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Bab 741 - Bab 750

925 Bab

제741화

김서영은 옆에서 서 있다가 박한빈의 말을 듣고 놀란 듯한 목소리로 되물었다.“유리 소식이 있다고? 지금 어디 있어?”“서향시에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데리러 갈 거고.”“누가 알려줬어? 유리가 왜 서향시에 있지? 그리고 그동안 왜 너한테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는데? 이 정보는 확실한 거야?”김서영은 여전히 침착한 척하고는 있었지만 한꺼번에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그 무렵, 박한빈에게는 상황을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전 지금 바로 서향시로 갈 겁니다. 어머니는 하늘이만 잘 돌봐주십시오.”“아니, 그게 혹시 사기일 수도 있잖아? 박한빈!”김서영이 막아보려 했지만 박한빈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뒤따라 나왔을 땐 이미 차에 올라탄 뒤였다.사기?그래, 어쩌면 연정우가 박한빈을 속이려는 것일 수도 있고 시간을 끌기 위해 거짓 정보를 준 걸 수도 있다.서향시에는 그가 미리 짜놓은 함정이 있을 수도 있고 박한빈이 도착하는 순간 바로 그를 죽이려는 계획이 실행될지도 모른다.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한가.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성유리는 마치 세상에서 사라진 것처럼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아무도 모른다. 박한빈이 이 시간을 어떻게 버텼는지.박한빈은 처음으로 행복이 없는 삶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마치 살아 있는 시체가 된 듯한 나날들.그를 붙잡고 있는 단 하나의 끈은 성유리를 찾아야 한다는 의지뿐이었다.만약 그마저도 없었다면 박한빈은 아마 진작에 죽어버렸을지도 몰랐다.그래서 그는 냉정해질 수 없었다.연정우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직접 가서 확인해야만 했다.그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으니까 말이다.비행 일정은 이미 예약해 두었다.서향시로 바로 가는 비행기가 없어 근처 도시까지 가는 티켓을 예약해 두었지만 문제될 건 없었다.다른 도시에 도착하는 즉시 차를 타고 이동하면 되니까.지금 박한빈은 단 1초도 기다릴 수 없었다.그가 서둘로 공항으로 향하는 길, 에릭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뉴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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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2화

다행히 박한빈이 탄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고 그는 직접 차를 몰아 서향시로 향했다.장장 다섯에서 여섯 시간의 여정 동안 그는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다.사실 처음엔 사람들을 데리고 올까 고민했었다.하지만 연정우는 분명히 말했다.“혼자 오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보게 될 건 성유리의 시체일 겁니다.”박한빈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었지만 성유리에게는 조금의 위험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어차피 후속 조치는 이미 다 준비해 둔 상태였다.만약 정말로 자신이 여기서 죽는다면 연정우 역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그가 사라진 순간 연정우를 지탱해 온 배후 세력도 붕괴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성유리는 풀려나게 될 것이다.만약 성유리가 아직 살아 있다면. 또 만약 이미 끔찍한 일을 당한 상태라면... 박한빈은 그녀를 혼자 두고 떠나게 놔둘 수 없었다.함께 죽는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박한빈 자신도 이렇게 행동하는 게 무책임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특히 그의 어머니와 하늘이를 생각하면 말이다.하늘이가 이제야 자신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었는데 지금 떠나버린다면 정말 무책임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하지만 그 모든 것 이전에 그는 박한빈이다.그리고 무엇보다, 성유리의 남편이었다.그들은 맹세했다.어떤 상황에서도 함께하겠다고.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그 약속을 나눴다.그래서 성유리를 혼자 남겨둘 순 없었다.그렇게 하면 그녀 혼자 너무 외롭지 않은가?차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가로질렀고 도시의 번화함과 북적이는 거리들이 모두 뒤로 밀려났다.GPS 위치를 따라가던 끝에 드디어 그곳이 보였다.낡고 쇠락한 마을.버려진 땅.눈앞에 펼쳐진 건 그야말로 황량함 그 자체였다.차를 멈추고 전화를 걸려는 순간,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소리.그건 바로 바닥을 긁는 야구 방망이 소리였다.그 소리를 들은 박한빈이 빠르게 몸을 돌렸다.그 시각, 집 안에서 몇 명의 남자들이 걸어 나왔다.새벽이 막 밝아오기 시작한 시간. 그들이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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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3화

