의 남자들에게 쫓기다 결국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현장은 심하게 어질러졌고 문이 잠겨 있어 그녀는 도망칠 틈조차 없었다. 결국 팔과 다리가 부러진 채 119에 실려 갔다. 강지한은 메시지를 닫고 입술을 천천히 매만졌다. 이번 일은 어디까지나 ‘가벼운 경고’에 불과했다. 하지만 다음에도 제멋대로 날뛰면 그땐 진짜로 살아남지 못하게 만들 작정이었다. 막 서류를 집어 들려는 순간,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그가 전화를 받자 박시훈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한아, 큰일 났어!” 강지한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해.” “온지유가... 나왔어.” 박시훈은 말끝을 떨며 믿기지 않는 듯 말을 이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람이 어떻게...?’ 믿기 힘든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무슨 수로 온지유를 꺼낸 거지?’ 강지한의 눈빛이 서서히 싸늘하게 식어갔다. “어떻게 된 거냐.” 그 말을 뱉는 순간, 심미연과 심태하가 본능처럼 떠올랐다. ‘온지유가 풀려났다고? 그럼 미연이랑 태하가 위험할 수도 있어.’‘도대체 어떤 놈이 감히 이런 짓을 벌인 거지?’ “나도 방금 들었어. 지금은 육현성 별장에 있다는 것 같아.” 박시훈은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알기에 곧장 강지한에게 알린 것이었다. “확실해?” 강지한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그는 성무진을 시켜 교도소 내부를 철저히 관리하게 했었다. 온지유가 아무리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6화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아이가 축복받지 못한 존재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고 싶지 않았다. “안 돼.” 이진영은 단호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하더니 곧장 의자에 앉아 이다은의 창백한 손끝을 조심스레 감쌌다. 그리곤 한 톤 낮춘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육현성 그 자식은 아버지 자격 없어. 네가 그 인간 아이를 낳으면 평생 끌려다닐 거야. 정말 그걸 바라는 거야?” 이다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결국 참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육현성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를 낳는 순간, 이진영의 말처럼 그 인연은 평생 끊어낼 수 없었다. 반면 아이가 없다면 그의 삶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이다은은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리고 곧 마음을 다잡은 듯 결심이 담긴 목소리가 입술을 타고 흘러나왔다. “알았어. 오빠, 지금 바로 수술 예약해줘.”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언젠가는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그래. 병실에 얌전히 있어. 어디 가지 말고. 알았지?” 이진영은 그녀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는 이미 진운혁과 연락을 마친 상태였다. 진운혁은 이다은이 재판에서 반드시 승소할 수 있도록 돕겠다 했고 육현성의 재산 절반은 가져올 수 있을 거라 자신 있게 말했다. 이진영은 믿고 있었다. 동생이 건강만 회복하고 이혼만 잘 마무리된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육현성 같은 쓰레기는 다은이 앞에 다시는 나타나선 안 돼.’ “알겠어. 오빠, 이제 가봐.” 결정을 내린 이다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음 한쪽이 가볍게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었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언젠가는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을 만날 테니까. 이진영은 병원 접수처로 향해 곧바로 수술 일정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5화

    “오빠, 나한테 이렇게 잘해줘서 정말 고마워.”온지유는 그의 목에 팔을 감고 눈을 반쯤 감은 채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달콤하면서도 애교가 섞여 있었다. 지금의 온지유에게 육현성은 유일한 의지처였다. 그를 잃는다면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육현성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됐다. ‘심미연, 기다려. 복수할 기회는 반드시 만들 거야.’“세상에 이렇게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은 오빠밖에 없어.”온지유는 그의 품에 몸을 기댄 채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유야, 그런데 만약 네가 날 배신한다면 그때는 나도 내가 어떤 짓을 할지 모르겠어.”육현성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경고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이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걸 수 있었다. 그 사랑은 너무 깊어서 그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그래서 더더욱 만약 온지유가 그를 배신한다면 그는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았다. 그의 팔이 점점 더 세게 조여오는 걸 느낀 온지유는 잠시 두려움이 스쳤다. 그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강지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신을 죽음보다 더 끔찍하게 대할 것이라는 생각에 몸이 떨렸다. 그 상상만으로도 차가운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 “오빠, 걱정하지 마. 난 절대 오빠를 배신하지 않을 거야. 이번 생엔 오빠만 사랑할 거고 영원히 오빠 곁에 있을 거야.” 온지유는 속마음을 감추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은 여전히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앞으로 육현성 앞에선 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조금이라도 의심을 품기만 하면 모든 게 끝날 거라는 생각에 몸이 떨렸다. “네가 날 사랑한다면 나도 너를 끝까지 사랑할 거야.” 그의 말은 무엇보다 진심이 담겨 있었다. “지유야, 이제 좀 쉬어. 나는 아래층 좀 보고 올게. 밥 먹을 때 부를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4화

