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Bab 841 - Bab 850

865 Bab

제841화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건 저도 알아요.”성유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에 박한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뭔가 대답하려는 찰나, 성유리가 말을 이어갔다.“정말 그렇게 간단했다면 애초에 박한빈 씨도 제가 이런 방법으로 연정우 씨를 끌어내는 걸 허락하지도 않았겠죠.”“여긴 금성이 아니에요. 더 중요한 건... 지금 한빈 씨 곁에 있는 사람들 다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한테 한빈 씨와 함께 연정우 씨를 찾아서 완전히 무너뜨리게끔 도와달라는 건 불가능한 일이고요.”“그 사람이 먼저 당신을 공격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죠.”“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연정우 씨도 분명 극도로 신중해질 거예요. 어쩌면 몇 년, 아니... 십 년이 넘도록 모습을 감출 수도 있어요.”성유리가 진지하게 말하는 동안, 박한빈은 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 네 생각엔 내가 기다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한빈 씨는 기다리지 않을 거예요.”성유리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사씨 가문의 일... 박한빈 씨는 늘 무심한 척하고 있지만 사실 속으로 엄청 신경 쓰고 있다는 거 다 알아요.”“만약 제가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분명 다른 방법을 찾았겠죠? 그리고 한빈 씨가 생각한 방법들은 제 방식보다 훨씬 더 위험할 거고요.”“그러니까 결국 제가 선택한 길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거예요.”“그런 길을 네가 직접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박한빈이 물으며 자신의 허리에 감긴 성유리의 손을 떼어내려 했다.하지만 성유리는 그가 무슨 행동을 할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세게 붙잡으며 고개를 들어 박한빈을 바라봤다.“박한빈 씨가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저도 뭔가 하고 싶어서 그래요.”“제가 말했잖아요. 전 더 이상 비겁하게 살고 싶지 않다고. 그리고... 저희 부부잖아요. 무슨 일이든 함께 감당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네가 말하는 감당이란 게 연정우 곁으로 가는 거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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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저를 못 믿으시는 거예요?”성유리가 물었다.박한빈은 예상치 못한 물음에 순간 멍해졌다가 미간을 찌푸렸다.“뭐라고?”“저도 제 자신을 잘 지킬 수 있다는 걸 믿지 않는 거예요? 아니면 제가 당신을 도울 수 있을지를 의심하는 거예요? 둘 다 아니면... 그냥 제가 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당연히 그런 건 아니야.”박한빈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단호히 부정했지만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도대체 왜 스스로를 그렇게 평가하는 거지? 내가 만약 널 짐으로 생각했다면 왜 여기까지 데려왔겠어?”“아니라면 도대체 왜...”“너한테 그 어떤 위험도 닥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박한빈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우린 충분히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잖아. 안 그래?”“하지만 지금 이 방법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잖아요. 아니에요?”박한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그러자 성유리는 씩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봐요. 박한빈 씨도 그걸 인정하시잖아요. 게다가 한빈 씨한테 주어진 시간도 별로 없어요. 그러니 이 상황에서 저희가 가장 효율적인 길을 선택하는 게 맞는 거 아니에요?”“아니, 틀려.”박한빈은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하지만 정확히 뭐가 틀린 건지, 정작 그도 설명하지 못했다.성유리는 그런 박한빈과 눈을 맞춘 채 잠시 조용히 서 있다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이번엔 박한빈도 그녀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성유리가 내민 이 작은 타협의 손길을 지금 거절하면 정말로 그녀는 자신을 붙잡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그러면 결국 박한빈이 다시 스스로 성유리를 찾아가 어르고 달래야 할 것이다.아까처럼.그는 확신했다.만약 자신이 지금 나가버린다면 성유리는 절대 자신을 붙잡지 않을 거라고.“그럼 넌 완전히 마음을 굳힌 거야?”박한빈이 물었다.성유리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태도만으로도 모든 걸 알 수 있었다.박한빈은 그녀를 바라보며 잠시 침묵하더니 갑자기 피식 웃었다.