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자신을 왕처럼 행동하게 만드는 이런 상황이 죽도록 싫었다.한참을 망설이던 성유리는 박한빈 앞으로 다가가 자신의 캐리어를 손에 넣으려 했다.박한빈은 멍하니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다 성유리의 의도를 알아차린 듯 손에 들려 있던 캐리어를 꽉 쥐었다.성유리 또한 박한빈의 힘을 느낄 수 있었기에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이거 놓으세요.”힘을 세게 쓰고 있는 바람에 박한빈의 팔에는 핏줄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연정우와 자신 사이에서 연정우를 선택한 성유리의 결정이 박한빈은 믿기지 않아 성유리를 쳐다봤다.옆에 있던 김서영은 박한빈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성유리에게 다가가더니 말했다.“유리야, 그래도...”“박한빈 씨, 이 손 놓으라고요.”성유리는 김서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한빈을 올려다보며 방금 했던 말을 반복했다.박한빈은 그런 그녀의 눈빛을 쳐다보다 문득 어젯밤 안희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녀는 성유리의 심장이 더는 박한빈을 위해 뛰지 않는다는 말을 했었다. 처음에 박한빈은 안희연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성유리가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을 보니 안희연이 했던 말이 다 사실 같았다.캐리어를 꽉 쥐고 있던 박한빈은 서서히 손에 힘을 풀었고 성유리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캐리어를 휙 낚아챘다.이런 상황을 지켜만 보던 연정우는 살짝 미소 지으며 성유리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이내 그녀는 고개를 돌려 하늘이를 보며 말했다.“가자. 엄마랑 같이 지하철 타고 갈까?”하늘이는 성유리의 말에 잔뜩 신나 하며 폴짝폴짝 뛰었다.“좋아!”성유리는 아이의 순수한 웃음에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고 고개를 돌려 김서영과 마지막 인사를 한 뒤, 하늘이의 손을 잡고 떠나려 했다.그러나 뒤에 있던 연정우가 서둘러 두 사람 뒤를 따라오며 물었다.“지하철 타고 갈 거야?”“응. 지하철 타고 가면 공항이랑 연결된 길이 있어서 사실 내가 더 편해.”“여기서부터 지하철역까지 가려면 거리가 좀 있을 텐데? 내가 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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