그래서 성유리는 정말로 이미 세상을 떠난 건가?그녀가 이리도 허망하게 죽었다고?‘말도 안 돼.’하지만 죽은 게 아니라면 왜 그토록 찾아 헤매도 성유리의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던 걸까?박한빈이 이미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맥과 수단을 동원했는데도 아무런 단서조차 찾지 못했다.그리고 더 중요한 건 성유리가 살아 있었다면 어떻게 단 한 번도 박한빈에게 신호를 보내지 않았겠는가?이 가능성에 대해선 이미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다만, 차마 믿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그러나 이제는 그 가설이 사실임이 증명된 셈이었다.박한빈을 지탱해 오던 마지막 한 가닥 희망이 바로 이 순간, 완전히 무너졌다.그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버렸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도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었다.그 순간, 놈들이 움직였다.손에 든 무언가가 그를 향해 내리쳤다.이미 박한빈의 모든 감각이 마비된 상태였고 살고자 하는 의지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럼에도 칼이 몸에 닿기 직전,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막아냈다.날카로운 칼날이 팔에 파고들었고 너무도 심해 숨이 막힐 듯한 통증이 정신을 다시 현실로 끌어당겼다.그리고 그 순간, 몸이 다시 반사적으로 움직였다.앞에 있던 남자를 발로 걷어찬 박한빈은 곧바로 차 문을 열고 운전석으로 뛰어올랐다.“놓치지 마! 저놈 잡아!”남자들이 소리쳤다.하지만 박한빈은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무표정하게 시동을 걸었고 붉은 피가 계속해서 팔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핸들을 꽉 잡았다.그리고 그대로 엑셀을 밟았다....“하루가 멀다 하고 뭐 이런 일들이 터지는 거야!”윤도준은 전화를 끊자마자 짜증 섞인 욕설을 내뱉었다.“유신촌? 거기 몇 년 전에 이미 다 철거됐잖아? 거기에 대체 누가 남아 있어서 싸움을 벌이는 거야? 설마 또 그 불량배들 짓이야?”사무실 안 누구도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윤도준이 더 말을 하려던 순간,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분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를 받은 윤도준은 숨을 거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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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4화

과다 출혈을 막기 위해 그리고 상사들이 자신의 실수를 추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윤도준은 부하들에게 박한빈을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가게 했다.한쪽에서는 질문을 하면서 동시에 그들은 박한빈의 다친 팔에 응급 처치를 해주었다.그의 상태를 정리하는 동안, 출동했던 동료들이 두 사람을 데리고 경찰서로 돌아왔다.“뭐 하는 거야? 우리 정말 합법적으로 결혼하려고 했다고! 난 신부 어머니한테 예물까지 줬어! 근데 경찰서로 끌고 오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야?!”남자는 걸어오면서도 계속 소리를 질렀다.윤도준은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옆에 있던 동료에게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죠?”“아, 구청에서 신고한 건입니다.”동료는 간단히 설명했다.“이 두 사람이 오늘 혼인 신고를 하러 갔는데 신부의 신분증 정보와 실제 신분이 전혀 일치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나이도 맞지 않았고요.”“게다가 신부라는 여성이 본인의 전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고 상태가 약간 둔한 듯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구청 직원들이 불법 인신매매 가능성을 의심하고 신고한 겁니다.”설명을 듣고 난 윤도준은 그 두 사람을 유심히 바라보았다.그런데 여자의 얼굴이 예상보다 더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다.낡은 옷을 입고 있고 머리도 흐트러져 있었지만 맑은 피부와 단정한 이목구비는 분명 이곳 토박이 같지 않았다.그러니 구청 직원들이 의심할 만도 했다.윤도준은 그녀를 몇 번 더 훑어본 후 곧바로 시선을 거두고 지시했다.“철저히 조사합시다. 그리고 사무실 안에 다른 사람도 많으니까 저 남자 좀 조용히 시키고.”명령을 마친 뒤, 그는 곧장 사무실로 향했다.사무실에서는 이미 박한빈의 팔에 대한 응급 처치가 끝난 상태였다.한편, 진술을 담당하던 경찰이 작성한 서류를 윤도준에게 건넸다.한 차례 훑어보던 그는 눈살을 찌푸리다 고개를 들어 박한빈을 바라보며 물었다.“박 대표님, 그러니까... 실종된 아내를 찾으러 이곳까지 오셨다는 말씀이십니까?”“네.”“원래 이 지역 출신이신가요?”“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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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5화

