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Bab 731 - Bab 740

925 Bab

제731화

김서영의 말을 듣고서야 박한빈은 비로소 정신을 차린 듯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려 했다.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있어서인지 일어나는 순간 어지러움이 몰려와 그는 잠시 가만히 서서 정신을 가다듬고 난 후에야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하늘이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이전에는 많이 회복된 상태였지만 재발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사소한 감기나 열조차도 재발의 신호일 수 있었다.이런 하늘이의 상황을 잘 알기에 김서영은 초조함에 눈가까지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박한빈을 보자마자 늦게 온 걸 책망하려던 참이었으나 그가 초췌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걸 보고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대신, 낮은 목소리로 아들인 박한빈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가서 하늘이 좀 봐.”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곧장 병실로 향했고 그 시각 하늘이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며칠 만에 마주하는 얼굴이었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살이 빠진 게 느껴졌다.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채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는 모습이 박한빈의 가슴을 죄어왔다.그는 조심스럽게 침대 곁에 앉아 나지막이 불렀다.“하늘아.”그제야 하늘이가 천천히 눈을 떴고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던 박한빈을 하늘이가 입을 열었다.“엄마는요?”박한빈은 대답할 수 없었다.원래도 가라앉아 있던 목소리가 이 순간에는 아예 막혀버린 듯했다.“일이 좀 있어서... 며칠 뒤엔 돌아올 거야.”결국 박한빈이는 하늘이한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런 서툰 거짓말로 자신조차 속일 수 없었는데 하물며 하늘이가 믿을 리 없었다.하늘이는 묵묵히 그를 바라보다 잠시 후,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엄마가... 저를 버린 거예요?”그 말을 꺼내자마자 하늘이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고 커다란 물방울들이 베개 위로 떨어지며 금세 얼룩을 만들었다.아이의 눈물에 박한빈은 순간 당황했고 황급히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주면서도 뭐라도 말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적어도, 단 하나의 거짓말이라도.하지만 무슨 말을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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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한빈아?”김서영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박한빈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눈빛을 마주한 순간, 김서영의 몸이 움찔했다.“무슨 일입니까?”박한빈이 물었다.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잠시 망설이던 김서영이 입을 열었다.“한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했잖아. 우선 돌아가서 좀 쉬어. 하늘이는 내가 곁에서 봐줄게.”“그럴 필요 없습니다.”박한빈은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전 괜찮습니다. 그리고... 하늘이에게 여기 있어 주겠다고 약속했어요.”“그래도...”“먼저 돌아가세요.”박한빈은 김서영의 말을 자르며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러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하늘이를 바라보았다.김서영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조용히 먼저 물었다.“성유리는 아직도 소식이 없어?”그 말이 끝나자 박한빈의 몸이 미세하게 굳어졌으나 이내 담담하게 대답했다.“괜찮습니다. 찾을 수 있어요.”“설령 찾지 못한다고 해도... 유리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분명히 있을 거예요.”성유리의 실종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사씨 저택 내 모든 감시 카메라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만큼 이 집안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뜻이다.게다가 성유리의 교통수단 이용 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그 말은 즉, 누군가가 그녀를 데리고 사씨 저택을 빠져나간 후 바로 차에 태웠다는 뜻이었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분명 연정우가 미리 계획해 둔 것임이 분명했다.심지어 자신을 에릭의 문제로 떠나게 만든 것조차 그가 미리 계산한 수단일 가능성이 높았다.