“그래. 잘 알겠어.”“제가 잘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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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오히려 냉철하다고 생각했던 박한빈은 성유리를 꽤 많이 신경 쓰는 것 같았다.그렇지 않았다면 아까 그렇게 급하게 여기까지 달려오지도 않았겠지.게다가 그가 성유리를 바라보는 눈빛은 에이미조차도 뜨겁다고 느낄 정도였다.파티장에서 보여줬던 냉정함과는 전혀 다른 눈빛이었다.그러니까 그들이 보여줬던 냉담한 태도는 전부 연기였을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두 사람이 연기까지 해가며 감추려는 건 대체 뭘까?에이미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굉장한 비밀을 엿본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그리고 이 비밀은 어쩌면...바로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화들짝 놀란 에이미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다 마주 서 있는 사람을 휘둥그레진 눈으로 쳐다봤다.박한빈이었다.그는 조용히 에이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저... 저 아무 말도 안 했어요!”에이미는 반사적으로 외쳤다.그리고 재빨리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마치 무고함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하지만 박한빈은 단 한 번 휴대폰을 흘끗 보았을 뿐,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나오세요. 그리고... 저희 거래 좀 합시다.”...“이걸 누가 너한테 보낸 거야?”검은 피부를 소유한 남자가 서류를 훑어보며 물었다.그러자 연정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내 친구 중 한 명.”“이건 넥스트 펀드 내부 문서야. 네 친구가 어떻게 그쪽과 관련이 있다는 거지?”남자의 눈빛에는 의심이 서려 있었다.연정우는 그의 의도를 짐작하고 묵묵히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사진 속에는 박한빈과 성유리가 함께 있었다.“이 사람... 로얀 아니야?”남자는 즉시 눈썹을 찌푸렸다.“넥스트 펀드 소속이잖아. 듣자 하니 요즘 이쪽에서 꽤 움직임이 있다던데.”“맞아. 그리고 이 서류를 준 사람도 바로 사진 속 여자야.”연정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그러면서 사진 속의 성유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이 여자는 누군데?”“로얀의 아내.”남자는 눈을 가늘게 뜨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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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에이미는 요즘 말 그대로 인생 최고의 나날들을 보내는 중이었다.박한빈은 그녀에게 값비싼 보석과 명품 가방을 사주었고 그것도 모자라 심지어 스포츠카까지 선물했다.눈에 띄는 강렬한 레드 컬러, 그리고 보닛 위에는 분노한 황소가 찍혀 있는 디자인이었다.그 차를 몰고 나간 날, 주변의 시선이 단번에 쏠렸다.“와, 진짜 멋있다!”“대박! 저 차 봤어? 너무 부럽다.”겉으로는 부러움과 칭찬을 쏟아냈지만 속으로는 다들 이를 갈고 있는 게 뻔했다.에이미는 그 시선들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솔직히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저 여자들이라면 첫날 박한빈이 소파에서 자라고 했을 때, 괜한 짜증이나 부렸을 것이다.그러면 결국 쫓겨나고 말았을 테지만 에이미는 아니었다.이 모든 것은 결국 그녀의 것이 될 운명이었다.그리고 그 증거로 박한빈은 에이미에게 무제한 한도가 걸린 블랙카드까지 주었다.이제 더 이상 쇼핑할 때 가격표를 뒤적일 필요도 없었다.그냥 VIP 라운지에 앉아 있으면 점원이 직접 명품들을 가져다주었다.그런 어느 날, 낯선 목소리가 에이미의 귀에 들렸다.“에이미 언니!”고개를 돌려보니 눈앞에는 낯선 여자가 서 있었다.에이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누구인지 떠올리려 했지만 그 여자는 이미 그녀에게 성큼 다가오며 밝게 웃고 있었다.“정말 오랜만이에요. 와, 언니 요즘 완전 대박이던데요?”에이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여자에게 물었다.“누구세요?”“어머, 언니! 저 잊어버린 거예요?”여자는 실망한 척하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저 해리예요. 저희 전에 같이 일했었잖아요?”‘해리?’그제야 어렴풋이 기억이 떠올랐다.예전 직장 동료이긴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무슨 꿍꿍이로 다가오는 걸까?에이미가 말없이 바라보자 해리는 눈치도 없이 또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언니, 요즘 누구랑 사귀는 거예요? 완전 좋은 남자 친구 만났다면서요?”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에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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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해리의 말에 에이미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이내 저 멀리서 박한빈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비록 그들과의 관계는 단순한 ‘협력’일 뿐이었다.