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진은 옛날 박한빈과 성유리, 그리고 하늘이가 놀이공원에 놀러 간 날 찍은 것이었다.놀이공원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박한빈에게 잘 보이려고 계속 세 사람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었다.하지만 지금, 박한빈이 슬쩍 본 성유리의 프로필 사진에는 하늘이와 그녀의 얼굴만 있을 뿐이었다.‘나는 아예 없던 사람처럼 잘라버렸네.’“죄송합니다. 전화 한 통만 받고 오겠습니다.”연정우는 박한빈을 향해 살짝 미소 짓더니 그가 무슨 대답을 하기도 전에 뒤돌아 전화를 받으러 떠나버렸다.박한빈은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춰 서있다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역시 이럴 줄 알았어. 어떻게 날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있나.’그는 연정우가 지금 일부러 자기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일부러 핸드폰을 박한빈 앞에서 꺼내 들고 성유리와 본인 사이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였다.박한빈은 연정우가 자신과 성유리 사이 과거 일들과 사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방금 전에 보인 담담한 모습과 미소는 다 연정우의 “연기”라고 생각했고 걸려 온 영상통화 또한 가짜일 것이라고 여겼다.그냥 사진 한 장만 바꾼 뒤에 성유리에게서 걸려온 전화인 척하는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박한빈은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진짜든 가짜든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지금 이러고 있는지 본인조차 이해가 가지 않았다.박한빈은 이미 성유리에 관련된 모든 일들에 관심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상태였고 연정우와 도대체 어떤 사이로, 어떤 감정을 갖고 있든 모른 척하기로 했었다.지금 연정우가 하는 행동들이 과시인지, 아니면 사실인지 박한빈은 그냥 모르고 지내기로 다짐했다.“박 대표님?”그때,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박한빈이 정신을 다잡았다.그는 고개를 돌려 상대를 쳐다보며 얼른 대답했다.“죄송합니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네요.”“그럼 모셔다드릴까요?”상대는 박한빈의 말에 다정한 말투로 물었지만 그는 손을 내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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