사씨 부부 두 사람 또한 혹시 이 일에 개입한 걸까?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굳이 그들이 입을 열지 않아도 상관없었다.박한빈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두 사람이 입을 열게 만들 수 있었으니까.생각에 잠겨있던 그의 눈빛이 한층 더 차가워졌다.그 변화를 감지한 김서영이 조심스럽게 불렀다.“한빈아?”그제야 박한빈이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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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박한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무표정하게 홍지은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곁에 있던 경비원을 쓱 쳐다보았다.사실 경비원은 막 홍지은을 제지하려던 참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만삭이었다.둥글게 부푼 배가 눈에 띄었고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문제가 생길까 봐 선뜻 손을 뻗지 못하고 있었다.그런데도 박한빈의 시선이 느껴지자 아무리 홍지은이 잘못될까 두려워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놔! 네가 뭔데? 당장 이 손 떼라고!!”경비원에 의해 제지당한 홍지은이 더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그녀를 붙잡은 손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결국, 홍지은은 그 자리에서 속수무책으로 박한빈이 자신을 지나쳐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 순간, 홍지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그러다 갑자기 더욱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알겠다! 그 계집애 죽었지? 그래, 아주 잘됐네. 원래부터 죽어 마땅한 년이었으니까.”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박한빈의 걸음이 뚝 멈췄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홍지은을 바라보았다.홍지은은 더욱 독하게 그를 저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어차피 이제 자신에겐 남은 것도 없었다.집도, 회사도, 공장도 모조리 압류당했다.심지어 남편마저 그녀를 재수 없는 존재라며 외면했다.모두가 그렇게 믿었다.홍지은이 성유리를 건드린 탓에 이런 비참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박한빈을 적으로 돌렸기 때문에 모든 걸 잃었다고.하지만 그녀는 억울했다.공장을 살리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한 것도 자신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걸 잃게 된 건 자신뿐이었다.그런데도 사람들에게는 비난할 자격이 있었다.그리고 박한빈과 성유리.그 둘이야말로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장본인이었다.홍지은의 눈에 분노와 원망이 서렸고 더욱 많은 독설을 퍼붓기 위해 입을 열려던 순간, 그대로 얼어버렸다.박한빈의 눈을 마주친 순간, 마치 무언가가 목을 조여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숨이 막혀 손끝과 머리까지 싸늘히 식어갔다.그러나 박한빈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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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장성 그룹은 최근 금성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 되었다.몇 건의 대형 프로젝트를 따낸 것은 물론 해외 기업과의 협력 프로젝트가 국제적으로 상을 받으며 명성을 쌓았다.그 결과, 마치 지화 그룹조차 그 빛에 가려지는 듯했다.박한빈은 알고 있었다.이 모든 것이 사씨 가문의 지원 덕분이라는 것을.그렇지 않고서야 유효정이 연정우에게 남긴 자금만으로 이 정도 성과를 이루기는 불가능했다.하지만 아무렴 어떤가.사씨 가문이라 해도 박한빈에게는 눈엣가시일 뿐이었다.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직접 손을 쓸 수 있었다.하지만 에릭이 말한 것처럼 국내의 법과 규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그가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몇 달, 길게는 일 년도 걸릴 수 있었다.그런데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한 달.그것이 그의 인내심이 닿을 수 있는 한계였다.성유리의 소식이 더 이상 들려오지 않는다면 박한빈은 정말 미쳐버릴지도 모른다.차가 도착한 곳은 엔젤 월드.박한빈이 집 안으로 들어섰을 때, 하늘이는 뒷마당에 서 있었다.나무 아래에서 무언가를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는 뒷모습.그는 아이를 부르지 않고 천천히 다가갔고 가까이 다가가서야 깨달았다.하늘이의 시선이 머물러 있는 것은 한 마리 나비였다.그러나 그 나비는 이미 사마귀에게 붙잡혀 있었다.가만히 놔둔다면 나비는 이제 곧 먹혀버릴 운명이었다.“구해주고 싶어?”박한빈이 하늘이에게 물으며 손을 뻗으려 하자 하늘이가 바로 대답했다.“아니요.”그 순간, 박한빈의 손이 멈췄다.“약육강식.”하늘이는 담담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자연의 법칙이에요.”