그리고 에이미도 잘 알고 있었다.‘손님’에게 감정을 품는 건 절대 금기라는 걸.하지만 설령 박한빈의 배경을 몰랐다 해도 그의 외모와 분위기만으로도 여자의 심장을 뛰게 만들기엔 충분했다.게다가 남자 친구라는 타이틀까지 더해지니 에이미가 어디를 가든 우쭐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박한빈이 점점 더 가까워지자 에이미는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그러나 해리가 먼저 움직였다.“안녕하세요! 에이미 언니 남자 친구 맞으시죠?”해리는 박한빈에게 싱긋 웃으며 다가갔다.그러자 박한빈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누구십니까?”“저는 에이미 언니 친구예요! 오늘 같이 쇼핑하자고 약속했거든요! 근데 이렇게 우연히 뵙게 될 줄이야.”해리는 밝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언니가 평소에 엄청 자랑했어요. 아마 그래서 저희한테 소개해 주기 싫었나 봐요. 이렇게 보니까 언니가 꽁꽁 숨겨두고 싶은 이유를 알겠네요.”그러면서 해리는 자연스럽게 박한빈의 팔짱을 끼려 했다.해리는 오늘 일부러 어깨가 드러난 얇은 끈나시를 입었다.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고 대부분의 남자는 이런 접근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해리의 손이 닿기도 전에 에이미가 씩씩거리며 걸어왔다.“여태껏 내가 많이 참아줬지?”짝!에이미는 분에 못 이겨 해리의 뺨을 내리쳤다.“누가 네 친구야? 당장 안 꺼져?”“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지금 감히 저 때렸어요?”갑자기 뺨을 맞은 해리의 눈에 살기가 서렸고 에이미 또한 지지 않았다.그렇게 두 여자는 그 자리에서 격렬하게 엉켜 싸우기 시작했다.쇼핑몰 한복판에서 말이다.그러나 박한빈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그저 무표정하게 싸우고 있는 두 여자를 바라볼 뿐.마치 이 모든 일이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그렇게 한참을 지켜보던 박한빈은 이내 흥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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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연정우는 여전히 성유리의 말을 믿지 않았고 건네준 그 기획서조차도 마찬가지로 불신했다.이건 박한빈과 성유리가 짜고 치는 연극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해리의 말이 그의 신념을 흔들었다..해리는 연정우의 사람이다.오늘 에이미에게 접근하게 한 것도 그의 지시였다.그렇다면 박한빈은 해리의 존재조차 모른다.만약 이 모든 게 연극이라면 그가 굳이 이런 디테일까지 연출할 필요가 있을까?더군다나 성유리가 넘긴 기획서는 빈틈이 없었다.그것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었다.넥스트 펀드가 젠 펀드를 어떻게 삼키고 그 과정을 어떤 식으로 실행할 것인지, 그리고 철저한 분석과 함께 단계별 계획까지 명시되어 있었다.연정우는 이 기획서를 죠지와 함께 검토했었다.만약 이것이 진짜라면 그들은 넥스트 펀드를 건드리기 전에 젠 펀드에 먼저 손을 뻗을 수도 있었다.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매각해 버린다면 그야말로 일생일대의 기회를 거머쥘 수 있다.설령 이 문서가 가짜라고 해도 박한빈이 여기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어마어마할 터였으니 연정우는 확신했다.그는 불필요한 함정을 파지 않는다.더군다나 상대가 이 덫에 걸릴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그렇다면 박한빈이 정말로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게 맞을 것이다.그가 최근 라온시에 머무르는 것도 그 증거 중 하나였다.하지만 연정우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이 문서가 진짜라 해도 타겟이 젠 펀드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그래서 연정우는 최근 며칠간 이와 관련된 다른 가능성을 조사했다.그리고 젠 펀드 외에도 조건이 들어맞는 펀드가 몇 개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그는 이미 부하들을 보내 감시하게 했다.그러나 지금 해리의 말을 들은 후, 연정우는 자신의 판단이 맞는지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자기야.”그때, 해리가 다정한 목소리로 연정우를 불렀다.그제야 연정우는 하던 생각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봤다.“왜 그래?”“계속 멍때리고 있길래 내가 좀 챙겨주려고 그러지.”연정우는 해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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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혼자 있는 성유리를 보는 순간, 연정우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앞으로 나아가려던 그때, 다른 누군가가 먼저 움직였다.박한빈이었다.그는 성유리 앞에 무릎을 꿇듯 앉으며 다급하게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연정우는 그 모습을 보곤 헛웃음이 나왔다.