    보통이라면 그녀가 화를 내면 강지한은 한 발 물러섰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전혀 양보하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핸드폰을 꺼내 성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끊기자마자 성무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소영은 성무진을 보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지며 공포에 휩싸였다. 이번엔 정말 끝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강지한에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이렇게까지 몰리게 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의 차갑고 무표정한 시선만이 머릿속에 반복되었다. 성무진은 그녀 앞에 서서 공손히 손짓하며 말했다. “큰 사모님, 모시겠습니다.”문소영은 강지한을 향해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눈빛을 보냈다. “강지한! 너 계속 이렇게 나를 몰아붙인다면 정말 당장 죽어버릴 거야.”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책상 쪽으로 달려가 머리를 책상 모서리에 부딪히려 했다. 그러나 강지한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으며 어두운 표정으로 단호하게 명령했다. “성 비서, 데려가.”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그는 문소영의 모습이 점점 더 불쾌하게 느껴졌다. 성무진은 빠르게 다가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실례하겠습니다. 큰 사모님.” 그 말과 함께 그는 차가운 손길로 문소영을 밖으로 끌고 나갔다. “놔! 당장 놔!” “손 떼! 지금 당장!” 문소영은 크게 외치며 저항했지만 성무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거칠게 차에 태웠다. 차에 태운 후 성무진은 팔을 놓고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문소영은 재빨리 차 문을 열려 손을 뻗었다. “큰 사모님, 죄송합니다.”성무진은 고개를 숙이며 손을 들어 그녀의 목덜미를 강하게 내리쳤다. 문소영은 그대로 기절했다. 성무진은 그녀를 차 안에 눕히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차 밖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역시 대표님을 화나게 하면 끝이 좋을 리가 없지.’‘어쩔 수 없군.’ 그 순간, 성무진은 갑자기 떠오른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3화

    도진혁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바로 대답했다. “물론이죠. 저는 진지해요.” 그렇지 않았다면 신하린 곁에 이렇게 오랜 시간 머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어제 하린이를 하늘 하우스로 데려갔어요. 한 번 들러보세요. 하린이 곁에 조금 있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심미연은 서류봉투를 흘깃 바라본 뒤 덧붙였다. “이 서류는 제가 꼼꼼히 검토하고 나서 다시 연락드릴게요.”도진혁이 직접 합작 제안서를 들고 찾아온 이상 함부로 거절할 수는 없었다. 수익이 보장된 일이라면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 이상 놓쳐선 안 되는 법이었다. “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도진혁은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사무실을 나섰다.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그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갔다. 심미연은 그가 사라진 문 쪽을 한참 바라보다 방금 전 그의 말이 자꾸 떠올랐다. 왠지 모르게 마음 한쪽에서 조용한 불안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하린이 목에 남은 상처가 아직 그대로일 텐데...’‘진혁 씨가 그걸 보면... 혹시 이진영 씨에게 따지러 가는 건 아닐까?’강지한 사무실.성무진은 문소영을 데려다주고 서둘러 떠났다. 강지한의 얼굴엔 냉기가 서려 있었고 성무진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사무실 안에서 뭔가 큰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문소영은 익숙하다는 듯 안으로 들어섰고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느긋하게 쏘파에 앉았다. “비서한테 차 좀 가져오라 해. 괜찮은 차로.” 그녀는 비서부가 꽤 유능하단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웬만한 건 다 알아서 해줄 정도로. 하지만 강지한은 말없이 서랍을 열어 봉투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와 그 봉투를 그녀의 무릎 위에 떨어뜨렸다. “직접 보시죠.”“뭘 보라는 거야?” 문소영은 그를 향해 냉정하게 시선을 던졌다. “보면 알아요.” 강지한은 담담하게 말하고는 맞은편 소파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뭐가 들어있길래...?” 문소영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봉투를 들었다. 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2화

    심미연은 박유진이 수년 동안 마음을 다해 사랑해온 여자였다. 그런 여자를 박유진이 쉽게 놓을 리 없었다. 조용히 그의 뒤를 따르던 비서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표님, 정말 모든 걸 걸고 계시는군요... 제발 심미연 씨가 그 진심을 외면하지 않기를...”한편, 심미연은 전화를 끊자마자 문 쪽을 향해 말했다. “들어오세요.”조심스레 열린 문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다름 아닌 도진혁이었다. 그는 마치 급히 돌아온 듯 피곤하고 바쁜 기색이 역력했다. “도 비서님...?” 심미연은 예상치 못한 사람을 보고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명 휴가를 낸 상태였으니까. ‘그런데 왜 지금... 여기 있는 거지?’그의 뒤에서 따라 들어온 비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조용히 말했다. “심 대표님, 실례하겠습니다. 이분은 저희 도강홀딩스의 대표, 도진혁 대표님이십니다.”비서는 서류봉투를 책상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말없이 한 걸음 물러섰다. “이 서류는 도강홀딩스와 은성 그룹이 합작할 프로젝트에 관한 제안서입니다. 먼저 검토 부탁드립니다.”심미연은 비서가 놓고 간 서류를 잠시 바라보다가 도진혁을 천천히 되돌아보며 눈썹을 살짝 올렸다. ‘도진혁 대표님...?’ ‘그렇다면 도진혁 씨가 휴가를 낸 이유는... 회사를 물려받기 위한 준비였던 건가?”그때 도진혁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최 비서, 잠깐 나가 있어. 심 대표님과 단둘이 얘기할 게 있어.” 도진혁은 정장을 완벽하게 차려입고 평소보다 더 단정하고 신경 쓴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말투와 행동은 여유롭고 예의 바르며 그에게서 흐르는 것은 전형적인 사회 엘리트의 품위였다. “네. 대표님.” 최세라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문 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떠나기 전에 조심스럽게 심미연을 한 번 쳐다봤다. ‘이분이 대표님이 좋아하는 여자분인가... 정말 예쁘다. 대표님이 회사를 물려받은 이유가 이분 때문이라면 이해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