박한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는 고개를 숙여 하늘이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아이의 얼굴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물론 하늘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성숙한 편이었다.하지만 성유리 앞에서는 언제나 밝고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그런데 지금 그 표정이 사라져 버렸다.둘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그사이 나비의 날개는 찢겨 나가고 몸뚱이는 천천히 먹혀 사라졌다.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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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성유리는 그때 말했다.하늘이는 이날을 정말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니까 꼭 하루 종일 시간을 내서 함께 있어 달라고.박한빈은 그 약속을 지켜야 했다.하지만 지금, 이 모든 것이 여전히 의미가 있는 걸까?“생일 선물로 뭐 갖고 싶어?”결국, 한참을 고민하던 그가 물었다.그러자 하늘이는 고개를 돌려 박한빈을 바라보다 금세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박한빈은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하늘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박한빈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렇지만 그토록 자신 있던 일조차 이제는 확신할 수 없었다.박한빈도 안다.하늘이를 엔젤 월드에 두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는 것을.그는 너무 바빴고 아이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도 몰랐다.하지만 박한빈은 하늘이를 데려오고 싶었다.실버 포레스트, 그들의 집으로.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혼자 돌아오는 집, 텅 빈 공간, 모든 것이 그대로인 듯 보이지만 단 하나만이 비어 있는 공간.그곳은 오직 하나를 끊임없이 상기시켰다.성유리는 이곳에 없다.그리고 만약 하늘이까지 없어진다면 박한빈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어쩌면 그 모든 순간이 박한빈의 행복이 그저 환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 갇히게 될 테니까 말이다.하지만 하늘이를 데려온 것이 정답이 아니었음을 그는 곧 깨달았다.아이는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았고 박한빈 역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커다란 식탁,단둘이 앉아 조용히 식사를 했다.들려오는 것은 오직 숟가락과 젓가락이 부딪히는 소리뿐.박한빈은 새우를 까서 하늘이의 그릇에 놓으려 했지만 아이는 피해버렸다.그리고 담담히 말했다.“안 먹어요.”아이가 정말 새우를 싫어했었나?박한빈은 기억나지 않았다.그러나 분명 전에 성유리는 하늘이에게 새우를 까주곤 했다.그렇다면 하늘이는 정말 새우를 싫어하는 걸까? 아니면 박한빈이 까준 것을 먹기 싫은 걸까?그는 더 깊이 묻지 않았다. 그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조용히 새우를 먹었다.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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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박한빈이 직접 하늘이를 재우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평소 성유리가 하던 것처럼 동화책을 읽어주기로 했다.하지만 어릴 때 한 번도 동화책을 들으며 잠든 적이 없었고 누군가를 위해 읽어준 적도 없어서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어색하고 딱딱했다. 그래도 하늘이는 이미 울다 지쳐 있었기에 오래 지나지 않아 곧 깊이 잠들었다.박한빈은 잠든 하늘이의 옆에 한동안 앉아 있다가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사람들은 늘 하늘이가 자신과 닮았다고 했다.그런데 이 순간, 아이에게서 더 많이 보이는 건 오히려 성유리의 모습이었다.눈과 얼굴의 윤곽, 그리고 화를 낼 때의 모습까지 성유리와 거의 똑같았다.박한빈은 눈을 감고는 자신의 감정을 다잡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침실로 돌아가니 예상대로 방 안은 캄캄했다.불을 켜고 드레스룸으로 이어진 작은 소파에 천천히 앉았다.이곳은 원래 침실에서 확장한 공간으로 처음에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어 그와 성유리의 옷을 정리해 두었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유리를 위해 산 옷들이 늘어나면서, 결국 그의 공간 일부까지 내주게 되었다.이제 바라보면 자신의 수트 옆으로 성유리의 형형색색의 원피스들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박한빈은 그 옷들을 오랫동안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러다 문득 차가운 무언가가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기분이 들었다.얼음처럼 차가운 감촉이었다....“연 대표님!”뒤에서 들려온 공손한 목소리에 연정우의 걸음이 멈췄다.