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버스 안, 손 하나가 내 치마 속으로 들어왔고, 남자의 뜨거운 숨결이 내 귀에 뿌려졌다.유리문에 꼭 달라붙은 나는 좀처럼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저 내 허벅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남자의 무릎 때문에 온몸이 민감해졌다.“너는 이제부터 타락하게 될 거야.”...한여름이라 그런지 후덥지근하고 습한 공기가 단번에 덮쳐왔다. 늦은 밤, 비 온 뒤의 끈적한 공기가 살에 쩍쩍 달라붙는 느낌이었다.나는 비에 흠뻑 젖은 채 버스에 올라탔다.빗물과 땀 냄새가 꽉 찬 버스 안, 나는 문과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섰다.이따금 문이 열릴 때마다 빗방울이 내 얼굴에 튕기는 게 왠지 조금 시원했다.나는 찬 공기를 들이마시며 젖은 옷깃을 잡아당겼다. 옷감이 물에 젖어 피부에 들러붙은 느낌은 썩 좋지 않았다.이 부근에는 유명한 IT 회사가 있는데, 마침 퇴근 시간이라 버스 안은 매우 붐볐고, 이따금씩 뭔가가 내 허벅지를 스쳤다. 그러던 그때 이상한 느낌이 들어, 나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다행히 그저 핸드백이었다.내가 너무 민감했던 모양이었다.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젖은 앞머리에서 아직도 물이 뚝뚝 떨어졌다.버스가 이동하면 할수록 사람들이 너 드러났고, 자꾸만 내 쪽으로 가끼이 붙었다.나는 너무 귀찮아 혀를 차며 옆으로 피했다. 그러다가 실수로 남자 구두 한 켤레를 밟았다.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충 사과했다.다음 순간, 브레이크 소리가 울리더니, 나는 유리문에 완전히 깔려버렸다.내가 몸을 일으켜 세우려던 그때, 뜨끈한 손 하나가 내 허벅지를 만졌다.너무 놀라 고개를 돌아봤지만 수상한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내 뒤에 선 사람은 어딘가에 바쁘게 문자를 보내고 있는 젊은 남자였다.남자의 손길은 계속 이어졌다. 거친 손바닥이 내 피부를 쓰다듬는 게 간지러웠다.내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남자의 동작은 점점 대담해지면서 내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 가능성이 지나갔다. 그러다 나는 한 가지 확신했다.내가 버스에서 성희롱을 당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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