하지만 결국 그는 차분하게 말을 마쳤다.그 모습에 윤도준조차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윤도준 또한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안심하세요! 제가 꼭 돕겠습니다! 아, 아니죠. 원래 저희가 해야 할 일이잖아요. 걱정 마세요!”그러면서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냈다.곧이어 박한빈의 휴대폰 속 사진이 출력되었다.사진을 다시 마주한 순간, 윤도준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어딘가 낯이 익었고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았지만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윤도준 씨?”조심스러운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오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윤도준은 여전히 박한빈이 사무실 안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아, 맞다. 박 대표님, 이쪽으로 오세요. 호텔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박한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윤도준은 가볍게 웃으며 손을 뻗어 문을 열어 주었다.한편, 방금 경찰서로 끌려온 남자는 여전히 소리치고 있었다.“아니, 우리는 정말 자발적으로 결혼한 거라니까요! 나랑 이 사람 같은 마을에서 자랐어요! 어릴 때도 얘네 집에서 밥 먹은 적도 있다니까요!”“이번 결혼도 양가 부모님 다 동의하셨고 어제 막 신부 집에 예물까지 보냈어요! 200만원 이나 줬다고!”“설아, 너도 빨리 말해 봐! 내 말이 다 사실이지?”여자는 마치 명령을 받은 것처럼 남자의 옆에서 고개만 끄덕였다.“진정하세요. 문제는 현재 민설 씨 신분과 서류상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여기 신분증상의 출생 연도를 보세요. 서류상 민설 씨는 지금 마흔 살이어야 해요. 그런데 이 사람이 마흔 살처럼 보이나요?”경찰이 그들 맞은편에서 차분히 설명했다.남자는 여전히 뭐라고 변명하려 했지만 박한빈은 더 이상 들을 생각이 없었다.그저 고개를 숙인 채 앞으로 걸어 나갔고 막 로비를 빠져나가려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서훈이었다.그때 그 상황에서, 박한빈은 절대 이길 수 없었다.경찰이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창문이 깨진 후엔 결국 그들과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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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6화

그의 휴대폰 벨 소리는 계속되고 있었고 옆에 있던 윤도준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그녀 옆에 앉아 있던 남자는 여전히 흥분한 상태로 설명하고 있었지만, 박한빈의 귀에는 그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박한빈의 시야에는 오직 앞에 있는 그 여자의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멀리 보이는 여자는 남자 옆에 앉아 있었는데 깨끗하지만 낡아 보이는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거기에 더해 머리를 낮게 묶고 있었다. 하지만 박한빈이 서 있는 위치는 그녀와의 거리가 꽤 멀었다.그러나 여자의 모습은 마치 박한빈의 뇌리에 새겨진 것 같았다. 그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고 두 주먹을 꽉 쥐었으며 심지어 어깨까지 떨리고 있었다.“박한빈 씨?”윤도준은 계속 말을 걸고 있었지만 박한빈이 대답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는 듯이 불렀다.그럼에도 박한빈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오직 여자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박한빈 씨, 당신...”윤도준이 무언가를 더 말하려고 했을 때, 박한빈은 이미 그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의 발걸음이 망설이는 듯 아주 느리게 내디뎌졌다.그러나 점점 그의 발걸음은 빨라졌다.박한빈이 그 테이블 앞에 도착했을 때, 그의 발걸음은 이미 비틀거릴 정도로 빨라져 있었다.그리고 그는 마침내 멀리서 보이던 그녀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봤다.자신이 밤낮으로 그리워하던 그 얼굴이 드디어 눈앞에 펼쳐졌다. 36일 동안의 공백 끝에.박한빈의 심장은 격렬하게 뛰고 있었고 입술까지 바르르 떨렸다. 당장이라도 그는 여자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성대와 다른 모든 감각들이 이 순간 모두 사라져 버린 듯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박한빈은 오직 그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세히 바라만 볼 뿐이었다.그토록 바라던 그녀는 살이 빠진 듯 피부도 조금 까매졌고 이마에는 못 보던 상처 자국도 생겼다.  단 한 번의 시선으로도 박한빈은 그녀의 모든 변화를 알아차렸다.  “당신 누구야? 뭘 하려는...”남자도 그를 발견하고 이상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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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7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사람은 내 와이프야. 우리 오늘 혼인신고 하러 가기로 했다고! 이 사람 어머니도 이미 예물을 받아 갔어.”남자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리고 박한빈의 정신도 그 순간 제대로 돌아왔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성유리를 바라보았다.마치 그녀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듯한 눈빛으로. 하지만 성유리는 박한빈을 전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를 다시 만났는데도 성유리는 전혀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고개를 숙인 채 그의 손가락을 잡고 몸부림치며 벗어나려고 했다.  “성유리.”박한빈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너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야?”그러나 성유리는 박한빈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이빨을 꽉 악문 채 그녀를 잡아당겨 물어보려는 순간, 성유리는 비명을 지르며 놔달라고 외쳤다.그 날카로운 목소리에 박한빈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놓아야 했다.  그러자 성유리는 즉시 뒤로 물러나 그 남자 뒤에 숨었다.  “봤어? 이 사람은 당신을 전혀 모른다고. 아내? 내 와이프가 예뻐 보여서 꼬신 거지? 겉보기엔 멀쩡한 사람 같은데 이렇게 무례할 줄이야.”남자는 매우 화가 난 듯 보였고 담방이라도 마치 박한빈과 싸우려고 달려들 것 같았다. 하지만 박한빈은 그를 전혀 쳐다보지도 않고 오직 그 남자 뒤에 있는 성유리만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성유리는 감히 박한빈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앞에 있는 남자의 옷자락을 꽉 잡고 있었다.박한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성유리를 바라보았다.  “아니... 여기에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윤도준이 급히 상황을 정리하며 동료를 돌아보았다.“방금 들은 소식인데 이 여성분 신원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빨리 확인해 보십시오.”“그리고 여성분의 가족도 즉시 연락하세요!”...박한빈의 손에 있던 상처가 점점 크게 벌어져 피가 붕대를 적셨지만 그는 이미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는 그저 제 자리에 앉아 시선을 성유리에게 고정했고 그 시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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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8화

