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541 - Chapter 550

587 Chapters

제541화

마치 자신을 왕처럼 행동하게 만드는 이런 상황이 죽도록 싫었다.한참을 망설이던 성유리는 박한빈 앞으로 다가가 자신의 캐리어를 손에 넣으려 했다.박한빈은 멍하니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다 성유리의 의도를 알아차린 듯 손에 들려 있던 캐리어를 꽉 쥐었다.성유리 또한 박한빈의 힘을 느낄 수 있었기에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이거 놓으세요.”힘을 세게 쓰고 있는 바람에 박한빈의 팔에는 핏줄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연정우와 자신 사이에서 연정우를 선택한 성유리의 결정이 박한빈은 믿기지 않아 성유리를 쳐다봤다.옆에 있던 김서영은 박한빈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성유리에게 다가가더니 말했다.“유리야, 그래도...”“박한빈 씨, 이 손 놓으라고요.”성유리는 김서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한빈을 올려다보며 방금 했던 말을 반복했다.박한빈은 그런 그녀의 눈빛을 쳐다보다 문득 어젯밤 안희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녀는 성유리의 심장이 더는 박한빈을 위해 뛰지 않는다는 말을 했었다. 처음에 박한빈은 안희연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성유리가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을 보니 안희연이 했던 말이 다 사실 같았다.캐리어를 꽉 쥐고 있던 박한빈은 서서히 손에 힘을 풀었고 성유리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캐리어를 휙 낚아챘다.이런 상황을 지켜만 보던 연정우는 살짝 미소 지으며 성유리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이내 그녀는 고개를 돌려 하늘이를 보며 말했다.“가자. 엄마랑 같이 지하철 타고 갈까?”하늘이는 성유리의 말에 잔뜩 신나 하며 폴짝폴짝 뛰었다.“좋아!”성유리는 아이의 순수한 웃음에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고 고개를 돌려 김서영과 마지막 인사를 한 뒤, 하늘이의 손을 잡고 떠나려 했다.그러나 뒤에 있던 연정우가 서둘러 두 사람 뒤를 따라오며 물었다.“지하철 타고 갈 거야?”“응. 지하철 타고 가면 공항이랑 연결된 길이 있어서 사실 내가 더 편해.”“여기서부터 지하철역까지 가려면 거리가 좀 있을 텐데? 내가 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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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경운시에 있는 집은 이미 장시간 방치돼 있는 상태였다.성유리가 집에 돌아간 뒤, 며칠 동안 열심히 청소를 했고 그제야 집은 그나마 깨끗하게 치워졌다.집을 청소하는 와중에 하늘이는 마치 바삐 움직이는 한 마리의 꿀벌처럼 성유리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도왔다.성유리가 이제 드디어 안정적인 삶을 다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인터넷에 갑자기 사과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그 영상은 몇 달 전 성유리와 이우빈의 사이에 대해 해명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영상 속 상대는 사실 그때 자신은 한 번도 직접 성유리가 이우빈에게 대시하거나 일부러 말을 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사실대로 토로했다.그와 동시에 이우빈이 성유리와 함께 일을 하는 것이 질투가 나 나쁜 마음을 품고 거짓 소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사람들은 이 일을 거의 다 잊고 있었지만 그래도 연예계에서 잘나가는 연예인에 관한 새로운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은 다시 뜨겁게 달궈졌다.게다가 이우빈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자신과 성유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문장을 올리는 동시에 몇 달 전 왜 직접 나서서 해명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도 덧붙였다.회사에서 이우빈에게 조용히 있으라는 말을 해 아무 해명도 하지 못한 사실에 지금 성유리에게 몹시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다는 말,이우빈이 올린 마지막 문장에는 자신을 몰래 찍는 사생팬들을 나무라는 말이었고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이내 성유리는 이우빈 회사 측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죄송해요. 성 선생님. 이번 일은 저희 책임도 있어요. 저희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도 큰 죄죠. 하지만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그 팬이라는 사람 저희가 알아서 처리했고 인터넷에 사과 영상도 올리라고 했어요. 경찰도 그 여자에게 마땅한 벌을 내리겠다고 약속했고요.”