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이상행동은 없지만 말을 너무 안 하세요. 그리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으려 하고요. 매일 저 자리에 가만히 앉아 멍만 때리고 계세요.”의료진은 성유리를 안내하는 길에 환자의 증상을 설명했다.이곳은 최고급 정신병원이었지만 장소가 장소인지라 사실 똑같은 분위기였다.길을 걸으며 성유리는 점점 더 강한 억압감을 느꼈다.복도 양옆으로는 굳게 닫힌 병실 문들이 늘어서 있었다.하지만 그 문들은 평범한 병실 문이 아니라 쇠창살이 덧대어진 감옥과도 같은 구조였다.여기는 병원이 아니라 감옥에 가깝다는 느낌에 성유리는 점점 더 미간을 찌푸렸다.류수미는 이 긴 복도의 가장 깊숙한 방에 있었다.그녀는 문을 등지고 앉아 위쪽의 작은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대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뒷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성유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류수미 씨?”방 앞에 도착한 의료진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하지만 류수미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그러자 의료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사민혁 씨.”이 한마디가 떨어지자마자 류수미의 흐릿한 눈빛이 갑자기 또렷해졌다.순간, 정신이 번쩍 든 그녀가 몸을 홱 돌렸다.성유리는 류수미를 맞이할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시선이 마주친 순간,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그리고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비록 류수미는 이전에도 감정을 통제하지 못할 때가 있었지만 그녀의 지위와 체면이 있는 이상 언제나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려 했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헝클어진 머리카락, 탁해진 눈동자, 이미 하얗게 센 귀밑머리, 거칠고 갈라진 입술.류수미의 눈빛, 그리고 하는 모든 행동들은 마치 죽음을 앞둔 노파 같았다.성유리는 두 주먹을 꼭 쥐었다.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고민했지만 아무런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그 순간, 류수미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예상치 못한 한마디에 성유리가 멍해졌다.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류수미는 다시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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