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시, 밤.이곳은 모풍국,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 중 하나다.여기선 자본만 쥐고 있다면 무슨 짓을 하던지 다 옳은 일이 되기도 한다.누구도 막을 수 없고 어떤 제약도 없었기에 이곳은 자유의 도시라는 별명도 소유하고 있다.귀청을 때리는 음악 속, 에이미는 비키니 차림으로 즐겁게 춤을 추고 있었다.가느다란 허리는 손끝만 대도 부러질 듯했고 몸을 비틀 때마다 곁에 앉은 남자를 힐끗 바라보았다.그는 단출하게 흰색 셔츠 한 장만 걸치고 있었다.목과 소매의 단추를 몇 개 풀어 헤친 채, 손에 샴페인 잔을 들고 가늘게 눈을 뜨고 있었다.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사냥감을 고르는 포식자 같았다.하지만 에이미는 그런 시선에 익숙했으니 불쾌함 따위 느낄 이유도 없었다.왜냐하면 그녀가 여기 온 목적 자체가 바로 ‘사냥감’이 되는 것이었으니까.이곳은 넥스트 펀드의 고위 파트너들이 주최한 파티였다. 그래서 이 자리에 발을 들이기 위해선 엄청난 조건이 필요했다.그리고 선택받는 건 오직 최고급의 존재들뿐.에이미는 처음 보는 남자였지만 그가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건 에릭의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었다.오늘 밤, 그녀가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바로 이 남자에게 달려 있었다.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에이미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몸을 한 바퀴 휙 돌리더니 자연스럽게 남자의 옆자리에 앉았다.애초에 입은 옷이 거의 없었기에 가까이 다가간 순간 남자는 곧바로 에이미의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남자는 그녀를 한 번 쓱 훑어보더니 태연하게 손을 뺐다.“춤 배운 적 있나?”살짝 가늘어진 눈으로 에이미를 보던 남자가 물었다.그러자 에이미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잠깐 배웠던 적 있어요.”“좋군.”그 말을 남기며 남자는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풀었다.에이미는 이미 그 시계를 눈여겨보고 있었다.최소 수천만 원은 족히 될 법한 시계였다.그리고 망설임 없이 남자는 차고 있던 시계를 앞으로 보이는 수영장에 던졌다.“너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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