“지금까지 저희가 후기 작업을 거의 다 마쳤어요. 이제 두 달만 있으면 정상적으로 방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성유리 선생님 이름은 꼭 제일 위에 잘 보이는 위치에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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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저예요.”성유리가 말했다.“알아.”“이우빈 씨 일... 박한빈 씨가 시킨 거예요?”성유리는 박한빈에게 묻고 있었지만 사실 이미 마음속으로는 그임을 확신하고 있었다.“응.”박한빈은 그녀의 물음에 조금 멈칫하는가 싶더니 이내 맞다는 대답을 내뱉었다.“도와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여기까지만 하세요. 이우빈 씨 쪽도 박한빈 씨가 손 볼 필요 없어요.”“왜? 이우빈이라는 사람을 동정하는 거야?”박한빈은 성유리를 조롱하는 듯한 말투로 계속 물었다.“일이 생기면 여자를 앞에 내세우는 남자를 동정할 가치가 있나?”성유리는 그의 말속에 담긴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렸지만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그때 상황에서 만약 이우빈 씨가 나서서 저를 보호했다면 일은 더 복잡해졌을 거예요.”“게다가 저랑 그저 동료 사이 일뿐인 이우빈 씨가 굳이 나서서 저를 도울 필요는 없잖아요. 그리고 수수방관했던 사람이 어디 이우빈 씨 한 명인가요?”성유리의 대답에 박한빈이 입을 꾹 다물었다.“그래도 뭐가 됐든 해주신 모든 일들은 감사하게 생각할게요. 하지만 다른 일은 이제 하실 필요 없어요. 그래도 제 드라마고 제 작품이니 계획대로 방영한다면 저야 너무 좋죠. 그러니까 박 대표님께서도 사람 하나 살린다 생각하시고 이제 그만 하세요. 저희가 다시 솟아날 구멍을 남겨두세요. 네?”“성유리, 꼭 이런 식으로 말해야겠어?”“그럼 제가 어떻게 할까요? 다시 무릎이라도 꿇을까요?”성유리는 자신의 말에도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 박한빈이 의아했다.‘곧 다른 말로 반박하겠지.’그러나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박한빈은 바로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성유리는 멍하니 핸드폰을 쳐다보다 이내 박한빈이 자신의 말에 동의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그래서 성유리는 전화를 내려놓고는 하던 일에 몰두했다.하지만 그 순간, 벨 소리가 집안에 울렸다.하늘이가 먼저 소리를 듣고 입구로 쪼르르 달려 나갔고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을 발견하자마자 아이는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그 사람은 허리를 굽혀 하늘이의 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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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연정우는 이번에도 하늘이를 위한 선물을 준비해 왔다.그가 준비한 선물은 하얀색에 털도 너무 부드러운 토끼 인형이었다.하늘이는 선물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지 성유리의 동의를 받고는 연정우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그러더니 이내 그 토끼 인형을 품에 꼭 끌어안았고 연정우는 귀여운 아이와 성유리를 번갈아 보다 입을 열었다.“요즘 어떻게 지냈어?”“잘 지냈어.”“그렇구나. 나도 오늘 기사 봤어. 전에 있었던 일 다 해결된 것 같던데. 정말 잘 됐어! 그럼 앞으로 하는 일 다 순조롭게 할 수 있는 거 아니야?”성유리는 연정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렇다고 볼 수 있지.”“다행이네.”짧은 대화를 마친 두 사람 사이에는 이내 다시 적막이 흘렀다. 분명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만 해도 연정우는 성유리에게 할 말이 아주 많았다.하지만 막상 성유리를 마주하고 앉으니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결국 어색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성유리가 먼저 연정우에게 말을 걸었다.“요즘 일은 안 바빠?”“응. 요즘은 괜찮아.”연정우가 대답을 이어갔다.“전에 하던 일이 이젠 성공적으로 끝이 나서 요즘은 쉬고 있어. 짧디짧은 휴가라고 볼 수 있지. 아니면 오늘 이렇게 너희 보러 오지도 못했을 거야.”“안 그래도 너한테 물어보려고 했어. 경운시에 추천할 만한 재밌는 곳 있어?”연정우의 말 속에는 다른 의도가 가득 담겨있었으니 성유리가 모를 리 없었다.“별로 볼 것도 없고 놀 것도 없어.”성유리의 말은 사실이었다. 경운시는 원래 그다지 발전한 도시가 아니거니와 이곳에 사는 사람들 모두 나이가 꽤 있었다.얼마 없는 아이들은 거의 다 부모가 바빠 조부모 손에서 키워지는 아이들이었고 길을 가면 보이는 젊은 사람들도 몇 없었다.이런 도시에서 볼거리를 찾자면 정말 어렵고 사실 볼만한 곳도 없다고 볼 수 있다.그러니 연정우가 이곳으로 와 휴가를 한다는 말은 절대 진심이 아닐 확률이 높았다.“우리 아니면 가까운 다른 도시에 가서 놀아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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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그래서 결국 고민 끝에 성유리는 연정우가 제안한 여행을 함께 가기로 결정했다.