역시 예상했던 대로였다.박한빈이 성유리를 그렇게까지 사랑하던 모습을 보아 왔는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마음을 접을 수 있겠는가?처음부터 이건 철저히 자신을 속이기 위한 연극이라는 확신이 들었다.연정우는 더 이상 이 상황에 머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그래서 바로 몸을 돌려 병실을 떠나려던 때, 성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거 놔요!”“성유리!”시끄러운 병원 안에서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연정우는 그 대화를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그는 즉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박한빈이 성유리의 손을 붙잡고 있었는데 마치 그녀를 억지로 끌고 가려는 듯한 모습이었다.하지만 성유리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이미 다른 여자가 있으시면서 왜 저까지 신경 쓰시는 건데요?”성유리는 이를 악물고 박한빈을 노려보며 따지듯 물었다.“박한빈 씨가 제게 줬던 것들, 전 전혀 필요 없어요. 그리고... 더 이상 박한빈 씨가 보고 싶지도 않다고요!”그녀는 거칠게 박한빈을 밀어냈다.그러나 박한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성유리를 번쩍 안아 들었다.“놔요! 당장 내려놓으시라고요.”성유리가 있는 힘껏 저항하자 연정우는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그는 빠르게 다가가 두 사람의 앞을 막아섰다.박한빈의 표정은 이미 굳어 있었기에 연정우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그야말로 살기가 띠어 있었다.“비켜.”박한빈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하지만 연정우 역시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유리는 당신과 함께 가는 걸 거부하는 것 같은데요?”그의 말은 단호했다.“굳이 제가 다시 상기시켜 줘야겠습니까? 여긴 금성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경거망동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연정우의 경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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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연정우는 성유리를 데리고 병원을 떠났다.하지만 그녀의 상태가 점점 더 나빠졌다.차가 도로를 달리는 동안, 성유리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 결국 연정우는 그녀를 다른 병원으로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진료를 마친 후, 의사가 성유리의 상태를 설명했다.연정우는 별다른 반응 없이 듣고 있었지만 시선은 줄곧 병상 위의 성유리에게 머물렀다.그 시각,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새하얀 얼굴, 질끈 다물어진 입술, 미세하게 찌푸려진 미간은 마치 한 송이 재스민 꽃처럼 보였다.그러나 그것이 과연 순수한 꽃인지, 아니면 치명적인 양귀비꽃인지 그는 확신할 수 없었다.결국 연정우는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성유리의 곁에 다가가 조용히 앉았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성유리가 천천히 눈을 떴다.그녀가 연정우를 발견한 순간, 아주 잠깐 미묘한 실명의 감정이 스쳤다.연정우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마워요.”성유리가 힘겹게 입을 열었는데 연정우는 여전히 말없이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제 휴대폰 좀 볼 수 있을까요?”연정우는 성유리의 말에 여전히 침묵했지만 망설이지 않고 바로 휴대폰을 건넸다.성유리는 곧장 화면을 확인했지만 아무 연락도, 아무 메시지도 없었다.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그녀는 천천히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연정우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박한빈 씨랑 싸웠어?”성유리는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그와 눈이 마주치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연정우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들이 왜 싸웠는지, 어떤 감정이 오갔는지 그것이 연정우에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절 못 믿으시는 거죠?”그때, 성유리가 갑자기 물었다.예상치 못한 질문에 연정우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제가 박한빈 씨랑 짜고 연극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연정우는 재빨리 대답했다.“아니.”그러나 그의 표정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고 눈빛 또한 마찬가지였다.성유리는 그 반응이 전혀 놀랍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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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정우 씨 집에서 살라고요?”