몸을 돌리자 한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그는 한껏 비위를 맞추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오랜만입니다,연 대표님!”연정우는 상대의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죄송합니다만, 누구시죠?”“역시 바쁘신 분이라 저 같은 사람은 잊으셨군요. 저는 장수아입니다! 지난번 회의 때 뵈었잖아요!”연정우는 남자의 말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 요즘 회의가 많다 보니 기억이 잘 안 나네요.”“괜찮습니다. 저는 정말 괜찮아요! 연 대표님께서 요즘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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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그러는 연 대표님께서는 무슨 의도로 하시는 말씀이죠?”“도대체 뭘 알고 있는 거죠?”연정우는 짜증 섞인 말투로 상대의 말을 끊었다.이 남자가 아는 것이 얼마나 되는지는 결국 연정우가 어떤 태도로 그녀를 대하느냐에 달려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시간도, 기분도 장수원과 빙빙 돌며 말장난할 여유가 없었다.장수원은 애써 뜸을 들이지 않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실 별거 아닙니다. 저는 그저 연 대표님께서 그 여자를 동약거리로 데려다주는 걸 봤을 뿐이에요.”그 말이 끝나자 연정우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졌다.그리고 저도 모르게 책상 위에 올려둔 손이 천천히 힘을 주며 움켜쥐어졌다.이 남자가 하는 말은 사실이었다.그리고 동약거리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는 미국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화려한 도시가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라면 그곳은 그 아래에서 썩어가는 축축한 하수도 같은 곳이었다.무수한 부랑자들과 범죄자들, 심지어 살인범들까지 숨어 있는 곳.그곳에 여자 혼자 던져진다는 건, 마치 늑대 무리에 떨어진 어린 양과도 같았다.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곳.연정우 역시 그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유효정은 은 분명히 말했었다.절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그래서 그녀는 아버지가 남긴 돈으로 여생을 보내길 원했다.그리고 그 삶에 연정우도 함께하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렇게 길에서 다투게 되었고 유효정이 연정우 앞에서 늘 유지하던 착한 모습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처음 만났을 때처럼, 손가락으로 그의 얼굴을 가리키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그래서 연정우는 일부러 차를 그곳으로 몰았다.그리고 일부러 유효정을 그곳에 버렸다.차를 몰고 떠날 때, 뒤에서 그녀의 절박한 울음소리가 귓가를 때렸다.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유효정에게 일말의 연민도, 동정도 없었다.오히려 우스웠다.그리고... 후련했다.언제나 남들 위에 군림하려던 여자, 감옥에 몇 년을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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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미끼를 물었어.]에릭의 메시지가 도착했을 때, 박한빈은 하늘이의 유치원에 있었다.오늘은 유치원 공개수업 날이었다.이런 행사에는 늘 성유리가 참석했었지만 이번엔 박한빈이 홀로 이곳에 앉아 있었다.주변은 거의 엄마들뿐이었다.남자인 그가 혼자 앉아 있으니 처음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듯,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를 지켰다.공개수업의 마지막 순서는 아이들이 부모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손가락 춤을 추는 시간이었다.하늘이는 박한빈 앞에 앉아 있었고 작은 얼굴은 몹시 진지했다.그 모습에 박한빈은 살짝 의심이 들었다.혹시 자기 앞에서 공연하기 싫어서 저러는 걸까?다행히 공연은 무사히 끝났다.다만, 다른 아이들은 공연이 끝난 후 자연스럽게 부모에게 안겼지만 하늘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그저 조용히 그의 손을 잡았다.아이의 행동을 본 박한빈은 천천히 손을 펴 하늘이의 손을 감싸 쥐었다.행사가 끝난 후, 그는 하늘이를 데리고 나왔다.에릭은 아까부터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지만 그는 답할 틈이 없었다.차에 오르고 난 뒤, 박한빈은 하늘이를 바라보며 먼저 말을 걸었다.“내가 요즘 좀 바빠. 우선 할머니 댁에 잠깐 가 있을 수 있겠니? 이틀 후에 데리러 갈게.”그 말에 하늘이가 고개를 들어 박한빈을 바라보았다.원래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요즘 어떤 말을 해도 조용히 따르기만 했으니까.하지만 이번엔 달랐다.하늘이는 한참 동안 박한빈을 빤히 바라보더니 조용히 물었다.“이틀이라고 말했으면… 진짜 이틀이에요?”그 말을 듣고 나서야 박한빈은 깨달았다.하늘이는 지금 자신과 떨어지기 싫어하고 있었다.“응. 딱 이틀이야.”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그제야 하늘이는 안심한 듯,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박한빈은 하늘이를 먼저 엔젤 월드에 데려다준 후, 에릭에게 전화를 걸었다.