하늘이는 잔뜩 신나 하더니 캐리어 안에 장난감 삽을 챙기며 성유리에게 모래로 만든 커다란 성을 만들어주겠다고 장담까지 해줬다.성유리는 웃으며 알겠다는 대답을 함과 동시에 하늘이가 가져온 물건들을 애써 캐리어 안에 넣었다.사하나는 나중에야 그들이 함께 휴가를 떠난다는 소식을 접했고 열렬히 응원하며 호텔에 택배 하나를 보냈으니 도착하면 받으라는 말도 남겼다.아주 비밀스럽게 말한 사하나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성유리가 호텔에 도착해 택배를 확인하고는 하마터면 상자를 내팽개칠 뻔했다.연정우는 마침 체크인을 하고 있었기에 성유리는 하늘이의 손을 잡고 호텔에 있는 큰 어항 앞으로 향해 물고기들을 구경하고 있었다.그가 방키와 함께 핑크색으로 된 주머니를 들고 자신에게 다가오자 성유리는 의아해졌다.“이건... 사하나 씨가 너한테 보낸 물건이래.”연정우의 말에 성유리는 멍해 있다 곧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확인했고 그녀의 얼굴은 삽시간에 붉어졌다.하지만 연정우가 빠르게 화제를 전환하며 말했다.“먼저 올라가서 방부터 확인할까?”“응,”성유리도 아무 말 없이 하늘이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더.“엄마, 손에 들고 있는 주머니는 뭐야? 너무 예뻐.”하늘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머니를 바라보다 성유리에게 물었고 그녀는 어색한 말투로 대답했다.“아... 아무것도 아니야.”“연정우 아저씨가 준 선물이야? 안에는 뭐가 들어있는데?”하늘이가 말하며 호기심을 못 이겨 주머니 안을 슬쩍 보려 하자 성유리는 재빨리 주머니를 자신의 뒤에 숨겼다.그리고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안에서 남녀 한 쌍이 모습을 드러냈다.안에 있던 남자랑 눈이 마주친 성유리는 그 남자가 분명 당황해하는 모습을 발견했다.파란색 눈동자를 가진 남자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성유리를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눈빛을 하며 생각에 잠겨있었다.연정우는 두 사람의 반응을 미처 살피지 못했는지 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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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성유리 씨!”누군가 격양된 목소리로 성유리를 부르던 그때, 그녀는 이제 막 하늘이와 모래사장에 도착한 상황이었다.남자는 반바지 하나만 몸에 걸치고 있는 채로 선글라스만 끼고 있었는데 탄탄한 몸매와 특이한 그의 피부색은 주위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하지만 남자는 그런 시선들이 이미 익숙해졌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고 성유리에게 다가와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어떻게 이런 우연이 다 있죠? 저희가 여기서 다 만나네요. 아, 참! 성유리 씨 남자 친구는 어디 계십니까?”성유리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망설이다 낮은 소리로 입을 뗐다.“에릭 씨, 오랜만이네요.”“확실히 오래 못 보긴 한 것 같습니다.”남자는 선글라스를 벗더니 성유리를 아래위로 쓱 훑어보기 시작했다.살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수영복을 입고 있는 성유리의 모습이 불만스러운지 에릭은 혀를 끌끌 차더니 말했다.“방금 가지고 들어가시던 그 수영복은 왜 안 입으셨습니까? 아니면 혹시 남자 친구분이랑 둘만 있을 때 입는 코스프레 복 같은 건가요?”에릭의 말은 충분히 선을 넘는 성희롱적인 발언이었지만 성유리는 그가 자신을 일부로 이렇게 대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다른 말로 해석하면 에릭은 근본 성유리를 눈에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아까도 봤다시피 에릭의 주변엔 늘 몸매가 일품인 여성들이 서 있었다.박한빈은 전에 성유리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에릭 걔는 여자 친구를 밥 먹듯이 바꿔. 아마 책 넘기는 속도보다 여자 친구 바꾸는 속도가 더 빠를걸.]전에 성유리에게 관심을 보였던 이유도 아마 성유리가 박한빈의 아내였기 때문일 것이다. 에릭은 도대체 성유리한테 무슨 매력이 있기에 박한빈이 죽고 못 사는지 궁금했다.하지만 지금, 성유리는 이제 박한빈의 아내나 여자 친구가 아니니 에릭 또한 그녀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어졌을 것이다.에릭이 방금 한 희롱적인 발언은 그저 성유리를 조롱하고 비웃으려는 의도였다.“에릭 씨가 왜 이곳에 계세요?”성유리는 에릭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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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우린 뭐 먹어도 상관없어.”성유리는 하늘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대답을 이어갔다.“너 바쁘면 먼저 일 봐도 돼. 우린 우리가 알아서 먹을게.”“명색이 휴간데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일만 하겠어?”