“이 근처에 병원 없습니까?”박한빈의 목소리엔 이미 짜증이 잔뜩 묻어나 있었다,“유전자 검사 한번 해보면 바로 알 텐데?”“그렇죠. 그런 방법이 있습니다.”윤도준은 이제서야 해결할 방법이 떠올랐는지 그들을 병원으로 안내할 사람을 준비하려 했다.그런데 순간 염우섭이 불만을 표출했다.“안 돼. 다들 한 패거리잖아. 내가 모르는 줄 알아? 저 남자 돈 좀 있다고 아부하는 거 다 뻔히 보인다고! 결과는 다 너희 마음대로 만들 테고!”“염우섭 씨, 말조심하십시오.”날뛰는 염우섭의 고함에 윤도준의 안색이 즉시 어두워졌다.“지금 어디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십니까?”“난... 어쨌든 너희들은 공모한 거야. 우린 지금 당장 집에 갈 거라고.”말을 마친 염우섭은 성유리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 했고 그 순간, 박한빈이 일어섰다.“그 손 떼.”그의 목소리는 냉랭하기 그지없었다.“나... 네가 뭔데 참견이야? 말해두는데 저놈들이 너한테 아부하는 거랑 난 상관없어. 지금 당장...”“염우섭 씨, 만약 강제로 데려가면 납치와 감금, 그리고 성폭행이나 성매매 혐의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윤도준 또한 염우섭에게 다가오며 경고하자 염우섭의 눈이 동그래졌다.그때, 성유리가 염우섭의 소매를 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집에 가고 싶어.”그 말이 끝나자 현장은 물 뿌린 듯 조용해졌다. 박한빈을 포함한 모두가 그녀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박한빈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성유리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하지만 성유리는 계속 몸을 피하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염우섭을 바라보았다.“제발 가자. 부탁이야.”성유리의 말이 끝나자 염우섭은 비웃듯 박한빈을 보며 말했다.“봐. 얘는 당신을 전혀 모른다고.”“경찰관님, 다들 보셨죠? 이 여자는 저 남자를 전혀 알아보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 남자가 데려가는 게 바로 범죄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 공범이고.”“이건...”윤도준도 이런 상황을 처리해 본 적이 없는 듯 당황한 표정으로 박한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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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9화