“드디어 연락이 됐네. 난 네가 실종된 줄 알았어.”에릭이 비꼬듯 계속 말했다.“말해.”박한빈은 그의 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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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그의 가슴은 점점 더 거칠게 오르내렸고 가만히 앉아 눈앞의 숫자들이 다시 반등하기만을 기다렸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늘 그래왔으니까.하지만 이번엔 아무 변화도 없었다.곧 거래 시간이 종료되었다.주식 시장이 닫히는 순간, 연정우는 이를 세게 악물었다.그리고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장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부터 시장에 깊이 발을 들일 생각은 없었다.애초에 장수원의 성가신 권유를 대충 받아들이며 시작한 일이었을 뿐.그러나 곧 깨달았다.그 남자가 단순한 허풍쟁이가 아니라는 것을.그때야 알았다.장수원이 단순한 중개인이 아니라 그쪽 펀드의 파트너라는 사실을.국내에서 신중하게 추진하는 사업들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 숫자가 뛰어오르는 쾌감, 그리고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고도 금융 피라미드 최상층에 오를 수 있다는 감각.그건 마치 마약과도 같았다.그렇게 두 번째 투자 제안서가 그에게 전달됐다.한 주당 10억.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몇 대를 걸쳐도 만질 수 없는 돈이었지만 연정우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숫자였다.그리고 무엇보다 연정우는 잘 알고 있었다.박한빈 역시 그쪽에 (파트너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더 흥미로운 건, 장수원이 속한 펀드와 박한빈 쪽 펀드가 서로 적대적 관계라는 점이었다.이건 아주 마음에 들었다.금성에서 그를 짓누르는 것뿐만 아니라 이 시장에서도 박한빈을 짓밟아야 했다.그리고 연정우는 박한빈을 완전히 끝장낼 시나리오까지 완벽하게 짜두었었다.심지어 승리 후 열릴 축하 파티에서 무엇을 할지까지.하지만 지금 그 모든 게 한순간에 불타버린 금박처럼 사라졌다.연정우가 지켜보는 앞에서 아예 존재하지 않던 것처럼 없어져 버렸다.장수원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끊임없이 울리는 차가운 통화연결음을 들을수록 연정우의 심장은 점점 깊이 가라앉았다.그렇지만 그는 믿을 수 없었다.‘그럴 리가 없어. 내가 속았다고? 말도 안 돼... 그저 잠시 진 것뿐이야. 내일 시장이 열리면 반등만 하면...’그 순간을 기다리기 위해 연정우는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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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박한빈은 약속대로 하늘이를 데리러 갔다.막 도착하자마자, 김서영이 그의 얼굴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대체 어디 다녀온 거야?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그냥 지난 이틀 동안 너무 바빴을 뿐이에요.”박한빈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며 하늘이 앞에 쭈그려 앉았다.“집에 갈까?”하늘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는 담담한 척했지만 돌아서자마자 바로 그 작은 책가방을 챙기러 달려갔다.그 모습을 보며 박한빈은 미소를 지었다.바로 그때 박한빈의 휴대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하는 순간, 그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하늘이는 굳은 박한빈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그 표정이 기대처럼도 보였지만 한편으론 불안한 것처럼도 보였다.하지만 아이가 더 자세히 보기 전에 박한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잠깐만 기다려. 전화 좀 받고 올게.”그렇게 말한 뒤, 천천히 정원 쪽으로 걸어 나갔다.일부러 느리게 걸었지만 전화를 건 쪽에서는 기다릴 생각이 충분한 듯했다.첫 번째 전화를 받지 않자 곧바로 두 번째 전화가 걸려 왔다.이번에는 박한빈 또한 피하지 않고 받았다.“박한빈 씨.”수화기 너머 연정우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당신이 한 짓입니까?”박한빈이 대답하지 않자 연정우가 피식 웃었다.“박 대표님은 늘 스스로 고결한 척하면서 이런 더러운 수법을 가장 경멸하지 않나요? 그런데 이제 와서 똑같이 쓰는 겁니까?”그의 비아냥에도 박한빈은 반응하지 않고 오직 한 가지만 물었다.“살고 싶습니까?”그 질문에 연정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박한빈은 멈추지 않았다.“성유리는 어디에 있죠?”그 말을 듣는 순간, 연정우는 비아냥거렸다.“이 모든 일을 벌인 이유가 결국 그 여자 때문이야? 네 동업자들은 알고 있나? 이 난리를 친 게 단순히 성유리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였다고?”“연정우.”박한빈이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나는 지금 너랑 돌려 말할 시간 없어. 딱 10분 줄게. 대답하지 않겠다면... 상관없어. 네가 했던 짓들, 전부 세상에 공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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