연정우가 무슨 말을 더 하려는 그때, 에릭이 갑자기 그들에게로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다.“성유리 씨? 잠시 실례해도 되겠습니까?”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연정우는 고개를 휙 돌려 그를 쳐다봤지만 에릭은 연정우에게 시선 한번 주지도 않았다.그러면서 자신의 핸드폰을 성유리에게 건네주며 계속 물었다.“이곳 핸드폰 앱들을 전 도저히 쓸 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지금 제가 있는 위치를 다른 사람한테 공유할 수 있죠?”성유리가 에릭이 내민 핸드폰 화면을 슬쩍 쳐다보자 화면엔 그와 박한빈의 대화창이 떠 있었다.두 사람은 막 통화를 끝낸 상태였고 에릭은 지금 박한빈에게 성유리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려는 것 같았다.에릭이 늘 해외에 머물고 있어 국내 앱들을 사용할 줄 모르는 것이 당연하긴 하지만 그의 명석한 두뇌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굳이 성유리에게 찾아와 위치 공유를 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하는 원인은 아마 단순히 그녀를 조롱하고 싶어서일 것이다.“같이 오신 여성분이랑 물어보셔도 되잖아요.”성유리가 말했다.“지금 제 옆에 없잖습니까. 그리고 그냥 위치 좀 공유하게 해달라는데 이 정도도 못 해줍니까? 저희 친구 사이 아니었나요?”에릭은 마치 상처를 받은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성유리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그의 가증스러운 모습을 보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리고 이때, 성유리는 연정우가 몸을 일으켜 자기 쪽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발견했다.“이러면 돼요.”망설일 틈도 없이 성유리는 에릭에게서 핸드폰을 건네받아 얼른 그들이 있는 위치를 공유해줬다.“오, 고마워요.”에릭은 아주 부드러운 말투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며 고개를 숙이더니 하늘이에게 시선을 돌렸다.“성유리 씨 딸입니까? 정말 귀엽게 생겼네요.”조금 망설이던 에릭은 손을 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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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방금 저 사람. 박한빈 씨 친구야?”에릭의 모습이 점점 시야에서 사라지자 연정우는 그제야 뒤돌아 성유리에게 물었다.그때까지도 하늘이와 함께 모래성을 만들고 있던 성유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연정우는 다시 물었다.“그러니까 방금 말한 로얀이라는 사람도 박한빈 씨겠네?”“아마도.”성유리의 대답을 들은 연정우는 침묵했다.조용해진 연정우의 모습을 본 성유리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나도 저 사람이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모르겠어.”창백해진 안색으로 말하는 성유리를 발견한 연정우는 피식 웃음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난 널 믿어.”성유리는 그의 웃음이 어딘가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개를 숙여 계속 모래를 만지작거렸다.“그럼 우리 저녁에 해산물 먹으러 갈까? 이 부근에 되게 괜찮은 식당이 있거든.”“그래.”성유리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연정우의 말에 동의했다.아마 오후에 갑자기 나타나 훼방을 놓은 에릭 때문에 지쳐서일까, 저녁에 밥을 먹는 순간까지도 성유리는 박한빈이 갑자기 나타날까 봐 자꾸만 신경 쓰였다.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박한빈은 식사가 거의 끝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고 자꾸만 입구를 보는 성유리가 이상하다고 느낀 연정우가 먼저 말을 걸었다.“뭐 찾아?”“아니야. 아무것도.”성유리가 재빨리 부인하자 연정우 또한 더 이상 캐묻지 않았고 미소 지으며 껍질을 잘 발라놓은 새우를 그녀 접시에 놓더니 말했다.“먹어.”세 사람의 식사는 아주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고 식사가 끝나자 연정우는 두 사람을 방 앞까지 데려다주었다.“방금 봤어? 밖에 야경 되게 예뻐.”하늘이가 먼저 방 안으로 들어가고 성유리와 둘만 남자 연정우가 갑자기 물었다.입구에 서 있던 성유리는 아이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연정우의 목소리를 듣고는 발걸음을 뚝 멈췄다.“좀 잇다가 하늘이 잠들면 나와서 나랑 산책할래?”계속되는 연정우의 질문에 성유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 사실 그녀도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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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연정우는 굳이 그녀의 남자 친구나 남편이라는 신분이 아니어도 그저 성유리 옆에 머물고 있어도 행복했고 만족스러웠다.