“할머니, 보세요. 이게 바로 박한빈 씨의 아내 사진인데 여성분이랑...”“무슨 사진? 저 남자 아내가 생긴 거랑 우리 설이랑은 무슨 상관인데? 이 애는 내 딸이야!”“알겠습니다만 의혹이 제기된 이상 검사 한번 해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DNA 검사라도...”“DNA는 무슨 DNA! 너희들 다 미친 거 아냐? 내 딸이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왜 남의 아내가 되냐고? 설아, 따라와!”할머니는 성유리의 손을 단호히 잡아끌며 몸을 돌렸다. 윤도준이 막 말을 걸려는 순간 박한빈이 오히려 그를 제지했다.“박한빈 씨, 이건...”“저 사람들 사는 마을이 어딥니까?”박한빈이 한없이 차가운 태도로 물었다.“네?”“저 사람들이 사는 마을 위치가 어디냐고 물었습니다.”...세상에 닮은 사람이 둘 있는 건 흔한 일이란 말을 누구나 했다. 하지만 박한빈은 확신했다. 자신이 틀릴 리 없다는 것을.그녀의 눈동자 깊이 스민 습관, 손가락을 깨무는 버릇까지 모든 게 36일 전 사라진 아내와 일치했다.사실 그는 강제로 성유리를 데려갈 수도 있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게만 한다면 설령 그녀가 저항해도 가장 가까운 신분으로 법적 조치가 가능했다.그러나 박한빈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이 선택을 하기까지 결정했던 순간은 성유리가 노파의 품으로 달려가 엄마라고 부르는 모습이었다.그는 알고 있었다. 성유리가 어린 시절 엄마에게서 느끼지 못한 가족의 온기를 이 할머니에게서 찾고 있음을.병상에 누워 생명이 사라져가는 엄마와 달리 옆에서 챙겨주는 노파의 따스함이 지금 성유리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이다.만약 강제로 성유리를 데려간다면 그녀가 무조건 자신을 혐오하고 증오할 것이라고 믿었다.게다가 성유리를 데려간 사람들 또한 잘해주는 것 같았고 그녀 스스로도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았다.가짜라고 한들 동년의 아쉬움과 공허한 마음 한구석을 채워주고 있으니 박한빈은 어쩌면 성유리에겐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당연하게도 염우섭이라는 남자의 존재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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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0화

“설아?”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성유리는 정신을 차렸다.“네. 엄마, 왜 그러세요?”“그건 내가 물어볼 말이지.”할머니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성유리의 밥그릇을 탁탁 두들겼다.“밥 먹는데 무슨 넋을 놓고 앉아 있어?”성유리가 그 말에 재빨리 고개를 숙여 밥을 먹기 시작했다.그럼에도 할머니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오늘 일에 대해 생각하는 거지? 그 경찰들 다 헛소리 지껄이는 거야.”“어쨌든 결혼 날짜는 이미 정해졌으니 결혼식은 먼저 치러. 너도 이제 나이가 있는 만큼 결혼하자마자 빨리 애 낳아. 내가 돌봐줄 수 있게.”“제가 누구랑 결혼해요?”성유리가 물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연히 복섭이지! 예물도 이미 받았는데 뭘 더 바라?”할머니의 언성이 높아지며 이마에 주름이 깊어졌다.그 모습을 본 성유리가 재빨리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아니, 그냥... 물어본 거예요.”“네가 지금 행복에 겨워서 정신이 없는 모양이구나. 예전에 다 정해진 일 아니었니? 게다가 너랑 복섭이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데 결혼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니겠어?”“제가 우섭이랑 오래 사귀었어요?”“그럼! 너희 어릴 때부터 함께 목욕도 했잖아. 몇 년이 아니라 2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라는 거야!”할머니의 말이 끝나가도 성유리는 아무런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녀가 애써 기억을 더듬으려는 순간, 머리가 격렬하게 아파지기 시작했다.고통을 무릅쓰고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밖에서 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마을 길이 고르지 못해 차체가 격하게 흔들리며 지나가더니 성유리와 할머니가 앉아 있는 식탁 앞으로 먼지가 고스란히 날려왔다.그러자 할머니의 얼굴이 확 붉어졌고 젓가락까지 내던지며 욕설을 퍼부었다.“지금 이게 뭐 하는 거야? 눈이 안 달렸냐! 밥 먹는데 먼지를 날리다니! 망할 놈의 새끼들아!”시간이 지나도 그칠 줄 모르는 할머니의 욕설은 매 한 마디가 다 아주 더러운 말들이었다.마을 누구나 아는 할머니의 억척스러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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