성유리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당연히 내 집에서 살라는 거지.”연정우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어차피 박한빈 씨한테도 이제 다른 여자가 있지 않나? 그러니 걱정 마. 네가 원하지 않는 한, 난 절대 널 건드리지 않을 거니까.”두 사람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몇 초 뒤, 성유리는 주저 없이 답했다.“좋아요.”그 순간, 연정우도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그렇게 빠르게, 그리고 그렇게 단호하게 대답할 줄은 몰랐다.연정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성유리를 바라보았다.그러나 그녀의 표정에는 망설임도, 어떠한 계획도 보이지 않았다.그저 진지하고 단호할 뿐.“그럼 제가 더 해드릴 건 없어요?”성유리는 차분하게 물었다.그 태도가 너무나도 진지해서 마치 이제 둘이 같은 배를 탄 동료라도 된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연정우는 여전히 완전히 믿을 수 없었다.이 모든 것이 연극이라면?성유리가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거라면?만약 정말 연극을 펼치고 있다면 연정우는 앞으로 자기가 무얼 하든 그녀가 자신을 원망하고 탓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얼마간 생각에 잠겨있던 연정우는 가볍게 웃으며 성유리의 손을 꼭 잡았다.“좋아. 그럼 내가 지금 바로 준비해 두라고 할게.”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발신자는 연정우의 합작 파트너인 죠지였다.전화를 받자 죠지는 흥분한 목소리로 연정우에게 보고했다.“박한빈 씨 쪽에서 움직임이 시작됐어!”그 말에 연정우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그럼 그 자료가 진짜일 확률이 크다는 거군.”그는 짧게 결론 내리며 대답했다.“우리가 먼저 움직인다. 젠 펀드를 선점해.”...한편, 마찬가지로 소식을 전해 들은 에릭이 다급하게 되물었다.“뭐라고? 마피?”“그들이 지금 우리 계획을 방해하고 있다고?”“네. 마치 저희가 뭘 할지 미리 알고 있던 것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움직임도 저희보다 훨씬 빨라서 젠 펀드 주식이 지금 빠르게 상승 중이고요. 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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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박한빈이 연정우에게 준 그 계획서는 확실히 진짜였다.비록 그가 연정우에게 함정을 놓아 발을 헛디디게 만들고 싶었지만 결국 박한빈은 연정우가 그렇게 어리석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박한빈이 원하는 것이 단지 연정우를 함정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었다.그 계획서를 내보냈다고 해서 연정우가 믿지 않아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들은 계획대로 계속 일을 진행할 것이다.그러나 만약 연정우가 믿게 된다면 그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부르노는 누구도 자신의 이익에 손을 대도록 두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리고 박한빈이 원하는 것은 에릭과 그들의 그룹을 끌어내려는 것이었다.연정우는 지금 어느 정도 큰 배경을 갖고 있지만 여긴 금성이 아니므로 그를 빼앗기기엔 너무 어려운 상황이었다.그러나 부르노를 끌어내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게 그것이 박한빈의 목표였다.에릭이 이 사실을 다 알아버렸어도 박한빈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이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너는 이제 라온시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나?”분노한 에릭이 책상에 손을 내리치며 따지듯 물었다.“아니면 목숨을 잃을 각오라도 한 거야? 총에 맞아 죽고 싶어 환장한 거냐고!”배신자는 두 번 죽음의 기회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에릭은 확신했다.만약 이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박한빈은 손쉽게 라온시에서 쫓겨날 수 있을 것이고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네가 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은 알 수 없지.”박한빈은 침착하게 대답하자 에릭이 소리를 질렀다.“도대체 내가 왜 너를 위해 비밀을 지켜줘야 하는 거냐고!”“우리 친구 아니었나?”박한빈의 목소리에는 마치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에릭은 손에 있던 물건을 그에게 던지고 싶었고 실제로 그렇게 하기도 했다.그러나 박한빈은 그가 움직이는 것을 정확히 포착해 에릭이 손을 들자마자 쉽게 피했다.결국 에릭은 모든 걸 포기한 듯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버렸다.박한빈은 뒤돌아있는 에릭의 등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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