그래서 지금, 성유리가 이런 얘기를 꺼내는 순간에도 연정우는 애써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아. 난 사실 너희 두 사람이랑 같이 있기만 해도 기분 좋아. 정말 진심으로.”성유리는 연정우의 대답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너도 네 스스로를 강요할 필요는 없고.”그러자 연정우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우리 천천히 하자. 그냥 그저 그런 보통 친구 사이처럼 지내도 난 괜찮으니까.”성유리는 연정우의 눈을 오랫동안 바라보다 결국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고 그는 손을 쭉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짝 만지고는 웃으며 말했다.“그럼 난 이제 내 방으로 돌아갈게.”“그래. 일찍 자고 푹 쉬어.”성유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연정우와 대화를 마치고는 방문을 쾅 닫아버렸다.문이 닫히고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던 연정우는 순간 어딘가 이상한 느낌을 받아 발걸음을 뚝 멈추고는 고개를 휙 돌렸다.아니나 다를까, 길게 늘어진 복도의 어느 한쪽 방문이 살짝 열려있었고 남자 한 명이 문 앞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연정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그 남자가 손에 들고 있는 담배를 보아하니 꽤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 서 있었던 것 같았지만 연정우는 아무렇지 않게 성유리가 머무는 방 옆에 있는 방문을 열었다.그리고 안으로 들어서기 전, 남자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기까지 했다.“여기서 총기 사용은 불법인가?”에릭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근데 나도 이번엔 총 안 챙겨왔는데? 챙겨왔으면 진즉에 내가 너 대신 두 발의 총알을 사용했을 거야.”박한빈은 고개를 돌려 에릭을 쓱 쳐다보고는 말없이 담배만 계속 피웠다.“내가 너 대신 찾아봤는데 저 남자 안 되겠던데?”에릭은 박한빈의 반응이 미지근하다고 생각했는지 계속 깐족거리며 말했다.“책임감이라는 게 없고 속임수를 쓰기 좋아하고 심지어 정정당당한 싸움을 하지도 않잖아. 근데...”에릭이 잠깐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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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성유리는 그제야 여성의 신분이 떠올랐는지 살짝 경계하며 되물었다.“무슨 일이시죠?”“그... 그냥 저 따라오세요.”여자의 얼굴은 이상하리만큼 붉어져 있었는데 어딘가 숨기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아보였다.“제가 사다 드려야 할 물건이 있나요? 아니면 직원이라도 불러드릴까요?”같은 여자로서 성유리는 지금 여자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여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성유리 씨가 생각하시는 그런 게 아니에요. 그냥 저 따라오시면 안 될까요? 성유리 씨 도움이 꼭 필요해요.”그 여성은 성유리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는데 그녀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여성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그러나 두 눈이 빨개진 채 울먹이며 자신의 도움을 구걸하는 여성의 얼굴을 보자 성유리는 마음이 약해져 결국 여성을 따라나섰다.‘그래.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이 없어서 이러겠지.’성유리는 속으로 그 여성이 절대 나쁜 의도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지금 저를 어디로 데려가시려는 거죠?”여성의 손에 이끌려 호텔로 돌아가게 된 성유리는 그제야 일이 잘못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올라가서 직접 확인하세요.”여성은 성유리의 손을 잡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진짜 제발요. 성유리 씨가 올라가지 않으면 에릭 씨가 많이 화낼 거예요.”성유리는 여성의 말에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물었다.“에릭 씨가 화를 내든 말든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올라가서 보면 알게 될 거예요.”성유리를 보며 말하는 여성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입술을 오물거리며 고민하던 성유리는 결국 결심한 듯 대답했다.“이 손 놔주세요. 도망가지 않을 테니까.”그녀의 말에 여성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며 살짝 미소 짓더니 손을 서서히 풀어주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엘리베이터에 나란히 올랐다. 처음에 성유리는 에릭이 자신을 보고 싶어 하는 줄 알았다.이런 일은 자신감 넘치고 도도한 에릭이라면 가능하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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