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빈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멱살을 잡은 손을 놓더니 앞쪽으로 걸어갔고 에릭은 금세 따라붙으며 말했다. “됐어. 그 얘기는 그만하고 내가 어디에 묵는지 물어봐도 돼? 너희 집인가?” “호텔.” 박한빈은 무덤덤하게 대답했지만 에릭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어깨까지 으쓱했다. 오늘 박한빈에게는 다른 일이 있어 에릭을 호텔까지 데려다줄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다른 차로 이동하려던 찰나, 에릭의 목소리가 들렸다. “참, 너희 부인도 내가 오늘 도착하는 거 안다더라. 나한테 환영회를 열어준다던데 저녁엔 너도 올 거지?” 박한빈은 고개를 휙 돌려 에릭을 쳐다봤고 그는 씩 웃으며 계속 말했다. “괜찮아. 네가 안 와도 우리 둘만 밥 먹어도 상관없으니까.” 물론 성유리가 있으니 박한빈이 안 갈 리 없었다. 그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성유리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네가 걔랑 단둘이 만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이건 도대체 뭐야?” 성유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대답했다. “박한빈 씨가 먼저 약속한 거 아니었어요? 그 사람이 저녁에 한빈 씨가 초대한다고 해서 제가 온 건데...” 박한빈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에릭의 계략에 넘어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릭은 그들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았고 얼마 안 지나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는 새하얀 양복으로 갈아입고 넥타이까지 단정하게 맸는데 마치 어떤 중요한 연회에 참석하려는 사람처럼 근엄했다. 게다가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어 잘생긴 얼굴 덕분에 에릭은 마치 북유럽 그림에서 걸어 나온 왕자 같았다. 심지어는 주문을 받으러 온 직원도 에릭을 힐끔거리며 쳐다보기 시작했다. 에릭은 항상 사람들 앞에서 품위와 우아함을 유지했고 성유리가 자신의 눈에 깃든 혐오를 알아챘음 그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 웃는 그의 모습에 주문을 받던 직원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직원이 나가고 나서야 에릭은 성유리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말을 걸었다. “사모님, 저를 이렇게 대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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